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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121화 (121/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121화

[필드, '불타는 요새'에 진입합니다.]

아 여기는 정말 오랜만이네.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거대한 몽둥이가 나를 내리쳐야 하는데.

'이상하다?'

이곳.

불타는 요새 1층은 타락한 불의 정령 '이프리트'가 활개 치는 곳이다.

입장하는 순간 불타는 몽둥이를 휘둘러야 하는데 그런 공격이 없었다.

'왜!'

그거에 맞아줘야 엘튜브각이 사는데.

나는 몹시 안타까웠으나 내색하지는 않고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 * *

* * *

* * *

"상당히 뜨거운 곳입니다. 곳곳에 불이 타오르고 있네요. 저기 멀리, 악마의 형상을 하고 있는 마물이 보입니다. 이름은 이프리트. 정령계 마물같네요."

[LV99/이프리트/스킬]

나는 또다시 크게 실망할 뻔했다.

'레벨 99라고?'

왜?

'왜 너프됐어?'

솔로잉 모드 때문인가?

아니, 그건 아니었다.

검술가 시절의 나도 솔로잉으로 여기 많이 들어왔었으니까.

'원래 레벨 110 중반인데.'

그래서 나는 이프리트에게 상당히 고전했었다.

이프리트는 검술가와 상성이 무척 뛰어난 마물이다.

정령계열 마물이라서 기본적으로 물리적 충격에 대한 내성이 강한 편인데, 예기(銳器)에 대한 내성은 더더욱 강했다.

놈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날카로운 무기보다는 날이 없는 류의 둔탁한 무기가 훨씬 효율적이었다.

'짜증 나네.'

아마 시나리오 진행 때문에 너프된 거 같은 느낌이기는 한데, 내가 바라던 진행은 아니었다.

의욕이 감퇴하는 느낌이다.

"레벨 99. 마침 저를 발견했군요."

일단 대검 라칸을 꺼내 들었다.

"싸워보겠습니다."

불타는 정령이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얼굴은 검은 황소의 형상을 닮았다.

"불타는 검은 황소가 두 다리로 떠서 날아오는 모양새입니다. 기세가 흉흉하네요."

나는 라칸을 휘둘러서 놈을 베었다.

'으, 이 느낌 별로야.'

분명 베기는 베었는데 찰진 손맛이 안 느껴진다.

공기를 벤 것 같은 느낌에 가까웠다.

내가 베어낸 부분이 연기처럼 흩어지는가 싶더니 다시 모였다.

'확실히 정령류는 나랑 상성이 안 좋네.'

이번에는 놈이 주먹을 휘둘렀다.

후웅!

파공성이 일었다.

'중계결계.'

중계결계를 사용해 이프리트의 주먹을 막아냈고, 이프리트는 당황했는지 연기처럼 사라졌다가 저만치 멀리 모습을 드러냈다.

"워프 비슷하게 이동하는 스킬을 가진 개체네요."

나는 고민해야 했다.

'광야의 미치광이에 비해서 임팩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걔는 진짜 기괴하게 생기기도 했고, 지형지물을 워낙 잘 쓰는 놈이어서 영상미를 뽑아내기에 좋았었다.

근데 얘는 레벨만 더 높지 사실 엘튜브각 뽑기 그렇게 좋은 놈은 아닌 거 같다.

"검이 잘 안 통해서 그렇지 약한 거 같습니다. 약한 놈은 패야죠."

참고로 너프돼서 화난 거 아니다.

"검 말고 다른 걸 들겠습니다."

검술가 시절의 나였다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어떻게 검술가가 검이 아닌 다른 무기를 든단 말인가.

이것만 봐도 나는 굉장히 성숙했고 성장했다.

"룰 브레이커입니다."

룰 브레이커도 엄연히 무구다.

망치 형태의 무구.

예전에도 말했지만 아우툴 서버의 검술가 '조로'도 이 룰브레이커를 사용했었다.

"망치 모양이라서 때리기 좋을 거 같습니다."

아,

나도 제대로 된 이동 스킬이나 신비 같은 거 있으면 좋겠다.

제대로 된 스트리머라면 보법 같은 스킬이 하나쯤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

아무튼 나는 이프리트에게 빠르게 접근했고, 이프리트는 제 손을 입에 넣어 크게 휘파람을 불었다.

휘이익-!

그러자 이곳을 집어삼키고 있는 불길 속에서 작은 일렁임들이 시작되었다.

그 일렁임들로부터 이프리트가 하나하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발이 삐져나오고 있습니다. 혼자서는 힘들 거 같으니 친구들을 부르는 모양이네요."

그 사이, 나는 처음 나타났던 이프리트를 향해 룰 브레이커를 휘둘렀다.

룰 브레이커가 놈의 가슴팍에 닿았다.

파스슷-!

연기가 피어올랐으나 확실히 검보다는 손맛이 있었다.

'느낌은 다른데, 나쁘지 않네.'

좀 물렁한 돈가스 반죽 치는 거 같기도 하고.

정교한 스킬이나 기술은 없지만 그래도 내 기본적인 레벨이 110이 넘는다.

중계결계를 사용해서 놈의 공격들을 막아내는 한편, 망치로 머리를 때렸다.

수차례 공방이 이어진 끝에 나는 놈을 사냥할 수 있었다.

['이프리트'를 처치하였습니다.]

'쉬운데.'

나는 약간의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프리트가 너프되면서 생각보다 너무 약해졌다.

'이러면 긴장감도 없고 치열함도 없잖아.'

이러면 방송각이 안 서는데.

아무래도 밸런스에 문제가 좀 생겼다.

'이 구간은 빨리빨리 스킵해야겠다.'

밸런스를 위해서 신화급 카드 적용을 취소할까도 생각했지만 그건 좋은 선택이 아닌 거 같다.

마물이 너프돼도 이렇게 빡치는데, 시청자들 입장에서 주인공이 너프되면 얼마나 개빡치겠어.

'압도적으로 패버리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으니까.'

불타는 요새 1층 컨셉은 먼치킨으로 가기로 했다.

나는 망치를 휘둘렀다.

"죽어!"

['이프리트'를 처치하였습니다.]

"죽어! 죽어!"

['이프리트'를 처치하였습니다.]

"죽어 버려!"

['이프리트'를 처치하였습니다.]

눈에 보이는 족족 이프리트를 때려잡았다.

빠른 진행과 스킵을 위해서 이런 거지, 화나서 이런 건 절대 아니다.

'응?'

이프리트들이 왜 뒷걸음질을 치고 있냐?

이런 건 또 처음 보네.

차진혁은 크게 실망했다.

'발악이라도 해주든가!'

갑자기 너프돼서 힘도 약해지고, 아무튼 도움이 안 되는 녀석들이었다.

마치 방송이 망해가는 느낌이었다.

뭐라도, 재미있는 연출거리를 찾아야만 했다.

'이쯤이면 됐나?'

차진혁은 이미 알고 있던 정보들을 이제야 깨달은 것처럼 조금씩 풀어냈다.

"아까 용암계곡을 경험했던 입장에서, 이곳의 불은 어딘지 모르게 인위적인 느낌이 납니다. 아, 다른 플레이어들의 공략이 이제 기억났네요."

참고로 불타는 요새 1층은 이미 공략법이 알려진 상태였다.

이프리트를 사냥하다 보면, 어느 순간 조금 특별한 모습의 이프리트가 모습을 드러낸다.

푸른 불길에 휩싸인 이프리트.

능력적인 측면에서 일반적인 이프리트와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푸른 불길의 이프리트를 사냥하다 보면 [불의 감옥을 부수다]라는 스크롤이 드랍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걸 저 앞에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곳에 던져 넣으면 불길이 일부 잡히고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생성된다.

"근데 이 정도 잡았으면 푸른 불길의 이프리트가 나와줘도 될 거 같은데. 왜 안 나오는지 모르겠네요."

'푸른 불길의 이프리트도 안 나오고. 나한테 덤벼줘야 할 이프리트는 자꾸 슬슬 도망치고. 이게 맞냐!'

마물이 도망을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인간에 대한 적개심으로 가득 찬 생명체들이 마물이니까.

아무래도 시나리오를 진행하게 되면서 무언가가 많이 바뀐 모양이었다.

차진혁은 전략을 조금 바꿨다.

"스트리머답게 상황을 풀어보겠습니다."

[스킬, '단독 심층 인터뷰'를 사용합니다.]

슬금슬금 자신에게 멀어지는 인터뷰어를 향해 스킬을 사용했다.

"도망을 친다는 건, 인간에 대한 적개심을 누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능이 있다는 뜻입니다. 의사소통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얘들아 우리, 인터뷰 좀 하자."

중계자의 시야와 단독 심층 인터뷰를 함께 운용해서 사용하니 이프리트의 머리 위에 마력으로 이루어진 글자 하나가 생성되었다.

[على لتي تتيح]

해석할 수 없는 기이한 형상이었다.

지구의 언어였다면 자동으로 해석이 되었을 터.

'차라리 잘 됐다.'

차진혁은 방제를 바꿨다.

[인간을 적대하던 불의 정령이 망치질에 호되게 당한 뒤에야 보여주게 된 놀라운 인터뷰의 내용은?]

'

왜 이 생각을 못했지?'

단순히 때려잡기만 하는 건 너무 단순하다.

스트리머라면 스트리머답게, 마물이랑도 인터뷰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는 오늘도 자신의 성장에 기뻐하며 이프리트에게 다가갔다.

어느새 이프리트는 구석에 몰렸다.

[ذكا الفش]

해석은 할 수 없었지만 겁에 질린 것 같기는 했다.

'단독 심층 인터뷰'를 사용하고 있는 차진혁이 물었다.

"왜 도망가죠?"

흑소를 닮은 이프리트의 눈망울에 억울함과 두려움이 가득 담겼다.

눈동자만 보면 송아지였다.

"지구 최초로 공개하겠습니다."

에건 폴, 보고 있냐?

내가 최초다.

스스로 에건 폴 같은 건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차진혁이 말했다.

"100레벨 스트리머 전용 스킬, '초월번역'입니다."

단순히 사람의 언어를 통역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인터뷰어 혹은 출연자의 진의와 속마음을 헤아려서 해석하는 스킬.

"언어에 담긴 속뜻을 해석해 내는 능력입니다."

[스킬, '단독 심층 인터뷰'를 사용합니다.]

[스킬, '초월번역'을 사용합니다.]

"이쯤 되면 인터뷰에 응할 생각이 있으시겠죠, 이프리트 씨?"

너무 겁먹은 거 같아서 존댓말까지 사용해 줬다.

순간, 이프리트의 머리 위에 글자가 생성되었다.

[……푸른 불을……피워야 하는데……]

와, 마물이랑 인터뷰라니.

지구 최초 공개에 성공한 차진혁은 매우 뿌듯해졌다.

"푸른 불. 그런데 왜 푸른 불을 안 피우고 있죠?"

[……푸른 불을……피워야 하는데……]

초월번역을 통해 언어에 담긴 의미가 차진혁에게 전달되었다.

시간이 흐르면 일정 개체 이상의 이프리트가 불타는 요새 1층에 생성된다.

그리고 또 일정 시간이 흐르면 이프리트의 기운이 모여 푸른 불길의 이프리트가 모습을 드러내는 구조였다.

'아.'

차진혁은 깨달을 수 있었다.

'너무 빨리 죽였구나.'

정령계로 역소환된 이프리트가 정령계에서 불의 축복을 받아 회복한 뒤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설정.

그런데 차진혁의 망치질에 당한 이프리트가 재소환을 거부하면서 푸른 이프리트가 생겨날 만큼의 충분한 기운이 쌓이지 못했다.

'내가 망쳤네?'

이쯤 되자 그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 화나서 팬 거 맞네.'

조금 더 신중한 눈으로 살펴보고 진행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이걸 시청자들한테 말할 수는 없겠지?'

아무리 봐도 고구마 전개였다.

마물을 지나치게 폭행한 나머지 제대로 된 클리어를 진행하지 못했다?

이건 스트리머로서 큰 실책인지라 밝히기가 곤란했다.

초월번역의 사용 시간이 거의 끝나갔다.

[……푸른 불을……피워야 하는데……]

"초월 번역을 통해 알아본 결과, 이 불의 기운이 강해져야 푸른 불의 이프리트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성실하게 인터뷰에 응해주신 인터뷰어에게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차진혁은 인벤토리에서 마그마 열매를 꺼내 들었다.

"이거 먹어요. 몸에 좋은 거니까."

차진혁이 히죽 웃으며 가까이 다가갔다.

봉킹은 꽤 수월하게 불타는 요새 1층에 진입했다.

"오늘 저와 함께하는 팀원들은 정말 어마어마한 실력을 가지고 있네요."

이쯤 되자 방송 컨셉을 좀 바꿔야 할 거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김철수는 1층에서 헤매고 있고.'

혼자서 이프리트를 사냥하고는 있으나 어쩐 일인지 '푸른 불의 이프리트'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어차피 지금 지구 플레이어들 기준으로 2층 이상 클리어는 불가능해.'

2층의 마의 벽이다.

김철수의 친구라 알려진 김평범이 나타나 준다면 모를까, 김평범은 또다시 은거 생활에 들어갔다.

'김철수도 그 사실을 알고 있으니 1층에서 저렇게 분량을 뽑고 있는 거겠지.'

봉킹은 그의 시각으로, 대단히 상식적으로 판단했다.

'이제부터는 우리가 앞서나가야겠어.'

1층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김철수와 달리, 그는 수월하게 2층에 진입하기로 했다.

"푸른 불의 이프리트가 나타났습니다! 아아, 아쉽게도 김철수는 아직 여기까지 도달하지 못했군요. 방제를 좀 바꿔야겠네요."

원래 방제는 이러했다.

['천외천 플레이어' 김철수의 신세계 공략. 과연 '일반인 플레이어'들로 구성해서 따라 할 수 있을까?]

봉킹은 여전히 김철수를 천외천 플레이어로 인정하지만, 적어도 오늘 하루만큼은 김철수를 상대로도 승리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그로 좀 끌어볼까.'

[오늘은 김철수를 이긴 것 같음 ㅋ 별 거 아닌데?ㅋ]

그를 비롯한 그와 함께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은 불타는 요새 2층에 진입했다.

그러자 새로운 알림이 들려왔다.

[히든피스, '외로운 발자국을 추월하다'를 만족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알림은 차진혁에게도 전해졌다.

마그마 열매는 이프리트에게 충분한 양의 '화기(火氣)'를 선물해 주었고, 결국 푸른 불의 이프리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원래는 그냥 때려잡았겠지만.'

방금의 실수로 나는 또 배웠다.

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

내가 시나리오를 진행하면서 불타는 요새 1층의 내용이 바뀌었다.

그렇다면 대응도 조금 달라져야 한다.

'좀 더 읽어내자.'

놈이 너프된 덕분에 오히려 차분하고 수월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중계결계로 놈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중계자의 시야와 단독 심층 인터뷰를 운용하며 놈에게서 정보를 읽어냈다.

'뭔가가 흐릿하게 보이는데.'

뱃속에 뭔가를 감추고 있다.

나는 꽤 오랜 시간 놈을 관찰했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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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된 정령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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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를 숱하게 클리어했었던 나로서도 처음 보는 내용.

초월번역의 쿨타임은 17분이었고, 나는 다시금 초월번역을 사용해서 놈과 대화해 봤다.

[……구해……줘……막아……줘]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단순히 푸른 불의 이프리트를 죽여서 2층으로 가는 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숨겨진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냄새가 난다. 히든피스의 냄새가!'

이제야 방송에 대한 자신감이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조금 안심되는 느낌이다.

"이제부터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를 진행해 보겠습니다. 아마도 최초공개가 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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