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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122화 (122/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122화

[히든 피스, '이식된 정령문을 막아다오'가 활성화되었습니다.]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스트리머라면 이런 콘텐츠를 발굴해 내기 위해 힘써야 한다.

남들은 해내지 못하는, 오로지 나만이 진행할 수 있는 독보적인 이야기.

그런데 갑자기 알림이 들려왔다.

[히든피스, '발자취를 좇는 자들에게 추월당하다'가 만족되었습니다.]

갑자기 또 히든 피스?

이건 뭐야?

* * *

* * *

"갑자기 이게 무슨 알림인지 모르겠네요?"

지금의 내게는 정보가 없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추월당하다'라는 어감이 그리 좋은 건 아니었다.

게다가 만족 '하였습니다'도 아니고, '시켰습니다'도 아니고, '되었습니다'라니?

이거 뭔가 기분이 별로네.

[중계자, '킹갓제네럴유미'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하였습니다.]

오늘따라 왕유미의 개입이 잦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왠지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바로 확인해 봤다.

왕유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봉킹TV를 비롯한 랭커들이 김철수TV 공략대로 진행하다가, 먼저 2층 진입했어요. 건방지죠?"]

나보다 빨리 2층에 진입했다고?

솔직히 뭐 크게 자존심 상하는 건 아니었다.

어차피 불타는 요새 2층까지는 꽤 많은 플레이어들이 진입했었으니까.

그건 그리 문제될 게 아니기는 했는데, 왕유미가 교묘한 타이밍을 두고 말을 이었다.

["검왕 이현성 님의 활약이 대단하더라구요."]

검왕?

갑자기 기분이 나빠지네.

검왕은 누가 검왕이라는 건지 모르겠다.

'흥분하지 말자.'

나는 이제 검왕이 아니다.

나는 이제 스트리머다.

검왕이라는 호칭을 저 파렴치한 놈이 가져갔다고 해도 딱히 상관없는 일이다.

나는 스트리머답게 피식 웃으며 여유로이 방송을 진행했다.

"어디 사는 누군가가 저보다 빠르게 진행하는 걸 컨셉으로 잡은 모양이네요."

나는 굳이 엘튜브를 확인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빠른 클리어도 좋은 콘텐츠죠."

경쟁하는 콘텐츠는 늘 수요가 있는 편이니까.

그렇지만 지금 내가 진행하는 콘텐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저보다 늦게 진입했는데 저보다 빨리 2층에 올라갔다는 건, 이 소중한 히든피스를 놓쳤다는 뜻일 겁니다. 저는 히든 피스를 진행하며 차근차근 가보겠습니다."

오히려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경쟁 또한 분명 수요가 있기는 하지만 콘텐츠가 가지는 본질적인 힘 자체가 다르다.

나와 경쟁하는 콘텐츠는 누구나 진행할 수 있지만 지금 저기, 내 눈앞에 불꽃이 일렁이는 저 작은 문을 피워올리는 건 나밖에 할 수 없다.

위기감이 안 느껴졌다.

나는 계속해서 성장 중인 거 같다.

"불의 고리처럼 생겼습니다. 주변이 상당히 뜨거워졌는데요."

──────────

[이식된 정령문]

──────────

"푸른 불의 이프리트가 자신을 제물로 하여 만들어낸 정령문입니다. 아마도 정령계와 연결이 되어 있는 설정 같은데요."

나는 그 게이트 앞에 섰다.

"초월번역을 통해 이프리트의 마음을 읽어낸 상태입니다."

봉킹TV의 봉킹이나 검왕 이현성이라도 이런 건 진행 못 한다.

단독 심층 인터뷰와 초월번역의 힘으로 알아낸 정보니까.

"정령들은 제게 구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이곳의 정령들은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소환되었고 이곳, 불타는 요새에 감금되었다.

"아마도 아까 광야에서 보았던 [존프릭]이라는 자와 관련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네요."

불타는 요새는 존프릭의 '정령 실험장'이었다.

'신세계'에 정말 많이 들어왔었는데 이런 설정이 숨겨져 있을 줄이야.

'그럼 그 당시의 한세린이 파악하지 못했던 걸 내가 파악한 거네?'

과거의 내 자신을 뛰어넘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서 들어왔는데, 오히려 다른 걸 증명해 버렸다.

물론 길잡이의 능력으로 한세린을 뛰어넘었다고 보기에는 애매하지만 어쨌든 결과론적으로는 그렇게 되었다.

한세린한테 자랑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기분은 점점 더 좋아졌다.

"존프릭이 억지로 열어놓은 인위적인 정령문. 그것이 저 이식된 정령문이고, 저곳을 통해 정령들을 불러오는 것 같습니다. 푸른불의 이프리트는 제게 저것을 막아달라 부탁했습니다. 이제부터 이걸 막아보겠습니다."

[도움 주신 분, '돈벼락'이 '정령열'을 경고합니다.]

[도움 주신 분, '돈쭐'이 '열상'을 경고합니다.]

나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불의 정령에게 공격당하면 드문 확률로 '정령열'에 의한 후유증을 앓게 된다.

실제 불은 아닌데 정신이 불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거 진짜 괴롭기는 한데.'

다행인 건 그 불을 극복하기만 하면 어쨌든 내성이 생긴다는 거다.

참고로 나는 내성을 갖고 있다.

회귀하면서 없어졌으려나?

그래도 정신에 작용하는 거니까 내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

없으면 이 기회에 내성 만들어야지 뭐.

"다행히 저한테는 시나리오 아이템이 있습니다."

마그마를 견뎌내는 용암목으로 만들어진 팔.

겉보기로는 조금 흉측하기는 했지만 아무튼 쓰임새가 좋은 이 나무팔을 장착했다.

"이 정령문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그렇다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이 팔로 봉쇄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크기도 딱 맞네요."

나는 용암목팔을 쑥- 밀어넣었다.

"어, 뜨거워라."

구멍 안에 팔을 밀어 넣자 직감할 수 있었다.

'뭐야? 나 내성 있네?'

정령열에 대한 내성은 이미 가지고 있다.

역시 정신에 각인되는 거라 그런지 효과는 확실했다.

"이렇게 막아놓고 있으면 점점 봉인이 되어가는 거 같습니다."

한참을 버티고 있자 1층 안에 가득했던 불이 점점 사그라들고 있었다.

"팔이 녹아버리는 느낌이 들기는 하네요."

드물게 고통스러웠다.

대략 15분 정도, 구멍을 막자 결국 알림이 들려왔다.

['이식된 정령문'을 봉인하는 데에 성공하였습니다.]

[히든 피스, '이식된 정령문을 막아다오'가 클리어되었습니다.]

"어쨌든 해냈습니다."

[클리어 보상, '정령석의 파편'이 주어집니다.]

[클리어 보상, '최후의 불꽃'이 주어집니다.]

왕유미는 흥분했다.

"전 세계 최초! 최초! 최최초! 정령문 봉쇄 퀘스트를 성공시켰네요! 수많은 사람들이 도전했고, 지금도 도전하고 있는 이 신세계에 이런 스토리가 숨겨져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그런데 저 정령문에 대해 잘 알고 계신 시청자가 계신가요?"

'김잘알TV'에는 지구 서버의 시청자들만 접속한 게 아니었다.

타 서버의 시청자들이 1/3 이상 되었는데, 그들이 정령문에 대한 정보를 전해주었다.

타 서버의 시청자들의 언어는 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번역되고, 해당 서버에 맞게 재해석되어 표현되었다.

-불타는맨이야: 일반적인 정신을 가진 사람은 손을 대는 순간 정령열에 타죽음. 몸은 멀쩡한데 정신이 타죽는다는 말임.

왕유미는 해당 내용을 곧바로 고정했다.

┗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네 ㅉㅉ

┗ 정령열은 물리열 이후에 두 번째로 작용함.

┗ 정령열에 당하기 전에 몸이 먼저 타죽음. 그게 정상임.

┗ 인위적으로 생성된 억지 게이트여도, 레벨 150 이하는 닿자마자 사망하는 게 정설.

왕유미가 오른 주먹으로 왼 손바닥을 탁! 내리쳤다.

"아! 150레벨 이하는 닿자마자 사망하는 게 정설인데 김철수는 그냥 버텨냈다는 거네요? 물론 시나리오 아이템의 도움이 있기는 했지만요! 보통 저런 게 가능한가요?"

-불타는맨이야 : 불가능.

-볼빨간산사춘 : 저걸 저렇게 버텨내는 건 정신적으로 하자가 있는 게 분명함! 정상인은 저렇게 버텨낼 수 없음!

한마갤.

이제는 마이너 갤러리가 아니라 정식 갤러리로 승격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기는 했지만 아무튼 아직은 마이너 갤러리인 '한국맵 마이너 갤러리'에도 비슷한 내용이 도배되었다.

['신세계'의 생체실험 시나리오는 전 우주적으로 단 두 번 진행되었습니다.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만큼 희귀한 진행입니다. 용암목을 활용하여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정령문을 봉쇄하는 것은 맞습니다. 근데 저걸 저렇게 클리어하라고 만든 게 아닙니다. 본래는…… 하여…… 해서…… 와 같은 방식으로 봉쇄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플레이에 정답은 없지만, 앞선 두 번의 플레이는 그렇게 해서 정령문을 막는 데 성공했습니다. 두 플레이어 모두 여기까지 오는데 대략 6번 죽음을 맞이했죠.]

[- 글작성자 :백과사전]

사람들은 한 가지 내용에 집중했다.

[근데 저걸 저렇게 클리어하라고 만든 게 아닙니다.]

┗ 저렇게 클리어하라고 만든 게 아니랰ㅋㅋㅋㅋㅋㅋ

┗ 개발자 복창 터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눜ㅋㅋㅋ

┗ 응, 고인물은 그딴 거 신경 안 써.

┗ 한국인은 개발자의 의도를 찢어요.

┗ 한국인?ㄴㄴ 김철수? ㅇㅇ

이런 내용들은 곧, 김철수가 개발자를 찢었다는 내용으로 와전되었다.

왕유미는 이 모든 현상들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치열맨 이미지도 아주 좋은데, 거기에 개발자를 찢는 고인물 캐릭터도 추가되고 있어.'

그녀는 한 가지 포인트에 더 집중했다.

'근데 본인은 몰라!'

왕유미는 저도 모르게 달뜬 신음성을 내뱉으며 자신의 몸을 감싸안았다.

왕유미의 입장에서, 김철수의 캐릭터는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김철수가 회복을 취하는 사이, 왕유미 또한 방송을 잠깐 멈췄다.

곧장 죠셉과 대화를 나눴다.

"그냥 본인은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냥 그랬을 뿐이야. 근데 개발자를 찢었어. 귀엽지 않아요?"

"귀엽지는 않지만,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군."

"얼마나 귀여운데 이걸 모를까? 스타메이커 맞아요?"

"……."

"이 고결한 귀여움을 이해하지 못한다니, 실망이네요."

"알아보도록 노력하지."

"아무튼 요 캐릭터도 가져가면 좋을 거 같아요."

왕유미는 약간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이었다.

"김철수 유니버스. 줄여서 철수버스로 할게요."

"철수버스?"

"네, 김철수는 모르는데 김철수가 최고인 세계관을 뜻하는 말이죠. 이 자체를 김철수의 캐릭터로 쓰죠."

"철수버스라."

스타메이커라 자부했던 죠셉은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미에게 많은 것을 배우는군."

"여론작업 진행해 줘요."

몇 시간이 지나 김철수가 방송을 다시 재개했다.

팔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꽤 많이 걸렸다.

"팔이 거의 녹았네요."

어쩐지 진짜 아프더라.

"힐러가 있었으면 편했을 텐데, 그랬다면 솔로잉의 낭만이 없었겠죠?"

이런 낭만이 있기에 솔로잉은 솔로잉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불길은 다 잡혔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생성되어 있습니다. 올라가 볼게요."

[필드, '불타는 요새 2층'에 진입합니다.]

[히든피스, '발자취를 좇는 자들에게 추월당하다'가 만족 된 상태입니다.]

불타는 요새 2층은 대체적으로 1층과 비슷한 형태였다.

정령문을 닫아서인지 불꽃이 많이 사그라들었는데 대신, 검은 연기가 가득 차 있었다.

"숨쉬기가 조금 곤란합니다. 호흡을 아껴야 할 거 같습니다."

검은 연기 사이로, 드문드문 정보가 잡혔다.

[LV111/이그리트/스킬]

원래는 저놈과도 혈전을 벌여야 한다.

이그리트는 이프리트의 더 상위급 정령이다.

이프리트에 비해 몸집이 훨씬 작고 날랜 녀석.

전체적으로 작은 도마뱀 형상을 하고 있지만 파괴력은 이프리트보다 훨씬 강하다.

참고로 나는 얘한테 7번쯤 죽었었다.

"1층에서 획득한 정령석의 파편을 이용하면 불의 지성체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합니다. 다행히 저는 대화를 더 용이하게 나눌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킬들이 있으니까 함께 사용해 보겠습니다."

단독 심층 인터뷰와 초월 번역을 함께 사용하기로 했다.

이쯤 되니 이 시나리오는 스트리머를 위한 시나리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스트리머라는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점점 높아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재밌다.

[스킬, '단독 심층 인터뷰'를 사용합니다.]

[스킬, '초월번역'을 사용합니다.]

연기를 헤치고 이그리트 앞에 다가가 '정령석의 파편'을 깨뜨렸다.

['정령석의 파편'이 부서집니다.]

화악-!

소리와 함께 정령석의 파편에서 형형색색의 불길이 치솟았다가 이내 사라져 버렸다.

"가까이 다가갔는데 적의는 느껴지지 않네요. 게다가 정보도 변했습니다."

──────────

[고뇌에 빠진 불의 정령]

──────────

마물이 아니라 NPC에 가까운 설정으로 변했다.

"일상적인 대화는 힘든 것 같고요."

[……두렵다…… 그자를……멈춰야……해……존……프릭]

"막아야 하는 대상은 역시 존프릭이군요."

[……구해……다오……정령왕의……딸을……]

어, 근데 잠깐만.

정령왕의 딸?

'이게 여기서 시작된 거였어?'

나 왠지 이 시나리오에 대해 알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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