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2화
내 경험상 3등 정도가 제일 좋다.
그 정도가 체감 행복도도 제일 높고 안전하며 많은 부도 쌓을 수 있다.
중요한 건 3등인 척이 아니라 진짜 3등을 해야 한다는 거다.
'스카우터 계열의 랭커들도 무서운 놈들이니까.'
놈들은 상대의 레벨이나 숨겨진 능력을 귀신같이 찾아낸다.
너무 뛰어난 능력을 가진 자는 무조건 타겟이 된다.
1등이면서 3등인 척하는 건 어차피 불가능하고, 진짜 3등이어야 한다.
검 계열로의 각성은 배제하기로 했다.
실수로 검을 잡으면 또 미쳐 버려서 1등을 하고 말 것이 뻔하니까.
[신서버, '지구 서버' 오픈 베타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선제각성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게임 관련 방송 시간 5만 시간 달성.
그것이 선제각성 스트리머로 각성하기 위한 조건이었다.
[직업 '스트리머'(선제각성)이(가) 부여됩니다.]
스트리머는 서버 대조약에 따라 안전을 보장받는 직업 중 하나였다.
'강제 징집 등에서도 제외돼서 자유도가 높고.'
특히, 선제 각성한 스트리머는 '중계결계'라는 특별한 결계를 사용할 수 있다.
비전투 계열 중에는 최강의 방어력을 자랑하는 능력이다.
그래서 스트리머는 모든 계열을 통틀어 '가장 안전하면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직업'으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나는 랭커였으니까 각성 특전까지 주어지겠지.'
나는 '어둠의 언덕'의 압도적 랭킹 1위였다.
[선제각성 특전이 주어집니다. (해당 게임, 랭킹 1위)]
[해당 게임의 캐릭터를 선제 각성 재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내 눈앞, 홀로그램창에 캐릭터창 하나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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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등골브레이커
직업 : 대마법사
LV : 999
업적 :
신마전쟁의 승리자(신화)
7개의 신비(신화)
.
.
.
거인왕 칼리푸(신화)
[1][2][3]……[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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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익숙한 캐릭터 창.
레벨은 만렙인 999.
달성한 업적은 무려 12페이지에 달했다.
숫자로는 대충 200개 정도.
여기까지는 굉장히 익숙한 전개였다.
'인벤토리는 왜 생성되지?'
상태창을 지나 옆에는 인벤토리까지 생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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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토리]
신마왕의 내의(신화)
.
.
.
아르고낙서스의 목걸이(신화)
[1][2][3]……[44][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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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한 아이템이 너무 많아서 셀 수도 없었다.
대부분이 게임 내 최고등급이라 알려진 신화급이었다.
인벤토리뿐만 아니라 스킬 목록까지 자동으로 생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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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스킬]
뇌전폭우(신화)
.
.
.
빙결세계(신화)
[1][2][3]……[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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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토리랑 보유스킬은 왜 뜨는 건지 모르겠네.'
알림이 이어졌다.
[업적, '월화수목금금금'을 만족하였습니다.]
[업적, '저조한 시청자, 그러나 영광된 방송'을 만족하였습니다.]
'이것들은 또 뭐야?'
* * *
눈으로 밑줄 친 글씨를 선택하자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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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수목금금금]
다음 3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한 자에게 주어지는 업적.
1) 10년 이내에,
2) 방송 5만 시간을 달성했으면서,
3) 10시간 이상 연속으로 휴식하지 않아야 한다.
업적 효과: 해당 게임 캐릭터의 인벤토리를 각성재료로 융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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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조한 시청자, 그러나 영광된 방송]
다음 3개의 조건을 모두 만족한 자에게 주어지는 업적.
1) 조건, 월화수목금금금 획득.
2) 해당 게임의 랭킹 1위 달성,
3) 평균 시청자 10명 이하.
업적 효과: 해당 게임 캐릭터의 스킬을 각성재료로 융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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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용 자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대충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만족했다' 정도로 해석하면 됐다.
중요한 건 업적의 효과였다.
['등골브레이커'의 인벤토리를 각성 재료로 융합하시겠습니까?]
['등골브레이커'의 스킬을 각성 재료로 융합하시겠습니까?]
'와, 이거까진 생각 못했는데.'
본신 캐릭터를 넘어 캐릭터의 인벤토리와 스킬까지 융합할 수 있다니.
나는 직감했다.
'기연이다.'
나는 순간적인 희열감을 느꼈다가 이내 정신을 차렸다.
기연에 정신 못 차리는 나쁜 습관, 이거 버려야 된다.
그저 기연이라면 신이 나서 물불 안 가리던 때가 떠올랐다.
'마음을 차분히 하고.'
이제 나는 다른 차진혁이다.
스트리머로서, 안락하고 편안하고, 보다 보편적이고 정상적인 삶을 살 것이다.
'그래도 융합은 해야지.'
강해지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다.
첫 시작에서 기연을 좀 얻었다고 해서 갑자기 말도 안 될 정도로 강해지지는 않는다.
게다가 스트리머는 아무리 강해져봤자 스트리머다.
'역시 스트리머를 선택하길 잘했어.'
성장한계가 너무 확실한 비전투 직업이라서, 오히려 내가 미치지 않도록 한계선을 정해줄 테니까.
나는 그 한계선이 나를 절대 미치지 않게 하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적어도 이때까지는.
'나는 지금 설레는 게 아냐.'
마음을 계속 다스리며 재료들을 하나하나 선택했다.
['신마전쟁의 승리자(신화)'를 선택하였습니다.]
.
.
['신마왕의 내의(신화)'를 선택하였습니다.]
.
.
['유성우(신화)'를 선택하였습니다.]
내가 7년 동안 이루었던 모든 것이 재료란에 담겼다.
다시 보니 진짜 개사기다.
시작이 분명 마법사였다.
어느 순간, 오른손으로 참마도를 휘두르고, 왼손으로 유성우 뿌리며 무쌍을 찍으며 돌아다녔다.
다시 생각해 봐도 밸런스가 말도 안 됐다.
어쨌든 재료를 옮기는 작업은 끝났다.
[선제 각성 작업을 시작합니다.]
['등골 브레이커'가 녹아듭니다.]
.
.
.
['유성우(신화)'가 녹아듭니다.]
[선제 각성 작업 진행 중…….]
[진행률 50%…… 90%…… 100%]
이내 밝은 빛이 번쩍 터져 나왔다.
[직업 '만능 스트리머'이(가) 부여됩니다.]
선제각성 스트리머는 많이 들어봤는데 '만능 스트리머'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이건 뭐냐?'
직접 체감하기에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다만 '특성'란에 두 개의 특성이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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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1. 중계결계
2. 만능잡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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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결계는 원래 선제각성 스트리머에게 주어지는 거니까 그렇다 치고.
'만능잡캐?'
수많은 특성을 접해본 나지만 만능잡캐는 처음 본다.
하지만 나는 확실히 알고 있다
다가올 세상에 만능은 없다는 사실을.
만능이라는 건 결국, 대부분의 것들은 애매하게 잘한다는 뜻이고 한 분야의 최상위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보니까 '만능' 뒤에 붙은 말이 결국 '잡캐' 아닌가.
3등을 노리는 나한테는 딱인 것 같다.
나는 처음 보는 특성인 이 '만능잡캐'에 대해 그렇게만 생각했다.
'좋은 시작이네.'
[스트리밍 채널에 로그인합니다.]
인터페이스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나는 스트리밍 채널을 열어 곧바로 채널명을 입력했다.
[신서버, 지구 보여드립니다.]
[1인칭 시점의 시야가 공유됩니다.]
[현재 레벨이 낮아 시청자 수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현재 레벨이 낮아 시청자와 소통이 불가합니다.]
당연하게도 현재 내 레벨은 1.
나는 방문을 나서서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지구라는 곳이고요. 한국맵의 서울이라는 대도시입니다."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았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모두 알 수 있는 것들을 천천히 알려주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흘렀다.
* * *
세상에 새로운 변화들이 생겼다.
자신을 선제 각성자라 부르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믿지 않았으나, 이내 세상에 마물이 모습을 드러내고, 그 마물들을 선제 각성자들이 사냥하는 데 성공하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차진혁은 방송을 진행했다.
"중계자의 시선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차진혁의 눈이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LV3/왕발토끼/스킬]
한 여자를 향해 뒷발질을 하는 토끼가 보였다.
"레벨은 3, 이름은 왕발토끼, 스킬로는 뒷발차기를 가지고 있군요."
방송을 진행하는 차진혁은 나름대로 이상함을 느꼈다.
'이 레벨 때, 중계자의 시선이 마물의 스킬까지 읽어낼 수 있었던가?'
물론 아니었다.
동레벨의 선제각성 스트리머들은 레벨과 이름만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현재는 스트리머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에 차진혁도 정확히 알아볼 수는 없었다.
여자가 왕발토끼와 맞서 싸웠다.
"하아압!"
"저 사람은 레벨 4를 달성했네요. 방금 반 박자 빠르게 뒤로 뺀 다음 검을 휘두른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검술에 대한 이해가 있는 편이군요."
자각은 별로 없었으나 마치 노련한 해설자 같았다.
"그렇지만 거리를 좀 더 좁혀서 휘둘렀다면 훨씬 효과적이었을 텐데요."
그사이, 또 다른 왕발토끼가 차진혁을 공격했다.
차진혁은 습관적으로 그 공격을 피해냈다.
'아 귀찮아.'
그런데도 자꾸 귀찮게 굴길래 단도로 정수리를 찔러 죽였다.
저도 모르게 간지러운 곳을 긁듯, 의식하지 않은 행동이었다.
당연하게도, 동레벨 스트리머들은 보여주지 못할 퍼포먼스였다.
다만, 차진혁 본인은 이게 그리 유별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왕발 토끼를 처치하였습니다.]
약간 방송을 더 이어가자 레벨이 올랐다.
[레벨 9를 달성하였습니다.]
레벨 9.
시청자들과 소통할 수 없어서 시청자 숫자가 몇이나 되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레벨업 속도가 다른 플레이어들에 비해서 훨씬 빠른 걸로 봐서, 시청자 숫자는 제법 많으리라 짐작했다.
시청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스트리머는 많은 경험치를 얻게 되니까.
'너무 무난해.'
너무 평화로웠다.
예전 삶에서는 시작하자마자 튜토리얼 던전으로 뛰어가서 여러 번 죽었었다.
만약 튜토리얼 던전에 부활설정이 걸려 있지 않았다면 차진혁은 요절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플레이를 진행하며 레벨업을 달성하니 좀이 쑤셔왔다.
'진짜 심심해 죽겠네.'
그러나 차진혁은 그 마음을 얼른 부정했다.
'아니. 이건 안락한 거다.'
예전 삶이 즐거운 게 아니라, 이게 윤택한 거다.
차진혁은 계속 그것을 상기해야만 했다.
'이번에는 미치지 말자.'
비전투 계열의 스트리머니까 어차피 강해질 수도 없다.
그렇게 자신을 세뇌하고 다스렸다.
어쨌든 레벨업 자체는 빨랐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 10을 달성하였습니다.]
레벨 10을 달성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접속한 시청자의 숫자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몇 명쯤 되려나?'
시청자수를 확인해 봤다.
'응? 좀 이상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