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힐통령 태양의 사제-197화 (197/441)

# 197

힐통령 197화

71장 몰락한 금속의 왕국(2)

[시네라스의 비늘x350]

[시네라스의 고기x300]

[시네라스의 혈액x100]

[시네라스의 찢어진 날개x2]

[시네라스의 날카로운 손톱x10]

[시네라스의…….]

…….

시네라스의, 시네라스의.

얼핏보면 노이로제라도 걸릴 것 같은 보상의 연속이었지만, 카이는 입꼬리만 씰룩거릴 뿐 이를 탓하지 않았다.

‘완전 대박이다.’

대박.

두 글자로 정의할 수 있는 보상의 퀄리티!

그것은 재료 아이템들의 등급 때문이었다.

‘재료 아이템 주제에 유니크? 고유 명사가 붙은 재료라서 그런가?’

이 세상에 레드 드래곤이 또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사룡 시네라스라는 존재는 방금 자신이 죽인 녀석 하나뿐일 터.

‘비늘이나 고기, 혈액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유니크 등급이야.’

그 말은 이 재료들로 아이템을 만들 시, 최소 유니크 등급의 장비들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매우매우 높다는 뜻이었다.

‘가치로만 따져도 한화 수십 억. 아니, 넘었으면 넘었지 덜 되지는 않아!’

드래곤의 재료는 현시점에서는 자신이 아니라면 구할 수가 없는 재료이다.

“해츨링 주제에 레벨만 무려 550이야.”

세계 10대 길드 중 몇몇이 뭉친다고 해도 잡을 수 있을까 싶은 정도의 괴물.

그것이 방금 자신의 손에 처치당한 시네라스의 정체였다.

‘나야 오히려 혼자였기에 상대하기 편했지.’

자신이 혼자라는 점은 시네라스의 방심을 불러왔으니까.

카이는 보상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제 인벤토리에 담기 시작했다.

‘그런데…… 당연히 보여야할 게 안 보인다?’

카이가 수십 종류의 재료들을 정리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그가 기대하던 보상이 마지막으로 떠올랐다.

펄떡, 펄떡.

아직까지는 힘차게 뛰고 있는, 방금 전까지 사룡의 전신에 힘을 불어넣어줬을 기관.

“……드래곤 하트.”

꿀꺽. 드래곤 일족의 심장을 가만히 쳐다보던 카이는 아무 말 없이,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했다.

[드래곤 하트]

등급 : 유니크

해츨링의 심장입니다. 복용 시 아래와 같은 효과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모든 스탯이 15만큼 상승합니다.

스킬의 캐스팅 시간이 30% 감소합니다.

멀티 캐스팅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아이템의 설명을 읽던 카이는 자신의 눈을 몇 번이나 의심했다.

하지만 몇 번을 읽어도 아이템의 설명이 바뀔리는 만무.

결국 카이는 드래곤 하트가 지닌 효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까 보상들을 보고 대박이라고 했는데…… 그건 대박이 아니었네.’

진정한 대박, 아니 초대박은 따로 있었다.

‘이거 하나만 있어도…….’

카이는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듯 드래곤 하트를 쳐다보았다.

지금 당장 경매장에 올려도 최소 수십 억 단위의 돈이 오갈 수준의 아이템이다.

‘소모성 아이템이 10억 이상을 돌파한 적은 미드 온라인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어.’

만약 자신이 이 녀석을 판다면, 그 영예는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다.

물론 돌아오는 것은 사람들의 존경과 부러움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욕이나 듣지 않으면 다행이겠어.”

X신, 혹은 호구.

이 아이템을 판매한다는 것 만으로도 그런 소리를 들을 자격은 충분했다.

‘이게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는 있는 랭커 놈들이 더 잘 알겠지.’

멀티 캐스팅.

어려운 말을 쓰는 걸 좋아하는 이들은 흔히 다중연산 캐스팅이라고도 부른다.

본디 미드 온라인의 마법사는 한 번에 하나의 마법을 사용하게끔 설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쨔잔!

이 세상에는 절대라는 것이 없다는 말이 있다.

한 마디로 개발자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또라이들은 나올 수 밖에 없다는 뜻.

“마법을 한 번에 하나씩만 사용해야 하는 것에 답답함을 느낀 마법사들이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지.”

그에 대한 결론이 더블 캐스팅이었다.

왼손과 오른손, 각기 다른 손에 다른 주문을 동시에 캐스팅하는 것.

아주 훌륭한 타개책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웬만한 재능으로는 이 방법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똑똑하냐 아니냐의 차이라고 하기보다는…… 단순히 뇌의 성능에 대한 문제니까.’

카이는 새삼스레 자신의 머리가 나쁘지 않다는 것에 큰 감사함을 느꼈다.

‘하지만 내 수준도 결국 여기까지지.’

더블 캐스팅.

카이는 거기까지가 자신의 한계인 것을 누구보다 명확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법사 랭킹 1위인 크리스는…….”

한때 자신의 개인 방송에서 쿼드라플 캐스팅을 선보인 괴물.

그 정도 수준이 되면 단순히 재능이 있다, 없다로 불릴 만한 수준이 아니다.

말 그대로 하늘이 낳은 재능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한 범주의 인물이지.

‘그런데 그런 재능의 격차를 아이템으로 줄일 수가 있다고?’

드래곤 하트는 사용자의 재능 유무와는 별개로, 멀티 캐스팅이 가능해지도록 만들어주는 희대의 보물!

“…….”

팔짱을 끼고는 한참이나 설산의 바람을 맞으며 고민하던 카이는 결국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번 보상들은 그냥 덮자.”

지금 시점에서 세상에 꺼내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물건들이었다.

‘세계 10대 길드. 아니, 이제 9대 길드라고 해야하나? 그 녀석들의 견제만해도 이골이 나.’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드래곤 솔로 레이드를 한 것을 공표해 버리고, 시장에 재료들을 풀기 시작한다?

‘나 잡아달라고 광고하는 꼴이나 다름없지.’

이전까지는 없던 10대 길드끼리의 연합이 결성될 수도 있다.

물론 그런 일이 생긴다면, 목표는 자신들의 앞날을 방해하는 공통적인 적, 자신이 되겠지.

‘비약적인 생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항상 최악을 상정해야 해.’

인생에 위기라는 놈이 오지 않을 수는 없다.

심지어 그 놈이 언제 찾아올지도 알 수 없다.

‘그러니 대비를 해둬야지.’

어차피 이 재료들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아무런 대장장이에게 맡길 수도 없다.

‘솔리드에게는 미안하지만…… 그가 다룰만한 수준의 재료는 아니야.’

결국 묵혀야 된다는 뜻.

길었던 고민이 끝나자 후련한 감정을 느낀 카이는 단번에 드래곤 하트를 손에 쥐었다.

“과연…….”

용의 심장은 무슨 맛이 날까.

두 눈을 꾹 감은 카이는 그것을 바로 먹어치웠다.

“흐…….”

생각보다 맛은 있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선지보다 조금 더 고소한 맛이 난다고나 할까?

하지만 현재 카이는 드래곤 하트의 맛 같은 곳에 둘 만한 신경이 없었다.

띠링!

[드래곤 하트를 복용하셨습니다.]

[모든 스탯이 15만큼 상승하셨습니다.]

[스킬의 캐스팅 시간이 30% 감소합니다.]

[멀티 캐스팅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후우.”

꾸욱, 꾸욱.

주먹을 꽉 쥐어보인 카이는 지그시 눈을 감으며 왼손을 뻗었다.

“햇살의 따스함.”

우우웅.

캐스팅의 시작과 함께 카이의 왼손에 마법진이 생성되며 하얀 빛이 스며들었다.

‘이것이 모두가 사용하는 스킬 캐스팅.’

카이가 이번에는 오른손을 뻗어냈다.

“다시 한 번, 햇살의 따스함.”

우우우웅.

카이의 왼손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오른손에서도 마법진이 생성되며 스킬이 캐스팅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가 내 머리의 한계, 더블 캐스팅이야.’

이건 드래곤 하트를 먹기 이전에도 할 수 있었던 수준이다.

하지만 용의 심장을 먹어치운 지금, 카이는 한 번 더 입술을 달짝였다.

“햇살의 따스함.”

우우우우우우우웅!

허공에 스크래치라도 내듯, 새롭게 생기는 또 하나의 마법진.

세 개의 마법진이 동시에 돌아가며 소리를 내자, 마음이 절로 든든해지는 굉음이 울렸다.

물론, 적들에게는 사신의 선고와도 같은 끔찍한 소리일 터.

‘드래곤 하트를 먹으면 하나의 스킬을 더 캐스팅할 수 있는 건가?’

카이는 허공에 생성된 마법진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스템의 보정으로 생성된 마법진을 유지하는데에는 털끝만큼의 신경도 들어가지 않았다.

한마디로 더블 캐스팅 유저였다면 트리플 캐스팅 유저가, 트리플 캐스팅 유저였다면 쿼드라플 캐스팅 유저가 될 수 있다는 소리.

“나쁘지는 않네.”

누군가는 꿈의 경지라 부르는 곳에 발을 들인 카이가 내뱉은, 단출한 감상이었다.

***

사룡 시네라스가 거주하던 설산의 둥지.

주인이 죽어 무정부 상태가 되어버리는 던전으로, 카이는 망설임없이 들어섰다.

“어차피 둥지의 주인은 자리를 떠났으니 마음 편히 돌아다녀볼까.”

물론 주인은 자리를 떠난 것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손에 의해 아예 세상을 떠나셨다.

한 마디로 이 둥지 안의 물건은 모두 자신의 것이라는 뜻.

‘명색이 드래곤의 레어인데, 쓸만한 물건 정도는 있겠지.’

카이는 텅 비어있는 던전을 그대로 돌파했다.

‘흐음. 역시 소라의 제보는 뭘 잘못 본 거였나?’

그는 몬스터들이 군대처럼 줄을 맞추어 돌아다녔다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심지어 시네라스의 둥지에 들어갔다고까지 했지만…….

‘군대는 커녕, 몬스터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데?’

물론 몬스터만 없을 뿐, 마땅히 있어야 할 다른 것들은 있었다.

예를 들면 보물 상자 같은 것들.

“……그래도 보물 상자에서 나온 물건만 가져갈 수 있는게 조금은 슬프네.”

드래곤이 탐욕의 화신으로 자주 묘사되듯, 그들이 거주하는 둥지 또한 마찬가지였다.

우선은 바닥부터가 반짝이는 골드로 도배가 되어있는 상태였다.

한 마디로 어딘에서는 걸어다닐 때조차 골드를 밟고 이동해야 한다는 뜻!

물론 카이는 그것을 보는 즉시 인텐토리에 넣어보려고 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단순한 환경 조성 아이템이었을 줄이야…….”

골드들은 인벤토리에 넣으려고 하면 그대로 사라졌다.

한 마디로 이 던전 안에 위치한 모든 골드들을 가져갈 수는 없다는 뜻!

결국 카이는 울며 겨자먹기로 보물 사냥꾼이 안내하는 곳에 위치한 보물 상자만을 뒤졌다.

“후우, 그래도 명색이 드래곤의 레어라고 상자에서도 하나같이 좋은 것들만 나오네.”

던전을 샅샅히 뒤진 카이는 제법 쏠쏠한 수익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도열된 몬스터는 찾지 못했지만, 이 정도면 둥지를 방문한 목적으로는 차고도 넘치네.’

둥지의 끝.

막다른 길에 다가선 카이는 더 이상 새로운 보물 상자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몸을 돌렸다.

‘돌아가면 일단 퀘스트 완료부터 보고하고…….’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전혀 예상치 못한 알림이 카이의 눈앞을 어지럽혔다.

띠링!

[보물 사냥꾼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20미터 이내에 숨겨진 보물이 존재합니다.]

스페셜 칭호, 보물 사냥꾼에 의한 효과가 처음으로 그 진가를 발휘한 것이다.

“숨겨진 보물이라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카이는 눈만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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