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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17화 (17/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17화

1층 필드가 바뀐다거나 보상이 상향조정된다거나 하는 그런 알림은 없었다.

예정대로 초재생과 초인을 얻을 수 있을 거 같다.

다행이었다.

대신 비밀공간 3층이 오픈되었다.

'사러가 던전에 3층이 있었어?'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아마도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사라지는 형태의 필드겠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는 건 보통 두 가지를 의미한다.

극악 난이도여서 생존자가 없었거나, 저 안에서 얻은 것이 너무나도 진귀하여 입을 꾹 닫고 있거나.

'이왕이면 극악 난이도여라.'

순간 퍼뜩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 생각에 나는 내 머리를 한 대 쥐어박을 뻔했다.

극악 난이도라는 생각에 심장이 또 미쳐 날뛸 뻔했다.

이거 얼른 고쳐야 하는데 잘 안 고쳐지네.

하루 이틀에는 힘들겠지만, 이건 반드시 버려야만 하는 아주 못된 취향이다.

'3층은 그냥 모른 체하자.'

그러려고 했는데,

[돌발 미션이 생성됩니다.]

[돌발 미션 생성자 : 바람 나그네]

얘는 나 같은 초보 플레이어한테 무슨 자꾸 돌발 미션을 제안하는지 모르겠다.

잘은 몰라도 저거 한 번 제안하는데 돈이 수천만 다이아가 깨진다던데.

어쨌든 바람 나그네가 주는 미션은 좀 구미가 당겼다.

[미션명 : The king fist]

The king fist.

미션명이 너무 노골적이었다.

'2층에 큰주먹 원숭이였으니까 3층에는 왕주먹 원숭이가 있겠네.'

왕주먹 원숭이랑 싸우면 재미있겠지?

근데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겠다.

'거부.'

왕주먹 원숭이는 보통 레벨 30 후반인데 지금의 내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예전의 나였다면 당연히 받아들였겠지만 지금은 정신 차렸으니까 안 받을 거다.

아쉽지만 거부하기로 했다.

[바람 나그네가 미션 후원금을 제안합니다.]

[미션 후원금 : 10,000,000다이아]

'거부.'

[바람 나그네가 미션 후원금을 다시 제안합니다.]

[미션 후원금 : 20,000,000다이아]

'거부!'

[바람 나그네가 미션 후원금을 마지막으로 제안합니다.]

[미션 후원금 : 100,000,000다이아]

'수락.'

[미션을 수락하였습니다.]

재밌을까 봐 하는 거 아니다.

절대 왕주먹 원숭이랑 싸우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니다.

"며칠만 있다가 하겠습니다."

* * *

나는 일단 목재현과 차진솔을 데리고 1층으로 내려왔다.

목재현은 왠지 조금 미안한 모양새였다.

"다, 다음에는 좀 더 멋있는 모습 보일게요."

"잘했어. 아까 1층에서 얘 지켰잖아."

"별로…… 지킬 필요도…… 없었던 것 같은데……."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좀 이상한 일이긴 했다.

나는 탱커도 아닌데 어그로가 유독 잘 끌린다.

'만능잡캐' 특성의 효과인 것 같은데 저레벨 구간에서는 효과가 꽤 좋은 것 같다.

한편, 차진솔은 내가 주는 선물을 거부했다.

"그걸 차라고? 절대 싫어."

보기에 좀 우스꽝스럽다는 이유로 챔피언 벨트를 차는 것을 거부하다니.

이걸 차야 과일매대에 숨겨져 있는 '특성'이 보이는데 말이다.

"왜? 멋있잖아?"

"멋있으면 오빠나 차!"

"이걸 차면 1층에서 숨겨진 조각을 찾을 수 있대."

"필요 없을 것 같아."

"아냐, 필요할걸?"

"왜 그게 필요한데?"

"엄청 좋을 것 같은 느낌이야."

"그렇게 좋은 거면 오빠나 하세요."

"나는 스트리머라서 그런 능력이 필요 없어."

"……."

차진솔은 어이없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능력이 필요 없다고?"

"어. 나는 중계만 잘하면 되니까."

"……중계만 잘하면 된다고?"

"왜 그렇게 봐?"

"……아무것도 아냐."

어쩐지 할 말이 많아 보였지만 결국 입을 꾹 다물었다.

"아무튼 싫어. 오빠 방송에 시청자도 많다며."

"별로 안 많아."

현재 시청자 숫자는 1만 명이 조금 안 된다.

에건 폴이 발표한 시청자 숫자가 벌써 10만 명쯤 되니까 그렇게 많은 건 아니겠지.

"왜 나한테 그런 걸 입히려고 해?"

"입히는 게 아니라 착용하는 거지."

"아무튼 싫어!"

"진짜 그렇게 싫어?"

"절대 싫어."

"10만 원 준다."

차진솔은 주섬주섬 벨트를 받아들었다.

"다시 보니 요즘 트렌드 같기도 하고."

* * *

1층으로 돌아왔다.

차진솔은 챔피언 벨트를 찬 채 사러가 마트의 1층을 돌아다녔고 차진혁은 방송을 이어갔다.

"플레이어들이 사러가 던전에 입장했네요."

중계자의 시선으로 살펴보니 저들 수준에는 너무 위험한 곳이었다.

차진혁이 그들에게 다가가 말해주었다.

"이왕이면 나가는 거 추천합니다. 죽을 수도 있어요."

"고, 고맙습니다."

차진혁의 조언을 잘 받아들인 사람 몇은 살았고,

"까고 있네."

차진혁의 말을 무시한 사람 몇은 죽었다.

목재현이 도와준 몇은 겨우 살아남아 도망치기도 했다.

차진혁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이렇게 제 경고를 안 들을까요?"

시청자들과의 소통이 완전히 막혀 있는 상태.

시청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다.

목재현이 해답을 찾아주었다.

"형이 너무 평온한 모습으로 말하니까 그런 거 아닐까요?"

그 순간, '좋아요' 숫자가 급증했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그래?"

"형을 보면 하나도 안 위험해 보여요. 딱 봐도 비전투 플레이어가 전투 플레이어한테 그런 식으로 경고하니까…… 주, 주제넘은 발언이라면 죄송해요."

"아냐. 네 말에 일리가 있어. 조금 더 급박함을 연습해야 할까 봐."

주먹 원숭이 한 마리가 차진혁에게 달려들었다.

호감도가 초기화된 모양이었다.

차진혁은 중계결계를 담은 주먹으로 대충 후려쳤다.

퍽!

대충 때렸는데 운 좋게도 명치에 맞았고 크리티컬 샷이 터져 버렸다.

[주먹원숭이를 처치하였습니다.]

'자꾸 몸이 먼저 반응해 버리네.'

급박한 척도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무쌍도 어차피 저레벨 때에만 가능한 거니까 그냥 포기할까.'

급박하지 않은데 급박한 척하면 시청자를 기만하는 거 아니겠는가.

이건 생각을 좀 더 해봐야 할 문제 같았다.

그즈음, 차진솔은 과일매대 근처에서 무언가를 찾았다.

차진솔은 챔피언 벨트를 매고 있어서 주먹원숭이들의 공격을 받지 않고 여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차진혁은 깨달았다.

"아. 알았습니다. 저 때문에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아니었군요."

"쟤 때문에 사람들이 평화로운 곳이라고 착각하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저 모습을 보면 누가 여길 위험하다고 여기겠어요?"

올라가던 '좋아요'가 멈췄다.

목재현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대변해 줬다.

"아뇨, 그건 절대적으로 형 때……."

그때, 차진솔이 크게 외쳤다.

"오빠! 여기, 과일 안쪽에 초록색으로 빛나는 뭐가 있어!"

차진솔이 종이 두 장을 찾아냈다.

[초재생]

[초인]

스크롤 형식으로 되어 있는 특성이었다.

"어, 그건가 보다."

"찢으라고 써 있어."

"찢어봐."

"어어? 이거 나한테 흡수되는데? 느낌이 이상해!"

차진솔이 '초재생'과 '초인' 특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

차진혁은 남몰래 웃었다.

혈사제의 시작은 저 두 개의 특성부터니까.

* * *

쓸 만한 탱커는 이미 한 명 구했다.

무려 '목왕'이니까.

내가 목표하는 것에 비해서는 지나치게 과스펙이기는 했는데 다행히(?) 성격이 최상위 랭커 되기에는 글러 먹었다.

내가 연희동 건물주가 되기까지 훌륭한 탱커가 되어줄 것이었다.

'힐러도 구했고.'

왕주먹 원숭이와 싸우려면 최소 두 명의 딜러를 더 구해야 할 거 같다.

우리는 사러가 던전에서 빠져나와 근처의 커피숍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리의 일상 같은 건 재미없을 것 같아서 일단 방송은 껐다.

"딜러를 두 명이나요?"

"두 명 정도는 있어야지."

일단 믿을 만해야 하고 능력이 어느 정도는 보장이 되어 있어야 한다.

"한 명은 형이 하면 되잖아요?"

"나는 스트리머인데?"

"……."

"스트리머가 직접 싸우는 건 말이 안 되지?"

얘는 나를 뭐로 보고.

나는 이제 검왕이 아니라 스트리머다.

목재현은 잠시 침묵하다가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요?"

"진심이지 당연히."

"저는 형보다 강한 딜러를 본 적이 없는데요."

"아직 초보 구간이라서 그래."

늘 말하는 거지만 만능잡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검술이라는 한 영역으로, 적어도 지구 기준으로는 정점에 올라봤기에 단언할 수 있다.

나와 함께했던 동료들도 모두 한 분야의 정점에 올랐으나 다른 분야에는 젬병이었다.

"축구 잘한다고 농구 잘하냐?"

내가 딜을 넣는 플레이는 오래 유지할 수 없다.

아무리 잘 쳐줘도 레벨 100 이하에서만 가능하다.

이때까지, 나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아무튼 중계결계 믿고 전투계열 플레이어 흉내 내던 스트리머들은 레벨 100 즈음에 다 사망했다.

"딜러를 구해야 돼."

"요즘 무슨 게시판 같은 것도 생기던데요."

몇몇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하여 서로 필요한 플레이어들을 찾고 계약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에건 폴의 어벤져스 군단처럼 말이다.

"뭐, 천천히 알아보자고."

그런데 누군가가 우리 테이블로 다가왔다.

덩치가 상당히 큰 서양인이었다.

나는 이자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죠셉?'

에건 폴의 매니저로 시작하여, 훗날 '스타 메이커'라고 불리게 될 인물이다.

시간이 좀 더 흐르면 부와 명예를 거머쥔 스타 플레이어들이 탄생하게 되며 연예인을 능가하는 인기를 누리게 된다.

물론 평균수명은 짧다.

어쨌든 수많은 스타들이 죠셉의 손에서 탄생했는데, 그 죠셉이 통역을 대동해서 왔다.

"혹시 당신이 그 유명한 스트리머입니까?"

유명하다고?

나는 주변을 살펴봤다.

"아뇨."

"거짓말. 나는 이 둘의 얼굴을 똑똑히 봤습니다."

그는 목재현과 차진솔의 얼굴을 한 번씩 바라보았다.

"둘의 얼굴을 봤다고요? 어디서요?"

"엘튜브요. SSF와 연동된다 하더군요."

와, 솔직히 조금 놀랐다.

이 시기에 지구에서 SSF 영상을 볼 수 있을 줄이야.

어차피 내 직업 특성상, 신분을 완전히 숨기거나 할 수는 없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비밀상자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이 마음먹고 찾아내지 않아서 그렇지, 작정하고 찾아내면 찾아낼 수 있는 것이 스트리머다.

'근데 이 시기에 이렇게까지 쉽게 찾아낼 줄은 몰랐네.'

아무튼 죠셉이 핸드폰을 내밀었다.

죠셉의 말대로 벌써 SSF와 연동된 상태였다.

[LV25/사랑,추억,그리고오롯한그리움★/스카우터/스킬/신문명 속도전]

신문명 속도전 때문이었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각성명은 도저히 못 봐주겠다.

물론 각성명 자체는 영어겠지.

원어는 저게 아닐 수도 있지만, 시스템은 능동적으로 각성명을 해석하여 준다.

그렇다는 건 저게 가장 원어에 근접한 해석이라는 뜻이었다.

각성명 글자 수 한계를 꽉꽉 채운 것과 마지막 별(★)이 화룡점정이다.

게다가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별의 자질을 엿보다 #소년의 잠재력은_하늘에 닿는다★ #오_신이시여]

쟤는 멀리해야겠다.

"본론만 말하겠습니다. 저랑 일합시다. 스타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

"당신 같은 원석은 저처럼 센스 있고 감각적인 에이전트와 만날 때 가장 반짝입니다."

자기가 센스 있고 감각적이라고 말을 하다니.

사랑, 추억, 그리고 오롯한 그리움 별 주제에.

상종을 말아야겠다.

"사람 잘못 봤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급하게 Wait, Wait, 하고 소리쳤지만 나는 쟤랑 별로 얽히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난 1등이 아니라 3등을 할 거다.

마음이 자꾸 1등을 원한다고 해도, 나는 그 마음을 충분히 억누를 수 있는 이성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스타가 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스타가 되어봐서 아는데 그거 별로 할 거 못 된다.

사생활도 없고 매일매일 감시당하는 기분 속에서 살아야 한다.

'심지어는 얘가 브랜딩한 스타 플레이어 중 둘이 동반 자살했었는데.'

한국인인 데다가 쌍둥이 자매였어서, 한국 내에서는 꽤 유명한 사건이었다.

암살자 계열의 딜러였고 8성의 그림자 살수였던가 그랬던 거 같은데.

'음?'

중계자의 시선을 활성화 시켜본 김에 주변을 한 번 슥- 훑어봤는데, 창밖에 한 자매가 보였다.

[LV24/언니그림자/그림자살수(右)/스킬/7번째 표적 제거]

[LV24/동생그림자/그림자살수(左)/스킬/7번째 표적 제거]

'와, 이건 무슨 우연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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