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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75화 (75/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75화

내가 베라클라프 목걸이를 반사 방향으로 강화했던 건 내 나름의 경험 덕분이었다.

'거의 백 퍼센트에 달하는 확률이었는데.'

반사는 열이면 열 성공했었다.

70퍼센트 성공확률이라는 건 생각보다 훨씬 큰 확률이었으니까.

'전생에서는 페널티 구경도 못 해봤는데.'

치명상이 즉사공격으로 전환되는 무지막지한 페널티.

나는 그 페널티를 한 번도 못 겪어봤다.

물론 우연이고 행운이라는 사실을 알기는 아는데, 어쨌든 전생과 비교해서 너무 큰 차이가 났다.

'회귀하면서 행운을 모두 다 써버리기라도 한 건지.'

아무래도 안 되겠다.

'행운 관련 신비를 얻어야겠어.'

그런데 그 신비를 얻는 방법을 잘 모른다.

신비가 아무데나 마구잡이로 널려 있는 것도 아니고.

'행운이랑 관련된 신비라…….'

내가 아는 한 놈이 그 신비를 갖고 있기는 했다.

그 덕분에 여러 번 목숨을 부지했었지.

'연쇄살인마 전남길.'

우리 가족을 살해했던 연쇄살인마놈이 행운과 관련된 신비를 갖고 있었다.

그게 자꾸 발동하는 덕분에 놈이 내 칼을 몇 번이나 막아냈다.

마구잡이로 몽둥이를 휘둘렀는데 우연찮게 내 검의 궤도에 걸리기도 했었다.

'놈을 잡으려는데 갑자기 화분이 떨어지기도 했었지, 아마.'

전남길과는 아예 상관이 없는 꼬맹이가 장난으로 화분을 던졌다나 뭐라나.

그게 전남길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었고.

'음.'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빼앗아야겠다.

한편, 두더지맨이 내게 달려와 나를 끌어안았다.

"진짜 깼잖아, 두지!"

두더지맨은 굉장히 흥분했다.

저만치 앞을 가리키며 방방 뛰었다.

"게이트가 생성되었다, 두지!"

얘를 밀쳐낼까 하다가, 나름대로 좋은 방송각인 거 같아서 그냥 내버려 뒀다.

두더지맨의 표정이 정말로 리얼해서 연출하기 좋았다.

"가자, 두지!"

내 손목도 아니고 손을 꽉 잡았다.

그러고서 성큼성큼 걸어 게이트에 다가갔다.

게이트는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이럴 줄 알고 열쇠를 하나 더 획득해놨었다, 두지!"

두더지맨은 과연 랭킹 2위 다운 준비성을 보여주었다.

나는 두더지맨의 손을 털어낸 뒤 방송을 이어갔다.

"아무래도 클리어된 것 같습니다. 패스파인더 팀이 클리어를 했는지 궁금해지는 순간이군요."

찰칵.

게이트가 열렸다.

[강남 신세계 백화점 던전이 클리어되었습니다.]

[업적, '강남 신세계 백화점 던전을 정복한 자'가 주어집니다.]

특별한 업적은 아니었다.

어떤 던전들은 그것을 깨는 것만으로도 업적을 주는데, 나도 익히 알고 있는 업적이었다.

히든피스를 조금 더 수월하게 찾게 해주고, 강남 신세계 백화점 던전에서 얻는 보상들을 일정확률로 상향 조정해 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두더지맨이 머리를 감싸쥐며 무릎을 꿇었다.

"안…… 돼!"

"왜?"

"늦어버렸다, 두지."

녀석이 쓰고 있는 모자-두더지맨인데 귀는 너구리 모양이다-의 귀가 축 늘어졌다.

아무튼 컨셉에 충실한 녀석이다.

그리고 후에에에엥! 울기 시작했다.

"잠시 위로의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잠시만 음소거 하겠습니다."

"위로는 필요 없다, 두지! 난 패배했다, 두지!"

음소거 모드를 실행한 나는 녀석의 어깨에 손을 얹고서 두더지맨의 귀에 속삭였다.

"또 내 손 깍지껴서 잡으면 손목 잘라버린다."

"……."

두더지맨의 몸이 움찔했다.

얘는 살기에 아주 민감한 직업을 가지고 있으니 충분히 이해했을 거다.

"알아들었으면 웃어."

"……."

두더지맨이 울음을 뚝 그쳤다.

나는 음소거 모드를 해제했다.

"다 위로했습니다. 다행히 위로가 잘 통한 모양이군요."

"……."

내 위로에 힘을 얻은 두더지맨은 울음을 멈췄다.

마음을 잘 다잡기는 했지만 억울하긴 한 모양이었다.

"놈들이 우리보다 7분이나 빨리 깼어!"

두더지맨은 분한 듯 입술을 꽉 깨물었다.

"최초 클리어 업적을 저놈들이 가져가 버렸다, 두지!"

마침, 건너편 횡단보도에 한세린과 강미나가 서 있었다.

초록불로 바뀌자 한세린과 강미나는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 * *

나는 방송을 이어갔다.

"누가 이긴 건지, 판가름을 내보겠습니다."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팀원들도 합류했고, 한세린과 강미나의 팀원들은 길 건너편 커피숍에서 대기 중이었다.

"다들 비장한 표정으로 앉아있군요. 일부는 승리자의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기다란 탁자에 서로를 마주 보고 앉았다.

내 맞은편에는 이현성이 앉아 있었다.

이현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가 7분 더 빨랐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승리라고 할 수 있겠지요."

기분이 약간 나빠졌다.

사실 이현성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말했으면 이렇게까지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우기는 건 똑같네.'

아무리 봐도 내가 압도적으로 더 강했는데, 맨날 자기가 더 강하다고 주장하던 검술가다운 발언이다.

이현성은 오늘도 자기가 이겼다고 주장할 생각인 것 같았다.

어차피 고레벨 업적도 아니고 그래 너네가 이긴 걸로 해라, 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이러면 얘기가 달라지지?

"진심으로 그걸 승리라고 생각한다고?"

"……."

"보스 몹을 잡지도 않고 지름길로 빠져서 가짜로 클리어한 걸 승리했다고 친다고? 네가 그러고도 검술가냐?"

"우리의 목표는 빠른 클리어였다."

대뜸 반말하는 걸 보니, 본성이 금방 나오는 거 같다.

물론 반말은 내가 먼저 했지만 신경 안 쓰기로 했다.

"검은 왜 들었냐? 쪽팔리게."

"……."

"스트리머도 잡는 보스몹을 못 잡아서 튀었다고?"

거기에 저쪽 길잡이로 함께했던 한세린이 참전했다.

"못 잡아서 튄 게 아니지. 우리는 보다 효율적인 전략을 택했을 뿐이야. 우리의 목표는 클리어였으니까."

"그러니까, 그게 제대로 된 클리어였냐는 말이지."

"당연히 제대로 된 클리어지."

"그건 길잡이인 네 입장에서나 그렇고."

길잡이는 효율적이고 안전한 길을 추구한다.

한세린 입장에서는 잘한 게 맞다.

"근데 이현성, 너는?"

"내 이름을 어찌 알지?"

"한마갤이랑 SSF 검색해 보면 다 나와. 인물정보에 빠삭해야 하는 스트리머가 랭킹 1위 검술가도 몰라볼까 봐. 말 돌리지 말고 똑바로 대답해. 너. 너. 너. 너."

나는 손가락으로 전투 인원들을 가리켰다.

"너희들 입장에서도 제대로 된 클리어였냐?"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미나를 가리켰다.

"네가 나보다 좋은 엘튜브각 뽑아냈냐?"

"다, 당연하지."

아마 저 말은 사실일지도 모른다.

쟤는 그냥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콘텐츠를 뽑아낼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애니까.

"시청자 수 몇 명인데?"

"……."

몇 명이긴.

엘튜브 들어가서 확인해보면 다 나온다.

얘 시청자 숫자는 대략 1만 명가량 될 거다.

"스트리머의 역량은 시청자 숫자로 결정되는 거야. 내 말이 틀려?"

"단순히 시청자 숫자로만 역량을 표현하기는 어려운 문제지."

"그거 말고 무슨 객관적인 수치가 있는데?"

아직은 내 시청자가 쟤 시청자보다 훨씬 많다.

스트리머는 시청자 숫자 많은 게 장땡이다.

"아니면 나보다 레벨이 높냐?"

"……."

"시청자 숫자도 적고 레벨도 낮으면 진 거지 뭘."

강미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많이 분한 모양이었다.

"그럼 여기서 승리했다고 주장할 만한 사람은 패스파인더뿐이네?"

이현성은 또 억지를 부렸다.

"우리는 두 명밖에 죽지 않았다. 동료들의 희생을 발판 삼아 클리어를 이룩하지 않았다는 뜻이지."

그 말에 차진솔이 반응했다.

"희생이요? 무슨 희생?"

"그쪽도 죽은 걸로 안다. 아무리 부활설정이 걸려 있다지만 죽음의 고통과 공포는 진짜니까."

"그게 왜 희생이에요?"

차진솔이 서둥이들 쪽을 바라봤다.

"너네도 희생이라고 생각해?"

서둥이들이 동시에 고개를 갸웃했다.

쟤들도 진심으로 이게 왜 희생인지 이해 못하는 모양새였다.

서지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좋은…… 죽음이었는데."

그다음은 서지수였다.

"이런 형태의 공격으로 죽어보는 건 처음이어서 좋은 배움이 됐는데 뭔 소리인지 모르겠네요. 진짜 많이 배웠다고요."

잘 컸다 잘 컸어.

정말 바람직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김정현이 한술 더 떴다.

"목뼈가 부서지고…… 머리가 박살 나는 느낌은…… 아주 생소하였……습니다. 체술가라면…… 반드시 한 번은 경험해 봤어야…… 할 느낌이라고 생각…… 합니다."

내가 말했다.

"우리 애들은 이 던전에서 많은 걸 배웠어."

나도 두더지맨 덕분에 초심을 되찾기까지 했다.

여기서 많은 걸 얻어간다.

"근데 너희는? 그저 7분이라는 시간 외에 우리보다 나은 것들이 있었나? 물론, 길잡이끼리의 경쟁에서는 너네가 이겼겠지."

두더지맨은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그렇지만 나와 눈이 마주친 뒤 입을 다물었다.

"그러니까 두더지맨과 패스파인더의 경쟁에서는 패스파인더의 승리. 그 외 나머지에서는 다 우리의 승리지. 이렇게 압도적인 결과인데 뭘 우기려 드는 거냐?"

저쪽 애들은 입술을 옴짝달싹하며 무슨 얘기라도 하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강미나가 먼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됐어!"

강미나가 우리를 한 번씩 노려보았다.

"내가 김평범만 찾으면, 너넨 다 끝이야! 흥!"

강미나가 먼저 멀어졌다.

태도야 어찌 됐든 패배를 인정하는 모양새였다.

* * *

목재현은 이 상황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누가 이기면 뭐가 어때서?'

저쪽 사람들을 보아하니 세상을 다 잃은 거 같다.

이쪽 팀원들을 보아하니 세상을 다 얻은 거 같다.

'내가 이상한 거야?'

왜 다들 이런 사소한 거에 집착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거 인정받는다고 누가 돈 주는 거 아닌데 말이다.

물론 그건 그의 착각이었다.

"김철수가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

최갑수가 차진혁에게 1,000만 다이아를 후원했다.

미셸장 또한 차진혁에게 1,000만 다이아를 후원했다.

"지구 서버에서 이런 고품격 방송을 볼 줄 누가 알았겠어요?"

"스트리머의 솔로잉이라."

"기지를 발휘했다고는 하지만, 그 동작 하나하나가 일품이었죠."

움직일 때는 암살자들처럼 날렵했다.

그리고 그의 공격은 체술가처럼 묵직했다.

"여벌 목숨과 베라클라프 목걸이의 협응도 엄청 좋은 편이고요."

"아주 훌륭했다는 건 인정하지. 그러나 저런 컨셉의 플레이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모르겠군."

"글쎄요. 그건 지켜봐야겠죠."

돈벼락과 돈쭐은 오랜 시간 SSF를 시청해 왔다.

저레벨 구간에서 온갖 직업을 소화하는 스트리머들은 오래전부터 많았다.

그러나 개중 고레벨 스트리머가 된 자는 극히 드물었다.

"왠지 말이야. 나는 저놈이 고레벨 구간에서도 엄청난 실력을 보여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영감님의 희망사항 아니고요?"

"허허, 그래. 기대일지도 모르지."

아무튼 차진혁은 두 사람에게만 2,000만 다이아를 후원받았다.

그리고 근 2만 명에 달하는 시청자들이 소소하게(?) 1,000만 다이아를 후원했다.

차진혁은 도합 3,000만 다이아를 획득했고 팀원들에게 각각 100만 다이아씩 나눠주었다.

차진혁의 팀원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훌륭한 보상.'

'개이득! 언니랑 합치면 200만이네!'

'일급 100만 원. 멋집…… 니다.'

'으흥흥, 나는 오빠를 너무 잘 만났나 봐.'

'이기면 돈을…… 벌잖아?'

다들 대단히 만족했다.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사실도 모두를(목재현을 제외하고) 기쁘게 했다.

한편, 신세계 백화점 던전을 클리어하고 돌아온 차진혁은 집으로 돌아와 보상들을 살펴보았다.

[파라오의 금빛 가면]

[파라오의 실패한 불로초]

'어디다 쓰는 거더라?'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 쓰일지 모르니까 일단 잘 보관해놓기로 했다.

그때 차진혁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누구지?'

발신인은 천사소녀였다.

-찾았어요.

"뭘?"

-그쪽이 찾으라고 했던 사람. 전남길이요.

연쇄살인마, 전남길을 찾아냈다.

-근데…… 좀 이상하거든요.

"뭐가 이상한데?"

-한번 봐봐요. 카톡으로 링크 보낼게요.

카톡!

링크가 하나 전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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