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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111화 (111/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111화

'버그 쓰나미'는 수많은 영웅을 탄생시켰다.

미국은 어벤저스 사단을 필두로 하여 수많은 벌레 떼를 격퇴했다.

셀 수조차 없을 만큼 많은 벌레의 사체들이 땅을 뒤덮었다.

-에건 폴, "그 무엇도 우리의 자유를 파괴할 수 없을 것."

사상자 숫자는 대략 10만여 명.

시간이 흐를수록 어벤저스 사단 및 미국의 영웅들은 버그 쓰나미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했고, 하루 사상자가 천 명대로 줄어든 첫 번째 국가였다.

* * *

* * *

중국 또한 효과적으로 버그쓰나미를 막아냈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인민 무력대, 모습을 드러내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강력한 플레이어들을 육성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이름이 인민 무력대였다.

그들은 국가 차원에서 버그 쓰나미에 저항했고, 플레이어들을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배치하여 피해를 최소화했다.

희생된 플레이어의 숫자는 세 나라 중 가장 많았으나 민간인 사상자는 가장 적었다.

현재까지 사상자는 7만여 명.

-인민들의 아버지 원하오, "모두가 하나 되어 슬기롭게 재해를 극복해 나갈 것."

이번 버그 쓰나미를 상대하면서, 국가 주석 원하오의 국민적 지지도는 급등했다.

일부 플레이어들의 강제동원 및 인권유린이 있었다는 지적이 있기는 했지만, 버그 쓰나미를 비교적 효과적으로 막아낸 것은 사실이었다.

다만, 독일의 경우는 비교적 피해가 심한 편이었다.

-인류의 재앙앞에 분열된 EPU.

유럽은 대격변이 시작되자마자 EPU를 창설하여 플레이어 간 화합과 협력을 약속했다.

그러나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이해관계로 얽혀 있어 미국과 중국만큼 재빠른 대응을 하기가 어려웠다.

독일의 플레이어들만으로는 버그 쓰나미를 효과적으로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현재까지 사상자는 14만여 명으로 중국의 무려 두 배에 달했다.

이후, 그들은 나름대로 협력체계를 갖추었고 버그 쓰나미에 대항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나라들이 세 나라에 관심을 갖고 대대적인 보도를 이어갔다.

지금은 은퇴한 '닥겜'은 각종 뉴스를 살펴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말도 안 되는 국뽕들 극혐인데."

이를테면 미국이 놀라고 일본이 경악하며 어쩌고저쩌고.

한국을 무시했던 000이 이제 와서 두 손 모아 빌고 있는 역전의 어쩌고저쩌고.

한국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유럽의 어쩌고저쩌고.

기타 등등.

닥겜은 이런 영상의 제목을 보면 보는 족족 차단을 하곤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하필이면 영상을 올린 사람이 김잘알TV의 킹갓제네럴유미였기 때문이었다.

[재생 카테고리 : 킹갓제네럴국뽕]

[명실공히 세계 최강 미국, 최단시간 일일 사상자 1,000명대에 접어든 그들이 한국에 사정하고 있는 것은?]

그는 멍하니 영상을 살펴봤다.

영상 속, 킹갓제네럴유미의 나래이션이 이어졌다.

-한국은 마치 이 모든 사태를 예견하고 있었던 것처럼, 많은 대비를 해왔습니다. 공성병기 망부석을 필두로 하여 화염계통의 능력자들로 구성된 불사조 기사단, 그리고 개미의 천적들을 다룰 수 있는 각종 능력자들이 이미 일시적으로 연합을 이룬 상태였습니다.

실제로 이들은 버그 쓰나미가 발발하기도 전에 미국에 도착해 있었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들은 스스로를 'K-사단'이라 이름을 밝혔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했다.

저 K가 KOREA의 K이냐.

김철수 KIM의 K이냐.

왕유미는 그것에 관해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들은 모두 김철수의 협력 연합에 소속된 이들로서 어벤저스 사단 및 미국의 영웅들과 함께 효과적으로 버그 쓰나미를 상대했습니다.

이어서 미국인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대략 한국 플레이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렇게 효율적으로 방어해 내지 못했을 거다, 감사하다는 내용이 담긴 인터뷰였다.

-이후, 중국에서도 K-사단에 협력을 요청하였습니다. 그건 독일 또한 마찬가지였고요. 계속해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자랑스러운 K-사단의 영상을 헌정하며 이번 영상을 마칠게요.

영상을 모두 살펴본 닥겜은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다가 몇 번이나 해당 영상을 살펴봤다.

그의 마음속에서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들끓어 올랐다.

'나도…… 이런 영상, 만들고 싶다.'

그는 직접 플레이가 두려워 도망쳤었다.

그런데 K-사단의 영웅들이 세계 각지에서 활약하고 칭송받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불타올랐다.

모두가 김철수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그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한때 열렬한 질투의 대상이었던 김철수는 어느새 그의 마음속 우상이 되어 있었다.

'내가 김철수나 김철수를 따르는 플레이어들처럼 할 수 없겠지.'

그러나 그의 눈에는 보였다.

K-사단의 모습이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멋있게 연출될 수 있는지.

자랑스러운 한국의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하면 더 돋보이게 만들 수 있는지.

수많은 샷건을 쳐내며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는 대중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것 같았다.

'김철수, 그분은 신이다!'

한동안 폐인처럼 지내던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킹갓제네럴유미에게 메일을 보냈다.

[안녕하십니까, 편집자 모집공고 보고 지원합니다.]

전 인류의 재앙처럼 보였던 수많은 벌레떼.

버그 쓰나미는 세계 각지에서 모습을 드러낸 영웅들과 K-사단의 활약에 힘입어 점차 잦아들었다.

인류는 공포에서 벗어나 희망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였다.

신 시나리오 '벌레를 삼키는 자'는 이제 시작이었다.

사람들은 '벌레를 삼키는 자'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크아아악."

"으아악."

버그 쓰나미 때에는 수많은 곤충류 마물이 인류를 덮쳤다면, 이제는 한 종류의 마물들이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미국 태평양 연안이었다.

-신 시나리오, '벌레를 삼키는 자'는 팔적목 개미를 의미했던 것.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피해.

-버그쓰나미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강력한 개미 떼가 모습을 드러내다.

슈퍼 컴퓨터가 경고했다.

이 개미 떼는 인류를 멸망시키고도 남을 재앙이라고.

'벌레를 삼키는 자'는 인류의 종말을 알리는 재해였다.

미국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팔적목 개미들이 아메리카 대륙 쪽이 아니라 태평양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각 맵에 시스템 알림도 이어졌다.

[서버급 신 시나리오가 시작되었습니다.]

['개미여왕의 전언'이 전달됩니다.]

플레이어로 각성한 모든 자에게 전해지는 알림이었다.

그와 동시에 플레이어들의 인벤토리에 '전언서'가 전달되었다.

[미개한 인간들은 보아라.]

전언서를 확인하자 전언서로부터 홀로그램이 하나 생성되었다.

인간의 형상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개미여왕의 모습이었다.

"나는 빛이 닿는 모든 곳을 지배할 것이다."

……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이 개미여왕의 선전포고가 담겨 있었다.

그들의 일차적 목적지는 한국맵이었다.

팔적목 개미 떼는 이미 날개를 펼치고 태평양을 건너고 있었다.

"맘껏 발버둥 치고 저항해 보아라. 그래야 나도 즐거울 테니. 기억하여라. 나의 이름은 아를로아 P 데미라스. 너희 모두를 무릎 꿇릴 이름이다."

모든 플레이어에게 전달된 내용이다 보니, 개미여왕의 전언은 실시간으로 전 세계의 이슈가 되었다.

-전신병자: 근데 개미여왕 예쁘지 않음?ㅋㅋㅋ 왠지 모르게 섹시한데.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 이들도 있었고.

한국의 멸망이 다가왔다며 사이비 교주들이 득세했다.

공항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고, 국가는 전시 상태에 돌입했다.

-에건 폴, "자유를 지키는 최전선, 한국으로 간다."

-원하오, "중국은 한국을 지키기 위하여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

세계 각지에서 팔적목 개미와 싸우겠다며 영웅들이 몰려들었고, 또 누군가는 한국에서 도망쳤다.

그리고 연희동 사무실, 차진혁이 연합원들을 소집했다.

이례적으로 국정원의 마리아도 함께였다.

"동해부터 막기 시작할 거야. 물론 못 막겠지만."

차진솔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오빠, 우리 괜찮은 거지."

"그냥 싸우면 안 괜찮겠지. 애초에 이 시나리오는 맵 하나 정도는 완전히 날려 버릴 작정 같거든."

지구 플레이어들 전원을 똘똘 뭉치게 하기 위해 맵 하나 정도는 날려 버린다.

시스템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래도 태평양을 건너오면서, 또 일본을 지나치면서 많이 지치긴 할 거야."

"일본에서도 중간에 요격한다고 플레이어들이 집결하고 있대."

"그건 없다고 생각해, 그냥."

차진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차진혁은 이런 위기를 이미 수도 없이 경험했다.

각 국가들이, 각 연합의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훤히 보였다.

"걔들이 우리 향해 날아오는 개미들을 퍽이나 요격하겠다. 시늉이나 좀 하고 말겠지. 괜히 어그로 끌어서 좋을 게 뭐 있겠어? 일본 본토 타격당하는 건 그들로서도 피해야겠지."

차진혁은 한국과 자유를 위해 몸을 불사르겠다던 영웅들도 비슷하게 평가했다.

"걔네들은 자기들 나라에서 안 싸우고 싶은 거야. 어차피 싸워야 한다면 한국에서 싸우는 게 좋겠지."

보다 아름답고 낭만적으로 해석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는 않았으나, 그러기에 차진혁은 너무 많은 경험을 해왔다.

"한국을 구하겠다고 날아온 애들은 여차하면 튈 거야. 걔네는 없다고 생각해야 작전을 진행하는 데 유리할 거야."

서지수가 손을 들고 말했다.

"우리 역량을 총동원해서 어떻게든 여왕을 황금 수호수 근처로 끌어오면 되는 거지."

"아니."

차진혁이 주변을 둘러보고 말했다.

"네가 너희들에게 부탁할 건 군단장급 개미들을 죽여달라는 거야. 규모로 보면 적어도 수백 마리 이상의 군단장급 개미들이 있을 거거든."

차진혁은 군단장 개미의 모습을 캡처해서 보여주었다.

"이놈이야. 이놈을 사냥하면 팔적목 일개미들은 엄청나게 약화될 거야. 그간 미국과 중국, 독일에서 실전 경험 쌓아왔으니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봐."

각국에 플레이어들을 파견했던 건 이런 이유였다.

뭐니 뭐니 해도 실전경험이 최고니까.

"개미여왕은 내가 직접 잡을 거야."

차진혁은 연합원들과 마리아에게 자신의 계획을 공유했다.

이야기를 끝낸 차진혁이 히죽 웃었다.

"살아서 보자, 얘들아."

동해 바닷가 근처의 호텔 옥상에 도착해서 방송을 시작했다.

"저만치 멀리, 수평선 너머로 시꺼먼 것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일본을 거쳐왔는데 그렇게 큰 피해를 입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팔적목 개미 떼가 하늘을 뒤덮었다.

몇 분 뒤면 해안가에 상륙할 거 같다.

"저는 공성병기, 망부석과 함께 듀얼 플레이를 준비 중입니다. 기분이 좀 어때요."

"떠, 떨려요."

"망부석 님은 예전에 저 개미들과 싸워본 적이 있죠."

"네. 있어요."

"그렇다면 더 잘 싸울 수 있겠군요."

"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이거든요. 저들에게는 일정한 움직임 흐름이 있고, 그 흐름을 깨면 쉽게 와해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공성병기' 신유리는 그녀의 무기를 준비했다.

"아이언 돔을 쓸까요."

"그건 방어를 위해 꼭 필요할 때에만 사용하고요. 공격에만 집중할 겁니다. 다만, 마음은 단단히 먹어야 할 겁니다."

"각오하고 있어요. 필사적으로 싸울게요."

"아뇨, 다른 의미로."

나는 인벤토리에서 아이템 하나를 꺼냈다.

수십억을 투자해서 겨우 뽑은 '신화급 카드'.

"최초 공개하겠습니다. 저번에 돈벼락, 돈쭐. 두 분의 도움으로 획득한 신화급 카드입니다."

[도움을 주신 분, '돈벼락'이 뿌듯해합니다.]

[도움을 주신 분, '돈쭐'이 궁금해합니다.]

나는 시청자들이 잘 보이도록 카드의 앞면을 들어 올렸다.

카드 앞면에 이름이 써 있었다.

──────────

[그 길의 정상에 올라선다는 것]

──────────

이름까지만 보여주었다.

한 번에 다 알려주는 것보다 이렇게 조금씩 보여줘야 더 재미있을 테니까.

"망부석, 준비하세요."

신유리의 오른손이 거대한 함포로 변했다.

나는 방송을 이어갔다.

"파괴력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복수의 여신의 권능이 담긴 대포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예전에 보았을 때보다 더 강력해진 것 같습니다."

신유리 주변으로 마력이 밀려들었다.

이미 플레이어들과 팔적목 개미군단과의 전쟁은 시작되었다.

해안가에는 팔적목 개미들의 시체가 쌓여가고, 인간들도 사상자들이 발생하고 있었다.

나는 카드 이름을 읽었다.

"그 길의 정상에 올라선다는 것. 신화급 아이템의 능력을 선보이겠습니다."

내 손에 들려 있던 카드가 두둥실 떠올랐다.

황금빛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가 싶더니 수십 가닥의 빛줄기로 바뀌어 내게 흡수되었다.

이 신화급 카드의 성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지정된 시동어를 읊어야 했다.

"정상에 도달하지 못하여 쓰러지고 무너질 자들이여."

내 몸에서 황금빛 아지랑이가 일렁거렸다.

세상이 황금색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모르긴 몰라도 내 눈동자가 황금색으로 물든 것 같았다.

"정상의 목전에서 절망을 노래하라."

처음 말한 건 진짜 시동어고 두 번째 건 내가 만들었다.

내가 만든 건데 잘 만든 거 같다.

좀 멋있었던 거 같아서 마음에 든다.

"이 신화급 카드의 권능은, 집중 스트리밍 대상 한 명에 한하여 대상의 능력을 완전히 복제해서 가져오는 것입니다."

몇 가지 제약사항이 존재하기는 했다.

대상에 대한 심층관찰이 선행되어 대상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야 하고, 스트리밍 대상(신유리)의 동의도 얻어야 한다.

능력을 복사해올 수는 있지만 그 능력이 내 신체와 적성과 안 맞을 수도 있다.

기껏 복사해 봤자 제대로 사용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신화급의 능력인 만큼 최소 시 단위 이상의 '시나리오'와 연관된 플레이를 진행 중에만 사용이 가능했다.

복잡한 내용이라 딱히 설명은 안 하고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제 오른손에 위대한 힘이 날뛰는 느낌이군요."

누가 그러던데 이런 힘을 흑염룡이라 부른다고.

아무튼 내 오른손에도 신유리의 것과 비슷한 대포가 생성되었다.

이 대포와 내 몸의 상성이 무척 잘 맞는 것처럼 느껴졌다.

올라운더 특성을 갖고 있으니 예상했던 바이기는 했지만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자연스러웠다.

원래부터 내 것이었던 것처럼.

'응?'

그런데 내 대포에서 계속 황금빛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이내 대포가 기계공학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이리저리 분해되었다가 재조립되었다.

트랜스포머인 줄.

근데 아무래도 이거 내가 아는 현상 같다.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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