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힐통령 태양의 사제-95화 (95/441)

# 95

힐통령 095화

40장. 사냥꾼의 밤(1)

콰드드득!

[레벨이 올랐습니다.]

카이가 멜버른의 공동묘지에 방문한 지도 어느새 6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사이 5개의 레벨을 올린 카이의 레벨은 95.

당금의 목표였던 100레벨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블리자드도 이제는 제법 성장했고.’

녀석의 검술 스킬은 며칠간의 사냥으로 초급 7레벨이 되어 더욱 기민해졌다.

카이와 블리자드.

두 실력자가 사냥터를 전세라도 낸 것처럼 이용하니 경험치는 빠르게 오를 수밖에 없었다.

“이래서 거대 길드에서는 사냥터 독점을 못 해서 안달이구나.”

경쟁할 대상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경험치가 빨리 오를 줄이야!

주변의 뼈 무더기를 한 바퀴 둘러본 카이는 모닥불을 피우며 그 옆에 쭈그려 앉았다.

[카이]

직업 : 태양의 사제

레벨 : 95

칭호 : 신의 대리자

생명력 : 28,500

신성력 : 34,900

능력치

힘 : 370 체력 : 285

지능 : 226 민첩 : 200

신성 : 349 위엄 : 167

선행 : 106

캐스팅 시간 -30%

스킬 쿨타임 –9%

받는 피해 -3%

독 저항력 +30

마법 방어력 +40%

‘이제 정말 조금 남았다.’

칠흑의 원한 세트를 졸업하는 데까지는 정말 몇 발자국밖에 안 남은 상황!

솔리드에게 의뢰해 놓은 장비는 이미 완성이 되었을 테지만, 카이는 100레벨을 찍은 뒤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

‘어차피 지금 당장은 사용하지도 못할 테니까.’

자신의 실력을 한눈에 꿰뚫어 본 솔리드는 착용 제한을 100레벨 수준으로 장비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찾으러 가봐야 오히려 조바심만 날 뿐!

“블리자드 밥 줘야 할 시간이네. 역소환, 소환.”

멀리 떨어져서 사냥 중이던 블리자드가 순식간에 눈앞에 소환되었다.

녀석은 갑자기 시야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당황하지 않은 채 자연스레 손을 내밀었다.

이미 6일 동안 반복된 생활에 익숙해졌다는 뜻!

“자, 먹고 해.”

인벤토리에서 꺼낸 빵과 수프를 적당히 데워서 건네자, 녀석은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그 모습을 쳐다보던 카이 또한 수프를 입으로 가져가며 커뮤니티창을 열었다.

지난 며칠간 천지가 개벽할 정도로 큰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제법 많은 일이 있었다.

‘우선 나에 대해 떠돌던 버그 논란이 싹 사라졌지.’

페가수스사가 공개한 영상이 톡톡히 제 역할을 해준 것이다.

덕분에 악플의 수가 크게 줄었고, 후원금도 점차 늘어나는 중이었다.

물론 페가수스사의 주가도 다시금 회복되는 중이었고.

‘그리고…… 블랙 마켓 녀석들이 결국 그걸 써먹었네.’

자신이 그들에게 팔았던 길잡이의 수색 팔찌.

그것을 통해 고대왕의 던전에 입장한 그들은 그곳을 성공적으로 공략했다.

공략 영상은 TV에서 실시간 중계되었고, 지금은 인터넷에서 유료로 구매해서 볼 수가 있었다.

‘세계 10대 길드 중에서는 최약체로 손꼽히던 블랙 마켓이 그 정도 전력을 지니고 있었을 줄이야.’

블랙 마켓은 기본적으로 제작, 생산직 클래스의 장인들이 모여서 만든 길드이다.

지금에야 산드로가 길드 마스터를 맡고 있지만, 길드를 제멋대로 주무를 수 있는 건 아니다.

무슨 일이 있으면 7명의 생산직 장인들이 투표를 하고, 과반수의 찬성이 나와야만 움직이는 기묘한 형태.

당연한 말이지만 생산직 클래스 유저들이 모인 곳이니만큼 무력이 뛰어난 랭커는 그리 많지 않은 곳이다.

‘……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지금 그들이 살아가는 건 21세기, 자본주의의 시대!

마르지 않는 돈의 힘이란 생각보다도 훨씬 대단했다.

길드에 속하지 않은 채 생활하는 랭커들을 비싼 값에 용병으로 고용한 블랙 마켓.

그들의 군더더기 없는 던전 공략 영상은 평소에 그들은 낮잡아 보던 이들에게 경각심을 심겨줄 정도였다.

‘처음부터 이럴 작정으로 그렇게 비싼 값에 사 갔던 거였어.’

있는 건 돈밖에 없다고 손가락질받으며 세계 10대 길드 자리에서도 위태롭던 블랙 마켓.

그들은 고대왕의 던전 공략을 완벽하게 마무리하며 자신들의 위치를 공고히 다졌다.

‘그리고 2차 전직 퀘스트를 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있어.’

레벨 200.

미드 온라인이 서비스된 지 6개월을 갓 넘긴 시점에서, 이제 고수라는 칭호는 최소 200레벨은 넘긴 사람에게만 붙었다.

이어서 그들이 공개한 정보는 다름 아닌 2차 전직 퀘스트에 관한 내용!

그것이 카이가 지난 며칠간 경각심을 느끼며 사냥에만 전념한 이유였다.

‘내가 아무리 히든 클래스라지만, 게임이 서비스 종료될 때까지 혼자 해먹을 수는 없겠지.’

일반 클래스의 유저들은 자신처럼 압도적인 강함은 없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꾸준히 강해진다.

자신이 지금 좀 잘 나간다고 방심하게 되면, 게으른 토끼가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이런 것들이 아니었다.

“끄응…….”

멜버른의 공동묘지가 비인기 사냥터라고는 하지만, 방문하는 유저가 아예 없을 수는 없다.

실제로 카이도 사냥을 하면서 파티 사냥을 하는 이들을 제법 많이 봤으니까.

하지만 자신이 이곳에서 사냥을 하고 있다고 소문이 퍼진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그 소문이 퍼진 이유도 황당했다.

[멜버른의 공동묘지에서 사냥 중인 언노운 님 발견! 사인 요청했는데 안 해주시더라구요 잉잉 ㅠ_ㅠ #언노운, #언노운 님 인성, #싸가지 초큼 없으셨다? #그래도 멋있어.]

“아오…….”

지끈거리는 이마를 부여잡은 카이는 가볍게 혀를 찼다.

‘나 이 파티 기억 나…… 아까 사인해 달라고 했는데 안 해줘서 이러는 건가? 지금 나 엿 먹으라고 이러는 거 맞지?’

이제 칠흑의 원한 세트는 완전히 언노운을 대변하는 상징이 되어버렸다.

돌려 말하면 그것을 입고 사냥을 하는 이상 그를 몰라보는 사람도 몇 없다는 뜻.

당연히 사냥을 할 때마다 귀찮게 사인을 해달라는 유저들도 더러 있었다.

물론 해줄 가치를 못 느낀 카이는 번번이 퇴짜를 놓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블리자드와 멀리 떨어져서 사냥을 하고 있었다는 건가…….’

블리자드는 밥을 먹을 때만 불렀기에, 자신과 녀석의 관계가 들키지는 않았으리라.

다만 자신의 허락 없이 사진을 올렸다는 것, 그것으로 인해 자신의 위치가 드러났다는 것.

그것이 카이의 기분을 크게 불쾌하게 만들었다.

툭툭.

“프아프아.”

밥을 다 먹은 블리자드는 그릇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기분 좋게 울었다.

“벌써 가려고?”

“크루욱.”

“좀 더 쉬어도 되는데…….”

도리도리.

“뭐, 그래 그럼. 죽지 말고.”

끄덕끄덕.

역시 장래가 유망하던 리자드맨 일족의 전사!

블리자드는 싸움을 좋아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사냥하는 것을 좋아했다.

‘주인 된 입장에서 소환수보다 게으를 수는 없지.’

파악.

스윽, 스윽.

모닥불을 밟아서 꺼뜨린 카이는 우중충한 하늘을 쳐다봤다.

‘이렇게 기분이 찜찜한 날은 꼭 재수가 없던데…….’

하지만 지난 2주간의 경험으로 볼 때 이곳에 큰 위험요소는 없었다.

다만 자신의 위치가 드러났으니, 검은 벌 녀석들이 뭔가 조치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이씨, 사냥터 옮겨야 하나?”

머리를 벅벅 긁던 카이는 저 앞에 리젠되는 뼈다귀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지. 뭐든 안전한 게 좋으니까…… 옆 사냥터인 침묵의 숲으로 자리를 옮기자.’

다시 한번 자신이 찍혀 있는 SNS의 사진을 쳐다본 카이는 신경질적으로 커뮤니티 창을 껐다.

***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지.”

군인처럼 짧은 머리를 자랑하는 험악한 인상의 남자는 솥뚜껑만 한 손으로 제 어깨를 주무르며 씨익 웃었다.

그가 보고 있는 건 한 유저가 SNS에 게재한 사진이었다.

“이 녀석 멜버른의 공동묘지에 있다는군.”

그의 말을 받은 건 그 사진을 함께 보고 있던 창술사 남자였다.

“고작 20분 전에 올라온 사진이군요. 아직 멀리 벗어나지는 못했을 겁니다.”

“멜버른 묘지면 적정 레벨이 105 정도던가?”

“몬스터들 레벨이 110 정도이니 대충 그렇지요.”

“하지만 언노운이 가장 최근에 레벨 공개되었을 때가…….”

“1주일 정도 되었습니다. 당시 레벨은 88이었고요.”

“그럼 빡세게 올렸다고 가정했을 때 지금쯤 92 정도는 되었겠어. 안 그래?”

“하지만 그 정도 속도가 나오려면 길드 차원에서 지원을 해줘야…….”

“아니야. 그놈이라면 혼자서도 가능할 거야. 워낙 난 놈이니까.”

두꺼운 사각 턱을 문지르던 상관은 이빨을 드러내며 큭큭 웃었다.

“지금 그쪽 근처에 우리 애들 누구누구 있지?”

“24번 조랑 37번 조가 그 근방에서 사냥 중입니다.”

“어디 보자…… 조장이 멜트랑 하비르인가?”

“예.”

“그 녀석들 전부 보내. 그리고 이 새끼 죽이고 스샷 찍어와.”

“하지만 둘 다 130레벨 수준의 유저입니다. 두 개 조 중 하나만 보내도 언노운쯤은…….”

“쯧쯧쯧.”

자리에서 일어난 남자가 창술사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때마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창술사 남자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걸 내가 모르겠나? 난 그저 이 녀석에게 가르쳐주고 싶을 뿐이야. 제 놈이 감히 누구를 건드렸는지. 개인이 집단에게 왜 깝치면 안 되지는지. 그 당연한 사실을 말이지.”

“하지만 일반 유저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저희에게 비난의 화살을…….”

“일반 유저? 내가 왜 그런 놈들의 눈치를 봐야 하지?”

피식 웃음을 지은 남자는 창술사에게 바짝 다가가더니 그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내가 누구인가?”

“타이탄 길드의 마스터십니다.”

“그래. 난 세계 10대 길드 중 하나의 주인이야. 거느리고 있는 길드원만 수백 명이고, 방송과 신문사, 잡지에서는 하루가 멀다고 인터뷰 요청을 보내는 거물 중의 거물.”

골리앗의 자화자찬이 재수 없게 들릴지는 몰라도, 그 내용은 모두 사실이었다.

그는 무려 무도가 랭킹 1위이자 전체 랭킹 18위.

2미터의 신장을 자랑하는 거인(巨人) 골리앗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대단한 존재의 눈에는 카이라는 존재가 굉장히 거슬렸다.

‘감히 제깟 게 날 채팅방에서 추방해?’

지난날 언노운에게 미친놈이라고 한마디 했다가 강제 퇴장을 당한 뒤,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무려 네 시간 동안 멍하니 [채팅 창에서 추방당하셨습니다.]라는 메시지만 쳐다봤던 과거가 떠올랐다.

인상을 일그러트린 골리앗이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멜트와 하비르에게 전해. 지원이 필요하면 무엇이든 말하라고.”

“음…… 아무래도 마스터께서 한발 늦으신 것 같습니다.”

고릴라와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생소한 기분을 느끼던 창술사가 진한 미소를 드러냈다.

“침묵의 숲에서 멜버른의 공둉묘지를 향하는 중에 언노운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설마 다짜고짜 덮친 것 아니겠지?”

“설마요. 항상 하던 대로, 확실히 처리하겠다고 합니다.”

타이탄 길드는 다수가 지니는 이점을 그 누구보다 잘 사용할 줄 아는 곳이었다.

대상의 피를 말리는 전술을 사용하는 것이 타이탄 길드의 특징.

하나의 길드에 100개나 되는 조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사냥이 시작되겠군.”

골리앗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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