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70화
명상을 마치고 일어선 나는 중계상점을 열었다.
'어디 보자.'
내 전 재산은 현재 7억 다이아 정도 된다.
처음에는 이 억 단위 다이아에 현실감이 없었는데, 이것도 또 익숙해지고 있다.
내 예상보다 후원을 훨씬 많이 받고 있다.
아마 비밀상자의 컨셉이 정확하게 먹혀들고 있는 거 같다.
──────────
[바하라의 싱잉볼]
소리가 나는 그릇.
바하라의 기운을 품고 있어 명상에 도움을 준다.
지속시간 : 1분.
가격 : 10,000,000 다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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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싱잉볼보다 바하라의 싱잉볼의 효과가 좋다는 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가격 차이가 무려 10배다.
'근데 사야겠지?'
사러가 던전의 올 클리어 효과만으로는 해금술을 완벽히 펼치기 어려울 거 같다.
저 천재 특성은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는 폭발같은 게 일어날 거다.
그러면 내 정신세계는 완전히 만신창이가 되어 폐인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렇다고 락이 모두 풀릴 때까지 기다리면, '천재 특성'에 독이 다 퍼져버린 후다.
락이 풀린 천재 특성은 훗날 내 만능잡캐와 커다란 충돌을 일으키게 될 것이 분명했다.
'이건 진짜 양아치 아니냐?'
그래서 신이 났다.
시스템이 이렇게 주기 싫어하는 걸 보면 분명 엄청난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딱히 시스템을 욕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이것도 던전이랑 비슷하다.
깨기 쉬우면 별 볼 일 없는 보상이 주어지고, 깨기 어려우면 훌륭한 보상이 주어진다.
이것도 그렇게 생각하면 맘 편한 일이다.
[바하라의 싱잉볼을(를) 구매하였습니다.]
숱한 명상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대 아마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할 거 같다.
[바하라의 싱잉볼을(를) 구매하였습니다.]
.
.
.
[바하라의 싱잉볼을(를) 구매하였습니다.]
나는 내 전 재산을 탈탈 털어 넣어 바하라의 싱잉볼 70개를 구매했다.
일단 집으로 돌아와 차진솔을 기다렸다.
연락은 안 되고 내가 파주로 갈까 하다가 괜히 길이 엇갈릴 수도 있어서 그냥 기다렸다.
'곧 오겠지.'
그러나 그건 내 착각이었다.
파주 헤이리마을로 사냥을 떠났었던 차진솔은 새벽 5시가 되어서야 집에 들어왔다.
"뭐하다가 이렇게 늦게 들어와?"
"모야 모야? 나 기다려쏘?"
제정신이 아닌 거 같다.
술에 취한 건 아닌 건 아니고, 아마 마물 사냥에 취한 모양새였다.
가끔 저런 경우가 있다.
근데 최상위 랭커가 될 자질을 가진 애들만 저런 취기를 보이는데?
'얘는 좀 자제시켜야 되나?'
최상위 랭커가 되면 너무 피곤해질 텐데.
나는 얘가 절대 최상위 랭커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긴 한데, 그래도 괜히 신경이 쓰인다.
'일단 나한테 닥친 일이나 해결하자.'
* * *
다행히 차진솔은 정신을 차렸다.
사러가 던전 3층에 진입하자 오히려 더 각성해 버렸다.
"우리 둘이 은밀한 플레이 하는 거야? 뭔가가 더 숨겨져 있는 거지? 그렇지?"
눈이 반짝 반짝 빛났다.
얘 모습에서 천사소녀나 한세린 같은 모습이 보여서 마음이 복잡해졌다.
다른 녀석들의 광기는 좋은 거지만, 내 가족의 광기는 보기가 좀 그렇다.
"이거 받아."
바하라의 싱잉볼 70개를 넘겼다.
"시간 정확히 재면서 1분마다…… 아니, 59초마다 이 싱잉볼을 사용해."
솔직히 60초마다 정확히 쓰라고 하고 싶은데 그랬다가는 실수가 날 거 같다.
"이게 뭔데?"
"내 명상을 도와줄 도구."
"지금 명상을 한다고? 여기서?"
"어. 정확히 안 써주면 나 머리 터져서 죽을 수도 있다."
그 말에 차진솔의 몸이 움찔 떨렸다.
"농담이지?"
"진담인데."
"야이 미친놈아. 나 안 해. 못 해."
"너 아니면 부탁할 사람이 없어."
이건 진짜 목숨을 거는 거다.
다른 애들한테 맡기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많이 따른다.
"너니까 맡기는 거야."
"뭐?"
"내가 제일 믿는 사람이잖아."
"그, 그런 말이 통할 것 같아?"
충분히 통해 보인다.
"네가 정 싫다면 다른 애들한테 부탁할 거야."
"……."
결국 차진솔은 고개를 끄덕였다.
"59초마다 한 번씩 사용하면 되는 거지? 가능하면 1분이면 더 좋고?"
* * *
나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준비는 완벽했다.
띵-
[바하라의 싱잉볼 효과가 적용됩니다.]
나는 명상을 시작했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제3자가 되어 내 안의 소우주를 관조했다.
내 눈앞에 작은 우주가 펼쳐졌고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번쩍번쩍 빛나는 별에 가까이 다가가 손을 뻗었다.
'천재 특성을 좀 먹는 바이러스라.'
나는 정신을 집중했다.
함부로 해금술을 썼다가는 내 머리가 날아갈 거다.
'재미있네.'
이 쫄깃함은 비상섬여를 처음 상대할 때보다 더욱 짜릿했다.
슬쩍 슬쩍, 빛이 나는 천재 특성에 손을 대보았는데 그때마다 손이 튕겨져 나와 집중이 깨질 뻔했다.
올 클리어 효과와 싱잉볼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 몇 번이고 명상이 깨졌을 거다.
'최대한 정확히 파악하고 관조한 후에, 해금술을 써야 한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전불태라고 했다.
모든 것에 통용되는 진리다.
특성과, 저 특성을 파먹는 좀벌레는 정확히 읽고 또 읽어내야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제는…… 눈으로 보지 않고서도 천재 특성을 똑같이 그려낼 수 있어.'
그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좀벌레까지도.
그 좀벌레가 어떻게 움직일지까지도.
모든 것들을 머릿속으로 구현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한 번에 끝내야 한다.'
의식 세계 속에서 나는 큰 숨을 들이마셨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온몸에 힘을 빼고.'
긴장하면 몸에 힘이 들어간다.
이는 무척 세밀하고 조심스러운 작업이고, 실수하면 내 머리가 날아간다.
'지금.'
[신비, 해금술을 사용합니다.]
* * *
차진솔의 이마에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녀의 몸은 이미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그녀 또한 극도의 긴장 상태 속에서 싱잉볼을 소진했다.
'이제 겨우 하나 남았어.'
69개를 사용했다.
차진혁의 시간을 아껴주기 위해서 최대한 1분에 딱 맞추어 사용했다.
약 1시간 이상이 흘렀다.
'잘은 모르겠지만…….'
차진혁의 몸에서 엄청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녀가 땀에 전 것처럼 차진혁도 마찬가지였다.
'오빠, 제발.'
자꾸만 머릿속에 차진혁의 머리가 터지는 모습이 아른거렸다.
그녀의 맥박이 높아지고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이게 마지막이야.'
마지막 싱잉볼을 사용했다.
이후 약간의 시간이 흘러, 차진혁의 몸에서 금빛 마력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차진혁이 눈을 번쩍 떴다.
"야, 치료."
그 말을 끝으로 차진혁은 정신을 잃었다.
"오빠!"
차진솔은 차진혁에게 힐을 쏟아붓다가 본인도 실신하여 쓰러졌다.
그리고 하루가 흘렀다.
차진솔이 눈을 떠보니, 차진혁이 먼저 일어나 있었다.
"오빠. 괜찮아?"
"너는 힐러가 네 힐량 조절도 제대로 못해서 어떡할래?"
"아니, 괜찮냐고?"
"괜찮으니까 혼내지."
"……."
차진솔이 입술을 깨물었다.
"나한테 또 이딴 거 시키면 진짜 죽여 버릴 거야."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네 머리 터지는 줄 알았다고 #왜 대갈통이 꿀렁거리는데!]
차진솔은 말을 계속해서 쏟아냈다.
"그래서? 왜 이런 짓을 한 건데? 뭘 위해서 그런 위험을 무릅쓴 거야?"
"뭔가를 하나 얻으려고."
"그니까 그게 뭔데?"
"몰라도 돼. 알면 안 될 것 같아. 세상에 알려지면 무척 피곤해질 거 같거든."
"그래서 나한테도 비밀로 하시겠다? 날 못 믿겠다?"
"너는 믿지."
"근데 왜 나한테도 비밀로 하는데?"
"네 머릿속을 열어서 기억이랑 정보를 끄집어내 가는 미친놈들도 많으니까. 이런 건 그냥 모르는 게 나아."
"……."
차진혁은 자신에게 벌어진 변화를 읽어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해금술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일단 집으로 가서 조금만 쉬자."
요 며칠, 스트리밍은 쉬어야 할 거 같았다.
* * *
'온몸에 기력이 하나도 없네.'
기력이 다 빨렸다는 뜻이었다.
차진혁은 침대에 누워 특성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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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1. 중계결계.
2. 올라운더.
3. 여벌목숨.
4. 제왕의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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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혁은 해금술이 성공하던 순간을 떠올렸다.
[특성, '천재'를 획득하였습니다.]
만능잡캐가 검제를 잡아먹었을 때와 같았다.
이번에는 만능잡캐가 천재를 포식했다.
이내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특성, '만능잡캐'가 특성, '올라운더'로 상향 조정됩니다.]
만능잡캐나 올라운더나 본질 자체는 비슷했다.
그런데 이제 '잡'이란 글자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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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운더]
만능잡캐의 상위호환 특성.
모든 잠재력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려, 일만의 빛을 찬란히 발하리.
발현 조건 :
1) 만능잡캐
2) '왕' 이상의 특성 포식.
3) '기재' 이상의 특성 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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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신체에 적용되는 패시브 계열의 특성이 아니었다.
어떤 특성들은, 그 특성 내에 또다른 스킬들을 보유한다.
그 스킬들을 일컬어 내재된 특성스킬이라고 하는데 줄여서 내특스킬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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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재된 특성 스킬]
1. 저 높은 곳에 닿으리.
- 경험치 획득률 10% 상승.
2. 빠른 미래를 보라.
- 직업 스킬 개방을, 일시적으로 30레벨만큼 앞당길 수 있다.
3. 천재는 지치지 않는다.
- 모든 특성, 스킬 발현 시 정신력 소모가 대폭 감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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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입장에서, 하나하나가 다 사기적인 능력이다.
경험치 획득률 10% 상승이라니.
안 그래도 레벨업이 빠른 스트리머인데, 거기에 10% 추가 산정이 붙는다.
미래 기준으로, 경험치 5% 추가해 주는 반지가 대략 30억 다이아에 거래 된다.
10%짜리 아이템은 본 적도 없거니와, 만약 존재한다면 수백억 다이아는 우스울 것이 분명했다.
'직업 스킬 개방을 30레벨만큼 앞당겨?'
그는 자신의 영혼에 검왕 시절에 익혔던 스킬들도 내재되어 있다는 걸 확인했다.
그것들을 잠재 스킬에서 일반 스킬로 전환시켜놓을 수만 있다면, 그는 정말로 본신 레벨보다 훨씬 고레벨의 스킬을 미리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지나친 정신력의 소모인데.'
본신 레벨보다 너무 높은 등급의 스킬을 사용하면 정신력이 지나치게 많이 빨리니까.
그렇지만 '제왕의 격' 과 더불어 '천재는 지치지 않는다'가 그것을 막아줄 것이었다.
'근데 이 능력 걸리면 난리 나겠는데.'
각성자 사냥꾼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능력이었다.
'다중 인생'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차진혁은 올라운더 특성을 얻자마자 이름을 원래처럼 '만능잡캐'로 다시 설정해놨다.
'200레벨 이상 넘어가면 다중인생으로도 완벽히 감출 수는 없을 거야. 그때가 되면 진짜 무시무시하고 위험한 놈들이 나를 노리겠지. 그러면 내 가족들도 위험에 빠질 거고.'
이런 능력을 얻은 것 자체는 뛸 듯이 기뻤다.
그래도 그는 스스로의 정신을 다잡았다.
'레벨 200전에는 무조건 은퇴해야 된다.'
그때까지 활약하다가는 이 능력을 들키고 말 거다.
그러면 지금의 행복과 평온은 완전히 날아간다.
일상이 또 무너질지도 모른다.
'그럼 안전하게 150까지만 할까?'
어느새 기준이 100에서 150으로 올라갔지만, 그는 그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레벨 150까지는 최선을 다해서 플레이해야 해. 그때까지 완벽히 은퇴할 기반을 만들어 놓는다.'
세상에는 반짝 플레이어들이 많다.
최근 죽음을 맞이했던 흑자 또한 그랬다.
'훗날에는 별 볼 일 없는 애송이였는데, 현시점에서는 기공계열 랭킹 1위였지.'
그것은 차진혁에게 좋은 명분을 만들어 주었다.
레벨 150까지는 반짝 플레이어로서 활약해도 될 것 같다는 명분을.
반짝 플레이어는 초반에 잠깐 관심을 받지만 이내 잊혀진다.
그 정도는 해도 될 거 같다.
'딱 150까지만이다. 내가 더 욕심내면 사람도 아니다.'
3일간 휴식을 취한 뒤, 그는 다시금 방송에 복귀하기로 했다.
'SSF와 엘튜브 연동이 거의 끝났네.'
다시 말해, 이제는 지구의 사람들도 엘튜브를 통해 스트리머 '김철수'의 방송에 진입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었다.
'응? 근데 이건 뭐냐?'
방송을 시작하기 직전.
차진혁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