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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10화 (10/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10화

나는 내가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만약 지금과 동레벨의 검술계열 플레이어였다면 아까 같은 저레벨 악마쯤은 성향유 없이도 때려잡았다.

그래도 머릿속으로는 납득할 수 있었다.

'원래 5살 꼬맹이들 눈에 8살 형아들은 강해 보이는 법이지.'

현 플레이어들의 수준이 5살 꼬맹이에 불과하니, 다시 생각해 보면 내가 강해 보이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나는 되게 약한 수준이야."

"진짜 강한 사람은 겸손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건 죽을까 봐 그런 거다.

진짜 강하면, 진짜 강한 암살자들과 각성자 사냥꾼들이 들러붙으니까.

"아냐. 별로 안 세."

그리고 나는 지나치게 강해질 생각도 없다.

악마와의 싸움에 심취해서 잠깐 까먹기는 했는데 나는 다시 마음을 붙잡았다.

'아, 또 하마터면 강해지고 싶을 뻔했네.'

강함의 한계가 있는 스트리머라서 진짜 다행인 것 같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목재현이 말했다.

"저, 결정했어요. 할게요. 그 직업, 받고 싶어요."

"잘 생각해 봐요. 장점이 있는 만큼 단점도 있을 테니까."

"아뇨. 이런 기회를 포기한다면 남자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 그리고 형, 말씀 편하게 하세요."

목재현이 굳은 의지를 보이길래 나는 얘한테 '대영웅'을 양보했다.

[히든 직업, '대영웅'의 전직 기회를 양보합니다.]

목재현은 굉장히 바빠 보였다.

목재현에게 이런저런 알림이 쏟아지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이윽고 목재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형. 대영웅 직업이 저랑 상성이 너무 나쁘대요."

"뭐?"

등급이 높은 직업일수록 더 예민하고 까다로운 건 사실이다.

대영웅쯤 되는 직업은 사람과의 상성을 가린다.

"대영웅 전직이 거부되었대요."

"……."

"제, 제가 너무 겁쟁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아 설마.

대영웅이 이대로 날아가는 건 아니겠지.

나한테 필요 없는 건 맞지만 좀 아까운데.

"대영웅을 재료로 삼아서 목주에 융합한대요."

내가 직업을 얻게 될 때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는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모, 목왕 직업이 주어졌대요."

사람들이 분류하기로 목주는 7성의 직업이었고 목왕은 9성의 직업이었다.

당연히 목왕이 목주보다 훨씬 좋다.

같은 스킬을 써도 위력과 효과는 증가하고 정신력 소모는 줄어들며, 스킬에 대한 본능적인 이해도도 달라질뿐더러 성장한계선도 높아진다.

"고맙지?"

"모, 목왕이 훨씬 좋은 거죠?"

"당연하지."

"고, 고맙습니다."

"고마우면 내 방송에 자주 출연해."

아주 괜찮은 동료를 얻었다.

직업의 등급 자체는 매우 뛰어나지만 겁이 많아서 저 능력을 다 못 쓸 거다.

1등은 어렵겠지.

내 동료로 딱이다.

이때까지 나는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 * *

목재현이 목왕으로서의 각성을 끝내자 기다렸다는 듯 알림이 이어졌다.

[대업적, '완성된 튜토리얼'이 달성되었습니다.]

밑줄 부분을 활성화하여 살펴보니 달성 조건이 참 더러웠다.

1. 업적, '튜토리얼의 제왕' 획득.

2. 업적, '구마(驅魔)' 달성.

3. 히든 퀘스트, '승강장에서의 생존' 클리어.

4. 직업, 대영웅 양도.

5. 대영웅 발생 과정 내, '사망자 0' 달성.

'해놓고 보니 나름대로 극악난이도이기는 하네.'

이러니까 회귀 전에 정보가 하나도 없었지.

아마 회귀 전에는 이걸 만족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을 거다.

[대업적을 '명예의 전당'에 등록하시겠습니까?]

명예의 전당, 정말 오랜만에 본다.

나도 원래 저기에 대업적을 14개쯤 쌓아놨었다.

단독명의가 그렇다는 얘기고 공동명의로는 더 많았다.

'아니오.'

나는 이제 그런 명예 필요 없다.

이걸 등록했을 때의 혜택은 없었다.

말 그대로 그냥 '명예'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명예 같은 건 나한테 있어서 그냥 아메바 같은 거다.

저거 등록하면 괜히 귀찮아진다.

타 차원을 포함하여 전 세계 능력자 사냥꾼들의 타겟이 되는 것은 물론 거대 이벤트에 강제 징집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업적 등록을 정말로 포기하시겠습니까?]

'예.'

미련 없이 명예의 전당을 등록을 거부했다.

대영웅을 양보했고, 대업적을 등록하지 않음에 따라 보상이 하나 더 주어졌다.

'원래 이렇게까지는 잘 안 주는데, 역시 튜토리얼이네.'

과연 플레이어들에게 친절한 필드다웠다.

[보유 특성 중 하나를 랜덤으로 강화합니다.]

[특성, '중계자의 시선'이 강화됩니다.]

이름이 바뀐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다른 변화는 없었고, 지금 당장 어떤 변화를 체감하기는 어려웠다.

나는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 * *

에건 폴은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구독자 2000만의 엘튜브를 버리고, 이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기로 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곧 새로운 시대가 온다.'

그는 이 시대에 그 누구보다 잘 적응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 또한 그렇게 자부했다.

그는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스트리머로 각성한 플레이어들에 대한 정보도 끌어모으는 중이었다.

"고정닉을 가진 시청자들이 VIP 패키지를 구매해서 VIP 채팅을 요구했어."

"그러냐?"

에건 폴의 매니저이자 친구인 죠셉은 심드렁했다.

그는 아직도 폴이 이 이상한 스트리밍에 집중하는 것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어마어마한 다이아가 필요한 모양이야. 이걸 전 세계 스트리머들 중에서 나만 받았다니까?"

"그것참 대단하네."

"그렇지?"

"미션 내용이 뭔데?"

에건 폴은 VIP에게 새로운 미션을 부여받았다.

"한국, 가봤어?"

"한국? 거기는 왜?"

"거기서 찾을 사람이 좀 있어."

"누군데?"

죠셉은 조금 불안해졌다.

"신상을 몰라."

"……한국에서, 신상 모르는 한국인을 찾으라는 건 아니지?"

"찾아줘."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친구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그딴 말 같지도 않은 제안 할 거면 너 고소한다."

"보수는 1만 달러."

"맡겨만 줘라, 브로."

죠셉의 우정이 피어올랐다.

그렇지만 우정은 우정이고, 어쨌든 최소한의 정보는 필요했다.

한국에서 한국인을 찾으라니.

"당연히 정보는 있어. 서울역 필드라는 곳에서 주로 활동하는 스트리머를 찾아야 해. 1인칭 시점으로만 중계한다나 봐. 나무를 쓰는 플레이어랑 함께 활동해."

"걔를 왜 찾는대?"

"미션이야. 1,000만 다이아가 걸린."

"1,000만 다이아가 달러로 어느 정도냐?"

"1만 달러."

죠셉은 입을 쩍 벌렸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폴과 함께였고, 폴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폴은 지금 굉장히 설레하고 있었다.

"겨우 그것 때문에 네가 이렇게 설레한다고? 나한테 1만 달러 보수를 지급하면서, 1만 달러짜리 미션을 하겠다고? 가성비가 이게 맞냐?"

"내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 중에 VIP 패키지를 구매한 시청자가 5명이 안 돼. 근데 그 방송에는 VIP 패키지를 10명도 넘게 구매했대."

에건 폴은 약간 자존심도 상했다.

이 짧은 시간에 그렇게 성장했다면, 상당한 구력이 있는 스트리머인 것이 틀림없었다.

"근데 VIP채팅을 거부했대. VIP채팅뿐만 아니라 일반 채팅도 모조리 막아놨나 봐. VIP들이 답답해 죽으려고 해."

에건 폴 입장에서는 미친놈이었다.

시청자들과의 소통을 완전히 막아버리다니.

그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근데도 나보다 시청자 수가 많은 것 같아. 알아볼 필요가 있어."

"네 시청자가 몇이지?"

"이제 곧 2,600명 달성한다."

"발표는?"

"아직 3배 적용이야."

"그럼 7,800명?"

"그렇지."

죠셉은 잠시 턱을 매만지다가 물었다.

"VIP들이 그렇게 미션을 줘가면서 찾을 만한 플레이어라면 한국 랭킹 1위쯤 되지 않겠어? 의외로 찾기 쉽겠는데?"

"랭커는 아니더라."

에건 폴이 간절하게 부탁했다.

"내가 모르는 어마어마한 비밀과 매력을 가진 게 틀림없어. 꼭 찾아줘."

에건 폴의 매니저 죠셉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행 비행기였다.

* * *

중계자의 시선이 강화됐다.

그에 따라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가 눈에 잡혔다.

목재현을 보니 중계자의 시선이 강화됐다는 것이 완전히 체감되었다.

'와, 이런 거까지 다 보이네.'

[#막연한 동경 #또렷한 호감 #나의 영웅과_만났다]

무슨 상태가 이렇게까지 거창한지 모르겠다.

나는 그냥 플레이를 신나게 즐겼을 뿐인데 말이다.

"저도 강해질 수 있어요? 형처럼?"

"그래. 분명 나보다 강해질 거다."

[짙은 위로/강함에 대한 열망]

실시간으로 많은 것들이 해석되어서 과도한 정보를 전해주었다.

이건 내 정신력을 소모하는 특성이어서 좀 피곤해졌다.

'아, 이거 감도 설정도 되는구나.'

나는 설정창에 들어가서 이전 수준으로 낮춰놓았다.

이제야 좀 살 거 같네.

"고맙습니다."

"진짜요?"

"당연하지."

넌 전투계열이고 아는 비전투계열이니까.

근데 얘는 보면 진짜 섬세한 녀석인 것 같다.

별말 하지도 않았는데 혼자 감동받아서 울먹거렸다.

"형처럼 말해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요."

1층에 올라섰을 때, 튜토리얼 필드에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각성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점점 많아지고 튜토리얼 필드에 대해서도 알려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너랑 같은 교복을 입고 있는 애들도 있네."

"……."

목재현의 몸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나는 어렵지 않게 저들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 목재현을 반강제로 이곳에 끌고 들어왔던 그 녀석들일 것이었다.

숫자는 세 명이었다.

나는 시청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했다.

"이름을 모르니까 그냥 아기돼지 삼형제로 부르겠습니다."

그중 한 명, 빡빡머리에 덩치가 꽤 큰 녀석이 목재현을 발견했다.

"야, 씨X, 내가 바로바로 연락하랬지? 내 말이 X으로 보이냐?"

"목재 새끼, 우리한테 말도 안 하고 들어와 있네? 시X 겁대가리를 상실하셨나 봐요."

"미친놈이 아직 덜 맞았지? 왜? 이제 반항하고 싶냐?"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서로 킬킬거렸다.

그 과정에 상당한 육두문자가 오갔다.

나는 내 나름대로 중계를 이어갔다.

"아마도 저 학생들은 목재현이 훌륭하게 생존하여 귀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저들의 기준에서 목재현도 이미 죽음을 겪었고, 리젠돼서 도망쳤다가 다시 들어왔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빡빡돼지가 가까이 다가와서 목재현의 이마를 톡톡 건드렸다.

"집에도 안 들어가고 어디 숨어 있었냐?"

"……우, 우리 집에 갔었어?"

"시X놈아. 네가 연락을 안 받아서 그렇잖아. 네가 탱커인데, 시X, 탱커가 쫄튀하면 어쩌자고?"

"우리 집에는 가지 말아 달라고 했잖아."

내가 알기로 목재현은 할머니와 함께 자랐다.

아마 쟤네 집에는 노쇠한 할머니만 있었을 거다.

"이 새끼 말대꾸하는 거 봐라?"

"미쳤나 이게."

"저 새끼, 개념 가출한 듯."

빡빡이는 목재현의 이마를 계속해서 툭툭 건드렸다.

"아, 너 할망구한테도 연락 안 했더라? 시X 어지간히 쫄았나 봐, 쫄보새X."

나는 계속 중계를 이어갔다.

"음, 저 학생들은 할머니 댁에 쳐들어가서 예의 없게 행동했을 확률이 크겠네요."

빡빡이가 인상을 쓰며 나를 쳐다봤다.

"저기요, 뭐하세요?"

"아, 신경 쓰지 마요. 그냥 지나가는 스트리머니까."

"스트리머? 나 방송 나와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빡빡이는 싱글벙글 웃었다.

나를 보며 브이 표시를 해보였다.

"카메라는요?"

"없어요. 일반 스트리머가 아니고 스트리머 플레이어니까."

아기돼지 삼형제 중 얍실한 녀석이 말했다.

"개하꼬 새X 아님?"

"개하꼬가 뭔가요?"

"스트리머가 개하꼬를 모름?"

자꾸 쓸데없이 나한테 시비를 거는 것 같아서 나는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알아서 일들 봐요. 괜히 나한테 시비 걸지 말고."

전생에서 내가 맞닥뜨렸던 빌런친구들에 비하면 이 친구들은 아주 귀여운 아기돼지들이었다.

아기돼지들의 도발이 제법 가소로웠다.

내가 물었다.

"그런데, 목재현 친구 괴롭히게요?"

"왜요? 아저씨가 도와주게요?"

"그냥 가만히 있어요. 괜히 끼어들다 존X 맞아요. 여기 경찰도 없어."

"그죠, 경찰도 없죠."

경찰이 없어서 많이 위험할 텐데.

그 말은 해주지 않았다.

지금 내가 보는 목재현은 그렇게 겁에 질린 상태는 아니었다.

아마 제대로 움직이면 아기돼지 삼형제는 많이 괴로운 상황에 처해질 것이었다.

아기돼지 삼형제의 대장, 빡빡이가 목재현을 발로 찼다.

"씨X, 할망구X은 왜 지갑에 돈도 없어, 이 개새X야."

나는 담담히 방송을 이어갔다.

방송에서 지나친 비속어를 쓰면 호불호가 갈린다는 말을 어디서 들은 것 같아서 언어를 좀 순화했다.

"상당한 호로 녀석이군요."

영상 제목도 바꿨다.

어떤 제목을 써야 어그로에 좋은지 잘 모르겠어서 그냥 간결하게 요점만 썼다.

[참교육 콘텐츠]

시청자 숫자는 어느새 8,000명을 돌파한 상태.

내가 한마디를 거들어줬다.

많은 시청자들을 향해 스트리머답게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방송을 진행했다.

"재현 학생, 여기서 죽으면 되살아나기는 하는 건 맞아."

담담하게 정보를 전달해 줬다.

"근데 고통은 진짜다. 배 뚫려서 내장 뽑히면 정말 아프거든. 특히 갈비뼈 부러뜨려서 간을 뭉개는 게 제일 아프니까 참고해."

오른쪽 손가락으로 간 위치를 짚어줬다.

"위치는 여기. 네 공격 스킬인 목창을 사용하면 쉽게 뚫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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