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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61화 (61/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61화

아라크네.

황소보다 더욱 커다란 거미형 마물이고, 몸은 시퍼런 색이었다.

머리통에는 6개의 눈동자가 붉은색으로 번뜩이고 있었다.

비상섬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위압감이 상당했다.

──────────

[스킬]

1. 물어뜯는 이빨

2. 거미줄 분사

3. 숨겨진 촉수

──────────

* * *

내가 아는 아라크네보다 레벨도 더 높고 스킬도 하나 가지고 있었다.

'숨겨진 촉수는 모르는 건데.'

순간, 나는 반성해야만 했다.

'원래 상대 스킬 모르는 게 당연한 거잖아?'

이래서 중계자의 시야에 너무 익숙해지면 안 된다.

원래 상대의 스킬을 모르고 전투에 임하는 건 당연한 거다.

몸으로 부딪쳐가면서 배우는 건데 중계자의 시야로 자꾸 다 읽어버리니까 실전감각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조심해야겠다.

"목재현."

"네."

목재현은 여전히 겁을 먹은 상태지만 앞장서서 수목산성을 펼쳤다.

목재현은 탱커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

아라크네는 두 갈래로 갈라진 턱을 가졌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개체였다.

놈은 벽면을 타고 옆으로 이동하여 허공에 이빨질을 해댔다.

"스킬이다, 목재현."

어떤 위치에 스킬이 발동되는지 보였다.

그러나 그걸 하나하나 짚어줄 시간은 없었다.

'목재현의 수목산성을 믿어보는 수밖에.'

이제 목재현의 수목산성 운용 능력도 많이 높아졌다.

'그래. 거기.'

수목산성의 주위로 이빨 모양의 '효과(이펙트)'가 생성되었다.

콰직!

콰직!

그것이 수목산성을 둘러싼 넝쿨에 이빨 자국을 남겼다.

"좋네. 잘했어."

저 능력이 바로 원거리 공격스킬, '물어뜯는 이빨'이다.

개체마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저놈은 총 3개의 '물어뜯는 이빨'을 사용했다.

"방금 그 느낌 기억해. 너는 뛰어난 탱커고, 분명히 어딜 공격하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어."

단순한 수목산성으로는 아라크네의 스킬을 완전히 파훼할 수는 없다.

스킬이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부분.

특정 부분의 강도를 높여야 하는데 목재현은 그 작업을 훌륭히 수행해 냈다.

"서둥이들은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뉘어서 접근하고."

"알았어."

나는 중계상점에서 레이저 포인트를 하나 구매했다.

조금 더 정확한 위치를 짚어주기 위해서였다.

서지수는 의욕이 과다하게 넘치는 편이어서 정확한 길을 짚어주지 않으면 조금 서두르는 경향이 있었으니까.

"서지수. 내가 짚어주는 포인트 따라서 이동."

나는 레이저 포인트로 지점들을 하나하나 짚어주었다.

진짜배기 군주처럼 정교한 포인트를 생성시키지는 못했으나 그래도 제법 흉내는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나름대로 설명도 시작했다.

"놈은 근접전을 피하는 개체이리라 짐작 됩니다. 가지고 있는 세 개의 스킬도 모두 원거리 공격에 가깝고요. 그중에서 거미줄 분사는 적을 옭아매는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기동력을 최우선으로 하는 우리 서둥이들에게는 치명적인 공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지수는 내가 짚어준 포인트를 따라서 이동했다.

그 모습이 마치 날다람쥐 같았다.

"아마 저런 식으로 움직이면 주 공격인 물어뜯는 이빨로는 목재현을 공격하면서, 보조 공격인 거미줄로는 서둥이들을 견제할 겁니다."

서지수가 다음 지점을 향해 가볍게 뛰었다.

중계자의 시야는 많은 것들을 해석해서 보여주었다.

[스킬, '거미줄 분사'를 사용하였습니다.]

푸악!

거미줄이 쏘아졌다.

미리 대비하고 있던 서지수가 황급히 몸을 던졌다.

대비하고 있었다고 해도 완벽히 피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녀의 발목 부근에 거미줄이 묻었다.

그러나 서지수는 침착하게 단도로 거미줄을 잘라냈다.

"거미줄 분사의 쿨타임은 12초야. 지아가 접근해서 놈의 눈을 찔러."

서지아가 접근해서 놈의 붉은 눈에 단도를 찔러 넣었다.

푸악!

녹색 마물의 피가 뿜어져 나왔다.

"역시 눈이 약점인 듯합니다."

아라크네의 앞발이 주욱 늘어나는가 싶더니 서지아를 향해 휘둘렀다.

서지아는 은신을 사용하여 벽면에 몸을 붙였고, 아라크네의 앞발이 아주 미세한 차이로 그녀의 몸을 스쳐 지나갔다.

"다음은 김정현."

여전히 어그로는 목재현에게 집중된 상황.

거기에 서둥이들이 적당히 시선을 끌어주었으니 육중한 체구의 김정현이 투입되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참고로 김정현은 50레벨을 달성하면서 '보다 무겁게' 스킬을 활성화 해놓은 상태.

'너한테 거는 기대가 크다.'

김정현이 높이 뛰었다.

벽면에 매달려 있는 아라크네의 붉은 눈을 향해 주먹을 세차게 휘둘렀다.

퍽!

공중에서 무려 두 번의 주먹을 휘둘러 두 개의 눈을 터뜨렸다.

푸악!

녹색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사이, 거미줄 분사의 쿨타임인 12초가 지났다.

"목재현. 줄기 뻗어내."

"네."

목재현은 내 말을 잘 이해했다.

수목산성의 나무줄기 하나를 길게 쭈욱- 뻗어내서 김정현을 보호했다.

[스킬, '거미줄 분사'를 사용하였습니다.]

김정현을 노렸던 거미줄은 김정현이 아닌 나무줄기를 꽁꽁 묶었다.

거미줄과 맞닿은 나무줄기가 거미줄의 독성을 이기지 못하고 썩어버렸다.

목재현은 스스로 나무줄기를 끊어버리고 새로운 넝쿨을 생성시켰다.

'아…… 근데 이거.'

스트리머인데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다.

'재미있네?'

한국맵 마이너 갤러리가 불타 올랐다.

- 김철수의 본 직업에 관하여.

- 김철수는 군주형 스트리머가 확실하다.

- 김철수 스트리머 맞냐?

김철수의 방송에서 소통이 불가능하다 보니, 소통을 원하는 시청자들이 한국맵 마이너 갤러리로 몰려들었다.

게다가 한국맵 마이너 갤러리조차도 인원 제한이 걸려 있다 보니, 소통을 원하는 시청자들 중에서도 더욱 적극적인 시청자들만 이곳에 입장할 수 있었고, 덕분에 화력이 타 커뮤니티에 비해 월등히 뛰어났다.

- 근데 김철수한테는 군주 스킬이 하나도 없음.

┗ 군주 스킬 하나 없이 저런 유기적인 명령이 가능하다고?

┗ 김철수 레벨 1때부터 지켜봄. ㄹㅇ임. 군주 스킬 전무함.

- 호들갑 ㄴㄴ 저레벨 때 다들 저정도는 하지 않음? 쟤가 뭘 그리 대단하다고 이리 난리인지 모르겠네.

┗ 그건 공략법이 다 알려진 서버나 그렇지.

┗ 여기 오픈베타임. 오픈베타에서 군주 스킬없이 누가 저렇게 함? 저 정도면 직업 선택 잘못한 거 같은데.

┗ 근데 그렇다고 보기에 이미 시청자수 압도적이지 않누? 돈쭐에 돈벼락에 바람나그네에 이미 네임드 시청자들도 잔뜩 붙었고.

┗ 어? 진짜네. 확인해 보니 압도적 1위임.

이런저런 얘기가 많이 오갔다.

김철수가 스트리머로서 엄청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래도 군주를 선택했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그런데 차진혁(김철수)도 그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와…… 이건 뭐야……?'

완전히 처음 접해보는 황홀감이었다.

직접 전투를 나서지 않았으나 그에 못지않은, 어쩌면 그보다 더한 쾌감이 그의 말초신경을 자극했다.

군주들은 군주들만의 즐거움이 있다고 하더니 그 말이 진짜인 것 같았다.

어떤 군주들은 이 쾌감을 일컬어 군주가즘이라고 부르기도 할 정도였다.

'이거 왜 이렇게 재미있는데?'

[아라크네를 처치하였습니다.]

차진혁 스스로가 평가하기에도 이 정도면 상당히 훌륭한 레이드였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업적, '뛰어난 팀 플레이'를 달성하였습니다.]

['불타지 않는 거미줄'을 획득하였습니다.]

아라크네는 눈이 모두 파괴되었다.

서지아와 서지수의 연격으로 인하여 머리를 감싼 보호막이 파괴되었고, 김정현의 묵직한 한 방이 아라크네의 머리를 뭉개버렸다.

아라크네 최후의 일격이었던 '숨겨진 촉수'가 뒤꽁무니로부터 뿜어져 나와 김정현의 등을 뚫어버리는 치명상을 입히기는 했으나 미리 준비하고 있던 차진솔이 곧바로 회복시켜주었다.

'연계가…… 완벽했다.'

맛보아서는 안 될 즐거움을 맛본 느낌이었다.

발을 들이면 안 될 금단의 영역에 발을 들인 느낌이기도 했다.

심지어 그것을 업적으로 인정받기까지 했다.

'업적을 공유한 팀원들끼리 함께 플레이할 때 공격력 4% 추가 산정, 방어력 4% 추가 산정. 거기에 스킬 쿨타임 20% 감소.'

저레벨 구간에서 상당히 효과가 뛰어난 업적이었다.

모든 것이 차진혁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그리고…… 중간에 들었던 알림은 대체 뭐지?'

차진혁은 똑똑히 들었다.

[잠재 스킬, '넓은 시야'가 활성화되었습니다.]

'넓은 시야'는 군주 계통 플레이어들이 레벨 40에 획득하는 스킬이었다.

보통의 인간보다 더 넓은 시야를 갖게 해주는 스킬.

고레벨로 올라가면 360도, 혹은 그를 넘어 하늘 위나 지하 등을 투시하여 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스킬이었다.

'검술가 스킬은 그렇다 치더라도…… 군주 스킬이 왜 잠재되어 있는 건데?'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것은 차진혁을 기쁘게 했다.

체내에 군주 스킬이 잠재되어 있다는 것은, 언젠가는 그 스킬을 진짜로 꺼낼 수 있다는 뜻이니까.

'아라크네 몇 마리 더 있었으면 더 확실히 알 수 있었을 거 같은데.'

차진혁은 진심으로 아쉬웠다.

이 느낌은 마치 '검의 영역'에 들어섰을 때의 그 기분과 흡사했다.

아라크네의 레이드가 끝이 났고, 길잡이 한세린은 차진혁과 차진혁의 팀을 보며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아름다워."

한세린은 광기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차진혁은 그 눈빛을 발견하지 못한 채 말했다.

"아라크네 레이드가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통로를 찾아 탈출하면 끝이겠군요."

더 이상 스트리밍에 집중하고 싶지 않았다.

방금 느꼈던 이 쾌감에 몸을 맡기고 싶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방송 때 뵙겠습니다."

방송을 꺼버리고 벽면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은 채 여운을 즐겼다.

차진혁이 무척 지쳤다고 생각한 팀원들은, 차진혁에게 접근하지 않고 차분히 기다려주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차진혁이 눈을 떴다.

차진솔이 걱정스레 물었다.

"오빠…… 괜찮아?"

차진혁 입장에서는 차진솔이 지나치게 조심스레 말을 하는 것이 의아했다.

표정만 보면 차진솔이 어디 아픈 게 아닌지 걱정될 정도였다.

어쩔 수 없이 중계자의 시야를 사용해서 확인해 봤다.

[……#초인적인 지휘였어 #당연히 힘들만 하지 #조금 더 쉬어도 돼]

차진혁은 어이가 없어서 웃을 뻔했다.

'얘는 다 좋은데 가끔 진짜 이상한 걱정을 한다니까? 무슨 걱정에 개연성이 이렇게 없어?'

그렇지만 저 마음 자체는 이해했다.

사실 회귀한 이후로, 그 또한 차진솔에게 그러한 감정들을 느끼고 있으니까.

"한세린. 탈출구, 찾아줘."

"알겠어."

탈출구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합정역 1번 출구 던전이 클리어되었습니다.]

차진혁 입장에서 클리어 보상 자체는 별 게 없었다.

차진혁은 이후, 클라프 목걸이의 강화 재료를 찾는데 열을 올렸다.

그 과정에 한세린이 합류했다.

한세린이 먼저 '나도 당분간 그쪽이랑 같이하게 해줘.'라고 요구했다.

"그쪽과 함께하면 아름다운 순간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아. 나 그때 너무 황홀했거든."

다른 사람은 이해 못 해도 차진혁은 단박에 이해했다.

차진혁은 한세린의 합류를 허락했고 5일 동안 적극적으로 던전 탐험에 임했다.

안타깝게도 아라크네를 상대할 때의 쾌감은 더 이상 느낄 수 없었다.

그렇게 5일이 지나 금요일이 되었다.

"방송으로 모두 보셨다시피 팀원들이 제게 아이템들을 양보해 주었습니다."

불타지 않는 거미줄.

얼어붙은 초록 눈동자.

동쪽 마수의 빛바랜 보석.

늙은 도마뱀의 발톱.

붉은 옹달샘의 샘물.

다섯 가지 재료를 모두 획득한 상태.

"이번 주 마지막 방송은 강화콘텐츠입니다. 베라클라프의 목걸이를 강화해 보려고 합니다."

차진혁은 곧장 종로로 향했다.

강화의 장인, 외눈박이 거인 '뮬리누스'의 작업장에 도착했다.

차진혁이 작업장 안으로 도착하자 2미터가 넘는 크기의 외눈박이 거인 뮬리누스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애송이는 안 받아."

"강화를 의뢰하러 왔습니다."

"애송이는 안 받는다고. 꺼져."

"재료는 다 구해왔고요."

"꺼지란 말 안 들려?"

"강화를 의뢰하러 왔다고, 멀대."

"꺼져."

그리고 그 커다란 주먹을 세차게 휘둘렀다.

김정현보다 훨씬 더 강력한 공격이었고, 지금의 차진혁이 감당할 수 없는 파괴력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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