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화
“바로 처형 가시죠.”
[아, 나 진짜 아니라고!]
[아냐. 켄 님은 아닌 것 같아.]
[켄 님 진짜 너무 똑똑해서 마피아 하면 1순위로 죽여야 할 것 같아여.]
[켄 님 퍼블 나면 범인 세븐 님.]
[찬반 투표 하셔야 합니다!]
결정된 1인이 최후의 반론을 할 수 있는 건 10초. 그리고 5초 동안 찬반 투표 시간이 주어진다.
은우는 당연히 찬성을 골랐다.
[나 아니라고!]
마지막까지 자신의 정체를 부정했던 검은양이 처형되었다.
『‘검은양’은 마피아였습니다.』
[아, 이걸 못 데려가네.]
[맞네!]
[마피아 맞았네.]
[와. 진짜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한 거 봐.]
“제 말이 맞았죠.”
[누님 진짜 넘했어여.]
[언니, 이제 못 믿슴다.]
[자자자. 진정, 진정! 처형된 검은양 님은 혈시들의 방으로 가세요.]
[옼케.]
[자, 다들 이제 마이크 끄시고! 밤이 옵니다!]
두 번째 밤이 찾아왔다.
▣ 205. 진짜 아니야
그리고 밝은 세 번째 날. 병원에 들러 대자보를 받아 온 은우는 광장으로 돌아와 게시판에서 연속 미션을 진행했다.
띠룽!
미션을 완료할 때마다 들려오는 알림음이 그의 미션 하나가 끝났음을 알려 주었다.
“이게 마지막이었죠?”
─ㅇㅇ
─임무 끄읕!
─아마?
─모름
은우는 ¾쯤 차오른 미션 게이지를 확인하고, 그의 미션 창을 열어 깨지 않은 미션이 있는지 또한 확인했다.
“저는 일단 끝났습니다.”
─다른 사람 미션 끝나는 것만 기다리면 된다!
─이제 버티기만 하면 됨
─다른 사람이랑 뭉쳐다니죠
이제 다른 이들이 미션 하기를 기다리면 된다. 물론 그사이 살해당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으므로 돌아다니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은우의 캐릭터가 광장 오른쪽 길로 빠졌다. 아래로 꺾으면 옷 가게나 미용실로 갈 수 있는 길이 나오고, 직진하면 서점이 나온다. 은우가 노린 건 서점 쪽이었다.
“슬리퍼 님이시네요.”
서점 쪽으로 직진하면 상당히 긴 길이 일직선으로 나온다. 은우는 그 중간에서 슬리퍼의 캐릭터와 딱 맞닥뜨렸다. 물론 은우는 별생각 없이 그를 지나치려 했다.
빠아암!
처음 듣는 효과음과 함께 화면에 무언가가 갑자기 떠올랐다.
슬리퍼의 캐릭터가 그를 죽이려다가 군인 직업 때문에 실패하는 짤막 애니메이션이었다. 아무리 봐도 슬리퍼가 마피아라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진짜 범인 밝히게 됐네요.”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잘못 건드렸다 이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
─슬바
마피아를 밝혀낼 방도가 있다곤 말했으나, 그게 진짜 실현될 줄은 몰랐다.
은우는 슬리퍼가 새치기하기 전에 빠르게 광장으로 달렸다. 분수대 앞 게시판에는 친절하게도 확성기가 달려 있다.
긴급회의가 소집되었다.
[어… 켄 님이 소집하셨네요?]
[으흨흐흐흫흐.]
[아니, 슬리퍼 님 왜 웃어욬.]
슬리퍼의 찰진 웃음소리는 다만 들린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파시켰다. 은우는 그것을 보며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조곤조곤 발언했다.
“슬리퍼 님이 절 죽이시려다 실패하셨습니다.”
[에, 어떻게요?]
[아, 설마?]
[아니흐흫흐, 거기서헣헣허흐흫, 켄 님이 군인일 줄흐흫흐흐 어떻게 알았겠냐고홓.]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슬리퍼 웃음소리 개찰졐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피아들 죄다 켄한테 걸려서 작살나는 거 실화냐고ㅋㅋㅋㅋ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슬리퍼의 한 마디로 사람들은 단번에 상황을 파악했다. 투표가 띠롱 띠롱 올라갔다.
[아, 이래서 켄 님이 아까 밝혀낼 방도가 있다 하신 거였네여.]
[우오, 대단함다.]
[난 그냥 머리 굴려서 추론하실 거라 생각해지히힠.]
슬리퍼는 본인의 불행을 두고 엄청나게 웃었다. 검은양을 보내 버린 켄에게 누명을 씌울 순 없을 테니, 그냥 웃어넘기자는 게 분명하다.
[자, 빨리 투표합시다.]
[웃다가 넘기면 안 돼요.]
살아남은 시민들은 빠르게 슬리퍼의 처형을 찬성했다.
『‘슬리퍼’는 마피아였습니다.』
슬리퍼의 캐릭터가 빠르게 처형당하고, 화면이 순간 검어지더니 시민팀의 승리를 알렸다.
[와, 이게 벌써 끝나네여.]
[하, 켄 님… 그저 빛.]
[후… 드디어 침묵 풀렸다.]
[와. 켄 님, 마피아 걸리면 다 쓱싹하고 다니시는 거 아니야? 똑똑해서 변명도 잘하실 것 같은데.]
[흐어어어어. 저 진짜 억울해서. 아니, 정보상을 죽이면 어떡해! 나, 켄 님 군인인 거 알았는데!]
[레드바, 정보상이었냐고.]
─쓸모없는 정보상
─살아있엇어도 별 도움 안 됐을 듯
─시민인데도 마피아만 골라 작살낸 거 실화냐...
─마피아가 죽인 수=켄이 죽인 마피아 수
다들 은우의 빛나는 활약으로 인해 빨리빨리 끝난 판을 보며 웃음을 금치 못했다. 퍼스트 킬(First Kill), 약칭 ‘퍼킬’을 당했던 세모도나 뒤이어 사망했던 망자들이 드디어 말할 수 있다며 운 건 당연한 일이다.
[아, 진짜. 검은양 님, 저 죽이고 시치미 뚝 떼시는 거 소름.]
[레드바 님은 누가 죽였어요?]
[그거 제가 죽였어욬. 아까 켄 님이 그, 카페에서 나 봤다 그랬잖아? 나 그때흐흫, 레드바 죽이고 나오는 길이었어요으흐흐흐.]
[와.]
[아, 진짜 켄 님이 마피안 줄 알고 가장 먼저 조사했더니 슬리퍼 형님이 나르을!]
이 정도면 레드바가 억울해할 만도 하다. 애초에 이렇게 뭣 모르고 정보상이 죽을 수 있도록 유도한 게임이긴 하지만.
우연과 웃음이 넘쳐난 첫판이 그렇게 끝났다.
* * *
『당신은 마피아입니다.』
─오 마피아
─학살좌가,,,,드디어 마피아를?
─바퀴벌레도 씹어드시는 구울왕 나가신다아
─시민들 질 듯;;
모두가 슬슬 룰에 익숙해졌을 다섯 판째. 은우는 처음으로 마피아 직군에 걸렸다. 정보상에도 안 걸려 본 터라 마피아 판 자체가 처음인 셈이었다.
“같은 팀원으론 세모도 님이 계시네요.”
마피아는 캐릭터 머리 위 이름이 붉어진다. 시민 시점에는 똑같이 하얗게 보이나, 마피아가 보면 붉은색이었다. 때문에 밤 대화가 없어도 시작부터 서로를 구분할 수 있었다.
그 외의 차이점이라면 마피아의 시야가 시민보다 넓다는 점이 있겠다.
“정보상도 접촉하면 붉은색이 됩니까?”
─네
─붉은 색 됨니다
─접촉하고 나서 붉은색 그 전까진 흰색
─정보상 죽이는 거 아님?
“음, 일단 미션 하는 척을 해야겠습니다.”
마피아에겐 미션이 없지만, 시민인 척하려면 미션 하는 시늉을 해야 한다.
“카페 미션이 2.5초였죠.”
은우는 카페에 들어가 미션 장소 앞에 서서 2.5초를 기다렸다. 그러면서 그의 머리는 죽여야 할 우선순위를 차곡차곡 쌓는다.
“일단 의사부터 찾아야겠습니다.”
─???
─이분은 대체 미션에 걸리는 시간을 어케 외우는 거임
─ㅋㅋㅋㅋ그걸 대체 왜 외워ㅋㅋ
─의사 찾는 건 킹정이지
부활시킬 확률이 낮다는 건 알지만, 가능성 자체만으로도 거슬리는 게 의사다. 더구나 의사는 마피아처럼 미션이 없어서 구분하기가 퍽 쉬운 편이었다. 재수 없으면 정보상일 수도 있지만.
슬슬 사람들도 의사란 직업을 밝히거나 티 내면 안 된다는 걸 깨달은 상태지만, 은우의 눈썰미는 그 시늉 정도야 얼마든지 파악할 수준이다.
“의사가 어디 있을까요.”
은우는 총총걸음으로 카페를 나서 미용실로 갔다. 그가 효율적인 동선을 즐긴다는 걸 사람들도 알고 있을 것이므로, 허투루 움직이면 안 된다.
그때, 레드바의 캐릭터가 총총 다가왔다. 시민 위장을 위해 레드바를 경계하는 척 미용실 구석으로 도망가니, 레드바가 호다닥 따라왔다가 그대로 떠나갔다.
─ㅋㅋㅋㅋ
─레드바 머임ㅋㅋㅋ
─대체 왜 왔다간 거야ㅋㅋㅋ
─건달인가?ㅋㅋ
“아무래도 레드바 님, 건달인가 봅니다.”
건달은 패고자 하는 사람에게 가까이 접근한 후, 클릭을 통해 선택을 해야만 투표를 못 하게 협박할 수 있다.
물론 그건 상대에게 뜨지 않는다. 회의가 되고 나서야 ‘아, 내가 협박을 받았구나.’ 하고 알 수 있을 뿐. 반대로 생각하면 그렇게 협박을 받았을 때, 접촉했던 캐릭터들을 되짚어 보면 건달을 유추할 수 있단 이야기다.
“의사 죽이고 레드바 님 죽이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레드바ㅋㅋㅋㅋ혹시 사감 담은 선택 아님?
─이것은....킹리적 갓심
─레드바에게 보복 가나요
“안 담았습니다.”
아마도.
은우는 못다 한 임무를 하는 척 미용실에서 미적거리다가, 곧바로 나갔다. 곧 검은양 캐릭터와 세모도가 같이 들어왔다.
철퍽.
세모도의 칼질에 검은양 캐릭터가 바로 사망했다. 단순히 각이 잘 나와서 죽인 건지, 첫판의 앙금이 좀 남아 있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검은양 님이 의사였다면 좋을 텐데요.”
은우는 세모도와 함께 공원으로 후다닥 대피해 시청을 거쳐 헤어졌다. 은우는 광장, 세모도는 체육관 쪽이었다.
“킬 쿨타임 14초 남았습니다.”
은우는 광장에서 서점으로 이동했다. 하면 막 나오던 레리와 마주칠 수 있다.
“군인이 어디 껴 있을 줄 모르니 시민은 건드리기 까다롭네요.”
─ㅇㅈ....
─군인 걸리면 꿀잼일 텐데
─3연속 군인 잡아서 죽은 적도 있음ㅋㅋㅋ
─심장 쫄깃해진다니까 진짜
그는 레리를 경계하는 것처럼 레리와 삥 떨어져서 서로를 지나쳤다. 레리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죄송한데 좀 떨어져 걸어주실래요?
─ㅋㅋㅋㅋ거리 두고 걷기 미쳣나봐ㅋㅋ
─다들 의심킹 됨ㅋㅋㅋ
─근데 마피아가 켄이죠?
─성하,,,운이 좋으시군요,,,,
“서점 갔다가 식당 가겠습니다.”
은우는 서점에서 4초를 보낸 후, 식당으로 쪼르르 내려갔다. 마침 식당에선 김대롱이 나오고 있던 참이다.
“이분은 보내 드리죠.”
식당 안에 누가 있을지 모른다. 은우는 김대롱을 보낸 후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엔 자낳괴조심이 있었다.
미션 하는 건가? 은우는 캐릭터를 주춤주춤 움직였다. 자낳괴조심도 주춤주춤했다. 그러곤 곧 긴장을 푼 듯 미션을 했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식당 미션은 3초 어림인데, 이분 4초 넘게 그곳에 서 계시네요.”
─?
─아니 그걸 왜 외우냐고ㅋㅋㅋ
─마피아들 왜이리 잘 찾으시나 했더니;;
─이분은 추리의 근거가 차원이 다른데
“의사이신가? 아니면 정보상?”
은우는 잠시 바깥에 몸을 빼고 사람이 오는지 확인한 후, 다시 들어갔다. 마침 쿨타임도 돌아왔다.
은우는 자낳괴조심 곁에 섰다. 이리 수상하게 움직였으니, 정보상이면 조사할 가능성이 높고 의사이면 도망칠 확률이 높다.
“의사인 모양입니다.”
자낳괴조심은 후자였다.
탕!
정보상일 가능성이 있다 해서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도 어리석다. 총을 쏘는 살해 모션과 함께 자낳괴조심이 살해당했다.
은우는 서둘러 식당을 빠져나와 서점으로 들어갔다. 그동안 마주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빠밤!
시체 발각 신고가 들어왔다. 미용실에 방치해 뒀던 검은양 시신이 발각된 모양이다.
물론 그녀는 죽은 지 한참이고 시작한 지 얼마 안 된지라 심증도 없다.
“이거, 조금 불안한데요.”
─ㅇ?
─대롱님이 의심할 듯
─진짜 이번 합방 머리 좋은 사람 왤케 많아
─그래서 더 재밌는 듯ㅋㅋ
─아 이렇게 가나요?
문제는 방금 사망한 자낳괴조심이다. 그가 아까 자낳괴조심이 있던 식당으로 들어가는 걸 김대롱이 보지 않았던가.
그가 의문을 제기하면 은우는 단숨에 용의선상이다. 하물며 앞선 판을 거쳐 확인한 김대롱은 머리가 꽤 좋은 편이었다.
[자, 한 명씩 보고해 주세요.]
그사이 레드바가 노래 부르듯 낭랑하게 말했다. 물론 본인은 아직 살아 있으므로 본인의 행적을 보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저는 병원에 세븐브레드 님이랑 슬리퍼 님이랑 같이 있었어요.]
세모도는 다행히 알리바이가 완벽했다. 그는 제가 범인이 아니라는 듯 순진무구한 태도로 거짓말을 했다.
[세븐브레드 님?]
[예, 저도 병원에 있었어여. 세모도 님이 시청에서 병원으로 이동하시는 동안 같이 따라다녔어여.]
[그럼 김대롱 님?]
이제 고비가 왔다. 은우는 뭐라 반박할지 머릿속에서 미리 구상해 두었다. 김대롱이 특유의 미성으로 말문을 텄다.
[저는 우측에서만 놀아서 검은양 님은 한 번도 못 뵀어요. 대신 아까 식당에서 자낳괴조심 님이랑 같이 있었는데요, 제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멀쩡히 살아 계셨어요.]
─아 걸리나?
─켄 바
─다 죽이는 거 보고 싶었는데ㅠ
─아냐 켄님 말빨이면 어케 넘어갈듯
─젭알젭알
이제 그의 이야기가 나올까? 은우는 차분히 김대롱의 말을 기다렸다.
[식당에서 나와 옷 가게 쪽으로 가서 광장 쪽으로 합류했어요. 아까 레리 님이 마주쳤다 한 거, 아마 저일 거예요.]
…왜 말을 안 하지? 분명 마주친 걸 기억할 텐데?
─머임? 운?
─??
─못 보셨나?
아니, 운일 리가 없다. 김대롱은 이 합방에서 은우, 세모도와 수위를 다툴 만큼 관찰력과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었다.
김대롱이 적발한 마피아만 해도 셋에, 머리가 좋아서 퍼킬 당한 것이 두 번이었다. 연속 퍼킬은 자제해 달라는 규칙이 새로 생긴 것도 김대롱 때문이었다.
그러니 김대롱이 그에 대해 말하지 않은 건 아마…….
[5월마녀 님?]
[전 시청에서 공원으로 이동해서 미션 하고 있었어요. 아무도 못 마주쳤는데…….]
[마지막, 켄 님!]
[전 서점에서 미션 마무리한 후 체육관 쪽으로 올라갔습니다. 아, 참고로 저, 건달에게 협박받았는지 투표가 안 됩니다.]
뒤 순서는 사람들에게 거짓이 발각되지 않을 만한 알리바이 경로를 짜기 쉽도록 해 준다. 앞서 사람들이 자신들의 위치를 밝히니, 그것만 피해서 짜도 반은 가기 때문이다.
[자, 그럼 범인이 누굴까요?]
역시나 그의 경로 설정에 아무도 이상을 표하지 않았다. 김대롱 역시 그가 본인과 마주쳤음에도 언급하지 않는 걸 문제 제기 하지 않았다.
─오잉?
─대롱 님 설마?
─기억 못한 거 아님?
─대롱님이면 기억하실 텐데
─못 보신걸지두
시청자들이 영문을 몰라 하는 동안, 은우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여기서 음 소거 하거나 목소리로 설명해 주면 사람들의 의심할 것이므로, 그가 시청자들에게 정보를 알리는 방법은 다른 방식을 채택했다.
그는 수첩을 펼쳐 김대롱에게 정보상 직업 마크를 찍었다. 사람들이 ‘!!’만 무수히 띄웠다.
그사이 토론은 계속 진행되었다. 여기서 발언을 아예 하지 않으면 그건 그것대로 의심받을 것이므로, 은우는 앞선 판들을 고려해 적당히 의구심을 표했다.
물론 심증만 얕게 들 뿐, 마땅한 증거나 결정적인 무언가가 없었으므로 토론은 유야무야 흐려졌다.
그들은 미용실에서 시체를 발견한 레드바와 이동 경로가 제법 수상한 레리를 염두에 둔 채 첫 번째 회의를 종료했다.
밤이 찾아왔다.
『켄: 레드바 님, 건달 추측합니다. 사망한 자낳괴님은 의사 같고, 김대롱 님은 정보상 같습니다.』
『선량한 세모도: 그렇군요. 그러면 김대롱 님을 피해서 죽여야겠네요. 일단 레드바 님 먼저 죽이죠.』
밤 대화는 목소리로 할 수 없다. 마이크를 껐으니 서로에게 들리지 않는 탓이다. 그렇다고 마피아 방을 따로 팔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은우와 세모도는 타자를 통해 빠르게 의견을 교환했다. 둘 다 타자가 빨라서 다행이었다.
─와,,,,대롱님 ㄹㅇ 마피아면,,,,가슴이 웅장해진다
─머리 좋은 세 명이 뭉친 거 실화냐?
─마피아 드림팀,,,,
─이제 대롱님이 의사고 자낳괴님이 정보상이면 ㄹㅈㄷ
“아, 그러네요.”
레리나 검은양도 머리가 좋은 편이었지만 은우, 세모도, 김대롱은 차분하고 담담한 성정들이라 그런지 무언가를 분석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그런 최상위권 셋이 모였으니 마피아 팀 일이 술술 풀리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리고 대망의 낮이 밝았다.
은우는 마치 체육관 미션을 끝내지 못했다는 것처럼 체육관 쪽으로 이동했다. 물론 그러면서 그의 눈은 레드바의 이동 방향을 쫓았다.
“미용실 연계 미션으로 보통 옷 가게가 나왔죠?”
─ㅖ
─이동경로까지 꿰고 있는 거 무냐고~~!
─쓰앵님....당신은 진정 구울왕이십니까?
─켄님이 마파아 되니까 진짜 무섭다
─시민일 땐 든든한 아군이지만 적군일땐?
─레바~
패션 잡지 건으로 둘이 연계하는 경우가 많았다. 은우는 슬금슬금 체육관 가던 길을 틀어 서점과 식당을 거쳐 옷 가게로 들어갔다. 그런 그를 쫄쫄 따라온 건 우습게도 김대롱이었다.
김대롱이 그의 옆에 서서 깔짝거리는 듯하더니, 금세 그의 이름이 붉게 물들었다. 접촉에 성공한 것이다.
─ㄹㅇ이엇네;;
─와 진짜 시민팀 끝까지 모르고 죽는 거 아님?
─시민들 어서 힘내!
─여기 살인마들이 있어요!!
김대롱은 이것으로 끝났다는 듯 캐릭터를 한 바퀴 빙글 돌리더니 그대로 나가 버렸다. 곧 들어온 건 그가 기다리던 레드바였다.
레드바가 주춤주춤 안으로 걸음을 옮기고, 시야각에 보이는 김대롱이 또 한 번 회전을 했다.
“아무리 봐도 지금 죽이라는 의미 같죠?”
─ㅋㅋㅋㅋㅋㅋㅋㅋ
─대롱: 망 봐주기
─쿵짝 맞는 거 봐라ㅋㅋㅋ
─대롱님 센스ㅋㅋㅋ
은우는 바로 레드바의 목을 땄다. 만약 레드바가 그들을 협박하지 않았다면 이걸로 투표권은 3:4다. 레드바가 만일 시민을 협박했다면 3:3이고.
“기분이 좋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복수 성공
─(씨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싹둑
거듭 말하지만, 사심은 없다.
“빨리 도망갑시다.”
그는 서둘러 김대롱과 자리를 떴다. 그들은 각각 아이스크림 판매대가 있는 길목과 옷 가게 바로 옆쪽 길목을 거쳐 광장으로 도달한 뒤 바로 미션 하는 시늉을 했다.
곧 레리가 그들을 지나쳐 갔다.
“건달도 잡았고 의사도 잡았으니, 이제 군인이 누군지만 알면 되겠습니다.”
김대롱이 시민을 알고 있다 해도 좋다. 시민으로 확정되었다면 더욱 거리낌 없이 죽일 수 있으니까.
빠밤!
그때, 시체 발각 사인이 나타났다.
─?
─이런
─벌써 발견?
─ㄲㅂ
─걸릴 각인듯
─망
쿨타임이 아직 안 찼으니 세모도가 누굴 죽이는 건 불가능하고, 역시 그들이 죽인 레드바가 발각된 모양이다.
[허어. 네, 제 시체가 발견됐네요? 자 차례로 보고 부탁드립니다.]
[레드바 시체는 옷 가게에서 발견했어요. 저는 광장에서 누구였지? 켄 님이랑 또 한 분 보고 아이스크림 쪽 길을 통해서 옷 가게로 간 건데… 거기에 죽어 있더라고요.]
[네에, 슬리퍼 님?]
[아니, 대체 언제 죽은 거야. 저, 공원에 세모도 님이랑 있어요. 세모도 님이 슬금슬금 다가오시길래 무서워서… 공원 좀 뺑글뺑글 돌았죠.]
[아, 제가 무서우셨어요? 전 슬리퍼 님은 왠지 마피아가 아닐 것 같아서 따라다니려 한 건데.]
[아, 따라오지 마세요. 우리 안 친하잖아요.]
─레드바 목소리 기죽은 거 봐라ㅋㅋㅋ
─애벌레 방금전까지 비명 지르고 있었음ㅋㅋㅋㅋ
─진짜 입 근질근질하겠다
─지금 죽은 자들 시민팀 지겠다고 우울해하는 중
─라인업 자체가 이기는 게 에바긴 하지
─아냐 지금 좀 망각임
─ㅇㅇ 사자들도 기대하는 것 같다
세모도와 슬리퍼의 만담이 짤막하게 지나가고, 세븐브레드가 자긴 시청에서 병원으로 이동 중이었노라 고했다. 다음은 김대롱이었다.
[전 켄 님이랑 광장에 있었어요. 레리님이 광장 아래쪽 길로 내려가시는 걸 봤고요.]
그는 평소와 달리 말을 좀 아꼈다. 아마 5월마녀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그런 것일 테다.
[저는 체육관에서 서점을 거쳐 식당으로 가고 있었어요. 근데 식당으로 내려갈 즈음에 갑자기 소집돼서…….]
은우는 거기서 조금 고민했다. 조금 질러 두는 게 나을까.
[전 서점에서 광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시야 아슬아슬하게 걸쳐서 5월마녀님이 서점 쪽으로 꺾는 걸 본 것 같습니다.]
대국민, 아니 대시민 거짓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