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화
[와, 캐릭터 완전 귀여워.]
[이거, 옷장 누르면 커스텀할 수 있어요.]
[어, 이거 머리 색은 어떻게 바꿔요?]
[머리 색은 선점일 걸요?]
[저 흰색 주세요, 흰색.]
[사운드 터진다, 터져.]
[전 금발이 좋아용.]
10명의 파워란 참 대단했다. 이제껏 은우는 입 몇 번 벙긋하지 않았건만, 아무도 그걸 눈치 못 챌 정도로 오디오가 시끌시끌했다. 사회자가 나설 부분이 아니다 보니 특히 그랬다.
─켄님 검은색ㅋㅋㅋㅋㅋ
─이와중에 색 찰떡같이 걸린 거 보소ㅋㅋㅋ
─검정색 선점 개 어려운디
─ㅋㅋㅋㅋ완전 어울림ㅋㅋㅋ
“…그러게요?”
이 와중에 은우는 시작부터 검정색을 받았다. 은우는 묘한 기분을 느끼며 커스텀을 적당히 바꿨다. 놀랍게도 오토바이 헬멧─색상은 머리색을 따라간다─이 있었다.
[저거 누가 봐도 켄 님이다.]
[아, 켄 님. 여기서도 헬멧을.]
서로 떠드는 줄만 알았더니 다른 사람 캐릭터도 잘 보고 있던 모양이다.
“헬멧 쓰면 바로 알아보실 것 같아서.”
[그건 그렇죠.]
[켄 님, 막 컨으로 피하시는 거 아님?]
[헐, 켄 님이라면 가능할 것 같아.]
“…저라도 그건 무리지 않겠습니까?”
─아냐 형이라면 될지도
─왜 약한 척하세요ㅡㅡ
─약한척 ㄴ
─님은 가능해보임
그들은 서로의 캐릭터들 커스텀에 대고 왁자지껄 웃었다. 커스터마이징이 끝나기까진 10분이 소요됐다.
[자, 이 게임이 처음인 분들을 위해서, 판이 시작되기 전에 잠깐 설명을 드릴게요. 그러니까… 어…….]
[…제가 알려 드릴게요.]
[흐. 누님, 부탁.]
이런 부분에선 조금 부족한 레드바를 대신해, 레리가 나서서 설명해 주었다.
1. 어몽 시티즌에는 크게 시민 팀과 마피아 팀이 있다.
의사, 군인, 건달, 시민은 시민 팀 직군이다.
마피아, 정보상은 마피아 팀 직군이다.
2. 시민은 미션을 받는데, 모든 시민이 미션을 처리하면 시민 팀이 승리한다. (미션은 사망한 후에도 할 수 있다.)
마피아 팀 중 마피아를 전원 색출해 처형해도 시민 팀의 승리다.
3. 마피아는 시민 팀의 미션을 방해하면서 한 사람, 한 사람씩 죽이면 된다.
시민의 투표권이 마피아보다 적어지면 마피아의 승리다.
4. 마피아가 시민을 죽일 경우 시체가 남는다. 이 시체를 누군가 발견해 신고할 경우, 회의가 열린다.
5. 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마피아 팀을 색출하는데, 이때 투표로 결정된 사람은 최후의 반론 후, 찬반 투표를 통해 처형 여부를 결정한다.
[큰 틀은 대충 이 정도입니다!]
[다들 이해하셨죠잉?]
[아하.]
다들 한 번에 룰을 이해할 정도로 똑똑한 건지, 아니면 이해 못 했지만 티 내기 싫은 건지 다들 알겠다는 반응을 보여 왔다.
─아 개쉽네~ 누가 이해 못하냐?
─그치그치 이건 다 이해하지^^7
─ㅋㅋㅋㅋㅋㅋㅋ누가봐도 이해 못한 놈들
─룰 꽤 복잡한데...?
─재밌겠다.
시청자들도 비슷한 반응들이다. 아무리 봐도 이해 못 한 것 같지만, 어쨌든.
[직업에 따라서 뭐, 다른 게 있슴까?]
[좋은 질문! 시민 팀의 ‘시민’ 빼고 전부 능력이 있습니다!]
[아, 뭐야. 시민도 능력 줘요.]
[어, 일단! 마피아는 시민을 죽일 수 있어요! 정보상은 상대의 직업을 알아낼 수 있고요. 참고로 정보상과 마피아는 서로를 모르고 시작합니다!]
[그게 무슨 뜻이에여?]
아리송한 이야기에 바로 질문이 터져 나왔다. 레드바가 어, 하며 우물쭈물하는 사이 레리가 나섰다.
[회의가 끝나면 20초 정도 밤이 찾아와요. 그때 마피아 팀은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시민 팀은 그걸 볼 수 없고요. 대신, 마피아 팀의 정보상은 마피아를 찾아낸 후에야 밤 대화가 가능해요. 찾아내기 전에는 밤 대화에 참가할 수 없습니다.]
[요약하자면, 정보상이 마피아를 찾아낸 후, 밤 대화에서 말을 걸어야만 마피아가 정보상을 알아볼 수 있다는 거네요.]
[네! 바로 그거예요!]
“룰이 꽤 복잡하네요.”
─머임...그럼 정보상은 접선하기 전에 끔살당할 수도 있는 거임?
─ㅇㅇ 그래서 정보상 죽는 경우가 디게 많음
─정보상이 접선할 때까지 기다리는 건 안 되나?
─ㄴㄴ 시민들 미션클도 잇어서;; 죽여두긴 해야함
은우는 고개를 주억이며 직업 설명을 마저 들었다.
[군인은 1회, 마피아의 공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중앙광장에 가면 긴급회의라고, 시체 발견 못 해도 회의를 열 수 있는 버튼이 있어요. 그거 누르면 회의가 소집됩니다.]
[아, 그러니까 군인은 공격받으면 냅다 튀어서 긴급회의 열어야겠네요?]
[그렇죠!]
은우는 거기서 의문이 들었다.
“서로의 직업은 알아볼 수 있습니까? 신고한 사람이 군인이라는 걸요.”
[좋은 질문! 못 알아봅니다! 쟤가 ‘나 군인이다!’ 외치면 ‘군인인가?’ 하고 믿거나 의심하시면 됩니다.]
“…그럼 마피아가 먼저 회의를 소집해서 보낼 수도 있겠네요.”
[네. 죽인 사람이 마피아인지 아닌지는 밝혀지니까, 다음 판에선 바로 가겠지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혼못죽
─와 이걸 귀신같이 파악하네ㅋㅋ
─물귀신이냐고ㅋㅋㅋㅋㅋ
하나라도 같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쁜 일은 아니다. 은우는 어깨를 으쓱였다.
[마피아가 밤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다면, 건달은 한 사람을 지목해서 투표를 못 하게 협박합니다. 이건 한 회의가 끝날 때마다 초기화돼요.]
[아아, 얜 되게 조심해서 써야겠네. 누가 마피아인지 모를 테니까.]
[나, 건달 걸리면 무조건 레드바 협박.]
[아, 왜잉. 그러지 마잉.]
[애교 컷.]
적절한 반응에 사람들이 낄낄 웃곤 마지막 의사 설명을 기다렸다.
[마지막으로 의사! 의사는 시민 팀에서 유일하게 미션이 없어요. 능력은 마피아가 죽인 사람을 부활시키는 거고요. 대신 마피아가 죽인 지 20초 이내에 발견한 시체만 가능이에요. 그리고 쿨도 있어요.]
[와, 이건 잘 쓰면 개사기네. 살린 사람은 마피아가 누군지 알 거 아냐.]
[그쵸. 근데 맵이 넓어서 시체 찾기가 좀 어려워요. 아, 그리고 제가 말을 빼먹었는데, 마피아가 사람 죽이는 거랑 정보상이 직업 알아내는 것에도 쿨타임 있습니다. 심지어 마피아의 경우, 내가 안 죽여도 다른 마피아가 죽이면 본인도 쿨이 돌아요. 그러니까, 쿨타임을 공유하는 거죠?]
그러니 쿨타임 잘 계산해서 쓰라며 레드바가 말을 마쳤다. 이제 질문 시간이었다.
“저, 질문 있습니다. 마피아는 몇 명입니까.”
─죽이는 직업부터 물어보는 것 봐ㅋㅋ
─살인본능....
─학살좌다 이거야
─맢퍄 걸리면 혼자서 나머지 다 죽이는 거 아님?
이건 오해다. 질문 중이라서 시청자들과 소통을 하면 안 되는 상태라 반박할 수 없는 게 천추의 한일 정도로 오해다.
[마피아는 따로 수를 정할 수 있어요! 그런데 열 명 기준으로 보통 마피아 2명 정도 합니다. 정보상은 1명. 의사, 군인, 건달도 다 한 명씩입니다. 나머지는 다 시민.]
[질문!]
[질문하세요!]
[이거, 몰려다니면 마피아 못 죽일 것 같은데? 그거 제한해야 하는 거 아님?]
[아, 안 그래도 몰려다니는 건 두 명 이하로 해 달라고 말씀드리려 했어요.]
[오케, 오케.]
[그 외에는… 판이 시작되면 마이크를 꺼 주세요! 회의 때만 마이크를 켭니다. 죽은 사람들은 죽은 사람 대화방 만들어 줄 테니까 거기서 떠들다가 새 판 시작하면 다시 오세요.]
대충 룰이 설명되었다. 레드바도 그걸 깨달았는지 박수를 짝짝 쳤다.
[자, 그럼 대략적인 룰은 다 설명을 드린 것 같으니까! 일단 해 봅시다! 모르면 죽어야지!]
─아ㅋㅋ모르면 죽어야지
─레드바가 입담은 좋아
─첫판 시민팀 승 점쳐봅니다
─가즈아아아아
─다시 조용해지겠네
기나긴 설명과 함께 본격적으로 마피아 게임이 시작되었다. 빠암. 특유의 소리와 함께,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채로.
▣ 204. 진짜 아닌데
은우가 받은 직업은 군인. 공격받아도 1회 생존이 가능한 시민 팀 인물이었다.
─역시 특수부대라서 군인이...
─군인,,,? 특부수대?
─억측on
─이야 켄님 여벌목숨 얻으셧네
무근본 특수부대설이 다시 채팅방을 점령하는 동안, 은우는 미션을 확인했다. 맵은 좌상단에, 미션은 우상단에 떠올라 있어서 확인은 편했다.
“이게, 시야 같은 것도 있네요.”
분수대가 있는 광장에서부터 시작이었는데, 캐릭터의 정면으로부터 부채꼴로 시야가 퍼졌다. 탁 트인 곳에서 270˚ 정도이니, 좁은 곳에 들어가면 더 작아지지 않을까 싶다.
“맵이랑 미션은 시야에 방해되니까 가능하면 꺼 두겠습니다.”
─? 안돼
─님은 외웟어도 비수는 못 외운다고
─모애오 켜줘오
─맵은 켜주셨음
─이거 먼 게임임?
“음, 여러분들은 켜져 있는 게 좋으십니까?”
─ㅇㅇ 길 아직 못 외웟어,,,,
─어몽 시티즌이라고 추리겜임
─모바일은 무료고 PC는 유료임
─멍청한 비수들에게 맵을!
오른쪽에 뭔가 많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광장을 중심에 둔 채 연결되어 있다. 맵을 켜 두고 다니면 시야에 방해가 되나, 은우는 시청자들을 위해 흔쾌히 맵을 남겨 두었다. 미션은 대신 꺼 버렸지만.
도도도-
2D라서 그런지 귀여운 캐릭터가 말 그대로 도도도 걸었다. 돌 깔아 둔 바닥 밟는 소리가 현실적이었다.
“일단 미션부터 수행하겠습니다. 마피아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션도 중요하니까요.”
─미션클이 중요하긴 하지
─딴딴 따라 딴딴 따라 딴딴 따다단
─합방하시는 거임?
“네, 합방 중입니다.”
은우는 걸어다니며 중간중간 마주치는 이들의 커스텀과 경로를 기억하며 유유히 미션을 진행했다. 군인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미션 자체가 그런 건지, 마을 관련 꾸미기나 청소, 가로등 고치기 등등이 주였다.
“마이크 꺼서 그런가 평화롭습니다.”
─ㅋㅋㅋ아깐 너무 시끄러웠어...
─그동안 사람들은 죽어나가고 있는 거 아님?
─켄 방송에선 볼수 없는 오디오양;;
─마피아들 켄 절대 안 건드리는 것 보소
─정보상이 지나갔을 수도 있음
“맞다, 정보상이 있어도 마피아만 처형하면 게임 끝입니까?”
─ㅇㅇ
─정보상은 사람 못 죽이니까요
─정치질로 보낼 수 있는데ㅋㅋ
─그럼 판이 너무 길어지니까
은우의 눈이 가늘어질 무렵, 빠밤 하며 시체 발각 신고가 들어왔다. 킬 쿨타임이 얼마나 되는지는 몰라도 벌써 2명이나 죽은 상태다.
레드바랑 세모도다. 그중 발견된 시체는 세모도 쪽이고.
[크흐흡, 비록 죽었지만… 일단 사회자니까 사감 없이… 진행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레드바는 기가 죽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다만 그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세모도는 한 마디도 못 한 채 판 끝날 때까지 죽어 있어야 한다.
[회의가 시작되면 회의를 연 분은 저렇게 표시가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회의가 시작되면 차례로 자기 변호 같은 걸 하시면 돼요. 뭔 일을 했는지, 지금 어디에 있는지, 거쳤던 경로나 의심 가는 사람이라든가? 시체 발견하신 분은 시체 위치 말해 주시고. 말 못 하시겠는 분은 말 안 하셔도 되는데, 그럴 경우 의심받아도 난 모른다.]
사람이 할 땐 하는 사람이라, 레드바는 본인 말마따나 사감 없이 사회를 진행했다. 아래쪽에서 회의 시간이 째깍째깍 줄어들었다.
[참고로 이게 메모? 수첩? 기능 같은 게 있는데, 투표 창에서 그 수첩 모양 버튼 누르시면 그쪽으로 돌아가요. 그걸 누르면 이제… 메모 같은 걸 할 수 있거든요? 대충 본인이 생각하기에 ‘이 사람은 이 직업 같다?’ 하면 그걸 기록할 수 있어요. 전용 마크로. 이러면 저 같은 멍청이도 덜 헷갈리겠죠?]
[어엉.]
[와아.]
“흠, 이건가 봅니다.”
─누구일까
─수첩 저거 편행
─몰아가기 각
─그거 맞아요!
─이 게임 왜 러시아에서 오픈을 안 했나.
─ㅋㅋㅋㅋㅋ러시아 좌 극대노ㅋㅋ
은우는 합방에 흘러들어 가기 애매한 크기의 목소리로 기능을 확인했다. 아무도 레드바의 자조적인 ‘멍청이’ 발언에 태클 걸지 않았다.
[와, 아무도 제가 멍청하단 사실에 태클 안 걸어 주네요. 열받네.]
[그건 팩트잖아.]
[씁. 하여튼, 이제 제가 차례로 지목을 할게요. 시간 정해져 있으니까 빨리빨리 해 주세요. 아, 참고로 반박은 전부 듣고 하십시다! 시간 끌면 마피아 취급 할 거니까 빠르게 해 주시고요. 자, 저는 죽었으니까 다음인 레리 님부터!]
지목받은 레리는 본인이 어디에 있는지, 뭘 했는지 설명해 주었다. 광장에 있었다는데 은우는 알 수 없는 부분이었다.
차례로 이어지는 다른 이들의 변명도 마찬가지다. 중간중간 마주쳤던 이들도 있지만, 못 마주쳤던 이들도 많다.
[다음은 시체 발견자인 세븐브레드 님!]
[아, 전 식당인가… 맨 오른쪽 아래 건물로 미션하러 갔다가 세모도 님이 죽어 있어서… 바로 신고했어여. 그 어디지? 광장 타고 아래쪽 길로 내려왔는데… 광장에서 내려올 때 검은양 누님 뵙고 식당으로 갔어여. 누님은 광장으로 가셨구여.]
은우는 잠시 스트리머끼리 통화하게 해 주는 프로그램에서 그의 목소리를 음 소거로 돌렸다.
“저는 일단 군인인 건 안 밝히겠습니다.”
─ㅇㅇ 군인은 안 밝히는 게 제일 좋음
─왜?
─군인인 거 밝힘 맢퍄들이 잘 안건드림
─그거 이용해서 시민인데도 군인이라 뻥카 칠 때도 있음
─근데 그러면 역을 맢퍄로 몰릴 수도 있지 않나ㅋㅋ
“정보상이 이미 보고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일단 제가 군인인 걸 몰라야 절 한 대 칠 거 아닙니까.”
─켄 님 뇌지컬 on
─맢퍄가 누군진 모르겠지만 켄 치면 뒤질듯...
─군인 아니엇어도 치면 뒤질듯...
─아니ㅋㅋㅋ이건 역공 불가 게임이라고ㅋㅋ
“이제 곧 제 차례네요.”
은우는 마지막에서 두 번째로 보고하는 위치라, 이렇게 느긋하게 시청자와의 교류를 해도 됐다. 그는 다른 이들의 말을 전부 귀에 담으며 그의 차례를 기다렸다.
[의사예요!]
[아. 마녀 님, 의사세요?]
그러던 와중, 은우의 바로 앞 차례인 5월마녀가 본인이 의사임을 피력했다. 그녀가 정말 의사여서 그런 건지, 마피아인데 속이고자 자칭 의사인 척하는지는 알 수 없다.
[의사라서 미션이 없어 가지고 시체 찾으려고 뺑뺑 돌아다니기만 했어요. 마지막에 있던 곳은 병원.]
“본인이 의사라고 반박하는 사람은 일단 없네요.”
─둘이 죽었는데 시체를 발견 못해?
─의심스러운데
─진짜 의사인가?
─각이다
“길이 복잡하잖습니까.”
은우는 혀가 조금 짧은 5월마녀의 말을 들으며 음 소거를 껐다.
[켄 님.]
“전 지도 왼쪽 하단에 있는 미용실과 공원 사이에서 우체통 비우고 있었습니다. 시청에서 공원을 거쳐 이쪽으로 내려온 거라 광장에 계신 분들은 모르겠고, 카페에 슬리퍼 님이 계시던 건 봤습니다.”
[거봐요. 나, 카페에 있었다니까.]
다음은 마지막 차례인 자낳괴조심이었다.
그녀는 시청에서 광장으로 내려가며 레리랑 마주쳤다고 이실직고했다. 앞서 광장에 있다 말했던 레리랑 검은양도 그 사실을 긍정했다.
그렇게 모든 보고가 끝나자 레드바는 가볍게 설명했다. 토론을 해서 의심 가는 사람한테 투표를 하면 되고, 투표를 못 하겠다! 하면 기권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기권도 안 하면 무효표가 되거든요? 근데 만약 마피아가 시민 하나한테 몰표를 줬다? 나머지 시민들이 기권도 안 하고 무효표를 해 버렸다? 이러면 죽어요. 그러니까 모르겠으면 무조건 기권! 자, 이제 토론 시작할게요?]
[나, 나.]
[네, 검은양 님. 발언하세용.]
[난 아까 체육관에 계신다던 김대롱 씨 의심스러운데. 솔직히 식당에서 죽이고 올라갈 만한 자리 아닌가?]
[네? 저 아니에요. 거기에 세모도 님이 먼저 죽은 건지, 레드바 님이 먼저 죽은 건지도 모르잖아요. 세모도 님이 먼저 죽었음 훨씬 전에 자리를 떴을 텐데.]
[그건 그래.]
─정보가 너무 부족한데
─아,,,,,모르겠네
─다 필요없고 마녀님 같음
─맢퍄 누굴까?
은우는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발언했다.
“검은양 님, 아까 세븐브레드 님이랑 광장 아랫길에서 마주쳤다 들었는데, 어느 경로로 광장 들어오셨습니까?”
[어, 저요? 전 미용실에서 미션하고 나와서 아래쪽 길로 간 다음 위로 꺾을 때 칠빵이랑 마주쳤어요. 그치?]
[넹넹. 누님, 식당 쪽에서 오시는 것 같진 않았어여.]
─으음....
─(대충 머리 굴리는 척)
─(대충 알고 있는 척)
아직 정보가 부족하다. 은우는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아직 뭐, 정보가 없어서 안 되겠는데? 넘겨야 할 듯.]
[인정.]
[그럼 첫날은 스킵?]
[넵.]
다들 띠롱띠롱 하며 기권에 표를 던졌다. 은우도 달리 추리할 만한 단서가 없었으므로 빠르게 기권 표를 던졌다. 마이크를 끌 시간이다.
밤이 되었다.
“게임이 재밌네요.”
─ㅋㅋㅋㅋ추리겜 잼
─켄님 머리가 좋아서 재밌어
─이렇게 첫날이 가네
─범인 진짜 누굴까?
─추리 못하겠음....ㅋㅋㅋ
밤인 20초 동안은 시민이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 은우는 시청자들과 함께 범인이 누굴지 억측을 도란도란 해 보았다.
“전… 검은양 님이 별로 감이 좋지 않습니다.”
평소 톤과 말하는 게 비슷하긴 했는데, 묘하게 당황한 투라고 해야 하나. 은우가 그녀를 잘 아는 게 아니라서 확신할 수 없지만, 무언가 동요하는 느낌이 났다.
─그럼 혹시 세븐님이랑 공범?
─막 죽이고 신고 한 거 아닐까?
─맢퍄 둘이서 입 맞춘 걸지도...
─입을 맞춰,,,,? ㅗㅜㅑ;;
─능지처참충 끌어내!
“공범이 가능합니까? 혹시 마피아도 신고가 가능한가요?”
─ㅖ
─ㅖ
─ㅔ
─신고도 가능해용
“회의 소집만 가능한 게 아니라 신고도 가능한 거였군요. 감사합니다.”
이러면 범인의 폭이 더 넓어진다. 은우는 고민하다가 일단 게임 화면에 다시 집중했다.
이제 낮이었다.
“미션 게이지를 다 채워도 클리어가 된다 하니, 일단 그걸 노려 봅시다.”
─ㅇㅇ
─미션클 가즈아!
─ㄱㄱ
─가자가자
날이 초기화되면 광장으로 다시 모이게 되는지, 모든 캐릭터가 광장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은우는 그 상태에서 총총총 미용실과 공원 쪽으로 갔다.
우체통 비우다 말고 신고가 들어와서 미션이 덜 끝났다.
“마녀 님이네요.”
은우는 우체통 비우는 미션 화면 너머, 가장자리에 보이는 약간의 틈을 통해 5월마녀가 총총 내려오는 걸 보았다. 혹시 마피아일까?
“공원에서 보죠.”
─숨어숨어
─맢퍄일지도 몰라!
─범인인가봐!
─마녀님?!
─마녀님 아까 수상햇음
그는 마침 미션이 끝난 걸 이용해 공원으로 통통 뛰어 들어갔다. 공원과 도로를 분리하는 담벼락으로 인해 시야각이 좁아졌다. 시야각 바깥의 어두운 면은 맵만 어둡게 비칠 뿐, 캐릭터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5월마녀의 캐릭터가 그의 시야에 살짝 걸쳐진 순간─
“어?”
─?!
─헐
─아니 왜 마녀님이
─죽었어?
─???
─ㅋㅋㅋ???
5월마녀가 철퍼덕 엎어졌다. 은우는 서둘러 방향키를 조작해 공원 밖으로 나가 보았다.
검은양의 캐릭터가 죽은 5월마녀의 캐릭터 앞에 있었다.
“신고하러 갑시다.”
─ㄱㄱㄱ
─딱 대
─마피아 딱대
─검은양일 줄 알았어!
딱 걸렸다.
은우의 캐릭터가 우다다다 달리기 시작했다.
─ㅋㅋㅋㅋ
─다른 채널은 가라 이거야
─신고가즈아!
─검은양 ㅃㅃ
─검바
은우의 캐릭터가 살인마 안 무섭다는 듯 본인에게로 돌진하자, 검은양의 캐릭터가 당황한 듯 양옆으로 두둑 움직였다. 그러더니 바로 신고가 화면에 떠올랐다.
그가 시체에 다가가 신고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검은양이 자진 신고 해 버린 것이다. 빠밤, 하는 소리가 이젠 정겨울 수준이다.
[아, 시체─]
[켄 님이에요! 켄 님이 마녀 님 죽였어요!]
“검은양 님이 마녀 님 살해하고 저한테 걸리셨습니다.”
[체에에에?]
[엌.]
[뭐야, 살인 장면 들켰어?]
[경크임?]
─아 누님 깔끔하게 가십쇼
─검은양님 추하다
─추양 검하다
─사람이 왜이리 질척거려
─검 ㅂㅂ
아무래도 검은양은 깨끗하게 가기보단 그라도 끌고 가려는 모양이다. 은우는 차분히 발언했다.
“미션하다 말고 마녀 님이 내려오시기에 마피아인가 싶어 공원으로 숨었는데, 시야각 끄트머리에 걸쳐진 마녀님이 갑자기 쓰러지셨습니다. 놀라서 나가보니 검은양 님이 계셨고요.”
[켄 님, 거짓말은 하면 안 되죠. 제가 내려오는데 마녀 님 죽이셨잖아요. 공원이랑 도로에 살짝 걸쳐서.]
[뭐야, 그래서 누구야?]
[누가 범인임까?]
[켄 님이야, 검은양 님이야.]
[경크는 경큰데 누가 경찰인지.]
─와 검양 거짓말 보소
─ㅋㅋㅋ저 사람일 줄 알았어!
─켄님도 말 잘한다
─근데 왜 그 언변가지고 방송 오디오를 못채워
─그것은....왕이기 때문이다
─특)왕은 보고서를 읽고 상황파악요약하는게 업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경크. 경찰 크리의 준말. 살해 장면을 시민이 목격했을 때의 일을 말한다. 그러나 증거가 없는 게 문제였다.
천연덕스럽게 거짓을 고하는 검은양 덕에 사람들은 긴가민가하는 눈치다. 은우는 헬멧을 쓸며 검은양이 범인임을 차분히 고했다.
하나 증거가 없는 싸움에선 무릇 목소리 큰 사람이 유리하기 마련이었다.
[아까 켄 님, 막 그랬던 거 기억 안 나요? 막 먼저 회의 소집해서 죽일 방법부터 찾으시는 거? 켄 님 머리 좋으신 분이에요. 이런 거에 넘어가서 시민 하나 줄이면 안 돼요.]
“먼저 신고한 건 검은양 님이시니까 검은양 님이 그 사례에 부합하지 않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이거다
─검바~
─이걸 해내내
[아, 진짜예요! 켄 님이 죽였다니까?]
[와… 이걸 어떡하냐.]
[누구 골라야 함?]
[켄 님, 전 켄 님을 믿어요.]
은우는 책상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기다가, 마지못해 발언했다.
“제가 죽으면 시민에게 상당히 손해가 될 겁니다. 나머지 마피아도 알아낼 방도가 있어서.”
[어?]
“거기에 제가 죽을 경우, 최악의 상황이 되면 마피아와 시민의 비율이 3:3으로 변합니다. 건달이 살아 계신다면 검은양 님을 협박해서 투표권을 무효로 돌릴 수 있겠습니다만… 앞서 사망하신 분 중에 건달이 계실 확률로 감안하시죠.”
[와. 켄 님, 머리 개좋아.]
[크으, 역시 뇌지컬.]
[이러니까 켄 님이 진짜 시민 같다.]
[아니라니까! 켄 님이 마피아라니까? 내 앞에서, 어? 마녀님이 푹! 찍! 어?]
─푹찍ㅋㅋㅋㅋ
─검은양 거짓말 개잘해ㅋㅋㅋ
─그래도 검은양이 죽을 듯
[아, 증거가 없으니까 딱 누구라고 꼬집긴 그렇네요.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투표합시다!]
[쪼아용.]
[투표 고고고고.]
[켄 님, 믿는다!]
[저, 진짜 아니에요! 켄 님이야!]
“검은양 님 보내 주시죠.”
은우는 검은양에게 투표했다. 화면 대화 창에 ‘~님이 투표했습니다.’란 문장이 후르르륵 갱신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생존자가 투표를 완료했을 때, 처형을 앞두고 최후의 반론을 할 1인이 결정되었다. 이 반론에서마저 투표권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면 그는 처형된다.
[와.]
[자, 반론!]
[투표 찬성 가즈아아아.]
그 1인은 바로…….
“음. 결정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