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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93화 (93/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93화

나를 찾아온 이유는 간단했다.

"수표입니다. 확인해 보십시오."

100억 원짜리 수표였다.

"네, 잘 받았습니다. 안부 전해주세요."

한 번에 100억 원이 생겼다.

아무래도 내 오랜 꿈을 이룰 수 있을 거 같다.

"아니, 무슨 부동산이 이렇게 문을 다 닫았냐?"

일요일이라고 문을 닫는다니.

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다.

'어떻게 주말이라고 다 쉬지?'

최고가 되고 싶은 부동산 중개인은 아무도 없나 보다.

불행 중 다행히 우리 집을 중개해 준 중개사와 만나서 일사천리로 계약을 진행했다.

연희동 삼거리, 지금 수호수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그 위치의 건물 한 채를 좀 비싼 값에 매입하기로 했다.

"70억 줘도 안 팔아요. 자꾸 귀찮게 그러지 마슈."

"70억에 안 되면 80억은 어때요?"

건물주가 70억 줘도 안 판다고 하길래 80억 준다고 했더니 팔겠단다.

젊은 분이 능력도 좋다느니 어쨌다느니 이런저런 얘기가 오가기는 했는데 사실 내 오랜 꿈을 이루었다는 기쁨에 취해서 기억은 잘 안 난다.

직업을 물어보길래 스트리머라고 했다.

'예전에는 솔직히 조금 부끄러웠는데.'

스트리머라는 직업이 싫다기보다는, 검술가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컸었다.

그리고 검술가로서는 이루어놓은 것들이 많았으나 스트리머로서는 이루어놓은 게 너무 없었던 탓도 있었다.

당당하게 스트리머라고 소개하기가 좀 그랬다.

근데 이제 나 스스로를 스트리머라고 소개하는 게 부끄러울 정도는 아니었다.

그날 새벽.

나는 다시금 연희동 삼거리로 가봤다.

[53:33:31]

이제 53시간 남았다.

이놈의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가는지 모르겠네.

답답한 마음과는 별개로 정면에 보이는 내 80억짜리 건물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100레벨도 안 돼서 꿈을 이룰 줄이야.'

수호수가 자라는 이곳의 건물주가 되는 것이 내 꿈이었다.

그 꿈을 이루고 나니 굉장히 기뻤…… 어라.

'근데 나 은퇴해야 돼?'

회귀 이후 오늘을 위해 달려왔다.

이제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도 있고, 이런 건물까지 갖게 됐다.

연희동 건물주가 되면 비밀상자처럼 잘 은퇴해서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행복하게 살아가는 게 내 목표이자 이상향이었다.

'어……?'

꿈이 현실이 되니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내 스스로 했던 다짐과 약속들을 떠올렸다.

'예전 같은 삶은 살면 안 되지.'

쫄깃하고 재밌었던 건 사실이다.

근데 그건 미친놈의 관점이고, 정상인이 된 내 관점에서 봤을 때는 지나치게 위험하고 불안한 삶이다.

'그렇게 살면 안 되는데…….'

그렇게 살지 않을 수 있는 기반을 다 마련했는데.

왜 안 기쁘지?

뭐랄까, 삶이 갑자기 무료해져 버린 느낌이었다.

무료하다 못해 허무해서 오히려 우울해졌다.

'음.'

묘한 기척이 느껴졌다.

이래저래 사삭거리며 움직이는 것이 암살자들의 느낌이었다.

'중계자의 시야.'

주변을 살펴보니 내가 산 건물 주변으로 암살자들이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오?'

내가 산 건물에 뭔가를 설치하고 있는 거 같다.

'폭탄?'

몇몇은 진짜 폭탄이었고, 또 몇몇은 아이템이었다.

'오?'

아무래도 쟤들은 내가 사기로 한 건물을 부숴버릴 생각인 것 같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신일그룹에서 내게 보내는 경고 같은 게 아닐까 싶다.

'개꿀이네!'

저게 부서지면 나는 건물을 다시 올려야 할 거다.

그러려면 건축비가 필요하겠지?

이왕 지을 거면 이 일대에서 제일 멋진 건물로 만들어야겠다.

그러려면 돈이 많이 필요할 거야.

'은퇴 안 해도 되겠다.'

괜히 내가 여기 있으면 방해될 거 같았다.

내 눈치 보느라 폭파 못 시키면 어떡해.

룰루.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몸을 돌렸다.

얼마 후, 콰과광! 커다란 폭발음이 들려왔다.

* * *

차진혁과 계약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이덕규는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다.

'이 일대 시세보다 10억은 더 비싸게 주고 샀어.'

왜 그랬을까?

혹시 아까 젊은이에게 무슨 비밀정보 같은 게 있는 거 아닐까?

머리가 복잡해졌다.

차진혁 입장에서는 그냥 빨리빨리 진행하려고 80억을 불렀는데, 그게 오히려 이덕규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다.

'계약 취소해야 되나?'

사실 연희동 빌딩의 경우, 그가 가지고 있는 자산 중에는 별것 아닌 것에 속했다.

100억도 넘지 않는 소규모의 빌딩이었으나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그에게 중요한 건 투자자로서의 자존심이었다.

그는 여지껏 단 한 번도 손해 보지 않는 투자를 해왔다.

철저한 계산과 분석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자산을 불려왔고, 그게 그가 살아가는 원동력 중 하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걸 10억 더 비싸게 살 이유가 없는데.'

그러면 더 큰 수익을 낼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움직였다는 소리인데.

'안 되겠어.'

계약금 8억을 받았다.

그렇지만 계약을 취소해야 할 것만 같다는 기분이 강하게 들었다.

'16억을 물어주는 한이 있더라도 계약을 취소해야겠다.'

손해 보는 투자는 할 수 없었다.

그것도 새파랗게 어린애에게 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그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건물이 무너졌다고?'

새벽이었고,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단다.

폭발로 추정되기는 하지만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었다.

'아예 건물이 폭삭 무너졌어?'

일이 복잡해졌다.

계약은 했으나, 아직 계약이 완료된 건 아니다.

그가 계약한 건 땅과 건물이었는데 건물이 파괴되어 버렸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그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잘 몰랐다.

다음 날, 차진혁과 만난 그는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그…… 우리 계약은……."

이 계약은 미우나 고우나 강행시켜야 할 것 같았다.

어떻게든 팔아넘겨야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예, 어쩔 수 없죠. 제가 사기로 했으니까 그냥 사겠습니다."

이상하게도, 차진혁의 기분이 굉장히 좋아 보였다.

* * *

뉴스에 연희동 건물 폭파사건이 계속 보도되었다.

최익환은 턱을 매만지며 가볍게 웃었다.

'경고는 충분히 되었겠지.'

이미 시작된 전쟁이었다.

누구 하나 뒤로 물러설 수 없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차진혁을 얕보지 않는다.

'처음에는 방심하다가 당했다.'

설마하니 회장실로 암살자를 보낼 줄이야.

그러나 이제는 모든 준비를 철저하게 하는 중이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차진혁은 죽은 목숨이라 확신했다.

'천천히 사지로 몰아 넣어주마.'

차진혁에 대한 정보를 끌어모으고, 각 분야의 싱크탱크가 차진혁을 어떻게 하면 최대한 무력화시켜서 제압할 수 있는지를 분석하고 연구했다.

"차진혁은 건물이 무너진 것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입니다."

"그렇겠지. 내 경고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테니까."

군자는 그런 사사로운 것에 신경 쓰지 않는 법이다.

그자도 이미 마음속으로 전쟁을 받아들였겠지.

"그 외 움직임은?"

"아직 없습니다."

"겁을 먹은 건가? 그럴 놈으로는 보이지 않았는데."

"평소처럼 팀원들과 함께 방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움직임은 없습니다. 암살자들도 함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쪽에 몰래 잠입하려는 의도도 없는 것 같았다.

최익환은 허허- 웃었다.

"자네는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예?"

"어제 계약한 건물이 무너졌네. 웃돈을 주고서라도 꼭 갖고 싶었던 장난감이 부서졌단 말이야. 어린애들도 자기 장난감이 부서지면 울며불며 떼를 쓰는 법이네."

그런데 차진혁의 행동은 지나치게 상식 밖이었다.

건물이 무너진 건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 그저 평소처럼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거니까.

결국, 답은 하나였다.

"허장성세로군. 이 정도 일로는 자신을 흔들 수 없다는 걸 과시하는 행동이야. 그러나 그 과시가 오히려 스스로가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는 걸 모르는 모양이지. 아직 너무 어린 탓에 지나치게 무리하는군."

보고자는 입을 다물었다.

그는 방금까지 엘튜브를 통해 김철수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그런 것치고는 정말로 플레이를 즐기는 것 같던데…….'

이건 회장과 자신의 시야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 생각은 틀렸다.

차진혁은 진심으로 스트리밍을 즐기고 있었다.

"다음 관문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사람들은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취미생활을 즐기곤 한다.

지금의 차진혁에게 방송이 그랬다.

그는 어느새 외부의 모든 것을 잊고 오로지 방송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수호수의 72시간 타이머가 드디어 0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어찌어찌 72시간이 지났네.'

처음에는 죽어도 시간이 안 가서 지루해 죽는 줄 알았는데 말이다.

'역시 사람은 취미를 즐겨야 해.'

차진혁은 연희삼거리에서 수호수가 자라나길 기다렸다.

이내,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땅으로부터 새어 나오던 황금빛이 더욱 짙어졌다.

'어?'

땅을 뚫고 뭔가가 조금씩 튀어나오고 있었다.

'자라난다?'

* * *

나는 곧바로 녹화를 시작했다.

생방이 제일 생생하고 좋기는 한데, 그래도 조심할 부분들이 좀 있었다.

나는 늘 1인칭 시점으로 방송을 진행하고 있고, 수호수의 파종꾼이 '김철수'라는 것이 보일 수도 있다.

그게 들키면 '들끓었던 전우애'가 나라는 것도 밝혀지게 된다.

언제까지고 비밀로 하기는 어렵겠지만 일단은 비밀로 하기로 했다.

"뭔가가 자라나고 있습니다."

순식간에 나무줄기가 자라났다.

"엄청난 속도로 자라났네요."

황금빛으로 빛나는 수호수였다.

불과 1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주변의 가로수들과 거의 비슷한 크기까지 자라나 줄기를 뻗었다.

황금색과 녹색의 잎이 풍성하게 돋아났다.

내가 수호수 던전에서 봤던 거대한 황금 수호수의 미니미 버전이었다.

[어린 황금 수호수]

"오색찬란한 빛가루가 떨어져 내리고 있습니다. 딱 봐도 신비롭고 상서로워 보이네요."

안전지대 설정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알림이 들려왔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파종꾼, '김철수'에게 황금 수호수의 가호가 임합니다.]

"아, 아쉽게도 이 부분은 방송으로 못 살리겠네요."

방송에 내보내려면 편집할 부분이 많아질 거 같다.

근데 황금 수호수의 가호가 뭐지?

[황금 수호수의 영역에서 파종꾼에게 '공격불가' 설정이 적용됩니다.]

[레벨 150 이하급의 모든 마물, NPC, 플레이어 등 모든 생물/무생물의 공격을 통칭합니다.]

공격불가?

나 이런 설정은 처음 보는데.

[파종꾼의 기록일지가 주어집니다.]

어린 황금 수호수로부터 작은 책 한 권이 천천히 떨어져 내렸다.

──────────

[파종꾼의 기록일지(귀속)]

황금 수호수의 탄생과 성장을 자동으로 기록하는 일지.

* 2022/7/26 : 씨앗을 뿌렸다.

* 2022/7/29 : 어린 황금 수호수가 자라났다.

──────────

이게 뭔가 싶어서 책을 열어봤다.

몇 가지 정보들이 머릿속에 전송되었다.

'어?'

[황금 수호수의 영역에서 파종꾼에게 '공격불가' 설정이 적용됩니다.]

[레벨 150 이하급의 모든 마물, NPC, 플레이어 등 모든 생물/무생물의 공격을 통칭합니다.]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파종꾼의 기록일지에 함께 수호수를 기를 양육자들을 10명까지 적을 수 있었다.

그러면 이 10명 또한 파종꾼과 마찬가지로 황금 수호수의 가호를 받는다.

나는 일단 우리 가족 이름을 모두 적었다.

엄마, 아빠, 차진솔에게 해당 설정이 적용되었다.

'이게 된다고?'

적어도 연희동 인근에서 우리 가족은 공격당할 일이 없을 거 같다.

이런 재미없는 설정이 나한테까지도 걸릴 필요까지는 없지만, 사실 공격받고 싶으면 연희동 밖으로 나가면 되니까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리고 우리 애들.'

서지아.

서지수.

목재현.

김정현.

얘네의 이름도 적었다.

이곳에 상서로운 나무가 자라나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오,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었네요."

개중에는 며칠 전, 내 건물을 폭파했던 암살자들의 기척도 있었다.

[중계자의 시야를 사용합니다.]

여기저기에 분포하고 있었다.

건물 위에서, 저기 창문 뒤에 숨어서 나를 저격하려는 놈들도 있었고.

수십 명쯤 되는 애들이 나름대로 진을 짜고서 나를 포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약간의 소란이 이는 가운데 누군가가 내 귀에 작게 속삭였다.

"조용히 따라와."

"……."

"너는 이미 포위되었다."

목소리가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여기저기서 뾰족뾰족한 살기가 느껴졌다.

이번에는 준비를 꽤 열심히 한 모양이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걸로 봐서 꽤 유능한 군주도 섭외한 거 같다.

"다시 한번 말한다. 조용히 따라와."

"시끄럽게 따라가면 안 돼? 나 방송해야 돼."

나는 히죽 웃었다.

사실 최근 72시간, 내 개인적으로는 재밌었지만 방송적으로 봤을 때 훌륭한 플레이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그냥 고만고만한 방송 중 하나였을 거다.

슬슬 눈치가 보이던 참이었는데.

또 엘튜브 각을 이렇게 잡아주시네.

'개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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