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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71화 (71/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71화

'시청자 정원이 왜 이렇게 많아졌어?'

원래 1레벨당 300명씩 정원이 늘어났다.

현재 내 레벨은 56.

내 방송에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은 15,000명가량으로 제한되어 있던 상태였다.

'이게 갑자기 3배가 늘었어?'

입장 가능 인원이 무려 50,000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나는 이 기현상이 벌어진 이유가 '올라운더' 때문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내 신체와 능력 전반 모두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특성이구나.'

내가 가진 직업 자체에도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친 것이 틀림없었다.

'이건 좀 숨겨야겠다.'

내가 플레이를 열심히 하기로 마음먹은 것과는 별개로, 이 폭증은 너무 비상식적이었다.

아직 각성자 사냥꾼 같은 놈들이 벌써 나를 노리고 있을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적당히 조심할 건 조심하는 게 좋았다.

'올라운더 특성 이름은 예전처럼 만능잡캐로 설정해 두고. 시청자 숫자는 어떻게 조절이 안 되나?'

다중인생으로 특성의 이름과 설명 등은 조작이 가능했지만 시청자 숫자는 고칠 수 없었다.

근데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열심히 인터페이스를 뒤져본 결과 시청자수 제한을 걸 수 있었다.

'어디 보자. 지금 에건 폴이…… 5만 명 좀 넘는구나.'

그래서 나는 일단 원래 정원수대로 입장제한을 걸어놓았다.

천천히 점진적으로 입장인원을 늘려갈 생각이다.

'에건 폴도 진짜 미친놈이 틀림없어.'

벌써 5만 명이 넘는다니.

랭킹 보드로 살펴보면 나보다 레벨도 높았다.

얘는 벌써 60레벨을 달성했으니까.

'근데…… 기분은 좋다.'

현재 내 능력이 에건 폴과 비등비등한 수준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입장 가능 인원이 비슷한 수준이라는 건, 곧 비슷한 수준의 스트리머라는 뜻이니까.

'거봐라, 차진솔.'

언젠가.

차진솔이 에건 폴을 추켜세웠던 적이 있다.

시청자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했었나, 대단하다고 했었나.

'나도 이 정도는 된다.'

어차피 랭킹보드에 공개는 안 할 거다.

공식적인 랭킹 1위는 당연히 에건 폴이 맞지만 이건 기분 문제였다.

'따라잡는 것도 가능할 거 같은데.'

견물생심이라고.

너무 멀 때는 욕심이 안 나는데 가까워지니 욕심이 났다.

'1등 하고 싶다.'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 * *

죠셉이 나를 찾아왔다.

그러더니 대뜸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에건 폴과는 잠시 결별했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내가 회귀하던 시점에도 얘는 스타 메이커였고, 에건 폴의 최측근 중에서도 최측근이었다.

"도저히 당신을 잊을 수가 없어요. 당신은 별이 될 존재입니다."

"……."

"스타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지구에서, 아니, 전 서버에서 가장 유명한. 당신의 본질에 나의 도움이 얹어지면 불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솔깃한 제안이었지만 나는 거부했다.

"나는 레벨 150에 은퇴할 거야. 그러니까 자꾸 귀찮게는 안 했으면 좋겠는데."

얘가 갑자기 나한테 붙는다?

자기 인재를 중요시하는 에건 폴한테 찍힐 거다.

심지어 그 인재가 죠셉이다?

'와 생각만 해도 피곤해.'

그리고 솔직히 레벨 150까지는, 얘 도움 없이도 비공식 랭킹 1위 정도는 할 수 있을 거 같다.

"저는 당신에게 제 인생을 바치기로 했습니다, 미스터 김."

"바치지 마. 돌아가."

"모난 정은 언젠가 돌을 맞기 마련입니다. 당신처럼 빛나는 별은, 결국 그 찬란함을 탐하는 어둠의 무리가 승냥이처럼 이를 갈고 다가올 것이 틀림없습니다. 저는 그 찬란한 빛이 더욱 찬란하여 태양과도 같은 광휘를 흩뿌리길 원합니다. 제가 그 빛을 수호하겠습니다. 더욱 빛나게, 더욱 눈부시게!"

아 뭐라는 거냐 도대체.

영어로 뭐라고 씨불이길래 해석이 이렇게 들리는 건지 모르겠네.

얘 각성명이 '사랑, 추억, 그리고 오롯한 그리움★'일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근데 또 아예 틀린 말을 하는 건 아니네.'

얘는 무슨 고레벨 구간을 경험해 본 사람처럼 말을 하고 있다.

선구안이 꽤 뛰어난 거 같다.

그러니까 미래에도 그렇게 유명한 스타 메이커로 통했지.

"어중간한 빛은 어둠에 잡아먹히기 마련이죠. 그러나 태양은 어둠에 먹히지 않습니다. 어둠이 나를 잠식하려 한다면, 그보다 더 밝은 빛으로 어둠을 몰아내면 그만입니다."

"네 말은, 내가 어중간한 빛이라는 뜻이냐?"

"그렇습니다."

나는 죠셉의 말에 약간 흥미가 생겼다.

"생각해 보십시오. 어중간히 아름다운 빛을 내는 보석은 누구나가 탐냅니다. 그러나 태양은 다릅니다. 그 누구도 태양을 탐하거나 손대려 하지 않습니다."

"……."

"제가 미스터 김을 태양으로 만들겠습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자꾸 끌린다.

생각해 보면 회귀 전 검왕이었던 시절, 나는 어중간한 빛이었던 거 같기는 하다.

지구 서버에서는 손꼽힐 정도로 강했지만 전 서버 기준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서버 전체 랭킹이 존재했다면 나는 아마 100위권일 확률이 높았다.

근데 만약 모두를 압도할 만큼 강해진다면?

그러면 오히려 더 편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아…… 정신 차리자.'

자꾸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되는 경향이 있는 거 같다.

세상에 먼치킨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걸 그렇게 뼈저리게 경험했으면서도, 또 저런 말에 휘둘리는 거 보면 나는 아직도 사람이 덜됐다.

"세상에 먼치킨은 없어. 나는 레벨 150에 은퇴할 거고, 너는 그냥 에건 폴한테 돌아가."

죠셉은 무릎을 꿇은 채 일어서지 않았다.

"은퇴 같은 건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뭔 소리야? 나 은퇴할 거라니까?"

"절대 그럴 리 없습니다."

얘는 뭔 개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은퇴하겠다는데 왜 지가 아니래.

내가 혹시 또 사회성이 떨어져서 얘 말을 이해 못하나 싶어 중계자의 시야를 켜봤다.

[#거짓말 #내 눈은_틀리지_않는다 #내_직감은_하늘에_닿았으므로☆]

무슨 속임수나 다른 생각이 있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냥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또라이였다.

자기 눈이 안 틀렸다고 확신을 하는 걸 보니 우물 안 개구리인 거 같다.

"제가 아직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해하겠습니다."

"그게 아니라니까."

"레벨 150을 달성하면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그때까지는 에건 폴의 어벤저스 사단에서 실무경험을 쌓으며 저를 성장시키겠습니다. 그때, 다시 받아주십시오."

[#당신은 은퇴를 하지 않아 #아니 할 수 없지]

* * *

최갑수의 연금술사 공방에 누군가가 찾아왔다.

30대 중반쯤의 늘씬한 미녀였는데 성공한 재미교포 사업가, 미셸장이었다.

"영감탱이 표정이 볼만하네. 여기서 이름을 최갑수라 쓴다지?"

"난 너를 초대한 적이 없는데."

"우리 사이가 뭐, 누가 초대해야 오고 그래? 이렇게 벽치면 나 서운해."

지구 서버의 이름은 미셸장.

그녀의 진짜 이름은 '돈쭐'이다.

'돈벼락'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신흥 갑부이자 SSF의 네임드 유저.

그녀는 다리를 꼬고 앉았다.

"영감탱이도 모르나 봐?"

"뭘?"

"김철수가 왜 요즘 방송을 안 켜는지."

"그건 말이지."

미셸장의 눈이 가늘어졌다.

"거봐. 모르네."

"아니? 안다."

"알면 벌써 자랑했겠지. 김철수가 이래이래서 방송 쉬고 있다고."

"……."

요즘 둘의 관심사는 김철수였다.

김철수의 존재가 둘의 자웅을 가리게 했다.

"돈을 그렇게 쏟아부었는데도 그다지 VIP 취급도 아니고. 뭐, 나랑 똑같네?"

"시끄럽다. 알아보려면 금방 알아볼 수 있는데 알아보지 않은 것뿐이야."

"사소한 귀띔 정도도 안 해줬나 봐."

미셸장이 푸흡, 웃었다.

최갑수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런데 그때.

최갑수의 비서인 몽마 릴리아가 노크했다.

"대표님, 김철수가 찾아왔습니다."

"들어오라고 해라."

최갑수의 어깨가 넓게 펴졌다.

그리고 턱을 높이 들고 다리를 꼬았다.

미셸장을 바라보며 '봤냐?' 하고 작게 말한 뒤 말을 이었다.

"어디, 얘기를 한번 들어보지, 김철수 스트리머."

* * *

나는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미셸장?'

나랑 깊은 연관은 없었지만 미국에서 아주 크게 활동한 사업가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얼굴과 똑같은 걸로 봐서 이 여자도 최갑수 영감님과 비슷한 과일 거다.

나는 직감할 수 있었다.

'얘도 사실은 트리니티인가 뭔가 그거인가 보다.'

근데 오늘따라 최갑수 영감님이 나한테 사근사근하게 굴었다.

"그래. 베라 클라프 목걸이는 완성되었다지?"

"네, 도움 주신 덕분에 잘 완성되었습니다."

"그거 사용은 언제 할 건가?"

"조만간 하려고 합니다. 사용법 좀 익히고 이래저래 시험하느라고 방송을 못 켰습니다."

"그럴 거면 휴방 공지라도 좀 올리고 그래야지 않겠나? 시청자들이 얼마나 기다리는지 모르나?"

"……아."

생각해 보니 거기까지 신경을 못 썼다.

스트리머의 기본인데 말이다.

이건 빼도 박도 못하는 내 잘못이다.

"죄송합니다. 새로운 아이템의 능력에 정신이 홀려 버려서 그만…… 다음부터는 꼭 제때제때 공지 올리도록 할게요."

"허허허."

최갑수 영감님은 더없이 인자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아니 이거, 적응 안 되게 왜 이래?

"아, 내 정신 좀 보게. 이 친구는 미국에서 사업하고 있는 미셸장이야. 내 먼 친척이지."

미셸장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미셸장이에요."

"김철수입니다. 반갑습니다."

"뭔가 부탁할 거리가 있어서 여길 찾아온 거 같은데 허심탄회하게 얘기해 봐요."

"예?"

미셸장은 사람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있다더니 그게 진짜인 거 같다.

"아, 그것이……."

"내게 부탁이 있어서 왔다면 나를 보고 얘기해야지, 어딜 보고 얘기하나? 말해보게. 무슨 바람이 일어 여기까지 찾아왔는가?"

잘은 모르겠지만 둘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거 같다.

친한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서로 '나한테 부탁해라!' 하는 거 같은 느낌이다.

"입장료가 필요한 던전이 있습니다."

"입장료?"

"예. 강남 신세계 백화점 던전인데요. 거기 레벨 50이 넘는 마물들이 득실거린다고 해서요. 기본 마물들 레벨이 그 정도면 혹시 더 강한 보스몹이 있을지도 모르고……."

최갑수 영감님이 턱을 매만지는 사이, 미셸장이 말했다.

"제가 돕죠."

"네?"

그렇게 말을 하는 미셸장의 입가에는 묘하게 승리자의 미소가 걸려 있었다.

아직 입장료에 대해 설명도 안 했는데 뭔지 알고 갑자기 돕는다는 건지 모르겠다.

"저는 누구처럼 무엇을 어떻게 할지 꼬치꼬치 캐묻지 않아요. 내가 투자하고 싶은 대상이 있으면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투자하죠. 강남 신세계 백화점 던전이라. 거기 입장료가 얼마죠?"

옆에 다소곳이 서 있던 릴리아가 대답했다.

"인당 100만 다이아입니다."

"좋아요."

나는 인당 100만 다이아를 지원받기 위해서 여길 찾아온 게 아니다.

"거기는 입장료가 부과된 대신에 부활설정이 걸려 있는 필드라서요."

"그런데요?"

"입장료와 함께 부활설정이 걸려 있다는 건 그만큼 위험하고 어려운 던전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렇겠죠?"

"한두 번 도전으로는 클리어가 어려울 것 같아서요."

여러 차례 도전해야 한다.

내 생각에는 10번도 넘게 도전해야 할 거 같다.

이번 콘텐츠는 그 도전기를 찍어보려고 했는데, 어쩐지 미셸장이 내게 지나치게 호의적이다.

"당연하죠. 백 번 도전해도 좋아요. 방송을 열면 선금으로 10회분을 지급하죠. 대신, VIP 초대장을 줘요."

"잠깐."

최갑수 영감이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그 두 배를 주지."

"중간에 끼어드는 비매너를 보여주시겠다?"

"김철수는 내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이곳에 왔지. 중간에 끼어든 건 내가 아니라 미셸장, 자네일 텐데?"

두 사람의 눈빛이 허공에서 부딪치는 느낌이다.

연금술사 공방이 진동했다.

작은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았다.

대체 왜 이러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으나 이내 내게 곤란한 시선이 쏟아졌다.

"좋아요. 김철수 스트리머.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죠? 뭐가 옳다고 생각하나요?"

"그래. 김철수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응당 내 후원을 받는 것이 맞겠지? 내가 그 두 배를 준다고 하지 않았는가."

상당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내가 '제왕의 격'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저 기세에 눌렸을지도 모르겠다.

'근데…….'

올라운더 특성을 얻게 된 이후로 뭔가 다른 것들이 보인다.

예전 같았으면 무조건 '돈 많이 주는 분한테 받을게요' 했을 거 같다.

그렇지만 그런 실리 외에 다른 것들이 보였다.

'이건 뭐야?'

보이지 않는, 수많은 계산식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잠재 스킬, '넓은 시야'가(이) 활성화되었습니다.]

40레벨에 익히는 군주 계열 플레이어들의 스킬, '넓은 시야'가 다시금 활성화되었다.

그에 더하여 순식간에 알림들이 이어졌다.

[잠재 스킬, '보다 넓게'가(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이 또한 군주계열 플레이어들의 스킬이었다.

40레벨 스킬을 강화하는 50레벨 스킬.

그리고 이내 또 다른 알림이 이어졌다.

[잠재 스킬, '외교력(外交力)'가(이) 활성화되었습니다.]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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