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자도 방송할 수 있습니다-180화 (180/233)

180화

【오랜 기간 봉인 되어 있던 까닭에 나의 힘은 온전치 않다. 세 번까지는 연속으로 쓸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은 시간을 필요로 할 것 같구나.】

“그러니까, 3회 사용 후 쿨타임이 필요하단 겁니까?”

─ㅖ

─ㅖ

─ㅔ

─ㅖ

은우는 그가 새로 얻은 스킬을 신기하게 보았다. 게임을 시작한 이래 시스템을 맡아 온 샤를로테가 이번에도 설명을 해 주었다.

그녀의 바람이 창을 만들며 스킬 미리 보기를 보여 주었다.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불꽃이 뻗어 나가는 대규모 광역기였다.

【마침 잘됐구나. 이 능력이라면 몰려드는 머맨들을 처리할 수 있을 거야. 그네들은 불을 두려워하니까.】

샤를로테가 옆에서 재잘거렸다. 붉은 보석─이그리트의 봉인석─을 부숨으로써 엘프를 회유할 방도가 사라졌던 걸 걱정한 모양이다.

【배는 해안가에 많았으니 그중 하나를 골라 쓰는 게 좋겠어. 배를 움직일 바람 정도는 내가 일으킬 수 있을 거란다. 비록 머맨들을 따돌릴 정도의 속력은 무리겠지만 말이야.】

요컨대, 샤를로테가 배를 옮겨 줄 테니 그동안 쏟아질 머맨의 공격은 플레이어가 알아서 버티란 것 같다. 이번에 얻은 이그리트의 ‘정화’를 적절히 사용하는 게 포인트일 테고.

“친절하게 써 볼 기회도 주는군요.”

─머맨들 다죽었다

─아ㅋㅋ광역기는 킹정이지

─ㅈㄴ 잘 쓸릴 듯

은우는 목덜미를 쓱쓱 쓸다가 다시 무기를 들었다.

“이 섬만 탈출하고 방종하겠습니다.”

시청자들이 광광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 180. 금강산도 식후경

“내가 오늘 두고 보쟀지.”

생일이니까 식사까진 못 해도 선물이나마 주러 형 회사로 갔다가 그대로 붙잡혔다. 키 차이로 인해 초크 같은 건 안 당했지만 말이다.

“아.”

“몸 좀 생각하라고.”

귀가 잘리는 것보다 당기는 게 더 아픈 기분은 왜인지. 잡아당길 때 손톱에 꾹 눌린 부분이 하필 뾰루지 난 데라 더 아프다.

“아파.”

은우는 얼얼한 귀를 손바닥으로 누르며 형을 졸졸 따라갔다. 점심시간에 맞춰 찾아간 김에 점심도 같이 먹기로 한 것이다.

“엄살은.”

“…진짜 아픈데.”

그는 작게 웅얼거리며 들고 온 상자나 넘겼다.

“생일 축하해, 형.”

“…뭘 또 사 왔어.”

“형도 줬잖아.”

4월 1일, 문가에 웬 과자 꾸러미와 용돈이 있길래 뭔가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형이 준 선물이 분명하다. 그때의 그는 눈치 못 챘었지만.

“대단한 건 아냐.”

“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뭐.”

건우는 선물 박스가 담긴 상자를 손목에 걸었다. 무슨 선물인가 보고 싶었지만, 헤어지기 전까진 깔 수 없다. 그게 예의니까.

“어, 건우 씨…….”

그때, 누군가가 건우의 이름을 부르며 인사차 손을 올렸다가 슬그머니 내렸다. 손을 내린 이유는 명백했다.

“아, 대리님.”

대리? 은우는 형에게 말 걸려 했던 이를 다시 살폈다. 툭 튀어나온 광대와 눈에 띄게 가는 눈을 가진 남자였다. 은우의 입술 끝이 미세하게 내려갔다. 답하는 형의 표정이 살짝 썩어 있는 게 보였던 탓이다.

형이 이렇게 대놓고 싫어할 만한 사람은 별로 없는데…….

“누구랑 밥 먹으러 간다더니…….”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이 팀장 먼저 달았다고 사무실 분위기 개판으로 만든다던 대리님이 한 사람 있다 하지 않았나?

은우는 그것을 가만히 보다가 오늘 검은 셔츠와 슬랙스 바지를 챙겨 입길 잘했다 생각했다. 직장인들이 넘쳐나는 곳이 목적지라 나름 녹아들겠답시고 입은 거였는데……. 비록 원하던 직종으로 위장은 못 했지만, 그래도 그럴싸한 의태가 아닌가?

참고로 조폭에 대한 인상은 2000년대에서 2050년대가 될 때까지 달라진 게 없다. 금목걸이랑 문신은 비록 은우에게 없지만 말이다.

“형, 누구?”

“아, 이영휘 대리님이라고… 우리회사 대리님이셔. 대리님, 여긴 제 동생입니다. 은우야, 인사해야지.”

주말에도 근무하게 만든 사람에게 별로 인사하고 싶진 않지만, 안 하면 형이 곤란해지겠지. 은우는 싸늘하던 표정에 나름의 미소를 머금고 성큼 나아갔다.

그림자가 질 정도의 덩치가 다가오자 상대의 몸은 더 움츠러들었다.

“안녕하십니까. 서은우라고 합니다.”

은우는 악수를 청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래도 어른이니 무례해보이 않도록 왼손으론 오른손 팔꿈치 부근을 대충 받쳤다.

물론 윗사람에게 먼저 건네는 것도 예절에 어긋난다지만, 그의 윗사람은 아니니까 괜찮을 거라 본다.

“형한테 이야기 자주 들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날이 더워서 소매를 걷은 탓에 단단한 근육 사이로 도드라진 핏줄이 잘 보였다. 은우에게 그러니 상대에겐 더 잘 보일 터였다.

상대가 덜덜 떨며 마주 악수를 해 주었다. 하여, 굳이 세게 잡진 않았다. 저쪽이 세다고 느낄 순 있겠지만.

“제가 명함은 따로 챙기질 못해서,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사실은 명함 따위 없다. 그렇지만 저쪽은 그걸 모를 테니까 상관없다.

은우는 이 대리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눈치가 아예 없진 않은지 이 대리는 호랑이 앞에 놓인 토끼처럼 덜덜 떨며 명함을 헌납했다. 명함이 없는 상황에도 구태여 명함 이야기 꺼내길 잘했다.

그는 그것을 지갑에 소중히 넣었다. 굳이 이 대리 보는 앞에서 넣은 이유는 너를 기억하겠다는 경고 삼기 위해서다.

“뭉블랑……! 헙!”

“……?”

…왜 지갑 보고 놀라지. 형은 그거에 왜 또 동감하는 눈을 보내는지 모르겠다.

은우는 그가 든 지갑을 보았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박기철이 형 선물 고를 때 도움 주겠답시고 따라왔다가 하반기에도 잘 부탁드린다며 억지로 쥐어 준 지갑인데.

“서, 서 사원이 든든한 동생을 뒀네.”

“그렇죠?”

“그, 그래. 두 사람, 점심 먹으려는 거지? 점심 맛있게 들어.”

“네. 대리님도 맛있는 식사 되세요.”

어찌 됐건 일단 이 대리를 치우는 데 성공했다. 은우는 뒷주머니에 지갑을 집어넣으며 허둥지둥 떠나는 이 대리를 지켜보았다.

저쪽이 어떻게 오해했을진 모르겠지만, 대충 그같이 생긴 사람한테 전화번호를 바친 상태에서, 그를 동생으로 둔 형에게 더 이상 까불진 않을 거라 본다. 그러니까, 아마도?

성주 자식이 종종 이것과 비슷한 방식─거긴 전화번호가 없으니까─으로 여자들을 보호─낚기 위해서─해 주는 걸 봤으니까 통할 거다.

“와, 속 시원하다.”

“그래?”

“윗사람 무서운 줄 모르고 깝치는 사람인데, 역시 외형에서 오는 공포는 못 참는구나…….”

그건 그가 공포스럽단 이야긴가. 알고 있는 사실이긴 한데 저렇게 말로 지적받으니 기분 이상하다.

은우의 눈이 물끄러미 형을 보았다. 좋아하니 됐다.

“…덜 깝치면 좋겠네.”

“그러게.”

그러게, 가 아니라 아마 덜 깝칠 거다. 은우는 공포스런 존재를 지인으로 뒀을 때 시비가 얼마나 덜 걸리는지 잘 아는 사람이었다.

다만 문제는 전생처럼 그의 위치가 무지막지한 수준이 아니라 외형만 무서운 정도란 건데…….

이 나라 사람들은 간이 작으니까 괜찮을 것 같다.

“아. 근데, 형.”

“어.”

“지갑에 뭐 문제 있어?”

그는 딱 2번 쓴 지갑을 흔들었다. 형의 눈빛이 기묘해졌다.

“그거 100만 원짜리잖아.”

“…이게?”

아무 무늬 없는 가죽 지갑인데 이게 100만 원이라고?

은우의 눈빛이 기묘해졌다. 박기철이 화장실 갔다 오면서 사 온 거라 미처 비쌀 거라고 생각을 못했다. 본인도 싼 거니까 부담 갖지 말라고 했고.

…요즘은 100만 원이 싼 건가? 선물, 더 비싼 걸 골랐어야 했나?

“내가 백화점에 매장 입점시키는 사람인데 그걸 모르겠냐. 그거 뭉블랑 거지?”

“…몰라. 받은 거라서.”

“허.”

형이 기가 차다는 듯 숨을 내뱉더니 이내 그럴 수 있지 하며 고개를 주억였다.

“그래도 강아지 집에 들일 땐 조심해. 지갑 물면 흠집나잖아.”

“…강아지를 집에 왜 들여?”

“아니, 뭐.”

은우의 물음에 건우는 슬쩍 시선을 회피했다. 절대 대형견 키우는 게 로망이었다곤 말할 수 없던 탓이다. 동생이 키울 생각 있다면야 옆에서 응원해 줄 거지만 뭐…….

“강아지 귀엽더라.”

“귀엽지.”

“처음엔 사람 물 뻔해서 좀 안 좋게 보였는데… 산책하는 거 보니까 완전 애교쟁이고.”

“그랬지.”

은우는 형의 말에 떨떠름함을 느끼면서도 착실히 대답했다.

참고로 산책하면서 알게 된 건데, 둘 다 애교가 넘쳐흘렀다. 둘 다 단모종이고 날렵한 몸통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가 달리는 모습은 멋있는데, 또 놀아 달라곤 할 땐 형 말대로 진짜 애교쟁이였다.

“아, 핏불테리어는 특유의 냄새가 있어서 키울 때 그거 고려해야 한다더라.”

“…그래?”

“그냥 알아 두라고.”

산책하면서 묘한 냄새가 나는 건 알았는데, 그게 덜 씻겨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원래 나는 거였구나. 은우는 형의 말이 어이없는 와중에도 새로운 지식을 획득했다.

“단모종은 자주 씻기면 안 된대. 자주 씻기면 건조해져서 갈라질 수도 있다더라.”

“…형.”

“추위 타니까 그것도 고려해야 하고. 아, 그냥 말하는 거니까 오해는 마라?”

은우는 형을 흐린 눈으로 보았다.

“또, 도베르만은 심장이 약해서 정기 검진을 많이 해야 한대. 그리고 둘 다 피부병이 날 확률이 높아서…….”

“솔직하게 말해, 형. 개 좋아해?”

“아파트랑 직장만 아니었어도 키웠을 텐데…….”

아파트에 거주하는 직장인의 비애였다.

* * *

개를 키울 환경이 못 되는 직장인은 그나마 맛집이라도 잘 알고 있었다. 닭갈비집이었다.

“여기 맛있어.”

점심시간임을 감안해도 사람이 득시글거리는 걸 보면 맛집일 것 같다.

운 좋게 자리를 차지한 그들은 닭갈비 3인분을 주문했다. 한 번에 많이 시켜 봐야 볶기도 힘들고, 한쪽은 설익거나 한쪽은 타거나 한다. 계속 추가해 가면서 졸아드는 양념에 먹는 게 낫다.

“그리고 우동 사리랑…….”

추가할 사리는 입 맞춰 둔 상태라 주문은 일방적으로 이뤄졌다.

그사이 은우는 창가로 고개를 빼꼼 내민 채 주변을 휙휙 둘러보았다.

거대 찜질방이 하나 보이고 그 옆으로는 빌딩들이 즐비하다. 저기서 온갖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 생각하면 기분이 참 묘해졌다.

그 사람들도 이 일을 하고 싶다는 열정으로 그들의 직장을 다니고 있을까?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서, 그렇게 임하는 걸까?

“뭘 봐?”

“그냥, 직장인들 대단해 보여서.”

“난 네가 더 대단한데.”

은우는 고개를 들었다. 무엇이?

“잘은 모르겠지만, 너 돈 엄청 벌잖아. 크으, 부럽다.”

질시 한 점 없는 목소리로 형이 킬킬 웃었다.

“공부 백 날 해 봐야 뭔 소용이냐. 월급은 쥐꼬리만 한데.”

건우는 웃는 얼굴로 투덜거리다가 아차, 하는 표정을 했다. 은우의 성공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웃을 만한 소재가 아님을 뒤늦게 깨달은 탓이다.

“그렇다고 네 노력이나 뭐, 그런 걸 폄하하는 건 아니고…….”

“난 형이 더 대단한데.”

은우는 그런 건우를 건조한 눈으로 보았다. 방금한 말이야 사심 없이 말한 것임을 알기에 동요할 이유 없다. 지구상에서 돈, 즉 화폐란 게 얼마나 큰 가치를 차지하는지도 잘 아는 바고.

그렇지만 돈을 많이 받는다고 해서 그가 정말 대단한 사람일까? 은우는 봉사 활동에서 본 봉사자들을 떠올렸다. ‘대단’이라는 수식 어구는 그런 사람들에게 붙이는 말이 아닐까.

“직접 하고 싶은 걸 선택해서 실행하는 거잖아.”

“어?”

“그게 더 대단한 것 같은데.”

은우는 눈을 껌뻑였다. 별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방송을 택한 그와 달리, 형은 자의로 회사에 입사하고 그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또한 굉장한 거라고 생각한다.

“난… 아직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도 잘 모르는데…….”

“어, 저기…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뭐가?”

“일단 난 이 일이 하고 싶어서 여기 입사한 게 아니라 합격한 게 여기라서 일하는 거란다, 동생아.”

그런 동생을 보며 건우는 은은하게 웃었다. 개 같은 직장 동료와 개판인 사무실 분위기가 그의 머릿속을 흘러갔다.

“내가 돈만 많았어도 사표 냈어.”

모든, 정확히는 대부분의 직장인이 할 생각이 건우의 입을 타고 흘러나왔다.

은우의 눈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진짜?”

“진짜.”

건우는 어딘가 순진한 구석이 있는 동생을 보며 허허롭게 웃었다. 세상에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다 돈 때문에 하는 거지.

아, 생각해 보니 은우는 이제 스무 살이었던가? 대학교도 안 갔지, 얘?

건우의 눈이 순식간에 흐뭇함으로 물들었다. 나이야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별달리 체감 가지 않던 차다. 그런 동생의 나이가 오늘에서야 와닿았다.

이게 사회를 제대로 못 겪어 본 갓 성인의 풋풋함이다. 물론 성인이 된 지 반년 넘었고, 돈도 그보다 더 잘 벌지만, 하여튼.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사는 데 돈 들어가니까 어쩔 수 없이 성적 맞춰서 회사 들어가는 거지. 뭐, 아닌 사람들도 많지만… 그래도 돈 때문에 일하는 사람이 더 많을걸?”

“…그런 거야?”

“다 그렇지, 뭐.”

은우는 눈을 껌뻑였다. 이곳도… 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일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던 건가? 그렇지만 TV나 그런 건…….

아니, 맹신하면 안 된다. 그는 그의 지식 출처가 한 곳으로 편중된 것을 떠올렸다. 한 곳에 의지하는 것만큼 멍청한 건 없다.

“몰랐어.”

은우는 형의 말을 들으며 목을 긁었다. 하기야,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사는 세상이 있을 리가 없겠지. 형의 말이 현실적이다.

단지… 조금 환상이 깨진 기분이 들었다. 대놓고 죽고 죽이지 않을 뿐이지, 이 세계도 결국 살기 위해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뭐, 가르칠 땐 천직 찾아라,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라, 하고 싶은 일을 찾아라 이러니까.”

딱히 누군가의 가르침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었지만, 은우는 적당히 고개를 주억였다. 건우는 그런 동생을 흐뭇하게 볼 뿐이다.

“아까, 뭐랬지, 하고 싶은 게 뭔지 잘 모르겠다고 했던가?”

“어, 어.”

“그거 정상이야. 네 나이가 몇인데 벌써부터 하고 싶은 걸 알겠냐. 7년은 더 구른 나도 모르는데.”

“음료수 먼저 드릴게요.”

“아, 감사합니다.”

그들은 먼저 나온 음료수를 각자 나눠 받았다. 얼음이 동동 띄워진 탄산음료는 기포를 뽀글뽀글 올리고 있다.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한 거야?”

은우는 형의 물음에 목덜미를 쓱 쓸었다가, 다큐를 봤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관장님 일이나 봉사 때 든 감상은 덤이었다.

“으음…….”

건우는 그것을 듣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

그가 보기엔 솔직히 배가 부른 고민이었다. 그렇지만 은우의 입장에선 확실히 고민될 것 같기도 하다. 사회 초년생인 주제에 제대로 된 사회생활─사람 사이에 섞여서 이리저리 치이는─을 겪어 보지 못한 상태 아닌가. 갈팡질팡할 만하다.

“일단, 네가 말한 그 사람들이 특이한 거야.”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에겐 동생의 고민에 도움이 될 만한 조언거리가 꽤 있었다는 점이라.

“다큐에 나온 그분은… 그런 사람쯤 되니까 다큐에 나온 거고, 관장님도 그쯤 되니까 최고 자리에 오르셨겠지. 근데… 보통은 그렇게까지 제 일에 대해 목숨 걸지 않아.”

애초에 그런 양반들은 모 아니면 도다. 대성하거나 쫄딱 망하거나.

물론 건우는 그 말을 꾹 삼켰다. 은우가 천재긴 한데 그런… 약간 한 분야에 미쳐 버린 천재는 아니니까 굳이 예시로 들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봉사자분들은… 그분들은 진짜 대단한 게 맞긴 한데, 그분들이 그런다고 꼭 너까지 그럴 필욘 없어.”

“닭갈비 3인분 나왔습니다.”

기계가 따라 할 수 없는 노하우를 탑재한 종업원이 닭갈비를 들고 나타났다. 손님은 많고 종업원은 적어서 이제야 나왔다.

치이이익-

빠알간 양념에 조물조물 버무린 닭갈비가 달군 팬 위로 사악 올라갔다. 소리가 귀를 즐겁게 했다.

형제는 약속이라도 한 듯 잠시 대화를 멈추고 종업원 하는 걸 지켜보았다. 타인이 껴서 어색해진 것도 있지만, 볶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간장 얕게 탄 듯한 색의 육수가 살짝 부어졌다.

“이제 드셔도 돼요.”

큼지막한 닭갈비까지 이리저리 잘라준 종업원이 몇 가지 당부와 함께 자리를 떠나갔다. 육수에 더불어 야채에서 배어 나온 물이 닭갈비를 자작하게 만들었다. 사리를 지금 부어도 맛있을 것이다.

“일단 먹고 보자.”

“응.”

자고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였다.

형제는 떡 사리와 우동 사리를 곁가지에 부어 놓고 닭갈비를 집어 우물거렸다. 역시, 맛집은 그들을 배신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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