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화
“정보, 가져왔습니까?”
히어로 본부장이 보낸 히어로가 손을 뻗어 왔다. 은우는 그에게 밀봉된 정보를 건넸다. 히어로가 안쪽 정보를 쓱 읽어 보더니 고개를 주억였다.
“읽진 않았을 거라 믿겠습니다. 뭐, 읽었다 해도 함부로 떠들고 다닐 어리석음은 없다 생각하지만.”
히어로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돌아갔다. 전자 노트가 보상 내역을 새롭게 띄웠다.
그러나 은우는 보상에 별 관심이 없었다. 경험치야 레벨이 올라가도 스킬 찍는 게 다였으므로 더 쓸모없었고, 돈은 다른 임무를 깨는 게 더 많이 줬다.
스토리 임무는 정말 스토리를 보는 게 다였다.
“이능력 협회가 소유한 땅 위치가 왜 필요했던 걸까요?”
그렇기에 궁금한 건 외려 이쪽이다. 이미 게임을 한 자들은 강제로 입 다물린 사이, 초심자들의 머리가 열심히 굴러가기 시작했다.
물론 별 소득은 없었다. 단서가 너무 적었다.
▣ 127. 혜택을 보기에도 아직 부족한 단계
VAV의 히어로 전개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임무는 크게 3종류다. 스토리 임무, 테일러를 닦달해 받을 수 있는 서브 임무, 물음표를 띄우고 있는 시민들에게 받는 치안 유지 임무다.
타다다다당!
“경비원부터 해치워!”
“너희 다 엎드려! 머리에 손 올리고!”
그것 외에 하나 더 추가한다면 그건 맵 전역에서 발생하는 돌발성 이벤트다.
플레이어의 판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히어로 임무로 분류되진 않지만, 어쨌든 그렇다.
“머리에 손 안 올려? 죽고 싶어?”
“살려 주세요!”
“제발 쏘지 말아요!”
마침 은우는 은행에 잠깐 들른 참이었다. 무기를 사기 위해서였는데, 이게 또 현금으로 사면 더 싸기 때문이다. 이상한 곳에서 디테일을 발휘한 제작진이었다.
한데 타이밍도 안 좋게 빌런들의 습격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이건… 상상도 못 해 본 상황이라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어?! 켄이 인질로 잡혀준다고?!
─업계 포상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할 걸 쟤네가 해내네
─이쯤되면 평생 자랑거리
─개부럽다;; 나도 켄 인질 함 잡아봤으면
─그리고 모가지 뚝딱 따이는 거임
4인조로 이뤄진 그놈들은 두 명의 비능력자와 두 명의 이능력자가 껴 있는 모양이었다.
두 명의 이능력자가 금고로 향하고 총을 든 두 놈은 인질들을 감시했다. 그 사이에 빌런 잡는 빌런이 있는지 모르는 채로.
은우는 일단 시키는 대로 바닥에 엎드렸다. 그의 재생 능력에 대해 아직 덜 시험해 본지라 총알을 여러 발 맞았을 때도 멀쩡할지 확신이 안 선 탓이다.
그때 누군가가 후원을 던졌다.
「‘트랄라랄라’ 님이 ‘1,000원’ 투척!
켄님 이건 꿀팁인데요 은행털이범들 잡아서 걔네가 은행 턴 돈 훔치면 평판 안 떨어짐」
놀라운 꼼수였다.
─ㅁㅊ....너 천재냐?
─엌ㅋㅋㅋㅋㅋㅋㅋ
─도둑한테 도둑질
─꿀팁 ㄱㅅ
─팁 꺼어억
은우는 목덜미를 쓸다가 입술을 달싹였다.
“은행 안에서 처리한 후에 돈 들고 가도 안 떨어집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건 깎여요ㅋㅋㅋㅋㅋㅋ
─범죄 안 저지른다매요!!
─켄: 아 그건 그거고 부수입은 못 참지ㅋ
─이거다ㅋㅋㅋㅋㅋ
시청자의 말마따나 민간인 폭행과 테러가 싫댔지 굴러떨어진 수입을 포기한다곤 안 했다.
은우는 어쩔 수 없이 털이범들이 돈을 털고 나가길 기다리기로 했다.
“후, 날이 안 좋네요.”
다만 그의 패착은 그 전에 누가 나서 버렸단 것이다.
“뭔─”
“으악!”
총을 붙잡은 손이 그대로 총열을 휘어 버렸다. 마치 철사를 구부리는 걸 보는 기분이었다.
나머지 한 사람은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나타난 이가 총을 위로 들어 올림으로써 막아 냈다. 당겨진 방아쇠가 총알을 토해 냈지만, 애꿎은 천장만 맞을 따름이었다.
“꺄아아악!”
“끼아아아!”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두 사람은 순식간에 범인들을 제압했다. 총을 구부려 버린 이는 범인 자체를 타격하기보단 그 옷을 찢고 무기를 빼앗았으며, 허공에서 나타났던 이는 거침없이 범인의 명치를 올려 치고 바닥에 메쳤다.
설마 히어로? 은우가 심장을 철렁이는 사이, 총열을 휘게 만든 이가 쓰고 있던 후드를 벗었다. 벚꽃색 머리카락이 백열등에 흰색으로 반짝였다.
상황이 어찌 흘러가는지 몰라 멀뚱멀뚱하던 시청자들이─정확힌 그 일부가─난리 친 것도 그때였다.
─미칀!!!!1!
─누나아ㅏㅏㅏㅏㅇ아ㅏ
─아르가!!!!
─쟤 왜여깃음??
“유명한 캐릭터입니까?”
─네!!!!!!!!!
─누나 나죽어ㅓ어어어
─세계관 탑 히어로예요!
─쟤한테 허리 꺾인 적 393928번...
─아르가면 업계 포상이지~
“히어로가 맞았군요.”
은우가 시청자들에게 정보를 얻는 동안 아르가라는 히어로는 금고 입구 쪽에 대기했다. 그리곤 조금 뒤 범죄자들이 올라오자마자 벽에 박아 버렸다. 현대미술이었다.
그때쯤 되자 밖에서도 경찰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은우는 아르가를 힐끗힐끗 보다가 일단 도주부터 하기로 했다.
지명수배에 걸리지 않아도 경찰이나 히어로와 오랜 시간 근접할 경우 빌런임을 들키는 탓이다. 경찰과 가까이 대면할 일이 그다지 없어 그렇게까지 불편한 시스템은 아니지만, 이럴 땐 조심해야 한다.
지금까지 안 들킨 것만으로도 천운이었다.
“돈 뽑으러 왔다가 이게 무슨 봉변인지.”
─돈 아깝다ㅠ
─아르가 있으니까 포기해야할듯
─쟤 앞에서 범죄 저지르면 척주 접히잖어
─ㅇㅇU자로 접힘
─그럼 괜찮은 거 아님?
─앞으로 접히는 게 아니라 뒤로 접히는 거다
그는 빠르게 나갈 준비를 했다. 그사이 벽에 박혔던 빌런 하나가 거칠게 저항하며 아르가와 다투기 시작했다. 투명화 능력을 쓰는 것으로 추측되는 또다른 히어로가 서둘러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천천히, 순서에 맞춰 나가세요!”
은우는 사람들에 섞여 슬쩍 탈출했다. 그사이 슬쩍 뒤돌아 빌런과 히어로의 대치를 관찰하기도 했는데, 일방적인 전투였다.
빌런이 불꽃을 뿜으며 접근을 최대한 막아 내려 하면 아르가는 그 몸의 단단함을 믿고 옷이 오그라드는 것조차 무시해 가며 다가가는 것이다.
아니면 다리나 팔을 휘둘러 그때 인 풍압만으로 불을 꺼트렸다. 자신의 육신이 낼 수 있는 힘을 잘 아는 타입이었다.
“…확실히 톱 히어로일 만합니다.”
─그쳐ㅠㅠ
─그보다 빌런들이랑 히어로는 능력이 삐까한데 왜 주인공은 재생임ㅠ
─그거 아마 구현문제 때문에 그런 거라 들엇음;; 유저들이 너무 신박하게 쓸까봐
─엌ㅋㅋㅋㅋㅋ
─아ㅋㅋ유저 창의력은 킹정이지ㅋㅋㅋ
하긴, 아무리 현실 같은 게임이어도 실제론 제작진들이 일일이 다 계산해서 구현하는 것이다. 창의적으로 범죄 저지를 수 있는 게임이서 가뜩이나 변수 많은 이능력을 쥐어 주긴 어려웠을 테다.
몬스터를 대상으로 하는 거면 차라리 수단이 한정되기라도 하지, 범죄는 정말 생각하기 나름이니까.
“그보다, 아르가는 대체 어떤 캐릭터입니까?”
─작충 나오는 히어로 원탑이라고 하심 되요
─맵이 워낙 넓어서 마주칠 가능성은 낮은데 한 번 마주치면 걍 죽엇다 봐야함
─히어로 의식이 좀 얕어서 평판 높으면 가끔 놔줌
─쟤 때문이라도 평판관리해야함;;
─스토리 끝나면 잡을 수 잇어요
유명한 캐릭터답게 정보가 줄줄줄 튀어나왔다. 스토리 끝나면 잡을 수 있다는 걸 보면 스토리에 엮인 캐릭터인 모양이다.
은우는 목덜미를 쓸었다. 그보다 잡을 수는 있다라. 그렇게 말하면 사람이 궁금해지지 않겠는가? 심지어 세계관 톱급이라면 정말 강한 축에 든다는 건데.
그는 결국 그의 바람을 툭 내뱉었다.
“기회가 되면 한번 싸워 보고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럴 줄 알았다
─근접전으로 잡는 거 아니예요ㅋㅋㅋ
─저격으로 잡아야함ㅋㅋㅋㅋ
“아, 그런 겁니까?”
시작도 안 했는데 김이 샜다. 은우는 아쉬움에 혀로 볼 안쪽을 톡톡 쳤다. 시청자들이 깔깔 웃었다.
* * *
아르가의 위상이 아직 잊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은우는 서브 임무를 수행하러 움직였다. 무기를 먼저 사려고 했는데, 돈이 부족하단 걸 뒤늦게 깨달은 탓이다.
무기상에게 두 번 왔다 가기도 싫어서 그는 그냥 서브 임무부터 먼저 해치우고 무기를 사러 가기로 했다.
“근거지 처리 임무는 이렇게 내려오나 봅니다.”
은우는 전자 노트로 도착한 메일을 이러저리 살폈다.
임무의 내용과 목표에 대한 설명, 가벼운 추측 따위가 담겨 있다. 갱단의 활동지도 지도에 표기되어 있고, 깽판쳤던 자리의 사진도 있었다.
피해자들의 사진이 아닌 건 글쎄. 너무 잔인해서 뺀 모양이다. 청소년 불가 게임이긴 해도 시체 사진이 썩 보기 좋은 건 아니니까.
“여기 발톱 자국으로 보아 단순한 인간형은 아닐 것 같습니다. 짐승으로 변할 수 있거나 짐승을 부리거나, 둘 중 하나일 것 같네요.”
─발톱자국 진짜 개크다
─개일까 고양일까
─고양이면 켄 손절
─고양이는 킹정이지
─발톱 3개면 개 아님?
─쇤네는 아무것도 모릅니다요
“이 자국은… 아무리 봐도 일반적인 총알 자국 같진 않습니다. 제가 총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이만한 총알이 콘크리트 기둥을 관통할 정도로 세다곤 생각이 안 되네요.”
─기둥 관통;;
─총알이랑 비슷한 뎀이면 별로 신경 쓸 필요 없을 듯
─기둥을 관통하는게 총알이랑 비슷한 뎀지겟냐
─ㅋㅋㅋㅋㅋㅇㅈㅋㅋㅋㅋ
─맞말 오지네ㅋㅋㅋㅋ
은우는 주어진 단서를 보며 눈을 가늘게 접었다.
“단체 인원은 20명에 이능력자 둘 정도로 예상하고, 근거지 위치 탐색부터 하겠습니다.”
빌런 제압 임무의 경우 임무 지역에 도착하면 20분 내로 모습을 드러내지만, 근거치 처리 임무는 그렇지 않다.
근거지 처리는 플레이어가 발로 뛰어 가며 정보를 수집, 근거지 위치를 특정하고 처리까지 해야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발로 뛰어야 했기에 원치 않아도 돌아다녀야 한단 소리다.
“짐승? 잘 모르겠는데.”
“이 구역의 밤은 빌런이 없어도 위험하지.”
“저쪽 거리에서 새로운 갱이 자리잡은 것 같던데.”
은우는 정보를 수집하며 슬럼가를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 결과 슬럼가 한쪽의 폐주차장을 찾아냈다.
“아무래도 저기가 맞는 것 같습니다.”
─딱봐도 갱들이 근거지 삼을 것 같다
─(대충 동의한다는 채팅)
─너무 넓을 것 같은데 괜찮나?
─암살플로 가야할듯
─켄이면 정면으로 가도 쌉가능이잖어~
주민들의 정보를 토대로 정답 도출 하나를 못 해서 아직까지 못 잡은 경찰과 히어로가 한심하다. 게임이니까 그런 거긴 하겠지만.
어쨌거나 그는 확신을 가지고 진입했다. 1층은 기척이 없었기에 차가 올라가는 널찍한 길을 통해 2층으로 이동했다.
잠입을 시도할 의지는 요만큼도 내보이지 않았다. 정면 돌파 미션을 건 시청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놓고 걸어가자 정면에 있던 거구의 사내가 눈을 꿈틀거렸다. 경계 마커가 순식간에 차오르며 적대 표시를 띄웠다.
“여기까지 들어올 생각을 잘도─”
은우는 목덜미를 살짝 쓸곤 그대로 돌려 차기를 감행했다. 시민이라면 평판이 작게나마 깎일 것이나, 경계 마커가 뜬 시점에서 시민일 가능성은 없다.
“크헉!”
“저 새끼가!”
“당장 쏴!”
은우는 휘청거리는 거구에게 밀착하며 챙겨 온 권총을 들었다. 남자를 방패 삼아 그 뒤에서 총을 쏘면 한 발에 한 사람씩 정직하게 쓰러졌다.
나중에 가선 정신 차린 덩치가 깍지를 끼고 그를 내려치려 했지만, 은우가 좀 더 빨랐다.
그는 뒤로 잽싸게 빠졌다가 그대로 명치를 걷어찼다. 덩치가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은우는 그것에 맞춰 달려나간 후 덩치의 배를 밟고 뛰었다.
근 100kg의 무게가 더해지자 덩치가 그대로 넘어갔다. 은우는 발로 덩치의 머리를 밟아 녀석의 뒤통수가 제대로 깨지길 유도했다.
주차장 3층에서 사람이 내려오며 총알을 쏟아 냈다. 은우는 옆으로 빠르게 튀며 총알을 피했다.
중앙분리대에 많이들 쓰이는 콘크리트 방호벽이 중간중간에 배치되어 있어 그게 가능했다. 대체 왜 주차장에 저런 게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은우는 한 손엔 권총을, 한 손엔 나이프를 꺼내 들며 그를 바짝 쫓아온 총알의 반경에 맞춰 벽을 박찼다.
한 바퀴 돌아 바닥에 착지한 몸은 여러 방향에서 교차해 가며 모인 총알들을 피한다. 은우에겐 역공할 기회였다.
나이프가 뱅그르르 날아 적의 미간에 찍히고, 총알은 정확히 두 조무래기를 처치했다. 은우는 그 상태에서 굴러 기둥 뒤로 숨었다. 총알이 팡팡 튀며 기둥 가장자리를 부쉈다.
“거기 있으면 안 죽을 것 같으냐!”
그러던 중 쉭,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날아왔다. 은우는 그와 동시에 몸을 낮추고 옆으로 굴렀다. 기둥에 구멍이 선명하게 났다.
“맞네요, 이능력자.”
“감히 쳐들어온 죗값을 치르게 해 주마!”
─손 빵야 오졋다
─저정도면 쉽게 잡겠는데?
─비수들 대가리가 쉽게 잡히겠는데?
─특) 비수들 대가리는 원래 잘 깨진다
상대 쪽에는 손을 총 모양으로 만든 채 무언가를 쏴 대는 이가 있었다. 은우는 총알 세례를 피해 다음 콘크리트 방호벽에 섰다. 그러곤 그 근처에 죽어 있던 시체의 이마에서 나이프를 뽑아냈다.
“숨어도 소용없어!”
동그란 광선이 그의 뺨 옆을 관통해 지나갔다. 은우는 그 순간 바깥으로 몸을 내밀어 나이프를 던졌다. 화력이 약한 권총보단 나이프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적의 목에 나이프가 틀어박혔다.
“이런!”
“당장 안으로 데려가!”
“치료되면 곤란하니 처리하겠습니다.”
은우는 권총을 두 손으로 들고 발포했다. 화력이 약하다 해도 정확히 맞추면 사람을 죽이거나 제압하기엔 충분하다.
이능력자를 안으로 옮기던 조무래기 둘이 먼저 쓰러지고, 아직 죽음이 확정되지 않은 이능력자까지 그 뒤를 따라갔다.
“너, 이 자식!”
그때쯤 되자 이 집단의 보스로 추정되는 자가 뛰쳐나왔다.
평범했던 인간의 몸이 순식간에 털로 뒤덮이며 덩치가 커졌다. 어찌나 큰지, 본래 은우가 내려다봐야 했던 눈높이는 이게 고개를 꺾어야 했다. 늑대 인간이었다.
“오늘 희생양은 너다!”
─과연?
─어라? 너 약간....눈치가 없는 편, 이랄까?
─우리 보스 기죽게 왜 그래욧! 댕댕이니까 함 봐줘욧!
─켄님 한 번만 봐주자
─멍멍이가 너무 큰데
「‘아아-’ 님이 ‘1,000원’ 투척!
댕댕이 보호 단체에서 나왔습니다 댕댕이를 향한 폭력을 멈춰주세요」
조무래기들도 마침 다 잡은 참이다.
“봐주면 제가 죽잖습니까.”
은우는 튀는 침을 손으로 막곤 허리를 휙 낮췄다. 늑대 인간의 팔이 그의 머리 위를 지나가고, 은우의 손에 들린 권총이 늑대 인간의 허벅지를 향해 발포됐다.
구멍이 뚫리며 피가 튀었지만, 늑대 인간은 신음 하나 흘리지 않았다.
─봐줘도 죽이실 거잖아요;;
─약한 척 ㄴㄴ
─근데 쟨 좀 치울 필요가 잇을 것 같다
─견주 어디갓냐 견주
그의 몸이 옆으로 굴렀다. 간발의 차로 늑대 인간이 대지가 흔들리도록 팔을 후려쳤다.
은우는 쩍 갈라진 인도를 보며 총구를 다시금 들어 올렸다. 머리에 맞기는 싫은 듯 늑대 인간이 팔을 들어 올렸다.
탕!
쏜 곳은 심장 부근이었다.
“죽인다!”
늑대 인간이 빠르게 달려들었다.
은우는 그 거구의 몸체가 점프하듯 뛰어들었음을 확인한 뒤 몸을 완전히 낮추고 몸을 돌렸다. 늑대 인간이 그의 몸 위를 지나갈 때 방아쇠를 당기면 한 발의 탄환을 더 먹일 수 있다.
찰칵.
탄피가 떨어졌다.
은우는 늑대 인간이 곧바로 뒤도는 걸 보며 쪼그려 앉은 상태에서도 언제든 반응할 수 있게 손으로 대지를 짚었다. 몸을 틀 때의 자세가 어정쩡했던 것 역시 고쳤다.
자세가 무너지면 모든 게 무너진다.
“세 발이나 맞았는데 멀쩡해 보이네요. 터프한데.”
─짐승형 애들이 진짜 터프하긴 하지;;
─쟤네는 돌격소총 들고 와야 함
─수류탄 3알 까도 직격 아니면 살드라
─ㄹㅇ? 피통 무슨일;;
─켄: 그치만 오늘은 제 점심이죠
“이번 적은 제압이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갱단이라서 사살해도 뭐
─갱단은 죽여도 평판 안 깎여서 죽이셔도 괜찮을 거예요
─살려서 깨는게 자원 더 많이 주긴 하지만...
그사이 멍청한 늑대는 또 한 번 정면에서 덤벼드는 걸 택했다. 은우의 몸이 옆으로 구르며 재빠르게 뒤돌곤 사격 자세를 취했다.
은우를 덮치는 데 실패한 늑대는 그대로 방향을 꺾어 원을 그리듯 달리기 시작한다.
그의 총구가 그것을 조금 따라가다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늑대의 목덜미에서 피가 촥 튀었다.
“그래 봤자 멍청해서 잡기는 쉽겠습니다. 차라리 아까 아르가 같은 녀석이 나왔으며 좋겠네요.”
─ㅋㅋㅋㅋㅋ
─걘 재앙이죠;;
─아르가 등판하면 튀어야함
─그치만 켄이 상대라면?
─아, 이거 모른다...
은우는 늑대 인간이 원을 그리다가 급작스럽게 돌진하는 걸 목도했다. 그의 몸이 바닥에 한쪽 무릎을 붙이고 있던 걸 떼고 앞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늑대가 팔을 크게 벌리며 휘두를 자세를 취할 때, 은우는 최대한 크게 점프했다. 늑대의 발이 대지를 부수는 것보다 은우의 발이 늑대의 주둥아리를 밟는 게 더 빨랐다.
은우는 발에 푹신한 감촉이 전해지자마자 공중에서 허리와 몸을 틀었다.
두 번째 발이 늑대의 어깨나 등 어림을 밟고 상체를 낮추면 총구가 늑대의 머리에 겨눠진다.
“머리에─”
늑대가 저항하려는 것처럼 머리를 들고 등을 휘었지만, 이미 늦었다. 방아쇠가 당겨지며 탄이 발사되었다.
“맞아도 터프하게 이겨 내는지 봅시다.”
─그게 될리 없잖아ㅋㅋㅋㅋ
─머리에 맞고도 멀쩡한 놈은 아르가밖에 없을 듯
─늑대인간이니까 HOXY....?
─종종 뉴스에 나오는 개인간들도 대가리 맞으면 죽잖아 쟤도 죽겟지
─아 ㅅㅂㅋㅋㅋ개인간 미쳣냐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실컷 뛰놀다 죽네ㅠ
─다음생엔 착한 멈머로 태어나라
시청자들의 웃음과 함께 늑대 인간의 뒤통수에 빨간 자국이 생겨났다. 털에 가려 언뜻 발견하기 힘든 그 원 형태의 상처는 명백한 총알 자국이었다.
은우는 녀석의 반항이 멈추었음을 확인했다.
방금 전까지도 그를 떨쳐 내려 안간힘을 쓰던 녀석이다. 죽지 않고서야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을 리 없다.
다만 그렇다고 안도하자니 그는 ‘설마’란 단어를 너무 많이 겪어 보았다.
그는 늑대 위에서 내려와 차분히 마지막 확인 사살을 가했다. 혹시 아나, 죽은 척하고 있는 것일지. 늑대의 머리통에 추가 탄환 두 발이 박혔다.
그러자 전자 노트가 보상 메시지를 띄웠다. 단순히 늦게 뜬 것인지, 아니면 정말 죽은 척했던 것인진 분간이 모호하다.
은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보상과 올라간 평판을 확인했다. 이것으로 평판 단계 자체가 상승하며 ‘괜찮은’ 상태가 되었다.
무자비한, 신뢰할 수 없는, 건드리기 싫은, 중립적인, 조용한, 괜찮은, 우호적인, 믿을 수 있는. 이런 여덟 단계 중 괜찮은 정도면 어지간해선 평판으로 인한 불이익을 당할 일 없다.
“저기 있다! 체포해!”
그러나 혜택을 보기에도 아직 부족한 단계였다.
은우는 총소리를 들은 시민의 신고로 불려 온 경찰을 피해 도주를 감행했다. 평판을 최고 상태로 올리지 않는 한 피하기 어려운 마무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