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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79화 (79/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79화

죠셉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무리 김철수라고 해도…….'

이건 불가능했다.

화려하게 비상하던 루키가 이대로 몰락하나 싶었다.

플레이라는 것이 그렇다.

아무리 비범해 보여도 한 번 죽으면 끝난다.

김철수가 지나치게 욕심을 부린 것처럼 보였다.

'죽지 마라, 제발.'

1인칭 시점의 김철수는 아주 힘겹게 '목이 없는 기사'의 공격들을 피해내고 있었다.

그가 자랑했던 중계결계와 기민한 움직임도 목이 없는 기사들의 공격을 완전 무효화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허벅지를 벌써 세 번이나 찔렸어.'

정신력이 약한 플레이어는 벌써 주저앉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부상이었다.

한국맵 마이너 갤러리에서도 김철수는 이제 끝났다는 내용의 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 김철수도 이제 끝난 듯 ㅋㅋ

- 욕심을 너무 부리다가 탈났누ㅋㅋ

- 너무 나댄다 싶었닼ㅋㅋ 저기 1인던전이라 외부지원도 못 옴. 이제 ㄹㅇ 끝임. 끗, 끗, 끗 ^0^

┗ 개킹받네ㅡㅡ 김철수 죽으면 한마갤 접는다 ㅅㅂ 김철수 없으면 지구에 뭐 볼 거 있냐? ㅂㅅ 하꼬섭주제에

┗ 응, 잘가. 아무도 안 말려. 너네 별로 꺼지세요.

┗ 이 ♩♬루저 새기가 현피 뜰까?

┗ 웅, 시른뒈?

┗ 내가 너 찾아낸다.

┗ 응, 우리 집 금성.

설상가상으로 목이 없는 기사보다 더 강한 개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 몸 없는 기사? 개대두네.

- 얼굴 킹받게 생긴 거 보소. 씹징그럽다.

얼굴이 아주 커다란 마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눈두덩이가 움푹 파여 있어서 눈동자가 존재하지 않았다.

입이 양옆으로 주욱- 길게 찢어져 있었는데 거대한 이빨들이 돋아나 있었다.

이빨들은 마치 생명체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 이빨이 왜 꼬물거리누? ㅅㅂ

- 저거 뱀인 듯?

이빨 하나, 하나가 하얀 뱀으로 이루어진 마물이었다.

상당히 기괴하게 생겨서 보는 이로 하여금 본능적인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다.

- 머리카락은 지네인가?

- SSF로 보다가 껐음 ㅅㅂ;;

- 토할 뻔했다 ㄹㅇ

김철수의 방송은 늘 1인칭 시점으로 진행이 되고, 그에 따라 어마어마한 생동감을 전달한다.

이러한 화면에 익숙하지 못한 지구의 시청자들은 시청을 종료해 버릴 정도였다.

그러나 죠셉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만약, 김철수가 여기서 사망한다면 그 죽음을 기억해야만 했다.

'언제 또 이런 별을 만날 수 있을지 몰라.'

죠셉이 봐왔던 모든 원석들 중에 가장 빛나는 원석이었다.

그는 화면에 더욱 집중했다.

* * *

숨이 턱 끝까지 찼다.

아무리 대놓고 방어와 회피만 한다고는 해도, 목이 없는 기사들은 지금의 차진혁이 상대하기에 너무 강한 마물들이었다.

'도대체 언제 나오는 거냐?'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보스 몬스터인 '몸이 없는 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차진혁은 옆구리를 향해 찔러오는 창을 겨우 피해냈다.

거의 한계에 이르렀을 시점, 드디어 천장의 구멍으로부터 거대한 것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드디어 나왔다.'

몸이 없는 자.

거대한 얼굴이 천장으로부터 천천히 하강하고 있었다.

여기서부터가 진짜였다.

"한 번에 가겠습니다."

차진혁은 단도를 들어 올렸다.

"자살 해보겠습니다."

망설임 없이 차진혁의 심장을 푹! 찔렀다.

한 번에 즉사하는 게 중요하다.

아주 약간의 망설임이라도 섞이면 즉사판정 받기가 어렵다.

'좋아. 완벽해.'

시야가 어두워졌다.

약간 어지러운가 싶다가 이내 눈을 떴다.

한마갤에서도 난리가 났다.

- 어떤 미친놈이 자살을 저렇게 완벽하게 하냐?

죠셉은 차진혁의 광기를 접했다.

1인칭 시점이어서 오히려 더 잘 보였다.

김철수(차진혁)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심장을 찔러버렸다.

'찐 광기다.'

화면이 어두워졌다.

죠셉이 경건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김철수의 시대가…… 이제 막이 내린 건…… 응?"

그런데 화면이 다시 밝아졌다.

"오, 살아났습니다. 운이 좋네요."

목이 없는 기사들과 몸이 없는 자.

모두 사라져 있었다.

차진혁의 심장에는 여전히 단도가 박혀 있었고, 차진혁은 그걸 수욱- 빼냈다.

"잠시 지혈 좀 하겠습니다."

차진혁의 태도는 굉장히 담담했다.

"가슴에 난 구멍은 다 메꿔졌습니다. 다행히, 제 도박은 먹혔군요. 아, 왜 이렇게 플레이했는지 설명하겠습니다. 저는 아까 노파의 말에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차진혁이 씨익 웃었다.

빨리 말해주고 싶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방송, 재밌네!'

아까 따놨던 영상 중 일부를 바로 재생시켰다.

"오로지 죽음으로만 희망의 꽃을 싹틔울 수 있으리. 제 스스로 꽃을 피워라. 아아, 그 꽃은 하얗고 아름다웠지. 순결한 삶을 보는 것만 같았어. 명심하여라. 꽃만이 죽음을 몰아낼 수 있으리니."

버벅거리지 않고 머릿속에 구상했던 것들을 착착 진행 시켜가는 이 맛이, 마물을 사냥할 때의 손맛만큼이나 쫄깃했다.

"아까 노파가 죽어야 한다고 대놓고 알려준 덕분입니다. 얘기를 종합해 보면 자살하라는 얘기였거든요. 어차피 싸워봤자 이길 수 없고, 그냥 해봤더니 이게 되네요?"

당연히 그냥 해본 건 아니었다.

사실 이 방법은, 훗날 신서버 모험가라 불리던 이마나리 쿤이 찾아낸 클리어 방법이었다.

"운이 좋았습니다."

회귀 전의 차진혁이 타 서버에서 경험했듯, '서울시 제4 시나리오'는 대부분의 서버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의 시스템 시나리오였다.

이름과 디테일이 조금씩 달라질 뿐 전체적인 진행과 보상은 매우 흡사했다.

"어? 제 가슴팍에 꽃 한 송이가 자라나고 있습니다. 아까 구멍 난 곳입니다."

하얀색 꽃이었다.

이 꽃이 피자, 구멍 난 천장으로부터 하얀색 꽃잎이 휘날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햇살이 스며들면서 바닥에 풀들이 자라났다.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는가 싶더니, 흩날리던 꽃잎이 아까 노파가 있던 쪽을 향해 날아갔다.

이내 끼익-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저벅, 저벅, 발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해골의 모습이었던 노파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은 완벽히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지팡이를 짚고 차진혁 쪽을 향해 다가와 차진혁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아- 백색의 꽃을 피우신 이여."

"꽃이 저절로 떨어졌습니다. 노파의 손을 향해 넘실넘실 날아가네요."

하얀 꽃이 노파의 손에 닿았다.

"죽음을 몰아내고 기어이 꽃을 피우셨군요."

이후 노파의 말이 이어졌다.

상당히 긴 말이었으나 차진혁 입장에서는 의미 없는 말이었다.

"경외받기에 지극히 합당하신 이에게, 빛의 가호가 있으리라."

노파는 엉금엉금 기어와 차진혁의 발에 입을 맞추었다.

['잔해더미에서 피어난 희망'이 클리어되었습니다.]

이윽고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어두운 공간.

이내, 황금빛 가루를 피워올리는 세 개의 상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잔해더미에서 피어난 희망'의 클리어 보상이 주어집니다.]

[3개의 상자 중 하나를 선택하십시오.]

[시간제한은 20초입니다.]

차진혁의 눈에 숫자가 생성되었다.

[20:00]

[18:22]

숫자가 빠르게 줄어드는 사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께서 무엇을 선택하든 마땅히 경외 받으실 것입니다. 이제 시작의 꽃잎이 휘날립니다. 훗날의 온전한 경외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으십시오."

중계자의 시야로 살펴보아도 상자에 대해 자세히 알아낼 수 없었다.

단독 심층 인터뷰 등을 사용해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도 시간이 너무 짧았다.

차진혁은 망설이지 않았다.

[신비, '행운 그 자체'를 사용합니다.]

다행히 쿨타임이 돌아온 상태.

쿵!

머리에 커다란 충격이 느껴졌다.

연속된 사용의 부작용이었다.

'머리가 깨질 거 같기는 한데…….'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번개가 내리치는 걸 봤다.

첫 번째 상자였다.

나는 그 상자에 손을 뻗었다.

['제1 상자'를 보상으로 선택하였습니다.]

상자의 입구가 열리고 무엇인가 아이템 하나가 튀어 올랐다.

'저, 저건?'

차진혁도 알고 있는 아이템이었다.

──────────

[룰 브레이커]

──────────

* * *

룰 브레이커.

신화급 아이템이었다.

참고로 '신화'는 시스템의 분류는 아니고 유저들의 분류다.

보통 서버급 중에서도 극 희귀로 분류되는 아이템들에 붙는 등급이었고, 그 수가 극도로 적었다.

'미친, 진짜 룰 브레이커네?'

지구 서버 출신 중에 룰 브레이커를 가졌던 플레이어는 한 명도 없었다.

아르비스의 절대자 몇몇이 이걸 갖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고, 내게 패배를 안겨줬었던 아우툴 서버의 검술가 '조로'가 룰 브레이커를 갖고 있었다.

'근데 내가 아는 것보다는 좀 허접하게 생긴 거 같은데?'

작은 망치같이 생긴 아이템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룰 브레이커는 이거보다 훨씬 삐까뻔쩍했다.

온갖 장식과 룬 문자 같은 것들이 새겨져 있는 아이템이었는데, 지금 보는 룰 브레이커는 그저 황금색 밋밋한 망치에 불과했다.

──────────

[룰 브레이커 (성장) (귀속)]

법칙을 파괴하는 무구.

──────────

아, 이게 성장형이었어?

주인의 성장에 따라 아이템도 함께 성장하는 아이템.

그게 성장형 아이템이다.

"법칙을 파괴한다고 하는데 뭘 파괴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자세한 설명이 없으니까 직접 몸으로 부딪쳐보는 수밖에 없었다.

순간, 팟! 하고 스파크가 튀었다.

'어쭈?'

룰 브레이커가 나를 거부하는 듯했다.

얘도 신비처럼 약간의 의지를 가진 것 같았다.

'나를 거부한다고? 나를? 나를 거부해?'

이건 자존심의 문제였다.

무슨 결계나 마법작용의 한 종류인가 싶어서 해금술을 사용해 볼까 하다가 그만뒀다.

혹시 룰 브레이커의 권능까지 해금시켰다가는 큰일이니까.

파직! 파지직!

계속해서 스파크가 일었다.

손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지만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참아냈다.

"어떻게 해야 이 아이템을 길들일 수 있을까요?"

그 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업적, '올 클리어(잔해더미에서 피어난 희망)'을 달성하였습니다.]

사러가 던전에 이어서 오랜만에 올 클리어가 떴다.

내 오른 손등에 올 클리어 각인이 하나 더 생겼다.

나도 모르게, 내 몸이 부르르- 떨렸다.

"올 클리어 효과가 별거 없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올 클리어 효과들 중에서 가장 범용성이 떨어지는 효과였다.

'서울시 제4 시나리오'와 관련이 있는 모든 아이템을 굴복시킬 수 있는 효과였다.

"저항 의지를 가진 아이템들이 여러 개 나오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죠."

저항 의지가 있는 아이템 자체가 희귀한데, 그런 게 여러 개 나온다거나 할 일은 없겠지.

"그래도 일단 바로 써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것 같네요. 아무튼 굴복시켜 보겠습니다."

나는 곧바로 '올 클리어(잔해더미에서 피어난 희망)'을 적용시켰다.

자꾸 저항하던 룰 브레이커가 결국 순종했다.

몇몇 정보들이 머릿속에 입력되었다.

'오?'

지금의 룰 브레이커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아이템의 직업 제한 룰을 부술 수 있어?'

고레벨로 가면 갈수록 직업의 경계가 뚜렷해진다.

그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아이템의 제한 때문이었다.

고레벨 검술가의 검을, 고레벨 궁술가가 사용하지 못한다.

'룰 브레이커가 그 규칙을 깨준다고?'

다시 말해 나는 고레벨 전용 검을 사용할 수 있는 스트리머가 되었다는 뜻이다.

와 이건 진짜 생각도 못했는데.

'내가 고레벨이 돼서도 검을 쓸 수 있다고?'

이거 실화냐?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벌렁거린다.

'게다가 귀속 아이템이라 빼앗길 일도 없고.'

귀속 아이템은 주인이 사망하면 소멸한다.

이 방송이 퍼져 나가도 상관없다는 소리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개 설레네.

나는 설레는 마음을 감추며 최대한 침착하게 방송을 이어갔다.

"근데 왜 던전 밖으로 이동이 안 되는지 잘 모르겠네요."

탈출구를 따로 찾아야 하는 설정은 없었는데.

혹시 그래야 하나?

그런데 공간이 일그러지는가 싶더니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게 왜 여기서 튀어나와?'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이 하나 모습을 드러냈다.

복면을 쓰고 있어서 얼굴도 알아볼 수 없었다.

다만, 붉은색 눈동자 하나가 보였다.

요사하게 빛나는 눈동자가 심상치 않았다.

'밀실의 그림자?'

저놈들은 시스템이 직접 운영하는 암살집단으로, 시스템 가디언이라고도 불린다.

시스템에 해악을 끼치는 요소를 직접 제거할 때 동원되는 청소부들이었다.

'뭐지? 찝찝하게.'

아무래도 나를 죽이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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