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화
말투로 보아 중앙 거점으로 돌아가면 이안을 바로 만날 수 있는 듯 보였기에, 은우는 스스럼없이 탐색을 종료했다.
아무렴 맥의 지팡이는 회복뿐 아니라 이동을 담당하고 있고, 그들이 있던 자리는 막 새 지역이 시작되려는 초입부였다. 지역을 한창 탐색하던 도중이라면 모를까, 시작도 안 한 상태라면 미루기 좋다.
─지금 님 플레이가 교본ㅋ이 된 거 암?
─지금 1위는 물건너갔고 2위라도 하겠다고 난리치는 중
─켄은 약간 그런 거지 범접할 수 없는 그런거
─다들 켄 거 보고 왔나봄 길 다 잘알임
“아, 그렇습니까?”
은우는 맥의 지팡이를 발동시키며 눈썹을 들썩였다. 하기야, 그의 플레이가 가장 빠르다. 앞선 이들의 노력과 경험을 반추하여 학습하는 건 인간의 지성이었고.
“그럼 그분들은 편하게 카일라니를 살릴 수 있겠습니다. 아니면 처음부터 안 죽게 하거나.”
─ㅋㅋㅋㅋㅋㅋㅋㅋ
─날먹 에반데;;
─아 이걸?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아직 카일라니 안 죽게 하는 법은 안 밝혀지지 않았음?
─살리는 건 둘째치고 죽는 데까지 온 사람도 없음
“글쎄요. 제 예상으론… 안드레스가 수상합니다.”
레벨 업 NPC가 사망하는 이벤트가 반드시 벌어진다면 그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분명 분기점이 있다.
은우가 보기엔 안드레스의 구출이 그 분기점인 것 같았고, 장비나 타이밍이나 거점에서 보이지 않은 것마저 의심스러웠다.
─안드레스?
─하긴 처음부터 수상했어~!
─안드레스밖에 범인이 없긴 함
─아냐 이안일 수도 있음
─이안 의심충 나랑 면담 좀 하자
“뭐, 이제 밝혀지겠죠.”
마침 안개가 흐려지고 시야가 밝아졌다.
《무너진 성채》
▣ 214. 단어의 완성된 형태
“키히히힛! 역시나!”
무너진 성채에서 유일하게 멀쩡히 남아 있는 성탑 내부에서 이안이 웃었다.
“이건 죽은 게 아니야! 가사 상태에 빠진 거지.”
그는 책을 펼쳐 페이지를 마구 넘겼다. 슬쩍 고개를 빼서 책 안쪽을 보면, 이상한 상형문자와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이안이 슬쩍 책을 잡아당겨 안쪽 내용을 볼 수 없도록 했다.
“오, 오. 이유가 궁금한가 보지? 하긴 흔한 수법은 아니야. 순혈주의자 중에도 극렬한 순혈주의자만이 사용하는 악독한 기술이거든.”
그는 꽁꽁 싸맨 손가락을 까닥였다.
“극순혈주의자들은 간단한 죽음도 허락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정확히는, 태양의 은혜를 누리며 죽는 걸 용납하지 못하지. 그래서 그들은 세계수와 연결된 뿌리를 잘라 버리곤 해. 세계수와의 연결이 끊기면 태양의 은혜를 누리지 못하고, 은혜가 사라지면 그대로 말라 죽는 게 우리니까 말이야. 물론 세계수들이 전부 오염된 마당에 이 짓거리를 해서 얻는 게 뭐 있겠냐마는.”
“그러니까, 카일라니는 죽은 게 아니라 죽어 가는 상태인가 봅니다.”
─그게 더 잔인해!
─진짜 어딜가든 극우 집단은;;;
─세상 멸망하고 있는데 저러고 싶나?
─진짜 인간도 아니다...
─특) 원래 인간 아님
사람들이 정체 모를 범인에게 잔인함을 성토하는 동안 이안은 소매를 걷어붙였다.
“뿌리만 연결해 주면 되니까 살릴 순 있어. 걱정 마! 오염됐더라도 세계수들이 살아 있긴 하니까. 까딱해 봤자 오염의 고리가 목에 걸리는 것밖에 더 있겠어? 키히히힛.”
─아니 그거 문제가 큰데
─어...?
─속보) 이안이 매드 사이언티스트 기질을 보여...
─원래부터 있던 것으로 밝혀져....
“주인공이 세계수가 되면 오염이 사라지지 않을까요.”
─걍 오염없는 세대가 새로 태어나는 걸수도?
─이미 걸린 애들까지 나아지려나?
─안 나아질 것 같은데 좀비 백신 만들어졋다고 좀비가 인간 되진 않잖아
─오지는 비유 맞말추
“…그런가?”
은우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건 잘 모르겠다.
“그보다, 음음. 역시 이건 날 습격했던 마법 혐오자 도적 같은걸! 공격 방식이 똑같아!”
“오. 단서를 드디어 잡겠습니다.”
이안은 품을 뒤적거리더니 무언가를 건네주었다. 그것은 새장에 갇혀 있는 카나리아 형태의 조각상이다. 까만색이라 금속인가 했더니, 촉감은 나무에 더 가깝다.
『복수의 추적자 1』
“본래는 내가 쓰려 만든 건데 말이지! 카일라니를 치료하려면 좀 걸릴 것 같아서 말이야. 그동안 네가 그놈을 찾아서 박살 좀 내 주지 않을래? 그게 더 효율적이기도 하고. 키히히힛! 그렇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오오, 그렇게 보지 마. 나도 친하지 않은 카일라니를 위해 이렇게 나서잖아.”
─떠넘기기 에반데
─아 날먹 실패
─카일라니 걍 치료하지 말죠?
“뭐… 이안보단 저희가 카일라니를 더 필요로 하는 건 맞잖습니까.”
그보다, 이건 어떻게 쓰는 건지 모르겠다. 은우는 복수의 추적자를 만지작거리다가 그 설명문을 보았다. ‘복수의 대상이 근처에 있으면 날개를 푸드덕거린다’. 아주 간단한 사용법이었다.
“그보다 제가 궁금한 건, 순혈주의자가 카일라니를 죽인 이유네요.”
은우는 그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몇 번의 질답 끝에 이안은 쓸모 있는 말을 내뱉었다.
“오, 친구. 혹시 몰랐던 거야? 카일라니는 고대종의 피가 흐르는 반인간이잖아. 신전 쪽 용어로는 ‘태양에게 버려진 자’의 피가 흐르는 ‘잡-종’이기도 하고.”
카일라니를 향한 로렌스의 후손설이 부상했다.
* * *
은우는 그을린 해변가를 마저 토벌한 후, 그곳에 연결된 지역이 더 이상 없을 확인하고 다른 지역으로 틀었다. 그가 다음으로 간 곳은 ‘산 제물의 골짜기’와 ‘울부짖는 지하 묘’다.
거기서 복수의 추적자가 날개를 파드득거렸다. 일정 방향을 향할 때마다 푸드덕거림이 강해지는 걸 보면 위치까지 상세히 특정해 주는 모양이다.
“생각해 보니 말입니다.”
─?
─또 뭘 생각함
─이분 머리가 좋아서 두근두근해
─머여?
“주인공도 순혈 아니지 않습니까?”
주인공도 태양에게 버려진 자들 소생이다. 어머니가 그러했는지 아버지가 그러했는지는 모르나, 카일라니가 쏘아붙인 말을 떠올리면 일단 출생 자체는 확실하다.
─ㅇ? 그러네?
─어... 그럼 카일라니는 지도 순혈 아니면서 차별한 거임?
─이 새끼 쓰레기네
─카일라니 인성 논란....
─지금이라도 버리자니까
─레벨업 없이 게임 어떻게 하게
─앗, 아앗.....
“글쎄요.”
자신의 과거나 치부 따위를 숨기기 위해, 또는 자신은 다르다거나 전과 달라졌음을 증명하기 위해 격렬한 반대자가 되는 경우는 심심찮게 있다. 가령 반역자들의 후손이 더 과격하게 애국자 노릇을 하는 것처럼.
카일라니도 비슷한 게 아닌가 싶다.
“그보다… 있네요.”
새장에 금이 갈 정도로 거칠게 날개를 펄럭이던 카나리아는 기어코 자신의 몸마저 무너트렸다. 깨진 조각상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오… 귀공은 제 은인 아니십니까……? 안 그래도 귀공을 찾고 있었습니다…….”
‘울부짖는 지하 묘’는 그 이름에 걸맞게 지하에 마련된 무덤이다. 다량의 이름 없는 무덤은 안 그래도 어두운 지하를 더욱 음산하고 을씨년스럽게 만드니.
“오랜만에 지상의 공기를 쐬고 있는데… 이상한 이야기가 들려오더군요.”
그 속에서 비석을 짚은 채로 서 있는 안드레스는 분위기를 섬뜩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귀공이 ‘버려진 것들’의 피를 잇고 있다고.”
어쩌면 그녀의 으스스한 목소리가 이 장소를 더욱 서늘하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말해 보십시오. 정말입니까?”
허공에 창이 떠올랐다. 그렇다, 그렇지 않다. 은우가 택할 건 당연히 하나다.
“오… 유감입니다. 아주 유감이에요. 전 당신을 정말 좋게 봤었는데… 설마 잡종일 줄이야.”
그를 중심으로 반경 2m 정도만이 밝고, 나머지는 탁한 어둠에 휘감긴 상태에서 안드레스의 눈이 빛났다.
“…더러운 피를 잇고 있다니, 이러면 죽일 수밖에 없잖습니까.”
그녀의 양손에서 빛나는 것은 날이 시퍼렇게 갈린 두 개의 단검이다.
깡!
정식 보스전은 아니기에 웅장한 브금도, 크게 주어지는 체력 바도 없다. 그러나 그녀는 체구가 작은 인간형임을 증명하듯 몸이 잽싸고 날렵했다.
상대의 뜀박질을 보고 대검을 들어 올렸을 뿐인데 검신에 맞부딪친 칼날이 그를 증명한다.
“반지, 돌려받아 가겠어요. 당신 따위가 가지고 있을 물건이 아니니까.”
─마 줬다뺏기 어디잇냐
─그거 어차피 구려서 안 끼고 있는데..
─ㄴㄴ 무게때문에 안 낌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지 받고 꺼지면 안 되나?
은우는 플랑베르주의 검 면에 손을 대고, 검을 그대로 밀었다. 그러자 안드레스까지 뒤로 폴짝 뛰어 물러났다.
그녀는 이후 단검을 뱅글뱅글 돌리며 다시 덤벼들었다. 은우의 검이 안드레스를 떨치고자 풍차처럼 크게 돌았다.
안드레스가 뒤로 크게 점프했다가, 발이 땅에 닿음과 동시에 다시 짓쳐들어왔다. 검날이 지나가는 타이밍에 맞춰서다.
“속도가 빨리 놓치기 쉬우니…….”
은우는 그런 그녀의 오른팔을 다리로 걷어차 왼쪽으로 밀어 버렸다. 어깨가 팔을 따라가 꺾이며 안드레스의 상체가 틀어졌고, 오른팔이 왼팔을 치며 밀어냄으로써 공격 경로는 막혔다.
“대검으로 상대하진 않은 걸 추천드립니다.”
그는 그런 그녀를 향해 대검을 휘둘렀다. 돌진을 감행한 뒤라, 공격이 틀어져도 그래도 품까지 달려들던 안드레스가 대검에 얻어맞고 날아갔다.
그녀의 몸이 고양이처럼 날렵하게 바닥에 착지했다. 적인 와중에도 완벽한 낙법엔 감탄만 나온다.
“카일라니는 정말 운동을 안 한 모양입니다.”
─??
─여기서 카일라니가?
─형 같은헬창한테 비비면 안되지;;
─난 또 순두부 형님 말한줄
─헬린이들 울어욧
“아뇨, 그냥. 맥없이 안드레스에게 당한 걸 생각하니까.”
─저정도면,,,,당할 만 하잔아....
─카일라니 혐오를 멈춰주세요
─나도 맥없이 당할 삘인디
─광역기는 못 참지
혐오한 적 없다. 은우는 그의 빈틈─신체적 한계로 어쩔 수 없는─을 날카롭게 치고 들어오는 안드레스를 보며 가드를 올렸다. 단조로워도 어쩔 수 없다. 단검과 대검이 붙으면 이런 식의 싸움이 됐다.
─무기 바꿔주셈
─앗.
─러시아좌ㅋㅋㅋㅋ
─킹직히 대검vs단검은 재미없지
─대검은 대검 자체로 재미있다.
「‘펭귄은꿱꿱’ 님이 ‘1,000원’ 투척!
무기 바꿔주세용」
“그럴까요.”
─앗.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러무룩
─아 무기는 바꿔달라고ㅋㅋㅋ
여기서 무슨 무기를 들지 잠시 고민했다가, 금방 결정을 내렸다.
챙!
‘눈에 눈, 이에는 이’라고, 단검엔 단검이다. 은우는 마치 낫처럼 굽은 단도를 들었다. 양손에 들린 쌍검이 춤추는 여인의 드레스처럼 허공에 궤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챙채채챙!
검과 검이 부딪치며 날카로운 금속음을 냈다. 짧은 도신 위를 검끼리 마찰하다가 비틀어 떨어지거나, 각자의 손잡이에 단검이 걸린 채 힘겨루기를 하는 등 방식도 가지가지였다.
1편도 충분히 좋았지만, 지금은 연계 동작들이 더욱 부드럽다. 은우는 만족과 즐거움을 느끼며 위에서 내려찍듯 다가오는 안드레스의 팔을 막았다.
퍼벅!
짧은 리치 때문에 가끔가다가 팔과 팔끼리 부딪치는 경우도 생기니.
은우는 그의 오른팔로 안드레스의 오른팔을 아래서 밀쳐 내듯 막고, 동시에 팔을 회전해 안드레스의 팔에 얽듯 꼬았다. 마치 꽈배기처럼.
덕분에 그의 손은 안드레스의 안쪽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은우는 손에 잡혀 있던 칼날로 그녀의 어깻죽지 아래를 가른 후 그대로 당겼다. 회수되던 칼날이 안드레스의 살갗을 한 번 더 갈랐다.
한편, 은우의 왼팔은 배꼽께에서 그의 옆구리를 찌르려는 안드레스의 칼날을 막아 낸다. 부들거리며 겨루는 힘 싸움은 비등비등하다.
“추천 무기는 직검으로 할까요. 리치와 속도를 어느 정도 챙겨야 쉽게 상대할 수 있을 겁니다. 나이프 파이팅을 정식으로 배웠다면 상관없겠지만요.”
─아니 그러니까 저건 안 된다니까
─저거 무조건 켄 본따서 만든 거임
─나이프 파이팅 배웟는데 그래도 안 될듯
─진짜 저걸 어케 비비냐고
“전 이렇게 약하지 않습니다. 왜 계속 약한 놈들한테 저를 대십니까.”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킹존심 on
─이쯤되면 현실관우임;;
─뭐래 켄은 여포임
─누구든 술이 식기 전에 저 모가지를 딸 수 있을듯
안드레스가 잘 만들어진 건 사실이지만, 그는 이 정도로 허접하지 않다. 그라면 대놓고 내려찍기보다 나이프 파이팅과 나이프 스로잉을 이용해 더 다양한 연계 방식으로 싸웠을 거다.
“적어도 이 정도는 해 줘야죠.”
그가 나이프를 뒤로 던진 후 주먹으로 안드레스의 안면을 친 후, 떨어지는 나이프를 받아 그 안면에 재차 던져서 꽂아 버리는 것처럼.
“단검으로 싸우는 방법은 손에만 들고 있는 게 다가 아닙니다.”
─됐고 저런 거 비비지 말라고ㅋㅋ
─야 켄 화났다 ㄹㅇㅋㅋ만 쳐!
─ㄹㅇㅋㅋ
─ㄹㅇㅋㅋㅋㅋㅋㅋ
─ㄹㅇㄷㄷ
─ㄹㅇㅋㅋㅋ
은우는 마치 펜싱을 하듯 단검을 곧게 잡은 채로 빠르게 품을 파고들었다. 안드레스가 훤히 열린 상단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은우의 왼손은 이미 아래서 위로 단검을 올려 치고 있다.
푸욱!
안드레스의 팔 관절을 꿰뚫은 후, 뼈를 중심으로 돌려 깎듯 검을 회전한다. 밀려난 단검이 팔에서 뽑혀 은우의 손바닥과 안드레스의 팔 사이에 끼었지만, 괘념치 않고 그 팔을 완전히 움켜쥔다.
와드득!
은우는 그렇게 안드레스의 팔을 손쉽게 꺾어 버리며─실제였다면 팔을 못 썼을 것이나, 검은기사는 신체 손상이 없으니 놔주면 돌아간다─다른 쪽 공격은 다른 손으로 막아 냈다. 정확히는, 팔과 옆구리 사이에 안드레스의 손이 지나도록 방치한 후, 그녀가 찌르기 전에 팔을 옆구리에 딱 붙였다. 힘이 비등비등할 때 손이 이리 갇혀 버리면 쉽사리 몸에 타격을 주지 못한다.
푸욱!
안드레스의 목에 단검이 꽂혔다. 안드레스의 피가 0에 다다랐다.
“인간형 NPC라서 금방 죽네요.”
─그러게요...
─우리도 인간형 플레이어라서 금방 죽겠지?
─일단 내 컵라면 익기전에 저 모가지가 떨어지긴 햇네
─컵라면 돌앗ㅋㅋㅋㅋㅋㅋ
은우는 안드레스가 비척비척 뒷걸음질 치는 걸 보며 단검을 놀렸다. 정수와 역수 바라는 것을 빠르게 취할 수 있고, 상대의 시선을 흐트러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버릇된 행동이다.
그의 시선은 혹시라도 안드레스가 2페이즈를 시작할 것을 대비해 집요하게 쓰러지는 이를 훑는다.
“어떻, 어떻게?”
“보스도 안 가지고 있는 유언을 쟤가 하네요.”
─니가 왜 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약한 놈은 유언도 못 남김 ㅇㅈ?
─그러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차원의 벽을 하나 두고 쏟아지는 비웃음 속에서 안드레스는 무릎을 꿇었다. 투구를 쓰지 않아 훤히 드러난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영문을 몰라 하고 있다. 이 상황이 마치 납득되지 않는 것처럼.
“더러운 버려진 것들이, 그것들이, 어떻게…….”
그때 은우를─그러니까, 플레이어를 망연히 눈에 담던 안드레스의 눈동자가 커졌다.
“넌, 넌, 설마……. 그럴 리 없어. 그럴 수 없어. 그는, 그는 갇혀 있을 텐데? 분명…….”
그녀는 분명 다음으로 ‘배-’까지 말한 뒤 사망했다. 직후 그 시체가 잿가루로 화하며 사라졌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배?”
─? 머임?
─배? 배 먹고 싶엇나?
─배신자겠지ㅋㅋㅋ
─왜 배신자가 튀나옴
─주인공 ㄹㅇ 배신자 혈통인가...?
─헐 그럼 대박
의문에 휩싸인 건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예상가는 곳이 없지는 않으나, 확실치 않다 보니 의견이 분분하다.
“음. 일단… 마저 진행부터 합시다.”
─ㅇㅇ
─이제 카일라니 살아났겟지?
─쟤 잡아야만 카일라니 살아나는 거면.... 좀 빡센데
─걍 처음부터 죽여야하나?
─감옥에서 꺼내주지 않는게 좋을 듯
결국 그들은 안드레스를 해치운 것으로 만족하며 지하 묘 탐색을 지속했다.
다음 지역 들어가기 전, 잠깐 돌아간 중앙 거점엔 해냈단 얼굴의 이안과 되살아난 카일리니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