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화
은우는 검은 기사의 오픈 베타가 시작됐다는 소식과 아는 스트리머들이 네뷸라 워 세계 대회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동시에 받았다.
후자의 경우 레리, 슬리퍼, 레드바에게 들은 것뿐 아니라 빌리에게도 들었다. 왜인지는 아직도 모른다. 그냥 그가 생각한 것보다 빌리가 얻어 간 게 많다고 여기기로 했다.
외려 그가 집중해야 할 건 저번에 저스트 댄싱 한번 해 줬다고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춤 신청이었다.
그들은 그의 기억력이면 한 번 춘 춤은 보지 않고서도 출 수 있을 거라며, VR 게임 내에서 춤춰 줄 것을 신청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여러모로 기분이 묘한 일이었다.
새로운 시도를 시도한다곤 했는데 그게 너무 과도하게 먹힌 기분이다.
「‘무시무시한고백’ 님이 ‘1,000원’ 투척!
형님이랑 저댄 합방해주시면 안 돼요?」
더불어 형을 그리워하는 시청자들이 있다는 것과.
「‘순두부’ 님이 ‘1,000원’ 투척!
절 왜 부르세요. 저 일반인에요. 저 찾지 마세요.」
형이 생각보다 더 자주 그의 방송에 상주해 있다는 걸 알아낸 점이 소득이라면 소득이겠다.
▣ 203. 완장 뺏어
「‘바퀴벌레먹는왕’ 님이 ‘1,000원’ 투척!
형 차라리 춤 추자」
“왜 또 춤춰 달라 그러십니까.”
그렇지만 은우도 퍽 그 의견이 달콤한 제안으로 보였다. 어제 오늘 이어서 하는 게임이 워낙… 좀 그런 탓이다.
망겜이라고 할 수준은 아니다. 그래픽도, BGM도, 스토리도, 심지어 게임성도 나쁘지 않았으니까.
단지 안 좋은 건 딱 하나. 딱 하나였다.
─아 그래서 추수 언제 끝나는 건데
─와.... 이게 뭐라고 보고 있는지 모르겠음
─이게 게임이다....
─이와중에 팔근육 ㅗㅜㅑ;;
─게임하러 왔는데 왜 노동을 하고 있누....
게임이 너무 현실성이 넘쳐서 힘들었다.
“실제 농사는 이렇게 힘든 거였군요.”
─아니라고 부정 못함
─매년 농부들은 이렇게 한다는 건가? 가슴이 웅장해진다...
─ㄴㄴ 지금은 그냥 기계돌리는 게 다임
─옛날 사람들 대체 어케 살았냐
봄에 땅을 다진다든다 돌을 고른다든가. 도랑을 파고 모내기를 하고 물의 수위를 맞춰 주거나 잡초 뽑기를 하는 등 농사가 이렇게 힘든 것인지 몰랐다.
그는 언제나 농작물을 소비하는 입장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최고난이도라서 더 극혐 됏다ㅠ
─난이도 낮추죠 형님
─난도 낮춤 뭐 달라짐?
─좀 더 쉬워짐 슉슉 베이고
“최고 난이도로 하자 하신 건 여러분들입니다만.”
은우는 전투 난이도만 최상으로 하고, 농사 난이도는 표준으로 하려 했다. 그가 자신 있는 건 쌈박질이지 생산적인 활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모든 것에서 난이도 최상을 고르길 바랐고, 그 결과가 이것이다. 본래도 현실적인 과정을 전부 거쳐 어렵기만 한 농사는 난이도로 인해 현실에 가까운 판정까지 갖게 됐다.
그가 벼농사 시뮬레이션처럼 낫 들고 벼 하나하나 베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오빠 노래실력이 보통이라도 됐음 노동요 불러달라 했을 텐데....
─ㅋㅋㅋㅋㅋㅋㅋ괴동요on
─웃음벨은 가동될 듯
─잠크리트들 다 깨는 거 아님?
“…그것 참 죄송스러운 부분입니다.”
─노동요 안 되니까 춤이라도 추자 우리
─춤 딱 한 번만 춰줘잉
─무반주 댄스 레게노
─하바나브라운 라이브 보고 싶어요
은우는 그런 제의를 모른 척 넘겼다. 노래라면 일을 하면서 지속할 수라도 있지, 춤은 꼼짝없이 시간만 버리는 꼴이다.
“그래도 나름 뿌듯하지 않습니까?”
─보람차긴 해?
─벌써 절반이나 잘랐음?
─저걸 어떻게 키웠는데....
─잘린 것들 보니까 감개무량하다.
「‘Eupdke’ 님이 ‘13,184.8원’ 투척!
이것이 동양의 전통 재배법입니까?」
─그렇다
─(근엄한 끄-덕)
─밀농사도 비슷하지 않나?
─ㄴㄴ 벼보다 쉬움
북쪽이라고 해서 농사를 짓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용병단에 몸담아 헌터 짓을 해 온 이가 농사를 해 봤을 리가 있나.
농부는 농사로 밥 벌어먹고 헌터는 사냥으로 밥 벌어먹는다. 두 일에 가치 차이가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두 분야의 차이가 크니 쉽게 직종을 바꿀 수 없단 소리다.
그런 점에서 은우는 이 경험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현대에 농사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이런 게임 아니면 또 언제 해 보겠나.
피비린내 가실 일 없던 전직 헌터로선 물결치는 샛노란 생명의 낱알들이 퍽 마음에 든다.
“저는 앞으로 쌀밥 먹을 때 감사함을 가지게 될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ㅈㅋㅋㅋㅋ
─감사함을 가지고 먹으라 이거야~
“아무리 어렵고 현실적이어도 실제 현실은 더 할 거 아닙니까.”
어른들이 쌀 남기면 벌 받는다 백날 말하는 것보다 이 게임 한 번 하는 게 더 효과가 좋다. 물론 현대의 농사법과 이 게임의 농사법은 대략 몇 백 년의 거리가 있지만 말이다.
“참고로 제게 게임 추천하신 분이 가장 아래에 덧붙인 말씀이 있습니다.”
─또 머에요
─이 게임 추천한 쉑 누구냐 진짜
─근데 힐링이긴 해...
─내가 안 하면 힐링이지 하면 노동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우는 게임 추천 페이지에 적혀 있던 글자를 떠올리고 그것을 입에 담았다.
“이 게임, 추수하는 가을부터 노가다의 진가가 드러난다 했습니다.”
정확히는 가을부터 노가다 지옥이 시작되며, 추수는 그 절정이 아니라 시작이라 했다.
─ㅋㅋ이 게임 진가는 탈곡이랑 도정이긴 하지
─탈곡 ㄹㅇ 개노가다;;
─추수보다 더 재미 없음?
─ㅋㅋㅋㅋㅋ네
─안 돼애애애애애애!!
스트리머를 엿 먹이기 위했던 꾀에 본인들이 빠지는 순간이었다.
『레드바 님> 켄 넴, 방송 방해해서 정말 죄송한데, 잠깐 대화 괜찮으실까욤』
참으로 안타깝게도, 세상은 그들을 버리지 않았다.
* * *
[와, 켄 님 오셨다!]
전용 통신방에 들어가자마자 소란스러운 인사말이 던져졌다. 은우는 바로 떨떠름해졌다.
[켄 님, 안녕하세요!]
[우호! 켄 님!]
[헐. 저, 켄 님이랑 합방 너무 하고 싶었는데. 켄 님, 오랜만이에욧!]
[켄 님, 잘부탁드려요!]
그사이 첫인사에 이어 예닐곱 개의 인사가 더해진다.
은우는 어쩌다 일이 이렇게 흘러갔는가 잠시 고민해 보았다.
아까 레드바에게 연락을 받았고, 시청자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연락한 이유를 물었다. 그가 방송하는 중임을 알면서도 연락한 것을 보아 중한 사안일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그에 레드바가 한 설명은 이랬다.
미리 날 잡아 둔 대규모 합방이 있는데, 한 명이 개인적 사정으로 빠졌다. 한데 오늘 할 게임이 한 사람만 빠져도 재미가 급감하는 종류다. 방송 취지가 기부로 시작된 거라 참가해서 나쁠 것은 없다…….
물론 갑작스러운 부탁인 만큼 거절해도 괜찮다며 레드바는 부담 가지지 말라 했다. 설명을 다 들은 후의 은우는 거절해도 좋고 거절하지 않아도 좋은 상태였고 말이다.
하여 은우는 시청자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레드바에게 합방 초청을 받았는데 거기로 갈까 말까, 하고.
그 질문의 결과가 바로 지금이다.
[와아아! 드디어 열 명~!]
[진짜 와글와글하다.]
[켄 님, 자세한 설명은 들으셨나요? 레드바가 자신만만해하긴 했는데 걱정이 돼서…….]
[역시 레리 님이 감시를 하셨어야…….]
[그치? 내가 감시할걸.]
[아, 왜! 나, 말 잘했거든? 그쵸, 켄 님?]
기실 처음엔 모르는 이들─그나 레드바를 제외해도 무려 8인이나 더 있다─과 같이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거부하려 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피할 수는 없었다. 스트리머는 본디 자유분방하게 이뤄지는 합방에서도 매력이 있는 직업이 아닌가.
그와 타 스트리머의 합방을 바라는 시청자도 많았고.
결국 이 또한 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은우는 과한 텐션에 긴장을 느끼면서도 적응하고자 노력했다.
[새로 들어온 옐로도 하이. 응? 인원이 뭐 이리 많냐고? 오늘 할 게임 때문에 그래.]
[혼자서는 못 하는 게임이지.]
[그래서, 지금 다 왔나요? 아까 칠빵이 찐빵 먹으러 가지 않았나?]
[저 왔어여. 찐방 지금 곁에 대기 중.]
[빨리 출첵이나 하는 게 어떻슴까.]
─개시끄러워ㅋㅋ
─들어오자마자 소음폭탄 실화냐
「‘저녁노을’ 님이 ‘1,000원’ 투척!
본인 자다 깼는데 뭐임?」
─잠크리트 기상!!
─뭘하든 레드바가 있으면 꿀잼 예약이지
─자던 놈들 다 깬다ㅋㅋㅋㅋ
─켄 저격 특화 애벌레ㅋㅋㅋㅋ
미리 설명은 들었지만, 정말 징글징글하게 사람이 많다. 5~10인용 단체 게임을 한다는 건 알았는데, 설마 그걸 진짜로 다 채워서 할 줄 누가 알았겠나.
[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신없네. 자, 켄 님도 오셨겠다, 소개…는 출첵으로 대체합시다.]
[좋아, 좋아.]
[일단 저, 레드바 있구요. 레리 니임?]
[소름 끼치게 그러지 좀 마. 네가 켄 님처럼 목소리가 좋니?]
[…네, 계시네요. 슬리퍼 니임?]
[레리 님 패헼포옼홐!]
[아, 계속 웃으면 음 소거 합니다.]
아까 레드바에게 참여 인원을 설핏 전해 듣긴 했는데, 레리랑 슬리퍼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은우는 그가 그나마 아는 이들을 떠올렸다가, 문득 새로운 사실 또한 상기해 냈다.
“두 분, 대회는 괜찮으신 건가…….”
─어 맞어 저 둘 개회 나가는 거 아님?
─연습 빠졋나?
─ㄴㄴ오늘도 연습햇음
─이건 걍 휴식 삼아 하는 거ㅇㅇ
시청자들이 그의 의견에 긍정했다. 세계 대회로 바쁠 이들이 왜 보이는지 몰라서다.
물론 켄 방송을 보면서도 레리나 슬리퍼를 구독하고 있는 이들이 빠르게 정보를 조달해 주었다. 연습만 하니 죽을 것 같아서 휴식 삼아 참가했단다.
[검은양 니임?]
[레리 님, 저거 한 대 때려 주세요.]
[그럴까요? 잠시만요. 저, 방 좀 넘어갔다 올게요.]
그사이 출석 체크는 계속 이어졌다. 사람 이름 부를 때 레드바가 장난 삼아 간드러지게─그게 듣기 좋다곤 말하지 않겠다─목소리를 내서 그런가, 다들 질타하는 분위기다.
마침 레리와 레드바는 같은 집에서 사는 혈육 관계다. 기어코 한 대 맞았는지, 레드바가 잠깐의 침묵 끝에 돌아와서 훌쩍이는 시늉을 했다.
[…다들 진짜 너무하다. 우리 켄 행님?]
“…네, 왔습니다.”
[크, 행님은 역시 절 버리지 않아. 자, 그래서 세모도 니이임?]
[아… 저는 빼 주실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드바 하-찮
─애벌레 대우는 이래야지
그는 와중에 타 채널 스트리머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취지가 금일 소득 전체 기부이니 별로 중요한 건 아니다. 검은양은 친하다까진 못해도 아는 사람이기도 하고.
은우는 난생처음 하는 대규모 합방에 사나워지려는 정신을 붙잡았다. 시장통에 온 기분이다.
[좋아, 좋아. 다 왔네요. 10명이나 되니까 진짜 정신없다.]
출석 체크 결과, 그 포함 10명 중 은우가 잘 안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딱 넷이다. 레드바와 레리, 슬리퍼, 검은양.
친하진 않지만 안면을 튼 이들을 꼽으라면 세모도. 정말 너그러이 쳐줘서 자낳괴조심까지 있겠다. 자낳괴의 경우 이젠 먼 과거처럼 느껴지는 G페스티벌에서 딱 한 번 마주친 수준이긴 하지만.
나머지 셋인 세븐브레드와 5월마녀, 김대롱은 이 방송에서 처음 본다. 은우는 낯을 가렸다. 기실 낯 가리려 해도 다들 시끌벅적해서 입을 열 틈조차 없었다.
[너무 와글와글해.]
[다들 잘 부탁드림다.]
[합방 넘 좋아여.]
[…여기 시장이었나? 그랬나?]
“…음.”
─켄 적응 못해서 멀뚱거리는 것 봐ㅋㅋ
─형님 말 한 마디 좀 하시죠
─평정하자
─농사겜에 이은 수다의 고통
─오늘 켄 한 마디도 안 하는 거 아님?
은우는 쏟아지는 사운드에 적응하지 못한 채 일단 가만히 경청했다. 마침 레드바가 화면 속에서 손을 휘저었다.
[참고로 오늘, 알죠? 뒷풀이 겸 모인 거긴 하지만, 오늘 방송 수입은 전액 기부됩니다. 기부할 단체는 요기. 참고로 켄 님은 오늘 할 게임이 10명 채워야 재밌어서 제가 납치해 왔어요.]
[켄 님, 진짜 괜찮은 거 맞으세요?]
[애벌레가 막 협박한 거면 당근을 흔들어 주세요.]
“…아, 괜찮습니다. 오히려 제가 여기에 껴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당근당근!
─구울왕이시여 어서 당근을!
「‘당근당근’ 님이 ‘1,000원’ 투척!
당근 흔들어!」
─아니ㅋㅋㅋ레드바가 켄 협박할 수 있긴 하냐고ㅋㅋㅋ
─쉿, 너 그거 모름? 레드바 켄 저격무기임;;
─켄 레드바랑 붙으면 약해잖어ㅡㅡ
방송의 시작을 여는 잡담 타임이라 다들 입이 평소보다 더욱 불타오르고 있다. 본인이 입 다물면 또 다른 사람이 사운드를 채워 주고 있어 유독 그런 느낌이 드는지도 모른다.
[하. 거봐요, 켄 님이 괜찮으시다잖아! 역시 제겐 행님밖에 없어요. 켄 님도 그렇죠?]
“전 민식이랑 로건이가 있는데.”
[…….]
[으핰핰핰핰핰핰!]
[레드바흫흐흐흫흐흫흫!]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드바 1패 적립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드디어 레드바 엿먹이나요?
은우의 단호한 철벽에 합방 사람들이 죄다 터져 나갔다. 다들 웃음소리가 어찌나 찰진지, 채팅 창도 웃음바다가 돼 버린 상태다.
[하, 인간이었으면 뭐라 하겠는데 강쥐라서 말도 못 하겠네.]
─아 강아지는 못 비빈다 이거야
─어딜 애벌레 따위가
─강쥐는 못이기지
─민식이ㅠ 로건이ㅠ
[그래도 이 동생, 항상 귀엽죠? 찡긋.]
[아, 애교 나가.]
[애교 컷!]
[저, 탈주해도 됨까?]
[구에에에엑.]
[다들 왜 구래, 진짜. 넘하다.]
[너무한 건 너구요…….]
[에이. 몰라, 몰라! 슬슬 가 봅시다!]
[가자가자가자!]
[고고!]
─근데 대체 뭘 할 거길래 사람이 이리 많누;;
─ㅋㅋㅋ단체 겜 아님?
─화면 보니까 일단 PC겜 같은데
─어, 설마?
─요즘 그 핫한....?
사람이 10명이나 모이니 오디오가 꽉 차다 못해 터지려는 상태다. 다행히 레드바는 이런 것에 경험이 빠삭한 사람이었다.
[10명이 동시에 말하면 사람 구분도 어렵고 시청자들도 시끄러울 테니까, 대표로 한 사람 정해서 말하기로 하죠. 누가 할까요?]
그는 누군가 한 사람을 지정해서 그 사람만 대표해서 말하기로 의견을 냈다. 일종의 사회자인 셈이었다.
[음, 레드바가 하는 게 낫지 않나?]
[레드바 님이 제일 나을 것 같아여.]
[여기 다 아는 사람이 하는 게 낫지.]
[아~ 또 제가 이렇게 반장으을.]
[야, 뺏어.]
[완장 뺏어.]
[아, 왜 그래잉. 줬다 뺏지 마잉.]
만장일치로 결정된 건 레드바라. 접속해 있는 10명, 본인 제외 9명을 전부 알고 있는 사람이 레드바밖에 없었으므로 어찌 보면 당연한 결론이었다.
[흐. 그럼 다들, 준비되셨죠?]
─아 그래서 오늘 뭐할 건데 진짜
─궁금해 뒤져버림
─말해줄 때까지 숨참는다 흡!
참고로 오늘 할 게임은 VR이 아닌 모바일 전용 게임이니. 레드바가 특유의 웃음소리를 흘리며 ‘그럼 지금 보낸 코드로 접속하세요!’라고 외쳤다.
『레드바 님> CBDEW』
“접속하겠습니다.”
─??
─머야 화면 왜 가렷어
─우리도 코드 좀 공유해줘잉
─설마사카?
코드가 방송으로 나가지 않게 잠깐 화면을 조정한 은우는 방에 들어가고 나서야 화면을 다시 풀어 주었다.
─마피아!
─아ㅋㅋ이건 못참지
─어시 이거 개꿀잼인데
─어시다!!
대규모 방송용 게임으로 채택된 것은 마피아 게임의 PC판, ‘Among Citizen’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