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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106화 (106/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106화

비밀상자의 왕유미는 채널의 이름을 바꾸었다.

'내가 초기에 생각했던 컨셉은 없어져 버렸으니까…….'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적당한 실력의 플레이어들을 섭외하여 적당한 플레이를 계속해서 선보이는 비밀상자의 컨셉.

그건 이미 버린 지 오래여서 새로운 이름을 만들었다.

"채널명을 김잘알TV로 바꾸겠습니다. 여러분도 다 아시겠지만 굳이 설명을 드리자면 김철수를 잘 아는 TV입니다!"

오늘도 활발한 채팅이 이어졌다.

[김잘알TV가 실시간 '웃음이 끊이지 않는 방송'으로 선정되었습니다.]

* * *

[김잘알TV가 실시간 '왁자지껄한 방송'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왕유미에게 큰 이득이 있는 알림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스트리머로서는 기분이 무척 좋았다.

이건 일종의 훈장 같은 거였으니까.

-최멍멍 : 근데 지금 김철수 위기에 빠진 거 아님?

왕유미가 곧바로 채팅을 고정시켰다.

시청자들의 놀이터, 김잘알TV의 채팅이 더욱 후끈해졌다.

[최멍멍 : 근데 지금 김철수 위기에 빠진 거 아님?]

┗ 그러게 ㅇㅇ 조금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 뭔 놈의 화살이 저렇게 비처럼 쏟아지냐?

┗ 김철수가 직접 고통스럽다고 표현한 건 처음 아님?

┗ 지금 마법진 트랩에도 빠진 것 같은데? 이건 진짜 위험하다.

처음 몇몇이 우려를 표했으나 그것은 잠시였다.

┗ 저게 진짜 위기로 보이냐?

┗ 어휴 ㅉㅉ 김알못들ㅋㅋㅋ 너네는 걍 방송 안 보는 게 나을 듯.

┗ 김나리오를 위해 빌드업하는 거 안보이누? ㅋㅋ

[※설명AI – 김나리오 : 김철수가 일부러 위기에 빠진 척하면서 긴장감과 재미를 유도하는 연출]

시청자들 간 싸움이 벌어졌다.

왕유미는 적당한 타이밍에 끼어들었다.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네요. 중요한 건 김철수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거겠죠."

왕유미의 눈으로 보면 너무 잘 보였다.

지금 김철수는 '무력면'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스트리머로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근데 신기하기는 하다. 내 눈으로 보면 아무리 봐도 그냥 봐주고 있는 건데. 사람들 눈에는 그렇게 안 보이나 봐.'

왕유미는 실시간 투표를 올려봤다.

[1. 빼박 김나리오다.(60%)]

[2. 무슨 소리냐. 이건 진짜 위기다.(40%)]

투표결과는 60:40.

의외로 팽팽했다.

'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여론이 약간 바뀌고 있었다.

[1. 빼박 김나리오다.(88%)]

[2. 무슨 소리냐. 이건 진짜 위기다.(12%)]

이제 사람들 눈에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러면 좀 곤란한데?'

조금 더 치열하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채팅을 활성화시켜 주면 좋겠다.

그래야 더 화제가 되고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으니까.

왕유미는 작전을 바꿨다.

"제가 봐도 김나리오 확률 3만 퍼센트 정도 되어 보이네요."

[1. 빼박 김나리오다.(92%)]

[2. 무슨 소리냐. 이건 진짜 위기다.(8%)]

"근데 김철수 본인은 되게 힘든 척 연기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요."

일종의 밈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힘들어하는 김철수로 가죠. 어때요?"

[킹갓제네럴유미 : 솥나 힘든 김철수, 최선을 다하는 김철수, 본인이 그렇게 보이는 줄 아는 김철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 보니 김철수는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듯?

┗ 아니 그럴 거면 진짜 ㄹㅇ하게 힘들어 하던갘ㅋㅋㅋ

┗ 치명상은 하나도 없눜ㅋㅋㅋ

┗ 숨만 헐떡대고 있지 사실 땀은 한 방울도 안 남ㅋㅋㅋㅋㅋㅋ

┗ 진짜네?ㅋㅋㅋㅋㅋㅋ

순간적인 김철수의 표정을 캡쳐 해서 보여주기도 했다.

[킹갓제네럴유미 : 평-온, 그 자체.]

┗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짘ㅋㅋㅋ

┗ㅋㅋㅋㅋ외적치열 내적평안인갘ㅋㅋㅋㅋ

그리하여 밈이 완성되었다.

본인이 치열한 줄 아는, 그러나 사실은 누구보다 평온한 치열맨 김철수.

한마갤에도 이러한 내용이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했다.

[김철수 이번에는 진짜 힘들 것 같음. 상대가 검은가시 연합이라고 한국 최강의 암살자 연합이라고 함.]

┗ ㅇㅇ 방송 보는데 진짜 걱정되더라.

┗ 어떡함? 이러다 큰일 나는 거 아님?

┗ 너무 위험한 상황에 처했음.

[솔직히 김철수 정도면 한국 유망주 아니냐? 다른 연합들이 나서서라도 지켜줘야 하는 거 아니냐? 왜 다들 가만히 있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 222

┗ 333

┗ 김철수가 이번 위기 현명하게 잘 헤쳐나오면 좋겠다 ㄹㅇ

잠시 방송을 쉬는 타임.

다른 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죠셉이 손을 내밀었다.

"유미. 당신과 일을 하기를 정말 잘한 것 같군."

왕유미와 죠셉이 손을 맞잡은 채 같은 모습으로 흐흐 웃었다.

왕유미가 말했다.

"치열맨 김철수는 본인이 진짜 치열하게 보이는 줄 알아요. 저 오늘 방송은 박제 안 할 거라서 실시간 본 사람만 오늘 내용을 알 거거든요? 그럼 김철수는 본인이 진짜 위험해 보였다고 자부할 거예요. 스트리머로서 크게 성장했다고 느끼겠죠."

언젠가는 이게 밈이라는 것을 알게 되겠지만 크게 상관은 없었다.

왕유미에게 중요한 건 지금이었으니까.

"여기서 전문용어로 갭모에가 발생하거든요. 사실 김철수는 지나치게 다재다능해요. 인간미가 덜 느껴지는 게 아쉬웠죠. 근데 이런 허술한 부분이 엄청난 덕질 포인트가 되어줄 거예요."

스타메이커 죠셉도 본질 자체는 이미 이해한 상태였다.

그러나 새로운 단어를 배웠다.

"갭모에. 메모해야겠군."

"치열맨을 위하여, 치얼스."

"치얼스."

둘은 맥주잔을 부딪치며 또 같은 모습으로 흐흐 웃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연출이 되었겠지.

체력을 갉아먹는 함정에도 빠져줬고.

적당히 화살도 맞아줬고.

위험한 척 숨도 쉬었고.

땀은 많이 안 났지만 열심히 닦아내는 척도 했다.

'게다가 화살 날아오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긴 해.'

내가 보기에는 그럭저럭 괜찮은 속도였지만 아마 비플레이어나 저레벨 플레이어가 보면 굉장히 빠르게 체감될 것 같았다.

이래저래 나를 계속 몰아가서 연희동 밖으로 내몰려는 시도가 굉장히 기특했다.

'근데 한 방이 아쉽네.'

이래서야 너무 오랜 세월이 걸릴 거 같았다.

그런데 내가 느끼고 있는 이 문제를 저들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나를 조금 더 빨리 연희동 바깥으로 밀어낼 강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

[LV56/태권V/화랑의 화신/스킬/그들이 신봉했던 도리]

솔직한 말로 나는 무척 반가웠다.

'태권V 김두환?'

당연하게도 내가 기억하는 얼굴보다는 훨씬 앳된 얼굴이었다.

김두환은 검은가시의 연합장인 살모사 곽도형과 어린 시절부터 친구라는 얘기가 떠올랐다.

훗날 김두환과 곽도형은 서로의 친분에 대하여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게 되지만, 사실 알 만한 사람들은 둘의 관계를 다 알았다.

'잿빛 벚꽃의 화랑을 여기서 보다니.'

나는 김두환과 개인적인 친분은 없었으나 그를 굉장히 좋아했었다.

김두환은 직접 마물을 때려잡는 형태의, 사냥형 플레이어는 아니었다.

시간이 좀 더 흐르면 플레이어도 여러 갈래로 나뉘게 되는데 김두환은 '퍼포먼스형 플레이어'로 성장하게 된다.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인 김두환은 플레이를 태권도에 접목하여 화려하고 아름다운 기술들을 많이 만들어내고 시범을 보였었다.

'진짜 멋있었는데.'

기술 시연을 보이면 잿빛의 벚꽃이 만개하여 장관을 일궈냈었다.

나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플레이어였다.

나는 극단적인 효율을 추구했던 사냥형 플레이어였고, 퍼포먼스형 플레이어들에게 막연한 호감을 지니고 있었다.

뭐랄까.

남자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고나 할까.

실제로 어린애들의 장래희망 1순위가 '화랑' 혹은 '태권V'였던 적이 있을 정도다.

"제게 빠르게 접근하는군요. 상당한 속도입니다."

나는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그사이 또다시 수십 발의 화살이 날아들며 내 움직임을 방해했다.

'상당히 유기적이네.'

김두환은 내게 직접적인 공격을 가한다기보다는 서서히 나를 압박하면서 나를 계속 움직이게 만들었다.

"발차기가 굉장히 화려합니다."

허공을 잿빛으로 수놓고 있었다.

아직 벚꽃이 피어오르는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으나, 그래도 굉장히 좋아했던 플레이어의 플레이를 직관할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즐거운 일이었다.

[스킬, '시간배율 촬영'을 사용합니다.]

화랑의 몸동작은 0.8배속으로 느려지면서 움직임의 디테일이 조금 더 잘 보였다.

"아름다운 발차기입니다."

챙!

가벼운 효과음과 함께 '시간배율 촬영'이 깨졌다.

"처음으로 시간배율 촬영 스킬이 깨져 버렸네요. 속도 조절에 관한 상당한 저항력 혹은 통제력을 가진 것 같습니다. 대단하군요."

하긴 저렇게 화려하고 훌륭하고 재빠른 발차기를 보여주려면 이런 능력도 갖고 있어야겠지.

나는 계속해서 밀려났다.

우리의 힘겨운(?) 전투는 계속되었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다.

대략 4시간 이상은 지난 것 같았다.

어느 순간, 나는 직감할 수 있었다.

'황금 수호수의 권역에서 벗어났다.'

이제 더 이상 황금 수호수의 가호를 받지 못한다.

스트리머로서 계속해서 성장 중인 나는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그럼 여기서 다시 연희동 쪽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하는 척해야겠다.'

그래야 더 치열해 보이겠지.

당연한 말이지만 이들은 내가 연희동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사활을 걸고 막았다.

여기서 대략 15분 정도 실랑이를 한 뒤, 나는 결국 포기한 듯 뒤로 물러섰다.

"화살이 멈췄습니다. 환상적인 발차기 공격도 같이 멈췄군요."

김두환이 내 앞을 가로막고 섰다.

김두환이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다수로 당신을 핍박한 것은 미안하군. 그러나 나는 나의 일을 해야겠다. 이 안쪽으로 진입하려고 들지만 않는다면 당신을 공격하지 않겠다. 내 오랜 친구의 부탁이라서 말이야."

나는 꽤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을 뻔했다.

'이제 진짜 암살할 건가 보다.'

검은가시는 암살자 연합이다.

그런데 나를 상대로 해왔던 것들은 사실 암살이라 보기에는 애매했다.

대놓고 나를 몰아댔으니까.

"진짜 암살을 위해서 그저 사전작업을 했던 것 같군요."

나를 연희동 바깥으로 몰아내는 사전작업.

이 다음부터가 진짜 암살의 영역이다.

"뾰족뾰족한 살기가 느껴집니다."

이건 아마도 살모사 곽도형의 기운이겠지.

적당한 장소에서, 적당한 기회를 노려 스스로 해결하려는 듯했다.

'그렇지만 나는 김두환을 좋아하니까, 최선을 다해서 상대해 주는 것도 필요해.'

좋아하는 플레이어를 상대로 계속해서 기만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건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이제 내 최선을 다하여 상대해 보겠습니다."

대검 라칸을 쥐고서 김두환 앞에 섰다.

"아참. 나는 당신의 플레이가 예술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건 인정합니다."

"……."

"그렇지만 나와는 분야가 다릅니다."

김두환은 아직 자기 길의 방향을 제대로 못 잡았다.

김두환은 레이드형 플레이어가 아니라 퍼포먼스형 플레이어다.

"내가 최선을 다하면."

어떻게 해야 멋들어진 연출이 될까.

멋있는 대사를 치고 싶어서 생각을 좀 해봤다.

"잿빛의 화무는 빈틈없는 결계 앞에 무너지겠지요."

병신같지만 멋졌어.

요즘 이런 대사가 끌리더라.

나는 내 대사에 몹시 만족하면서 오른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시청자들에게도 내 오른 손목이 보일 거다.

오른 손목에 검은색 문양이 생성되었다.

비가시 상태였던 올 클리어 각인을 일부러 보여줬다.

그리고 동시에 오른쪽에 창 하나를 띄워서 시청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

2) +1 속성 방어술

-방어계열 능력에 속성을 부여합니다.

-방어스킬/특성 사용 시.

┗ 레벨 80 이하급 체술계 공격에 완전 면역.

┗ 레벨 100 이하급 체술계 공격에 일부 면역.

──────────

그리고 일부러 천천히 걸어 앞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당신의 예술은 오늘 비극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한때 내가 동경했던 자의 명예를 위해 나도 내 최선을 보여주기로 했다.

그러자 화랑이 대답했다.

"기어이 벌주를 마시겠다는 것이로군."

말투가 영 이상한 것이 내 대사에 자극받은 것이 틀림없었다.

화랑이 내게 접근하여 순식간에 수백 번의 발차기를 쏟아부었으나 나는 딱히 방어하지 않았다.

[레벨 80 이하급 체술계 공격에 완전 면역.]

그의 체술은 내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콤보라 하여 몇 가지 기술들을 연계하고 필살기급에 해당하는 공격도 선보이기는 했는데 사실 큰 의미는 없었다.

'별의 방패.'

동레벨 이하의 모든 공격은 완전 무효화다.

타이밍만 잘 맞추면 아무런 피해도 없이 막아낼 수 있었다.

화랑은 점점 지쳐 갔고 나는 뒤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럼 이제 슬슬 곽도형이 직접 움직일 때가 됐는데.'

빈틈을 노려 나를 급습할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문득 나는 좋은 생각이 났다.

생각해 보니 계속 기다리다가 맞받아칠 필요가 없었다.

나한테는 방어계열의 훌륭한 신비가 있으니까.

"제 최강의 방어 신비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마침 좋은 타이밍인 거 같다.

[신비, '환상검희'를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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