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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자도 방송할 수 있습니다-121화 (121/233)

121화

은우는 벌어진 좀비의 입에 ZUG 13의 총구를 쑤셔 넣은 후 방아쇠를 당겼다. 동시에 그의 발은 그 몸뚱이를 밟고 뛰어올랐다.

좀비 대가리가 터져 나가며 총을 자유롭게 하면 그의 몸은 아무 장애 없이 그 너머로 나아갔다. 스켈레톤이 위로 뻗은 손을 피해 그 두개골을 밟고 한 번 더 뛰면 어떻게든 포위망을 벗어날 수 있다.

퍼엉. 뒤에서 폭탄 세 개가 연달아 터졌다. 그러고도 가장자리의 몇 마리가 살아 있어 총으로 한 번 더 쓸어야 했다.

“너무 단단한데.”

─ㅅㅂ

─이제 어케 버티냐;;

─난이도가 쉬움이 아니라서 그런지 애들 개딴딴하네

─아 쉬움 아님??

─아님

30라운드쯤부터 녀석들이 눈에 띄게 단단해졌다. 심지어 맵 자체가 밤으로 변하며 시계도 안 좋아졌다. 공포 느낌이 물씬 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크와아아악!

옆에서 갑작스럽게 구울이 튀어나왔다. 피딱지가 가득한 부패한 시체의 등장에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아아다다ㅏ으드ㅡㄷ

─아 깜짝아

─지금 방불 다 킴

─공포특급이냐고

은우는 옆에서 튀어나오는 구울을 피해 한 번 굴렀다. 그러곤 총알을 단단히 먹여 주었다. 그게 마지막이었는지 라운드 갱신 메시지가 떠올랐다.

[우아! 미쳤다!]

[이번엔 진짜 꼼짝없이 죽나 했네요.]

라운드 갱신과 함께 죽었던 두 사람이 부활했다. 도망 경로를 잘못 잡는 바람에 라운드 초반부터 탈락한 이들이다. 몬스터들에게 둘러싸여 있어 부활도 못 했다.

“이번엔 죽지 마십시오.”

은우는 그런 그들에게 건조하게 답했다.

“두 분이 빠지니까 좀비가 너무 안 줄어서.”

[크, 왠지 행님한테 인정받은 기분이다.]

[어지간한 몸치 아니면 살아서 수 줄여 주는 게 좀 크긴 하죠.]

심지어 레드바랑 검은양은 몸치도 아니었다. 은우가 잡아 내는 수가 전체의 절반이라면 그들은 둘이서 그 절반을 잡아 냈다. 못하는 것처럼 보여도 절대 못하는 게 아니었다. 시간 제한 형식을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죽으실 거면 후반부에 죽으세요.”

[엌.]

[그때도 죽으면 안 되는데요.]

“그래도 그때는 부활시켜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본인은 절대 안 죽는다를 전제로 하고 있음;;

─킹치만 켄이면 말할 자격 충분하잔어~

─켄 사전엔 불가능이란 단어랑 오만도 없음

[캬. 생각해 보니까 행님, 대회에서 하신 말 생각나네요.]

은우는 다시 출몰하기 시작한 몬스터들을 확인했다. 통로를 가득 메우며 달려오는 그것들은 마치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여러분은 못 죽습니다. 어떤 순간에도 살려 내겠습니다. 캬아.]

“그렇겐 말 안 했습니다.”

─ㅋㅋㅋ그때 개간지였는데

─?언제 그런 말 함?

─네뷸라 대회때ㅋㅋㅋㅋ

─켄 네뷸라 대회에도 나갔었음?

─좀비 진짜 개많네 바퀴벌렌줄;;

그는 그것들을 보며 역으로 달려들었다. 돌개차기하듯 떠오른 몸이 첫 번째 일격을 피하고, 스켈레톤의 몸을 넘어간 다음엔 몸을 낮춰 다리를 휘둘렀다.

다리에 걸린 몹들이 넘어지면 고양잇과 맹수처럼 점프해 손으로 땅을 짚고 훌쩍 솟은 다리로 좀비 하나의 목을 내려쳐 바닥까지 내려찍었다.

거기까지 했을 때 사방으로 짓쳐 드는 좀비는 아무리 그라도 빠져나갈 방도가 없었다.

새하얗게 남은 뼈가, 이빨부터 들이미는 굶주린 시체가, 사방을 얼어붙게 만드는 유령이 그를 뜯어 먹기 위해 모여들었다.

그리고 몸에 부패한 살결이, 미지근한 뼛조각이 닿았을 때 은우는 방아쇠에 손을 얹었다.

해당 총기의 이름은 ‘Acheron Salvo’. 레드바의 뽑기를 도와주다가 나왔다. 총기 구분은 중화기, 그것도 유탄 발사기다.

콰앙!

폭음과 함께 주변이 싹 쓸려 나갔다.

▣ 121. 이미 끝난 판

─이분은 겁이 없나봄

누군가 그 말을 꺼냈다. 은우는 태연하게 몸을 일으키며 ZUG 13으로 남은 몬스터들을 처리했다. 양측 통로에서 두세 마리씩 또다시 리필되기 시작한다.

“그걸 이제 아셨군요.”

─ㅋㅋㅋㅋㅋㅋㅋ

─야! 켄사전에서 겁도 빼!

─ㄴㄴ 이분 겁낼 때 있음 팀장님 추천 핵병맛 게임할 때ㅋ

─아ㅋㅋㅋㅋㅋㅋㅋ

“그건 공포보다는… 질린 게 아닐지.”

뭐, 그것도 두려움이라 칠 수는 있긴 하겠다. 그러나 적어도 싸움에 한해서 그를 두렵게 만드는 건 없을 거다. 어떤 병기를 가져오든, 어떤 실력자가 찾아오든 간에.

은우는 남은 유탄 개수를 셈하며 적절히 몬스터를 사살했다. 드디어 최대 탄약 아이템이 떨어졌다. 30개밖에 되지 않는 유탄 숫자가 드디어 되돌아왔다.

그는 좀비 몰이 하기 좋은 경기장으로 나왔다. 지금껏 지하에 있던 이유는 당연하지만, 저들의 부활 장소가 경기장이었기 때문이다.

둘까진 어찌어찌 버틸 만한데 셋이 모이면 좀비가 정말 구더기처럼 몰려오는지라 어쩔 수 없다. 초반부터 죽을 가능성을 또 만들어선 안 됐다.

[켄 님, 합류할게요!]

“네.”

경기장에서 몹을 몰며 처리하고 있으니 곧 몬스터 울음소리와 함께 레드바가 튀어나왔다. 발소리로 하여금 몬스터가 무리 지어 온다는 걸 알았던 그는 타이밍 맞게 유탄을 발사했다.

최종 강화를 마친 그것은 아직 한 발만 쏴도 어지간한 몬스터가 떼죽음을 맞이했다.

“나이스.”

레드바가 엄지를 치켜세웠다.

“검은양 님은 혼자서 괜찮으십니까.”

[네네, 전 괜찮아…요!]

완전 좋아 보이진 않지만, 본인이 괜찮다니 괜찮은 것이리라. 은우는 레드바의 목덜미를 쥐고 뒤로 끌어당겼다. 옆에서 스펙터가 불쑥 뛰쳐나왔다.

“워!”

레드바가 비명을 지르면서도 반사적으로 총을 쐈다. 기이하게 운이 좋지 않은 그는 은우의 뽑기를 30번 넘게 받았음에도 기관단총을 넘어가지 못했다.

중간에 뜬 아케온을 양심상 혼자 살아남을 일이 많은 은우에게 넘겼다고 쳐도 질 나쁜 운이었다.

“캬, 감사합니다.”

“스펙터 좀 맡아 주시겠습니까. 제 총으론 효율이 영 안 나와서.”

“예압. 맡겨만 주십쇼.”

퍼즐에서 번번이 민폐를 끼친 레드바지만, 피지컬은 준수했다. 은우는 안심하고 등을 맡겼다. 물론 감각에서 완전히 제하진 않았다. 믿음이 가는 것과 믿을 수 있는 건 달랐다.

“크, 35가 곧이다. 이러다 저희 진짜 이기는 거 아니에요? 솔직히 이 기세면 40까진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에도 다른 팀이 스토리 못 깨면 가능할 것 같다.]

“흐.”

글쎄. 과연 그렇게 흘러갈까. 은우는 직감보다는 끝까지 확신하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김칫국 마시기를 거부했다. 이기면 이기는 거고, 지면 지는 거다.

그들은 경기장을 뱅글뱅글 돌며 몬스터를 처리했다. 중간에 영령석 좀 몰아준다고 양치기와 개에 빙의하기도 했다. 개 역할은 은우였다.

“옐로들이 행님 부려 먹는다고 저 면박 주네요. 형님, 뭐라고 해 주세요!”

“맞는 말 같은데 거기에 제가 할 말이 있습니까?”

사심 없이 순수한 진심에서 나온 말이었다.

[으하하하하!]

갑자기 검은양이 빵 터졌고 레드바가 어버버 몬스터만 잡았다. 은우는 그들이 저러는 이유를 몰라 고개를 기울였다.

“제가 말실수했습니까?”

“형님… 사실 귀찮으셨던 거군요……. 죄송합니다…….”

“별로 귀찮진 않습니다만… 레드바 님이 강해지셔야 더 오래 버틸 수 있으니까요.”

[으힉, 으히힉!]

은우는 검은양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가만 고민했다. 그러니까, 보통은 이럴 때… 비호를 해 줬어야 했나?

“부려 먹는 게 아니니까 괜찮다고 말했어야 했나요?”

“어… 글쎄요.”

“솔직히 전 부려 먹혀도 괜찮습니다만.”

그는 ZUG 13을 격발했다.

“이길 수 있다면 그게 대수입니까? NPC들한테도 부려 먹히는 마당인데.”

결국 레드바까지 깔깔 웃기 시작했다.

“그것도 그렇네요.”

그건 동의의 의미였다.

[켄 님, 진짜 호승심 엄청나시네요.]

“그렇게 보이나요.”

은우는 벽을 박차고 뛰어올라 스펙터와의 거리를 벌렸다. 레드바는 저쪽에서 돌고 있는지라 도움을 구할 수 없다. 산탄총이 나섰다.

“…승패에 상관없이.”

바닥에 떨어져 미끄러지면 스켈레톤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은우의 발이 녀석의 두개골을 밟고 총구를 겨눴다. 순식간에 두개골이 깨져 나갔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 걸 싫어하는 편이라.”

은우는 곧바로 바닥을 굴러 연이어 달려드는 몬스터를 피했다. 수류탄이 하나 굴러가며 시간을 벌어 주었다.

“최선을 다했다면 처참하게 박살이 나도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있잖습니까.”

그럼에도 후회는 남더라. 그렇지만 적어도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라는 회한은 남지 않는다. 노력에 대한 대가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은우의 발이 경기장을 내달리다 어느 순간 미끄러지며 몸을 뒤로 젖혔다. 날아간 유탄이 순식간에 무리를 소멸시켰다.

─띵언

─최선을 다하면 스스로에게 당당하다,,,,메모,,,,

─흔한 명언인데 켄이 말하니까 ㅈㄴ 멋있다

─역시 행동하는 사람이 말해야 설득력이 있는듯

[크, 띵언. 근데 행님이 최선을 다하시면 박살 나는 일이 없으실 것 같은디. 박살 내면 모를까.]

그새 멀어진 건지 레드바의 목소리가 이어셋으로 듣는 듯한 울림이 되었다. 은우는 벌떡 일어서 다시 뛰기 시작했다.

“저라고 항상 그러진 않습니다. 진 적도 있고, 안 돼서 물러난 적도 있고, 포기한 적도 있으니까요.”

대부분 조건이, 상황이, 주변이 안 따라 줘서였지만, 어쨌든 그렇다. 물론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켄이 지는 건 시험밖에 없을듯

─시험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작사에게도 덤벼서 이기신 분이,,,

“한낱 스트리머인 제가 어떻게 제작사에게 덤빕니까.”

─???

─지금 당신이 떨어트린 주가가 몇인데;;

─증거영상도 남겨두고 그런 말 하는 거 아님

─주가 진짜 개떡락했더라

─함부로 덤비니까 그렇지

은우는 불쑥 고개를 돌렸다. 바로 옆에 무언가가 뛰어내렸다. 그 끔찍한 외형에 사람들이 문제 제기 하다 말고 비명을 질렀다.

“구울이네요.”

당황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기니 적이 죽었다. 죽이고 나서 확인한 정체는 구울이었다.

─구울단 갑툭튀 넘심

─아, 누가 예의 안 지키냐

─매너요

─혀어어엉 나죽어어어어

그것을 알자마자 시청자들은 바로 농담 따먹기에 들어갔다. 참 신기한 사람들이다.

[저 좀 문제 생긴 것 같아요. 웃다가 포위됐네.]

그러다 검은양이 구조를 요청했다. 은우는 제가 가겠노라 말했다. 포위 상태일 땐 아무래도 유탄 발사기만큼 좋은 게 없었다.

“이번 턴에 뽑기 좀 더 해 보겠습니다. 두 분도 얻으시면 나을 것 같아서.”

“그럼 저희야 좋죠. 켄 님 귀찮으실까 봐 부탁 못 드리는 거지.”

[행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제발 저 아케온 하나만!]

은우는 어깨를 으쓱였다. 랜덤이니 만큼 차마 장담은 못 하겠다.

“강화용 영령석부터 모으시죠.”

[저, 방금 행님이 몰아주셔서 빠방합니다.]

“저 얌체 녀석.”

검은양이 혀를 차면서도 부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도와드릴까요’ 하고 물으면 거절하는 게 그냥 한 말인 듯하다.

라운드가 다시금 넘어가기 시작했다.

* * *

쾅!

35라운드가 막을 올리자마자 폭음이 터져 나왔다.

“와, 뒈질 뻔!”

레드바의 비명은 덤이었다.

“쟤 댐지 왜 저래요!”

“뱀파이어 댐지가 원래 그렇지 뭐.”

35라운드가 보너스 라운드─일반종이나 상위 몹이 안 나오는 대신 특수 종이 나오는 라운드─임을 알고 모여 있던 레드바와 검은양이 수군거렸다.

“보너스 라운드가 제일 달가운 것 같습니다.”

“저도 동의해요.”

“전 제일 무서운 듯.”

특수 종의 종류는 리치와 뱀파이어, 둘라한. 이렇게 세 개였다. 특수 종이라고 부르지만, 각각 스켈레톤, 좀비, 스펙터의 최상위 계열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제가 둘라한을 잡겠습니다.”

“전 뱀파이어 잡을게요.”

“저보고 리치 잡으라고요? 누님, 바꿔 주심 안 돼요?”

“박쥐로 변해서 날아가는 거 잡을 에임 있으면.”

“이게 안 되네.”

레드바도 결국 순응했다. 그들은 각자 담당하기로 한 몬스터들을 공격해 유인했다. 이제 흩어질 차례다.

“죽음을 맞이하라.”

스펙터 상위 계열인 만큼 둘라한도 다가가면 서리가 끼고 이동 속도 디버프를 받게 된다. 그럼에도 근거리 산탄총을 가진 은우가 저놈을 맡은 건 다 이유가 있었다.

히이이이잉-

둘라한이 하필이면 말을 타고 있던 탓이다.

주변에 이속 디버프를 주는 주제에 저 말을 탄 둘라한은 사령기사보다 빨랐다. 그 때문에 특수 종 중에서 둘라한이 제일 까다로웠다.

“내가 너를 인도하리라!”

그렇지만 공교롭게도 은우는 며칠 전에 이것보다 더한 녀석을 상대해 본 바 있었다.

─펜리르짭 입장하십니다

─둘라한이 쉬워보이긴 난생처음

─내가 저거 할 땐 둘라한이 제일 무서웠는데;;

─클라스가 다르다 이거야

은우는 둘라한이 던진 머리를 피해 굴렀다. 머리가 지나간 자리는 꽝꽝 얼어붙었다.

그렇지만 밟는다고 특별히 상태 이상 게이지가 차는 것도, 이동 속도 디버프에 걸리는 것도 아니다. 이 얼마나 쉽단 말인가.

최초의 공격만 피할 수 있다면 둘라한 따위 대수롭지 않게 잡을 수 있다. 피하는 것 자체가 대수롭지 않은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어찌 됐건 은우는 지하로 들어와 둘라한의 행동을 제한했다. 좁고 통로 여러 개로 이뤄진 지하는 말을 탄 둘라한을 억압하기 좋다.

[켄 님, 저는 색욕에서 교만 쪽으로 돌게요.]

마찬가지로 지하로 뱀파이어를 유인한 검은양이 말했다. 뱀파이어의 경우 박쥐로 변할 때가 있어 그 상태에서도 최대한 맞추기 쉽게 지하로 온 것일 테다.

“네. 전 지금 나태입니다.”

그들은 경로가 겹치지 않게 미리 타협 보며 달리기를 시작했다. 서로 정반대쪽에 있으니 뱅글뱅글 돌면서 술래잡기를 하면 된다. 따라잡거나 따라잡히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죽음은 안식이 될 것이다.”

둘라한이 또다시 머리를 던졌다. 은우는 벽을 박차 그것을 피한 뒤 샷건으로 말을 때렸다. 본체만 공격하는 것보다 말을 먼저 죽이는 게 더 효과적인 걸 알아내서다.

본체와 말이 하나라서 말을 죽이면 본체의 피 일부가 날아갔다. 둘라한의 이동 속도가 떨어지는 건 덤이었다.

“저항하지 말지어다!”

단점이라면 지하라서 피할 자리가 여의치 않다는 것인데, 그것마저 타이밍에 맞춰 벽에 붙은 후 구르면 괜찮았다. 은우는 그를 지나쳐 간 둘라한의 말 궁둥이에 산탄을 선물해 주었다.

말이 울부짖으며 둘라한을 낙마시킬 뻔했다. 이때가 타이밍이었다.

은우는 유탄 발사기를 들어 두 발을 발사했다. 한 발이면 곤죽이 되는 다른 일반종과 달리 특수 종은 나름대로 여러 발을 필요로 한다.

심지어 유탄 같은 중화기에는 또 면역이 있어 같은 체력을 가진 일반 몹보다도 더 많은 탄알을 쏟아부어야 했다.

이걸 잡는다고 무한 탄약 줄 것도 아니고, 차라리 아끼는 게 낫다. 은우는 말만 빠르게 처리한 후 산탄총을 들었다. 바닥에 떨어진 둘라한이 머리를 던졌다.

─ㅗㅜㅑ;;

─진짜 디자인한 놈들 머리 어케 되먹었냐

─개징그러워

─누가 저런걸 무서워함? (팬티 갈아입는 중)

─오늘 잠 다 잤다

눈과 코가 없고 창백하게 질린 얼굴이 다가옴에 사람들이 고개를 저었다. 마치 미라처럼 건조하게 말라붙어 결이 보이는 듯한 피부가 혐오감을 더욱 부추기는 모양이다. 네 개의 기숙사가 있는 모 판타지 소설의 유령 간수처럼.

다만 그는 그것을 피하지 않고 총으로 후려쳤다. ZUG 13의 총구부분을 손으로 잡고 야구공을 치듯 받아친 거다.

아니, 정확히 표현한다면 받아친 것도 아니었다. 그는 머리가 그의 옆을 지나칠 때 거기서 한 번 더 쳤다. 더 멀리, 통로 저편까지 날아가도록.

은우의 손이 서리가 낀 손잡이 부분을 고쳐 잡았다. 방아쇠 부분을 억지로 잡아당기니 얼음이 부서지며 총알이 나갔다.

타앙!

시원한 격발은 머리를 도로 불러오던 둘라한의 전면부를 강타했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탄피가 빠지면 곧바로 총구가 불을 뿜었다. 순식간에 다섯 발이 명중했다. 심지어 그건 움직이면서 쏘는 것이었다.

은우는 둘라한의 맨손 공격을 피해 마지막까지 총알을 먹여 주었다. 반 피가 깎였는지 둘라한이 사방으로 얼음을 퍼트리며 바닥에 손을 대었다.

서리마가 다시 올라왔다. 멀리 보냈던 머리는 슈욱 날아와 둘라한의 옆구리에 끼워졌다.

“양 님, 어디쯤이십니까.”

[아. 저, 분노 지나치고 있어요.]

“네.”

분노면 바로 전전 탑이다. 은우는 거리가 다시 벌어지도록 열심히 뛰었다. 중간중간 둘라한이 말을 타고 돌진할 때마다 은우가 뒤로 뒤쳐졌지만, 그는 어떻게든 순서를 역전시켜 달아나는 방향을 지켰다.

그리고 둘라한이 기어코 쓰러졌다. 산탄 24발과 유탄 4발이 이뤄 낸 쾌거였다.

“둘라한 잡았습니다. 도움 필요하신 분.”

[쩌요! 쩌요요요요요!]

[전 괜찮습니다. 거의 다 잡았어요.]

그러면 레드바만 도우면 될 것 같다. 은우는 리치 잡는 장소로 쓰이는 경기장을 향해 움직였다. 과연, 리치는 스켈레톤 쫄을 한가득 소환해 레드바를 쫓고 있었다. 뽑기를 그렇게 도와줬는데도 중화기가 안 걸린 레드바가 애먹을 만하다.

은우는 스켈레톤의 두개골을 짓밟고 그 아래로 슬라이딩해 가며 리치에게 접근했다. 레드바만 인식했던 리치가 뒤늦게 그를 발견했지만, 이미 끝났다.

뼈로 이뤄진 벽을 세우고 쫄들을 소환한다는 점에서 나름 어려운 몬스터지만, 그래 봤자 머리에 크리티컬 세 방 정도만 먹이면 죽는 놈이다.

[아아! 지금 1등 팀 나왔습니다!]

은우의 유탄이 제로 거리에서 리치의 두개골을 깨부쉈다.

정말, 이미 끝난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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