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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19화 (19/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19화

막무가내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죠셉은 일단 커피숍에 앉았다.

[실시간 방송 알람!]

[김철수 님이 방송을 시작하였습니다.]

[제목: 새로운 멤버랑 미션 진행합니다.]

스마트폰에 알림이 떴다.

제목을 접한 죠셉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방송 제목이 또 이렇게 밋밋하다고?'

만약 그가 가이드를 해주었다면 달랐을 것이다.

이를테면, '쌍둥이 미녀 파티원들 영입, 그 충격적인 결과는?' 등으로 말이다.

뭐가 충격적인지는 그도 잘 모르지만 아무튼 그건 나중에 끼워 맞추면 된다.

'방송에는 완전히 초짜야.'

뿐만 아니라 소통을 완전히 막아놓았다.

이런 방송에 에건 폴보다 더 많은 시청자들이 몰려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었다.

'과감하고 박진감 넘치는 진행과 탁월한 해석능력 덕분이겠지.'

그러나 이것은 시간이 지나면 따라잡힐 거다.

결국 시청자들은 더 고퀄리티의 영상을 원하게 될 것이다.

언젠가는 반드시 죠셉 자신이 필요하게 될 거라 생각했다.

'일단은 한 번 살펴보자.'

그의 플레이를 진지하게 지켜보기로 했다.

영상 속, 목재현이 말했다.

"아, 안녕하세요, 누나들."

목재현의 얼굴이 또 붉어져 있었다.

쌍둥이 여자들과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형, 이런 누나들은 어디서 어떻게 섭외했어요?"

그 모습을 보며 죠셉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안 들려.'

음향을 제대로 조절하는 법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알려줘야 할 것이 산더미다.

"어떻게 섭외하다니? 그냥 가서 섭외했지."

너무 당연한 걸 물어서 차진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트, 특별한 방법 같은 게 없었어요?"

"그냥 이해관계가 잘 맞았는데?"

차진솔이 말을 거들었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본 사람들이 하필이면 이해관계가 잘 맞고, 하필이면 바로 같이 플레이하게 되고, 하필이면 저렇게 예쁘네. 우와, 우리 오빠 우연이 참 잦아. 우연도 세 번이면 필연이라던데."

"우연은 삼백 번 일어나도 우연이야."

차진혁은 그 사실을 아주 잘 알았다.

고레벨이 되면 될수록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많이 발생한다.

일일이 의미부여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많은 우연과 조우한다.

그런데 목재현은 갑자기 납득했다.

"납득이 되기는 하네요."

"뭐가?"

"그냥…… 형 얼굴 보니까 개연성이 있는 거 같기도 해서요."

얘는 뭘 잘못 먹었나.

차진혁은 대답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이번에는 서지수가 끼어들었다.

"응? 와, 그 표정은 설마 지금, 나는 나 잘생긴 거 잘 모루겠눈데? 하는 표정인가요?"

차진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얘들은 참 팔자도 좋네.'

던전 플레이 직전인데 이렇게 쓸데없는 얘기를 할 수 있다니.

그의 기준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피 터지게 던전 공략을 고민하고 수많은 가능성을 고려하며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게 정상인데.

'던전 공략에만 미쳐서 설레도 모자랄 판에.'

어떻게 다른 것에 이렇게 정신이 팔릴 수가 있지?

* * *

차진혁은 자신의 외모가 잘났다는 것 정도는 안다.

그러나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잘생기면 뭐하냐?'

그게 검술 실력을 늘려주지는 않는다.

강해지는데 하등 쓸모가 없다.

게다가 눈에 띄는 외모는 사람들의 기억에 잘 남는다는 소리고, 그건 곧 위험이 많아진다는 소리였다.

심지어 유혹 계열의 플레이어들은 차진혁을 대상으로 하여 내기를 하곤 했다.

아름다움의 대명사, 미왕(美王) 강은우는 그 외모 때문에 단명했을 정도다.

이런저런 경험을 겪다 보니 얼굴 잘생긴 건 별로 감흥이 없었다.

어쨌든 차진혁 일행은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제 이름은 목재현이고요. 탱커 역할을 하고 있어요. 잘 부탁드릴게요."

"반가워, 나는 서지수야. 보다시피 우린 쌍둥이고, 여기. 언니 이름은 서지아야. 인사해."

서지아는 꼭 필요한 말 외에는 하지 않았다.

"정말 똑같이 생겼네요."

"똑같이 예쁘지?"

그 질문에 목재현은 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는 여성 생명체와의 대화가 익숙하지 않았다.

말을 더듬으며 화제를 돌렸다.

"머리 긴 누나가 언니고, 짧은 누나가 동생이라 기억하면 되겠네요."

간단하게 인사를 마친 뒤, 서지수가 목재현에게 물었다.

"좀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돼?"

"무, 물론이죠. 아는 건 다 알려드릴게요."

서지수가 차진혁 쪽을 힐끗 쳐다봤다.

"저 오빠, 믿을 만한 사람이야?"

"머, 멋있는 사람이기는 해요. 저한테 많은 걸 가르쳐준 어른이기도 하고요."

"그래?"

"묘하게 비틀려 있기는 하지만요."

"비틀려 있다는 게 무슨 말이야?"

"착한 거 같은데 안 착하고, 친절한 거 같은데 안 친절하고, 안 무서운 거 같은데 무서워요. 경험해 보면 알 거예요."

목재현이 보는 차진혁은 여러모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차진솔이 목재현의 어깨를 콕콕 찔렀다.

"네?"

"야, 그래도 우리 오빠 정도면 착한 편이지."

"어, 언제는 미친 사이코 같다면서요?"

"그건 나만 할 수 있는 말이고!"

목재현과 많이 친해진 차진솔은 목재현에게 꿀밤을 선사했다.

"악. 아파요."

"시끄러워."

약간 억울해진 목재현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으나 그 화는 아주 잠깐이었다.

차진솔과 눈이 마주치자 화는 눈 녹듯 사라졌다.

'진짜 예쁘다.'

화를 내고 싶은데 화가 나지 않았다.

차진솔과 쌍둥이 자매도 대화를 나누었다.

서지수가 사교성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아, 저 오빠의 친동생이시라고요?"

"응."

서지수의 웃음이 조금 더 따뜻해지며 사교성이 짙어졌다.

"반가워요 언니! 엄청 예쁘시네요. 저는 서지수라고 하구요, 대학생이에요. 말 편하게 하세요."

* * *

우리는 사러가 던전 3층에 진입했다.

[히든 필드, 사러가 던전 3층이 개방됩니다.]

['왕주먹 원숭이 필드'에 진입합니다.]

기다란 복도가 나타났다.

레드카펫이 깔려 있는 기다란 복도였는데, 천장이 무척 높았다.

'이야, 왕주먹 원숭이.'

이 필드는 아니었지만 나도 플레이 초기, 왕주먹 원숭이와 싸운 적이 있다.

내가 레벨 30때쯤 됐을 거다.

이놈 잡겠다고 솔로잉 도전했다가 죽을 뻔했었지.

벽면에는 커다란 전신사진들이 하나씩 걸려 있었는데, 이름과 출생연도가 적혀져 있었다.

"원숭이들의 전신 사진이네요. 역대 가장 위대했던 주먹 원숭이들인 것 같군요."

위험한 함정은 딱히 없어 보였다.

나는 한 걸음 뒤로 빠졌다.

"우리 파티에는 길잡이가 없으니까, 재현이 네가 앞장서."

"제, 제가요?"

"어. 길잡이 없으면 원래 탱커가 앞장서는 거야."

"……."

목재현은 겁을 잔뜩 집어먹었다.

"걱정 마. 네가 제일 안 죽어."

"그……."

"왜?"

"……형이 제일 안 죽지 않아요?"

"나는 스트리머잖아."

"……."

"걱정 마, 딱히 위험한 건 없어 보여."

"지, 진짜죠?"

"응 아마도."

나도 처음 보는 필드니까 100퍼센트는 없다.

만약 진짜 위험한 게 튀어나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거고.

던전은 원래 그런 곳이다.

우리는 목재현을 필두로 하여 복도를 걸었다.

복도를 끝까지 따라 걷자 커다란 문이 하나 보였다.

목재현이 울상을 지으며 문손잡이에 손을 댔다.

내 예상대로 위험한 함정은 없었다.

'뭐가 이렇게 시시해?'

조건도 무난해서 실망이었다.

['챔피언 벨트'가 필요합니다.]

"입장하려면 챔피언 벨트가 필요한 조건이 걸려 있네요. 차진솔, 그거 안 버렸지?"

"응. 여기 있어."

차진솔이 내게 벨트를 건네주었다.

['챔피언 벨트'가 확인되었습니다.]

문이 열렸다.

그와 동시에 공간이 바뀌었다.

'링?'

2층에서 겪었던 링 형태의 필드였다.

2층보다 조금 더 넓었다.

[왕주먹 원숭이, '알렉산델'이(가) 10분 뒤, 등장합니다.]

[플레이어들은 왕주먹 원숭이, '알렉산델(33)'과 전투를 치를 준비를 하십시오.]

우와, 시간을 10분이나 주네.

초보 구간이라서 그런지 아주 친절했다.

나중 되면 이런 것도 없다.

알림이 뜨기 전에 냅다 공격부터 날아오니까.

나는 여유를 갖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민첩하고 정교한 공격 대신, 둔탁하고 파괴력 있는 공격을 사용하는 놈이야. 그러니까 목재현 네 수목산성에 아주 딱이지. 수목산성은 고정형 방어 결계니까."

"그, 그런 걸 형이 어떻게 알아요?"

얘는 또 당연한 걸 묻네.

"아까 전신사진 봤잖아?"

"근데요?"

"출생 연도랑 이름도 써 있었는데 못 봤어?"

목재현은 황당한 듯 차진솔을 바라봤다.

"누나는 봤어요?"

"보, 보긴 봤는데……."

다들 그런 사소한 정보를 눈여겨보지 않은 것 같았다.

쟤네들이 길잡이였다면 무척 혼이 나야겠지만, 길잡이가 아니니까 별로 상관은 없겠지.

"알렉산델이라고 알림 들었지?"

"네. 들었어요."

"거기 알렉산델이란 놈이 있었어. 설정상 1990년생이니까 33살이지."

"……그런 걸 기억한단 말이에요?"

당연한 소리를 한다.

그나마 나는 길잡이가 아니라서 겨우 이 정도만 기억하는 거다.

진짜배기 길잡이들은 사진 속 원숭이의 팔 길이나 머리 둘레 같은 거까지 다 기억하는 미친놈들이다.

한세린 같은 애들은 머리카락 숫자까지 셌을걸?

그런 애들에 비하면 나는 어린애 수준의 관찰력을 가졌다.

"덩치가 아주 컸거든. 타고난 체급에 비해 근육을 엄청나게 늘린 비효율적인 형태의 몸을 가지고 있었어. 그러면 체력적으로 엄청나게 불리하거든? 그, 아까 2층에서 봤던 애랑 비슷한데 더 크고 강할 거야."

말하자면 2층은 3층의 체험판 같은 거였다.

2층이 헐크였다면 3층은 왕헐크쯤 된다.

"그런데도 왕주먹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는 건, 그런 체력적 열세를 무시하고도 남을 만큼의 강력한 한 방을 가졌다는 뜻이겠지. 느리지만, 일단 맞추기만 하면 상대를 한 번에 무력화시킬 수 있는."

"그, 그럼 저도 무력화되면요?"

탱커가 무슨 저런 걱정을 하는지 모르겠다.

모름지기 탱커란 일단 부딪쳐서 뼈가 몇 개는 부러져봐야 하는 건데.

'하아. 초보니까 그럴 수 있지.'

나는 답답한 마음을 감추고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해 줬다.

"쟤는 주먹 원숭이들과 싸우면서 왕주먹 칭호를 받은 거야. 원숭이들보다 네 방어력이 훨씬 세지 않겠어? 혹시 뚫리더라도 한 방에 죽지는 않을 거 같아."

"……같다고요?"

"응, 아마도."

"……아마도?"

"응."

"혹시 아니면요?"

"그럼 운이 나쁜 거지?"

목재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음, 그리고 이건 너무 당연한 거라서 딱히 말을 해줘야 하나 싶기는 한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말을 해주기로 했다.

"아, 주먹 원숭이들이 그 느린 공격을 그냥 맞아주지는 않았을 거잖아? 분명 거리를 좁히거나 공격속도를 아주 잠깐이라도 높여주는 어떤 특별한 스킬을 갖고 있을 거야. 그건 내가 중계자의 시선으로 잘 살펴보고 알려줄게."

나는 애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보스룸에서 10분이라는 여유시간은 원래 엄청 긴 시간인데, 팀원들이 너무 극초보들이라서 짧게 느껴질 정도였다.

"자, 그럼 시작해 보자."

[10분이 경과되었습니다.]

[왕주먹 원숭이, '알렉산델'이(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아니나 다를까.

굉장히 육중한, 고릴라 같은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알렉산델.

사진에서 봤던 놈이다.

"아직이야. 기다려."

목재현은 겁이 많았다.

10분여에 걸쳐 말을 해줬지만 역시 이론과 실전은 다른 법.

알렉산델에게서 풍겨오는 위압감에 너무 빨리 수목산성을 사용하려는 것 같았다.

"목창 먼저 써."

다행히 내 말은 잘 알아들었다.

목창은 목재현의 공격 스킬 중 하나였고, 허공에 생성된 목창이 알렉산델의 배를 찔렀다.

'됐다.'

끽!

왕주먹원숭이는 주먹이 아닌 다른 무기를 사용한 목재현에게 매우 화가 난 것 같았다.

킹콩처럼 가슴팍을 두드리더니 주먹 스텝을 밟으며 목재현에게 접근했다.

"3초 뒤, 수목산성."

목재현은 아예 눈을 질끈 감았다.

씨X, 하고 중얼거린 거 같은데 그 정도는 모른 척 해주기로 했다.

겁 많은 애송이지만 그래도 시키는 대로는 참 잘 잘한다.

정확히 3초 뒤, 목재현이 수목산성을 사용했다.

쾅!

수목산성이 왕주먹원숭이의 주먹을 막아냈다.

목재현의 몸을 덮은 둥그런 구체가 주먹으로부터 목재현을 지켜냈다.

'오. 생각보다 잘 막아냈네?'

방금 공격은 체중을 실은 오른 주먹 공격(라이트)이었다.

왕주먹 원숭이가 가진 공격 옵션 중 공격력으로 치면 상위의 공격이었다.

'더 굴려도 되겠다.'

한 열 대는 버틸 수 있겠지?

그 과정에서 좀 많이 다치긴 하겠지만 원래 탱커는 다치는 역할이다.

어그로는 확실히 끌렸다.

이제 쌍둥이 자매의 차례였다.

표정이 굉장히 결연했다.

얘네 나름대로는 인생 전투를 치르는 중인 듯했다.

……아.

나도 싸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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