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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자도 방송할 수 있습니다-193화 (193/233)

193화

스플랫은 배틀 로얄의 경우, 무기를 중도 교환할 수 있지만, 땅따먹기에선 불가능하게 설정되어 있다.

4:4 팀전이라는 게 본래도 팀원 운이 좋아야 하지만, 스플랫의 경우 무기 조합까지 좋길 빌어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저레벨의 경우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니.

그 상태에서 고레벨 썩은물들과 매칭되면 상당히 답이 없다. 은우가 처한 게 그 상황이었다.

▣ 193. 15분은커녕 10분 만에

“…왜 64짜리가 있습니까?”

게임 시작 전, 매칭을 기다리는 로딩 화면에서 은우는 의문을 표했다. 레벨 1짜리가 9짜리랑 붙는 건 이해한다. 그런데 64는 좀 아니지 않은가.

─게임도 알아보는 켄의 미친컬;;

─ㅋㅋㅋ스플랫이 원래 저래요

─나 6렙인데 별단 새끼랑도 붙어봄

─혹시 청자인 거 아님?

─킹리적 갓심ㅋㅋㅋㅋ

의문을 표해도 이미 매칭된 걸 바꿀 순 없다. 물론 8명이 전부 모이지 않은 상태이므로 매칭 대기 화면을 나가면 그만이나, 굳이 그러고 싶진 않았다.

“레벨 높은 사람이 쓰는 무기는 뭐가 다릅니까?”

─큰 차이는 별루 없어요

─공격력이랑 연사력이 무기마다 차이나긴 하는데..

─공격력이 높으면 연사력이 낮거나 충전 속도가 낮거나 이런 식으로 밸런스 조절은 되어잇어요

─님 에임이면 기본무기로도 씹어드실 듯

─밸런스 나름 잘 맞긴 함

“하긴 무기가 좋아도 못 맞추면 소용이 없죠.”

─아;; 팩트 아프다

─기만질 보소

─아 재수없어

─자랑 자제좀

“자랑한 거 아닙니다만…….”

그냥 팩트를 말했을 따름이다. 그걸 자랑으로 여겼다면 본인의 실력이 그만큼 안 좋단 의미가 아닐까.

그사이 마지막 한 명까지 들어왔다. 매칭도 랜덤, 판마다 팀원도 랜덤으로 걸리는지라 레벨 64짜리가 어디로 갈지는 알 수 없다.

“아, 저기 갔네요.”

─황금 밸패 ㅇㅈ합니다

─켄 상대론 64렙도 부족하지

─어서 저리로 꺼져!

시작 지점에서 스폰되면 머리 위로 닉네임이 잠깐 동안 떠올라 있다가 사라진다. 레벨 64짜리의 닉네임은 안타깝게도 그의 팀원에게서 보이지 않았다.

흔들흔들.

대화가 불가능한 게임이라 사람들은 손을 대충 흔들며 인사했다. 은우도 가볍게 목례로 받아주었다. 보기 드문 덩치에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은우는 그것보단 손목에 채워진 시계에 주목했다. ‘5, 4, 3’ 하고 카운트다운이 띄워져 있다.

─근데 켄 아니고 다른 사람이었으면...ㅋㅋ

─스플랫 매칭이 워낙 거지 같음

─승률 50퍼 맞추려고 대충 욱여넣는 느낌이라

─켄넴 괜찮으시겟음?

“뭐, 잘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시작합니다.”

아쉬울 것도 없다. 그가 개입해서 될 문제가 아니니까. 그냥 그는 최선을 다하면 그만이다.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그들을 가로막고 있던 방벽이 풀렸다. 손목시계의 타이머가 ‘14:59’로 변하면 잉크탄들이 후르륵 앞으로 토해진다.

철퍽철퍽.

은우가 속한 팀의 잉크색은 마젠타. 보통 핫핑크라고 부르는 그 색이었다.

콘크리트 바닥이 눈 아플 정도로 강렬한 색으로 물들고, 은우의 다리가 그 위를 미끄러졌다.

“맵이 신기하네요.”

아래로 가는 길, 위로 가는 길, 다양하다.

은우는 그중 위쪽을 선택해 달렸다. 속도가 늦춰지지 않도록 잉크탄이 떨어지기 전에 탄창을 교체해 가며 돌진하면 슬슬 적들의 잉크색이 보이기 시작한다.

툿툿툿툿!

잉크탄이라서 그런가 발사되는 소리는 ‘토토토토’와 ‘두두두두’ 사이였다. 은우는 재빠르게 옆으로 미끄러지며 반격했다. 방금까지 있던 자리를 잉크탄이 덮쳤다.

“표적이 커서 편하네요.”

툿툿툿툿!

기본 무기라 연사력도, 사거리도 떨어지는 편이지만, 에임이 좋으면 아무래도 좋다. 은우는 그를 공격하려던 적을 가장 먼저 보내 주었다. 특별히 끼어드는 이도 없고, 적도 그만 노려서 상대하긴 편했다.

슈욱-

입은 대미지를 몸에 묻은 잉크로 표현하는지, 공격에 적중될 때마다 적의 몸이 얼룩덜룩해졌다.

그리곤 그 몸 전체가 마젠타색 잉크로 물들었을 때, 적이 빛과 함께 펑 터졌다.

마젠타색 빛─실제로 반짝거리는 게 아니라 만화적 빛 표현 같은 그라데이션이었다─을 뿌리며 펑 터지는 것이다. 그 자리에 대신해 남은 것은 4등신짜리 목각 인형이다.

『Amvien37 Kill!』

“컷.”

은우는 쉽게 첫 번째 적을 해치웠다. 감질날 정도로 쉬워서 아쉬울 지경이다. 은우는 떨어진 잉크를 충전하며 벽을 칠했다.

멀리서 반짝, 하고 무언가가 빛났다. 이어지는 건 그의 몸을 노리는 레이저 선이다.

그것을 눈치챈 순간 은우는 뒤로 몸을 젖혔다. 캐릭터의 신체가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유연성을 극한으로 이용한 그 움직임은, 그의 손이 바닥에 닿아 뒤로 백 텀블링을 하게 만든다.

파앙!

아슬아슬한 시간 차로 잉크의 선이 쭈욱 그려졌다. 단순히 허리만 젖혔다면 그의 몸이 젖었을지도 모르겠다.

“이건 뭐랍니까.”

─소방호스요

─대충 저격총 비슷한 거임

─운용 잘하는 거 보니까 64렙이 호스 든 모양인디?

─호스 좋다.

─러씨아 좌 꾸준영업 인정합니다

“아, 다른 무기군요. 너무 티 나서 쓰긴 좀 어렵겠습니다.”

─.....

─팩-트

─ㅋㅋㅋㅋㅋㅋㅋ

─호스가 좀 까다롭긴 하지

─아 왜 호스 좋다고

저격 총, 스플랫에선 호스라 불리는 무기가 상대 쪽에 있는 이상 은폐는 필수다.

은우는 장애물 뒤로 돌아가며 바닥을 칠했다. 코너를 돌다 말고 적과 마주쳤지만, 기척을 미리 읽었기에 바로 탈락시켜 주었다.

『가랑가랑 Assist!』

─누가 먼저 피 깎아둔 모양인데

─안 깎아놔도 켄이면 잡았지 뭐

─고건 맞는 말이구연

시청자들의 의문은 바로 풀어졌다. 아군이 연이어 코너를 돈 덕이다. 쫓는 동안 바닥도 칠하고 있었는지, 잉크 묻힌 대걸레로 바닥을 문대며 달려오고 있다.

─아 귀여워ㅋㅋㅋ

─엄지 척!

─따봉은 못참지

─굳 어시

─bbb

대신 처치해 준 게 은우란 걸 눈치챘는지, 아군은 지나가며 엄지를 치켜세워 주었다. 은우도 반사적으로 엄지를 들어 준 후 벽과 바닥에 골고루 잉크를 뿌렸다.

“이거, 적 진영을 파고들어서 칠해도 괜찮겠네요.”

─ㅋㅋㅋ벌써 땅따먹기의 꿀잼 요소를 알아버리셨군

─아 켄포 나가신다

─켄포 ㅅㅂㅋㅋㅋㅋ

─적들 다 전선에 있을 때 본진 털면 ㄱㅇㄷ

─본진 털기는 진짜 꿀잼

“부활 시간이 몇 초입니까?”

─30초였나?

─30초

─30초여

“좋네요.”

경기 시작 후 5분이 좀 넘어갔을 무렵, 2명의 적을 더 처치한 은우는 새삼스러운 사실을 깨달았다. 기실, 게임에 적응해서 슬슬 위험성에도 몸을 던질 생각이 들었다는 게 더 알맞은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는 빠르게 잉크의 길을 타고 달렸다. 격전이 치러지고 있는 중심부는 두 가지의 잉크가 섞인 상태다. 심지어 새로운 잉크가 추가로 덧뿌려지기도 했다.

“칠하는 것도 재밌습니다만, 역시 사람 사냥이 더 낫네요.”

─앗,,,

─???: 사람사냥이 더 낫네요

─ㄷㄷㄷㄷ

─인성 나오죠?

─여윽시 구울왕

은우는 장애물 사이에서 확 튀어 나가 아군을 쫓고 있던 적군을 처리했다. 발로 적의 상체를 밟으며 넘어트리고 상체에 잉크탄을 퍼부으면 순식간에 처리가 가능하다. 펑 소리와 함께 나무 인형이 남았다가 스르륵 사라졌다.

이후 그는 구르며 적이 깔아 둔 잉크 위로 본인의 잉크를 흩뿌렸다. 떨어지려던 이동 속도가 다시 제 속도를 되찾았다.

파앙!

고지를 점하고 있던 호스 유저가 그를 보자마자 바로 조리개를 돌렸다. 호스가 풀리며 잉크가 총처럼 빠르게 쏘아졌다.

하나 은우는 또 한 번 옆으로 구르며 그것을 회피하곤 수류탄을 던졌다.

액체가 흠뻑 퍼져 나가며 그가 밟을 길을 만들었다. 그것을 밟으며 장전을 완료한 건 당연한 이야기다.

투투투투투투!

쌍물총을 든 적군이 그를 노렸지만, 은우는 팔다리를 내주고 상체를 지켰다. 벽에 띄엄띄엄 발사한 발판이 은우를 반겼다.

적군이 다급히 그를 맞추려 했지만, 소용없다. 오히려 그들이 은우에게 집중한 사이 아군의 포격이 치고 들어왔다. 시야가 넓지 않은 저레벨의 실수였다.

그리고 은우의 몸이 호스 유저가 있던 고지점에 기어코 올랐다. 도망치는 대신 마지막 한 방을 준비한 적군이 타이밍 맞춰 호스를 발사했다. 잉크통과 연결된 고무호스에서 잉크가 쑤욱 발사됐다.

“별로 유감은 없는데, 좀 귀찮아서.”

다만, 그의 실수는 상대가 저레벨에 맞지 않는 실력일 수 있음을 간과한 것이었다.

은우의 머리가 옆으로 기울어지며 잉크를 회피했다. 경로 선을 따라 흘러내린 잉크가 은우의 몸 절반을 적셨지만, 말 그대로 ‘절반’이었다. ‘전부’가 아니라.

“스폰 장소로 돌아가십쇼.”

죽이지 못하면 죽는다. 그건 실전이나 게임이나 똑같이 통용되는 말이니.

은우는 앞으로 치고 나가며 호스 유저와의 거리를 줄였다. 적 유저가 발악하듯 충전도 안 한 채 단발성 공격을 날렸지만, 그것에 당해 줄 은우가 아니었다.

물총이 호스 유저가 든 호스를 위로 후려쳤다. 은우의 몸은 회전하며 유저의 품에 파고든 채, 팔꿈치로 호스 유저의 팔을 또 한 번 위로 올려쳤다.

고통도, 부상도 없으나,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효과는 있다.

이후 훤히 열린 상체를 향해 총을 격발하면 마젠타색 잉크가 흠뻑 튀어나온다. 적 상체를 강렬한 색으로 물들었다.

『나는대머리다 Kill!』

─개무섭겟다;;

─시바 나같음 뒤도 안 보고 튐

─아앗,,,앗,,, 대머리좌,,,,

─이건 켄이 잘못했다

─켄이 나빴네

은우는 떨어진 탄약을 버릇처럼 장전하며 손등으로 헬멧을 쓸었다. 부상 페널티를 시야 가리는 걸로 하는지, 시야에 잉크 얼룩이 진 탓이다.

눈에 잉크가 들어갔단 의미는 당연히 아니고, 헬멧 유리판에 잉크가 얼룩덜룩 진 것에 가깝다.

“헬멧 안 쓰신 분들은 안 이렇습니까?”

─ㄴㄴ 안경에 얼룩진 느낌으로 시야 보임

─ㅋㅋㅋ그래서 안경러들 이거 개잘하잖아

─안경 오래 쓰면 닦기 귀찮아서 걍 안 닦고 다님ㅋㅋ

─안경 쓰고 다니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고??

사람들이 농담 따먹기를 하는 사이, 은우는 빠르게 주변을 칠했다. 잉크를 바닥에 칠하는 것이 이동 속도, 즉 회피로 연결되다 보니 게임 5분 만에 습관이 들어 버렸다.

“호스도 제거했겠다, 바로 치고 들어가겠습니다. 중심부는 아군이 어떻게 해 주겠죠.”

마침 호스 유저가 서 있던 자리는 적군의 본진과 연결되는 길이다.

은우는 연결된 바닥을 칠하며 적 진영 쪽으로 내려갔다. 그동안 스폰된 적이 후다닥 달려왔지만, 은우의 눈엔 오히려 먹잇감이 달려오는 꼴이었다.

상대측 색인 하늘색으로 땅이 물들어 있긴 하지만, 하나 정도는 남의 홈그라운드에서도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다.

“혹시 모르니 약 좀 치고…….”

은우는 띄엄띄엄 탄환을 발사해 그가 뛰어다닐 공간을 마련하고, 장전하는 타이밍에는 그 공간들을 이용해 피했다.

그리곤 상대의 히트 박스만 정확히 명중시켜 나무 인형으로 만들어 버렸다.

찰박. 귀를 뚫고 들어오는 발소리는 적 또는 아군의 것일 테다. 은우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갔다.

적이면 좋고, 아군이어도 상관없다. 아군은 수류탄에 맞는다고 죽지 않으니까. 외려 발판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해 줄지도 모른다. 손해는 없다.

은우는 망설이지 않고 뒤를 향해 수류탄을 던졌다. 곧 퍼엉 하는 소리와 함께 킬 마크가 떴다. 적이었던 모양이다.

“호스는 배틀 로얄에서 쓰면 재밌을 것 같고… 아까 대걸레 좋아 보이던데, 대걸레는 언제 해금됩니까?”

─대걸레가,,,재밌긴 하지...

─대걸레보단 호스지

─아ㅋㅋㅋㅋ호스 개꿀잼

─롤러도 개잼이라고요

은우는 차분히 바닥을 칠하며 적군이 오는 족족 사살해 버렸다. 그러자 저쪽도 독이 바짝 올랐는지, 넷이서 은우만을 노리고 덤벼들었다.

각각 물총, 쌍물총, 호스, 스프레이였다.

“이건 별로 안 좋은데.”

─와 넷이서 덤비는 거 봐

─아ㅋㅋㅋ독 바짝 올랐네

─합 맞춰서 덤비는 게 더 신기함

─난 걍 피해서 칠할 것 같은데

─구울왕인 거 모르니까 글치뭐

─함 봐주자 함만 봐주자

그는 서둘러 뒤로 후퇴했다. 아무리 그라도 남의 잉크 밭에서, 신체 능력 차이도 안 나는 네 명을 동시에 상대할 재간은 없었다. 무능이라기보단 객관적 평가다.

긴급히 달려온 아군이 어떻게 견제를 해 주긴 했지만, 은우를 죽이는 데만 혈안이 된 네 명은 쉽게 죽어 주지 않았다.

“스프레이는 굉장히 느린데 분사 범위가 엄청 넓은 무기 같습니다.”

─ㅇㅇ 칠하기 전용 무기임

─저걸로 사람 죽이는 걸 본 적이 없어ㅋㅋ

─대부분 어시로 죽이지

─그래서 상위권에선 안 보이잖아;;

사람들 말대로, 적을 사살하기보단 색칠에 특화된 무기로 보인다. 은우는 벽을 밟고 위로 뛰어올랐다. 그를 쫓아 적의 하늘색 잉크가 벽에 치덕치덕 칠해졌다.

그리고 벽의 가장 윗부분을 밟은 순간 은우의 몸이 회전하며 바깥으로 뛰었다.

두두두두 발사된 잉크는 그의 바로 아래까지 와 있던 스프레이를 가장 먼저 처치했다. 스프레이가 나머지 세 명의 길을 터 주는 역이었기 때문이다.

마침 쌍물총과 호스는 아군의 견제 때문에 그를 타깃팅하는 것에서 이탈한 상황. 물총이 다급히 그를 노렸지만, 에임이 좋지 않았다.

기어코 은우는 스프레이를 죽여 버렸다. 아군의 견제에 쌍물총과 호스가 죽은 것도 그때였다.

─너만 남았죠?

─빤스런 각이죠?

─절대 안 되죠?

─봉쇄죠?

“어딜.”

은우는 도망가는 물총을 쫓아 확실히 끝장을 내 주었다. 딱히 열 받았다기보단, 도망가는 와중에도 하늘색으로 맵을 물들이려 해서 어쩔 수 없었다. 마젠타색 사이로 하늘색이 껴있는 건 별로 기분 좋지 않다.

그때, 아군이 팔딱팔딱 뛰며 손을 흔들었다. 그것에 시선 끌려 눈길을 주면, 상대가 양쪽 엄지를 착 치켜세워 준다.

─아ㅋㅋㅋㅋ쌍엄지ㅋㅋㅋ

─쌍따봉은 인정이지

─나였음 그랜절함

─b^^d

─쌍따봉 개귀엽누ㅋㅋㅋㅋ

은우는 양손 전부는 못 해도 한쪽 손으로 엄지를 추켜세워 주곤 다시 최전선으로 달려갔다. 적군이 치고 들어올 때 본인들 잉크로 칠해 버린 부분을 다시 메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파앙!

아까 죽은 호스 유저가 부활해서 잠깐의 충전과 함께 긴 잉크 길을 만들어 냈다. 그렇지만 그 나머지 부위는 전부 마젠타색이다. 은우가 달려가기 좋단 소리다.

그는 그 길을 중도에 잘라 먹곤, 달려오던 호스 유저의 손에 수류탄을 쥐어 주었다. 엉겁결에 수류탄을 받은 적군이 기함하며 던지려 했지만, 시간은 이미 다 됐다.

퍼엉!

─ㅋㅋㅋㅋㅋㅋㅋㅋ

─잘 가라

─???: 마음에 들어?

─폭발은 예술이다

부활한 고렙 유저가 폭발과 함께 스폰 지점으로 다시 되돌아갔다. 그가 부활하기 위한 30초가 지나면 상황은 이보다 더 안 좋아져 있으리라.

아무렴 은우가 적 진영에서 적을 잘라 주니, 아군은 죽을 걱정 없이 그 사이 구간을 그네들 색으로 물들일 수 있었다. 그렇게 그들이 먹은 땅은 은우의 운신을 편하게 만들어주었으니, 그의 킬 속도가 더 올라간 건 당연한 일이었다.

─와 진자 개꿀 빤다...

─이게,,,, 게임이다,,,,,

─버스 달달하다~

─1렙이 태워주는 버스 실화냐?

─부캐도 아니고ㅋㅋㅋ

15분은커녕 10분 만에 지역을 제패하다시피 했다. 상대도 할 말을 잃었는지 적 중 한 명은 리스폰 지점에서 그냥 쪼그려 앉아 있다.

그렇지만 아무도 그를 나무라지 못했다.

우승은 은우가 속한 마젠타 팀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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