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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58화 (58/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58화

키하엘은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선배님, 위치정보까지 풀면 어떡합니까? 이거 논란의 여지 있는 거 몰라요?"

SSF는 엘튜브와 연계된 동영상 플랫폼임과 동시에 플레이어들을 위해 수많은 편의기능을 제공한다.

플레이어 등록 정보도 그와 마찬가지였다.

플레이어 등록 정보는 랭킹보드와 연계하여 랭커들의 신상정보를 읽어내는 기능.

열정맨 세르찬은 거기에 위치정보까지 접근을 허용했다.

"허용한 서버도 많잖아."

"3 대 7입니다."

"거봐, 허용한 서버가 7로 더 많지?"

* * *

* * *

* * *

키하엘이 이를 꽉 깨물고 대답했다.

"허용한 서버가 3입니다. 같은 통계자료 봤는데 왜 기억하는 게 다릅니까? 어제 봤는데요."

"하하하!"

"왜 웃는 겁니까?"

"많은 정보가 제공된다는 건 곧 수많은 정보의 교류를 말하는 것이고, 정보의 교류가 활발해진다는 건 곧 플레이도 보다 적극적으로 변한다는 것이지. 열정이 가득해진 서버를 볼 수 있을 거야. 아름답지 않나?"

열정 가득한 세상.

키하엘이 혐오하는 세상이다.

"진짜 선배님이랑은 안 맞습니다."

그 말에 세르찬은 크게 놀랐다.

"나는 너랑 무척 죽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어딜 봐서 말입니까?

그 말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세르찬은 또 자기 좋을 대로 듣고 해석할 것이 뻔했다.

세르찬이 키하엘의 등을 탁! 탁! 두드렸다.

"짜식, 수줍음도 많기는. 네 마음 안다, 알아. 하하핫!"

"……이거 정보 노출돼서 괜히 플레이어 간 살인 같은 범죄 벌어지면 피곤해지는 거 아시죠?"

"걱정 마. 이런 시스템이 생겼다고 곧바로 활용해서 써먹는 미친놈이 있겠어?"

미친놈이라는 말에 키하엘은 김철수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나 얼른 그 얼굴을 지워버렸다.

그놈과 뭐라도 연관되면 피곤해진다.

일이 수십 배는 늘어날 거 같은 섬뜩한 기분이다.

"걱정 마, 당분간은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거야."

키하엘도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문제가 생긴다면 우리 후임자들이 맡았을 때 생기겠지. 나도 모르겠다 이제.'

그렇게 생각했다.

차진혁은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음.'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자꾸만 거슬린다.

중계자의 시야는 상대의 상태를 읽어낸다.

이 능력은 내가 예상했던 것 이상의 효과를 발휘할 때가 종종 있었다.

상대의 정신력이나 레벨 등이 차진혁보다 현저하게 낮거나, 상대가 아주 격렬한 감정 등을 느낄 때에 더욱 그랬다.

'남의 기억까지 훔쳐볼 수 있다고?'

아예 기억이 통째로 전송되는 느낌이었는데, 나도 처음 겪는 것이었다.

'한세린이 고두현에게 뒤통수를 진짜 거하게 맞았었네.'

프리랜서로 제 아버지와 길잡이팀을 짠 한세린은 고두현의 팀과 제휴를 맺고 어떤 던전 클리어를 진행했다.

던전 클리어가 마무리될 무렵.

고두현이 스킬을 사용해서 한세린 아버지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한세린의 아버지는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던전의 보상 방식 때문에 고두현의 팀이 배신한 것이었다.

[클리어 존의 생존자 숫자에 따라 보상이 균등하게 분배됩니다.]

[클리어 보상 : 30,000,000 다이아]

[클리어 존의 생존자 숫자 : 12명]

고두현 팀은 한세린과 한세린 아버지를 낙오시키기로 결정한 모양이었다.

"운이 없었다고 생각해라."

고두현 팀은 한세린도 기절시켰다.

고두현은 한세린과 한세린의 아버지를 죽이려 했다가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건 고두현 팀의 스트리머 때문이었다.

"형님! 얘네 살려서 클리어 존 밖에 묶어두는 미션 떴어요! 30만 다이아 미션입니다!"

"그래?"

시간이 흐르면 던전 내의 마물들이 리젠될 거다.

미션을 준 변태는 아마 던전의 마물들에게 사람이 뜯기는 걸 보고 싶은 것 같았다.

"저기 나무에 묶어놓으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

그들은 한세린과 한세린 아버지를 한데 묶어서 나무에 결박시켰다.

"어차피 죽을 건데 재미 좀 보면 안 됩니까?"

"시간 없어. 3,000만 다이아 버릴 셈이냐? 빨리 와."

10명의 팀원.

다들 아쉽다는 듯 입맛을 쩝- 다셨다.

그렇게 한세린과 한세린 아버지는 그곳에 버려졌다.

'사실 한세린은 정신을 잃은 게 아니었고. 어찌어찌 빠져나오는 데 성공.'

차진혁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 새끼, 죽일까?"

차진혁의 팀원들은 서로 생명을 나눈 전우였고, 형제들이었다.

며칠씩 밤을 새워가며 던전을 탐사하던 때가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했다.

"내가 보편적인 사람이 된 걸 고맙게 생각해라."

예전이었으면 일단 죽이고 봤을 거다.

그렇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한세린이 도움을 요청한 것도 아니고, 회귀 전의 한세린과 회귀 후의 한세린이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일단 어디 있는지 정도만 알아만 둬야지.'

마침 SSF 사이트도 개설되었고, 놈은 꽤 높은 랭킹에 위치해 있을 테니까.

'계열은 아마 기공계열이겠지?'

수많은 계열들 중 '기공계열'이 존재한다.

마력을 일정한 형태로 가공하여 체술처럼 활용하는 계열의 직업이다.

체술가형 마법사에 가까운 느낌.

──────────

[기공계열]

[1위. 흑자(LV:49)]

──────────

'아, 이거다.'

보자마자 기억이 났다.

고두현의 각성명은 '흑자'였다.

'근데 기공계열 1위야?'

내가 기억하는 고두현은 그렇게까지 강력한 빌런은 아니었다.

어중이떠중이에 불과했었는데 지금 시점에서는 저 계열에서는 랭킹 1위였다.

아마 초반 반짝 플레이어인 거 같다.

'어디에 있으려나?'

다이아를 지불하여 위치정보도 파악했다.

'어라?'

[현재 위치 : 확인 불가]

[마지막 접속 기록 : 3일 전, 합정역 1번 출구]

'이야.'

3일 전, 합정역 1번 출구라.

이 정도 레벨 구간에서 클리어에 3일이나 걸리는 곳은 거의 없다.

클리어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미궁형 던전을 제외하면 말이다.

'마침 우리 목적지랑 똑같잖아?'

어쩌면 던전 안에서 만날지도 모르겠다.

차진혁이 히죽 웃었다.

차진혁은 팀원들에게 한세린을 소개했다.

"우리 팀에 새로 합류한 길잡이야. 이번 콘텐츠에 같이 참여하기로 했어."

다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눴다.

"저는 서지수, 여기는 제 언니 서지아예요. 각성명은 그림자살수고요. 잘 부탁드려요."

"그림자 살수요……?"

한세린은 상당히 놀랐다.

그들은 암살자계열 랭킹 18위와 19위를 나란히 차지하고 있었다.

랭킹보드에 표시되는 건 20위까지.

다시 말해, 20위까지는 각 계열의 최상위 랭커라는 뜻이었다.

'20위 안쪽 최상위 랭커가 둘이나 포진해 있다고? 이런 팀이 있어?'

차진혁은 한세린의 반응을 유심히 살폈다.

그리고 그의 방식으로 착각했다.

'아무래도 서둥이들의 낮은 랭킹에 놀란 모양이야.'

차진혁은 변명해 주고 싶었다.

'레벨만 올려대는 물레벨과는 다르게, 풍부하고 다양한 실전경험을 쌓느라 그런 거라고. 물레벨들과는 질적으로 달라.'

그렇다고 그걸 구구절절 설명하기도 약간 애매했다.

한세린이 말했다.

"상당히 상위 랭커시네요."

차진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반어법인가?

지는 랭킹 2위라 그러면 분해 죽을라 그러면서 남의 랭킹 18위는 높다고 말한다.

"저, 저는 목재현이고요. 각성명은…… 그……."

목재현의 목소리가 많이 작아졌다.

"……찐따에요. 탱커고요."

"네에, 그렇군요."

한세린의 눈이 또 커졌다.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한 차진혁은, 감도를 낮춘 중계자의 시야를 사용해서 한세린의 상태를 읽어 보았다.

[……#얘는 뭐야? #이능계열 랭킹 9위? #얘도 엄청 높네]

의외로 한세린은 진심이었다.

'아. 쟤는 남한테는 관대하고 자신한테는 엄청 엄격한 스타일이었지.'

자기가 랭킹 2위인 건 참을 수 없는 굴욕이지만, 남이 랭킹 20위인 건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애였다는 게 떠올랐다.

"저는…… 김정현…… 입니다. 각성명은 청담동…… 불주먹입니다. 한 방 딜러 겸 보조 탱커를…… 맡고 있어요."

[……#헐? #랭킹 4위? #이거 실화냐? #이 파티 뭐야?]

"저는 차진솔이라고 해요. 각성명은……."

[……#랭킹 7위? #힐러계열 랭킹 7위라고? #미친 파티네]

한세린 입장에서는 처음 보는 구성이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팀원들 전원이 랭킹보드에 올라간 특급 플레이어라니.

한세린이 물었다.

"근데 그쪽 각성명은?"

"아, 맞다. 나는 김철수."

"특이한 각성명이네."

"이게 특이하다고?"

차진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김평범 다음으로 세상에서 제일 평범한 각성명인데?'

차진혁은 아주 조금 실망했다.

물론 한세린에 대한 기준점은 많이 낮춰놓은 상태다.

'생각보다는 입구 찾는 게 느리네.'

합정역 1번 출구.

나는 일부러 '중계자의 시야'를 사용하지 않은 상태다.

이걸 쓰면 너무 쉽게 찾아 버릴까 봐.

그러면 한세린한테 실망할까 봐.

한세린은 의뭉스럽다는 듯 내게 말했다.

"진짜 합정역 1번 출구에 던전이 생성된 게 맞냐?"

"맞다니까."

무려 30분이나 걸렸다.

옛날이었으면 3분도 안 걸렸을 텐데, 아, 그때의 한세린이 너무 그립네.

"찾았다. 조금만 기다려. 정식으로 입구를 활성화할 수 있어."

"그래."

"……됐다!"

어느덧 한세린은 던전의 입구를 활성화 시키는 데 성공했다.

모두의 눈에 '합정역 1번 출구 던전' 입구가 보였다.

"그럼 이제 방송 켠다?"

목재현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그럼 제가 먼저 안 들어가도 돼요?"

"길잡이가 생겼으니까 길잡이가 먼저 들어가야지."

목재현은 크게 안도한 모양새였다.

우리는 합정역 1번 출구 던전 안으로 입장했다.

이곳은 미궁 형태의 던전이다.

직접 들어오는 건 처음이지만 서류로 몇 번 접한 적이 있었다.

나는 내 나름대로 방송을 시작했다.

"사람 키보다 훨씬 높은 수풀로 이루어진 공간이네요. 미로 같습니다. 이번에는 저희 팀에 길잡이가 생겼으니까, 이 정도 미로는 아무것도 아니겠죠."

우리는 한세린의 안내에 따라 미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사람이 머물렀던 흔적이 있네요."

모닥불을 지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한세린이 말했다.

"맞아. 3일 전 쯤, 여길 누군가가 지나쳤어."

"3일 전? 그건 어떻게 아는 거냐?"

어차피 아는 거지만 신기한 척 하면서 되물었다.

그러자 한세린은 자기 관자놀이를 콕콕 찌르며 말했다.

"흔적 탐색. 길잡이 스킬이야."

[……#어때? #내가 이 정도야 #a.k.a 패스파인더]

와, 나 진짜 몰라서 물어본 거 아닌데.

시청자들한테 정보 전달해 주려고 물어본 건데 기고만장해진 게 약간 어이없다.

'그래도…… 확실히 뛰어나긴 한가봐.'

우리보다 앞서서 이곳에 들어온 팀과의 거리를 계속해서 좁혀가고 있다.

"한 시간쯤 전, 여기에 머물다 갔어."

다른 팀, 아마도 고두현의 팀이 3일 걸려서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는 몇 시간 안 걸려서 여기까지 왔다.

'진짜 잘하면 만나겠는데?'

저만치 앞, 전투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잠시 꺼놓았던 방송을 다시 켰다.

"지루한 구간은 거의 끝난 거 같습니다. 슬슬 마물이 나타나는 구간 같으니 방송을 재개하겠습니다."

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이동했다.

"오, 갑자기 넓은 공간이 나타났습니다."

말을 타고 달리는 마물과 플레이어들의 전투가 한창이었다.

"마물의 이름은 해골 기마병. 레벨은 51이네요. 상당히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법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네요."

나는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며 평소처럼 방송을 이어갔다.

"저기, 가운데에는 엄청나게 큰 크리스탈이 하나 보입니다."

──────────

[클리어 크리스탈 1/1]

──────────

"아, 저걸 부수면 이 던전이 클리어되는 모양입니다."

와 진짜 난이도 낮다.

랭킹 1위도 아니고, 겨우 랭킹 2위 길잡이가 들어와서 서너 시간 안내하면 클리어 크리스탈이 나오는 곳이라니.

급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빨리 부수라고!"

"뭐해! 안 부수고!"

전투를 치르고 있는 플레이어들은 대략 10여 명.

그중 절반이 마물과 싸우고 있었고, 절반이 클리어 크리스탈을 부수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찐따. 저 크리스탈 보호해."

"네? 플레이어가 아니고 크리스탈을요?"

"저거 부서지면 아라크네가 사라져."

목재현은 내 말을 수행하며 수목산성을 펼쳤다.

클리어 크리스탈을 공격하던 플레이어들이 소리쳤다.

"이런 씨X!"

"어떤 미친놈이야!"

그리고 나는 서둥이들에게 말했다.

"서둥이들, 저거 잡을 수 있지? 어그로는 마침 잡혀 있으니까."

"해볼게."

헤이리 마을에서 상대했던 검은 불곰과 레벨은 같았다.

그렇지만 그 검은 불곰은 어둠 버프를 받아 훨씬 강력했고, 단단한 가죽을 갖고 있었다.

서둥이들이 상대하기에 훨씬 쉬운 상대였다.

'그래도 우리 애들이 훨씬 낫네.'

목숨 걸고 많이 굴러서 그렇다.

이런 걸 보면 또 괜히 뿌듯해진다.

서둥이들도 가벼운 부상을 입기는 했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해골 기마병을 처치할 수 있었다.

"해골 기마병을 처치했습니다. 오, 마침, 플레이어들이 저희에게 가까이 다가오는군요. 고마움의 인사를 하려나 봅니다."

내게 접근하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LV50/흑자/비열한 기공사/스킬/뒤통수의 달인]

와.

고두현을 이런 데서 다 만나네!

참 신기한 일이다.

쫓아온 건 아닌데, 일단 만났으니 가만두지는 않기로 했다.

'무슨 말을 꺼내려나?'

근데 얘 반응이 생각보다 정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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