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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101화 (101/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101화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키가 대략 120㎝ 정도 되어 보이는 난쟁이들이 우리에게 활을 겨누고 있었다.

체구에 비해서 귀와 발이 유달리 큰 것이 특징이었는데, 대다수가 사냥꾼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네놈은 누구냐?"

아주 흔한 클리셰였다.

이방인을 경계하는 나름대로 사연 있는 마을.

내 옆에 있던 신유리가 찔끔 놀랐다.

"이상한 창이 떴어요."

"신유리 씨는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됩니다."

신유리가 보고 있는 창은 나도 보고 있다.

* * *

* * *

우리가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선택하는 창이었다.

──────────

1. 우리는 모험가들이다. 거대한 의지의 부름을 따라 이곳에 당도했지. 묻겠다. 도움이 필요한 자들이 있는가?

2. 흐흐흐, 숲의 난쟁이들이로군. 네놈들의 귀는 꽤 좋은 약재가 된다지. 순순히 귀만 내놓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

선택지를 살펴본 나는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

마리아가 '첫 선택의 난이도는 무척 낮을 거예요, 내가 굳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될 것 같군요.'라고 말했던 게 생각이 났다.

'그래도 던전이 이 정도로 복잡해지고 있다는 게 어디냐?'

원래 처음은 쉬운 법 아니겠는가.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고, 나는 당연히 1번을 선택해서 말했다.

"우리는 모험가들이다. 거대한 의지의 부름을 따라 이곳에 당도했지. 묻겠다. 도움이 필요한 자들이 있는가?"

[이방인에 대한 신뢰도가 +1 만큼 상승하였습니다.]

[현재 신뢰도 : 1]

그러자 난쟁이들은 우리를 겨누고 있던 활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오해해서 미안하군. 이 마을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아. 자네의 활약을 기대하지."

별로 의미를 둘 필요는 없었다.

저 NPC들은 수동형 NPC들이고, 그저 주어진 값에 따라 행동하는 프로그램 같은 거였으니까.

언제 우리를 적대했냐는 듯 우리를 겨누고 있던 NPC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신기하네요. 게임하는 것 같아요."

"비슷합니다."

신유리도 꽤 흥미를 느끼고 있는 모양이었다.

좋은 출발이다.

뭐든지 재미가 있고 흥미가 있어야 제대로 시작을 할 수 있는 거니까.

'방송을 못하는 게 좀 아쉽네.'

마리아가 이곳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는 대신 방송은 하지 않기로 했다.

마리아도 굉장히 무리해서 정보를 넘겨준 거라나 뭐라나.

이게 바깥으로 알려지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다행이다.'

나는 옆을 힐끗 보았다.

이 세계에 처음 발을 들인 뉴비는 무엇을 하든 꽤 큰 리액션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맛에 시청자들이랑 직접 소통하는 건가?'

단 한 명뿐이기는 하지만 시청자(?)가 있다는 사실이 날 설레게 만들었다.

게다가 리액션도 좋고 가르쳐주면 가르쳐주는 대로 쏙쏙 흡수하는 게 약간 기특하기까지 했다.

"아하. 그럼 NPC들과 대화를 하면서 퀘스트를 획득해야 하는 거네요?"

"네. 다만 그것에도 적당한 순서가 있기 마련이죠."

"순서요? 순서 틀리면 어떻게 되는데요?"

"어떻게 된다기보다는 효율이 좀 떨어질 겁니다. 혹은 원하는 보상을 얻지 못하게 되거나요."

모든 공략에는 최적화된 루트가 있기 마련이다.

나는 이곳에 대한 정보를 이미 모두 알고 있으므로, 내 나름대로 최단 공략루트를 짜놨다.

"일단은 신뢰도를 12까지 확보하는 게 목표입니다."

"알았어요."

나는 근처의 작은 오두막을 향해 걸어갔다.

안쪽에는 울상을 하고 있는 어린 소년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자동으로 대화가 활성화되었다.

"아, 당신은 이 마을을 찾아온 모험가이시군요. 혹시 저를 조금 도와주시겠어요?"

[퀘스트, '어린 난쟁이족의 부탁'이 활성화되었습니다.]

──────────

[어린 난쟁이족의 부탁]

어린 난쟁이족은 염소의 젖을 짜는 것이 너무 두렵다.

'염소의 젖'을 대신 짜줄 모험가를 찾고 있다.

──────────

신유리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소년을 바라보았다.

아직 뉴비라서 그런가, 진짜 사람처럼 생긴 NPC에게 꽤 감정이입을 하는 모양이었다.

"이런 애들한테까지 노동을 시킨단 말이에요?"

뉴비들은 저럴 수 있다.

나는 딱히 가르쳐주지 않고 인벤토리에서 '염소의 젖'이라 이름 붙은 아이템을 꺼냈다.

"여기."

[퀘스트, '어린 난쟁이족의 부탁'이 클리어되었습니다.]

[이방인에 대한 신뢰도가 +1 만큼 상승하였습니다.]

[현재 신뢰도 : 2]

신유리는 깜짝 놀란 듯했다.

"직접 짜줘야 하는 거 아니었어요?"

"그렇게 하면 한나절 걸립니다."

검술가로서도.

스트리머로서도.

혹은 군주나 길잡이로서도.

사실 염소의 젖을 짜는 콘텐츠는 그다지 메리트가 없다.

이 마을의 초반 퀘스트는 별거 없었다.

"그리고 이 순서로 진행해야 목동 아이와 친분이 있던 약초꾼이 곧바로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할 겁니다."

[퀘스트, '약초꾼의 사소한 부탁'이 활성화되었습니다.]

밖에서도 흔하게 구할 수 있고, 심지어 중계상점에서도 구할 수 있는 '은방울꽃의 뿌리'를 구해달라는 부탁이었다.

[퀘스트, '약초꾼의 사소한 부탁'이 클리어되었습니다.]

[이방인에 대한 신뢰도가 +1 만큼 상승하였습니다.]

[현재 신뢰도 : 3]

마리아가 준 정보들은 정확했다.

처음 두 번은 혹시 몰라서 그들의 말을 끝까지 들었으나 이제는 그럴 필요도 없어졌다.

"오, 자네가 소문……."

[퀘스트, '여관주.]

[퀘스트, '여관주인의 요청'이 클리어되었습니다.]

현재 신뢰도 4.

"앗? 안녕하세요? 당신이 그."

[퀘스트, '어느 아가씨의 부탁'이 클리어되었습니다.]

현재 신뢰도 5.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신뢰도 12를 달성했고 새로운 알림을 들었다.

[신뢰도 12를 달성하였습니다.]

그러자 내게 마지막 부탁을 했던 늙은 난쟁이족이 말했다.

"촌장님이 자네를 찾……."

나는 이미 촌장의 집을 향해 걷고 있었다.

신유리는 시스템에 조금씩 적응해 갔다.

'아, NPC들은 진짜 사람이 아니구나.'

머리로 알고는 있었는데 사실 와닿지는 않았었다.

진짜 사람처럼 말하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대화를 그냥 끊어버려도 진행이 다 되네?'

이미 프로그래밍이 다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부탁을 듣지 않고 진행해도 클리어가 다 됐다.

차진혁으로부터 이게 기본이라고 배웠다.

신뢰도 12를 달성하는 건 금방이었다.

생각보다는 꽤 쉬운 것 같았다.

신유리는 차진혁과 보폭을 맞추어 걸으며 물었다.

"원래 플레이는 이렇게 하는 건가요?"

"그렇죠. 이게 기본입니다."

"그렇구나."

그녀는 조금 잘못된 기준을 배웠다.

신유리의 기준이 차진혁으로 고정되었다.

저만치 멀리 알록달록한 거대 버섯이 보였다.

저기가 촌장의 집이었다.

이후 이어진 얘기는 꽤 보편적이었다.

이런저런 얘기가 오갔지만 결국 내용은, 촌장의 손녀를 구해달라는 아주 뻔한 이야기였다.

[퀘스트, '촌장의 손녀를 구하라'가 활성화되었습니다.]

사실 이 난쟁이족들의 퀘스트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었다.

이들이 보상으로 주는 거라고는 그저 '신뢰' 같이 쓸모없는 것뿐이었으니까.

중요한 건 저 촌장의 손녀였다.

"스토리는 이해했죠?"

"네, 대충요. 촌장의 손녀가 개미 군단에게 납치당해서 신성목이라는 거대한 나무로 끌려갔어요. 그 거대한 나무의 뿌리는 땅속 깊이 복잡하게 펼쳐져 있는데 속이 텅텅 비어 있어서 개미 군단의 서식처로 쓰이고 있고요. 우리는 개미군단이 납치한 손녀를 구해와야 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반적인 스토리 라인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촌장님이 말한 신성목이라는 건 얼마나 클까요?"

"아마 엄청 크겠죠. 이 주변의 나무들보다 훨씬 크다고 했으니."

아까부터 그랬지만, 신유리는 현실을 잠시 잊고서 플레이에 완전히 심취한 것처럼 보였다.

이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었는데 신유리에게는 차라리 다행인 일이었다.

우리는 지도를 보고 움직였다.

이번에도 14시간 정도를 움직였는데 신유리는 그다지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역시 아까 지쳤던 건 정신력의 문제였던 거 같다.

내가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저 나무 같군요."

"와, 저렇게 거대한 나무는 처음 봐요."

촌장의 말대로 아주 거대한 나무가 보였다.

느티나무같이 생긴 고목이었다.

크기가 어마어마하기는 했지만 그다지 생기 넘치는 나무는 아니었다.

"뿌리 쪽에 개미군단이 자리 잡게 되면서 생명력을 많이 잃은 모양입니다. 저대로 내버려 두면 오래 지나지 않아 고사할 것 같군요."

"아, 그런 것도 알 수 있군요. 저는 그냥 크다고밖에는 생각 못했는데."

신유리는 무언가를 다짐한 듯 말했다.

"반성할게요."

가까이 다가가니 이름이 보였다.

[신성목]

신기하게도 신성목 주변에는 그 어떤 식물도 자라지 않았다.

그래서 숲속 광장에 홀로 우뚝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개미들이 보입니다."

신성목 주변에는 사람 손바닥 정도 되는 크기의 개미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머리 부근에는 여덟 개의 붉은 눈이 달려 있었고 턱이 제법 날카로운 개체들이었다.

[LV44/팔적목 일개미/-]

[LV42/팔적목 일개미/-]

[LV44/팔적목 일개미/-]

"하나하나의 개체는 그다지 강한 놈들은 아닙니다."

나는 혹시 몰라 신유리의 눈치를 살폈다.

어떤 애들은 벌레류 마물에 특히 약한 모습을 보이곤 했으니까.

그러나 신유리에게서는 딱히 겁먹은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신유리의 눈에, 미쳐봤던 자만이 알 수 있는 묘한 광기가 서려 있었다.

아직 본인은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사냥과 플레이에 목마른 자의 눈빛이 틀림없었다.

저 눈을 보니 나도 조금 신이 났다.

"그렇지만 군단을 이루었을 때 위험한 놈들이죠. 저런 놈들이 적게는 수천 마리, 많게는 수만 마리가 떼를 지어 공격할 겁니다. 우리 둘이서 사냥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겠죠."

나는 잠시 뜸을 들였다.

원래 이런 순간에는 약간 멈칫하고 기다려주는 연출을 하는 것이 스트리머의 기본자세니까.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직접 사냥이 아닌 다른 방식의 클리어 루트가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나는 팔적목 개미 군단과 이미 싸워본 적이 있을뿐더러, 공략법이 꽤 널리 알려져 있는 놈들이었다.

"근방에 놈들을 유인할 수 있는 달콤한 것이 있는지 찾아보죠. 이를테면 꿀벌 같은 거요."

"그런 게 정말 있을까요?"

"……라는 것이 정식 공략이겠지만 이미 준비해 왔습니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꿀단지 여러 개를 꺼냈다.

"이걸로 유인해서 섬멸할 겁니다."

마리아는 여기에 '팔적목 개미군단'이 서식한다는 것까지 알려줬다.

공략법은 알려주지 않았지만 사실상 이 정도면 공략법도 알려준 수준이었다.

음?

근데 이건 안 알려줬네?

"원거리 공격은 신유리 씨가 맡아줬으면 합니다."

"플레이 중이잖아요. 제 각성명을 불러주세요, 제 각성명은 망부석이에요."

좋은 자세다.

이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기까지 했다.

"근데 저는 한 번 공격하고 나면 무방비로 공격에 노출될 거예요. 한 번에 모든 개미를 죽일 수 있다면 모를까, 그게 불가능하다면 도리어 우리가 위험해질 것 같아요."

아주 좋은 지적이다.

신유리도 성장하고 있다.

"신성목을 자세히 보세요. 뭔가 느껴지지 않습니까?"

약간의 기대를 품어봤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아닌 듯했다.

"모르겠어요. 반성할게요."

"개미들이 신성목에 수많은 흉터를 새겨놨습니다. 그런데 일정 높이 이상에는 흉터들이 보이지 않아요."

"정말 그렇네요?"

"신성목 스스로가 개미군단을 막아내는 어떤 힘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겠죠."

"그럼 저 위는 안전하다고 봐도 되는 건가요?"

"그렇겠죠."

물론 아닐 수도 있겠지만.

던전에 99프로는 있어도 100프로는 없다.

아마도 내 말이 맞겠지만 틀려도 어쩔 수 없는 거다.

그걸 이해 못하면 플레이하면 안 된다.

"제가 벌꿀을 이용하여 개미들을 유인할 겁니다. 많은 숫자가 모이게 되면 그곳에서 망부석 님의 능력을 맘껏 펼쳐 보이세요."

신유리. 아니, 망부석은 나무를 타고 올랐다.

어릴 때 나무를 많이 타봤다는데, 꽤 잘 기어올랐다.

나는 내 나름대로 신성목으로부터 멀어졌다.

'이 정도면 되겠어.'

여기라면 망부석이 자신의 역량을 아낌없이 펼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손에 들고 있던 꿀단지를 깨뜨리자 일개미들이 일시에 이쪽을 바라보았다.

'꾸역꾸역 밀려오는군.'

땅으로부터 일개미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숫자가 어마어마해서 마치 구정물이 역류하는 것 같았다.

나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면서 천천히 몸을 뒤로 내뺐다.

이윽고, 이레귤러로 각성하여 희대의 빌런이라 불렸던 공성병기가 그녀의 유일한 스킬을 사용했다.

[스킬, 네메시스의 분노를 사용하였습니다.]

레벨 45의 스킬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화력의 마력포가 쏘아졌다.

지름이 대략 2미터쯤 되는 레일건을 쏘아내는 것 같았다.

보라색 마력으로 이루어진 빛줄기, 아니 빛기둥이 주변을 찢어발길 듯한 기세로 뿜어졌다.

그 기세가 어찌나 살벌했는지 내가 직접 맞아보고 싶을 정도였다.

어 근데.

보라색 빛줄기가 기이하게 휘어 하늘로 향했다가, 직사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쏘아진 빛기둥 같았다.

'내 쪽?'

공성병기의 공격이 나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저만치 멀리 신유리의 입 모양이 보였다.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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