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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8화 (8/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8화

회귀 전, 강미나는 말하곤 했었다.

"제발, 협조 좀 해줘라. 간만에 미션 들어왔어. 야. 미션 몰라 미션? 미션을 주려면 기본적으로 VIP 패키지를 구매해야 해. 아무나 미션을 내릴 수 없다고. 제발 좀 도와줘. 응? 오빠?"

빠른 년생은 동갑이라며 야야 거리다가도, 미션이 걸리면 오빠라 불러대곤 했다.

아무튼 스트리머에게 있어서 미션이라는 건 꽤 좋은 기회였다.

다만 미션을 준 시청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강미나의 기분도 오락가락했다.

"바람 나그네는 고품격 시청자야. 뒤끝 없지, 진상 안 부리지, 이상한 요구도 안 하지, 그냥 자기한테 재미만 있으면 큰 대가를 지불하는 성향이거든. 진짜 개쿨해. 미션 대가도 엄청 좋은 거 주고, 미션 난이도도 대체로 낮은 편이고 친절해."

그 바람 나그네가 미션을 제안했다.

[미션명 : 가출천견(家出天犬)]

가출한 천견을 잘 달래서 주인이 올 때까지 안전하게 데리고 있으라는 내용이었다.

그 천견의 이름은 붕붕이라나 뭐라나.

'붕붕이? 어디서 들어본 이름 같은데.'

아무튼 저 붕붕이를 어디 가서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게다가 미션 보상도 별로였다.

[미션 보상 : 향유옥합(香油玉盒)]

향유옥합은 말 그대로 향유를 담은 옥그릇이었다.

향이 굉장히 좋아서 향수 대용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나름대로 다방면에 사용되기는 했지만 나한테 그다지 필요한 보상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때, 어디선가 컹컹-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개 짖는 소리?'

이 정도로 거저 주는 미션이면 받아들여도 될 것 같았다.

[미션을 수락하였습니다.]

편의점 쪽이었다.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 보니 몸무게 약 10㎏ 정도 되어 보이는, 비교적 앙증맞은 - 아주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커다란 마물만 보다가 10㎏ 내외의 강아지를 보니 앙증맞게 보였다.- 불독 한 마리가 보였다.

"네가 붕붕이냐?"

중계자의 시선을 활용해서 살펴보았다.

[LV35/붕붕이/배고픔/스킨십포비아]

플레이어들을 살펴볼 때와는 조금 달랐다.

직업이나 업적 등 대신 짤막한 상태 설명이 보였다.

붕붕이는 입술을 말아 올리고 으르렁거렸다.

나보다 레벨이 많이 높았다.

싸워보고 싶었지만, 어른인 나는 그 본능을 훌륭히 억눌렀다.

"소시지다. 맛있겠지?"

붕붕이는 다루기 무척 쉬운 녀석이었다.

금방 배를 뒤집어 까고 소시지를 받아먹었다.

그러고서 말똥말똥한 눈으로 날 바라봤다.

"야, 이거 3만 다이아짜리 소시지야."

붕붕이 녀석이 낑낑대며 엎드렸다 앉았다를 반복했다.

저게 쟤 입장에서는 예쁜 짓인가보다.

그러더니 앞발로 내 손을 톡톡 건드렸는데 그 모습이 굉장히 간절해 보였다.

"후우. 3만 다이아라니."

얘는 3만 다이아짜리 고품격 소시지를 3초도 안 되어 꿀꺽 삼켰다.

소시지에 미친 붕붕이는 앉은 상태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스킨십포비아라는 설명과 다르게, 붕붕이는 사람의 손길을 꽤 좋아했다.

'문제는 얘 주인이 언제 오느냐인데.'

바람 나그네가 주는 미션들은 대체로 난이도가 낮다고 했다.

튜토리얼 필드의 플레이어에게 그렇게 어려운 미션은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일단 조금 기다려봐야겠어.'

그동안 나는 붕붕이와 꽤 친해졌다.

"야, 붕붕아. 나는 네가 왜 이렇게 낯이 익냐?"

붕붕이가 한 번 짖었다.

컹!

내 말을 알아듣는 것 같아서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줬다.

진짜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시간이 흘러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붕붕!"

여자 목소리였다.

붕붕이는 그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내 품에 파고들었다.

들키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윽고 노란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애가 모습을 드러냈다.

목재현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저도 모르게 '아……!' 하고 감탄을 내뱉었다.

사실 천사를 처음 보면 보통 저런 반응이기는 했다.

외모야 뭐 전 서버를 통틀어 제일 아름답다고 명성이 자자하니까 이해는 한다.

그렇지만 저 외모에 속으면 안 된다.

사회성이 부족한 녀석들이 태반이다.

'음, 저 천사도 낯이 익은데.'

근데 뭐 다들 비슷하게 예쁘고 잘생겼으니까 내 눈엔 다 고만고만해 보이긴 했다.

서양인들이 내 눈에는 비슷하게 생긴 그런 느낌이랄까.

[LV?/루루카/?/?]

지금 내 능력으로는 레벨조차 읽어낼 수 없었다.

나랑 레벨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나는 모양이었다.

내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그저 루루카라는 이름뿐이었다.

결국 천사는 붕붕이를 발견했다.

"붕붕!"

그리고 내 쪽으로 뛰어왔다.

"우리 붕붕이한테 무슨 짓을 하였느냐!"

그리고 나를 향해 냅다 주먹을 내질렀다.

피하려고 했는데 피하지 못했다.

쾅!

천사의 주먹과 내 중계결계와 부딪쳤다.

중계결계로 보호받고 있는데도 몸 전체가 울리는 느낌이었다.

아, 팔이 부러진 거 같은데.

오랜만의 고통이라 꽤 아팠지만, 그래도 천사의 주먹을 받아낸 거 치고는 부상이 미비한 편이어서 다행이었다.

'주먹을 받아보니 알겠다.'

원래 머리는 기억 못 해도 몸은 기억하는 법이다.

'그 루루카가 이 루루카네.'

원래 홍익대 던전에서 만날 수 있는 천사.

하도 오랜만이라서 잊고 있었는데 그 재수 없는 천사 꼬맹이였다.

나이는 200살 정도 되었다고 했었나.

천사들 중에는 아주 어린 편이었다.

인간으로 치면 중학생 정도라고 했던가.

'살살 약 올리고 자극하면 쉽게 다룰 수 있는 유형이었지, 아마.'

그러고 보니 붕붕이 이 녀석도 홍익대학교 던전에 있는 녀석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낯이 익었네.

루루카는 붕붕이를 꽉 안아 들고서 나를 째려봤다.

"그대는 왜 감탄 안 하지?"

"뭘?"

"본인, 아름답지 않은가?"

역시 사회성이 매우 부족하다.

"팔을 부러뜨려놓고 할 말이야?"

그러나 루루카는 내 부상에는 관심 없어 보이고 그냥 제 할 말만 했다.

목재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봐. 그대."

"네, 네!"

"나의 미모가 어떠한가?"

"아름다우……세요."

당연하다는 듯 루루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서 다시 나를 봤다.

"근데 그대는 감탄하지 않는 거지?"

"강아지를 찾아줬으면 고맙다고 말하는 게 먼저 아니냐?"

"왜 반말을 하는가?"

"네가 먼저 했잖아."

"본인은 284살이느니라."

"애기네."

"뭐?"

루루카의 얼굴이 붉어졌다.

애들더러 애들이라 그러면 기분 나빠하는 건 애들의 특징이다.

"그리고 어른들은 그런 말투 안 쓴다."

애나 어른이나 싸가지 없는 것이 보통이기는 했지만, 아무튼 어른 천사들은 저런 말투 안 쓴다.

애들이나 어른처럼 보이고 싶어서 저런 말투 쓴다.

"그대가 뭘 안다고 떠드는가!"

"네가 애라는 건 알지. 그리고 붕붕이가 너 싫어하는 것도."

루루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보고 있노라니 예전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얘 비위 맞추겠다고 내 팀원 여럿이 고생했었는데.

"붕붕이, 이리온."

내가 바닥에 쪼그리고 앉자 붕붕이는 내게 오고 싶어 발버둥 쳤다.

루루카는 상당한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결국 붕붕이는 루루카의 품에서 벗어나 내게 뛰어와서 배를 발라당- 뒤집어 깠다.

"야. 얘가 왜 가출했다고 생각해?"

"가출이 아니라 나들이를 떠난 것이느니라!"

"보호자 없이? 배도 곯아 가면서?"

"소풍을……."

"그게 가출이야. 너도 가출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이렇게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닌 거 아니냐?"

"나는 품위 없이 뛰어다니지 않는다. 날아다니지."

"날개에서 땀 뚝뚝 떨어지는 건 보이네."

루루카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다시 한번 칠 기세였지만 더 이상 나를 공격하지는 않았다.

"나는 스트리머야. 스트리머의 능력을 통해 붕붕이의 상태를 살펴볼 수 있거든?"

"흥, 나는 궁금하지 않도다."

"귀가 쫑긋거리는데?"

"그러나 굳이 말해주고 싶다면 특별히 들어주도록 하지."

"붕붕이의 현 상태 중 하나가 스킨십 포비아야. 그러니까 스킨십이 싫대."

딱 보니 알겠다.

예뻐한답시고 하루 종일 껴안고 뽀뽀하고 난리를 쳐댔을 것이다.

"붕붕이, 내 말 맞지?"

붕붕이는 확실히 내 말을 알아들었다.

컹! 컹!

짖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루루카는 커다란 충격을 받은 모양새였다.

"더러운 협잡질을 하는구나."

"내가 굳이 그럴 이유가 뭘 있겠냐? 아무튼 붕붕이 보호자는 너니까, 네가 알아서 할 문제지."

나는 붕붕이를 조심스레 안아 들고서 루루카에게 건네주었다.

붕붕이의 귀와 꼬리가 축- 처졌다.

붕붕이를 안아 든 루루카는 한동안 나를 노려보다가 입을 열었다.

"어떻게 붕붕이의 마음을 얻었는가?"

"소시지로."

"겨우 그딴 것으로?"

"뽀뽀 따위보다는 훨씬 낫지."

"나의 뽀뽀는 천금보다 귀하다!"

"응, 그건 네 생각이고."

나는 루루카와 꽤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아직 애라서 그런지 놀리는 맛이 꽤 있었다.

"어쨌든 어른 된 도리로서, 나의 강아지를 찾아준 것에 대해 사례를 내리노라."

루루카가 내 팔을 잡았다.

천사들은 체온이 높아서 꽤 따뜻했다.

그리고 내 팔을 이리저리 문지르며 주문을 외웠다.

'와, 겨우 팔 부러진 걸 치료하는데 이렇게 거창하다고?'

아무래도 얘는 치료에는 재능이 없는 것이 틀림없었다.

아무튼 치료는 완료됐다.

"치료는 됐고. 이제 무엇을 원하느냐?"

"됐다. 애가 주긴 뭘 줘. 그냥 가라."

보통 이러면 루루카는 오기가 발동해서 자기가 가진 거 중에 제일 좋은 걸 내놓는다.

루루카는 얼굴이 시뻘게져서는 날개에서 깃털 하나를 뽑아주었다.

"천사의 성스러운 힘이 내포된 깃털이다."

"병균 없지?"

"정수리를 뽀개버릴까 보다!"

루루카는 몸을 돌려 멀어지기 시작했다.

목재현이 무어라 말이라도 한 번 걸어보려고 한 것 같았는데 완전히 무시당했다.

"시시한 남자는 관심 없도다."

그리고 굳이 힐끗 나를 다시 쳐다보고서 말했다.

"재수 없는 남자는 더욱 싫도다!"

날개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나한테 말할 때 뭔가 더 많은 감정이 들어간 것 같기는 했다.

허공에 게이트가 생기고 루루카가 사라졌다.

[미션이 클리어되었습니다.]

[미션 클리어 보상으로 '향유옥합'이 주어집니다.]

인벤토리에 향유옥합이 곧바로 전송되었다.

나는 잠시 의자에 앉았다.

'이거 우연이냐?'

향유옥합은 보통 향수로 쓰이지만, 특별한 쓰임새가 하나 더 있었다.

향유옥합에 천사의 깃털을 넣으면 일반 향유가 성향유(聖香油)가 된다.

쉽게 말해 신성력이 부가된다.

그렇다고 해서 중환자를 낫게 하는 등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지만, 이 성향유는 악마 속성의 마물 등을 상대할 때 상당한 힘을 발휘하는 도구가 된다.

'바람 나그네는 플레이어들에게 도움이 되는 미션을 많이 내린다고 했는데.'

1층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 시점에 깃털과 향유옥합이 주어진 것이, 어쩌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우연 아니다.'

하나의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전 세계 튜토리얼 필드에서 몇 번 참사가 일어났었지.'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세 번인가 네 번 정도 될 것이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튜토리얼 필드가 최소 수만 개 이상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확률은 거의 0에 수렴할 정도로 적었다.

'악마화된 인간이 나타났었지.'

악마화된 인간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다.

그저 살육과 피를 탐하는 괴물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굳이 악마화된 인간이라 부르지 않고 그냥 악마라고 부른다.

기적의 성녀가 등장하기 전까지, 무조건적인 사살만이 답이었다.

'악마가 나타난 튜토리얼 필드에서는…… 모두 대영웅이 탄생했었고.'

직업명 대영웅.

9성급으로 분류된, 최상위 중에서도 최상위 직업이다.

참고로 내가 선호하는 직업은 아니었다.

대영웅은 말 그대로 '영웅적인 직업'이었으며, 그에 따라 수많은 제약이 따른다.

이를테면 숭고한 희생정신을 보여야 한다거나 명예로운 죽음을 택한다거나.

내가 아는 대영웅들은 모두 굵고 짧게 살다 갔다.

목재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형? 에스컬레이터 작동돼요! 응? 누구지?"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누군가가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내려오고 있었다.

눈이 까맣게 물들어 있었고, 머리에는 뿔이 나 있었다.

진짜 악마였다.

'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기분 좋게 저릿한 감각이 전신에 감돌았다.

'진짜 강한 놈이잖아?'

나도 모르게 히죽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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