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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109화 (109/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109화

흑장미 연합의 연합장, 천사소녀 송하영.

검은가시 연합의 연합장, 살모사 곽도형.

둘은 협력하여 얻어낸 정보들을 풀었다.

먼저 이야기를 시작한 건 곽도형이었다.

"관리자와의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

불법적인 거래였다.

어느 곳에나 비리는 있기 마련이었고 검은가시 연합은 이미 몇몇 부패한 관리자들과 커넥션을 만들어 놓았다.

"덕분에 오픈 베타 서비스 종료 시점. 그리고 지구 서버의 정식 오픈과 관련되어 거대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냈지. 이 이벤트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구 서버의 플레이어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바로 강력한 침략자를 불러들여서."

* * *

* * *

다음은 송하영이 받았다.

"그런데 중간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어. 이걸 시나리오라고 부르는데, 모종의 이유로 인하여 시나리오가 꼬여 버렸거든. 그래서 시스템의 자체적인 복구 프로그램이 가동되었대. 여기에는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이 필요해. 수많은 관리자들이 야근을 밥 먹듯이 했고, 지구 서버의 정식 오픈을 기다리는 트리니티 클럽이라는 존재들이 약간 도움을 줬나 봐."

송하영과 곽도형은 기세등등한 눈으로 차진혁을 바라보았다.

무슨 얘기가 나올까 기대하던 차진혁은 약간 실망한 눈치였다.

"그게 끝?"

"뭐?"

"그니까 원래 있던 시나리오 대신, 거대 이벤트가 발생할 거다, 라는 얘기잖아. 근본적으로 지구 플레이어들을 똘똘 뭉치게 할."

차진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먼저 너희가 말한 원래 계획되어 있던 시나리오. 그건 서울시 제4 시나리오인 [경외받는 자]야."

"……."

"……."

"너희 말대로 지구를 침략하는 침략자들이 있고, 지구 플레이어들은 서로 연합하여 그들을 막아내야 했어. 지구 서버에 선제적으로 잠입한 일부 침략자들이 진행하는 게 [경외받는 자.] 막아내는 지구 플레이어들이 진행해야 했던 시나리오가 [무너진 경외]."

송하영과 곽도형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이건 무슨 상황?'

'내가 묻고 싶군.'

고급 정보를 가져왔다고 생각했는데, 차진혁은 이미 그 이상의 구체적인 것들을 알고 있었다.

'지는 기분인데? 뭐 좀 더 말해봐!'

'너야말로 뭐 좀 더 말해봐라!'

넘을 수 없는 벽을 마주한 기분이 들어서 잠시 우울해졌으나 둘의 귀는 이미 차진혁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정보들이 구체화되어 가면서, 그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었다.

그 충족감이 그들에게 황홀한 만족감을 선사했다.

"결국, 인간들이 하나로 똘똘 뭉치게 만들 재앙이 필요한데 나는 그것이 아마도 [개미여왕]과 관련이 있다고 봐."

차진혁은 방송으로 공개하지 않았던 개미여왕과 관련된 녹화본을 동료들에게 보여주었다.

영상 속 개미여왕을 확인한 동료들은 깜짝 놀랐다.

"미, 미친……!"

"저렇게 강한 놈이 있다고?"

각각의 방식으로 놀람과 걱정을 표시하는 가운데, 차진혁이 말을 이었다.

"근데 시스템의 자체적인 복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잖아? 거기에 막대한 인적, 물적 자원이 소비되고 있고."

"그, 그렇다."

"그, 그렇지."

"관리자들이 단순히 개미여왕에게 어떤 설정값을 가해서 우리를 공격하게 만드는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그건 그렇게 큰돈이 들지 않을 거 같거든."

송하영은 이제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다.

오만했던 스스로를 반성하며 배움의 자세로 공손히 물었다.

"왜?"

"게다가 그렇게 간단하고 재미없는 일에 트리니티 VIP들이 후원해 줄 리 없어. 그들은 관리자의 편의를 봐주는 자들이 아냐."

"그, 그럼?"

"본인들의 관심사와 재미가 중요한 집단이지. 그들을 움직이려면 좀 더 재미있는 흥밋거리가 필요해.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곽도형이 여전히 떨떠름한 얼굴로 물었다.

"트, 트리니티에 대해 잘 아는 건가?"

"적어도 한국에서 왕성히 활동하는 두 명은 알지."

"혹시 알려줄 수 있나?"

"청담동의 최갑수 영감님. 그리고 그 먼 친척으로 설정된 재미교포 사업가 미셸장."

곽도형이 눈을 크게 떴다.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한참 동안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 이렇게 고급 정보를 내게 알려줘도 되는 건가?"

"신분을 비밀로 해달라는 얘기는 없었거든. 방송에서 애초에 자기인 걸 엄청 드러내던데?"

"방송에서?"

"못 봤냐? 오른쪽에 [도움을 주신 분] 있잖아. 거기 돈쭐."

"……아!"

곽도형은 충격의 바다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정보력에 있어서만큼은 차진혁을 압도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큰 착각이었다.

'내가 어리석었다.'

아직 너무 부족했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쥔 채 차진혁을 바라보았다.

차진혁이 저만치 높은 곳에 올라서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굴욕적인 패배감이었다.

그러나 무력으로 패배했을 때보다는 훨씬 덜했다.

그때는 절망과 우울을 경험했지만 이번에는 투쟁심이 들끓었다.

'언젠가 반드시 이겨주겠다. 저 재수 없는 천사소녀와 손을 맞잡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뛰어넘겠어. 저 가증스러운 살모사와 협력하게 되더라도!'

결과적으로 화목해졌다.

나는 애들에게 나름의 준비를 부탁했다.

"테이머들을 섭외할 수 있으면 좋아. 개미의 천적을 다루는 테이머면 더 좋겠지. 개미핥기 같은 거. 아니면 식충식물을 다루는 특수계열 플레이어도 좋고."

내 나름대로 세력이 생기니 이런 게 편하기는 했다.

내가 직접 안 찾아다녀도 해줄 사람들이 있다는 거.

"그리고 화염계통의 능력을 다룰 줄 아는 플레이어들을 섭외해놓으면 좋을 거 같고."

하나 더 있다.

혹여나 개미여왕과의 전투가 벌어진다면, 반드시 신유리의 힘이 필요할 거다.

나는 신유리에게 연락했다.

-당연하죠. 비록 지금은 국정원에 몸담고 있지만, 제 마음의 고향은 스승님인걸요.

이미 마리아와 다 얘기된 부분이다.

1년에 세 번.

신유리는 국정원의 명령을 거부하고 나와 함께 움직일 수 있다.

애초에 신유리가 국정원에 소속되는 계약 조건이었다.

-저 열심히 강해지고 있어요. 정말로 개미군단이 나타난다면 전보다 훨씬 도움이 될게요. 약속할게요.

신유리의 목소리가 상당히 밝아져 있었다.

상처를 많이 극복해 낸 모양이라 나도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지금 할 수 있는 준비들은 다 했고.'

신유리와 통화를 마친 나는 몽마, 릴리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갑수 대표님이요? 네, 지금 계세요. 네? 지금 오시겠다고요? 나 아직 화장도 못했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 있어요?"

-연심을 품은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몽마로서 당연한 거 아니에요?

"아직도 포기 안 했어요?"

최근에는 포기한 것 같았었는데 또 이러네.

-저는 당신 때문에 최갑수 대표님께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야 했어요.

"배상금?"

나는 좀 경계했다.

돈 빌려달라 그러면 바로 끊어야지.

-당신을 유혹하는 것에 실패해서 계약금의 열 배를 물어줘야 했어요. 나한텐 그런 돈이 없고, 결국 무보수로 대표님 밑에서 일을 하게 됐죠.

구구절절 말이 길어지는 걸 보니 돈 빌려달라고 할 건가 보다.

아무튼 나는 가겠다는 말은 전했으니 전화를 끊었다.

뚝.

연금술사 공방에 찾아가니 릴리아가 뾰로통한 얼굴로 문 앞에 서 있었다.

"숙녀가 말을 하는데 그렇게 끊는 게 어디 있어요?"

"돈 안 빌려줍니다."

내가 미인계에 한두 번 당하는 줄 아나.

"내가 언제 돈 빌려달래요?"

"아니었어요?"

"나는 그냥……."

릴리아가 약간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굉장한 측은지심을 이끌어낼 수 있을 정도로 처량한 모습이었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힐끗힐끗 릴리아를 쳐다봤다.

"나는 그냥 당신을 연모하게 되었을 뿐인데요. 그래서 여기서 무보수로 일하게 되는 것도 괜찮다고 말하려고 했어요. 그러면 이렇게라도 당신과 만날 수 있으니까."

몇몇은 아예 걸음을 멈추고 릴리아를 넋 놓고 보기도 했다.

릴리아에게 첫눈에 반한 사람들이 꽤 되는 것 같다.

'나한테는 안 통하지.'

세상에서 제일 조심해야 하는 게 미인계다.

칼은 안 무서워도 미인계는 무섭다.

세상을 호령하던 정상급 플레이어들 중 미인계로 훅 간 애들이 한 트럭쯤 된다.

"쓸데없는 수작 말고 안내나 해줘."

"……."

릴리아는 오른손으로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냈다.

그 모습을 보던 나는 가슴이 아플 뻔했다.

아무튼 나는 릴리아와 함께 2층으로 올라가 최갑수 영감님과 만났다.

"영감님. 지구 서버에 막대한 투자하고 계신다면서요?"

"흐흐흐. 그랬지."

"혹시 저랑 관련 있습니까?"

전생에는 이런 게 없었다.

내가 회귀하기 직전까지, 최갑수 영감님은 자신이 트리니티 클럽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밝힌 적도 없다.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움직이지는 않았다는 소리다.

결국 어떤 변수가 개입해서 영감님을 바꿨다는 건데, 그건 아마도 나일 확률이 높았다.

영감님은 순순히 인정했다.

"내가 자네가 아니면 이 재미없는 서버에 왜 투자를 하겠나?"

최갑수 영감님은 딱히 숨기는 게 없는 듯했다.

"아, 그건 그렇고. 자네를 걸고 내기를 하나 했어."

"저를 걸고요?"

"잠시만 기다리게."

영감님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몇 분이 지나기도 전에 누군가가 계단을 통해 올라왔다.

'미셸장?'

미셸장이 가볍게 웃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요점은 이거였다.

내가 레벨 100 이상에서도 지금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겠느냐.

"그러니까, 저 같은 컨셉의 스트리머들이 예로부터 수도 없이 많았으나 레벨 100을 전후해서 모두 도태되었다. 그런데 과연 나는 어떨까? 이게 두 분 내기의 요점이라는 거죠?"

둘이 동시에 대답했다.

"누가 둘이라고 했나?"

"둘이라고 한 적은 없어요."

잘은 모르겠지만 더 많은 시청자들이 관련되어 있는 것 같다.

나를 두고 이런 내기를 했다니.

"두 분은 어디에 걸었는데요?"

"나는 자네가 최소 130까지는 끄떡없다는 쪽에 걸었지."

"나도요."

나는 아주 조금이지만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VIP들이라 그런지 사람 보는 눈이 있다.

"근데 대다수의 꾼들은 자네의 몰락을 점치고 있어. 유구한 역사와 데이터가 말해주고 있거든. 자네의 몰락을 말이야."

약간 자존심이 상하는 말이기는 했지만 또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나 스스로도 계속 걱정하는 부분이기도 했고.

'근데 100레벨 근처는 좀 오버 아니냐?'

그리고 나를 비교적 잘 아는 저 두 사람도 좀 그렇다.

150레벨도 아니고 130레벨로 한계선을 둔 건 좀 섭섭한 일이다.

머리로 생각하면 좋아해야 하는 일이다.

내가 그만큼 내 능력을 잘 감추고 있다는 소리니까.

머리로는 좋은데 가슴으로는 싫었다.

"그래서 말인데요. 두 분이 아주 솔깃할 만한 제안을 좀 해볼까 하는데."

"솔깃하다라?"

"굉장히 자신 있어 보이네요?"

미셸장의 눈이 약간 가늘어졌다.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데 마음이 마냥 편치만은 않았다.

마치 발가벗고 앞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낱낱이 파악당하는 기분.

마음이 불편하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두려운 건 아니었다.

"분명 구미가 당길 겁니다. 장담하죠."

"그렇지 않다면?"

"방송 그만두고 혀를 자르죠."

"으하하하핫! 지금 자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포기하겠다는 건가? 좋지, 좋아. 사내라면 그 정도 배포는 있어야지. 좋아. 어떤 제안인가?"

"제가 두 분 무조건 이기게 해드릴게요."

130?

어이가 없네.

"최소 150레벨까지는 지금의 퍼포먼스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호탕하게 웃던 최갑수 영감님이 웃음을 멈췄다.

"광오한 자신감이로군. 자네 같은 자들을 많이 봐왔어. 그러나 레벨 100 부근에서 모두 고꾸라지더군."

"근거 있는 자신감이기를 바라요. 아무런 근거 없이 입으로만 떠드는 사람들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

두 사람이 무게를 잡으니 상당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제왕의 격이 없었다면 상당히 어지러웠을 거 같다.

"그래서 저는 조금 더 많은 것들을 두 분에게만 보여주려 합니다."

곧바로 초대장을 보냈다.

['최상위 VIP를 위한 비밀 방송'에 입장하시겠습니까? (0/2)]

단 두 명만을 위한 비공개 방송.

일단 이 방송에 초대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사람은 굉장히 흡족해했다.

눈으로 직접 보고 있는데도 굳이 핸드폰을 꺼내 들어 엘튜브를 켰다.

이 상황이 무척 마음에 드는 듯했다.

-돈벼락 : 시작은 좋군.

-돈쭐 : 그럼 진행해 봐요. 뭘 보여주겠다는 건지?

"다만, 이 방송의 내용은 철저히 비공개여야만 합니다. 두 분께서도 비밀을 지켜주시리라 믿습니다."

-돈벼락 : 물론.

-돈쭐 : 약속하죠, 내 명예를 걸고.

"영감님은요?"

-돈벼락 : 약속하고말고. 내 명예와 전 재산을 걸지.

됐다.

비밀 보장은 확실할 거다.

자기만 아는 것에 엄청난 희열을 느낄뿐더러, 트리니티인 저들이 '비밀을 보장하겠다'라고 말해주면 더 확실한 비밀 보장이 약속될 거다.

-돈벼락 : 그건 약속하지.

-돈쭐 : 나도 약속하죠.

나는 방송을 이어갔다.

"먼저 몇몇 영상들을 보시겠습니다."

여수검객으로서의 영상.

김평범으로서의 영상.

그리고 최근 이어진 개미여왕과의 에피소드까지.

"그리고 공개하지 않았던 제 비밀신비, [다중인생]도 공개하겠습니다. 이는 오로지 두 분, 최상위 VIP이자 제 방송의 가장 큰 후원자인 두 분만을 위한 비밀 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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