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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6화 (6/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6화

강남일은 몸을 덜덜 떨며 물었다.

"어, 어떻게 하면 형처럼 할 수 있어요?"

"뭐가? 이 정도는 다들 해."

"……."

"쪼금만 연습하면 돼."

그건 차진혁의 기준이기는 했다.

'하다못해 최약체로 평가되는 상인계열 플레이어들도 초보 구간에서 이 정도는 다들 했다.'라고 생각했는데, 차진혁이 직접 경험한 상인계열 플레이어들 역시 최상위 랭커들이었다.

그가 가진 기준이 보편적인 건 아니었다.

강남일에게는, 정체를 밝히기 싫다는 말로 들렸다.

어느덧 보스몬스터 필드는 해제되었다.

그들의 몸이 마법진에 감싸진 채 원래 필드, 서울역 필드로 돌아왔다.

강남일이 다시 물었다.

"혹시…… 나라에서 오늘을 대비한 특수부대원 같은, 뭐 그런 건가요?"

"뭐, 비슷해."

"여, 역시."

회귀 전에 국정원 소속 플레이어였으니까 그런 걸로 하기로 했다.

"혀, 형, 어디 가세요!"

"따라오지 마. 승강장 갈 거야. 아래는 더 위험할 테니."

"가, 같이 갈게요."

"따라오지 마. 어쨌든 네가 내 제안을 거부한 시점부터 우리는 함께할 수 없어."

"죄, 죄송해요. 그냥 방해 안 하고 형 뒤에 따라다니면서 배우기만 할게요."

차진혁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일단 난 스트리머라서 나한테 딱히 배울 수 있는 게 없고."

"……."

"난 신뢰관계가 한 번 깨진 사람하고는 다시 일 안 해. 만약 우리가 정식 계약관계였거나 진짜 팀이었다면, 나는 너를 죽였을걸?"

강남일이 흠칫 놀랐다.

말의 내용은 살벌하기 그지없었는데, 태도는 난 오늘 아침밥으로 김치찌개를 먹었어라고 일상을 얘기하는 것 같아서 엄청난 괴리감이 느껴졌다.

"그러니까 우리는 서로 우리 갈 길 가자."

강남일은 '9인 군주'로 각성했다.

군주 직업의 특성은, 기감에 상당히 예민하다는 것이었다.

상대의 기분이나 기세를 본능적으로 파악했다.

'적의는 전혀 없는 것 같은데.'

그 모습이 기이했다.

뭐랄까, 뇌의 일부가 망가진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차진혁이 멀어졌다.

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

"이거, 꿈 아니지?"

총 아홉이었던 친구들이 이제 셋으로 줄었다.

강남일은 그저 멍하니, 차진혁이 사라진 쪽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런데 친구 중 하나가 중얼거렸다.

"저런 힘이 있었으면 처음부터 그냥 우리 구해줬어도 됐잖아."

"……응?"

강남일이 고개를 휙! 돌렸다.

친구가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야, 너 왜 그래?"

"그냥 구해줬으면 됐잖아. 시발X이."

"……."

"저 새X 때문에 여섯 명이나 죽었어. 저 새X가 죽인 거야."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원래 알고 있던 친구가 분명 맞는데, 아닌 것 같았다.

친구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뚝. 뚝.

붉은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빨간 잉크가 떨어지는 것 같았다.

무언가 불길함을 느낀 강남일이 그의 어깨를 세차게 흔들었다.

"야! 박상현! 왜 그래?"

박상현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 전체가 시뻘건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너, 너?"

그가 히죽 웃었다.

"흐흐흐."

그가 팔을 뻗어 강남일의 목을 움켜쥐었다.

꽈득,

강남일의 목이 꺾였다.

9인 군주는 그렇게 사망해서 축 늘어졌다.

"미, 미친 새끼가! 컥!"

또 다른 친구의 목이 꺾였다.

그사이, 박상현의 머리에는 두 개의 검은 뿔이 자라났다.

마치 신화 속 악마 같았다.

"사, 살려…… 끄아악!"

괴상하게 변한 박상현을 제외하고, '9인 군주' 파티의 생존자는 아무도 없었다.

* * *

알림창이 보였다.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시겠습니까?]

이 에스컬레이터는 B1F으로 설정된, 열차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였다.

[에스컬레이터에 탑승하였습니다.]

['열차 승강장'에 진입하였습니다.]

주변에는 회색 털을 가진 늑대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이름은 단순하게 '회색 늑대'였다.

레벨은 17~18 내외.

'약한데.'

좀 더 센 놈들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건 너무 큰 바람이었다.

그나마 무리를 이루어 떼로 덤빈다는 게 그나마 봐줄 만한 점이었다.

깨갱!

내 목덜미를 물려던 회색 늑대 한 마리가 비명을 질렀다.

"아무래도 이빨 몇 개가 부러진 모양이네요."

아무리 생각해도 '중계 결계' 특성과 '튜토리얼의 제왕' 업적 효과의 콜라보는 가히 사기라고 부를 만했다.

중계 결계 상시 활성화 덕택에 방어에 전혀 신경을 안 써도 됐다.

덕분에 스트리밍이 아주 편안해졌다.

"저를 포위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무척 편안했다.

지금의 내가 중계결계 없이 싸우면 좀 위험할 수도 있다는 건 사실이지만, 어쨌든 이건 경험의 문제였다.

'근데 좀 겁먹은 척을 좀 해야 하나?'

아무리 중계결계가 있다고 해도 겨우 튜토리얼 수준의 스트리머가 이 정도 규모의 마물들에게 둘러싸이고 겁 안 먹어도 되나?

약간 그런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괜히 어설픈 연기나 연출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겁이 안 나는 건 어쩔 수 없지.'

녀석들은 크르릉대며 내게 몇 번이나 연거푸 달려들었다.

깨갱!

학습능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대략 여섯 마리 정도의 마물들이 이빨이 부러지고 나서야 더 이상 내게 달려들지 않았다.

던전을 공략할 때에만 느낄 수 있는 짜릿한 감각과 희열감 같은 건 전혀 느낄 수 없어서 또 권태로워지고 말았다.

"일단 새로운 필드로 내려오긴 했는데 별 건 없네요."

나는 주변을 둘러보는 척했다.

"어? 저기 이상한 게 있습니다."

이곳에 진입한 순간부터, 사실 내가 노리던 건 따로 있었다.

저 멀리 간이 편의점이 있었을 거라 짐작되는 부분.

저곳을 나무덩쿨이 뒤덮고 있었다.

"수상하네요. 한 번 가보겠습니다."

* * *

이 나무덩쿨은 자연적인 것이 아니었다.

"스킬의 힘이군요."

중계자의 시선은 많은 것을 읽어냈다.

이 나무덩쿨 너머에 숨죽이고 있는 플레이어의 존재가 느껴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상대의 정보가 보였다.

[LV21(+2)/찐따/목주/스킬/6일생존]

'찐따?'

각성명이 좀 이상하기는 했다.

찐따라니.

각성명은 자기가 직접 정하는 건데 말이다.

내가 아는 목재현은 그냥 본명인 목재현을 각성명으로 썼었는데 아마 나중에 변경한 이름인가보다.

'직업명은 노란색. 역시 7성이네.'

같이 플레이하기는 7성 정도가 딱이었다.

7성도 꽤 훌륭한 등급이다.

비율적으로 봤을 때 상위 10퍼센트 내에 들어간다.

그러나 최상위의 직업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그래. 저 정도가 딱 3등 정도지.'

'비밀상자'의 주력 콘텐츠가 바로 7성 플레이어들의 플레이를 중계하는 것이었다.

나는 나무덩쿨 앞에서 똑똑- 노크했다.

"저기, 문 좀 열어주면 안 됩니까? 사람입니다."

"……."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안에서 뭘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진짜 선량한 사람이거든요. 문 좀 열어줘요."

역시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내 뒤에서 회색 늑대가 달려들어 내 엉덩이를 깨물었다가 또 이빨이 작살 났다.

"문 안 열어주면 따고 들어갑니다?"

"……."

"수상한 사람 진짜 아니고요. 인터뷰를 좀 하고 싶어서요. 저 스트리머거든요. 물어볼 것도 좀 있고요."

나는 이 넝쿨 더미를 요목조목 살펴보았다.

'뭐 한 3시간이면 입구 정도는 뚫을 수 있겠는데?'

이 스킬의 이름은 '수목산성(樹木山城)'이었다.

방어에 상당히 효율적인 능력으로 알려져 있었다.

레벨 +2 산정을 받은 것도 저 수목산성 안에 숨어 있기 때문이었다.

꽤 뛰어난 스킬이지만 해제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그래 봐야 겨우 레벨 20대 초중반의 튜토리얼급 플레이어가 만들어낸 거니까.

'하나하나, 차근차근 풀어가면 되지.'

이런 건 우리팀 길잡이였던 한세린이 있으면 1초도 안 걸릴 텐데.

나는 단도로 나무 넝쿨들을 잘라내며 길을 내기 시작했다.

너무 쉬워서 자꾸 딴생각이 난다.

한세린을 필두로 하여 팀원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다들 잘살고 있으려나.'

회귀 이후에 그 녀석들을 찾아볼 생각을 안 했다.

내 삶은 많이 달라질 거고, 그들과는 엮일 일이 전혀 없을 테니까.

나는 먼발치에서 그들의 행보를 응원할 생각이었다.

그래도 조금 그리운 기분이 들기는 했다.

걔네랑 플레이하는 게 진짜 짜릿하고 즐겁기는 했었는데.

'응? 됐다.'

어느새 내 한 몸이 들어갈 정도의 입구가 생겼다.

'내 생각보다 훨씬 빨리 됐네?'

못해도 3시간은 걸릴 줄 알았는데 겨우 1시간 만에 성공했다.

내가 스킬 해제에 이렇게 뛰어난 능력을 가졌을 리는 없고.

아무래도 이 시점의 목주는 내 생각보다 훨씬 약한 능력을 가진 것 같다.

"끙차."

그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 좀 하러 왔……."

"으아아아악!!! 으아아악! 오, 오지 마!!!"

목재현은 무슨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뒷걸음질 치며 벌벌 떨었다.

교복을 입고 있었고 몸집이 무척 작았다.

내가 알던 미래에서는 꽤 거한이었는데 나중에 키가 몰아서 크나 보다.

"사, 사, 살려, 사람 살려!!!"

"……."

마침 편의점 위쪽에 달린 볼록거울에 내 모습이 보였다.

'아.'

내 꼴이 말이 아니긴 했다.

아까 가르가르의 피를 잔뜩 뒤집어써서인지 겉모양이 꽤 살벌했고 몸에서는 악취가 나고 있었다.

이런 게 너무 익숙한지라 별로 신경을 못 썼다.

"저 수상한 사람 아닙니다."

"저, 저, 저리 가!"

목재현은 눈을 질끈 감고 단도를 휙! 휙! 휘둘렀다.

어린애도 저런 단도에는 얻어맞지 않을 것이었다.

실제로 나는 그냥 가만히 있었고 단도는 내게 닿지 않았다.

"찐따 님. 얘기 좀 나눕시다. 나는 스트리머 플레이어거든요?"

찐따라는 말에 목재현이 몸을 움찔했다.

"저는 찐따 님이랑 얘기를 좀 나눠서 영상을 딸 거고요."

무슨 퀘스트를 받고 있는지 물어본 다음, 저 퀘스트를 어떻게 받았는지까지 알아낼 거다.

뭔지는 몰라도 튜토리얼 수준에서는 엄청 좋은 걸 받았다고 했다.

물론 7성 수준에서 좋다는 뜻이겠지.

그 정도 보상도 획득하고, 목재현과 플레이도 하고.

3등 하기 딱 좋다.

근데 지금 목재현은 너무 공포에 질린 상태였다.

저대로면 기절할 것 같았다.

"음…… 찐따 그거, 원해서 만든 각성명 아니죠?"

자세히 보니 얼굴 여기저기에 멍 자국이 있었다.

"누군가한테 많이 맞은 거 같고."

근데 마물에게 당한 상처는 아니었다.

마물에게 당했으면 죽었겠지.

"그 성격에 혼자서 여기까지 스스로 오지는 않았을 거고."

누군가 강요에 의해서 저 각성명이 지어졌을 거고.

또 누군가가 강제로 여기에 끌고 왔다고 해석할 수 있었다.

"말해봐요, 어떻게 된 일인지."

"……."

그제야 목재현이 눈을 뜨고 나를 보았다.

여전히 날 무서워하고 있는 것 같기는 했지만 그래도 일단 대화를 할 생각이 생긴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때.

알림이 들려왔다.

['VIP 대화 요청' 란이 활성화되었습니다.]

['VIP 대화'를 승인하시겠습니까?]

이건 뭐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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