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자도 방송할 수 있습니다-194화 (194/233)

194화

<스플랫 일반 매칭 밸런스 개좆같이 하는 건 알앗는데>

이건 에바 아니냐 진짜;;

제작진 ㅅㅂ 새끼들아 업뎃 안 하냐 진짜

누가 하층구간에 켄을 풀어두냐고;;;

[클립영상]

아이고 다 날아가네!! 승리야!! 포인트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켄도 레벨 1인데요ㅋㅋㅋㅋㅋ

─랭크 배틀 아닌 게 어디냐;;

└일반 배틀 다음에 어디 갈 거라 생각함?

└ㅇㄴ

└랭크 돌리는 사람들 어서 튀어!!

▣ 194. 적을 죽였다는 달성감 외에도

은우는 땅따먹기 첫날, 일반 배틀을 통해 10레벨을 달성, 랭크 배틀을 해금한 후 배치 고사라 불리는 다섯 판을 통해 골드Ⅴ를 바로 획득했다.

랭크전이 있는 게임을 하도 안 하다 보니 배치 고사란 시스템을 잘 몰라, 잘 받은 건지 잘 못 받은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분개하는 사람도 있고, ‘이 정도면 잘하는 거지.’라며 감탄하는 사람도 있는 걸 보면 그럭저럭 잘 받은 게 아닌가 싶다.

또, 플레이 한 결과 골드 등급을 받은 건 은우로서도 그렇게 실망할 일이 아니었다. ‘브실골플’ 내지 ‘골딱이’라고 낮잡아 부르곤 있으나, 그래도 골드는 골드. 매칭되는 대부분이 숙련된 플레이어였던 덕이다.

가끔 썩은물들이 부계를 통해 저렙으로 랭크 배틀에 참여하는 경우가 있어, 골드 플레이어들도 레벨 낮은 은우를 수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외려 저렙으로 골드에 든 시점에서 고인물임을 직감한 이들이 이리저리 도망 다니는 모습도 종종 연출됐다.

─아 골딱이들 어서 꺼지라 이거야

─어서 플레 가시지요

─플래가 뭐냐 켄이면 마스터는 가야지

─ㅇㅈ 천상계로 꺼지세요

─왕에게 꺼지라고 하는 새끼 누구냐

채팅 창에서 그의 랭킹을 두고 설왕설래하는 사이, 우직한 누군가는 그런 설전을 무시한 채 후원을 보냈다.

「‘заявление об отставке’ 님이 ‘144,800원’ 투척!

호.스.」

“…호스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러시아 좌 예전부터 보니까 화끈한 무기 좋아하시는 듯

─인생은 한방이다.

─ㅋㅋㅋㅋㅋㅋ돈 벌어서 다 털어넣으시는 거냐고ㅋㅋ

은우는 잠시 매칭 창에서 나와 무기 구매점을 들렀다. 계속 승리만 따내다 보니 레벨 업으로 무기 해금되는 속도를 구매 속도가 못 따라잡은 것이다.

정확힌, 매판마다 무기가 해금되다시피 하니 매칭 끊고 무기 구매 하고, 매칭 다시 잡고 하기 귀찮았다. 사람들도 판이 끊기는 게 감질나는지 한 번에 구매하길 종용했다. 그게 지금까지 올 줄은 아무도 몰랐지만.

“호스도 종류가 많네요.”

높은 레벨에 해금되는 무기라 해서 꼭 좋은 건 아니다.

공격력이 상승하는 대신 속도가 낮아지는 것도 있고, 잉크 칠해지는 형식이 다를 때도 있으니까. 강한 일격을 위해 충전할 때 이동할 수 있는 호스가 있는 반면, 없는 호스도 있다.

즉, 가장 좋은 무기를 고르기보다는 플레이어 본인에게 맞는 무기를 찾아야 하는 셈이다. 물론 고렙의 경우 주 무기 외 부 무기, 특수 무기까지 챙기기 시작하므로 장비발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기본 하겠습니다.”

─하필 기본을?

─근데 스플랫 기본템 은근 좋음

─ㅇㅇ 진짜 딱 손맛 알아보기 좋은 정도

─딱 입문자용이지

아직 취향을 모를 때는 기본이 제일 좋다. 기초 무기인지라 공격력을 비롯한 능력치가 낮아서 썩은 무기 취급을 받을 뿐이지, 기본적으로 밸런스는 잘 잡혀 있어서다.

─호스는 기본 근데 별로 안 좋음 조준경 없어서

─조준경 있는게 그래도 좋을 텐데

─아 조준경은 인정이지;;

“제게 조준경이 필요합니까?”

─ㅋ

─ㅋㅋㅋㅋ

─아놔

─부정 못해서 더빡친다

─기-만

자연스러운 기만에 사람들이 얼굴을 썩히는 사이, 은우는 가볍게 무기 사용법을 익혔다. 소방 호스라는 디자인과 방아쇠를 당기는 대신 조리개를 조절해야 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저격 총이랑 다를 것도 없다.

“바로 갈까요.”

─크으으으

─마스터까지 가즈아ㅏㅏㅏ

─랭커들 오늘 다 즈려밟히겟구만

─나 마스터랭크 ㅈㄴ 궁금함

─천상계들은 어케 노냐

리그 배틀도 해 볼 거긴 하지만, 랭크 배틀의 참맛을 아직 다 못 본 상태다. 오늘 안에 상위 티어(플래티넘, 다이아, 마스터)를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할 수 있는 데까진 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내일은 배틀 로얄 뛰는 날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이틀간 할 게임으로 이걸 골랐다 해서 추가로 더 하지 말란 법은 없다.

은우는 호스를 든 채 랭크 매치를 돌렸다.

매칭되고 판이 시작되자 은우의 호스를 본 이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잘 쓰면 1인분은 거뜬히 하는 호스이나, 못 쓰는 경우가 많다 보니 선입견부터 가지는 것이다.

플래티넘을 넘어 다이아쯤 되면 실력을 의심하지 않겠지만, 골드는 아직 아니다. 숙련된 플레이어가 대부분이라고 해서 그 대부분이 잘한다는 의미는 아니었으므로.

─켄을.... 의심해....?

─감히?

─충신on

─함만 봐주자

「‘오렝쥐’ 님이 ‘1,000원’ 투척!

켄님 저 상대편 걸렸는데 살살해주세요!」

─헐 개부럽ㅠㅠ

─댑악ㅠㅠ

─방플 에반데

시청자들이 혀를 차다 말고 부러움을 성토했다. 인기가 많은 게임인 만큼, 처음부터 파티 걸고 하는 게 아닌 이상 매치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아는 탓이다.

물론 이마저도 은우가 방을 나가 버리면 헤어질 운명이나, 서로 방을 나가지만 않으면 계속할 수 있다. 부러울 수밖에 없다.

“네. 시청자분도 방송 끄고 부탁드립니다.”

마침 카운트다운이 끝났다. 은우는 충전을 한 호스를 전방에 발사했다. 길게 길이 났다.

그는 그것을 따라 쭈욱 달렸다. 이번 맵은 대치 지점이 가까워 상대가 바로 마중 나왔다.

은우는 그 상태에서 살짝 충전하고 바로 발사했다. 마중 나온 적이 피할 틈도 없었다.

골드는 대체로 조준할 때 뜨는 조준선─레이저─가 상대에게 닿았는지 확인한 뒤에 발사하는 편인데, 은우는 몸을 뒤틀며 냅다 쏴 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조준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12レモン21 Kill!』

“손맛 괜찮네요.”

─내가 안 죽고 상대 죽이면 뭔들 손맛이 안 좋겠어

─ㅋㅋㅋㅋㅋㅋㅋ이거다

─천재냐?

─손맛은 호스가 최고라는게 학계의 정설

─그 학계가 마이너 학계라는 게 정설

충전까지 약간의 시간이 걸리는데, 그때의 묵직함이며 쏠 때의 반동까지 버릴 게 없다.

때문에 총이란 무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은우로선 호스는 제법 마음에 드는 무기였다. 애초에 총이 아니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마는.

그는 조리개를 조절하며 빠르게 달렸다. 호스 특유의 쇠 부분이 반짝반짝 빛나는지라 가만히 있으면 위치가 발각되어 죽기 좋다. 조준경이 달린 이들은 렌즈가 빛나는 형식이라 찾기 쉬운 건 매한가지다.

은우가 지금까지 호스 유저를 그런 식으로 찾아 죽였기에 아는 사실이었다.

“길 뚫기도 좋고, 호스도 마음에 듭니다.”

「‘заявление об отставке’ 님이 ‘72,400원’ 투척!

맞다. 호스 좋다.」

─러시아 좌 돈 많이 버셧나봄ㅋㅋㅋ

─통 크게 쏘시네

─아니 그래서 왜 약을 파세요;;

─호스충들 또 늘겠네

“잘 쓰면 괜찮지 않습니까?”

─‘잘 쓰면’

─님처럼 잘 쓰면 호스충이라고 안 불렀지

─호스충이 괜히 호스충이 아님

시청자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호스를 잘 쓰는 유저가 그만큼 적다는 방증일 것이다.

하기야 에임 맞추기 어렵다는 것 외에도, 호스는 장전 시간이 너무 길고 까다로웠다.

탄창을 교체하면 되는 총기류와 달리 호스는 본인 팀색 잉크 위를 돌아다녀야만 잉크가 차오르는 덕이다. 물론 공격 도중에는 잉크 바닥을 아무리 밟아도 잉크가 차지 않는다.

완전히 차오르지 않아도 발사할 수 있긴 하지만, 그 경우 위력이 약해진다. 잉크 통이 완전히 차기까진 당연히 오래 걸렸다.

“그래도 잘 쓰면 재밌는 무기 같습니다.”

은우는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뛰었다. 장애물과 장애물 사이, 그 틈으로 적의 모습이 살짝 비쳤다.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대략 10m는 떨어진 거리였다.

그렇지만 은우는 그 틈 하나 놓치지 않았다. 광선처럼 보이는 잉크 더미가 직선으로 뻗어 나가며 적의 상체를 제대로 두드려 팼다.

펑!

나무 인형 떨어지는 게 보였다.

찰박.

앞쪽에서 발소리가 아주 미세하게 들려왔다. 은우는 빠르게 장전과 충전을 반복한 뒤, 총구를 앞으로 겨눴다.

퍼엉!

적이 튀어나오자마자 호스에 맞고 나무 인형으로 변했다.

『오렝쥐 Kill!』

“아.”

─아ㅋㅋㅋㅋㅋ

─아아...이것이 바로 ‘살살’이란 것이다...

─인간의 개념 어림도 없지

─살살 죽여드렸습니가 고갱님

고의는 아니었다.

* * *

“생각보다 재밌네요.”

팀 운이 좋았던 탓일까, 아니면 그가 멱살 잡고 끌어올려 준 덕인가. 은우는 플래티넘까지 올라가는 데 성공했다. 상위 1퍼센트들의 잔치에 입성한 것이다.

슬슬 땅따먹기 게임임에도 색칠보다는 전략을 잘 짜 진영의 허점을 파고들고, 상대를 죽여 시간을 버는 것에 집중하는 구간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님 에임이면 뭔들 재미 없겠음....

─켄 에임 is 뭔들

─나도 저 에임 한 번 갖고 싶다

─게임 ㅈㄴ 재밌을 듯 난 맨날 빡치는데

“그런 의미로 말한 건 아니었습니다만.”

단순히 땅 색칠을 안 하는 것도 아니었다. 상대를 죽임으로써 시간을 번 시간을 구역 장악에 쓰는 느낌에 가깝다. 즉, 이젠 머리싸움이다.

“사실 추천해 주시는 분이 색칠 놀이라고 하셔서 유치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치열할 줄 모르고.”

─색칠놀이ㅋㅋㅋ

─고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구연

─크게 보면 확실히 색칠놀인 맞지

─ㅈㄴ 치열한 색칠놀이;;

가끔 시청자가 적팀에 있을 경우 은우와 맞상대하기보단 요리조리 피하면서 색칠하는 경우가 있어, 꼭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 또 흥미로웠다. 많이 죽인다고 능사는 아니라는 게 그의 약점을 정확히 찌르기 때문이다.

아무렴 그가 지금 하는 배틀은 ‘땅따먹기’였다. 킬 수로 승부를 보는 게 아니라. 그가 하나를 죽여도 나머지 셋이 땅을 칠해 버리면 은우로선 이길 도리가 없다.

“여러분들이 팀원 욕을 하는 이유도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ㄹㅇ

─튕기는 것까진 봐주겠는데 겜 던지는 새끼 죽여야함

─바로 쌍욕 박아버려야 하는데 음성차단돼서

─님 같은 사람들 때문에 음성 지원 안 하는 거 아닐까

그 혼자선 이길 수 없는 게임이기에 아군의 힘이 절실하다. 하여 패배하더라도 꼭 기분 상하지는 않는다. 그가 적을 많이 죽여서 길을 끊어 준다 한들, 이길 확률이 높아지는 거지 이기는 게 확정되지 않으므로.

그러나 그가 밥상을 다 차려 줬는데도 아군이 못해서 지면 허탈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구태여 남에게 감정 소모 하는 편이 아님에도 그랬다.

심지어 그 패배가 의도적인 트롤링임에야.

“매칭을 노리는 것까진 상관없습니다만, 게임 던지진 마세요. 저야 랭크에 크게 신경 안 씁니다만, 다른 분들은 아니지 않습니까.”

은우 두 번밖에 없는 패배 중 하나는 아군 중 2명이 그를 저격하면서─시작 지점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 전에도 판이 시작하자마자 나가 버리거나 안 움직이는 트롤링이 두 번 있었지만, 그때까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8명만 뽑다 보니 기껏 저격러와 매칭이 돼도 한 사람 정도로 그친 탓이다.

그러나 저 때는 운 나쁘게 저격러 두 명이 걸려 버렸다. 심지어 플래티넘 올라온 직후 그런 것이라, 피해를 본 나머지 한 사람이 얼마나 욕했는지 모른다. 음성은 안 들렸을지언정 움직임만 봐도 쌍욕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걸리면 밴합니다.”

─켄에게 패배를 새겨주고 밴당한다...?

─등가교환 ㅎㅌㅊ

─패배도 좀 제대로된걸 줘야지ㅋㅋ

─저격해서 이기면 뭐하냐ㅋㅋㅋ

상위 티어로 갈수록 사람이 적으니 저격러와 매칭될 확률이 높다. 은우는 거듭 양해와 경고를 강조했다. 그사이 새롭게 잡은 매칭에서 8명 전부가 채워졌다.

은우는 전장에 입장하며 잉크 색을 확인했다. 잉크의 색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가능하면 눈에 보기 편한 색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행히 이번 색은 연한 하늘색이었다.

“게임 던지는 분은 아군에 안 계시는 듯하고, 갑시다.”

─게임 던지는 새끼들 아이디 기억해둠 ㅅㄱ

─쟤네들 지금 신고 오질나게 받았겠다ㅋㅋㅋ

─게임 던지는 건 나쁩니다. 신고해야 합니다.

─차단도 엄청 박혔겠는데;;

이번 맵은 일직선 형의, 파고들 만한 샛길이 거의 없는 지형이었다. 칠할 면적 자체가 적고, 적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트롤이 있어도 할 만하다. 그렇다 해서 있는 게 좋다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촤르르르륵-

아군 호스 유저가 가장 먼저 길을 내고, 은우는 그 위를 달렸다. 그러곤 그의 무기로 잉크를 화려하게 흩뿌렸다.

치이이이익-

그때 안개처럼 흩뿌려지는 잉크가 그를 덮치려 들었다. 뿌리면 잠깐 동안 허공에 잉크가 남아 작게, 지속적인 대미지를 입히는 스프레이다.

은우는 재빨리 뒤로 물러난 뒤 그의 무기, 롤러를 휘둘렀다. 상당량의 잉크 덩어리가 직선 형태로 흩뿌려졌다. 장애물에 어정쩡히 걸치고 있던 적이 얻어맞자마자 본능적으로 얼굴을 구길 양이었다.

“한 번 더.”

─한 번은 정 없지

─한국인은 최소 두번은 준다

─한입만 더 무봐라

─배터져 죽어욧

그는 적을 향해 거대한 롤러를 다시 휘둘렀다. 롤러에서 흩뿌려진 잉크가 적을 두 번 뒤엎으면 금세 적이 터져 나간다.

『Hydra Kill!』

그는 그 상태에서 뒤로 물러났다. 뒤에서 치고 들어온 아군과 뒤늦게 끼어든 적군이 대치하는 사이, 그의 잉크 통은 느리게 차오른다. 호스와 마찬가지로 본인 팀 잉크 바닥을 밟으면 잉크가 충전되는 형식이다.

철퍽!

잉크가 적당히 차올랐을 즈음, 그는 바닥에 대고 밀며 적에게로 돌진했다. 갑자기 옆에서 치고들어 오는 롤러에 적이 기함하며 뒤로 도망갔다.

그러나 은우가 노린 건 처음부터 그 적을 죽이는 게 아니다.

퍼억!

은우가 칠한 길을 따라 달려온 아군 호스 유저가 공격을 발사했다. 도망치던 적이 정확히 얻어맞고 목각 인형으로 변했다.

─캬 합 좋구요

─롤러 개시원하다

─크으으 한번에 싹 밀리는 것봐

─괜히 기분 상쾌함

“호스도 손맛이 좋은데 롤러도 만만치 않게 좋은 것 같습니다.”

─롤러 좋지

─ㅇㅈㅋㅋㅋㅋ롤러는 미는 맛이 진짜...

─대걸레는 빨라서 좋고 롤러는 면적이 넓어서 좋음

─롤러 너무 좋아

─호스.....

롤러는 무기 중 색칠 면적이 가장 넓고 파괴력도 높은 축에 속한다. 함부로 쓰면 잉크가 다 떨어져서 빌빌거리게 되는 수가 있지만, 조절을 잘하면 이만큼 화끈한 무기도 별로 없다.

아무렴 롤러는 은우의 어깨보다 더 넓은 면적을 한 번에 쭉 밀어 버리는 게 가능한 무기였다.

“적 쪽에도 호스 하나 있네요.”

그때, 멀리서 반짝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는 그의 바로 옆에 선 호스 유저를 붙잡고 뒤로 물러났다. 깜짝 놀란 아군이 발버둥을 치려던 순간, 상대 쪽 호스 공격이 쭉 뻗어 왔다. 간발의 차로 맞지 않았다.

뻐끔뻐끔.

침묵 상태의 아군이 입술을 움직이다가 그냥 엄지를 치켜세웠다.

─b

─b ^^

─b

─굳b

“바로 처리하러 갑시다. 호스는 내버려 두면 좀 성가셔서.”

은우는 아군의 따봉을 외면한 채 앞으로 치고 나갔다. 호스만 못하지만, 롤러 역시 직선으로 휘두르면 꽤 길쭉한 길을 만들어 내니.

잉크 양이 어마어마하게 소모되지만, 공격을 멈춘 채 달려 나갈 땐 어느 정도 회복이 된다.

─딱 대

─호스 딱대

─저격 어림도 없죠

─구울왕 출격!

“어딜.”

촤악!

직선으로 잉크가 흩뿌려졌다. 도망가던 호스가 그를 향해 호스를 다발로 쏘았으나, 은우가 뿌린 길을 막지는 못했다. 그거면 된다.

은우의 롤러가 적의 몸을 문대듯 그대로 밀어 버렸다. 일격에 호스 유저가 바로 사망했다.

『Cozmo11 Kill!』

은우는 그 상태에서 바로 뒤로 굴렀다. 호스가 아무래도 두 명이었던 듯, 반대쪽에서 그를 노리는 잉크 압이 터져 나왔다.

─와 호스 둘;;

─이걸 피하네

─호스 두 명 무쳣다

─실력 어중간하면 패배하기 딱 좋은 구도...

─근데 호스도 은근 색칠하긴 좋음

─에임보니까 실력 ㄱㅊ은듯?

“거슬리네요.”

충전과 장전에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호스도 색칠에 쓰고자 하면 나름 활약할 수 있는 무기다. 심지어 저격을 통해 상대편을 제거해 가며 칠한다면 말할 것도 없다.

은우는 아래층으로 뛰어내리며 바닥을 롤러로 문댔다. 노란색 잉크 사이로 하늘색이 넓게 퍼졌다. 곧 호스가 일직선으로 길을 낼 테지만, 롤러의 면적을 전부 칠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게 은우의 발판 겸 충전기가 되어 줄 것이다.

그때, 아군 쪽 호스 유저가 장애물 뒤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그걸 본 순간 은우는 적군 쪽 호스를 가리켰다. 아군이 고개를 주억이며 충전에 들어갔다.

─(끄-덕)

─뭔진 모르겠지만 알겟어!

─아ㅋㅋㅋㅈㄴ 귀엽누

─b^^

동시에 은우의 허리가 뒤로 틀어지며 롤러를 휘둘렀다. 잉크가 후욱 퍼져 나가며 뒤에서 덤비려던 적군 대걸레를 맞췄다.

그러나 대걸레는 피하는 대신 그대로 돌진하며 은우에게로 덤벼들었다. 대미지가 크긴 하지만, 한 방에 킬 나지 않는단 걸 잘 아는 사람이었다.

─아,,,,,안돼!

─도망가! 그건 구울왕이라고!

─학살좌라고!

─아앗 님아 그 잉크를 던지지 마시오...

사람들이 탄식하고, 은우는 롤러의 길쭉한 대를 창 잡듯 잡았다. 그리곤 대걸레가 던지는 잉크를 피해 대걸레에게로 마주 달려갔다.

숙인 상체 위로 대걸레가 뿌린 잉크가 흩날리고, 은우는 구르려는 적을 향해 롤러를 찍었다. 롤러 프레임이나 커버 부분을 휘두르는 대신 손잡이의 끝부분으로 유저의 명치를 내려찍은 것이다.

무엇을 기대했던 것인지 대걸레 유저가 숨 토해 내는 입 모양과 함께 구르기를 멈췄다.

은우는 그걸 보며 적을 찍을 때의 반동을 이용해 뒤로 쭈욱 미끄러졌다. 호스의 잉크 선이 그와 대걸레 유저 사이를 관통하고, 은우의 롤러가 휘둘러졌다.

직격을 2번이나 당한 대걸레 유저가 기어코 인형이 되어 버렸다. 적군 호스 유저 역시 숨어 있던 아군 호스 유저에게 저격당해 터져 버리고 말았다.

“고통은 없을 텐데, 이런 공격은 예상 못 했나 봅니다.”

─안이,,,누가 명치 맞고 멀쩡하게 굴겟냐구요....

─님이 나빴어

─명치맞고 잘 움직이는 놈이 더 대단한 거지...

총만 쓰는 건 아니나, 대체로 잉크를 뿌리고 쏘는 식으로 싸우는 게임에서 갑작스레 근접 공격을 받으니 당황스러웠던 걸까.

아니면 외부적 요인에 의해 몸이 멈춰 버린다는 이질감을 이겨 내기 힘든 걸까. 뭐, 아무래도 좋다.

“그래도 플래티넘이라 합 맞추기가 편합니다.”

─ㅋㅋㅋㅋ골딱이들 어림도 없지

─골무룩

─느이 골드는 이런 거 못하지?

“적들 오기 전에 얼른 칠할까요.”

은우는 중앙 지대를 열심히 하늘색으로 칠했다. 적을 죽였다는 달성감 외에도, 구역이 적의 색 한 점 없이 그들 팀 색으로 변하면 묘하게 기분이 좋다. 마치 깔끔하게 청소한 집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10분 뒤, 어김없이 하늘색 팀이 우승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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