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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135화 (135/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135화

왕유미는 방송을 진행하는 한편, 실시간으로 봉킹의 방송도 모니터링했다.

봉킹의 방송을 살피던 왕유미는 저도 모르게 하아- 하고 달뜬 숨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아…….'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아름다와."

왕유미는 홀린 듯이 계속 중얼거렸다.

무의식 중에도 그녀는 음소거 모드를 사용하여 음성이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프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건 마치 세계의 완성."

그녀의 머릿속에서 아름다운 영상이 자꾸만 스쳐 지나갔다.

"도도한 잿빛과 정열의 붉음이 손을 마주 잡았다. 보라, 새로운 세계가 열렸도다."

츄릅,

왕유미는 입가의 침을 닦아냈다.

"아름다움과 아름다움이 더해져 아름다움이 되었으니, 초슈퍼 울트라 아름다움이도다."

시기는 알 수 없으나 언젠가 차진혁의 얼굴이 알려지게 될 것이다.

그날, 오늘의 이 감동적인 명화(?)는 재평가될 것이 분명했다.

그때를 위해 오늘의 영상을 완벽하게 저장해놓기로 했다.

"단순히 외모의 아름다움이 아니야. 이것은 곧 존재의 아름다움!"

한편, 차진혁과 손을 잡은 정령왕 알키나스는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불사조의 간까지?'

끽해야 100레벨 초반대의 저레벨 –정령왕 기준에서 저레벨- 플레이어일 텐데.

어떻게 불사조의 심장과 간, 거기에 네비디아의 불꽃까지 섭취할 수 있었단 말인가.

그가 물었다.

"불사조의 심장, 간, 네비디아의 불꽃. 이 모든 것을 어떻게 구한 것이냐?"

그의 상식으로 이 레벨대의 플레이어는 절대 구할 수 없다.

하나는 어찌어찌 구한다고 해도, 세 가지를 다 구하는 건 말도 안 된다.

"혹시 너는 시스템에 직접 참여 중인 트리니티 중 한 명인가?"

"아니. 나는 그냥 평범한 플레이어다."

알키나스는 다시 한번 인상을 찡그렸다.

정령은 정신체에 가까운 존재.

손을 잡고 있는 지금 차진혁의 현재 정신상태를 비교적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었다.

'진짜로 평범하다고 생각하고 있잖아?'

그런데 그게 묘하게 뒤틀려 있는 기분이었다.

차진혁의 정신세계가 보내오는 수많은 감각들을 인간의 언어로 정리하면 대략 이러했다.

[각 분야 세계 1등과 비교하면 난 그 분야는 한국 1등 수준이어서 그냥 평범한 수준이지.]

그런데 평범한 플레이어가 어떻게 불사조의 심장을 저따위 방식으로 먹고도 살아남을 수 있었겠는가.

최소한 평범의 범주는 한참 벗어나 있었다.

"네 레벨대에 이게 가능하려면……."

딱 한 가지 가능한 경우가 있다.

"후원을 받는 수밖에는 없다."

"정확해."

"그러나 그…… 뭐라고?"

"후원받았어."

알키나스는 믿을 수 없었다.

"네가 후원을 어찌 받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냐?"

차진혁이야말로 알키나스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스트리머니까 후원받는 게 당연하지. 미션 클리어해서 받았다."

"……네가 스트리머라고?"

알키나스는 자신이 이곳에 나타났을 때 수많은 인간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성을 잃었을 뿐 눈까지 멀었던 건 아니었으니까.

그때 비교적 몸이 단단했던 놈(최강벽)도 순식간에 불타 죽었다.

그런데 어떻게 스트리머의 몸으로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왜? 내가 스트리머처럼 안 보인다는 거냐?"

"그럼 네가 스트리머처럼 보이겠는가?"

차진혁은 약간 불쾌해졌다.

나름대로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했는데 정령왕 기준에서는 여전히 많이 부족한 모양이었다.

'아니. 불쾌하게 생각하면 발전이 없어.'

이 모멸과 수치심을 원동력 삼아서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았다.

"더 노력하지. 스트리머처럼 보일 수 있도록."

"……."

손을 잡고 있는데도 차진혁의 정신상태를 온전히 이해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인간보다 훨씬 고차원적인 어떤 상위의 존재를 만나고 있는 느낌이었다.

알키나스는 상식 차원에서 차진혁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그만두었다.

"어쨌든 너는 불가사의한 방식으로, 아니, 불가능한 방식으로 불사조의 심장을 먹어치웠다. 내 생각이 맞다면 너는 정령왕의 그릇으로서 자격이 충분하다."

알키나스의 몸으로부터 붉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마치 도화선을 타고 불이 옮겨붙듯, 붉은 불꽃이 어깨를 타고, 손목을 타고, 손을 넘어 차진혁의 몸을 집어삼켰다.

"정령왕의 불을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

"……."

"나, 정령왕 알키나스는 그대에게 계약을 제안한다. 나의 그릇이 되어다오. 내가 네게 무엇이든 불태울 수 있는 힘을 선물하겠다."

정령왕의 힘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정령왕의 그릇'은 매우 희귀했다.

"거절한다."

"……뭐?"

차진혁이 맞잡았던 손을 떼어냈다.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나 정령술사 아니고 스트리머라니까."

* * *

트리니티에 속한 VIP들에게 주어지는 가장 큰 특권은 직접 플레이에 관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플레이어가 아니면서 플레이어처럼 활동할 수 있는 것.

그것은 모든 VIP들이 원하는 특혜였다.

그건 정령왕 또한 비슷했다.

"너는 모르겠지만 정령왕은 세계 간 이동에 제약이 아주 많다. 큰 힘에는 큰 책무가 따르기 마련이니까."

"제약?"

"나는 존재만으로도 너무 큰 정령력을 소모하거든. 정령계가 아니면 내 존재를 감당할 수 있는 정령력이 있는 곳을 발견하기 어렵다."

정령왕들 또한 트리니티와 마찬가지로 플레이에 직접 참여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컸다.

그러나 이런저런 제약들이 너무 많아서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했다.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정령왕의 그릇'이었다.

정령왕의 힘을 온전히 받아들여 줄 수 있는 신체와 정신력을 가진 그릇.

정말 드물지만 한 번씩 발견이 되곤 한다.

그릇과 정식으로 계약하여 그 몸에 깃들게 되면 합법적으로 세계를 유랑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까, 트리니티 클럽의 VIP들처럼 자유로이 시스템 세계를 활보하고 싶다?"

"그렇다."

"싫다."

차진혁은 단박에 거절했다.

"왜?"

"말했잖아. 난 스트리머라니까? 스트리머가 정령 부리는 건 영 이상하잖아."

네가 내 불꽃에서 살아남은 건 안 이상하고?

애초에 네 정도의 정령친화력이 있으면 정령술사라고 봐도 무방한 거 아닌가?

반박하고 싶은 것들투성이였다.

"스트리머는 방송에 집중해야지. 딱 봐도 스트리머처럼 보일 수 있도록. 나는 네게 크게 자극받은 상태거든."

"……."

단순히 '스트리머라서' 정령왕의 제안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었다.

'정령왕과 계약하면 제약들이 너무 많아진다.'

정령력이 너무 강해져서 다른 능력 성장에 방해를 받는다.

말하자면 다른 능력들을 모두 불태워버린다.

스트리머로서 성장하는 데 분명 방해가 될 것이었다.

'내 취향의 힘도 아니고.'

아무리 멋있고 강한 힘이라도 취향이 아니면 의미 없다.

'강해지기야 하겠지.'

그러나 저 능력은 최소 레벨 200대 이상에서나 제대로 다룰 수 있다.

삼키지도 못하는 걸 삼켰다가는 부작용이 산더미처럼 발생하게 될 것이 뻔했다.

여러모로 살펴봤을 때 정령왕과 계약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컸다.

"무엇보다 아직 나는 정령왕의 힘에 어울리지 않아."

정령왕의 힘마저 자유롭게 다룰 수 있을 정도의 경지에 올랐다면 모를까.

정령왕의 힘에 영향받지 않는 수준의 뛰어난 스트리머가 되었다면 모를까.

정령왕과의 계약은 시기상조였다.

그런데 그때, 엘리네스가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냐! 냐!"

엘리네스가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그러며는 엘리가 게약할래. 나눈 아직 어린이니깐!"

* * *

정령왕은 좀 부담스럽다.

그런데 정령왕의 딸이라면?

'얘도 잘 키우면 언젠가 정령왕이 되겠지?'

마치 아직 긁지 않은 복권 같은 개념이었다.

정령왕은 대대로 이어진다고 했다.

당첨확률 100프로짜리 복권이었다.

'지금 내가 다루기도 훨씬 편할 테고.'

알키나스도 엘리네스의 생각이 꽤 마음에 든 것 같았다.

꽤 애틋하고 장한 눈으로 엘리네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기는 이루지 못한 소원. 딸만큼은 이루어주고 싶은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나는 누리지 못하는 행복이지만 딸은 누리길 바라는 아빠의 마음.

그 마음이 어찌나 강렬한지 레벨 차이가 까마득하게 나는 알키나스의 속마음이 얼핏 보였다.

[……#내가 안 된다면 #내 딸이라도 #우리 딸의 미래를 위……]

정령왕도 제 자식 앞에서는 한 명의 아버지일 뿐인 듯했다.

엘리네스의 상태는 정확히 보였다.

[……#할래! 계약! #오빠_찜콩 #내꼬 #러브스타그램♡♥♡♥]

……뭔가 상태가 영 좋지 않은데?

어쨌든 둘 다 나를 원하는 건 틀림없었다.

아무래도 내가 꽤 정령술사에 소질 있는 편인가 보다.

취향에 맞았더라면 열심히 해봤을 텐데 서로에게 조금 아쉬운 상황이기는 하네.

"엘리네스와의 계약이라면 받아들이지. 단, 조건이 하나 있다."

"조건?"

알키나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어쩐지 나만 호구 잡히는 기분이라 조금 불쾌하군."

"기분 탓이다. 오랫동안 권좌에 앉아있으면 사소한 것도 권위에 대한 도전처럼 느껴지는 법이지."

"……."

"설령 호구 잡히면 어떤가? 나는 네 딸을 구해주었다."

"그래서 딸과의 계약을 허락했다."

"내가 해달라고 한 적 없다. 엘리가 해달라고 했지."

나는 엘리 쪽으로 시선을 옮겨 되물었다.

"그렇지, 엘리?"

"녜!"

맞는 말만 하고 있는데 알키나스가 왜 저렇게 서운한 표정을 짓는지 모르겠네.

누가 보면 내가 얘 납치하는 줄 알겠다.

"어려운 건 아냐. 열꽃을 좀 구해주면 좋겠는데."

던전 '신세계'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받게 된 퀘스트가 바로 열꽃을 구해달라는 퀘스트였다.

원래는 불타는 요새에서 얻었어야 했는데 갑작스레 시나리오를 진행하게 되면서 얻지 못하게 됐다.

"아주 쉬운 조건이군. 그런데 열꽃은 왜?"

"기본을 지켜야 해서."

전혀 몰랐던 시나리오가 진행되었다고 해서, 신세계의 내용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해서, 그래도 클리어의 본질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원래 하려고 했던 건 해야 한다.

내가 한 건 사실 변칙적이고 이례적인 플레이였으니, 기본적인 플레이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정신머리가 제법 똑바로 박힌 놈이군."

알키나스가 손에서 꽃 한 송이를 피워올렸다.

보라색으로 활활 타오르는 꽃이었다.

"받아라, 열꽃이다."

"……."

나는 열꽃을 달라고 했는데,

──────────

[신비로운 열꽃]

──────────

신비로운 열꽃을 내주었다.

정령왕 기준에서는 이게 평범한 열꽃인가보다.

나참 기준 한 번 특이하네.

"이걸 받아들기 위해서는 특별히 제작된 화병이 필요하다. 평범한 인간의 육신으로는 잡을 수 없어."

"이거면 되나?"

서문 경비병이 내게 건네주었던 화병을 꺼냈다.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임시방편은 되겠군."

알키나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신비로운 열꽃'이 두둥실 떠올라 화병에 담겼다.

막강한 화기가 느껴졌으나 몸에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불사조의 심장을 정말 제대로 섭취한 모양이었다.

엘리네스가 내 앞에 섰다.

"엘리랑 게약해여. 헤헤. 엘리는 착한 어린이."

"그래."

엘리네스가 조막만 한 두 손을 내밀었다.

어서 잡으라는 눈빛에 나는 그 손을 맞잡았다.

"찜콩."

계약언어가 조금 이상했다.

[정령왕의 딸, '엘리네스'와의 계약이 성립되었습니다.]

[스킬, '정령 소환술'이 활성화되었습니다.]

[피소환 개체의 요청으로 인하여 스킬 '정령 소환술'의 명칭이 '귀여운 엘리 나타나라 얍!'으로 변경됩니다.]

[스킬, '귀여운 엘리 나타나라 얍!'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찜콩해떠여.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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