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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94화 (94/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94화

늘 그렇듯 죠셉은 차진혁의 방송을 모두 챙겨봤다.

매일매일, 실시간으로 좋아요 숫자의 변화와 시청자의 증감을 자세히 기록하며 차진혁을 연구하고 분석했다.

그래야 김철수의 필요를 정확히 파악하여 김철수와 함께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그는 반드시 스타가 되어야 해.'

김철수는 그러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그것을 돕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었고.

그를 위한 팀도 꾸리기 시작했다.

김철수를 스타로 만들기 위한 팀이었고, 마음이 정말 잘 맞는 '왕유미'와 손발을 맞추고 있는 중이다.

어쨌든 그는 투철한 사명감으로 계속해서 방송 추이를 살폈다.

'최근 3일. 시청자 숫자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많기는 했다.

지구 서버에서 에건 폴과 비견될 정도의 압도적인 숫자.

'폴이 특수한 능력을 사용하여 자신의 시청자 숫자를 증폭하여 속이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구의 실질적인 1등은 김철수가 맞지.'

그러나 그에게 중요한 건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다.

그가 보기에 차진혁은 진정한 스타의 자질을 타고났다.

그리고 그 정도 되는 스타는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께의 나, 어제의 나, 오늘의 나와 경쟁해야 한다.

'콘텐츠의 질이 들쭉날쭉해. 지금은 너무 평이하다. 김철수만의 특색이 전혀 없는 방송이 3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어. 중요한 건 시청자의 절대수가 아니라 감소하고 있는 추세지.'

그런데 방송 속 김철수는 그다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죠셉에게 잘된 일이었다.

콘텐츠의 질이 오락가락할수록, 결국 차진혁도 역량의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어?'

그런데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

'상황이 알아서 콘텐츠를 뽑아내 주잖아?'

1인칭 시점으로 보고 있기에 김철수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거의 다 알 수 있었다.

중계자의 시야에 수많은 암살자들이 잡혔다.

갑자기 콘텐츠가 흥미로워졌다.

'암살만 있는 게 아냐?'

그들을 지원하는 보조 직업들이 있었고, 차진혁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탱커 계열의 직업들도 보였다.

'숫자가 너무 많아.'

영상으로 상황을 접하고 있는 죠셉도 긴장될 정도였다.

누군가가 차진혁에게 아주 작게 말하고 있었다.

-조용히 따라와.

-너는 이미 포위되었다.

순식간에 시청자 숫자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김철수 채널 수용인원의 한계치인 2만 명이 꽉 차버렸다.

죠셉의 등 뒤로 한 줄기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극복해 낼 수 있다면…… 하늘이 내려준 기회다.'

노력하지 않아도 콘텐츠거리가 알아서 굴러들어오고 있다.

그는 운도 실력이라 생각했다.

"역시, 하늘이 내린 스타가 틀림없어."

그는 반쯤 사랑에 빠진 눈으로 김철수의 스트리밍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기분이 좋아진 나는 싱긋 웃었다.

"아마도 최익환 회장님이 보냈겠죠? 다들 은하수 연합?"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움찔하는 자들도 있었고, 아닌 척하는 자들도 있었다.

"그 여기서 큰 전투가 벌어질 거 같은데, 비플레이어분들은 안전에 최대한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가능하면 이곳에서 멀리 떨어져 주세요."

습관이란 게 무서운 거 같다.

나는 이제 공무원도 아니고, 위험을 고지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시민들에게 친절하게 얘기했다.

나도 모르게 말이다.

몇몇은 내 말을 듣고 은폐, 엄폐물을 찾아 이동했고 대다수는 그냥 그 자리에 멀뚱멀뚱 서서 나를 구경했다.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구나.'

사실 예전에도 사람들은 내 통제에 잘 안 따랐었다.

그때는 이래저래 애를 많이 먹었다.

사람들은 큰일이 벌어져도 자기는 안 다칠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막상 부상자나 혹은 사망자가 생기면 다 내 탓으로 몰아가곤 했었지.

그래도 예의상 한 번 더 경고했다.

"여기서 큰 싸움이 벌어질 거 같거……."

말을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특성, '중계결계'를 사용합니다.]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나한테 저격탄을 쐈다.

나는 얼른 바닥에 떨어진 마력탄을 주워들었다.

"봤죠? 지금 위험합니다. 저는 경고했어요."

이렇게 증거를 보여주고 말을 해도 사람들은 멀뚱멀뚱 지켜보기만 했다.

흉악한 빌런들이 경고하면 겁나 잘 듣던데.

나는 내 나름대로 방송을 이어갔다.

"근데 여기서 싸우면 무고한 시민들이 많이 다칠 텐데 말이죠."

그사이, 몇 번이나 저격이 이어졌고 나는 중계결계를 사용해서 다 막아냈다.

황금 수호수의 가호가 있는데 왜 굳이 중계결계로 막느냐고?

첫째로 내가 황금 수호수의 파종꾼이라는 사실을 밝힐지 말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고.

둘째로 그냥 찝찝해서다.

'방탄조끼 입었다고 굳이 총에 맞아보는 미친놈은 없으니까!'

그나마 칼이면 맞아볼 의향이 있지만 총은 싫다.

칼에 베이는 감각이랑 총에 맞는 감각은 많이 다르다.

나는 예전부터 총에 맞는 걸 별로 선호하지 않았다.

"그러니 자리를 옮기자고 했을 텐데."

"그쪽이 나를 공격 안 하면 됐잖아. 먼저 치고 나서 나한테 핑계전가 할라고."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혹시 여기서 일 커지면 언론 조작해서 저를 나쁜 놈으로 몰아갈 것이 틀림없습니다."

"움직이지 마."

아 PTSD.

예전의 나는 진짜 열심히 공무원 일을 했었는데, 몇몇 기자들과 시민들은 나를 아주 나쁜 놈 취급했다.

충분히 살려서 제압할 수 있는 빌런도 죽였다, 라든지.

마물과 싸우는 과정에서 무고한 시민들이 죽었다거나.

'다시 생각해도 개빡치네?'

그럼 지들이 해보든가?

현장 사정 하나도 모르고 인권이니 뭐니 난리를 치던 애들 때문에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지 모른다.

물론 언론들이 나를 나쁜 놈으로 몰아갔던 것에는 정치적인 이슈도 있었는데, 자세히 말하려면 한나절로도 부족했다.

아무튼 나는 언론전의 희생양이 된 적이 많았다.

"제 머리를 노리고 날아든 총알이 여태까지 12발 정도 됩니다. 다섯 개의 방향을 점하고 날아들었네요."

"경고한다. 움직이지 마."

"야, 방송 중이잖아. 기다려봐."

나는 한 곳, 한 곳을 쳐다봤다.

수호수의 가호와 올 클리어 업적 효과 덕택에 내 기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증폭된 상태.

중계자의 시야로 슥 훑어보니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은폐하고 있는지 다 보였다.

"시청자분들도 보이시죠? 강철 스나이퍼도 껴있고. 주황색과 빨간색 직업인 걸로 보아 저 다섯 명이 오망성인 거 같습니다. 레벨은 대부분 50대 후반이네요."

저쪽에 유능한 군주가 있다면 내 방송도 염탐하고 있겠지.

아니나 다를까.

오망성 애들이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번에 제자리에서 뻗대던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지금은 거리가 너무 멀어 잡으러 가기 곤란합니다. 일단 저를 둘러싼 적과 싸워보겠습니다."

그리고 내 옆에 서 있던 남자의 목을 찔렀다.

품에 숨기고 있던 단도가 툭! 떨어져 내렸다.

"암살을 시도하려면 그 살기부터 지우고 접근했어야지. 그게 어려우면 최소한 무기라도 티 안 나게 숨기고 있든가."

최익환 회장은 아무래도 압도적인 화력과 힘으로 나를 찍어 누르기로 선택한 것 같았다.

솔직히 저쪽에서 마음먹고 압박하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머릿수도 재산이라고, 이쪽은 머릿수가 많이 밀리니까.

"거기, 힐러. 얼른 치료해. 안 그러면 죽어."

사실 죽이려고 했다.

나를 먼저 죽이려고 했으니까.

원래 남을 찌를 때에는 나도 찔릴 각오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겠는가.

그런데 내 뇌리에 목소리가 스쳐 지나갔다.

-내 영역에서 목숨은 빼앗지 않았으면 조케떠.

어린아이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어린 황금 수호수'쪽을 쳐다봤다.

방금 들려왔던 말이 환청인 것처럼, 더 이상 아무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흠.'

잘못 들었다고 치부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저 수호수가 나한테 말을 건 것이 틀림없었다.

사실 안 죽이고 제압하는 건 나름 익숙한 일이기도 했고.

"이쯤 됐는데도 저희 팀 힐러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분명 제 방송을 봤을 텐데 말이죠."

여기는 우리 집과 그리 멀지 않다.

차진솔이 집에 있는 걸 확인했었으니, 만약 방송을 확인했다면 곧바로 여기로 뛰어왔든 전화를 했든 했을 거다.

"이번에는 꽤 영악하게 움직인 거 같군요!"

아마도 차진솔을 인질로 잡거나 공격하거나 했을 거 같다.

다른 팀원들에게도 공격팀이 붙었을 확률이 높았다.

나는 구경꾼 사이로 걸어갔다.

"이제야 도망을 좀 치네요?"

아까 내가 좋은 말로 할 때는 도망 안 가더니.

한 놈을 찌르니까 이제야 도망가기 시작했다.

"구경꾼을 빙자한 은하수 연합원들이 호시탐탐 저를 노리고 있어서 좀 무섭습니다."

아 잠깐만.

너무 신나서 방송하면 안 될 거 같다.

'무섭고 긴장한 척을 하자.'

저번에 배웠다.

무섭지 않아도 무서운 척.

위기가 아니어도 위기인 척.

이게 내 방송의 퀄리티와 재미를 높여줄 것이다.

"아주 두렵습니다만 피 터지게 싸워보겠습니다. 중계자의 시야 덕택에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 정확히 구별된다는 점이 다행이군요. 흐흐."

나는 이제 프로다.

* * *

이름 이진성, 각성명 촉촉유비.

한국맵, 군주계열 랭킹 7위의 실력자였고 신일그룹의 은하수 연합에 스카웃된 인재였다.

그는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익환 회장의 유별난 '저격수 사랑' 때문에 오망성에 들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번 차진혁 습격사건이 실패로 돌아가게 되면서 군주의 중요성이 대두되었고, 그는 단숨에 은하수의 중요인물로 급부상할 수 있었다.

'전략은 완벽하다.'

다소간 피해는 예상했다.

그는 결코 차진혁을 얕보지 않았으니까.

'중계결계를 초월적으로 사용하는 중계결계의 달인.'

차진혁의 중계결계는 다른 스트리머의 중계결계와는 차원이 다른 능력이었다.

아예 다름 이름을 붙여줘도 무방할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체력이 멀쩡하다면, 모든 공격을 막아내는 무적의 결계라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작전을 짜야 차진혁을 잡을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종합적으로 그의 실질적 레벨은 최소 80레벨 이상.'

이진성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했다.

'모든 계열의 랭킹 1위보다, 모든 능력이 압도적인 플레이어라고 가정하고 움직이는 게 나아.'

특히 검을 이용한 공방과 중계결계를 활용한 방어능력.

이 두 가지는 발군이었다.

'그러나 인간의 체력은 무한하지 않지.'

아무리 체력이 뛰어난 사람도 결국 지치기 마련이다.

그가 화면을 통해 지켜보는 차진혁의 숨소리도 거칠어졌다.

'차진혁은 명분과 대중의 평판을 중요시하는 타입이다.'

그래서 사람들을 죽이지 않고 있는 거겠지.

사실 죽이는 것보다 제압하는 게 훨씬 힘들다.

덕분에 차진혁이 생각보다 빨리 지친 듯했다.

"슬슬 힘에 부친다는 것을 깨닫고 퇴각할 것입니다. 퇴각 예상경로는 이 두 가지입니다. 이 큰 길을 따라서 퇴각하거나, 이쪽 이면도로로 우회하거나. 목적지는 힐러인 차진솔이 있는 그의 집. 혹은 차진혁이 보다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짐작되는 사러가 던전일 것입니다."

최익환은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망성은 자리를 뜨는 척하며 제가 미리 지정해 준 스팟으로 이동했습니다. 그곳에서 지친 차진혁을 사냥하게 될 것입니다."

촉촉유비 이진성은 말해주고 싶었다.

네가 아무리 강해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결국 이 싸움은 군주의 승리라고 자부했다.

실제로 차진혁은 지쳐가는 중이었다.

'쪽수로 밀어붙이니까 노답이긴 하네.'

무턱대고 덤벼드는 난전이면 또 모를까, 누군가의 착실한 계획에 따라 자신을 압박하는 것이 느껴졌다.

차진혁은 이진성이 짜놓은 판대로, 큰길을 따라 조금씩 도주했다.

이진성의 덫은 촘촘했고 중간중간 설치된 트랩과 병력들이 차진혁의 집중력을 많이 흐트러뜨렸다.

계속된 중계결계와 별의 방패 사용으로 인하여 감각이 상당히 무뎌졌다.

강철 스나이퍼는 순간적으로 기회가 왔음을 직감했다.

'설욕할 기회다.'

차진혁의 머리가 보였다.

가끔 있다.

이렇게 표적이 크게 보이는 경우.

이런 경우, 무조건 명중이다.

'끝.'

그는 그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살상 스킬, '극초음속 마력탄'을 사용했다.

[스킬, '극초음속 마력탄'을 사용합니다.]

방아쇠를 당기자마자 알 수 있었다.

'명중!'

그의 예상대로 차진혁은 피하지 못했다.

그가 자랑하는 중계결계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것이 틀림없었다.

'머리가 뚫렸겠지.'

그는 총구를 내려놓았다.

해냈다는 성취감.

설욕했다는 안도감.

각종 복잡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헉…… 헉……!"

분명 사냥하는 쪽은 이쪽이었는데, 그 또한 체력이 온전치 못했다.

그런데 그때.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 또!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네."

대검 라칸을 든 차진혁이었다.

"너, 너는……!"

"표적이 끝까지 죽었는지 확인했어야지. 확인사살 안 하고 뭐하는 거냐?"

왜 자꾸 이런 기본을 안 지키는지 모르겠네.

약간 지쳤던 건 사실이지만 별의 방패를 사용하지 못할 정도의 상태는 결코 아니었다.

적절한 타이밍에 별의 방패를 사용해서 손쉽게 막아냈다.

차진혁은 한숨을 내쉰 뒤, 무심한 얼굴로 라칸을 휘둘렀다.

후웅-!

대검이 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머리카락 몇 가닥이 잘려 나갔고, 강철 스나이퍼는 모골이 송연해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어?'

그의 시야에 차진혁이 사라져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되면 무조건 도망쳐서 거리를 벌려야 한다는 사실을 아직도 못 배운 거 같습니다."

무엇인가가 그의 팔목을 붙잡는 감각과 함께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푸악!

피가 솟구쳤다.

"으아악!"

더 이상 그에게는 오른손이 없었다.

저격수로서, 그의 삶은 끝나버렸다.

한편, 이진성은 끓어오르는 흥분을 최대한 감춘 채 말했다.

"상황은 제가 설계한 그대로입니다. 강철 스나이퍼의 작은 희생으로, 저희는 놈을 완벽히 사냥할 수 있을 겁니다."

보고하느라 방송을 확인하지 못한 이진성은 히죽 웃으며 최익환에게 브리핑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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