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자도 방송할 수 있습니다-207화 (207/233)

207화

여덟 번째 판, 죽은 자들의 방.

[저 이제 님들이랑 게임 안 함다. 특히 세모도 형이랑 안 할 검다.]

[진짜 말을 너무 잘해…….]

[아니, 제가 왜요. 저, 사람 별로 안 죽였어요. 켄 님이 다 죽이셨지.]

[그건… 그렇지.]

[모도 님에게 죽은 사람 손?]

[저요.]

[저여.]

[켄 님에게 죽은 사람 손?]

[나.]

[저두요.]

[나도 켄 행님한테 죽었으니까… 켄 님이 더 잘못했네! 나, 이제 행님이랑 게임 안 해!]

그들은 가장 무서운 살인마가 누군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말고, 울려 퍼지는 기적 소리에 우르르 방을 이동했다.

사망자들을 음 소거 해 놓자니 죽은 자들이 심심하고, 떠들게 두자니 마피아가 밝혀지기 때문에 따로 망자들의 방을 파 뒀던 것이다. 죽으면 따로 파 둔 방으로 대화하다가 게임이 끝나면 다시 올라가는 식이었다.

[켄 님! 저 이제 행님이랑 안 놀 겁니다!]

한편, 죽은 자들의 대화를 듣지 못한 은우는 뜬금없는 선언에 떨떠름해졌다. 레드바가 그랑 안 논다라.

“그러십쇼……?”

[아니, 여기선 잡아 줘야죠!]

[으핳핳핳핳핳핳핳!]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슬리퍼 웃음소리 개찰지다고 진짴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드바 3패

─ㅋㅋㅋㅋㅋ진짜 저둘 캐미 너무 좋아ㅋㅋㅋ

맨날 저래 놓고 놀자고 하는 레드바인지라 대충 대답했을 뿐인데, 다들 빵 터졌다. 은우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렇게 웃겼나?

[저희, 그래서 더 함?]

그때, 슬리퍼가 발언했다. 상당히 늦은 시각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헐, 벌써 열두 시 반이네.]

임무하고 추리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를 뿐, 어몽 시티즌은 한 게임을 끝내는 데 필요한 시간이 꽤 긴 편이었다. 머리가 좋거나 사람들끼리 잘 아는 사이가 아니라면 범인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슬슬 그만할까요, 그럼?]

[아… 진짜 마음에 상처만 남은 어시즌이었다.]

[왜 그래. 기부도 남았잖아.]

[그건 그래용.]

[음. 여기서 그만하긴 좀 아쉬운데.]

[그, 그럼 룰 바꿔서 조금만 더 하죠? 그건 금방 끝날 텐데.]

[헉, 쪼아여! 딱 다섯 판만 더 해여.]

은우와 마찬가지로 20살 막내 라인을 담당하고 있는 세븐브레드가 신나서 동의했다. 그것을 듣고 제동을 건 건 검은양이었다.

[어이, 칠빵이.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자야 하지 않을까? 칠빵이는 슬슬 자러 가야 할 것 같은데에.]

퍽 놀리는 말투였다.

[아, 그러네! 우리 칠빵이는 슬슬 자러 가야겠네!]

[아. 세븐 님, 어렸죠? 그럼 자야지.]

[우리끼리만 좀 더 하고 잘까요?]

[씁, 술 당기는데. 이왕 하는 거 19세 걸고 뒤풀이 삼아 음주 방송 하는 건?]

[헉, 좋다.]

[저도 술 먹을 수 있거든여?]

그것에 25 이상 먹은 인간들이 좋아라 끼어들었다. 동생 놀려 먹을 거리를 찾자마자 득달같이 달려드는 게, 흡사 하이에나 떼를 보는 듯하다. 23살, 24살 라인은 조용히 입 다물고 관전 중이다.

[어허, 애는 얼른얼른 자야지.]

[일찍 자야 키 커.]

[동생, 슬슬 잘까?]

─아 애는 자야지^^

─애들은 가라 이 말이야

─아 개웃곀ㅋㅋㅋ

─다들 20대잖앜ㅋㅋㅋㅋ

참 잘도 놀린다 싶다. 그런데… 그들은 아무래도 한 가지 사실을 망각한 듯하다.

은우는 그들의 말을 가만히 듣다가 슬쩍 끼어들었다.

“저도 갑니까?”

[엥, 켄 님은 왜 가요?]

[엌. 잠깐만.]

“저도 스무 살인데. 일찍 자면 키 더 큽니까?”

[으핳핳핳핳. 아뇨! 켄 님은 그만 크셔야죠홓호흐흫.]

[맞다, 켄 님도 스물이셨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 켄이 제일 막내조라는 거 실화냨????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은우라는 복병을 깜빡한 어른조는 결국 침몰하고 말았다.

▣ 207. 이대로 살기 싫다

자정 넘은 기념 음주 방송은 술이라든가 음료─술을 못 먹는 이들을 위한─가 구비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무산되었다.

대신 그들은 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해, 어몽 시티즌에서 할 수 있는 새로운 룰을 들고 왔다.

일명 ‘경찰과 도둑’. 마피아는 오직 1인만 설정하며 나머지는 그런 마피아를 피해 도망 다니며 임무를 수행하면 된다.

[마피아의 시야는 제일 좁게 설정할 거구요, 모든 캐릭터의 속도가 빨라질 겁니당. 참고로 킬 쿨은 15초. 시민 팀, 특히 의사는 능력 사용하면 안 돼요. 정보상도 경도 룰에선 시민 팀이라 생각하심 되고, 어… 또 뭐 있더라.]

레드바가 경찰과 도둑, 줄여서 경도 룰을 설명해 주었다. 물론 숙지한 룰일지라도 잘, 전부 설명하진 못했다.

[어휴. 나와라, 나와.]

[힝.]

[가장 중요한 거, 시체 봐도 신고하심 안 돼요. 그리고 시작하자마자 긴급회의 열 건데, 거기서 마피아는 본인이 ‘마피아다.’ 하고 밝혀 주면 됩니다. 시민분들은 술래 숙지한 뒤 투표는 스킵해 주시고.]

[아하. 넹.]

[예압.]

[저, 질문이여.]

[네.]

[군인 걸림 어케 해여?]

[아, 군인은… 그냥 개꿀 하면서 하시면 돼요. 대신 신고하시면 안 됩니다.]

다행히 레리가 부연 설명을 완벽히 해냈다.

은우는 룰을 다시 한번 곱씹었다.

“사방에서 비명 소리가 터지겠습니다.”

[어우…….]

[켄 님이 말하니까 좀 무섭다…….]

─비명 소리가 터지(게 만들)겠습니다

─미쳣나봐 진짴ㅋㅋ

─아니 마피아가 왜 경찰인뎈ㅋㅋ

─개꿀잼이겠땈ㅋㅋㅋ

─켄 경찰 걸리면 ㄹㅈㄷㅋㅋ

특별히 의미를 담은 말은 아니었는데, 스트리머들과 시청자들이 겁에 질렸다. 억울한 일이었다.

[그래도 이 룰이면 켄 님 잡겠는데요?]

[전 룰에서도 켄 님은 충분히 잡을 수 있었는데……?]

[켄 님 한 번도 안 죽지 않았어요?]

[어?]

그때, 합방에 참여했던 이들 전부가 신기한 사실을 깨달았다.

[켄 님, 한 판도 안 죽으셨네?]

[아, 아냐, 마피아가 몰아가는 바람에 한 판은 죽으셨어. 대신 켄 님이 속한 판은 전부 이겼던 듯……?]

“음. 생각해 보니 그렇네요.”

─헐.....

─역시 승리의 신?

─갓살좌 클라스ㄷㄷ

─미쳣다 미쳣더

─켄이 켄했을 뿐...

스트리머들뿐 아니라 시청자들까지 소름 끼쳐 했다. 해당 게임의 경우 실력보단 운이 좋았던 것이나, 은우가 워낙 극복, 승리, 우위 이런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그 우연마저 누군가가 일구어 낸 무언가처럼 보이는 탓이다.

[아, 안 되겠다. 술래 되면 무조건 켄 님부터.]

[피지컬로 이리저리 피하시는 거 아니야?]

[에이, 설마.]

은우는 대놓고 그를 노리겠다는 슬리퍼의 말에 목덜미를 쓸었다.

“하실 수 있다면, 그러셔도 됩니다.”

[…나, 갑자기 자신감이 사라졌어.]

[안 돼! 슬리퍼 님, 여기서 무너지면 안 돼요!]

─한 마디로 KO시키는 왕의 위엄....

─ㅋㅋㅋㅋ아 해볼테면 해보라고~

─???: 할 수 있다면 그러시든가

─킹신감on

─마 이게 구울왕의 격이다

“일단 시작부터 하죠. 저도 궁금해서.”

[켄 님, 열받으셨나요?]

[어……? 켄 님, 왠지 진심이 되신 것 같은 기분이……?]

“아뇨, 그냥. 절 죽인다고 말한 사람 중에서 그걸 성공한 사람이 없는 것 같아서 그런 겁니다.”

[…죄송합니다. 봐주세요.]

뭘 봐 달라는 건지 모르겠다. 은우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사이 레드바가 시작 버튼을 눌렀는지 화면이 잠깐 까매졌다.

『당신은 마피아입니다.』

“…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첫판에??

─ㅋㅋㅋㅋㅋ학살좌 간다

─아 학살마렵네

─ㅋㅋㅋㅋ다 죽었다

놀랍게도 마피아는 은우였다. 아무래도 슬리퍼는 이번 판에서 그를 못 죽일 것 같다.

“슬리퍼 님, 아무래도 절 못 죽이시겠습니다.”

[아. 시민 걸리긴 했는데, 어케 아셨어요?]

“제가 마피아라서.”

[으핳핳핳핳핳핳핳핳.]

[네? 켄 님이요?]

졸지에 은우에게 살해당하게 생긴 자들이 현실 부정을 했다. 그러나 은우는 자비 없었다. 긴급회의를 소집한 뒤 친절하게 게임 타이핑으로도 본인이 마피아임을 알려 준 것이다.

“제가 마피아입니다. 잘 도망 다니시길 바랍니다.”

[으아아악! 너무 무서워!]

[이번 판, 막 1분 만에 끝나는 거 아님까?]

[킬 쿨 15초라서 그러진 못하지. 최소 2분 15초…인데 켄 님이면 3분대 끊으실 듯.]

[저는 빡빡이이에여.]

그들이 은우에게 자비를 호소하는 사이 회의가 끝났다. 아무도 선택되지 않았기에 바로 밤이 된 것이다.

[자, 이제… 튀어!]

“도망가세요.”

화면이 밝아지자마자 광장을 중심으로 시민들이 와다다 흩어졌다. 은우가 노린 건 레드바의 빨간 머리였다.

[아, 왜 쫓아와요! 흐아아아악!]

“빨간 머리가 눈에 띄어서.”

─100% 사감이다

─와 이걸 쫓아가네

─PC겜에서도 피지컬핵을;;

─이게 켄이다...

─와중에 레드바ㅋㅋㅋㅋ

─이거 무조건 앙심임ㅋ

“그런 거 아닙니다.”

은우는 시청자들의 의견에 억울함을 표했다. 그는 정말로 레드바가 싫어서 레드바를 찍은 게 아니었다. 백발, 금발은 바닥 색이랑 비슷해서 티가 덜 났고, 파란색이나 보라색은 그의 머리 색(헬멧)과 비슷해서 묻혔을 뿐이다.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안 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

마피아의 시야가 좁은 것을 이용해, 레드바가 방향을 휙휙 꺾었다. 그러나 은우의 동체 시력은 1px만 움직여도 그것을 따라 꺾었다.

손가락이 버튼을 누르기까지의 딜레이는 은우의 신체 능력이 어떻게 커버해 주었다. 시야가 워낙 좁다 보니 그라도 오랫동안 추적하진 못했을 테지만, 다행히 킬 쿨은 15초였다.

“레드바 님.”

[흐아아아악!]

[으핳핳핳핳핳핳! 레드밬 죽었어?]

[방금 소리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소리봨ㅋㅋㅋㅋㅋ

─비명소리 ㄹㅈㄷ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5초 땅 하자마자 레드바가 사망했다. 이제 은우가 해야 할 건 흩어진 나머지 생존자들을 찾아 목을 따는 것이다.

“다음은 누구를… 노릴까요.”

[흐헉, 너무 무서워.]

[빨리 미션해!]

[살인마가 온다!]

“살인마라니. 마피아라고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켄이 간다

─학살좌 잘 피해라

─다들 조심해!

─대피 경보령

은우의 캐릭터가 좁아진 시야를 가지고 마을 도도도 달렸다. 그리다 어느 순간, 시야 끄트머리를 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방금 누가 지나갔습니까?”

[으어억! 살려 주세요!]

“찾았다.”

김대롱은 숨으려고 벽에 붙었던 모양이다. 좋은 판단이었지만 은우가 벽을 훑을 수 있을 정도로 캐릭터를 조작한 게 패착이었다.

“김대롱 님.”

[으악!]

[끼아아아악!]

[흐어어어어어.]

[너무 무서워…….]

“방금 소리 지르신 분은 왜 지르셨을까요.”

[켄 님, 입 다무세요! 무서워요!]

[입 다물랰.]

─쩌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핰ㅋ핰ㅋㅋㅋㅋㅋㅋ

─느엌ㅋㅋㅋㅋㅋ

─방금 까마귀 소리 ㄹㅇ이냨ㅋㅋㅋ?

─비명 찐이닼ㅋㅋㅋㅋㅋㅋㅋ

은우는 캐릭터를 도도도 움직였다. 시야가 좁은 것을 이용해 누군가 구석에 숨어 있다면 발견할 수 없으니. 그는 변덕적으로 구석도 살폈다.

“어, 자낳괴 님.”

[왁, 엑, 궥, 극!]

[으하핳핳하핳하핳!]

[방금 누구 멱 따이는 소리가.]

[혹시 켄 님, 렬루 칼로 찌르고 다니시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다음판도 켄 걸리자ㅋㅋㅋ

누가 죽는 건 죽는 거고, 비명 소리가 재밌는 건 재밌는 거다. 비명과 웃음소리가 번갈아 울려 퍼졌다.

[아니, 켄 님. 왜 이리 잘 찾아요!]

“음. 이걸 말씀드리면 여러분들이 절 너무 잘 피해 다닐 것 같은데.”

[말해 주세여.]

은우는 고민하다가 답을 들려주었다.

“임무 수행 장소를 기점으로 다닙니다. 정하는 기준은 제 감.”

[그걸 어떻게 피해요!]

[감을 피할 수는 있어……?]

그게 정말 도움 되는 답이라곤 말 안 했다.

“검은─”

[똻!]

“─양 님.”

[내 앞에서 사람이 죽었어!]

[방금 소리 뭐야!]

그 와중에도 커브를 꺾다 그를 맞닥뜨리고 그대로 지나치려던 검은양이 사망했다. 검은양은 아마 마주친 게 그인지도 몰랐을 것이다.

“이제… 다섯 남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가지 딱 대^^

─진짜 소리 봨ㅋㅋㅋㅋㅋ

─똻

─검은양ㅋㅋㅋㅋㅋ

─찐텐 비명ㅋㅋㅋㅋㅋㅋㅋ

* * *

[후, 드디어 마피아!]

[와아아아.]

레드바가 마피아에 걸렸다. 은우는 의례적으로 박수를 쳐 주곤 캐릭터를 조작할 준비를 했다.

[무조건 켄 님! 져도 켄 님!]

“네.”

[으핳핳핳핳핳핳!]

─담담해서 더 약올라ㅋㅋㅋ

─아 죽여보라고~

─진짜 켄 레드바한테 죽으면 ㄹㅈㄷ

─설마 애벌레가 해내겠음?

─아직 모른다

은우는 그도 모르는 새에 ‘도발 장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사이 게임은 시작되어 시민들의 도망이 시작된 상태다.

“짧은 미션부터 해치우죠.”

처음부터 긴 미션을 하려 하면 걸리기 쉽다. 초반엔 사람이 많다 보니 대체로 대충대충 뒤지는 경향이 큰데, 그러면 동선이 좀 더 짧아지기 때문이다.

뒤편엔 생존자가 적어 자세히 뒤지다 보니 동선이 길어지는 편이고.

은우는 그런 논리적인 판단하에 움직였다. 레드바가 그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은우는 마피아보다 좀 더 넓은 시야를 이용해 그를 요리조리 잘 피해 다녔다.

[엄머야!]

[흐악!]

[왁!]

[흐어…….]

[엑, 궥, 그엑.]

[흐악! 흐악!! 흐아악!]

그사이 은우를 대신해 여섯의 생존자가 죽어 나갔다. 레드바를 피해 착착 임무를 처리한 은우는 그가 맡은 바 처리를 다 끝내, 레드바만 피해 다니는 중이다.

[이거 어디서 하는 거예여어어어어.]

[아니, 칠빵이 울어?]

[어디서 하는지 몰라여어어어! 무서워 죽겠는데에에에!]

“울지 마세요. 죽어서도 임무는 할 수 있습니다.”

[아니, 그 발언 좀.]

[악덕 업주냐고홓.]

“…제가 버틸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악덕업주 켄

─왕이란 자고로 아랫사람 엄청 부려먹는 거지

─다들 왜 우는뎈ㅋㅋ

─칠빵님 울엌ㅋㅋㅋㅋㅋㅋㅋ

왜 다들 저런 쪽으로 몰아가는지 모르겠다. 은우는 구석에 끼어 섰다.

[케에에엔 니이이이임?]

레드바가 그런 그를 휙 지나쳐 갔다.

[와, 저걸 못 보네.]

[레드바 미쳤나 봐.]

─ㅋㅋㅋㅋㅋㅋㅋㅅㅂ 레드밬ㅋㅋㅋ

─목소리 돌앗ㅋㅋㅋㅋㅋ

─대가리 180도 돌아버리는 거 아님?

─케에에에 니이이이임??

─ㅋㅋㅋㅋㅋㅋㅋ미친 애벌렠ㅋㅋ

─쟤 술먹은 거 아니얔ㅋ?

은우는 레드바가 돌아오기 전에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가 새로운 은신처를 찾았다. 대체로 구석이란 느낌이 안 들되, 시야 폭 때문에 놓치기 일쑤인 장소였다.

[세븐 니이이임?]

[흐아아아악!]

[아니, 레드바 진짜 돌았나 봐.]

[이 룰은 마피아만 되면 사람이 달라져.]

그사이 길을 못 찾고 헤매던 세븐브래드가 살해당했다. 이제 남은 생존자는 은우 그 자신과 레리, 김대롱이다.

[누우우우나아아아아!]

[@$*@&!&$& 이 씨…앗 같은!]

[씨앗이랰.]

임무 하다 말고 죽었는지 레리가 비명을 터트렸다. 그래도 임무 게이지는 착실히 차올라 달성 완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와. 근데 켄 님, 겜잘스인 건 알았는데 PC 겜에서도 그게 통용되네.]

[반사 신경이 좋으면 다 된다 이거지…….]

“글쎄요……. 그냥 피하기 쉽지 않습니까?”

시야 가장자리에 무언가 닿으면 반사적으로 숨거나 도망가면 된다. 그것이 어려울 리 없다.

─보통은 거기서 인식을 못해요…

─인식은 해도 반사신경이 안 따라가지...

─그걸 보고 어케 피하란 거임ㅠㅠ

시청자들이 허탈하게 반박했다.

“그렇습니까…….”

그때 기적 소리가 울려 퍼졌다. 누군가에겐 패배를, 누군가에겐 승리를 알려 주는 기적 소리다.

[흐아아악! 왜 대롱 님 군인이에요!]

[흐힣.]

[이겼다!]

아무래도 김대롱이 군인인 점을 이용해, 대놓고 오래 걸리는 미션을 한 모양이다. 역시 머리가 좋다.

“이번 판도 이겼네요.”

[와, 진짜 켄 님은 전설이다…….]

[가슴이 웅장해진다…….]

어쨌거나 김대롱과 은우가 살아남으로써 승리는 시민 팀에게 돌아갔다. 은우에게 새로운 승리가 적립되는 순간이었다.

* * *

경찰과 도둑 룰 어몽 시티즌은 6판 더 한 끝에 종료를 알렸다. 시간은 벌써 1시가 가까워진 상태다.

[켄 님! 다음에도 10인 합방 하면 같이 하시죠!]

[맞아요!]

[와, 오늘 너무 즐거웠어요! 다음에도 또 해요!]

믿음 관계는 산산조각 났으나, 경찰과 도둑 룰로 하여금 거리감은 줄어들었다. 그들은 시간이 너무 늦었음에 아쉬워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그것에 은우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껏 아는 사람들하고만 했던 합방이야 재밌는 편이었지만, 이번처럼 모르는 이들이 잔뜩 있을 때도 즐거울 줄은 몰랐던 탓이다.

“…그럴까요?”

은우는 매끄러운 헬멧 위를 더듬었다. 그런 그의 행위를 모를 이들은 마무리 단계임에도 시끌벅적하게 그의 말을 반긴다. 별로,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합방했던 스트리머들이 하나둘 통화를 끊고 떠나기 시작했다.

은우마저 그 통화에서 나왔을 때, 남은 건 오직 그와 그의 시청자들뿐이다.

“시청자 여러분도 오늘 재밌었습니까?”

─1부때 하던 농사겜보단 훨 나음

─진짜 합방 너무 재밌어ㅋㅋㅋ

─켄 합방하면 너무 웃김

─합방 넘 좋아유

─다음에 또 해주세요!!

그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가만히, 잠깐 가만히 있었다.

“…저도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생각했다.

“다음 합방 땐 레드바 님이랑 팀 안 걸렸으면 좋겠네요.”

지금까지 자신 없어서 한정적으로 했던 교류, 좀 더 넓혀 봐도 될 것 같다.

“모두 좋은 밤 되세요.”

─쫀밤~!

─켄바

─구바~

─좋은밤 되세요!

─ㅂㅂ

오늘 방송, 그가 생각해도 꽤 잘했던 것 같으니까.

* * *

그 시각, 어느 어두운 방에선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눴다.

“진짜 확신할 수 있어? 진짜로?”

“진짜라니까. 그 새끼 맞다고.”

“못 믿겠는데…….”

“야, 야. 그럼 네가 더 알아보든가.”

배짱 좋게 나오는 이의 말에 내내 소극적이던 이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그리곤 소심하게 그의 심정을 토로했다.

“아니… 솔직히, 잘못되면 진짜 개쪽 되잖아…….”

장성한 몸과 달리 얼굴은 다소 앳된 이의 눈이 계속 굴러갔다. 일반인과 비교해도 후덕한 편인 체형이나, 요리조리 굴러가는 눈은 꼭 겁먹은 소동물의 것과 같다.

“시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몰라? 이것만 제대로 터지면 돼. 그럼 모든 게 잘될 거라고.”

그에 상대가 요란을 떨었다. 강한 확신이자 본인이 가진 일말의 불안감을 덮기 위한 소란이었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그럼 뭐, 어쩔 건데? 너, 이대로 살 거야?”

상대는 이를 악물었다.

“난 이대로 살기 싫다. 그 새끼 때문에 잃은 게 얼만데, 내가 이러고 살아야 하냐? 난 내가 잃은 거 돌려받아야겠다.”

그들이 있는 방 한편에는 그늘에 빛바래고 만 금메달이 하나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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