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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21화 (21/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21화

업적을 확인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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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클리어(사러가 던전)]

사러가 던전을 올 클리어한 이에게 부여되는 업적.

1) 올 클리어 각인. (각인 생성위치 : 오른 손목)

- 사러가 던전의 마물들에게 공격을 받지 않습니다.

- 사러가 던전 내에서 모든 능력치가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2) +1 속성 방어술

- 방어계열 능력에 속성을 부여합니다.

- 방어계열 능력과의 상성에 따라 발현되는 속성이 상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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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클리어 업적보상은 역시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사러가 던전에 다시 올 일이 얼마나 있겠냐마는 마물들의 공격을 받지 않는다는 효과는 꽤 괜찮았다.

게다가 이곳에서 능력치가 비약적으로 상승한다는 건, 미래의 나를 미리 경험하고 수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수련하면 길이 빨리 보이겠네.'

물론, 어차피 스트리머의 길을 택했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겠지만.

그래도 상승된 능력치를 가지고 '중계자의 시선'이라든가 '중계 결계' 같은 것들을 사용해 보면서,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을 미리 경험할 수 있다는 게 나쁘지는 않았다.

나는 녹화를 시작했다.

"보시다시피 알렉산델을 처치했습니다. 올 클리어가 뜨면서 여기에 각인이 이렇게 생겼고요."

오른 손목을 들어 올렸다.

거기에는 검은색 한 줄이 새겨져 있었다.

"타투 같은 문양이네요. 비가시 상태로 돌려놓겠습니다."

굳이 올 클리어했다고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닐 필요는 없겠지.

비가시 상태로 돌리자 내 손목에 새겨져 있던 검은색 줄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특이한 건 속성 방어술이 추가되었다는 건데요. 저도 이게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모릅니다. 한 번 적용해 보겠습니다. 마침 저한테는 방어능력인 중계결계가 있으니까요."

업적효과를 중계결계에 적용해 봤다.

[중계결계에 방어술이 적용됩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한 가지 속성이 추가되었다.

나는 최대한 덤덤히 말했다.

"레벨 50급 이하의 모든 타격, 체술계 공격에 완전 면역 속성이 추가되었습니다. 좋네요."

말은 덤덤히 했는데 심장은 빨리 뛰었다.

레벨 50급 이하, 타격계 마물 중에 제일 센 놈이 뭐더라?

* * *

나는 '올 클리어 각인'을 통해 미션 클리어를 인정받았고 미션 후원금 1억 다이아를 수령했다.

그런데 그 1억 다이아가 진짜 1억은 아니었다.

'미친!'

튜토리얼 존이라 할 수 있는 레벨 30이 넘어가면서 수수료 면제나 감소 등의 혜택이 없어졌다.

'플랫폼 수수료가 50프로나 돼?'

수수료로 5,000만 다이아가 증발했다.

게다가 나는 나와 함께한 플레이어들에게 게스트 출연료 등을 지급해야 했다.

[출연료 비율을 설정하여 주십시오.]

[최소 지급비율은 10%입니다.]

[__%]

출연료를 지급하는 건 당연한 거긴 했다.

나도 내 동료였던 한미나한테 꽤 많이 받았었다.

최소인 10퍼센트로 설정해 봤다.

[출연료 비율은 10퍼센트입니다.]

[정산 항목은 '미션 후원금'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정산 항목을 추가하시겠습니까?]

단순히 미션 후원금뿐만 아니라 경험치나 아이템 같은 것도 정산 항목에 추가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아니오.'

[실 미션 후원금, 100,000,000 다이아의 10퍼센트를 분배합니다.]

1억의 10프로.

천만 다이아가 정산금액으로 산정되었다.

[총 정산금액 : 10,000,000 다이아]

['아기상어' 님에게 2,500,000 다이아를 지급합니다.]

['찐따' 님에게 2,500,000 다이아를 지급합니다.]

['언니그림자' 님에게 2,500,000 다이아를 지급합니다.]

['동생그림자' 님에게 2,500,000 다이아를 지급합니다.]

최종적으로 내 손에 남은 건 약 4,000만 다이아였다.

원화로 환전하는데 수수료를 또 20퍼센트가량 뗄 테니까 결국 최종적으로 남는 건 3,000만 원 정도였다.

'일급 3,000만 원이면 엄청나긴 하네.'

물론 이런 행운이 계속되지는 않을 거다.

이런 건 앞으로 없다고 봐야 했다.

한편, 서지수가 쭈뼛쭈뼛 내게 다가왔다.

"저…… 오빠?"

갑자기 좀 고분고분해진 느낌인데 불안하게 얘가 왜 이러지?

"다음에도 우리, 함께할 수 있어요?"

"갑자기 왜 그래, 무섭게?"

"그냥, 오빠랑 같이 플레이하면 좋겠다 싶어서요."

갑자기 싱글벙글 웃고 있다.

마치 자본주의 웃음의 달인 강미나 같았다.

쟤네처럼 유능한 딜러가 계속 함께해 주면 좋기는 한데, 모양새가 영 수상했다.

"이유는?"

"오빠랑 같이 하니까 재밌어서요."

"뭐가?"

"뭔가 머리? 사령탑? 아무튼 그런 게 생긴 느낌이에요. 손발이 척척 맞아서 돌아가는 팀웍이 되게 새롭고 좋았단 말이에요."

내가 군주 계열의 플레이어도 아닌데 그런 걸 느꼈단 말이야?

기준은 도대체 얼마나 낮은 건지.

진짜 제대로 된 군주 계열 플레이어를 만나면 마음이 싹 바뀔 텐데.

내가 일반 커피면 진짜배기 군주는 TOP다.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튀어나와서 엄청난 능력을 보여주는 것도 신기했고요."

"아무리 봐도 수상한데."

그런데 이상한 건 차진솔도 전에 없이 활짝 웃고 있다는 것이었다.

저 미소들.

어디서 많이 봤더라니.

자본주의 미소가 맞았다.

"근데 이렇게 큰돈을 줘도 돼?"

애 목소리가 간들간들해져서 적응이 안 된다.

"500만 다이아나 줄 줄은 몰랐어. 이러다 나 부자 되면 어떡해?"

내가 봤던 표정 중에 제일 화사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500만 다이아라니?

내가 준 건 250만 다이아였는데.

'아, 시스템이 추가로 정산해서 주나 보다.'

수수료를 잔뜩 떼어가더니, 이런 식으로 복지를 좀 챙기는 모양이었다.

크게 내색은 안 하지만 목재현도 제법 기뻐 보였다.

'그러고 보니 500만 다이아가 이 시점에서는 꽤 큰가 봐.'

얘들 실력이면 나중에 500만 다이아는 별거 아니게 될 텐데.

'아직 순수하구나.'

순수한 동심이 남아 있을 때인 것 같았다.

이번에는 서지아가 내 앞에 섰다.

서지아는 평소 말수가 거의 없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는데, 나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고마워요."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잘 안 들렸지만 '고마워요'라고 말한 것 같았다.

"이렇게나 많이 받을 건 아니었는데요."

"……."

저렇게 진지하고 진중한 표정으로 말을 하니 '그거 최소비율로 준 거야'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지수. 너도 똑바로 인사드려."

"아, 알았어."

저 왈가닥 서지수도 서지아에게는 유독 약한 것 같았다.

예의 바르게 꾸벅 허리를 숙이는 걸 보니 조금 귀여운 면도 있었다.

서지수가 말했다.

"오빠, 번호 좀 줘요."

"응?"

"아, 아니! 앞으로도 같이 플레이하려면 연락 수단이 있어야 할 거 아니에요!"

서지수의 귓불이 조금 붉어져 있었다.

"사심 있어서 번호 딴 거 아니니까 절대 오해하지 마요."

* * *

핸드폰으로 차진혁의 스트리밍을 지켜보던 죠셉은 감탄했다.

'역시 단순한 체술가가 아냐.'

듀얼 클래스인 줄 알았는데 트리플 클래스인가보다.

그것도 아주 유능한 군주계열의.

그는 스카우터로서 먼 미래를 보았다.

'미래에는 군주가 중요해지겠지.'

파티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시점.

이 파티의 규모가 점점 커지게 될 것이고, 훗날에는 그 파티를 통솔하고 조율하는 사령탑이 필요해질 것이다.

'이 자는 체술 위주의 전략 군주형 스트리머가 틀림없어!'

차진혁이 들었다면 그게 무슨 미친 소리냐고 혀를 내두를 말이었다.

차진혁의 기준에서, 다재다능한 먼치킨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가 경험한 세상에서 모든 것에 통달한 달인은 없었으니까.

'모든 것에 능숙하다. 그래서 영상이 시원시원해. 턱 막히는 구간이 하나도 없고.'

큰 청량감이 영상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완벽한 해답지를 옆에 놓고서 마물을 천천히 말려 죽이고 있었다.

그야말로 공략의 정석을 보여주며 철저한 대리만족을 이끌어냈다.

저자의 이번 콘텐츠 컨셉은 '마물과의 처절한 전투'가 아니라 '마물을 완벽하게 사냥하는 법'이겠지.

그래서 지루한 중간 과정은 모조리 잘라버리고 결과만 턱 보여준 것 같았다.

그게 묘한 시원함을 선사했다.

이후 녹화본이 공개되었는데 정말 중요하고 흥미로운 장면은 모두 잘라버렸다.

'알렉산델을 사냥하는 직접 정보는 보여주지 않았어. 방송을 끈 다음에는, 아마 군주로서의 커다란 힘을 사용했겠지.'

죠셉 자신처럼 SSF를 볼 수 있는 자들이 생겼다는 것을 인지했을 거다.

그래서 전력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중요 장면들은 잘랐을 거다.

스트리밍 감각이 떨어질 뿐, 대세와 흐름을 읽는 눈은 뛰어났다.

'탐이 난다.'

죠셉의 눈이 반짝였다.

아무래도 에건 폴보다 더한 괴물이 등장한 것 같았다.

* * *

엄마 딸은 오늘도 퉁명스러웠다.

자본주의 친절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 것 같았다.

"먹든지 말든지."

내가 몇 시에 집에 들어가는지 따위는 역시 상관이 없다는 태도였다.

쟤가 내 방송의 유일한 시청자였다니.

거의 유일한 후원자였다니.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

"좋다는 거냐, 싫다는 거냐?"

"좋지도 싫지도 않아. 어차피 밥은 먹을 거니까 그냥 같이 먹어주는 거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 내가 맛있는 맛집 아느냐고 물어보니까 리스트가 술술 나왔다.

몇 가지 메뉴를 들어봤다.

"여기 스테이크 가게는 푸딩이 개존맛이거든? 이건 진짜 꼭 먹어봐야 돼."

두 손을 꼭 모으고 말하는 것이 스테이크에 진심인지 푸딩에 진심인지 모르겠다.

중계자의 시선의 감도를 높여보니 온갖 상태들이 튀어나왔다.

[#비장함 #누나 진지하다 #먹고 죽는 날 #위장폭발각]

이게 실시간으로 마구 바뀌는 바람에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꺼버려야지.'

우리는 청담동의 한 스테이크 가게에 들어갔다.

참고로 나도 맛좋은 음식을 먹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7년 동안 컵밥 먹느라 이런 게 그립기는 했다.

"내가 오빠랑 플레이하면서 이렇게 큰돈을 벌게 될 줄 몰랐어. 근데 그럼 오빠는 얼마를 번 거야?"

"그냥, 조금 벌었어."

"조금이 얼만데?"

"너네랑 비슷해."

"그럼 앞으로는 좀 덜 떼줘."

얘는 약간의 잔소리를 시작했다.

"솔직히 우리가 애들이랑 엄청 친한 건 아니잖아. 너무 많이 나눠준 거 같아."

이상한 데서 냉정하네.

그렇다고 최소비율 떼어줬다고 말하기도 애매해서 그냥 들었다.

얘 머릿속에 도대체 무슨 생각들이 들어 있나 좀 궁금해졌다.

[#걱정이 태산 #마음만은 누나 #오빠 돈은 내가지켜 #잔소리 일발장전]

갑자기 피곤함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마물 상대할 때보다 정신력 소모가 더 극심했다.

"이제 다음 코스로 푸딩 나올 거야."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으면 쟤가 저러나 싶다.

드디어 푸딩이 나왔다.

그런데 그때, 입구 쪽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엎드려!"

식당 안에 강도가 들어왔다.

'또냐?'

요즘 저렇게 강도가 기승을 부린다.

대낮에 칼부림도 일어나고 마법도 쏟아진다.

플레이어 관련 범죄사건이 하루에도 수백 건씩 발생하는 중.

뿐만 아니라 사망자도 하루에 10명이 넘는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는 하루에 일어나는 교통사고의 수치와 비슷한 정도였다.

'플레이어 관련 범죄는 플레이어 밀집도가 높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니 자주 보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

무법지대처럼 활보하는 미친놈들이 꽤 자주 보인다.

정부도 그 나름대로 대책을 수립하고는 있지만 아직 안정되려면 멀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그저 내가 오늘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나는 디저트로 나온 푸딩을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차진솔이 왜 저렇게 진심인지 이제 좀 알겠다.

'진짜 맛있네.'

7년 동안 먹은 컵밥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우물우물.

5인조 강도단 중 왜 낯이 익은 얼굴이 보이지.

'엥? 쟤 도대체 저기서 뭐하냐?'

5인조 강도단 중 맨 뒤에 서서 쭈뼛거리고 있는 놈이 하나 보였다.

남들보다 머리 세 개쯤 더 있을 만큼 커다란 놈이어서 눈에 확 띄었다.

사실 성격은 엄청 온순하고 귀여운 녀석인데, 외모는 험상궂기 짝이 없었다.

내 옛 동료 중 한 명.

권왕, 김정현이 뒤쪽에 서 있었다.

'뭐하냐,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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