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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통령 태양의 사제-7화 (7/441)

# 7

힐통령 007화

3장. 혼자서도 잘해요(1)

“웜 리자드요…?”

카이가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건 내가 헬릭의 시험에서 겪었던 상황이랑 똑같잖아?’

물론 우연의 일치일 것이다.

그곳은 시험을 치루기 위해 만들어진 독립적인 공간이었으니까.

“사실 웜 리자드 토벌은 왕실에도 몇 번이나 지원 요청을 해봤지만…… 안 그래도 요즘 대륙 곳곳의 몬스터들이 갑자기 흉포해진 실정이네. 이런 시골에는 쉽게 지원을 해주지 않지.”

“하지만 웜 리자드는 기사 한 명만 와도 말끔히 정리가 될 텐데요?”

“그 한 명의 기사조차 아깝다는 뜻 아니겠나.”

분터가 씁쓸한 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한 달 정도를 기다리면 지원을 해주겠다는 통보를 받긴 했지만… 한 달이면 웜 리자드가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일세. 그러니 이렇게 부탁하지. 자네가 우리를 도와주지 않겠는가?”

“그 전에 하나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카이는 참아왔던 궁금증을 입에 담았다.

“웜 리자드가 정말 마을 근방에 있다면, 마을은 어떻게 지금까지 무사했던 겁니까? 웜 리자드는 육식 몬스터. 진작 마을을 습격했어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만.”

“다행스럽게도 여태까지는 놀을 주식으로 삼고 있었네. 하지만 녀석이 자리잡은 산맥의 놀도 씨가 말랐어. 이제 새로운 먹잇감이 많은 곳으로 이동을 하겠지.”

“그게 프리카 마을이군요.”

카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그러니 모험가인 자네에게 부탁을 하나 하지. 제발 마을을 구해주게! 노련한 사냥꾼들의 계산으로는 녀석이 마을까지 오는데 3주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고 하네.”

띠링!

[마을의 위기]

난이도 : C+

붉은 노을 산의 진정한 주인은 붉은 놀 치프가 아니었습니다. 녀석은 웜 리자드에게 제물을 바치며 목숨을 연명하는 앞잡이에 불과했습니다. 3주 안에 산맥의 진정한 주인을 처치하고 프리카 마을에 평화를 가져다주십시오.

퀘스트 발생 조건 : 마을 평판도 1위.

퀘스트 보상 : 프리카의 영웅 칭호, 마을의 모든 시설 무료이용권. 경험치 상승, 10골드.

실패 페널티 : 프리카 마을의 평판 하락. 명성 하락. 경험치 하락.

새롭게 떠오른 퀘스트창을 읽던 카이가 눈을 깜빡였다.

‘10골드면…… 현금으로 100만 원!’

게다가 더 대박인 건 마을의 모든 유료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장비의 내구도를 수리하기 위한 대장간은 물론이고, 포션을 구매하는 잡화점이나 무기점, 여관과 식당까지 모두 공짜라는 소리!

‘이건 꼭 사야…… 아니, 수락해야 돼!’

46레벨인 자신이 어떻게 65레벨짜리 필드 보스를 잡아야 할 지는 감조차 잡히지 않지만, 지름신이 귓가에다가 속삭이는 듯 했다.

[이건… 지르거라…….]

카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분터의 손을 붙잡았다.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저, 정말인가?”

“물론이지요. 제가 놈을 처치하겠습니다.”

“오오오, 고맙네! 부디 사악한 웜 리자드를 처치해 주게.”

띠링!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내는 분터를 뒤로한 카이는 곧장 밖으로 나와 장비부터 점검했다.

‘선행 스탯으로 모든 스탯이 증가했지만, 그래도 65레벨 몬스터를 나 혼자서 잡는 건 무리야.’

사제는 공격적인 직업이 아니다.

물론 성스러운 방어막과 같은 보호 스킬 덕분에 생존력은 그럭저럭 뛰어난 편이지만, 적을 죽일 수 있는 공격 스킬의 부재가 컸다.

‘신성 마법을 위주로 육성하는 전투 사제가 있기는 하지만…….’

전형적인 지원형 사제의 스킬들을 찍어온 카이와는 상관없는 이야기.

물론 지금에라도 스킬을 배울 수는 있지만, 숙련도도 낮을뿐더러 무엇보다 돈이 많이 들 것이다.

“일단 시간제한은 3주.”

시간은 이 정도면 충분했다.

‘이 기간 동안 최대한 레벨을 끌어올리고, 그 뒤에 웜 리자드를 처치하면 돼.’

곧장 광장으로 이동한 카이는 적당한 파티를 물색했다.

“드디어 찾았다!”

그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카이를 향해 다가왔다

“당신들은….”

그들은 바로 지르칸에게 죽임을 당했던 파티원들이었다.

특히 선두에 서있는 탱커는 얼굴이 종잇장처럼 일그러진 상태였다.

‘저렇게 인상 쓰니까 엄청 못생기셨네.’

투구를 써온 모습만 봤기 때문에 얼굴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굳이 닮은꼴을 찾자면……. 불독을 닮았나?’

그의 얼굴을 관찰하던 카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다들 부활하셨군요.”

“부활하셨군요? 하셨군요? 네! 했습니다. 이 새끼야!”

당장에라도 주먹을 휘두르려는 탱커를, 마법사와 궁수가 가까스로 말렸다.

“저분은 왜 저러십니까?”

“그게…….”

“왜 이러냐고? 내가 왜 이러냐고! 이걸 보고도 내가 왜 화가 났는지 모르겠냐!”

탱커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이에 카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게 생기신건 제 탓이 아닙니다만.”

“물론 그건 네 탓이 아니지만…… 아니, 잠깐만. 근데 이 새끼가?”

다시 한번 발광을 하려는 탱커를 궁수가 간신히 설득했고, 마법사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는 죽을 때 레어 투구를 드랍했습니다. 13골드 정도 하는 아이템이라 꼭 되찾아야 한다고 하더군요.”

“아, 장비 드랍….”

카이가 알 것 같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13골드라면 현금으로도 130만 원이 넘는 돈이다.

그 정도 값어치의 장비를 떨어뜨렸다면 누구라도 미칠 것이 분명했다.

“물론 저희도 볼일이 있습니다. 제 신발과 저쪽 궁수의 장갑도 드랍 되었거든요. 저희의 물건도 각각 10골드가 넘어가는 고가의 레어 아이템 입니다.”

그 말에 카이는 물끄러미 그들의 장비를 훑었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들은 장비 수준이 하나같이 높네.’

재수가 없으면 사망 시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을 하나 떨어뜨리게 된다.

세 사람 모두 재수가 없어서 레어 아이템을 드랍한 모양!

하지만 아직 카이의 의문은 모두 해소되지 않았다.

“근데 그걸 왜 저한테 따집니까? 죽은 장소에 가보세요.”

스윽.

마법사가 쓰고 있던 모자를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미 가봤습니다만, 투명한 벽에 막혀있어서 들어갈 수가 없더군요.”

“아, 그러고 보니….”

“그래서 당신을 찾아온 겁니다.”

마법사가 부드럽게 말했다.

“플레이어가 죽으면 마지막으로 저장한 마을의 여관이나 신전에서 부활을 하게 되지요. 그리고 당신도 저희와 같이 ‘나그네의 쉼터’에 부활 지점을 저장했죠?”

“그랬죠.”

“하지만 당신은 죽지 않았습니다. 발뺌할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이미 신전까지가서 확인하고 오는 길이니까.”

“예, 전 안 죽었습니다만.”

카이의 대답에 마법사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다행이군요. 안 죽으셨다면 저희가 드랍한 장비도 주우셨겠지요? 파티원의 장비를 챙겨주는 건 기본적인 매너니까요. 아! 물론 수리비까지 요구하지는 않겠습니다. 장비만 돌려주시지요.”

“미안하지만 전 그 아이템들을 줍기는커녕 본 적도 없습니다. 그럴 정신도 없었고.”

“저것 봐! 저렇게 오리발 내밀거 같다고 했지?”

뒤에서 탱커가 으르렁거렸고, 궁수와 마법사도 이번만큼은 막지 않았다.

순식간에 앞으로 튀어나온 탱커가 카이의 어깨를 밀쳤다.

“지금 우리더러 그 말을 믿으란 거냐?”

“인벤토리 스크린샷이라도 보여줄까요?”

“헛소리! 그런건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어!”

“그런 치졸한 짓은 안 합니다.”

카이가 한숨을 내쉬며 대답하자, 탱커가 으르렁거렸다.

“아무튼 우리가 장비를 잃은 것 만은 사실이지.”

“그래서 뭐 어쩌자는 겁니까?”

슬슬 피곤해지기 시작한 카이가 물었다.

이에 탱커는 이빨을 드러내며 히죽 웃었다.

“장비는 우리 식대로 받아낼테니, 네가 그곳에 가서 주워오든, 아니면 새로 구입해서 갖다바치든 해라.”

“무슨 그런 억지가…!”

“같이 파티 사냥까지 했으면서, 우리가 누구인지는 잘 모르나보지?”

탱커가 자신의 가슴 팍에 그려진 엠블렘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네 놈은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 붉은 노을. 프리카 최고의 길드에게 찍혔다. 각오하는게 좋을거야.”

그는 마지막으로 목청을 높여 광장의 모든 유저들에게 소리쳤다.

“잘 들어라! 저놈과 파티를 하다가 사이좋게 죽고 싶으면 마음껏 파티를 해봐! 내 형님이 붉은 노을의 마스터인 건 알고 있겠지?”

‘젠장, 제대로 걸렸네.’

카이가 인상을 찡그렸다.

붉은 노을이라면 카이도 이름 정도는 들어본 길드였으니까.

“기대해도 좋아.”

탱커는 재수없는 미소를 남기고는 일행을 데리고 광장을 떠났다.

“붉은 노을 길드라…….”

카이는 스스로 떳떳했다.

그들의 장비를 줍기는커녕 본 적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권력자의 말에만 귀를 기울이지.’

그리고 그것은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띠링!

[파티 가입이 거절되셨습니다.]

[파티 가입이 거절되셨습니다.]

유저들은 괜히 불똥이라도 튈까봐 카이와의 파티를 꺼려했다.

그 상황에서 카이가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뿐.

“후우, 사제가 솔플이라니….”

애석하게도, 그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

신성력과 체력에만 치우쳐져 있는 사제의 스탯은 아군을 지원할 때는 누구보다 강력한 힘을 자랑하지만,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마을을 나온 카이는 길가의 나무에 주저 앉아 계산을 시작했다.

‘그나마 내가 혼자서 잡을 수 있는 몬스터는 그레이 놀 정도인가.’

많은 경험치를 주는 붉은 놀을 잡다가 그레이 놀을 잡으려니, 입에 대 본 적도 없는 담배가 땡기는 기분!

“붉은 노을 길드. 이런 식으로 갑질을 한다 이거지.”

사실 미드 온라인에 그들 같은 길드는 제법 흔한 편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카이처럼 힘없는 일반 유저들이 대항할 수단이 없다는 점이었다.

‘꼬우면 레벨을 올리라 이거지.’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쉰 카이는 현실적인 문제로 돌아왔다.

‘38레벨의 그레이 놀은 경험치를 많이 주지 않는데.’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을 어쩌겠는가.

“뭐, 그래도 새로운 스킬들이 있으니 어찌저찌 되겠지.”

카이는 새로운 스킬들이 사냥에 유용하기를 간절히 빌었다.

‘그래도 명색이 신화 등급 직업의 스킬인데 쓸만하지 않겠어?’

불안함에 목이 타는 갈증을 느낀 카이는 물을 마시며 그레이 놀의 구역으로 들어섰다.

인기가 없는 사냥터라 그런지 다른 유저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다.

“어디 보자…….”

스킬들의 설명을 읽어보니 홀리 익스플로젼이 공격 스킬이다.

‘좋아, 너로 정했다.’

때마침 그레이 놀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놀이란 두 발로 걸어 다니는 개처럼 생긴 몬스터다.

‘캐스팅 시간은 2초.’

1초, 2초.

캐스팅을 마친 카이는 손가락을 총구처럼 만들어 녀석을 겨누었다.

“홀리 익스플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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