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화
여실전화의 수집 요소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귀신 도감, 여실형 도감.
도구는 도감까진 존재하지 않으므로 제외한다.
귀신은 필드에 따라 출현 개체가 달라지며, 마주치기만 해도 도감에 정보가 갱신된다. 죽인 마릿수에 따라 추가 정보가 등록되기도 했다.
반면 여실형 도감을 채우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제작해서 소유한다. 그뿐이었다.
문제는 이 게임이 약간의 확률을 동반한다는 것이라.
먼저 여실형을 제작하려면 귀신을 죽여 드롭되는 재료들을 모을 필요가 있다. 여기서 문제는 하나의 재료로 만들어지는 여실형이 무척 다양하다는 점이다.
즉, 제작했을 때 무엇이 나올지는 무작위였다.
심지어 같은 종이라도 개체마다 성능도 달랐다. 같은 종이라도 능력치가 낮은 개체가 있는 반면 높은 개체도 있는 것이다.
제작 확률도 굉장히 처절해서, 별이 붙었다면 4성, 5성이라 불렸을 녀석들은 잘 뽑히지도 않았다.
다행히 유료 가챠 게임 수준까진 아니지만, 반대급부로 유료 재화가 있었다면 플레이하는 자들이 피눈물 흘리진 않았을 것이란 말도 종종 나왔다.
말 그대로 운이 엄청나게 필요한 게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여실전화가 인기 많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먼저 스토리를 미는 데는 개체치─개체마다의 능력치─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태생 고성능 여실형을 뽑을 필요 또한 없었다. 레벨만 잘 올리면 스토리에 한해서 다들 성능에 관계없이 밥값은 했다.
라이트 유저가 하기 딱 좋은 조건이었다.
반대로 개체치, 잘 나오지 않는 고성능 여실형, 온라인 대전, 엔딩 후 조절 가능한 난이도 등은 헤비 유저들을 사로잡았다.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업데이트나 이벤트 때 한정 배포 하는 여실형의 존재는 더했다. 모바일과 연동해─게임 플레이는 못 하지만─한 캐릭터를 이리저리 돌려 보거나 옷을 갈아입히는 등 덕질하기 좋은 환경도 코어 유저 양산의 큰 역할이었다.
마지막으로 여실전화의 가장 큰 인기 비결은.
여실형 디자인이 예뻤다.
단순하지만 가장 막강한 이유였다.
▣ 135. 어떻게 돼먹은 운인데
스토리상 은우는 여휘가 되었다. 직후 그는 제공된 세 개의 무기를 살폈다. 게임 내에서 시작할 때 주어지는 초기 여실형이었다. 여기서 하나만 골라야 한다.
“졸려…….”
“내게도 대장이 생길 줄 몰랐어.”
“당신이 제 주인입니까?”
차례로 롱 소드, 쿠크리, 저격 총이었다.
롱 소드 여실형은 빛이 없어 새까맣게 죽은 눈과 곱슬거리는 머리카락, 눈물점이 특징이었다. 마른 체형의 몸은 검정색 셔츠와 바지, 구두로 색 맞춤까지 했다.
쿠크리 여실형은 밝은 금색 눈과 부드러운 갈색 머리카락이 단정해 보였다. 그러나 옷 아래로 드러나는 탄탄한 몸은 그가 마냥 단정한 사람이라고 말할 순 없을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저격 총은 시청자들의 압도적인 환호를 받았다. 긴 청흑발을 포니테일로 올려 묶은 데다가 옅은데도 구분이 잘되는 은안이 퍽 아름다워서인 것 같다. 심지어 그녀는 모노클과 정장을 착용했다.
─1111111
─아 스브드죠
─3333333333
─자기PR
─여캐가 국룰입니다 형님
─22222
─당빠 쉬스
─어케 셋다 잘생겻어ㅠ
“다들 의견이 팽팽하시네요.”
은우는 목덜미를 쓸며 채팅 창을 건드렸다.
“이럴 땐 투표겠죠.”
투표가 올라갔다. 1분 동안 이어지는 투표다. 방송을 보고 있는 사람의 수만큼 투표수가 주르르르륵 올라가기 시작했다.
“역시 저격 총이 압도적이네요.”
은우가 그렇게 말한 순간 쿠크리가 치고 올라왔다. 롱 소드만 좀 낮고, 쿠크리랑 저격 총이 앞을 다투었다.
“롱 소드가 낮네…….”
보통 이러면 롱 소드 투표율도 좀 올라오는데, 이번엔 달랐다.
롱 소드의 생김새가 좀 음침해서 그런지 저격 총과 쿠크리가 서열을 다투다가 투표가 종료되었다. 생긴 게 너무 압도적이었던 모양이다.
직접 사용할 예정인 은우로선 검이 빠진 게 좀 아쉬웠다.
“쿠크리가 이겼습니다.”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쿠크리가 이겼다. 은우는 우승한 쿠크리를 선택했다. 나머지 두 친구가 스르륵 사라지며 쿠크리만이 남았다.
“정말로 날 선택해 준 거야? 엄청 기쁘네. 내 이름은 쉬레스타. 쿠크리 여실형이야. 소녀를 구하기 위해 싸웠던 용맹한 군인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해.”
─쉬스야야야ㅑㅑㅑ
─쉬스!!
─왜 1개만 고를 수 있는 거야ㅠ
─쉬스 회피탱 쓰면 그럭저럭?
─빛같은 4성 아이드류ㅠㅠ
“아, 이름이 따로 있네요.”
─무기종류는 가끔 그래요ㅋㅋ
─같은 무기를 쥔 캐가 있어서;;
─검 종류가 유독 그렇습니다.
“그렇습니까.”
려영의 성배는 성배라고들 부르기에 다들 이름이 없는 줄 알았다. 은우는 쉬레스타가 내미는 손을 맞잡았다.
그러자 주변이 금빛으로 변하며 사슬들이 촤악 솟구쳤다. 사방에서 솟아오른 사슬은 그와 쉬레스타의 온몸을 휘감더니 그대로 녹아들었다. 계약을 형상화한 것 같지만, 그다지 좋은 형상은 아니었다.
“여실형을 선택하셨군요. 그렇다면 이제 여실형과의 호흡을 맞춰 보겠습니다.”
안내 NPC가 그를 다음 장소로 안내해 주었다. 모의 전투실이라는 그곳에서 은우가 배운 것은 부대 편성, 전투 방법, 다쳤을 때 대처법 등 가장 기본적인 시스템이었다.
[한 부대에는 최대 6명까지 넣을 수 있습니다. 그 이상의 숫자를 다룰 경우 여휘에게 부담이 가기 때문이죠.]
안내 NPC는 밖에 남아 스피커로만 목소리를 전달했다.
은우는 가진 여실형이 하나밖에 없었으므로 부대 편성에 쉬레스타만 넣었다. 빈 다섯 자리가 텅텅했다.
[전투 도중을 제외한 모든 순간에서 기본 진형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전투의 과정에 따라 여실형의 위치는 제멋대로 바뀝니다. 그렇지만 진형을 어떻게 짜는가에 따라 전투의 시작을 좋게 이끌어 갈 수 있습니다. 진형 결정에 어려움이 있다면 여실형이 직접 진형을 짜도록 맡길 수 있습니다.]
진형 설정은 허공에 떠오른 홀로그램 판을 이용해 조작할 수 있었다. 거창한 건 아니고 종대, 횡대, 마름모 대형, 원형, 삼각진형 등 진형을 고른 후, 어떤 여실형을 어느 위치에 넣을지 선택하는 것이었다.
얼핏 보면 머리를 잘 써야 하는 부분 같지만, 자동 배치가 있어서 마냥 어렵지도 않을 것 같았다.
─진형 자체는 별 의미 없음 애들 위치가 중요하지
─힐러나 서포터는 무조건 안이나 뒤에 넣어야함요
─ㄴㄴ 가끔 기습하는 놈들도 있어서 후방 조심해야함
─후,,,방,,,조,,심? 퍄퍄;;;
─온라인 대전할 거 아님 진형 신경 안 쓰셔두 됩니다
“정보 감사합니다.”
진형은 솔직히 적의 진형을 알고 있지 않은 이상 선택할 수 있는 게 한정되어 있다. 하물며 하나만으로 만드는 진형이어서야.
은우는 마름모 대형을 골랐다. 안내 NPC가 가상 필드에 진입하겠다는 말을 했다. 격자무늬 타일 바닥에 하얀 벽이 있던 공간이 딱지 뒤집기 하듯 촤르르륵 뒤집어지며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 냈다.
[필드에 진입하면 자유롭게 행동 및 탐색을 할 수 있습니다. 탐색 도중에 자원을 발견할 수도 있고, 적과 교전할 수도 있습니다.]
안내 NPC는 직후 한쪽에서 돌아다니는 생물체를 언급했다. 그 생물체의 머리 위에는 칼을 두 개 교차한 형상의 빨간색 마크가 큼지막하게 떠올라 있다.
[전투 마크가 떠 있는 존재들과는 교전이 가능합니다. 일정 거리 안에 접근하면 정찰 및 공격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때 정찰에 성공할 경우 상대의 진형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아, 이래서 진형이 있던 거군요.”
─맞춰가면 좀 더 편해용
─근데 특별히 추가댐지나 피해하락이나 그런 건 안 붙어서ㅋㅋㅋ
─2회차때 난이도 어려움 할 거 아님 굳이?
─걍 시작할 때 추가댐지 주고 시작하는 정도?
그렇지만 챙겨서 나쁠 건 없다. 은우는 안내 NPC의 지시에 따라 정찰을 해 본 후, 교전을 시작했다.
『귀신 부대가 승부를 걸어왔다!』
알림 창과 함께 넉넉한 거리감을 두고 파란색 막 같은 게 생겨났다. 전투 반경인 모양이다.
“베이는 게 좋아, 찢기는 게 좋아? 어느 쪽이든 죽겠지만!”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쉬레스타가 은우를 두고 달려나갔다. 햇빛에 살짝 그을린 팔뚝이 옷 사이로 살짝 보이고, 베레모 아래 갈색 머리카락이 살랑거렸다.
“기분이 묘하네요. 제가 지켜봐야 한다는 게.”
─매번 선봉으로 적 모가지를 따오셧으니,,,
─힐러 예전에 하신 적도 잇지 않나
─? 그랫엇음?
─네뷸라 대회때
─아;; 대회 얘기하니까 갑자기 네뷸라 마렵누
─네뷸라무새들 ㄲㅈ
은우는 목덜미를 쓸며 NPC의 설명을 기다렸다. 쉬레스타가 싸우는 걸 5초 정도 볼 시간을 준 NPC가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전투가 시작되면 여실형들은 각자의 판단하에 공격과 회피를 이어 나갑니다. 단, 그들이 스스로 행하는 것은 기본 공격과 회피뿐이며, 스킬은 여휘의 지휘 아래서만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스킬을 한번 지시해 볼까요?]
창이 떠오르며 쉬레스타의 사용 가능 스킬 목록을 띄웠다. 안내 NPC가 목록을 보는 방법, 선택하는 방법, 취소하는 방법 등등을 알려 주었다.
“쉬레스타, 귀신A에게 난도질.”
“흔쾌히 이행하겠어!”
클릭하는 방법도 있지만, 음성 명령도 되었다. 은우는 반팔 군복 차림의 쉬레스타가 적─귀신을 몰아붙이는 걸 구경했다. 난도질이라는 스킬 이름답게 아주 강맹하고 폭풍 같은 연격이었다.
시야 왼쪽 상단의 파란색 바가 줄어들었다.
[여실형이 스킬을 사용하면 여휘의 영력이 소모됩니다. 여휘의 영력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스킬 사용을 권장합니다. 여휘의 영력은 시간당 회복 또는 아이템 사용, 기타 휴식 공간에 머무는 것으로 회복할 수 있습니다.]
직후 쉬레스타가 귀신에게 한 대 얻어맞았다. 시야 오른쪽 하단의 빨간색 게이지가 줄어들었다. 그 게이지 위에는 쉬레스타의 얼굴이 표기되어 있다.
물 안 마시고 3시간 춤춘 후 봐도 쉬레스타의 체력 바였다.
[여실형에겐 잔흔 게이지가 존재합니다. 잔흔 게이지는 피격 당시 입은 피해량만큼 남으며, 체력 바에 노란색으로 표기됩니다.]
과연 쉬레스타의 체력 바는 깎여 나간 빨간색 자리에 노란색 게이지가 아직 남아 있었다.
[여휘는 남아 있는 잔흔 게이지만큼 영력을 소모해 회복시켜 줄 수 있습니다. 단, 잔흔 게이지가 있는 상태에서 추가 피격 시 실제 체력과 잔흔 게이지가 깎여 나갑니다. 잔흔 게이지를 넘어선 회복은 여실형의 회복 스킬 또는 협회의 수리실에서만 가능합니다.]
은우는 그 말을 가만히 듣고 머릿속에서 개념을 정리했다.
“즉, 여휘의 회복은 잔흔 게이지까지만 가능하고, 그 이상은 본진으로 돌아가 수리하거나 힐을 할 수 있는 여실형이 있어야 한다는 거군요. 힐러가 없는 상태에서 잔흔 게이지가 깎이면 총 체력 바가 낮아지는 셈이고.”
─ㅇㅇ그거
─마, 그래서 힐러 꼭 필요하다 안하나
─회복효율도 여실형 힐이 더 좋음
─켄님 참고로 피 0되면 애들 뽀개져요ㅠ
─뽀개지면 부활 못 시킴
─진짜 사악의 극한을 달리는 좆망겜,,,
“부활이 안 됩니까?”
─넹 뽀개짐 다시 뽑아서 처음부터 키워야해요
─피 1까진 수리 가능인디 0되면 뽀개짐
─게임이 왤케 잔인하냐;;
─피 0 되면 잔흔 게이지 있어도 뽀개짐요
생각보다 무자비한 면모가 있다. 그는 고개를 주억이며 일단 시키는 대로 쉬레스타의 체력 바를 원상 복귀 시켜 주었다. 체력 바가 꽉 찼다.
[여휘가 직접 전투에 참가할 수도 있습니다.]
“드디어.”
그 가운데 은우가 바라는 시스템이 나왔다. 안내 NPC는 스킬 목록 중 가장 아래에 있는 진여화를 누르라 말했다.
[진여는 여실형의 본체를 일컫는 말입니다. 여휘가 여실형의 진여를 들 경우, 해당 여실형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기본 공격 또한 가능합니다.]
은우는 냉큼 진여화를 눌렀다. 쉬레스타가 뒤로 훌쩍 물러나더니 은우를 힐끔 바라보았다.
“대장과 함께 싸울 수 있다니, 영광이야.”
쉬레스타가 손을 뻗었다. 엉겁결에 그 손을 잡으면 쉬레스타의 몸이 흰빛에 휘감기며 빨려오듯 압축되는 걸 볼 수 있다. 곧 은우의 손에 쿠크리 한 자루가 잡혔다. 쉬레스타가 들고 싸우던 그 쿠크리다.
[진여화 상태의 여실형은 스킬 사용 시 소모 마나량이 감소합니다. 또한 부대의 사기가 상승하며 랜덤 추가 버프가 걸립니다.]
─크, 이 게임의 꽃
─솔까 다들 힐러만 진여화하잔어ㅋ
─진여화한 애로 직접 공격하면 20% 대미지 더 줌니다
─그거 쓰이는 기능이긴 함?
─ㅋㅋㅋㅋ대전에선 종종 랭커들이 씀
─일반대전에선? 킹림도 없지!
“괜찮네요.”
은우는 그를 향해 달려오는 귀신을 향해 쿠크리를 역수로 들었다. 그러곤 깔끔한 스텝으로 귀신의 공격을 피하며 그 목을 갈랐다.
피 튀기거나 상처가 남는 이펙트 등은 없었으나, 대미지는 제대로 들어갔다. 허공에 숫자가 떠오르며 그가 준 대미지를 표기했다. 적의 피통을 다 깎아 먹을 대미지였다.
『전투 승리!』
『획득한 전리품
empty…….』
알림 창과 함께 주위를 감쌌던 막이 사라졌다. 동시에 쉬레스타가 레벨 업을 했다는 알림 창이 떠올랐다.
[전투에서 승리하면 경험치를 얻어 레벨 업을 할 수 있습니다. 특정 레벨에 도달할 때마다 여실형은 새로운 스킬을 배울 수 있습니다. 여실형의 정보 창을 열어 스킬을 습득하십시오.]
“역시 육성 게임이라 레벨이 있네요.”
─레벨 올려서 스킬 찍는 게 낯선 분,,,,
─아 찍어줘요
─간지스킬 딱 대
─팀전이라서 안 찍으시면 안 됨;;
은우는 살짝 고민했다. 레벨이 자동으로 올라간다면 모를까, 최대한 레벨 특혜를 받지 않고, 스킬을 찍지 않고, 아이템 사용은 최소화하는 게 그의 게임 방식이다.
그렇지만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역시 배우는 게 나을까.
“스킬 사용도 제가 지휘하는 거니 일단 배워는 두겠습니다.”
─하는 건 켄인대 우리가 왜 더 간절하냐ㅋㅋㅋ
─그러네ㅋㅋㅋ 킹받게ㅋㅋㅋ
─그래서 간지스킬 안 볼거임?
─봐야지....
그는 시청자 반응을 뒤로한 채 쉬레스타의 정보 창을 열었다. ‘난도질’이라는 스킬 외에 ‘은밀베기’라는 스킬이 추가되어 있다.
“스킬은 몇 개까지 배울 수 있습니까?”
─4개요
─4칸뿐임
─진여화 제외 4칸
“생각보다 적네요. 이것저것 고려할 게 많겠습니다.”
─ㅇㅇ본격적으로 하면 미쳐요
─스토리는 걍 공격으로 도배해도 되는데 PVP는...
─여실전화는 온라인대전이 찐이지
─쿠쿠루쿠쿠 켄 딱대 누나가 대전 맛 보여준다
─오우쉣 대전은 못참지
─여실전화는 내가 켄 이길 자신 있다
─ㅁㅊ 여빠들 몰려오는 소리 들린다;;
“그렇습니까?”
은우는 온라인 대전이라는 말에 흥미가 돋았다. 메인 콘텐츠는 아니라지만, 사람들이 그럼에도 최고로 꼽는다면 궁금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일단 해야 할 게 있다. 그는 직후 적의 기습에 대한 것까지 배운 후 전투 튜토리얼을 종료했다.
모의 전투실 밖에서 기다리던 안내 NPC가 박수를 짝짝 쳐 주었다.
“이것으로 기본 전투 지식은 전부 습득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은우가 배워야 할 건 아직 더 있었다.
“수료를 완료한 초보 여휘께 협회에서는 여실형 1개체 제작을 위한 자원을 지원해 드립니다. 여실형 하나만으로는 귀살이 어려울 테니까요.”
그는 여실형 제작실로 그를 데려갔다. 그러면서 내준 게 하급 영석이었다.
“여실형 제작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영석이 필요합니다. 강한 여실형을 얻고 싶다면 고품질의 영석을 사용하거나, 영석 외 추가 재료를 넣어야 합니다.”
안내 NPC는 영석과 추가 재료 얻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 주었다. 그저 게임 내 몬스터들을 제거한 후 자원을 루팅하면 됐다. 혹은 원정을 보내거나.
확률을 높이기 위해 과금할 수도 있지만, 필수는 아니었다.
“참고로 여실형을 여러 개체 소유한다 해서 진여화 또한 여러 개체를 동시에 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천고의 기재가 아닌 이상 여휘의 역량이 버텨 낼 수 없습니다.”
안내 NPC는 상큼하게 재능 부족을 알리며 여실형 제작대로 안내했다. 모루가 떡하니 있었다.
─재화는 넉넉히 주는데 확률이,,,,
─ㅂㄷㅂㄷ,,,
─운빨좆망겜 on!
─이걸 사행성이라고 해야하냐,,,
─가챠 십할!
모루를 보며 사람들이 치를 떨었다. 대충 채팅을 읽어 보면 최고급 영석에 최고급 재료를 부어도 소위 0티어란 존재들이 안 뽑힌단다.
─차라리 유료가챠면 어?! 쌍욕이라도 하지?!
─무료가챠라서 욕도 못함
─ㅅㅂ 가챠는 그냥 욕먹어야함,,,,
─확률 진짜 좆가틈
─재화 팍팍 주는데도 못뽑는 불운
은우는 제발 게임사에 지갑을 바치겠단 사람들을 보며 목덜미를 쓸었다.
“여러분들이 말하시는 걸 보니 유료 가챠를 안 연 게임사의 선택에 찬사를 보내고 싶어집니다.”
─ㅋㅋㅋㅋㅋ아 순살됨ㅋㅋㅋㅋ
─여기 다 흑우들이잔어~
─유료재화있었으면 가산탕진했을 놈들
─벌써 탕진한 사람도 있음
─확률 높여주는 템은 유료니까 머
─근데 확률 높여도 좆같잔아ㅋㅋㅋㅋ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안내 NPC가 알려 주는 대로 영석을 모루 위에 놓았다. 그러곤 망치를 들었다. 아래 막대 바가 생겨나며 위쪽에 달린 화살표가 오른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빨강에 맞춰 치면 됩니까.”
─넵
─이 남자, 운은 어떨까?
─그 여실전화다! 어림도 없지!
─가즈아ㅏㅏㅏㅏ
─똥망캐 가즈아
─흑우겜 가챠 간다간다간다아아!!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화살표는 가장 큰 비중의 검정을 지나쳐 하양으로, 노랑으로, 빨강으로 이동했다. 사인펜으로 찍 그은 것처럼 아주 좁은 빨강이었다.
“쉽네요.”
그렇지만 그에겐 너무 쉬운 일이었다. 깡, 하는 소리와 함께 빨강에서 노랑, 하양으로 넘어가기 전 은우의 망치가 영석을 내려쳤다.
『대성공!』
그 알림 창과 함께 영석이 빛을 퍼트리기 시작했다. 금색이라고 하기엔 옅어서 개나리처럼 보이는 노란색이었다.
─어?
─????
─? 어??
─뭐야??? ㅋ?
─한방에 4성?
─아니 ㅅㅂ 운빨망겜ㅋㅋㅋㅋㅋ
“좋은 겁니까?”
─시발 사성이잖아요ㅋㅋㅋㅋ
─저게 어케 뜸??
─?????????????????
─하급영석에서 왜 4성이 떠??
─?헐 이게?? 이게 뜬다고??
─대성공이라지만 하급 영석에서 이게??
─조작이네
모루에서 떠오른 영석이 모루 뒤쪽, 마법진처럼 보이는 제단 위로 이동했다. 곧 빛이 확장되며 만들어진 건 저격 총이었다.
“저는 드라구노프 저격 소총, SVD라고 불립니다. 최초로 지정 사수 소총으로 설계됐기도 합니다. 제게 저질 탄약을 넣어 놓고 정밀성을 논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까 그 친구네요.”
아까 처음 선택지에서 나왔던 저격 총 친구였다.
「‘?’ 님이 ‘1,000원’ 투척!
?」
「‘김스’ 님이 ‘1,000원’ 투척!
누나가 왜 거기서 나와?」
─첫판부터 장난질이냐?
─진짜 말이 안 나온다ㅋㅋㅋㅋ
─주작이네
─사기 갓겜
─이건 말도 안 됨
“…그렇게 이상한 겁니까?”
─하급영석에서 4성뜬 적 한 번도 없었다구요ㅋㅋㅋ
─쉬불 내가 쟤 뽑겟다고 그간 날린 자원이.....
─개발자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게 겜이냐?
“4성?”
은우는 아까부터 시청자가 말하는 4성이 무슨 의미인지 고민해 보았다. 대충 등급 같은데, 이 게임에선 등급이 없다.
─하는 사람들이 임의로 나눈 거예요
「‘헨젤과그랬대’ 님이 ‘3,000원’ 투척!
게임 내에선 등급 자체는 안 나누는데 제작 성공했을 때 나오는 색이 다름」
「‘등급계산법’ 님이 ‘1,000원’ 투척!
회색-1성 흰색-2성 보라-3성 금색-4성 무지개-5성」
─하 씨 이게 겜이냐? 겜이냐?
─주작 에바라고
“그런 겁니까.”
은우는 저격 총 친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하급 영석에서 4성이 뽑힌 거야 잘 와닿지 않는다. 다만 시작 제공 캐릭터가 4성이라니, 그건 좀 놀라웠다. 괜히 게임이 쉽다고 하는 게 아닌가 보다.
─하,,,,,,운빨전화,,,,
─삭제하고 싶은데 노가다 뛴 게 아까워서 못 삭제하겟음
─이건 진짜 말도 안돼....
“그렇게 대단한 겁니까.”
운이 너무 좋은 뉴비는 운이 없는 고인물들을 숙명적으로 기만하게 되는 법이니.
그는 그가 벌인 일의 무게를 파악하지 못한 채 일단 계약부터 진행했다. 금빛 세상이 펼쳐지며 사슬이 솟아올랐다. 이것으로 두 번째 동료 획득이다.
─운빨 좆망겜....
시청자들의 허탈함이 물결처럼 채팅 창을 잠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