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66화
시스템 최대 커뮤니티 네르버.
개중 가장 마이너라 할 수 있는 지구 서버 게시판에 몇몇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 지구에서 전섭 신기록 달성함.
┗ 오픈 베타에서 신기록? 개소리하누ㅋㅋ
┗ 응, 안 속아.
오픈 베타 서버에서 전 서버 신기록을 달성했다는 게시글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늘 있어 왔다.
- 이거 SSF 영상 링크다. 가서 확인들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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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진짜네?
┗ 쟤 레벨 몇임?
┗ 50대 후반일 듯.
몇몇은 전(前) 서버 기록을 찾아내기도 했다.
- 레벨 112, 아르비스의 초신성 헨서가 세웠던 게 최근 기록임. 근데 이게 7년 전임.
7년 만에 전 서버 신기록이 깨졌다.
신기록을 세웠다고 해서 모든 것들이 다 시스템상 '신기록'으로 기록되지는 않는다.
시스템이 신기록으로 인정했다는 건 다 어떠한 이유나 근거가 있기 마련이었다.
베라클라프의 목걸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또 몇몇이 SSF 영상을 캡처해서 차진혁이 획득한 보상 내용을 공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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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록]
시스템 내 최고 기록을 경신하였다.
강화 효과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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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기록' 효과는 베라클라프 목걸이에 곧바로 적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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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1]
즉사에 해당하는 공격을 공격대상에게 반사하는 능력(기본 확률: 70%+10%)
단, 치명상에 해당하는 공격이 오히려 즉사 공격으로 전환될 수 있다.(기본 확률: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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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 기본 확률이 10프로 높아졌다.
- 반사 80프로는 신화급 아니냐?
┗ 응, 그건 아님.
┗ 오바 싸지 마라, 오픈 베타에서 신화라닠ㅋㅋㅋㅋ
┗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정신 못차리눜ㅋㅋ
┗ 신화가 뉘집 개 이름이냐ㅋㅋㅋ
많은 이들이 아이템의 성능이 '신화급'은 아니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그러나 커뮤니티 네임드인 '백과사전'이 등장하면서 여론이 급반전되었다.
그의 글은 다른 글들과 달리 굵게 표시되었다.
- 실질적으로 반사 확률이 80퍼센트에 이르는 건 신화급이 맞습니다. 신화급 외에 80퍼센트 산정은 본 적 없습니다. 다만, 진정한 신화급이라면 저런 페널티가 존재하지 않았겠지만요. 반사 성능 자체는 신화급인데, 페널티가 너무 큰 기형적인 아이템이라 볼 수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저런 아이템을 사용하는 자는 정상까지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도박성이 너무 짙은 아이템은 오히려 사용자를 좀먹으니까요.
[글 작성자 : 백과사전]
네르버의 네임드 유저.
모든 유저를 통틀어 모르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알려진 그로 인하여 차진혁의 '베라클라프의 목걸이'의 성능이 신화급에 근접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 잘하면 달의 파편 시나리오 신기록 나오는 거 아님?
┗ 설레발 ㄴㄴ해.
┗ 너무 멀리 갔누ㅋㅋㅋㅋ
┗ 그 신기록 세운 게 누군지나 알고 하는 말이냐?ㅋㅋㅋ 현실감각 오지눜ㅋㅋ
오픈베타 서버는 원래 사람들의 관심이 별로 없는 곳.
그러나 신기록 달성으로 인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오픈베타 서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 내가 처음으로 오픈베타 서버 로그인해 봤다.
┗ 어? 너도? 나두.
난생처음으로 오픈베타 서버에 로그인해 봤다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그것은 헤비 유저들의 마음을 기쁘게도 했고.
- 거봐라, 오픈베타에도 보석은 존재한다니까?
심란하게도 했다.
- 아, 나만 알려고 했는데.
- 일부러 영업도 안 했는데 왜 벌써 알려지는 거냐?
차진혁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차진혁이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스트리머가 되어가고 있었다.
'신기록을 달성했네?'
대업적이라든가 첫 업적 판정 같은 건 전생에서 많이 해봤다.
그렇지만 신기록은 다른 문제다.
이건 아예 서버 전체를 아우르는 거니까.
'너무 성공적인가?'
그래도 뭐, 이게 어마어마한 신기록은 아닐 거다.
신기록도 다 같은 신기록이 아니다.
이렇게 아이템 하나를 강화하는 데 성공하는 신기록도 존재하고, 지구 전체가 맞물린 거대 시나리오를 깨는 신기록도 존재한다.
내가 세운 신기록은 굉장히 소소한 축의 신기록일 것이었다.
'뭐, 다들, 이 정도는 하니까.'
한세린을 보며 그걸 느꼈다.
한세린은 회귀라는 메리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 예상을 뛰어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몇몇 부분에서 실망을 주기도 했지만, 내가 회귀자인 이상 그건 감안 해야만 하는 수준이었다.
내게 '에건 폴'이라는 이정표가 없었다면 '내가 너무 잘했나?' 생각도 했을 거다.
그렇지만 에건 폴은 이미 나보다 훨씬 더 앞서 있다.
'내가 이루고 있는 것들이…… 대충 에건 폴의 절반쯤은 되려나.'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지나치게 잘하고 있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다.
그럭저럭, 꽤 괜찮은 수준의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나도 모르게 흐흐 웃었다.
'내일은 일요일이다! 내일도 난 김평범이지.'
나는 문득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근데 토요일에 내가 방송을 켰어?'
주말은 쉬는 날이다.
무조건 김평범으로만 플레이하려고 했는데, 강화 콘텐츠를 꼭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진짜 스트리머'로 거듭나고 있는 거 같다.
'좋은 건가?'
요즘 시청자 없어도 자꾸 방송하는 것처럼 혼잣말하고 싶어진다.
방송을 안 켰는데도 방송하는 것처럼 행동하곤 한다.
좋은 변화인 거 같다.
어쨌든, 내일의 나는 다시 김평범이다.
'목걸이 시험해 봐야지.'
새로운 아이템을 얻었으면 응당 그걸 시험해 봐야 한다.
마침 나는 이 아이템을 사용하기에 아주 좋은 곳을 알고 있다.
'세르찬이 입에 게거품을 물려나?'
일에 미쳐 있는 열정맨이자 여수시의 GM인 세르찬.
자기가 기껏 준비한 시나리오를 망쳤다고 나를 원망할지도 모르겠다.
근데 그건 별로 상관없을 거 같다.
'새 아이템 시험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냐?'
그건 걔 사정이다.
세르찬도 이해해 주겠지?
차진혁은 여수로 향하는 버스표를 끊었다.
버스는 상당히 제한적으로 운용되고 있었고 버스를 타기 위해 상당히 오랜 시간 기다려야 했다.
'와, 시간 진짜 안 가네.'
원래 고대하는 시간은 더디게 다가온다.
비상섬여와 다시 싸워볼 수 있다는 생각에 미칠 것 같았는데, 이놈의 고속버스는 왜 이렇게 느린지.
'예전이 좋았지.'
헬리콥터로 다니거나 이동술사의 도움을 받아 다녔었다.
그때에 비하면 너무 비효율적이고 힘든 여정이었다.
어쨌든 여수시에 도착했다.
'그래도 언질은 줘야겠다.'
GM콜을 해봤는데 응답이 없었다.
'어라? 곧바로 대꾸할 줄 알았는데?'
세르찬이라면 난리를 칠 줄 알았는데.
한 번 더 GM콜을 해봤더니 쪽지가 하나 도착했다.
[자꾸 귀찮게 하면 죽여 버린다]
[발신자 : 하곤]
차진혁이 모르는 이름이었다.
GM이 바뀐 모양이었다.
'이러면 마음이 편하지.'
차진혁은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여수시청을 향해 걸었다.
중간중간, 죽은 지 얼마 안 된 시체들이 보였다.
"미친놈들이 많구나."
죽은 상태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비상섬여에게 거의 저항도 못 해보고 죽었다.
'자기 레벨에 맞는 놈들과 싸워서 강해질 생각을 해야지, 쯔쯧.'
무턱대고 강한 놈과 싸운다고 해서 실력이 느는 건 아니다.
어느 정도는 격이 맞아야 한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가장 강한 상대와 싸워야 강해지는 거다.
"어느 시대에나 미친놈들은 있기 마련이니까."
그 수가 생각보다 많았다.
이것은 여수검객(차진혁) 때문이기도 했다.
여수검객은 무려 솔로잉으로 비상섬여와 공멸했고, 그에 따라 수많은 플레이어들에게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희망을 심어주었다.
그리하여 많은 플레이어들이 비상섬여 사냥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차진혁은 이러한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뭐, 강한 놈과 싸우고 싶은 건 너무 당연한 본능이니까."
그리고 그런 차진혁을 살피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거의 폐허처럼 변해버린 건물 안.
기둥을 엄폐물 삼아 몸을 숨긴 한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그녀의 특성인 '천리안'을 사용하여 여수시청 근처를 탐색하다가 차진혁을 발견했다.
"검을 들었네요."
혼자 온 걸 보니 곧 죽을 놈이 틀림없었다.
'하, 좀 좋은 그림 좀 건지려고 했는데.'
그녀의 이름은 강미나.
한국 맵, 랭킹 7위의 스트리머였다.
그녀는 설레는 마음으로 여수시로 향했다.
현존하는 마물 중 가장 강력한 마물이라니.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방송을 이어갔다.
"아무래도 또 여수검객 코스프레가 나온 것 같아요."
저런 놈들이 꽤 있었다.
"화면으로 볼 때의 비상섬여와 실제로 볼 때의 비상섬여가 얼마나 다른지 모르는 멍청이들이죠."
그나마 팀 단위로 몰려올 때는 그럭저럭 괜찮은 엘튜브각을 뽑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저렇게 멍청한 놈 하나는 좋은 그림을 하나도 못 뽑는다.
순식간에 사망할 테니까.
'그냥 예고편 영상으로나 하나 써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차진혁을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뭐, 뭐야?'
방금 눈이 마주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묘하게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저와…… 눈이 마주친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이건 당연히 착각이겠죠? 하, 하하!"
그런데 왠지 모르게 착각이 아닌 것만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황급히 촬영분을 앞으로 넘겨보았다.
녹화된 영상 속,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며 싱긋 웃고 있었다.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날 보며 웃었다고?'
이곳과 여수시청의 거리는 무려 3,000미터나 떨어져 있었다.
'소, 손을 흔들었어?'
검을 든 플레이어가 자신을 알아차릴 확률은 지극히 0에 수렴했다.
'그, 그냥 우연이겠지.'
그녀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럴 리 없다고 되뇌었다.
'어?'
천리안 속, 남자가 사라져 있었다.
'뭐지?'
천리안이 피사체를 놓친 적은 처음이었다.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며 그녀는 황급히 남자의 모습을 찾았다.
'없어!'
귀신에 홀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자는 혹시 사람이 아니라 사람 형태의 또 다른 마물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
남자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주 반갑다는 표정으로.
"으아아아악!"
세상은 넓고 미친놈은 많다.
전투력이라고는 1도 없는 스트리머의 몸으로 여수시에 기어 들어왔을 정도면 말 다 했다.
'중계자의 시야'가 천리안을 읽어낸 덕분에 나는 여기에 강미나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시점에 천리안을 쓸 수 있는 플레이어는 많지 않으니까.'
그리고 스킬의 기운 자체가 너무 익숙했다.
그것만으로 강미나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나는 강미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운이 좋은 건지 당연한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강미나가 맞았다.
나를 본 강미나는 깜짝 놀랐다.
"여, 여, 여긴 어떻게?"
"미안해."
"뭐, 뭐가?"
나는 미리 준비해둔 쇠막대기로 강미나의 머리를 내려쳤다.
참고로 이건 강미나 본인이 알려준 방법이다.
"방송이 송출되지 않기를 바랄 때? 제일 확실한 방법은 스트리머를 기절시키는 거지."
플레이를 하다 보면 종종 방송으로 노출되지 않기를 바랄 때가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는 스트리머에게 방송 송출을 중단해 달라고 부탁하는 게 보통이다.
"스트리머들끼리는 뚝배기를 깬다고 표현해."
스트리머가 의식을 잃으면 방송은 SSF와의 연결이 끊어져서 방송이 자동으로 종료된다.
강미나 본인이 많이 쓴 방법이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진짜 미친놈이기는 했어.'
자기랑 같은 콘텐츠를 찍는 혹은 자기가 고안한 아이디어를 훔친 스트리머에게는 얄짤 없었다.
스트리머들이 강미나를 뚝배기 브레이커라고 불렀을 정도다.
아무튼 나는 강미나가 가르쳐준 방법으로 뚝배기를 깼고, 얘가 정신 차리기를 기다렸다.
깨자마자 또 방송을 켜면 또 뚝배기를 깨야 한다.
'그건 좀 그렇지?'
나는 옛 동료를 아끼는 선한 마음으로, 중계상점에서 아주 비싼 두건을 사서 눈을 가렸다.
내가 강미나를 좋아하니까 이렇게 선하게 구는 거지, 아니었으면 훨씬 혹독하게 대했을 거다.
"으음……."
어느덧 얘는 정신을 차렸고 나는 선량한 사람답게 차분히 설명을 해줬다.
"방송으로 송출되는 걸 원치 않아서."
"이, 이 미친놈이! 꺼, 꺼져!"
눈이 안 보여서 그런가.
아무 데나 단도를 휘둘러대고 있는데, 저항이 생각보다 격렬했다.
왜 저러나 싶다.
내가 아는 강미나라면 이런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이 상황마저 콘텐츠로 써먹으려고 각을 잡았을 텐데 말이다.
이 시기의 강미나는 침착함이 좀 부족한 거 같다.
이럴 줄 알았으면 팔다리도 묶어놓을걸.
"이건 네 탓이다."
어쩔 수 없이 또 머리를 내려쳐서 기절시킨 뒤 팔다리를 묶어 기둥에 고정했다.
깨어나면 좀 안정이 될 거 같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강미나가 깨어났다.
"사람이 착하게 말을 하면 좀 듣지?"
"……원하는 게 뭐죠? 왜 이런 짓을 하는 건가요?"
"이제야 침착해졌네."
나는 나한테도, 얘한테도 이익인 제안을 건넸다.
"비상섬여랑 싸우는 거 촬영하게 해줄게. 솔로잉으로 잡을 거야."
근데 얘가 날 극도로 경계하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설득이 쉽지 않을 거 같기도 하고.
"독점으로."
"네, 오빠."
히죽.
얘 지금 웃었다.
히죽.
나도 웃었다.
이제야 강미나답다.
참고로 쟤가 누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