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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통령 태양의 사제-111화 (111/441)

# 111

힐통령 111화

111화. 푸른 역병의 아오사(2)

100레벨 수준으로 추정되는 언노운이 왜 지금 이 자리에 있는지에 대한 의문.

롱소드 한 자루를 즐겨 사용하던 언노운이 왜 두 자루의 곡도를 들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

그 모든 것들은 한 가지의 명확한 사실 앞에 바람처럼 흩어졌다.

-언노운과 아오사가 붙었다!

자리를 이탈하려던 모험가들은 순식간에 관람객이 되어 기대 어린 표정을 드러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아오사가 천천히 자신의 손을 들어올렸다.

꿀렁, 꿀렁.

두 자루의 곡도가 물어뜯은 목덜미를 어루만지자 푸른색의 액체가 뚝뚝 떨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아오사는 순수하게 분노했다.

[감히…….]

뮬딘 님께서 내려주신 신성한 육체를 상처 입히다니!

분노한 아오사는 그대로 오른손을 휘저었다.

동시에 돌풍처럼 일어난 촉수가 언노운을 향해 쏘아졌다.

휙, 휘리릭, 휙!

본래 끈적거렸을 촉수들은 하나하나가 날카로운 창이 되었다.

피할 공간 따위는 없어 보였지만, 언노운은 영리하게 날아오는 창들을 순서대로 밟으며 이를 피했다.

“크르륵…….”

한 차례 폭우와도 같던 공격을 벗어난 언노운은 자신의 왼쪽 다리를 슬쩍 쳐다봤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모험가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무빙 미쳤네! 역시 언노운이다!”

“저번보다 움직임이 더 좋아진 것 같은데?”

“그런데…… 왜 저 녀석 공격은 통하는 것 같지? 내 공격은 안 통했다고.”

“네가 급소를 못 찔렀거나, 공격력이 언노운보다 약하겠지.”

“헛소리하네. 내 레벨이 162인데 언노운보다 약하다고?”

“그런데 공격을 한 번 허용했네. 왼쪽 다리에 제대로 적중했어.”

“이동속도 감소 디버프 걸렸겠네.”

서로 시끄럽게 떠들던 모험가들의 입이 순식간에 닫혔다.

콰드드드득!

그들의 대화가 아오사의 심기를 거슬렀기 때문이다.

날파리를 쫓기 위해 아오사가 집어든 건 파리채가 아니라, 테니스 라켓이었다.

콰득, 콰득 콰드드득!

촉수들은 마치 포크레인이 건물을 허무는 것마냥 주변 건물들을 시원하게 밀어버렸다.

그리고 무너지는 건물들의 벽과 천장을 허공에서 낚아채 모험가들에게 던져댔다.

“젠장, 이 무식한 새끼!”

“상식적인 공격을 해라, 상식적인 공격을!”

“닥치고 일단 피해!”

“이쪽으로 모이세요! 매직 실드로 방어할 겁니다!”

마법사들 몇 명이 중심이 되어 만든 무리가 매직 실드를 시전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무려 다섯 명의 마법사가 시전한 5중첩의 매직 실드!

추락한 돌과 촉수들은 방벽을 신명나게 두드렸다.

콰앙, 콰앙, 콰드득, 째애앵!

얼마 버티지 못하고 깨져나가는 매직 실드.

방벽 한 장이 깨질 때마다 예외 없이 마법사 한 명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쓰러졌다.

마치 아이스크림이나 팥빙수를 빠르게 먹었을 때처럼 머리가 조일 듯이 아파왔기 때문!

“크윽, 언노운은 대체 뭐하는 거야!”

“그놈이야 지금쯤 당연히…….”

“아오사랑 싸우고 있겠…….”

“어?”

황급히 주변을 살피던 모험가들이 비명을 내뱉었다.

“이 새끼 어디 갔어!”

***

그 시각, 언노운은 아오사의 눈을 피해 뒷골목에 몸을 숨긴 상태였다.

“수고했어.”

주인으로부터 칭찬을 받은 언노운, 아니 블리자드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다쳤구나. 기다려 봐.”

빠르게 그의 다리를 치료해준 카이는 폭군 세트를 완벽하게 착용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리자드를 먼저 보낸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약점과 패턴 파악. 그것이 중요하니까.’

고작 한 차례 공수를 나눴을 뿐이지만, 카이는 그 안에서 제법 방대한 정보들을 건져냈다.

‘우선 공격 패턴은 저 촉수들이구나.’

마치 액체 괴물을 보는 것 같은 아오사의 주변은 연신 푸른색 운무가 드리워져 있었다.

‘주변에 접근하면 독 데미지. 멀리 떨어지면 촉수를 이용한 공격. 게다가 지금 모험가들이랑 싸우는걸 보니 물리, 마법 데미지 경감까지 있는 것 같은데? 아주 빌어먹을 놈이야.’

하지만 카이에게도 희소식은 있었다.

“너 진짜 말도 안 되게 강해졌구나.”

블리자드는 카이의 펫이 된 후 모든 스킬들과 레벨이 너프를 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전에 보여준 몸놀림과 공격력은 발군!

그 이유는 다른 곳에 있지 않았다.

‘버프와 도핑은 전투를 준비하는 자의 필수 준비물 같은 것들이지.’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에겐 총알이 필요하고,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에겐 교과서가 필요하듯이.

사냥을 시작하기 전의 모험가에겐 도핑과 버프가 필요했다.

“어디보자…… 버프가 총 몇 종이지? 헤이스트랑 블레스, 태양의 축복, 태양의 갑옷…….”

블리자드의 상태창을 줄줄 읽어내리던 카이가 작게 감탄했다.

“열네 개나 되네? 하긴 이거 받고 괴물이 안 되면 이상하겠다.”

라이넬의 던전을 클리어하고 교단에서 배웠던 새로운 스킬들.

거기다가 태양의 사제가 지닌 버프들과 아야나의 특제 포션들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부어넣은 결과물이 바로 지금의 블리자드였다.

175레벨의 레이드 보스 몬스터 아오사가 휘두른 공격마저 피해내는 괴물 같은 소환수!

‘물론 완벽하진 않아. 왼쪽 다리도 한 번 공격을 당했으니까.’

하지만 카이는 그 부분에 있어서 큰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다음번에는 피할 수 있지?”

끄덕.

블리자드가 짧고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은 패시브 스킬인 명석한 두뇌를 통해 전투를 하는 와중에도 성장한다.

한마디로 살아 있는 알파고나 다름없는 녀석!

카이는 그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으며 눈을 마주쳤다.

“시간을 좀 끌고 있어봐. 절대 지면 안 돼. 쓰러져서도 안 돼.”

레벨 차이가 극심하게 나는 블리자드에게는 무리한 요구였다.

하지만 녀석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벌떡 일어나더니 아오사에게 달려갔다.

“그럼 이제 나도 준비 좀 해볼까.”

성수를 들이킨 카이의 양손이 하나씩, 하나씩.

각기 다른 스킬들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태양의 갑옷, 태양의 축복, 블레스, 헤이스트, 홀리 인챈트…….”

화악, 화악, 화악!

어두운 뒷골목에서는 연신 신성력으로 인해 발생된 빛이 플래시처럼 터져 나왔다.

일련의 모든 작업이 끝났을 때, 카이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이 향한 장소는 아오사가 있는 곳이 아니었다.

***

“어, 언노운 녀석. 다시 돌아오기는 했는데…….”

“저놈 좀 위험한 거 아니야?”

공격을 막아내는 것이 고작인 모험가들은 아오사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언노운, 아니 블리자드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화아아악! 서걱!

후우웅! 콰드드득!

서로에게 공격을 날리면서, 그 공격을 피하고, 동시에 또 공격을 날린다.

호흡 한 번 크게 뱉을 수 없는 공방 속에서, 블리자드의 몸이 조금씩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하등한 녀석.]

화아아아악!

아오사는 손짓 한 번에 수십 개의 촉수를 다룰 수 있는 반면, 블리자드는 두 자루의 곡도가 유일한 공격 수단이었기 때문이었다.

백 번의 공격을 피해도, 한 번의 공격을 피하지 못하면 블리자드의 패배.

누가봐도 불리한 상황에서 우직하게 공격을 뻗어내던 블리자드의 명치를 촉수 하나가 후려쳤다.

콰아아아앙!

“크아아아!”

한 번의 공격을 허용한 순간 전투는 이미 끝난 상태였다.

몸의 리듬이 끊기고 움직임이 둔해진 블리자드가 또 다시 공격을 피해내는 건 어려웠으니까.

콰드득, 콰득! 콰드득!

수십 개의 촉수들이 블리자드의 몸을 두드리자, 그는 순식간에 걸레짝이 되었다.

무광흑색의 방어구가 여기저기 뜯겨져나가고, 곡도를 쥔 손가락 끝으로 피가 흘러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리자드는 물러서거나, 도망치지 않았다.

부르르르.

고통으로 떨리는 두 손으로 곡도를 꽉 쥔 채, 리자드맨 전사 특유의 자세를 취한다.

그 끈질긴 모습에 아오사는 할 말을 잃고 고개를 내저었다.

[자존심 하나는 인정해 주지. 하지만…… 실력이 자존심을 받쳐주지 못하는구나.]

말을 마친 아오사는 마치 스마트폰을 잠금 해제하듯, 검지와 중지를 들어 허공을 슥 밀었다.

동시에 수십 개의 촉수가 하나로 뭉치더니, 덤프트럭마냥 블리자드를 밀어버렸다.

콰드드드드득!

온몸의 뼈가 박살 난 블리자드가 끈 떨어진 연처럼 허공을 날았다.

그가 떨어지는 곳의 바닥에선 날카롭게 벼려진 촉수들이 이빨을 쩍 벌리고 있었다.

‘끝났다.’

‘언노운은 끝났어!’

두 사람의 전투를 바라보던 모두가 그렇게 굳게 믿는 순간.

“신성 사슬.”

건물 위에서 뿜어진 한 줄의 사슬이 블리자드의 허리를 휘감더니, 그를 낚아챘다.

까드드드득!

촉수들의 이빨을 애꿎은 허공을 씹더니 아쉬움을 삼키며 흩어졌고, 아오사가 고개를 돌렸다.

[…….]

“애를 아주 걸레짝으로 만들어놨네.”

“크르르…….”

블리자드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을 치료하는 카이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의 눈에 담긴 감정은 원망이나 질책 따위가 아니었다.

스스로의 무능함에 대한 분노, 그리고 명령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대한 죄책감.

‘……이 게임은 참. 사람 기분 싱숭생숭하게 만드는데 뭐 있다니까.’

착잡한 마음을 느낀 카이는 그의 어깨를 꽈악 눌렀다.

“그런 눈빛으로 쳐다볼 필요 없어. 넌 내 명령을 충실히 이행했고, 난 굉장히 만족 중이니까.”

“크르르?”

그게 진심이냐고 묻는 듯한 눈빛.

카이는 웃음기를 싹 지운 채, 고개를 끄덕였다.

“늦어서 미안하다. 생각보다 많더라고.”

“크르르.”

사과할 필요 없다는 듯 고개를 도리도리 저은 블리자드는 그제야 정신을 놓고 기절해 버렸다.

‘주변에 NPC들을 구한다고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어.’

아오사와 전투가 시작되면 필연적으로 주변 시설이 파괴될 수밖에 없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카이는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NPC들부터 구해냈다.

‘이제 이 주변엔 별다른 NPC가 없어.’

132명.

카이가 그 짧은 시간 내에 구출한 뒤, 전투 범위 밖으로 옮겨놓은 이들의 숫자였다.

[너에게선…… 참을 수 없이 고약한 냄새가 나는군.]

카이를 올려다보던 아오사가 낮게 중얼거리더니 손가락을 까딱였다.

동시에 바닥에서 솟구친 촉수들이 카이와 블리자드를 향해 날아갔다.

화아아아악!

언제나 그랬듯이 뾰족한 창이 되어 날아오는 촉수들.

이를 끝까지 쳐다보던 카이는 가볍게 검을 내리그었다.

서걱!

[……!]

그 가벼운 듯한 검격 한 번에 십수 개의 촉수들이 두 동강 나며 바닥에 후두둑 떨어졌다.

우우우웅.

동시에 카이가 입고 있던 폭군의 세트가 새하얀 달빛을 반사시키며 푸른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용맹한 전사 효과가 적용됩니다.]

[일시적으로 모든 스탯이 10 상승합니다.]

[폭군의 분노 효과가 적용됩니다.]

[10분 동안 무기에 수(水)속성이 추가되고, 화염 저항력이 100%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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