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화
‘리퍼Ripper’라고 명명된 존재를 해치운 뒤, 그들은 보스턴을 향해 꾸준히 이동했다.
다만 세상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문명이 몰락한 세계에는 비단 감염자만 적인 게 아니었던 것이다.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노아는 그곳에서 왜 혼자 살았던 거예요?”
“…도시에 있던 사람들이 죄다 감염자가 됐으니까 그렇지.”
“가족은 없어요?”
“시안 그런 물음은─”
쨍그랑!
재잘재잘 대화를 나누던 도중, 시안 바로 옆에 있던 창가의 창문이 박살 났다. 리퍼가 나타났던 곳보다 더 발달된, 마을보단 도시가 알맞은 곳에 진입한 지 20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시안, 뛰어!”
사라가 시안의 등을 밀어 건물에 들어가도록 만들었다. 시안도 영 눈치가 없는 소년은 아니라, 황급히 허리를 굽히며 건물로 쏙 들어갔다.
탕! 탕!
명확히 그들을 노리는 총알이 간발의 차로 그들 주변을 때렸다.
“왜 저격이!”
“누나, 괜찮아? 노아도 괜찮아요?”
다행스럽게도 그들이 건물 안으로 대피할 때까지 총에 맞은 사람은 안 나왔다. 그들은 유리창 바로 아래 벽면에 몸을 붙인 채 상체를 낮췄다.
“약탈자인가…….”
컷신이 끝났다.
“어쩐지 감염자가 안 나온다 싶었습니다.”
이놈들이 마을 내 감염자들을 정리한 모양이다. 은우는 덤덤히 현 사태를 정리했다. 습격받은 사실에 화 한 점 나지 않는 건, 이런 세계관에서 사람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아서일 것이다.
“약탈자라.”
은우는 나이프를 쥐고 들어 올렸다. 그것을 거울 삼아 총이 날아왔던 부분을 슬쩍 비춰 보면 어렴풋이 옥상에 바리케이드가 지어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심지어 한 사람 머리통이 삐쭉 나오기까지.
아무래도 저기서 쏜 게 맞는 것 같다.
“아이가 껴 있는 걸 봤을 텐데도 총을 쏘는 걸 보면 질 좋은 무리는 아니겠습니다.”
─켄이 무서워서 쏜거 아님?
─아ㅋㅋㅋ킹능성 있다
─애들이 잡혀있다고 생각한 거지...
─ㅋㅋㅋㅋ음모론on!
“제가 뭘 했다고.”
은우는 시청자들에게 억울함을 표하며 생각을 이었다.
아마 군 출신들도 아닐 것이다. 군은 저런 식으로 바리케이드를 세우지 않는다. 그가 미군을 잘 알아서가 아니라, 저 바리케이드가 너무 허술해서 잠정적으로 내린 판단이다.
정규 교련을 받았을 군인이 저따위로 세운다? 은우야 세계관 속 해당 국가의 군인이 어떤지는 잘 모르지만, 예상컨대 썩 좋은 군대는 아닐 것이다.
“죽일까요, 살릴까요.”
─죽여야지
─당빠 죽여야죵
─학살좌on!
─다 주기죵
─그 스트리머에 그 시청자인 것 봐라
─그스그시;;
스토리상 어차피 다 죽여야 할 대상이긴 할 것이다. 은우는 총을 들고 깨진 유리창에 걸쳤다.
쨍그랑!
머리를 들지 않았는데도 저쪽에선 총을 발사했다. 얼마 남지 않은 유리창이 박살 나며 머리 위로 쏟아졌다.
“악!”
“힉.”
남매가 깜짝 놀라 몸을 웅크리고, 은우는 고개를 들었다. 총이 적을 향해 조준된 후 그대로 격발됐다.
탕!
어억, 하는 소리가 들려온 기분이다. 상대의 몸이 형편없이 뒤로 넘어갔다. 다만 방탄모가 날아가는 광경이 보인 걸로 보아 한 발 더 맞춰야 할 것 같다.
바리케이드 너머로 다시 머리통이 빼꼼 나왔다.
탕! 철컥.
은우는 결과를 보지 않고 총을 집어넣었다. 상대가 안 맞았을 리 없다는 자신감은 몸을 일으켜도 쏟아지지 않는 공격을 통해 증명된다.
─캬아
─진짜 개간지 난다...
─확인도 안 하는 것봐
─하루만이라도 켄 에임 가져봣으면 소원이 없을 듯
─저렇게 겜하면 개재밋겟지,,,,
시청자들이 뭐라 하든 느릿하게 컷신이 시작되었다.
“…사람이죠, 그건?”
“그래.”
노아는 권총을 들고 그것의 장전 여부를 확인했다. 아무리 봐도 싸움을 대비하는 태도라 아이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어서 자리를 뜨자. 제대로 판을 깔아 둔 녀석들이야. 금방 우릴 찾으러 올 거다.”
노아는 아이들을 데리고 서둘러 건물을 나섰다. 그러곤 건물에 붙어 빠르게 이동했다.
“왜… 우리를 쏘는 거죠? 같은 사람이잖아요!”
가운데서 바짝 쫓아오는 시안이 질문을 던졌다. 슬쩍 노아가 돌아본 소년의 얼굴은 최초의 불합리함을 마주친 순수 그 자체다.
“여기까지 오면서 사람들이랑 마주친 적 없냐?”
“…없진 않아요.”
사라가 시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속삭이듯 답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싸운 적은 없어요. 다들… 어른들을 보고 물러나거나 물물교환을 하고 헤어졌는걸요.”
“운도 좋군.”
“맞아요. 거기에 노아도 우릴 도와줬잖아요. 근데 저 사람들은 왜 저러는 거예요?”
시안이 아직도 이해 안 간다는 듯 채근해 왔다. 노아의 잇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저게 쟤네들의 생존 방식인가 보지.”
“애꿎은 사람을 죽이는 게요?”
“우리를 죽이면 우리가 가진 걸 빼앗을 수 있잖냐.”
“우리가 뭘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잖아요.”
노아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그의 커다란 손이 위협적으로 시안에게 다가가다가 그대로 그 정수리를 꽉 눌렀다.
“그만해. 상대가 뭘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고? 그게 뭔 상관인데? 상대가 죽으면 상대의 물건을 독점할 수 있어. 빈털터리라면 아쉬운 일이지만, 상대가 뭐라도 가지고 있으면 손해 없이 얻기만 하는 거라고.”
그는 사라를 휙 보았다.
“너희가 사람 한 번 쏴 본 적 없다는 건 알겠다. 그렇지만 꼬맹아, 너희의 눈을 가려 주고 너흴 위해 대신 손 더럽혀 줄 어른은 더 이상 없어.”
노아의 커다란 손이 사라의 허리춤에 있는 권총을 빼내 그것을 소녀의 손에 단단히 쥐어 주었다.
“저들을 피해서 마을을 빠져나가는 게 베스트지만, 사실상 그건 불가능해. 탈출도 탈출이지만, 우리에겐 차량이랑 물자가 급하니까. 저들이 그걸 가져가게 내버려 둘 리 없지.”
감염자들을 처리하면서 많이 만져 본 총임에도 사라는 그것이 끔찍한 오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몸을 떨었다.
그렇지만 사라는 그것을 거부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싸움은 내가 담당할 거다. 그렇지만 나라고 모든 상황에서 너흴 지켜 줄 순 없어. 내 노력이나 의지와 별개로 상황과 운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니까, 그건.”
노아는 사라에게서 손을 떼고 시안에게도 같은 행위를 반복했다.
“그러니까, 얘들아.”
소년의 손에 총이 들렸다.
“이걸 쏴야 할 순간이 왔을 때, 절대로 망설이지 마라.”
소녀는 총을 꽉 움켜쥐었다.
“그게 너흴 살릴 거다.”
그래야만 하는 세상이었다.
▣ 170. 야, 뛰어내려
예상대로 마을을 차지한 무리는 노아 일행을 찾아 사방을 헤집고 다녔다. 털어먹어야 할 사냥감이 자신들의 동료를 죽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죽어 줘야 되겠는가?
우드득!
은우는 적을 급습해 그 머리를 꺾었다. 노아의 엄령으로 두 아이는 뒤에서 방해가 안 되게 따라오고 있다. 살아 있는 인간에 한해 그들의 도움은 구할 수 없는 셈이다.
─어이어이 학살좌는 못 잡을 거라구?
─구울왕 앞에선 도망치는게 최선이라구?
─우욱씹
“학살좌 아니고, 구울왕 아닙니다.”
그는 죽인 적의 시신을 바닥에 조용히 눕혔다. 그러곤 살금살금 걸어 방금 죽인 놈보다 더 안쪽으로 들어간 이도 목을 꺾어 주었다.
그러자 잠깐의 안전이 확보되었다.
─드립 왤케 안 받아줘잉
─ㅋㅋㅋ보통은 이쯤되면 인정하는데
“그러는 여러분은 왜 그렇게 우기십니까?”
인간 외 존재 취급 당하는 건 정말 싫다. 은우는 입술을 살짝 삐죽였다. 그건 그답지 않은 어리광이자 그가 지금껏 거의 표현 않던 불만 표시다.
드문 광경에 시청자들은 당연히 좋아 죽었다.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었다. 은우는 채팅 창을 물끄러미 보다가 결국 웃었다.
“건너편에 무리가 보입니다.”
헤집던 건물에서 몇 블록 떨어진 지점의 거리에는 바리케이드 쳐진 거리가 보인다. 자동차로 1차 저지선을 쌓고 철조망까지 세워 놨다.
바리케이드와 연결된 건물에는 총구를 내밀고 쏠 수 있도록 틈을 낸 판자가 박혀 있다.
『역시나 다리로 가는 길을 꽁꽁 막고 있군. 어떻게 해서든 저길 통과해야 하는데……. 건물과 건물 사이가 가까워. 옥상에서 저쪽으로 건너간 다음 은밀히 움직이면… 가능할가?』
『목표│다리 앞까지 도달하기』
“역시, 나가는 길을 꽁꽁 틀어막았네요.”
은우는 그것을 가만히 보다가 자원량을 확인했다. 소리가 안 퍼지도록 근접 무기만 써 버릇하다 보니 탄약이고 뭐고 엄청나게 남아돈다.
─아ㅋㅋㅋ시작이다
─Hoxy.....?
─저거 잡을듯ㅋㅋㅋ
이제 볼 만큼 봐 온 사이라서일까. 시청자들은 다음 벌어질 일을 쉬이 직감했다. 은우의 눈매가 희미하게 휘었다.
“저기, 정면으로도 통과할 수 있습니까?”
은우는 새로 얻은 근접 무기, 보위 나이프를 손에서 휙휙 돌렸다.
정식 스토리 루트는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는 건물로 뛰어넘어가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 다리로 가자는 것이지만… 그는 꼭 그러지 않아도 되는 사람 아니던가?
“다른 곳이면 자원을 아끼겠는데, 저길 털면 자원 엄청 나올 것 같아서 말입니다. 맞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원은 많이 나오긴 함
─정면 통과이 근데 가능한가?
─ㅇㅇ 가능은 함ㅋ 난이도가 높아서 글치
─ㅋㅋㅋㅋㅋ여윽시 학살좌
─아 켄이면 쌉가능이지ㅋㅋ
“그럼… 갈까요?”
─ㄱㄱㅋㅋㅋㅋㅋㅋㅋㅋ
─가즈아ㅏㅏㅏㅏ
─다 죽여!!
─오빠 달려!
이 좋은 구경을 놓칠 사람들이 아니다.
시청자들의 허락까지 떨어졌다. 은우는 건물 밖으로 뛰어내려 그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바리케이드 너머 적들이 소란을 떨다가 곧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는 거리 한쪽에 찰싹 달라붙어 달렸다. 이러면 각도 때문에 양쪽 건물에 있던 이들 중 한쪽은 그를 못 쏜다. 또한 쏘아지는 각도가 한정적이라서 회피도 쉬웠다.
은우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철판을 방패 삼아 돌진했다. 옆쪽 틈을 노리는 총알이야 피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의 몸이 가시철조망을 가볍게 넘었다. 손에서는 수류탄이 던져졌다.
“피해!”
바리케이드가 있어 봤자 적은 그 위에서 총을 쏘고 있으므로 수류탄이 무용할 확률은 0에 수렴한다. 철조망의 높이에 맞춰 쌓아 둔 담 위로 수류탄이 쏘옥 들어갔다.
그는 연이어 붙어 달리던 건물에서 몸을 떨어트렸다. 그러곤 두 번째 수류탄을 건물 안으로 던져 넣었다. 판자를 박아 놨으나 그 구멍 속에 집어넣을 투구력이 있다면 없는 것과 진배없다.
─이 거리에서 저걸 넣네;;
─사장님 나이스샷!
─야구선수하셔도 잘하셧을듯
“수류탄이다!”
“네가 덮어!”
“꺼져!”
보통 진지에 폭탄이 들어오면 누군가가 자기 한 몸 바쳐 덮는 게 일반적이다. 폭탄이란 게 폭발 자체보다는 폭발로 인해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철 조각 따위가 위험한 것이니, 인간 하나가 덮어 버리면 피해가 최소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들은 군인이 아닌, 생존을 위해 뭉친 일반인 무리였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타인을 죽이기로 결정한 자들이기도 하고.
다른 말로는 동료를 위해 희생할 정신이 없단 소리다.
퍼엉!
탕! 탕!
바리케이드 위와 건물 안이 들썩이고 사람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당하지 않은 왼쪽 건물에서 계속 총을 쐈지만, 빨리 달리는 이를 맞추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은우는 화염병까지 오른쪽에 추가로 던진 후, 총을 들었다. 탕 소리가 3번 들려오면 왼쪽 건물 창가에 붙어 있던 적 3명 중 3명의 이마에 구멍이 난다.
“역시 이쪽 문은 안 열리네요.”
녀석들이 위층에서 총을 쏘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 했더니 문은 꼼짝도 안 했다. 못 들어오게 못질을 한 것보다는 그냥 시스템 차원에서 막은 느낌이다. 아마 옥상으로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뭐, 그러다 보니 자연히 은우가 노릴 부분은 바리케이드의 한가운데 문뿐이었다.
“열리는 거 맞죠?”
─넹
─아ㅋㅋ이걸 뚫네
─ㅇㅇ열림
“갑니다.”
─택배왔습니다 손님
─피자 배달왓어요^^
─문 열어
─치킨 시키신 거 맞죠?
은우는 위쪽에서 누가 쏘려고 머리를 내밀 때마다 그 이마에 구멍을 내 주며 바리케이드 입구에 섰다.
그러곤 입술을 삐뚜름하게 내리며 문으로부터 한 발짝 물러났다. 손에 섬광탄이, 발은 문은 냅다 걷어찬다.
콰앙!
세 번의 발길질 끝에 문이 정말로 열렸다. 은우의 손이 섬광탄을 안에 굴려 넣고 몸은 옆으로 빠졌다.
“죽여!”
두두두두두두!
총알 세례가 문 앞에 쏟아졌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빛이 번쩍인 건 바로 다음 순간이었다.
“정말 열리네요.”
─눈뽀오오옹!
─마이 아이즈!!
─눈 아프다.
─으악
은우는 빛이 번쩍이자마자 바리케이드 안으로 휙 들어갔다. 갑작스러운 빛에 괴로워하던 이들은 하나둘 머리가 깨진 채 바닥에 몸을 눕혔다.
“이 미친놈은 뭐야! 뭐냐고!”
─괴물입니다
─학살좌입니다
─구울왕입니다
─켄입니다
─그저 -신-
─단합 깨졋누;;
─야 저놈 끌어내
바리케이드를 통과했다고 해서 가만히 있으면 죽는다. 은우는 가장 먼저 건물로 들어갔다. 길목이 한정되어 있어야 여럿이 덤벼도 상대하기 좋았다.
그는 그를 피해 2층으로 도망치는 적들을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곤 빠른 걸음으로 따라 올라갔다. 올라가자마자 쏟아질 사격을 대비해 기척도 이리저리 재 가면서 내딛는 걸음이다.
그리고 그가 위로 올라갔을 때, 아니나 다를까. 총알 무더기가 선물로 던져졌다.
투두두두두두!
은우는 몸을 웅크린 채 총알 세례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그리고 엇박으로 쏟아지는 세례 속에서도 모두가 쏘지 못하는 타이밍에 몸을 일으켰다.
리볼버가 수평으로 이동하며 연속으로 총알을 발사했다. 문제는 수평으로 이동할 때의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격발한 탄환이 죄다 적의 몸에 틀어박혔단 것이다.
즉, 리볼버를 가로로 이동시킬 때 적에게 총구가 겨눠지는 타이밍에 맞춰 방아쇠를 당겼단 이야기가 된다.
“후…….”
매그넘 리볼버의 약실은 6개. 아무리 빨리 쏴도 게임 시스템상 장전에는 시간이 걸린다. 적이 6명 이하라서 다행이었다.
은우는 숨을 내뱉으며 리볼버의 총구를 아래로 내렸다.
─몬,,,몬가 일어났어
─??
─석양이....진다....
─이거 그거 아니냐? 네워에 새로 추가된 궁극기?
─ㅋㅋㅋㅋㅋㅋㅋ미쳣누;;
“아, 그거 맞습니다. 오늘 유어튜브 살펴보다가 관련 영상을 봐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쳣나봐;;;
─이게,,,되네,,,,,,
─존나 웃겨ㅋㅋㅋㅋ
요즘 싱숭생숭해서 유어튜브로 다른 스트리머들을 열심히 살피고 있다. 특히 빌리나 우유에탄산 같은 대기업 스트리머의 영상을 주로 살폈는데…….
글쎄. 어떤 마음가짐으로, 무슨 생각으로 그 자리를 고수하고 임하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외려 빌리 쪽은 최근 영상들이 좀 흔들거리더니 건강 문제로 좀 쉬겠다는 공지까지 올라온 참이고.
어찌 됐건 영상 속 캐릭터의 궁극기는 참 멋있기도 멋있고, 해 볼 만한 것 같아서 시도해 보았다. 은우는 리볼버의 회전 탄창을 옆으로 뺀 후, 탄피를 바닥에 버렸다.
팅팅팅.
계단에 떨어진 탄피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징병제가 모병제로 바뀌었던 2041년 전 세대들이 보면 기함 토할 일이었다.
─탄피 쏟는 거 볼 때마다 군대 생각남;;
─아재요....
─쉬불,,,,탄피 하나 잃어버리면 그날 난리도 아니엇는데,,,
─어우,,,,기억만 해도 끔찍하다
─탄피가 왜요?
“군대에서 탄피 잃어버리면 안 됩니까?”
─ㅖ
─탄피 잃어버림 안됨?
─미필자 수듄;;
─아재들 개많아ㅋㅋ
그건 또 몰랐다. 은우는 고개를 주억이며 아래서 올라오는 적들을 처리했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 * *
“으아, 심심해.”
“사냥조 쪽에서 난리가 났다는데, 어떻게 자원 못 하나.”
약탈자 두 명이 번을 서고, 노아와 아이들은 조용히 그들 근처에 있는 철 상자 뒤에 섰다.
“조용히.”
은우는 거기에 있던 모두를 죽였지만, 컷신은 그들이 잠입으로 다리까지 도달한 것처럼 연출됐으니.
그에게만 보이는 채팅 창은 웃음으로 가득 차 있다. 은우가 사람들을 싹 다 죽이고 얻은 자원이 얼마인지 아는 자들의 웃음이다.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만 하자. 마지막이야.”
노아는 아이들에게 조용히 속삭이곤 슬그머니 움직였다. 남매는 병아리처럼 노아를 따라 다리 쪽까지 움직였다.
그리고 차량으로 가득 찬 다리에 기어코 다다랐을 때, 뒤쪽에서 엄청난 총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죽여! 죽이라고!”
“으아아아!”
어렴풋이 들려오는 약탈자들의 비명 소리는 다리 쪽 번들뿐 아니라 노아 일행의 관심마저 끌었다.
“…무슨 일일까요?”
“글쎄. 그거야 모르지.”
노아는 아이들의 등을 밀었다.
“그렇지만 우리가 탈출하기 더 수월해졌다는 건 확실하지 않겠냐?”
다리 건너편에도 도시는 있다. 더구나 바리케이드를 이렇게 쳐 둔 걸로 보아, 저쪽은 약탈자들의 영역이 아닐 터였다. 저기서 모자란 보급품과 차량을 구하면 될 것이다. 노아는 그렇게 판단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가, 감염자 떼!”
“시발, 도망쳐!”
“가, 같이 가!”
그것이 너무 이른 안도였음을 깨달은 건 뒤편의 소란이 폭발로까지 이어졌을 때였다.
“미친.”
약탈자들이 만든 바리케이드를 감염자 떼가 넘어서고 있다. 경찰청에서 밤새 디펜스했던 때와 비슷한 형상이었다.
다만 달라진 점은 그들이 있는 장소와 달려오는 감염자들의 수였다. 그때 몰려온 감염자가 파도라면, 지금 몰려오는 감염자들은 해일 수준이다.
“달려!”
노아는 혹시라도 약탈자들이 볼까 조심했던 걸음을 포기하고 아이들의 손을 잡은 채 달렸다.
“저건 또 뭐야!”
“으악!”
갑자기 왜 그러나 했던 아이들이 무심코 뒤돌아봤다가 비명을 질렀다.
“젖 먹던 힘까지 내서 달려!”
“저건 뭐예요!”
“내가 아냐!”
마치 쓰나미처럼 감염자들은 몰려왔다. 마냥 비유만은 아닌 게, 그것들은 달리는 것뿐 아니라 뒤에서 밀어내는 동족에 의해 넘어지고 그 위에 쌓였다가 미끄러지는 등, 감히 포악한 형태로 달려드는 중이었다.
“으아아악!”
뒤에서 약탈자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그렇지만 고개를 돌릴 순 없었다. 그랬다간 정말 붙잡힐 것 같았다.
“으악!”
그때, 사라가 그대로 넘어졌다.
“누나!”
시안이 멈춰 섰지만, 그보다 먼저 달려간 사람이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시안, 뭐 해! 계속 달려! 사라, 아파도 다리 움직여! 지금 멈추면 죽는다!”
“네!”
“네, 네!”
노아는 사라를 부축하며 서둘러 달렸다. 은우의 키가 보통만 됐어도 좋았을 텐데, 하필 197이라서 사라가 대롱대롱 매달린 꼴이 됐다.
그건 심각한 와중에도 웃음이 나는 꼴이라, 시청자들이 깔깔대고 웃었다. 비록 1분도 안 돼서 멈추게 되지만 말이다.
“으악!”
“젠장, 시안!”
자동차 사이에 숨어 있던 감염자가 튀어나오며 시안을 덮쳤다.
“노아, 뒤!”
사라의 비명과 같은 외침은 감염자 무리와의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린다.
“이, 죽어!”
탕!
시안은 권총으로 자신을 붙잡은 감염자의 머리를 쐈다. 그렇지만 시안 너머로 보이는 다리에는 몇 마리의 감염자가 비척비척 달려오고 있다.
양옆은 강, 앞뒤는 감염자 떼. 말 그대로 사면초가의 상황이었다.
“시발.”
노아는 걸쭉한 욕설을 짓씹었다. 그러곤 외쳤다.
“야, 뛰어내려!”
다리 아래 강을 향해, 세 사람의 몸이 낙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