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화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추가 동료를 얻기 위해서라도 필드에 진입할 필요가 있다.
은우는 첫 번째 필드에 입장했다. 동료는 SVD와 쉬레스타가 다이고, 목표는 필드를 가로질러 다음 도시에 도착하는 것이다.
그는 진형을 쉬레스타 전열, SVD 후열에 둔 후 이동했다. 당연하지만 쉬레스타는 진여화 상태다.
“자원은 귀신을 잡으면 나온다 했습니까.”
─넹
─진짜 개퍼주듯 퍼줌
─그리고 개퍼주듯 씀 ㅅㅂ
─켄님 운 좀 나눠주세요
은우는 사람들의 말에 고개를 주억였다. 그러곤 가까이 있는 귀신에게로 다가갔다. 그 과정에서 자원 더미를 발견하기도 했다.
자원 더미는 일반 오브젝트처럼 생겼지만, 그 겉표면이 부자연스럽게 하얀색 광택을 냈다. 덕분에 멀리서도 식별이 가능했다.
“진짜 자원은 많이 주네요.”
─그럼 뭐해,,,,확률이 개망인데,,,,
─아직도 현타 씨게 온다....
─초심자 운일 거야 분명 그럴거야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스토리는 소위 1~3성 애들로도 밀린다 했다. 그가 신경 쓸 바는 아니었다.
“최대는 5성입니까?”
그는 전투에 진입하며 물었다. 적으로는 강시가 나왔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게임이라 그런지 전체적으로 중국풍 귀신들만 잔뜩이다. 여실형들은 온갖 나라 제품들이지만.
─ㄴㄴ 6성도 있음
─제작가능은 5성까지고 한정배포캐나 겜 내에 숨겨져있는 설화체를 6성 취급해요
─성배처럼 제작불가 유일템을 6성이라 함
“감사합니다.”
은우는 게임이 아직 알려 주지 않은, 시청자들이 알려 주는 시스템에 대해 파악하며 강시의 겨드랑이와 목을 베었다.
“그보다, 게임이 너무 쉽네요.”
초반이라서 그런 건지 그의 속도를 따라오질 못한다. 여휘의 신체 능력이 뛰어나다는 건 물론 아니다.
아까 SVD로 진여화해 본 결과, 전투 참가 할 경우의 여휘의 신체 능력은 들고 있는 진여화 여실형의 스탯을 따라갔다. 그리고 초반 3명 중에서 속도가 제일 빠른 건 쉬레스타였다.
기본 상태일 때는 이건 뭐, 비실비실 그 자체다.
“너무 픽픽 죽는데.”
빠른 속도를 기반으로 물 흐르듯 연격을 넣으니 강시는 순식간에 쓰러졌다. 전투 승리 알림 창이 휙 떠올랐다.
“승리를 가져왔습니다, 여휘님.”
은우가 강시를 붙잡아 준 사이 저격으로 뒤에 있던 한 마리를 잡아 낸 SVD의 말이었다.
얼굴은 까칠하게 생겨선 말투나 태도는 정중과 극진 그 자체다. 사람들은 그 갭을 좋아하는 모양이다마는.
─자동전투로 함 돌려보시면 그게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켄님은 별이고 자시고 다 필요 없는듯
─켄님이 있는 시점에서 1성도 5성됨
─자동전투 해두면 애들 느릿느릿 한타만 때리는데ㅋㅋㅋㅋㅋㅋ
“하긴 아까 확실히 느리긴 했습니다.”
은우는 들고 있는 쿠크리를 뱅글뱅글 돌려 보았다. 튜토리얼 당시 목격한 바로는 정말 답답하게 싸우긴 했다.
못 싸운다, 잘 싸운다를 넘어서 마치 턴제처럼 싸웠다고 해야 하나. 너 한 방, 나 한 방 하는 꼴이 좀 우습긴 했다.
─그래도 나중가면 스킬들이 오져서리,,,,
─환상종 얻으려면 레이드 뛰어야하잔어;;
─스킬 적절히 쓰면 좀 갠찮아요
레이드란 말에 은우는 목덜미를 쓸었다. 헬멧 위로 필드의 햇살이 미끄러졌다.
“그건 좀 재밌겠습니다.”
그건 조금 기대가 된다. 은우는 쉬레스타를 곧게 잡았다.
『귀신 부대가 승부를 걸어왔다!』
갑자기 알림 창과 함께 푸른 막이 형성되고 적들이 튀어나왔다. 은우의 손이 SVD의 허리를 휘감고 번쩍 들어 올렸다.
“강제 회피, 나쁘지 않네요. 나중에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겠습니다.”
─ㅅㅂㅋㅋㅋㅋㅋ
─스브드 왜이렇게 가볍게 들리냐ㅋㅋ
그는 SVD를 뒤로 사뿐히 내려 주며 다른 손으론 튀어나온 나찰의 손톱을 막았다.
“패링이나 흘리기도 되고.”
은우의 발길질이 나찰의 명치를 후려쳤다. 손에서 반 바퀴 돌아간 쿠크리가 나찰의 목덜미에 꽂혔다가 곧바로 뽑혔다. 그의 팔이 팔꿈치 관절에서부터 원을 그리듯 빙 돌면 날아오는 손톱 또한 쳐 낼 수 있다.
“저격수를 두고 방심하다니, 어리석군요.”
정해진 대사와 함께 SVD가 공격을 쏘아 냈다. 일반 공격이라고 해도 다들 저렇게 대사를 치곤 했다. 입이 심심한 모양이었다.
나찰 두 마리 중 하나가 충격으로 인해 넉 백 됐다. 은우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대지를 박차고 나가다가 몸을 휙 낮췄다. 껴안듯 팔을 휘두른 나찰의 손이 허공을 갈랐다.
크악!
은우의 다리가 나찰을 걸어 넘어트리고, 쿠크리로 그 위를 죽죽 그었다. 순식간에 나찰의 피통이 바닥을 치며 하얀 가루로 부서졌다.
남은 한 마리는 SVD를 노리며 달려갔다. 다만 그러려면 은우를 지나쳐야 했다.
그의 긴 다리가 옆으로 쭉 내밀어졌다. 나찰이 철퍼덕 넘어졌다.
─ㅋㅋㅋㅋㅋㅋㅋ
─몸개그로 분량 챙겨주는 갓 스트리머ㅋㅋㅋ
─소리 왤케 찰져ㅋㅋㅋ
─철 푸 덕
─앜ㅋㅋㅋㅋㅋㅋ
“성불하십시오.”
그 위로 SVD의 공격이 쏟아졌다. 시작 캐릭터 중 신체 능력은 최하위지만, 공격력은 최상위답게 두 방에 나찰이 사망했다. 은우는, 그러니까 쉬레스타는 6, 7방 때려야 죽는 걸 생각하면 압도적인 화력 차였다.
참고로 버려진 롱 소드 친구의 경우 화력과 신체 능력이 둘의 딱 중간이라 딜탱으로 많이 쓰인단다. 쉬레스타는 높은 속도 스텟을 이용해 회피를 기용한 유사 탱커 쪽이고.
『전투 승리!』
『획득한 전리품
하급 영석×4
나찰의 손톱×3』
“응당 여휘님의 승리입니다.”
전투가 종료되며 공간 제한이 풀렸다. SVD가 진형에 맞게 은우의 뒤로 또각또각 걸어왔다.
필드 설정이 귀신의 습격으로 버려진 도시인지라 아스팔트를 걸을 때마다 구두 굽 소리가 울려 퍼졌다. 높게 올려 묶은 긴 청흑발이 비단결처럼 고운 윤기를 흘린다.
─진짜 비주얼은 미쳤다,,,
─깔러갑니다,,,,
─그래봤자 운빨좆망겜이다 얘들아
─ㅇㄴ,,,,
숙제 방송도 아니건만, 사람들은 그 미모에 홀려 게임을 사러 갔다. 그의 방송을 본 사람들이 연계된 사이트에서 구매할 경우 일정 배분을 받게 되므로 은우로선 나쁜 일이 아니었다.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그보단 아직 발도 안 담근 스토리와 동료를 모으기 위한 재료 수집이 우선이었다.
▣ 136. 육성에 이리저리 참견하는 맛
「‘내가말했지’ 님이 ‘1,000원’ 투척!
그래봤자 운빨좆망겜이라고 씨이이이이바아아」
─강한 자에게 더 많은 게 돌아가는,,,,빌어먹을 세상....
─게임사 보고있는 거지?
─신의 농락인가?
─운영자 빼박 보고 잇네ㅅㅂ
─특) 여실전화는 온라인게임이 아니라서 이런쪽 운영자가 없다
─아 존나 억울함
사람들의 저런 반응도 세 번째 보다 보니 별 감흥이 없다.
필드를 돈 후, 협회에서 여실형 제작에 들어간 은우는 새로운 여실형을 맞이했다. 휘황찬란하던 금빛이 사그라들자 굽 높은 신발이 모루를 콱 밟았다.
“나는 레더페이스! 유명한 전기톱 살인마의 이름을 받은 여실형이다! 다루는 건 고사하고 날 들 수는 있겠나, 여휘?”
그 여실형은 반삭한 분홍 머리카락과 맹수처럼 사나운 금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왼쪽은 싹 밀어 버리고 오른쪽은 길게 늘어트린 머리 스타일이 장난 아니게 카리스마 넘쳤다.
─헐
─ㅇ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ㄴ
─레페야ㅑㅑㅑㅑㅑㅑ!!
─레페ㄴ느님!!!!
─쓰발
─1티어 왓다
─영자야!!!!!!!!!!
─레페까지 다가져가는거 무냐고~!!!
단순히 금빛만 보였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반응이 쏟아졌다.
“여러분 반응을 보니 엄청 좋은 캐라는 건 알겠습니다.”
금빛이 번쩍번쩍했던 만큼 소위 4성이란 건 알았다. 그러나 나온 캐릭터가 4성 내 어느 위치까지인지는 모른다.
기실 제작할 때 금색이 떴다고 성능이 다 좋은 것도 아니고 흰색이 떴다고 성능이 나쁜 것도 아니었기에 은우로선 더더욱 알 필요가 없었다.
─4성 성능탑,,,
─5성도 쟤보다 못난 애 있음
─걍 1티어군이에요
─공방 다 챙긴 씹사기 캐ㅠㅠㅠ
그렇지만 사람들이 저렇게 울부짖어서야. 성능은 고사하고 더럽게 안 뜬다는 건 잘 알겠다. 채팅을 잘 보니 성능도 미친 모양이지만.
“전기톱이네요.”
이건 또 새로운 무기다. 은우는 그가 지금까지 뽑은 아이들을 다시금 돌아봤다.
시작 캐릭터 쉬레스타(4성), 그다음으로 뽑은 SVD (4성).
필드 한 번 돌고 와서 제작한 은도끼(3성), 반창고(3성). 1성은 세 개, 2성은 다섯 개 정도 뽑았다. 덕분에 여기까진 그래도 다들 온건한 반응이었다.
그리고 스토리 진행으로 인해 쌓인 자원으로 뽑은 게 스마트폰(4성). 그리고 지금 레더페이스(4성)이었다. 1, 2, 3성들은 합쳐서 16개 정도 뽑았다.
그렇지만 3성 이하를 포함해서라도 제법 후한 결과물들이었다. 사람들이 확률 논하는 게 이해가 잘 안 될 정도로.
물론 입 밖으로 이 말을 꺼냈다간 사람들이 분노할 것 같았으므로 은우는 그러지 않았다. 대신 남아 있는 재료를 모루에 털어 넣었다.
미니 게임이 나왔지만, 당연히 대성공 판정이었다.
모루의 영석이 떠오르며 빛을 냈다. 이번엔 정말 옅은 흰색이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은우는 저게 1성임을 알았다.
─휴.
─안-심
─편안...
─휴~
─편안-하다..
사람들이 안도했다.
“저야 뭐가 나오든 상관없습니다만, 여러분들은 정말 제 불행을 바라시는군요.”
─업보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업보지 이건...
─이미 다 가졋으면서 더 가지는 건 에바잖아요
─당신의 뽑기운은 우릴 적으로 돌렸어
은우는 목덜미를 쓸었다. 나온 건 사탕이었다. 힐러이지만 약해서 별로 쓸모는 없었다.
“그럼 부대에 넣지 말까요?”
─ㄴㄴㄴㄴㄴㄴㄴ
─레더님은 무조건 넣어야죠
─뽑아놓고 안 넣는게 더 기만임
─감히? 레.페.님.을.안.넣.어?
─근데 진짜 레전드로 잘뽑혔다.....
다들 그가 좋은 걸 뽑지 않길 바라면서, 부대 편성할 땐 또 무조건 넣으라고 말한다. 대체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여러분들의 심리를 잘 모르겠습니다.”
─그치만 간지나잖;;
─간지는 못참지
─이게,,,,1일차의 덱이냐,,,,
“그건 그렇습니다만.”
확실히 상위 여실형일수록 캐릭터 디자인이 빛나긴 했다. 낮은 이들이 못생겼다기보다는 금빛 이상 여실형의 디자인이 대체로 더 낫다고 해야 하나, 유독 화려하다고 해야 하나.
은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부대 편성을 다시 했다. 막 뽑은 레더페이스의 레벨이 낮긴 하지만, 남아도는 미사용 캐릭터들을 갈아 강화하면 그만이다.
더구나 아직 초입 지점이라 너무 올릴 필요도 없다. 진여화 하고 싸우면 대미지 입어 깨질 일도 없고.
“그럼 마저 진행하겠습니다.”
그는 스토리 진행을 위해 협회를 나섰다. 퀘스트상으로는 이번 도시에서 사고를 쳤던 미지의 존재들을 추적하는 것이고, 플레이어 시점에선 레벨에 맞춰 다음 지역으로 옮겨 가려는 것이다.
도시라는 게이팅 지점 때문에 세미 오픈 월드 취급을 받고 있는 필드가 펼쳐졌다.
“여휘, 누굴 찢어발기면 되지?”
필드에 나가자마자 레더페이스가 장갑 낀 손으로 전기톱에 시동을 걸었다. 광택이 도는 반 손바닥 가죽장갑은 우아한데, 정작 든 건 우악스러운 무기이니 그 간극이 어마어마했다.
“호전적인 캐릭터네요.”
은우는 그런 그녀의 태도가 싫지는 않았다. 다만 그것보다 더 우선할 게 있었다.
“레더페이스, 진여화.”
“하하! 자신 있나 보군, 여휘! 좋아, 날 휘둘러 봐라!”
─ㅠㅠㅠ간지ㅠㅠㅠ
─레페 완전 분쇄긴데
─분쇄기를 든 켄 ㅗㅜㅑ...
레더페이스가 전기톱을 들지 않은 손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 들고 있던 은도끼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인간 형태로 돌아왔다. 반대로 레더페이스는 그의 왼손에 묵직한 전기톱으로 화했다.
“제법 묵직합니다.”
은우는 전기톱을 단단히 받쳐 들었다. 그가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나, 무게감이 꽤나 안정적이다.
“여휘 나리가 그만 휘두르신다니, 아쉽구만요.”
진여화를 해제하니 은도끼는 나무꾼 복장의 사내로 변했다. 체격이 어찌나 좋은지 은우보다 살짝 작은 정도다.
선이 굵고 시원시원한 얼굴에, 체격은 커도 근육이 보기 안 좋을 정도로 우락부락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바로 환호했다.
─대사,,,
─더 휘둘러줘,,,,?
─오우쉣
“무슨 망상들을 하십니까.”
캐릭터에 일일이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귀찮을 텐데, 잘들 논다. 은우는 알아서 지이잉 돌아가는 전기톱을 휘둘러 보고, 몸을 통통 움직여 보았다.
“은도끼보다 몸이 좀 둔하네요.”
정확히 설명하자면 속도가 느리다. 대신 힘이나 공격력은 이쪽이 더 셀 것 같다. 스탯을 확인한 결과도 생각과 같았다. 느린 대신 일격이 강하고 피통이 컸다.
“그럼, 출진하겠습니다.”
은우는 전기톱 레더페이스를 든 채 이동했다. 미리 진형을 짜 두었기에 그에 맞춰 나머지 인원들이 움직였다.
“여휘… 적… 근처에 있는 것 같아……. 3시 방향…….”
스마트폰이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탈색된 잿빛 머리카락에 후드를 푹 뒤집어쓰고 어깨를 구부정하게 굽힌 그는 스마트폰만을 도닥거리고 있다.
“저격할까요?”
반면 SVD는 레벨 업 하며 배운 스킬 덕분에 전투에 돌입하기 전에 대미지를 주고 시작할 수 있었다. 적 위치를 탐색해 내는 스마트폰과 궁합이 찰떡이었다. 기실 그녀가 아니더라도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여실형이라면 다 그렇겠지만 말이다.
“대장이 원한다면 암살해 올 수 있어. 누구 목을 가져올까?”
“다들 다치면 제때제때 말해 주세요! 제가 치료해 드릴 테니까요.”
쉬레스타와 반창고도 그에 질세라 떠들어 댔다. 덕분에 오디오는 평상시보다 더욱 풍족한 상태였다.
“다들 열정이 넘쳐서 보기 좋습니다.”
─역시 학살좌의 여실형이다 이건가,,,
─다들 죽이는데 혈안이 됐어
─그 주인의 그 여실형;;
─대전에서 붙으면 완전 무섭겠다
은우는 저격을 지시하며 스마트폰이 알려 준 곳으로 향했다. 스토리를 진행하려면 다음 도시로 가야 하지만, 최소한의 레벨링은 해야 했으므로─그만 싸우는 게 아니었기에─이렇게 전투를 해 줘야 했다.
“육성 시뮬레이션이라 조금 귀찮긴 합니다. 레벨링을 해야 하다 보니.”
─맨날 혼자 하던 분이시니...
─레벨링의 귀찮음도 좋으니까 제발 뽑혀줬으며뉴
─난민들은 그저 눈물만
장점이라면 방송 시간이 늘어졌다는 거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싫어하냐? 그건 또 아니었다.
은우 본인은 스킬을 쓰지 않아도 다른 캐릭터들에겐 종종 스킬을 지시해 주었기에 보는 맛이 있던 탓이다. 육성에 이리저리 참견하는 맛─지금까지 은우는 시청자들이 하라는 대로 스킬을 찍었다─도 있고.
심지어 나오는 여실형마다 잘생기고 예쁘니 더욱 즐거울 수밖에 없다. 그는 잘 모르겠지만.
“은도끼, 풍차 돌리기. SVD, 광범위 사격.”
“알겠습니다, 나리!”
“명령이라면.”
은우는 전기톱으로 귀신 하나를 갈아 버리곤 명령을 내렸다. 은도끼가 도끼를 잡고 휘휘 돌기 시작했다.
가로로 돌아가는 풍차처럼 보이는 그것은 강렬한 바람을 동반하며 적들을 싹 쓸었다. 물론 대미지가 부족해 반피 정도들이 남았다. 그러나 이어지는 건 SVD의 스킬이었다.
저격 총에 푸른 빛이 모여들더니 거대한 광선을 쏘아 보냈다. 광선이 어찌나 굵은지 전방에 있던 적 4명을 한 번에 쓸어 버렸다.
─캬,,,,스브드는 이맛이지,,,
─뽕맛 오진다 진짜;;
─물몸이지만 뽕맛 한 번 맛 보면 스브드 못 버림
─적을 아주 그냥 녹여버리네
『획득한 전리품
하급 영석×7
나찰의 손톱×3
강시의 부적×4
썩어 버린 피×2』
“승리를 가져왔습니다, 여휘님.”
SVD가 청흑발을 휘날리며 가슴에 손을 얹고 인사했다. 이제 보니 집사와도 이미지가 퍽 겹친다.
참고로 시청자들이 알려 줘서 안 사실이지만, 한 전투에서 제일 활약한 여실형이 승리 대사를 장식했다. 진여화한 후 여휘에게 들린 여실형은 MVP에서 제외된다.
“다들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하아, 뭐야. 이번엔 조금도 힘내지 못했어. 대장, 실망한 거 아니지?”
“전투는… 질색이야…….”
“나리, 다음번에는 더 힘낼 거구만요!”
햇살처럼 따끈따끈하게 웃는 반창고를 시작으로 쉬레스타, 스마트폰, 은도끼가 외쳤다. MVP를 따지 못한 나머지 여실형들이 다음 기회를 노리는 대사다.
“…계속 진행하죠.”
그런 그들의 태도가 은우는 퍽 떨떠름했다. 같이 싸우는 것쯤은 슬슬 익숙해졌지만, 저렇게 완벽한 우호적 태도는 좀 낯설다. 물론 스트리머들과도 우호적이긴 한데, 여실형과 여휘의 관계란 게 워낙 독특하다 보니 그런 느낌이 강했다.
은우는 목덜미를 쓸며 전진했다. 다음 마을까지 20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