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2화
“아까도 말했지만 TRPG에는 게임의 진행자이자 사회자인 ‘설화꾼’이 있고, 이야기의 주역인 캐릭터 ‘여행자’가 있어. 내가 설화꾼이 될 거고, 누나들이랑 네가 여행자인 거야.”
“네, 형.”
은우는 TRPG 플레이를 위해 다시금 설명을 들었다. 그런 그에게 건네진 건 시트라고 불리는 캐릭터 작성 칸이었다.
잠시 그의 전자 노트를 받아 간 레리가 띄워 준 것이기도 하다.
“이거 하려면 먼저 캐릭터를 만들어야 하는데, 캐릭터도 막 만들면 안 돼요. 시나리오마다 적합한 캐릭터가 따로 있어서.”
“그렇습니까?”
“네, 만약 시나리오 내용이 잠입이라고 할 때 캐릭터가 음악가라든가 그러면 좀 불리하잖아요. 죽을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고. 그 말에 은우의 눈이 껌뻑였다.
“죽는 것도 가능합니까?”
“네네, 방식이 색달라서 그렇지 일반 게임이랑 비슷해요. 공격력에 따라서 적에게 주는 대미지도 달라진다는 점이나 내 HP 전부 깎이면 캐릭터가 죽는다는 점이나.”
“대신 세이브 포인트가 없어서 선택을 되돌릴 수가 없어. 그건 조심해야 해.”
“음, 그럼 로그라이크로 이해하면 될까요.”
“비슷해요.”
“아무래도 그렇지.”
레리와 검은양의 맞춤 설명에 은우는 고개를 주억이며 캐릭터 시트지를 보았다. 그사이 레드바는 선물해 준 책을 뒤적이며 어느 한 부분을 펼치고 있다.
“우리가 할 시나리오는 일단 황실 직속 수사대의 일원으로서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는 원로대신을 수사하는 거거든?”
“네.”
“그것에 맞춰 캐릭터를 작성해 주면 되는데, 가항기담 룰에는 인간 외 종족도 고를 수 있단 말이야. 그러니까 종족부터 먼저 살펴봐. 누나들은 딱히 안 도와줘도 되지?”
“우린 괜찮아. 켄님이나 도와드려.”
레드바가 펼쳐 준 책 페이지에는 가항기담 룰에서 사용되는 종족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인간, 수인, 소인, 도깨비…….
“인간 하겠습니다.”
물론 은우는 그것들의 설명을 한 차례 읽어 보기만 하고, 고르진 않았다. 그는 인간이 좋았다. 일종의 고집이었다.
“그보다 종족에 따라 능력치 차이가 심한데, 괜찮은 겁니까?”
“아, 그건 괜찮아. 이게 점수제거든. 기본 천 점에서 인간족을 고르면 마이너스 백 점이야. 능력치가 높은 도깨비의 경우 마이너스 7백 점이고.”
“나머지 점수로도 뭘 할 수 있나 보죠?”
“응. 능력치와 별도로 기술 항목이 있는데, 이것도 점수로 찍는 거거든.”
오감을 비롯해 근력, 체력 같은 신체 능력치 외에도 사용 가능한 기술들이 있었다.
즉, 신체 능력이 좋은 종족을 고르면 익힐 수 있는 기술이 적고, 신체 능력이 나쁜 종족을 고르면 익힐 수 있는 기술이 많은 셈이었다.
“점수 계산은 알아서 되니까 적당히 분배해. 시나리오 추천 기술은 이거랑 이거고… 아, 외형도 대충 짜 둬. 외형은 여기 앱 쓰면 돼.”
게임에서도 스텟을 찍은 적이 몇 번 있었으므로, 은우는 어렵지 않게 감을 잡았다. 종이가 아니라 전자 노트로 행하는 것이라 점수 계산도 어렵지 않았다.
“누나들은 골랐어?”
“나는 다 짰다.”
“아, 벌써? 나 빨리 짜야겠네.”
그렇게 캐릭터 짜기 시간이 40분가량 지속되었다.
▣ 번외. 그 스트리머가 생일 파티 하는 법 (2)
“자,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와.”
“빨리 하자.”
식탁으로 다시 자리를 옮긴 그들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본격적으로 TRPG에 임했다.
“켄, 너도 이제 캐입 잘해야 해. 연기 잘해야 한다??”
시나리오 북을 든 레드바가 헛기침을 몇 번 한 후 나레이션을 시작했다. 그의 전자 노트에는 적당한 무료 BGM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것 또한 레드바가 몇 번 고민한 끝에 골라 온 BGM이었다.
항상 완성된 게임만을 해 왔지 이렇게 준비를 하나하나 다 해야 하는 게임은 처음이라, 은우의 눈이 낯선 흥미로 물들었다.
“당신들은 눈을 뜹니다! 그러자 익숙하지만 어쩐지 낯선 천장이 보입니다.”
“익숙하지만 낯선 천장?”
“네, 익숙하지만 낯선 천장입니다. 금헌어사들이 임무를 하달받는 비밀 접선지점 겸 숙소라서 그런 것 같네요. 여관으로 위장하고 있어 민간인도 손님으로 곧잘 온다고 합니다.”
혹시 나레이션을 놓칠까, 음성 인식을 설정해 둔 앱이 레드바의 목소리를 한쪽에 기록해 두었다.
이것 외에도 그들이 행하는 모든 선택이 저쪽에 기록될 것이다.
“참고로 당신들이 이곳에 있는 이유는, 무려 6개월! 무려 6개월이나 끌고 온 임무가 어제 끝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금헌대는 인력난으로 고생 중이라, 휴가 그딴 거 없고 바로 다음 임무를 내려 준답니다.”
“…6개월짜리 임무를 끝냈는데요?”
“와, 완전 블랙 기업이네.”
“넹.”
GM을 맡은 상태라 그런가 레드바는 굳이 말을 낮추지 않았다. 물론 세 사람은 그 부분보다 6개월을 혹사시켜 두고 휴가도 안 주는 상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인력이 없는 이유를 알 것 같네요.”
“그치?”
“역시 공무원은…….”
세 사람은 고개를 휘저으며 레드바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은우는 귀로 그의 말을 되새기며 눈으로도 글자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중이다.
“방 문틈에는 임무를 알리는 붉은 끈이 걸려 있습니다. 저 붉은 끈을 손목에 걸고 1층으로 내려가면 임무가 전달된다네요. 자 이제부터 자유롭게 롤플해 주세요.”
“롤플……?”
“그냥 적당히 하면 되는 됩니다. 방을 둘러보든, 끈을 손목에 걸고 내려가든. 나머지 두 사람이 시범이라도 보여 주실래요?”
“그러지, 뭐. 근데 우리 셋 다 같은 방에 있는 거야?”
“어… 그건 아니고 1인 1실이에요. 6개월짜리 임무는 같이 한 거고.”
“음, 그럼 방은 어떻게 생겼는데?”
레리의 물음에 레드바가 시나리오가 적혀 있을 전자 노트를 토독 두드렸다.
“방은… 일반 여관과 크게 다르지 않은 걸 볼 수 있습니다. 여관으로 위장한 거니까 그런 거겠죠? 그리고 방에는 당신이 누워 있던 침상과 작은 협탁, 옷을 걸 수 있는 횃대, 침상이 붙어 있는 벽면의 창문이 있습니다.”
은우는 나레이션을 들으며 그에 맞는 상황을 상상해 보았다. 직접 눈으로 보는 게 아니다 보니 아직은 어색하고 잘 그려지지도 않았다. 레드바가 세세히 지정해 준 것도 아니니 더더욱 그랬다.
“위치가 어떻게 됩니까?”
“어, 위치?”
“네.”
그것에 레드바의 미간에 내 천(川)자가 그려졌다.
“그으… 문이 여기 있고, 침대가 여기 있고, 창문이 침대 있는 쪽에 있고, 횃대는… 이쪽에 있어요. 협탁은 침대 머리맡 쪽에.”
그렇지만 그는 설화꾼을 맡은 사람답게 어떻게든 설명을 해냈다. 은우의 머릿속에 방의 이미지가 좀 더 명확해졌다.
“침상은 어떻게 생겼습니까.”
“그거 꼭 설명해야 해요?”
“아, 이런 건 안 돼요?”
“안 되진 않는데… 시나리오에 정보 제공이 안 돼 있으면 설화꾼인 내가… 직접… 짜내야 해… 즉석으로…….”
레드바가 땀을 뻘뻘 흘리며 변명했다. 그러자 레리랑 검은양이 건수를 꽉 물었다는 듯 재빨리 야유했다.
“아, 잘한다던 GM 어디 갔어.”
“아까 자신 있다 하지 않았나?”
“아, 진짜. 봐주라.”
결국 잘하지만 능력 부족한 설화꾼으로 인해 잠시 타협의 시간이 이어졌다.
결과는 정보 제공이 안 되어 있는 건 넘기고, 있는 걸 조사하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은 질문 세례로 점철되어 있지만 말이다.
“자, 창가 밖을 보면 거리가 보입니다. 그런데 말싸움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들을 수 있습니까?”
“어… 캐릭터 종족이 인간이었던가?”
“네.”
“특별히 청력에 능력치 찍은 거 있어?”
“없습니다.”
“그럼 못 듣습니다. 거리가 너무 머네요. 아, 그래도 드문드문 주워들은 단어는 있습니다. ‘괴물’, ‘팔다리’, ‘밤’. 이 세 개네요.”
“괴물, 팔다리, 밤. 알겠습니다.”
은우는 그의 전자 노트에 그 단어들을 메모해 두었다. 그사이 수인족을 고른 레리가 나서서 대신 들어 주었다.
“내가 들으면?”
“어, 누나는 수인족이니까 들을 수 있겠네.”
레드바는 머리를 벅벅 긁더니 목을 다시 가다듬었다.
“내가 분명 봤다니까! 그건 분명 괴물이었어!”
“예끼, 이 사람아. 괴물이 어디 있나? 그것도 수도에!”
“내 두 눈으로 직접 봤다니까! 분명 인간 같이 보였는데 갑자기 팔다리가 늘어나며 걸어가던 처녀를 잡아먹었어!”
“착각한 건 아니고?”
연기자처럼 전문적이진 못해도, 레드바는 스트리머의 능청스러움을 십분 발휘했다. 목소리를 적당히 깔고 말투를 달리하는 걸로 두 사람 간의 대화를 묘사해 낸 것이다.
“이다음으로도 각자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부딪치는 대화가 이어집니다.”
“그게 끝?”
“네, 이게 끝.”
은우는 그것을 가만 듣다가 문득 생각난 것을 질문했다.
“이거 저 혼자 플레이하면 못 듣겠죠, 형?”
“아무래도 그렇지?”
“그럼 이럴 때 나가서 듣는 건 가능합니까?”
“…뛰어내리기라도 하게?”
“되면?”
“엌.”
“켄님, 이곳에서도 구울왕의 면모르흫.”
타협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레드바에게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 * *
“누군가가 당신들이 앉아 있는 식탁에 합류합니다. 당신들의 동료, 청허입니다.”
레드바는 그가 짜 올린 캐릭터를 띄웠다. 은우가 조종하는 여행자, 즉 PC와 달리 설화꾼이 직접 조종하는 NPC다.
아까처럼 정보만 내뱉고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인물들과 달리 PC와 함께 계속 행동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너 NPC 둘라한 했어?”
“잉.”
“저게 둘라한입니까?”
은우는 레드바가 띄운 캐릭터를 새삼스럽게 보았다. 목 윗부분이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였다.
둘라한. 또는 둘나한.
가항기담 룰에만 존재하는 종족이다. 이름의 어원은 둘(두다) + 나(癩) + 한(恨). 나병 환자를 한 맺힌 상태로 두었다가 탄생한 종족이라 하여 그렇다.
“머리에 뭐라도 꽂아 줘.”
룰북에서 본 설명에 따르면 없는 머리 대신 목 위로 다양한 사물을 꽂아 두는 게 종족 내 유행이라고 한다. 요컨대 공식으로 오브젝트 헤드가 가능한 셈이다.
“안 돼, 그러면 시선 끌어.”
“이미 머리가 없는 것부터가…….”
“둘라한은 소수 종족이라서 이미 은신성 다 말아먹지 않았어?”
“그래두.”
뭐, 캐릭터 짜는 거야 사람 마음이다. 그들은 넘어가기로 했다.
“자, 이제 롤플할게요.”
설화꾼은 나레이션이나 조연의 대사만 담당하는 게 아니다. NPC가 출현할 경우 그에 대한 역할극도 해야 했다.
레드바는 물 한 모금 마신 끝에 목소리를 죽였다.
“금헌대도 사람이 더럽게 없나 보군. 왜 하필 너희지?”
참고로 레드바가 미리 귀띔해 준 캐릭터 성격에 따르면 NPC 청허는 싸가지가 없는 성격이다.
TRPG 내에서라도 누나들한테 제대로 개겨 보고 싶다는 레드바의 욕망이 반영된 설정이었다.
“표정 진짜 완전 구겨진… 아, 머리가 없으니까 표정은 못 짓네. 그냥 그렇게 외치곤 거칠게 식탁에 앉습니다.”
“머리가 없으니까, 라니. 너무 자연스럽게 종족 디스하는 거 아니냐.”
“머리가 없는 건 사실이잖아.”
검은양이 키득키득 웃곤 바로 선언했다.
“사람이 너무 없어서 네가 아직도 그 자리에 있는 거겠지.”
“아, 뭐지? 왜 NPC가 들은 말인데 왜 내가 가슴이 아프지?”
레리가 크게 웃고 은우는 설핏 미소 지었다. 그러곤 대담히 선언을 시도했다.
“‘분위기 흐릴 거면 가.’라고 말하며 비웃듯 웃습니다.”
이미 그의 무덤덤하고 딱딱한 성격은 고착화되어 고치기 어려운 상태지만 캐릭터까지 그러란 법은 없다. 은우는 전생의 그를 떠올리며 그의 여행자를 조종했다.
“…뭐지 나 성격 잘못 잡은 것 같은데. 일단 그 말을 들으면 탁자 한 번 쾅! 칠 것 같아요, 청허는.”
“저렇게 다혈질이면 잠입 임무 못하지 않나?”
레리도 한 손 거들었다. 그녀는 조종자로서 한마디 하고, 그녀의 여행자로 한마디 더 했다.
“머리 좀 식혀. 아니면 식힐 머리가 없어서 그러나?”
딱히 세 사람의 여행자가 절친한 사이라고 정해 두진 않았지만 어쩌다 보니 죽이 딱딱 맞는 상황이 됐다.
레드바는 상처받은 얼굴을 했다가, 곧 표정을 다잡았다.
“…정말 짜증 나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사적인 감정은 접어 두지.”
“먼저 드러낸 사람이?”
“크흫흫, 아니 누나도 아니고 켄, 네가 딴지를 거네. 안 돼, 나 캐입해야 해.”
“아, 알겠습니다. 조용히 할게요.”
“에이, 조용히 할 건 또 뭐 있어요. 원래 오프라인 티알이 이런 맛으로 하는 건데.”
“맞아, 맞아. 능력 없는 설화꾼 잘못이지.”
“…왜 나만 따돌려?”
여행자에 이어 플레이어로서도─물론 레드바는 플레이어가 아니라 설화꾼이지만─따돌림당하자 다시 울상이 되었다.
“에잇, 몰라. 원로대신을 조사해야 함. 아무튼 그럼.”
“이유라도 말해 줘야지.”
“음… 먼저 조사해 본 바, 고용인의 숫자가 법이 제한한 숫자보다 많았어. 심지어 그들 일부는 무장을 하고 있었고. 대충 그런 이유를 댑니다.”
그런가. 은우는 그의 말을 가만 듣다가, 든 의문을 제기했다.
“고용인의 숫자도 법으로 제한합니까?”
“설정상 그런 것 같은데? 아마 조선에서 따왔나 봐. 사병 모집 금지나 관직에 따라 집 크기, 방 수, 막 그런 거 다 제한해 둔 거 보면.”
“조선이 그랬습니까?”
“…아니야?”
“조선 맞아.”
“…둘 다 공부 좀 해.”
한국사 5등급들은 차마 억울함도 토로할 수 없었다.
“어, 어쨌든! 그런 이유로! 원로대신을 조사해야 한다 이거야.”
“그렇군요. 제 캐릭터는 일단 바로 납득할 거 같습니다. 애초에 임무기도 하고.”
“나도 뭐 그럴 것 같은데? 재수 없어서 싫다고 투덜거리긴 하겠지만.”
“우리 애도 수긍할 것 같아.”
“좋아요. 그럼 이제 청허가 품에서 뭘 꺼냅니다!”
레드바는 현실의 손을 움직여 전자 노트를 조종했다. 그러자 홀로그램 화면이 떠오르며 모두의 시선이 닿는 곳에 자리했다.
“짜잔, 핸드 아웃.”
“지도?”
“넹.”
핸드 아웃. 즉, 유인물이라고도 부르는 그것은 선이 삐뚤빼뚤한 듯하면서도 나름 멀끔히 그려진 저택의 지도였다.
“원로대신의 집입니까?”
“네, 청허가 조사해 온 정보인데… 크흠. 여기서 판정 들어갑니다!”
“뜬금없네.”
“뭔데?”
“일단 각자 지식 수치가 몇이죠?”
캐릭터의 능력치를 묻는 말에 레리와 검은양, 은우는 각자의 능력치를 말했다.
“나 60.”
“나 78.”
“전 82입니다.”
순서대로 검은양, 레리, 은우였다.
“82… 오, 그러면 켄 너만 정보 하나 얻을 수 있겠다.”
참고로 가항기담의 룰은 판정에 들어가기 앞서 최소기준을 충족해야만 판정 자체를 볼 수 있다. 아까 은우의 여행자가 청력 수치가 충족되지 않아 거리의 소란을 듣지 못한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근데 추가 정보도 있어. 다이스 굴릴래?”
이때 기준 충족으로 얻은 정보를 토대로 도박을 할 수도 있다. 아직 듣지 않은, 그러나 들을 수 있는 정보를 걸고 주사위를 굴리는 것이다.
“몇 넘어야 추가 정보입니까?”
“90 넘어야 추가 정보야. 다이스는… 지식 수치가 82이니까 10눈짜리랑 6눈짜리 각각 하나씩.”
기존 지식 수치와 주사위를 굴려서 나온 눈의 숫자를 더해 90을 넘으면 추가 정보까지 해서 총 두 개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넘지 못하면 기존에 얻을 수 있던 정보마저 잃는다.
이게 가항기담의 규칙이다.
은우는 그것을 가만 들은 후 레리와 검은양을 보았다.
“어떻게 할까요?”
TRPG 초보로서 정보가 어떤 형식일지 모르니 하는 질문이었다. 하나를 잃는 한이 있더라도 얻는 게 좋은지, 아니면 하나라도 확실히 얻는 게 좋은지 아직 그 균형을 모르니 말이다.
“켄님 하고 싶으신 대로 하세요.”
“원래 이런 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야.”
다행히 두 사람은 즐겜러였다.
“그럼 굴리겠습니다.”
은우의 손이 주사위를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