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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137화 (137/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137화

영국에서 기자이자 인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찰스는 대표적인 'HARD' 운동을 주도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His play is excessively 'HARD'."]

그의 플레이는 지나치게 하드하다.

Harmful (해로운)

Adverse effect (부작용/역효과)

Risky (위험한)

Dangerous (위험한)

'HARD' 운동은 '반 김철수' 운동이라 불리기도 했다.

그는 김철수가 세계에 큰 악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그의 플레이를 따라 하다가 폐인이 된 경우는 셀 수조차 없이 많습니다. 그런 직접적인 악영향을 배제하더라도, 그의 플레이가 치명적인 위험을 사소한 것으로 둔갑시키는 여론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찰스 입장에서 김철수는 너무 위험하게 플레이를 한다.

"혹은 저렇게 플레이해야 랭커가 될 수 있다는 비상식적인 교훈을 사회에 던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째서 그토록 수많은 위험을 감당해야 합니까? 우리는 인간이며, 인간답게 살아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많은 사회운동가들이 찰스에 동조했다.

유럽을 필두로 하여 HARD 운동은 점차 그 열기를 더해갔다.

김철수의 플레이는 지나치게 비인간적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알고 있습니다. 김철수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그러나 그것이 곧 옳음을 뜻하는 건 아닙니다. 인간은 늘 옳지 않은 것과 맞서 싸워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찰스는 이번에 김철수가 진입한 던전, 신세계에 주목했다.

"저토록 수없이 많은 죽음을 반복하면 아무리 정신이 단단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균열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아니, 어쩌면 김철수는 이미 미쳐 있는지도 모를 일이지요. 그러나 저들은 다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김철수뿐만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들(봉킹 일행)도 신세계에서 함께 플레이하게 되었다.

그리고 김철수는 '기본'이라면서 이미 잘하고 있는 이현성과 최강벽을 훈계하기까지 했다.

그건 찰스를 분노하게 했다.

찰스가 보기에 이현성과 최강벽은 충분히 제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 둘을 지나치게 채찍질하며 막다른 길로 몰아세웠다.

그걸 일반적인 다른 플레이어들도 다 목격했고, 또 수많은 시청자들이 그걸 봤다.

"저들 중 누군가는 미칠 것이고 삶이 파괴될 것입니다. 행복한 삶을 꿈꿨던 어느 가정의 행복이 부서지겠지요. 그의 방송을 지켜본 수많은 아이들이 그처럼 행동하다가 일상이 무너질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도 책임져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찰스는 생각했다.

'던전, 신세계에서 나오면 분명 누군가는 미쳐 버릴 것이다.'

너무 많은 죽음을 경험했다.

지금이야 너무 긴장하여 각성상태를 유지하고 있다지만, 신세계에서 빠져나오는 즉시 몇 명의 정신은 붕괴될 것이 분명했다.

'세계인들에게 알려야 해. 김철수의 플레이는 해악이다.'

그는 봉킹팀을 취재하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현성과 최강벽이라면 내 말에 동조해 줄지도 모르지.'

* * *

내 머리 위로 유성이 하나 떨어져 내렸다.

직접 보니 생각보다 좀 컸다.

'별의 방패.'

별의 방패를 활용해서 유성을 막아냈다.

'즉사 수준은 아니네.'

곳곳에 유성이 떨어지고 있었다.

체감하기로는 대략 레벨 100 중후반대의 마법사들이 나를 노리고 공격하는 것만 같았다.

"먼지가 너무 뿌옇게 일어서 길을 찾기가 쉽지 않군요. 일단 제 목적지는 다시 동쪽 성읍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원래 '신세계'의 최적화 루트를 떠올려보았다.

1. 아조프 마을 진입.

서문 경비병과 대화를 나눠서 화병 획득.

2. 동쪽 성읍에 먼저 진입.

불타는 요새에 자리 잡고 있는 불의 정령과 싸울 수 있는 몇몇 아이템과 힘을 기른다.

3. 불타는 요새로 진입.

정령들을 처치하고 불타는 요새 어딘가에 심어져 있는 열꽃을 획득.

4. 아조프 마을 재진입.

열꽃을 경비병에게 전해준 뒤 화병 소유권 획득.

5. 동쪽 성읍 재진입.

동쪽 성읍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는 특별한 공간에 화병 투입.

경비병에게 화병을 돌려받을 때, 화병에는 몇몇 특별한 설정들이 부여된다.

그것은 클리어 게이트를 작동시키는 키로서 작동하게 된다.

이게 수많은 사람들이 정말 많은 도전을 거듭하면서 알아낸 최적화 루트였다.

'4번까지는 어찌어찌 비슷하게 갔는데.'

원래는 경비병이 화병을 가지고 가서 열꽃으로 무언가를 한다.

그게 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아무튼 중요한 건 열꽃을 빼낸 다음 남은 화병을 내게 돌려준다는 것이다.

"저기, 화병이 땅에 떨어져 있습니다."

원래는 몇몇 특별한 설정을 걸어서 내게 돌려줘야 하는데 경비병이 불타 죽는 바람에 그럴 수 없게 됐다.

"일단 주워보겠습니다. 유성우에 파괴되기 전에 주우려면 서둘러야겠군요."

그냥 주워도 되겠지만 나는 몸을 던졌다.

그래야 조금 더 치열해 보일 것 같아서.

데굴데굴, 몸을 몇 바퀴 굴러서 화병을 구출(?)했다.

"화병에 보랏빛 기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신비로운 열꽃을 머금어서 그런 거 같습니다."

화병이 상당히 뜨겁기는 했지만 잡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불사조급 이하의 열기인 것 같네요. 저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이것도 치열한 척, 손바닥이 녹아내린 척 연출을 해볼까 생각했으나 그건 의미없는 행동같았다.

차라리 불사조의 심장 효과를 확실히 보여주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생각해 보니 경비병은 이걸 잡자마자 타죽었는데 말입니다. 만약 불사조의 심장을 섭취하지 못했다면 저도 비슷한 꼴을 당했겠죠?"

치열한 척 안 하려니까 괜스레 민망한 느낌이었다.

봉킹이 저 멀리서 '스트리머 그렇게 하는 거 아니라고!' 라고 나를 혼낼 것만 같았다.

"저도 운이 참 좋았습니다."

만약 불사조의 심장 없이 이 신비로운 열꽃을 받았더라면?

등골이 서늘해져서 참 좋았다.

'화병은 획득했고.'

최소한의 개연성을 지키면서 이곳 클리어를 진행해야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다.

"이 화병이 어떠한 열쇠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타원형 정령문의 머리위치에 딱 요만한 열쇠구멍 같은 것이 있었거든요."

나는 다시금 동쪽 성읍으로 길을 잡았다.

커다란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땅이 흔들리고 유성이 쏟아지는 바람에 중심 잡고 걷기가 쉽지는 않았으나 가야 했다.

"거기에 이걸 끼워넣으면 신세계가 완성되리라 생각 됩니다."

이미 두 번이나 왔다 갔다 한 길이고, 같은 콘텐츠를 연속해서 보여주는 것이므로 나는 필사적으로 오디오를 채워 넣었다.

"던전, 신세계는 주구장창 새로운 세계와의 연결, 접합 등을 얘기해 왔거든요."

존프릭도 그랬고 정령도 그랬다.

"폐쇄된 정령문이 클리어 게이트로 변한 것도 그 일환이라 생각됩니다. 정령문과 클리어 게이트, 둘 다 타 세상과의 연결을 뜻하……."

유성이 내 머리와 부딪쳐서 산산조각이 났다.

"억! 방금 건 많이 아팠네요. 유성이 좀 컸습니다."

역시 한 번에 두 가지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컨트롤 미스가 났네.'

"머리에 피가 좀 납니다."

꽤 뜨거운 느낌이 들었다.

뜨뜻한 핏물이 볼과 목을 타고 내 옷을 적셨다.

"따로 지혈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럴 여유는 없네요."

방송과 지혈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당연히 방송이지.

이 정도 피는 흘려도 죽을 것 같지 않으니까 방송에 더 집중해야겠다.

"제가 이곳에서 진행했던 모든 시나리오의 마침표가 바로 정령문입니다. 이 세계와 정령계를 이었던 정령문. 그리고 이 세계와 바깥세계를 이어주는 클리어게이트로서, 이 던전과 시나리오의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표현된 것이죠."

말솜씨가 좀 늘어난 것 같다.

역시 봉킹같이 잘하는 스트리머랑 같이 행동한 것이 도움이 된 모양이다.

약간이지만 자신감이 차오르며 무너졌던 자존감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화병은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신비로운 열꽃의 불꽃이 사그라들지 않도록 보호 해주는 열꽃만의 특별한 세상이었거든요."

열꽃은 그냥 손으로 쥐면 바스라진다.

반드시 이 화병이 있어야만 채취할 수 있다.

열꽃 기준으로는 이 화병이 하나의 세계였다.

"마치 엘리네스를 삼키고 있던 존프릭의 배처럼 말이죠. 이현성의 가르는 검이 매개체가 되어 존프릭의 배를 갈라냈고, 결국 차단되어 있던 두 개의 세상이 만났었던 것을 삼등이 여러분들도 기억하실 겁니다."

그 모든 것들이 하나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니까 저는 이것이 적절한 방식으로 깨지면 새로운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클리어 게이트를 그냥 나가는 것도 나름대로 클리어가 되겠지만 그건 완벽한 클리어가 아니다.

던전 '신세계'가 요구하고 있는 것.

이곳에서 진행해 왔던 시나리오의 마침표는 결국 이 정확한 키를 정령문에 꽂아 넣는 것이 될 것이다.

'찾았다!'

한 번에 세 가지를 해냈던 봉킹에게 자극받았었다.

자극만 받고 변화가 없으면 발전이 없다.

나는 중계를 하고 유성우를 피하면서 실시간 방송에서 정령문이 등장하는 부근을 캡처해서 자료화면으로 띄웠다.

"저기. 저 구멍이 바로 화병을 끼워 넣는 곳일 것 같습니다."

쩌적-

세상이 갈라졌다.

"하늘이 무너지기 일보직전이네요."

하나의 건물이 붕괴되고 있는 것과 비슷했다.

"빨리 이동해야 할 거 같습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말을 하면서 움직이려니 호흡이 정돈되지 않았다.

'보인다.'

클리어 게이트가 보였다.

허공 높은 곳에 떠 있었으나 문제될 건 없었다.

동쪽 성읍의 성벽을 타고 올라 높이 뛰었다.

세상이 크게 흔들렸다.

이제 정말로 시간이 없었다.

'기회는 한 번.'

한 점에 집중하던 이현성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현성에게 정말 많은 실망을 했었지만 그때의 이현성은 멋있었다.

대사를 외치는 그 모습이 상당히 진지해서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나의 꽃병은 실패를 모른다."

더 멋진 대사를 읊고 싶었는데 시간이 너무 급박해서 더 좋은 대사를 떠올리지 못했다.

아쉽기는 하지만 결국 나는 화병을 구멍에 꽂아 넣었다.

'와, 이거 알림 들을 여유도 없네.'

화병을 꽂아 넣고서는 그 즉시 클리어 게이트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왔다.

[던전, '신세계'가 클리어 되었습니다.]

* * *

한마갤.

이제 마이너 갤러리가 아닌 정식 갤러리로 승격되어야 한다는 말이 많았지만 왜인지 여전히 마이너 갤러리라 이름 붙은 커뮤니티.

그곳에 많은 트래픽이 쏠렸다.

[솔직히 지금은 진짜 치열한 거 아님? 저러다 죽겠는데?]

[그렇게 치열했으면 저렇게 중계하면서 진행이 가능하겠누? ㅋㅋㅋ 컨셉 이해도 무엇?]

┗너야말로 이해도 무엇?

┗?

┗방송을 저렇게 하니까 치열한 거임. 치열맨은 무조건 치열함.

┗뭔 개소리야 ㄹㅇ 치열했으면 방송하면서 달릴 수 있냐고? 그냥 냅다 튀는게 정상이지.

┗김철수가 정상으로 보이냐?

┗미안하다.

[김철수 머리에서 피 많이 나는 거 같은데?]

1인칭 시점이라 정확히 알 수는 없었으나 얼핏 보이는 핏자국이 심상치 않았다.

[이 상태에서 방송을 한다고?]

[저기요, 여러분 진짜 죄송한데요, 근데 피 저 정도로 흘리는 거면 진짜로 치열한 거 아닌가요?]

시청자들도 헷갈려 했다.

저게 진짜 치열한 건지, 아니면 치열한 컨셉인지.

거기에 한마갤 네임드 '과대포장사절'이 등장했다.

[당연히 졸라 위험한 상황이지. 김철수는 지금 안 치열한 척하려고 일부러 없는 여유 쥐어짜면서 방송하는 거고. 내가 말했지? 김철수는 거품이라고 ㅋㅋㅋㅋㅋㅋ 저러다 과다출혈로 이승하직할듯 ㅋㅎㅋㅎㅋㅎ]

[-글작성자: 과대포장사절]

죠셉(과대포장사절)이 두툼한 승모근을 꿈틀거리며 글을 남기자, 수많은 유저들이 과대포장사절을 욕하며 대동단결하기 시작했다.

┗이새기 또 기어나왔누? 김철수가 거품이면 너는 거봉이냐?

┗이걸 드립이라고 쳐달고있냐 ㅉㅉ;;

┗아 죽고 싶다, 웃어버렸어.

[과대포장사절은 언제 뒤지죠?]

[열폭종자새기 어머니는 잘 계시고?]

[저새기 관종임. 먹이주지 맙시다.]

죠셉은 후후- 웃었다.

그가 김철수를 조롱하는 글을 올리자 사람들은 오히려 김철수를 두둔하며 단결하기 시작했으니까.

[김철수의 플레이가 훌륭한 101가지 이유.]

[SSS급 한국 유일의 스트리머가 아무도 보여줄 수 없는 콘텐츠를 제공해 주고 있는 건에 대하여.]

오늘도 김철수의 플레이는 신격화되기 시작했고 죠셉은 상당히 기뻐했다.

'응?'

[이 타이밍에 암살시도 실화냐?]

김철수의 1인칭 화면 속.

겨우 클리어를 마치고 밖으로 이동한 김철수의 시야에 누군가가 잡혔다.

노란 머리카락에 푸른 눈을 지닌 한 암살자였다.

[ㅁㅊ? 김철수 찔렸는데? ㅅㅂ 이건 진짜 위험한 거 같다.]

[저 미제 앞잡이는 누구냐?]

┗앞잡이 아니고 미제 그 자체.

[이건 외교 문제다 ㅅㅂ 저기서 김철수를 찌른다고? 돌은 년인가?]

┗서양누나 ㅋㅋㄹㅃㅃ♡

어벤저스 군단의 암살자, 각성명 검은 나비 케일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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