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화
“해명했는데도 왜 안 믿는 거야.”
“그걸 왜 봅니까.”
은우는 기사를 일부러 찾아보는 레드바를 이해 안 가는 눈으로 보았다. 그에 레드바의 입이 댓 발 튀어나왔다.
“아, 억울하잖아요.”
“제가 억울한 거지, 레드바 님이 억울할 이유는 없는데…….”
은우는 그런 레드바를 영 이해 못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납득했다.
아무렴, 은우는 앞으로 누군가에겐 폭력범인데도 뻔뻔히 스트리머 일을 하는 이로 남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학폭 피해자인데 졸지에 가해자로 몰릴 뻔한 억울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혹은 불우한 가정사를 가진 스트리머, 또는 이름은 들어 본 것 같은 누군가. 마지막으로, 들어 본 적도 없는 별세계 인물이 될 수도 있다.
“전 신경 안 쓰니까 레드바 님도 신경 쓰지 마세요.”
“힝. 넹.”
중요한 건, 그게 그를 무너트리진 못할 거란 점이다.
은우는 그렇게 말하고는 레드바가 키우는 개의 턱을 슬슬 쓰다듬었다. 하얀 털을 바탕으로 갈색 털이 섞인 시츄다.
참고로 레리가 큰 개를 무서워하는 탓에 결국 소형견인 시츄를 들여온 걸로 알고 있다. 이 녀석도 은우가 민식이와 로건이를 데려온 보호소 출신이다.
“우리 츄야, 귀엽죠.”
레드바가 금세 표정을 풀고 헤벌쭉 웃었다. 하기야 빵실빵실한 털 뭉치를 두고 화내긴 어려울 테다. 애가 사고 쳐서 골치 아픈 상황도 아니니까.
“네.”
예전엔 백이면 백 강아지나 고양이들이 짖고 도망갔는데, 요즘은 반만 도망가고 반은 나름 쓰다듬을 허락해 준다.
은우는 그 절반에 츄야가 포함됨을 감사하며 턱을 간질였다. 시츄는 대게 1살이 넘으면 얌전해지는 경우가 많다는데, 츄야는 여전히 활발하다. 손님이 와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으헤헤헤헤.”
큰 개를 그렇게 외치던 레드바도 결국 시츄에게 넘어간 모양이다. 그는 은우의 칭찬에 팔불출처럼 헤프게 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은우는 ‘민식이나 로건이 칭찬 들을 때, 나도 저런 얼굴을 하나?’ 하고 되돌아봤다. 저게 나쁘다고 생각은 안 하는데, 인간적으로 너무 멍청해 보였다.
“이건 드리기로 한 김치.”
은우는 그렇게 츄야와 좀 더 놀아 준 후, 레드바의 집에 방문한 근본적인 용건을 꺼내 들었다. 레드바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와! 살았다! 안 그래도 김치 다 떨어져서 한 포기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야기하고 있었거든요.”
레드바는 신나서 김치 통을 건네받았다. 유리로 만든 밀폐 용기에는 익어 가는 김치가 어여쁘게 담겨 있다.
“김장 안 하십니까?”
“아뇨, 아뇨. 했어요. 했는데 아직 안 익어서.”
김치는 떨어졌고 김장한 김치가 익으려면 시간이 남은, 딱 애매한 타이밍이었던 셈이다.
“저랑 누나가 요리는 못하는데 김치가 빠지면 또 밥을 못 먹거든요. 엄마가 좀 주는 대로 처먹으라고 화내긴 했는데, 사람이 어케 김치를 빼고 밥을 먹어요. 김치랑 밥만 먹는 한이 있어도 김치가 빠지면 안 되죠.”
어쨌든, 그래서 곤란한 상태였다며, ‘역시 켄 님은 구원자’라고 레드바가 추켜세워 주었다. 그러곤 냉장고에 김치를 넣더니 대신 다른 통을 꺼내 왔다.
“아, 이건 어무니가 켄 님 드리라 한 거! 김치 많이 담그셨으니까 김치 말구 다른 걸루 챙기셨대요.”
그가 줄 거라고 생각했지, 받을 거라곤 생각 못 했다. 은우는 멍하니 통을 받아 들었다.
자주색 밀폐 용기는 뚜껑이 반투명해서 간신히 그 안에 든 것을 엿볼 수 있다. 갈색과 적갈색의… 무언가였다.
“…이건?”
“일단 이건 집된장이랑 고추장이요! 저희 친가가 농사하시거든요. 그러는 김에 된장이랑 고추장도 직접 담가 드시는데, 이번에 좀 많이 받아 와서.”
레드바가 머리를 긁더니 꼭 큰 비밀을 말해 주는 양, 진지한 얼굴로 슬쩍 이야기를 찔러 주었다.
“원랜 반찬 싸 주시려 했는데, 누나가 무심코 켄 님이 한 밥이 더 맛있다고 하는 바람에…….”
레리는 그날 등짝을 다섯 번 맞고, 음식 솜씨가 밀린다는 걸 알게 된 어머님은 보통 먹는 반찬 말고 만들기 까다로운 것들을 주기로 하셨단다.
혼자 사는 사람이 김치까진 담가 먹더라도 된장, 고추장까진 어떻게 만들어 먹겠냐며. 맞는 말이었다.
“그리고 이건 장아찌구요, 이건 오늘 만든 잡채인데, 이것도 싸 주랬어요. 잡채는 만들기 귀찮으니까 자주 안 드실 것 같아서. 그리고 이거는 저희가 직접 빚은 만두고, 이거는…….”
뭔가 줄줄 나온다. 은우는 솜씨 좋게 착착 쌓이는 것들을 받아 들었다. 하나하나 통이 크진 않아도 모이니 한 아름이었다.
“가져가세요. 이건 엄니가 만드신 건데 음청 맛있습니다. 재료가 워낙 싱싱해서.”
“너무 많은데…….”
“아효, 괜찮아요. 받아 가세요. 저희 어머니가 켄 님 팬이라서.”
사양하려 해도 도저히 사양을 받아 줄 것 같지가 않다. 은우는 결국 떨떠름한 얼굴로 그것들을 챙겼다.
“그, 잘… 먹겠습니다.”
졸지에 처음으로 남의 집안 음식을 얻어먹게 된 은우는, 감상이 참 미묘해졌다. 참 오랜만에 먹는 집밥─그가 만들지 않은─이 될 것 같다.
“감사합니다.”
“손맛 죽여주니까 꼭 먹어 보세요.”
“네.”
은우는 들고 온 봉지에 받은 것들을 넣었다. 아마, 그는 이것들을 다 먹을 것이다. 설사 맛이 없다 해도.
삐리릭-
캉!
“……?”
“엄마 왔다… 엄머, 깜짝아.”
“응? 누구 왔… 어? 켄 님이다!”
도어 록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새로운 이들이 들어왔다. 츄야가 후다닥 달려 나가며 꼬리를 진동벨 울리듯 흔든 건 여담이다.
반대로 새로 들어온 이들은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커다란 등짝에 깜짝 놀랐다가, 고개를 돌린 은우의 얼굴을 봄으로써 사람임을 깨닫고 나름 정신을 차렸다.
돌아가는 눈동자는 다만 상황을 파악하고자 함을 알 수 있다.
“아, 안녕하십니까.”
레리는 둘째 치고서라도, 앞에 서 계신 중년의 여인은 처음 본다. 그렇지만 은우는 고민하지 않고 넙죽 고개를 숙였다. 눈치껏 저분이 레 남매의 어머니임을 깨달은 것이다.
“어… 예… 안녕하세요.”
“켄 님 오신다더니! 진짜 오셨네요!”
아주머님은 슬쩍 제 딸, 아들 눈치를 본 뒤 은우를 마지막으로 힐끔거렸다. 그러곤 얼굴을 화사하게 펴셨다.
“켄 님이시죠? 아이고, 사람이 어쩜 씻은 배추 줄기 같대요. 이런 훤칠한 분이 어쩌다 우리 아들 같은 모자란 놈과 친구가 되셔선.”
“네? 아, 네.”
친구? 은우가 그 단어에 무어라 반응하기도 전에 아주머님은 호들갑을 떠셨다.
“아들놈이 폐 많이 끼치죠? 죄송해서 어째……. 근데 왜 현관에 서 계세요. 안에서 편히 대화하셔도 돼요. 호호. 물론 집구석이 좀 더럽긴 한데…….”
그녀는 어질러진 거실을 잠시 보곤 그녀의 아들을 보았다. 잠시간의 침묵 끝에 은우는 본능적으로 냉큼 몸을 비켰다.
짝!
“너, 내가 청소 해 두랬어, 안 했어.”
“아! 아! 지금 할게, 할게!”
“손님에게 이게 무슨 꼴이니! 내가 창피해서 못 산다, 진짜!”
그녀는 시작부터 레드바의 등짝을 후려갈겼다. 어찌나 찰진지, 짝짝 소리를 들을 때마다 은우도 등이 따가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어? 손님을 왜 현관에 세워 놔! 적어도 대접은 해 드려야지!”
“아니, 아니……!”
레드바가 그렇게 어머니에게 한바탕 멱살 잡히는 동안, 레리가 굉장히 창피하단 얼굴로 슬그머니 은우의 옆에 섰다.
“죄송해요…….”
“그, 괜찮습니다…….”
“어… 들어가실래요?”
본래는 바로 갈 생각이었지만… 은우는 살려 달라고 무언의 텔레파시를 시도하는 레드바를 힐끔 보았다. 그리고 그의 발치에서 꼬리를 살랑거리는 츄야를 보았다.
“그럼, 잠시만 신세 지겠습니다.”
아주머님의 얼굴이 활짝 편 건 당연지사였다.
▣ 225. 나아갈 길은 있다
은우는 일단 레드바의 방으로 내쫓겼다. 이쪽은 거실보다 더 더러웠으나,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레리의 방에 들어갈 수는 없잖는가. 심지어 본인이 허락은커녕 필사적으로 안 된다는 의사를 발산했는데.
“엣취.”
방 꼴을 본 아주머님이 또 한 번 레드바의 등짝을 내려치는 사이, 은우는 살짝 코를 훌쩍였다. 어제 찬바람을 너무 쐬긴 한 모양이다. 감기 기운이 있다.
“헉, 감기 걸리셨어요?”
레드바 방에 슬쩍 고개를 들이민 레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찬가지로 문지방에 서 있던 츄야도 한쪽 발을 든 채 굳어 있다.
“아, 죄송합니다.”
“죄송할 건 없죠. 요즘 무리하셔서 그런 건가?”
“아뇨…….”
은우는 어제 일을 살짝 떠올렸다.
“프라페를 뒤집어쓴 채로 찬바람을 좀 쐬었더니.”
“아니, 어쩌다가요!”
“그냥 어쩌다 얻어맞았습니다.”
“얻어맞아요?”
레리가 언성을 높이는 바람에 거실에 있던 레드바랑 아주머님까지 이야기를 들어 버렸다. 아주머님께서 꿀물이랑 감기약을 가져오시겠다며 주방으로 들어가시고, 레드바가 후다닥 달려왔다.
“신고하셨나요?”
레드바는 숫제 제가 당한 사람처럼 군다.
“아뇨, 신고는 안 했고…….”
은우는 그러고 보니 어제 그가 맞은 걸로 화낸 형을 떠올렸다. 부디 형이, 집에 가서 당황하지 않았길 빈다.
“똑같이 뿌려 줬습니다.”
형도 아니고, 부모랍시고 별달리 정 느끼는 것도 아닌데, 맞아 놓고 가만히 있을 이유가 없다. 가기 전에 카페에 들렀던 것이 다행이었다.
은우는 프라페에 얻어맞자마자 에이드를 똑같이 뿌려 줬다. 아마 자몽 냄새가 한동안 났을 거다.
“…….”
은우는 강아지가 귀를 바짝 세운 듯한 표정들을 보고 머리를 슬쩍 긁었다.
“제가 과했을까요?”
“아뇨. 완전 잘하심.”
“켄 님, 굳.”
둘은 남매 아니랄까 봐 동시에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 은우의 무릎 위에 앉은 츄야가 컁 하고 한 번 짖었다.
“어이구, 이거 어서 드세요.”
“아, 감사합니다.”
은우는 츄야를 한 손으로 안고 무릎을 펴 꿀물을 받았다. 따끈따끈한 꿀물은 별것 아닌데도 참 묘한 기분을 가져다준다.
“감기약 미리 드세요.”
“맞아용. 미리 드세요.”
남매가 옆에서 재잘거리고, 은우는 그들의 유난에 어쩔 수 없이 약을 삼켰다.
“과일 깎아 드릴까?”
“그… 괜찮습니다. 정말로.”
“사양 안 하셔도 돼요. 그 체격이면 하루 종일 먹어도 부족할 것 같은데.”
“흐. 행님, 그냥 드세요. 저희 어머니가 손이 엄청 커서.”
“저희 집 놀러 온 사람들은 배 터지고 나가야 해요.”
은우는 깔깔 웃는 레 남매를 살짝 흘겼다. 그러나 그들은 조금도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좋은 건수를 잡았다는 듯 유쾌하게 떠들었다. 결국 은우도 설핏 웃고 말 정도로, 유쾌하게.
“우와, 웃었다.”
“아, 행님. 웃으니까 개잘생겼어요.”
“…놀리지 마세요.”
안 그래도 인터넷 댓글 반응이 잘생겼다 뭐다 떠들어 대서 묘하던 참이다. 심지어 주먹을 뺨에 대고 까닥거린 영상은 움짤이 되어 전 세계에 퍼져 버렸다. 대체 그걸 보고 왜 꺅꺅거리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은우는 츄아의 배를 간질이며 코를 찡긋거렸다.
“왜요. 우리 엄니도 인정하신 얼굴인데.”
은우는 얼굴 가지고 계속 놀리는 레드바를 힐끔 보았다.
“레드바 님도…….”
레드바가 순간 기대하는 눈빛이 됐다.
“인정받으셨습니까?”
“아이고, 절대 아니죠.”
“으핳핳핳핳핳핳핳핳핳!”
“어무니…….”
타이밍 맞게 아주머님이 자른 과일을 들고 오시며 대답했다. 레드바는 배신당한 얼굴, 레리는 박장대소다. 츄야가 깜짝 놀라 또 얼음이 됐다.
“감사합니다.”
은우는 넙적한 접시를 한가득 채운 과일들을 보았다. 그 짧은 시간에 뭘 이리 많이 자르셨는지, 사과에 메론에 배에, 감, 바나나 그리고 귤까지 있다.
“많이 드세요.”
그의 얼굴을 보고 함박웃음을 지으신 아주머님은 종종걸음으로 나가셨다. 은우는 이런 대우가, 이런 정겹고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익숙지 않아 뒷목만 살살 긁었다.
“아, 진짜. 엄마, 너무해…….”
“네가 좀 잘하든가.”
그렇지만 그 분위기가 마냥 낯설지만도, 너무 부럽지만도 않다. 그도 형이 있고 민식이랑 로건이가 있으니까. 은우는 딱딱하게 힘주었던 몸에 힘을 덜어 냈다.
레리는 깔깔대곤 포크로 사과를 푹 찍었다. 사각사각 갉아먹는 게 포메라니안이 아니라 갈색 토끼 같다.
왕!
츄야가 과일이 탐나는 듯 은우의 무릎을 탈출하려 했다. 은우는 그런 츄야의 탈출을 막으며 능숙하게 메론 한 조각을 급여했다. 손에 얹어진 메론 조각을 챱챱 먹는 게 제법 사랑스럽다.
“와, 츄야 되게 잘 다루시네요.”
“대형견보다야…….”
“아…….”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 치는 활발한 대형견 두 마리를 상대하다 보면 소형견쯤이야 그저 귀여울 따름이다.
은우는 츄야에게 과일을 주곤 그의 입에도 하나 넣었다. 사과 한 조각이 통째로 그의 입에 들어갔다.
“켄 님, 귤 먹을 때 통째로 드시죠.”
“굳이 그렇게까진……. 가끔 반 개씩 먹을 땐 있습니다.”
“우와.”
“우와아아.”
별 신기할 것도 없는데 레 남매가 탄성을 질렀다. 스트리머들이라 그런가, 정말이지 리액션 장인이다.
은우는 그 모습들을 보다가 결국 또 한 번 웃었다. 숨소리에 가까운 웃음이 흘러나오고 눈꼬리가 슬그머니 접혔다.
“그렇지. 이제 얼굴도 공개하셨으니까 먹방도 할 수 있겠네요.”
“헉, 그러네.”
“검은양 엄청 좋아하겠는데.”
“안 그래도 미쳐 날뛰었잖아.”
은우는 사과를 입에 하나 더 넣었다. 메론은 사라졌는데 츄야는 계속 그의 손을 핥는다.
“할 수 있겠죠.”
그 속에서 그는 답했다.
“먹방도, 쿡방도 이젠.”
“크, 좋다.”
그리고 과거가 밝혀질 것에 불안해할 필요도 없고,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것들이 생겼으니, 한동안 소재에 시달릴 일도 적어질 거다. 케네스라는 걸출한 보스도 잡아 욕구를 해소했으니 더 이상의 미련은 없다.
미련은 없지만.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헤헤, 뭘요.”
나아갈 길은 있다.
“이번에 나서 주신 것도.”
“별거 아니에요.”
“에이, 켄 님도 참.”
“그리고 지금까지 같이 해 주신 것도.”
“으악! 켄 님, 쑥스럽게!”
“이거, 복수죠? 아까 놀렸다고 복수하는 거죠?”
그는 고개를 가로젓거나 끄덕이는 대신, 말을 돌렸다. 남매가 주는 평온함은 외부자인 그에게마저 편안함을 가져다준다.
“레리 님, 레드바 님.”
“네?”
“넹?”
그래서 더욱 한 발 내딛기가 쉽다.
“합방, 할까요?”
은우는 여상스럽게 도전했다.
“빌리 님도 부르고, 다른 분들도 불러서.”
그가 처음으로 먼저 제안한다는 도전이었다.
“네뷸라라든가, 어몽 시티즌이라든가.”
그의 말에 레드바와 레리가 서로 눈을 한 번 마주치더니 도로 은우를 보았다. 그건 꼭 제가 들은 말이 진짜냐고 묻는 것 같다.
“음, 안 하셔도 됩니다. 곤란하시면.”
은우는 볼을 살짝 긁으며 말했다. 그러자 남매가 몸을 쭈욱 늘리더니 그대로 외쳤다.
“꼭 해요!”
“반드시!”
집 안, 뜨끈뜨끈하게 데워진 공기가 청년의 뺨을 발그레 물들였다.
-完
(외전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