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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통령 태양의 사제-48화 (48/441)

# 48

힐통령 048화

24장. 웰컴 투 더 오크 월드(1)

-오크의 초원? 아아, 글렌데일에 있는 사냥터? 거기 오크 잘 나오지. 경험치도 잘 주고.

-지금 랭커 중에서도 오크 안 잡아본 놈은 몇 명 없을걸?

-그런데 갑자기 그딴 건 왜 물어? 뭐? 거기 가면 오크 많이 볼 수 있냐고? 이거 완전 미친놈 아니여?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거기서 일주일만 사냥해 봐. 꿈에서도 오크 놈들이 기어 나올걸.

└일주일까지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사흘 본다.

오크의 초원에 대한 사람들의 평범한 인식은 보통 이렇다.

대부분의 랭커가 필수적으로 거쳐 갈 만큼 경험치를 잘 주는 아주 훌륭한 사냥터!

하지만 동시에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사냥터 랭킹 7위에 수록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거기가 왜 싫냐고? 거기 가면 오크가 많거든.

└그냥 많은 게 아니야. 미치도록 많지. 정신병 걸릴 것 같아.

└한 3일 정도 사냥하니까 똥 싸는데 귓가에서 취익, 취익 소리 들리더라. 개깜놀.

-거울 보니까 막 오크의 모습이 아른거리는 것 같아.

└그건 님이 못생겨서 그런 듯.

-근데 아예 오크 부락까지 쳐들어가서 토벌을 한다고? 그게 가능한가?

-뭐야, 그럼 거의 전쟁 수준이잖아? 재미있겠네. 라이브 방송 몇 번 채널에서 하냐?

└공식적으로 편성된 방송은 없어. 대신 아리스가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다는데?

└아리스? 그 귀여운 척하는 BJ? 나 걔 싫은데.

└아니, 이 새끼가. 감히 아리스 님을 비난해? 신성 모독이다!

-와, 근데 토벌대 규모도 장난 없는데? 몇백 명이 우르르 몰려다니겠네ㅋㅋㅋ.

└아마 분위기도 소풍 나간 것처럼 화기애애하겠지? 아아, 부러워라.

글렌데일의 오크 토벌대는 커뮤니티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토벌대의 분위기는 유저들의 예상과는 정반대였다.

화기애애는커녕, 곧 끊어질 실처럼 팽팽하게 조여진 분위기!

과장을 조금 더 보태면 숨을 못 쉴 정도다.

‘어우, 숨 막혀. 물 없이 고구마만 다섯 개째 먹는 기분이네.’

텁텁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신 카이는 주변 사람들을 흘깃거리며 그들의 견적을 뽑아냈다.

‘파수꾼의 대나무 활을 장비한 궁수네. 저거 75레벨 이상만 쓸 수 있는 건데……. 얼씨구, 저쪽 기사는 경비대의 갑옷 세트 입고 있는데?’

입고 있는 장비를 토대로 파악한 바에 의하면, 토벌대에 참여한 유저들의 수준은 제법 높았다.

동시에 카이에게도 위기의식이 들이닥쳤다.

‘분위기 살벌한 거 봐. 나도 방심하면 안 되겠어.’

사실 토벌대가 출발한 직후에는 분위기가 참 좋았다.

너 나 할 것 없이 주변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누며 부드러운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갑자기 떠오른 메시지 하나가 그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단숨에 깨뜨렸다.

[오크 토벌대가 출정하였습니다.]

[토벌대에 참가한 모든 유저는 자신의 토벌 포인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토벌 포인트는 아래의 행동을 통해 획득하실 수 있습니다.]

[획득한 토벌 포인트는 차후 다양한 아이템으로 교환하실 수 있습니다.]

[오크 사냥 : 1P]

[오크 워리어 사냥 : 3P]

[오크 히어로 사냥 : 30P]

[오크 로드 사냥 : 500P]

[?? ??? 사냥 : 1,000P]

[이외에도 토벌대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할 때마다 포인트를 획득하실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벤트의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

동시에 유저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토벌 포인트로 바꿀 수 있는 아이템들의 목록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런 미친! 적정 레벨 유니크 장비 교환권이 500포인트잖아?”

“500포인트면…… 오크 로드 단 한 마리!”

“잠깐, 이거 집계 방식은 어떻게 되는 거야? 막타 쳐야 되나? 아니면 기여도 순위?”

“이 물음표는 또 뭐야? 버그냐?”

“나도 물음표로 뜨는 걸 보면…… 버그라기보다는 일종의 보물찾기 같은데?”

생각보다 훨씬 푸짐한 보상에 혹해 버린 유저들!

그리고 보상에 혹한 건 카이도 마찬가지였다.

“크으. 남작님이 지갑 좀 열었나 본데? 좋은 물건 많네.”

그 보상들을 이미 수중에 넣은 것처럼 김칫국을 시원하게 들이켜는 카이!

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었다.

‘후후, 그야 나는 이 물음표의 의미를 알고 있으니까.’

오크 주술사.

물음표가 가리키는 것은 오크 주술사가 분명했다.

현재 그에 관련된 퀘스트는 아르센 남작과 직접 대화를 한 카이뿐!

‘인생 뭐 있나? 그냥 한 방이지!’

오크 주술사는 한 마리만 잡아도 무려 1,000포인트!

일반 오크 1,000마리를 잡아야 겨우 같은 수치가 된다.

‘경쟁자가 이렇게 흘러넘치는 곳에서 혼자 1,000포인트를 먹는 게 과연 가능할까?’

카이는 재빨리 머릿속 계산기를 두드렸다.

‘내 명석한 두뇌에 의하면…… 94.18%의 확률로 불가능!’

일개 유저가 아무리 열심히 싸운다고 하더라도 1,000포인트를 쌓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오크 주술사의 존재를 알고 있는 카이라면?

“나라면 가능하지.”

카이의 자신감이 근거를 갖춘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물론 그 가능성만을 믿고 오크 사냥을 소홀히 할 생각도 없었다.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카이는 남들의 눈에 띄지 않고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흔한 전사처럼 행동했다.

그때였다.

“어엇……? 보인다, 보여!”

“보이긴 뭐가 보여?”

“오크 부락이 보인다고!”

뚝.

긴 행렬을 자랑하던 토벌대가 출정 이후 처음으로 걸음을 멈췄다.

대지를 울리던 발소리가 사라졌고, 유저들은 고개를 빼꼼 내밀어 앞을 쳐다봤다.

카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저것이 오크 부락……!’

오크 부락.

글렌데일 주변에 스폰되는 모든 오크의 고향이자 마을!

부락은 끝을 뾰족하게 자른 나무들을 땅에 꽂아 목책을 두른 상태였다.

더군다나 입구 근처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뼈도 수백 개나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다소 원시적인 건축물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위협적으로 보인다.

“위압감 한번 제대로 주네.”

게다가 밖에서 보고 있자니, 그 크기는 결코 프리카 마을보다 작지 않았다.

‘……이 정도 크기가 겨우 부락이라는 거지?’

커뮤니티의 몇몇 역사학자가 말하기를, 오크들에게는 부락 따위가 아닌 진짜 왕국이 있다.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오크들은 모두 믿고 있는 진정한 전사들의 왕국!

“그런 곳이 진짜 있다면 나중에 한번 가 봤으면 좋겠네.”

생각을 끝낸 카이는 가볍게 몸을 풀었다.

‘당장은 눈앞의 일만 생각하자. 지금 내 목표는…….’

저 안에 기거하고 있는 오크 주술사.

그놈이야말로 자신의 목표였다.

카이는 자신의 컨디션을 확인했다.

‘어제 잠도 잘 잤고, 아침에 대변도 끝내주게 잘 나왔어. 컨디션은 두말할 것도 없이 최상!’

게다가 아무런 피해도 없이 오크 부락까지 도착했다는 것 또한 중요했다.

만약 카이가 토벌대에 속하지 않고 이 장소에 오려고 했다면, 오크 무리를 수십…… 아니, 수백 번은 더 만났을 것이다.

왜냐하면 오크의 초원에는 오크 무리가 쫙 깔려 있기 때문!

하지만 우두머리가 없어서 소규모로 움직이는 그들은 감히 토벌대에게 덤빌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 때문에 이곳까지는 거의 리무진 뒷좌석에 탑승한 것처럼 편안하게 왔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그렇게 편하지 않겠지.”

카이가 긴장감이라는 끈의 매듭을 조임과 동시에 토벌대장이 손을 뻗었다.

“전방에 오크 부락 발견! 토벌대는 전투를 준비하라!”

“와아아아아!”

근질거리던 몸을 풀 기회를 찾은 유저들이 저마다 자신감을 드러냈다.

“어우, 좀 쑤셔서 죽는 줄 알았네.”

“힐러님, 비트…… 아니, 버프 주세요!”

“오우, 도핑 최대로! 제대로 놀아보자!”

전투의 열기로 순식간에 흥분한 유저들!

그런 그들의 시야로 오크 부락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까만 점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점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사람들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응? 저게 뭐냐. 개미들인가?”

“오크 부락에서 왜 개미가 나와?”

“기다려 봐. 내가 확인해 볼게. 매의 눈!”

궁수 하나가 시력을 상승시켜 주는 스킬을 사용하더니 입을 쩍 벌렸다.

그가 비명에 가까운 고함을 내질렀다.

“이런 미친! 오크다!”

“그야 오크의 초원이니까 오크가 보이겠지.”

“그게 아니고! 저 까만 점들이 전부 오크라고!”

궁수의 외침과 동시에 주변 모든 유저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뭐라고? 이런 미친!”

“저게 다 오크라고!? 이런 미친!”

그야말로 미쳤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머릿수!

그 압도적인 수에 유저들이 입을 한데 모으며 비명을 질렀다.

대충 어림잡은 수만 무려 1,000여 마리!

하지만 그들이 비명을 지르는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미쳤다, 진짜! 그럼 저게 다 토벌 포인트네?”

“포인트가 스스로 굴러 들어오잖아!?”

“대박! 먼저 잡는 놈이 임자다!”

“이것이 진정한 몰이사냥이구나!”

그렇다.

토벌대에 소속된 유저 대부분은 오크쯤이야 쉽게 사냥하는 실력자들!

더군다나 뒤를 받쳐 줄 든든한 영지병들도 있으니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토벌대장이 검을 하늘 높이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전군, 토벌을 시작하라!”

뿌우우우우우-

[전투의 뿔나팔 소리를 들었습니다.]

[세 시간 동안 모든 능력치가 5% 상승합니다.]

“우오오오오오!”

“아이스 에로우!”

“기사의 맹세!”

“산들바람의 가호!”

순식간에 격돌하는 오크와 인간들!

두 세력이 한데 모여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모습은 제법 치열해 보였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전장의 상황은 토벌대가 압도적으로 우세한 상태!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검술 스킬 숙련도를 올릴 절호의 찬스다.’

카이는 남들의 눈에 띄지 않게 구석에서 열심히 오크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여명의 검법 숙련도가 1 상승했습니다.]

[여명의 검법 숙련도가 1 상승했습니다.]

[여명의 검법 숙련도가 1 상승했습니다.]

…….

콩나물처럼 쑥쑥 성장하는 스킬 숙련도!

그렇게 한창 신나게 검을 휘두르고 있던 카이가 돌연 몸을 멈췄다.

“음?”

찌르르르.

전신의 닭살이 그대로 올라오는 이 느낌.

분명 페르메의 독을 처음 마주했을 때 느꼈던 기분과도 흡사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위험하다!’

본능적으로 위험 요소를 감지한 카이는 팽이처럼 몸을 돌렸다.

파지지지직!

두 눈에 보이는 것은 자신에게 날아드는 번개의 화살!

그 순간 카이의 입이 조그맣게 열렸다.

“칼날 쇄도.”

파앗!

스킬의 시전과 함께 검이 섬광처럼 쏘아져 나갔다.

손목이 저절로 돌아가면서 회전력까지 실리기 시작하는 검!

파아아앙!

단순히 검을 내질렀을 뿐이건만 북을 터뜨리는 소리와 함께 공기가 터져 나갔다.

그 압도적인 파괴력에 라이트닝 에로우는 연기처럼 흩어져 버렸다.

카이의 눈빛이 잔잔한 호수처럼 깊게 가라앉았다.

‘오크 주술사가 첫 번째 전투에 나타났을 리는 없고, 일반 오크는 마법을 쓸 수 없지. 그렇다면?’

카이는 곧장 공격이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시선이 마주치는 마법사 한 명.

그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미간을 좁힌 카이는 녀석의 뒤통수를 응시했다.

‘저 녀석, 설마 일부러 나에게 공격을……?’

“죽어라, 인간! 취이익!”

카이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그의 뒤통수를 공격하는 오크!

오크의 거대한 도끼가 카이를 두 동강 낼 듯 맹렬하게 떨어졌다.

물론, 페르메까지 때려잡던 카이는 일반 오크에게 공격을 허용할 수준은 아니었다.

“시끄러워. 너, 침 너무 많이 튀겨.”

서걱!

폴리곤이 되어 흩어지는 오크를 확인한 카이는 눈이 마주친 마법사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저기요. 방금 전에 그거 뭡니까?”

“예?”

“라이트닝 에로우. 그쪽 맞죠?”

“아아…… 그거요.”

마법사는 카이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합니다. 제 실수로 마법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네요.”

자신의 잘못을 시원하게 인정하는 마법사!

상대가 오히려 저렇게 나와 버리자, 카이는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자신이 실수했다고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상대를 윽박지를 수도 없지 않은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뭐야, 싸움 났어?”

“뭔 일이래?”

“몰라. 저 전사가 마법사한테 뭐 따지던데?”

결국 눈에 띄어서 좋을 게 없는 카이가 먼저 한숨을 내쉬었다.

“……실수라고 하시니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대신 다음부터는 조심해 주세요.”

“예, 그럴게요.”

태도는 뭐가 그리 당당한지 모르겠지만, 일단 사과는 받았다.

그 때문인지 카이는 마법사를 쿨하게 용서했다.

‘그래도 사과하는 걸 보면 나쁜 마음은 없었나 보네.’

실제로 이런 실수는 파티 사냥에서도 흔하게 나오는 편이었다.

기본적으로 미드 온라인의 모든 스킬은 논타겟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마디로 궁수와 마법사 같은 원거리 클래스의 공격 명중률은 형편없다는 소리!

물론 그들에게는 명중률을 보정해 주는 스킬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땅을 향해 쐈는데 공격이 하늘로 나갈 리는 없지 않은가?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지.’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를 용서한 카이는 주변의 관심이 더해지기 전에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그 때문인지, 그는 자신의 뒤통수를 빤히 쳐다보는 마법사의 시선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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