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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107화 (107/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107화

전 비밀상자.

현 김잘알TV를 운영하고 있는 왕유미의 입이 귀에 걸렸다.

[최초! 실시간 공개, 김철수가 보여주는 최강의 방어신비!]

"과연 최강의 방어신비, 환상검희란 무엇일까요?"

그녀는 중계자의 전용 스킬 중 하나, '원작 지연'을 사용했다.

이 능력은 계약을 맺은 스트리머의 방송 송출을 인위적으로 지연시키는 스킬이었다.

수많은 시청자가 방어신비, '환상검희'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도록 잠시 시간을 벌어준 것이었다.

* * *

* * *

-자 이제 보겠습니다! 최강의 방어신비, 환상검희!

그리고 화면 속 김철수가 환상검희를 사용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예상한 것과는 많이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네모구름: ??? 방어신비???

-바스트콜: ?????

화면 속에 유령 형상의 여인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어디론가 빠르게 날아갔다.

-여름엔검은옷: 뭐지?

-두두두둥: 근데 저 누나 왜 예쁨?

-나는침착하다: 얼굴 가려져 있는데 예쁜 거 실화냐?

모습을 드러낸 환상검희는 살모사 곽도형을 급습했다.

은신해 있던 곽도형은 크게 반항하지 못하고 죽었다.

[오타벅스 님이 10,000 다이아를 후원하였습니다.]

[오타벅스 : 저건 원거리 요격용 방어신비임. 누가 봐도 공격 같지만 아무튼 방어임.]

처음에 '?'가 가득했던 채팅창에는 물음표 대신 'ㅋㅋㅋ'가 창궐하기 시작했다.

-바스트콜: ㅋㅋㅋㅋ 원거리 요격용 방어신빜ㅋㅋㅋ 쌉인정

-아이부: 미친ㅋㅋㅋ 방어신빜ㅋㅋㅋㅋ

-안졸리냐졸려: 치열맨의 방어신빜ㅋㅋㅋ 새로운 개념ㅋㅋㅋㅋㅋ

적이었던 곽도형을 사살한 환상검희는 연기처럼 흩어져 버렸다.

이내 쓰러졌던 곽도형이 몸을 일으켰다.

'원거리 공격능력이 있다는 얘기는 못 들었는데.'

등골에 소름이 끼쳤다.

그는 김철수에 대해 많은 것을 연구했다고 자부했다.

김철수의 능력을 다 파악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숨기고 있는 것이 많은 모양이었다.

"……김철수?"

"레벨은 59, 각성명 살모사. 검은가시 연합의 연합장이자 저를 죽이려던 암살자입니다. 다행히 저는 성공적인 방어를 보여줬습니다. 원거리 방어 신비가 없었다면 위험했을지도 모르겠네요."

해당 상황을 중계하던 왕유미가 적절한 타이밍에 끼어들어 또다시 유행을 선도하기 시작했다.

"치열맨이 실수한 거 같네요. 치열했어야 했는데, 새로운 기술을 선보인다는 생각에 너무 신이 나서 실수해 버린 것 같아요. 별로 치열하지 못했군요."

[*자유로운 의견 남겨주세요 *지나친 비방/욕설은 예고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정치/혐오 관련 표현 자제 부탁드립니다 *지나친 분란 조장 시 블랙리스트 추가됩니다.]

[<고정댓글> 나는치열하다 : 신비 자랑에 신이 난 나머지 컨셉을 잊어버린 나]

┗ 더 이상 치열 못한 치열맨ㅋㅋㅋ

┗ ㅋㅋㅋㅋㅋ모른 척 해주잨ㅋㅋㅋ

┗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짘ㅋㅋㅋ

┗ 아무튼 치열했던 거임ㅋㅋㅋㅋ

┗ 태어나서 본 전투 중 가장 치열했던 전투였다.

시청자들이 자유로이 의견을 나누며 웃고 떠드는 걸 본 왕유미는 히죽 웃었다.

'신비라는 것이 대중에게 크게 익숙한 것도 아닌데…….'

본인만 치열한 줄 아는 치열맨이 큰 웃음을 준 덕분에 시청자들도 '신비'라는 개념을 아주 친숙하고 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 또한 김철수라는 콘텐츠가 가지는 힘이지!'

은근슬쩍 자연스레 몇 가지 정보를 끼워 넣었다.

"제가 알기로 신비도 사람 타거든요. 같은 신비를 가지고 있어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들었어요. 시전자와의 궁합도 있고 해당 신비를 잘 다룰 수 있는 어떤 조건들이 있어요. 암살자계열 상위 랭커를 한 번에 죽인 건, 김철수가 최강의 방어 신비와 최상의 궁합을 이루고 있다는 뜻이겠어요."

그녀는 자연스레 김철수를 신격화시켜 갔고, 김잘알TV의 시청자들은 김철수의 실수를 모른 척하는 것으로 대동단결했다.

그래서 검은가시의 암습 사건은 김철수를 엄청난 곤경에 빠뜨렸던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화랑, 김두환은 이를 악물었다.

자신의 모든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자 자존심이 굉장히 상한 모양이었다.

나는 내 나름대로 진지한 위로를 건네주었다.

"그래도 낭만은 있었다."

얘 공격에는 실용성 이상의 멋짐이 담겨 있으니까.

나는 그것만으로도 리스펙을 보낸다.

"……날 조롱하는 거냐?"

"진심인데."

칭찬인데 왜 열 받아 하지.

겸양 같은 그런 건가.

[……#짙은_패배감 #무력감 #거대한_벽]

아니네, 진심이네.

나랑 싸워서 진 것에 딱히 패배감을 느낄 필요는 없는데.

축구선수가 농구선수한테 농구로 졌다고 패배감 느낄 이유는 없지 않은가.

아무튼 나는 자괴감에 빠진 화랑을 뒤로한 채, 살모사 곽도형의 시체에 가까이 다가갔다.

"죽었는데, 안 죽었네요."

손가락이 까딱거리는 게 보였다.

"부활과 관련된 설정이 걸려 있는 것 같습니다. 중계자의 시야로 샅샅이 살펴보겠습니다. 심층 단독 인터뷰 스킬도 함께요."

나는 얘 능력에 대해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처음 보는 것처럼 연기했다.

내 연기력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으므로 놀라는 연기도 잘 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이럴 수가! 칠종칠금이라는 어마어마한 특성을 가졌군요!"

칠종칠금(七縱七擒).

사전적 의미로는 일곱 번 사로잡아 일곱 번 놓아준다, 라는 뜻.

근데 곽도형의 특성 '칠종칠금'은 보다 특별한 구석이 있었다.

"한 명의 대상에게 7번까지 암살을 시도할 수 있네요. 암살대상을 지정하면 그 대상에게는 죽어도 되살아나는 엄청난 특성이군요."

"……그…… 만."

곽도형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뭐가 그만이라는 건지 모르겠네.

사람이 참 간사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자꾸 중계자의 시야를 의지하게 된다.

[……#그건 내 밑천 #제발_닥쳐 #잔인한 새끼]

생각해 보니 얘 특성과 관련된 것들이 오픈되는 건 먼 미래의 일이었던 거 같기도 했다.

내가 얘 능력을 너무 빨리 오픈시킨 감은 있지만 내 잘못은 아니었다.

얘가 암살자로서 암살자의 플레이를 하고 있듯, 나도 스트리머로서 스트리머의 플레이를 하고 있는 거니까.

"나는 그냥 스트리머로서의 플레이를 하고 있을 뿐인데."

"스트리머로서의 플레이라고?"

[……#스트리머? #온세상 스트리머 다 뒤졌냐 #왜 스트리머가_원샷원킬]

곽도형은 매우 억울한 듯했다.

그렇지만 이내 표정을 숨기고서 내게 말했다.

"부탁이 있다."

"들어줄게."

"뭔지 들어보지도 않고?"

"도합 7번의 기회를 달라는 얘기 아니냐?"

칠종칠금은 단순히 6번 되살아나는 데 의의가 있지 않다.

암살대상을 지정 후 7번의 기회가 주어지지만, 그 모든 기회가 실패하면 암살대상에게 충성을 다해야 한다는 페널티가 붙어 있었다.

'곽도형, 너로 정했다.'

전생에서 곽도형은 내가 아니라 이현성을 암살대상으로 지목했어서 내 자존심을 구겨놨다.

아무리 봐도 내가 더 셌는데 왜 내가 아니라 이현성을 지목했었을까.

시간이 흘러 내가 검술계열의 압도적인 랭킹 1위를 지킬 때에, 이현성이 내게 자존심을 부리던 게 바로 충직한 부하의 유무였다.

"그래서? 너 부하 있냐?"

솔직히 난 부하가 없었다.

내가 다른 부분은 다 이현성을 압도했다.

근데 딱 하나, 부하 부분이 이현성에게 모자랐었다.

"칠종칠금의 살모사라고 들어나 봤나 모르겠네."

이현성에게 패배감을 느꼈던 거의 유일했던 순간이었다.

이현성은 곽도형을 수하로 두게 되면서, 곽도형이 이끄는 '검은가시 연합'의 명예 연합장으로서 군림할 수 있었다.

'검은가시 연합은 한국맵 내에서, 아니 전 세계를 기준으로 해도 수위를 다툴 정도의 암살자 집단으로 거듭나게 될 테니까.'

어쩌면 세력이 필요해질지도 모를 내 입장에서는 엄청난 이득이었다.

아무튼 내가 '칠종칠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곽도형은 입술을 깨물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는 거냐?"

내가 내 눈가를 톡톡 두드렸다.

"스트리머는 다 알아."

그리고 두 달이 흘렀다.

두 달 간 나는 솔로잉 모드로 레벨업에 집중하며 '개미여왕'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개미여왕은 사라져서 보이질 않고.'

분명 어딘가에 숨어서 무언가를 준비 중일 텐데 보이질 않았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개미여왕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를 대비한 레벨업뿐이었다.

중간중간 살모사의 습격이 있기는 했으나, 나는 스트리머다운 뛰어난 연출력을 선보이며 살모사의 암습을 가까스로 막아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말 가까스로 막아낸 것처럼 보일 것이다.

'레벨 90도 달성했고.'

참고로 자꾸 나를 언급하며 견제하는 에건 폴보다 무려 3레벨이나 높다.

나보다 레벨도 낮은 게 왜 자꾸 나한테 까부는 건지 모르겠다.

'오늘이 곽도형의 7번째 패배.'

때는 늦여름.

폭풍우가 몰아치던 어느 날 밤, 살모사 곽도형은 내게 7번째 패배를 맞이했다.

곽도형이 내 발밑에 쓰러졌고, 나는 그의 목에 라칸을 가져다 대었다.

"이번에도 내가 이겼네."

어이없게도 얘는 연희동 내에서 나를 암살하려다 실패했다.

그간은 모두 연희동 바깥 혹은 던전에 잠입해서 시도했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 도전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내가 화랑 김두환을 상대할 때 진심으로 내 모든 것을 내보여서 싸웠었다.

김두환을 예우하는 의미로 말이다.

얘도 일곱 번의 전투가 치러지는 동안 나를 약간 존경하게 된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 최후의 불꽃을 태우며 최선을 다해 나를 공격했겠지.

내가 최고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이곳, 연희동에서 말이다.

"죽여라."

응?

이게 아닌데?

칠종칠금의 7번이 끝났으니 패배를 인정하고 나한테 충성맹세를 해야 하는데?

"죽이라고."

"싫다면?"

"어디까지 나를 농락할 참이냐?"

이현성한테는 패배 잘만 인정하고 수하가 되었으면서 왜 나한테는 그냥 죽이라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짙은 패배감 #끝없는 우울감 #영원히_넘을 수 없겠지 #괴물에게 꺾인 자존감]

도대체 이런 멘탈로 어떻게 전생의 '검은가시' 연합을 이끌었나 모르겠네.

그때 그거 다 운빨이었나.

'이현성은 얘를 어떻게 회유한 거지?'

방법은 알 수 없었다.

아마 잘 어르고 달래지 않았을까 유추할 수밖에.

나는 검을 갈무리해서 인벤토리에 넣었다.

"제발 죽여달라니까."

"죽이고 싶어도 못 죽여."

"나를 그만 조롱하란 말이다."

조롱한 적 없다.

얼른 7번 채우고 싶어서 상황을 빨리빨리 종료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내 나름대로 힘든 척 열심히 연출도 했다.

나중에 한마갤 등에서 보니 반응도 후끈했는데, 내가 어찌나 열심히 플레이를 한 걸로 보였는지 '치열맨'이라는 별명까지 생긴 상태였다.

내가 그만큼 연출을 잘하고 있다는 거겠지.

근데 무슨 조롱을 했다는 건지 모르겠다.

"여기는 황금 수호수의 권역이고, 나는 여기서 사람을 못 죽여."

"……."

"예전 방송에도 이런 내용 있었는데. 못 봤냐?"

"……."

쓰러져 있던 곽도형이 천천히 몸을 털고 일어섰다.

"다시 묻겠다. 조롱하고 농락하기 위해 나를 살려두는 것이 아닌 거지?"

"그렇게 말해주길 바라는 거냐? 원하면 그렇게 해주고."

"……."

"너도 알다시피 나는 칠종칠금에 대해 잘 알고 있었어. 내가 왜 널 여태까지 살려뒀겠냐?"

"……왜지?"

"유능한 부하를 얻고 싶어서지."

"……유능하다고? 내가?"

"어."

"다시 말해봐라."

"뭘?"

"유능하다고 다시 말해봐."

"유능하잖아, 너."

곽도형이 눈을 크게 떴다.

왜 자기 칭찬을 해줘도 못 믿는 눈치인지 모르겠네.

"어. 한국 암살자들 중에 너보다 뛰어난 애들이 몇이나 있겠냐?"

"……."

눈빛에 생기가 좀 도는 것 같기도 하고.

"우리 서둥이들도 롤모델이 너라던데."

"……."

눈빛이 점점 더 또랑또랑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설마 네가 날 유능하다고 평가할 줄은 몰랐군."

"지금은 아니고 미래에 그렇겠지."

그 말에 곽도형이 몸을 흠칫 떨었다.

"과연. 내 잠재력을 높게 봐줬다는 것인가."

진심이 통했다.

['칠종칠금(七縱七擒)'의 계약이 성공적으로 성립되었습니다.]

[각성명, '살모사'가 각성명, '김철수'에게 충성을 맹세합니다.]

결국 곽도형은 내게 충성을 맹세했고 나는 검은가시 연합을 내 휘하에 둘 수 있게 되었다.

미래를 대비해서 이 정도 가벼운(?) 세력을 꾸려놓는 건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되겠지.

'어라.'

근데 이와 관련하여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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