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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자도 방송할 수 있습니다-108화 (108/233)

108화

훌다는 헬을 숭배하는 민족이다. 명목상 국가라 표현되지만, 실상 시어처럼 부족에 더 가까운 자들이기도 했다.

와이트나 발더가 발전된 문명을 가지고 있는데 비해, 훌다의 기술력은 시어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영토 또한 작았다. 마을 또한 수가 적었고.

그중 은우가 간 곳은 수도라 할 만한 중심 마을이었다.

“헬을 찾으라 했으니 여기가 가장 확률이 높겠죠.”

사실 미미르를 찾지 않아도 아홉 파도 중 여덟 번째를 찾아내면 헬에게 도움을 청해 보는 건 어떻냐는 말을 한다. 다들 선택지를 잘못 골랐는지 문전 박대 당하긴 하지만 말이다.

하면 그는 어떨까. 만날 수 있을까?

─하씨 왤케 두근두근 거리냐ㅠㅠ

─커뮤니티 지금 터진 거 암?

─ㅋㅋㅋ시청자 수도 터졌음

─이쯤 되면 실패해도 졌잘싸임

발더나 훌다의 사이드 퀘스트를 전부 미뤄 놔서 다행이다. 만약 엔딩에 사이드 퀘가 불필요하다면 시간 낭비를 피한 거고, 필요하다면 아마 훌다 쪽만일 테니까.

은우는 빠르게 마을의 중심지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죽음의 숭배자를 찾았다. 훌다 족장이다.

“…헬 님을 마주할 자격은 아직 당신께 없습니다.”

족장에게 말을 걸자마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유난히 창백한 얼굴은 표정이 전무했다.

“…조건이 아직 불합인가 보네요.”

은우는 맨 처음 이곳에 왔을 때, 혹은 영상 속에서 질리도록 들었던 문장을 떠올렸다.

[헬 님을 마주할 자격은 당신께 없습니다.]

달라진 건 ‘아직’뿐이었지만, 달리 말하면 그것이나 되었다.

“선행 퀘를 완료하면 될 것 같습니다.”

─와 진짜냐

─감동실화

─미쳤누;;

문제는 그 선행되어야 하는 조건이 무엇인가인데…….

─더 말걸어보죠

─대사 달라질지도 모르니까 말 계속 걸어봐요

─힌트 내놔라!!

─10번 정도만 말 걸어봅시다

시청자들이 알고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나, 은우는 모른 척 받아들였다. 5번의 도전 끝에 죽음의 숭배자가 다른 문장을 토해 냈다.

“불의 눈이 뜨여 있는 한 서리는 지상을 굽어볼 수 없습니다.”

무스펠하임이 불의 땅이라면 헬이 다스리는 니플헤임은 서리의 대지다. 즉, 잔존한 불의 거인을 전부 사냥하기 전까진 헬이 만나 주지 않을 거란 의미였다.

“두 마리만 마저 죽이면 될 것 같습니다.”

창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 108. 여기서 자러 가 봤자

“지상에 심어 둔 짐의 불들이 전부 꺼졌구나. 그래, 괘씸한 것아. 너의 강함을 인정하마. 어쩌면 너는 짐이 검으로 삼았던 그 고얀 것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7번째 거인을 죽였을 때 수르트는 자신이 로키에게 기만당했음을 말해 주었다. 그다지 기분 나빠 하는 눈치는 아니었는데, 애초에 그럴 걸 알고서도 당해 준 것이어서 그렇단다. 어차피 파멸로만 이어진다면 상관없다던가.

그리고 8번째 거인을 죽였을 때, 시신을 불태우며 나타난 수르트는 깔깔 웃었다.

“그렇지만 발칙한 자야, 이것 하나를 기억하라. 한 번 실현된 운명은 똑같이 흘러감을. 너의 발버둥은 로키를 죽이지 못한다. 단지 지상의 전 존재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멸망을 유예할 뿐이다.”

놈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앞선 다른 거인들과 똑같은 퇴장이었다.

─유예??

─죽이진 못하고 막기만 하는 모양인듯,,,

─수르트가 또 살린단 건가,,

─배신당해놓고 또?

─헌신남 수르트,,,,

“뭐, 수르트는 멸망을 위한 거인이니까요. 멸망을 일으킬 수 있다면 별 상관 없다는 거겠죠.”

그것보단 저 신발이 문제다. 자원과 강화 재료 사이에 껴 있는 신발은 작은 가죽들을 수없이 기워 만든 듯했다.

심지어 그것은 한 켤레조차 되지 않았다. 왼발 한 짝만 있던 것이다.

─디자인 진짜 개구리다

─(폴짝)

─(개굴)

─이쯤되면 불의 거인 콘텐츠는 제작사에서 플레이하는 사람들 먹이려고 만든듯;; 패턴은 다 똑같은데 피통만 늘어나네 템도 맨날 쓰레기만 주고

─ㅇㅈ

─히든엔딩을 왜 이딴 걸로 주냐ㅋㅋㅋ

“뭐, 근데 패턴이 다르면 여러분들이 못 잡지 않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

─아, 켄이 우릴 먹이네

─빡치는데 맞말이라서 말을 못하겠음

─화난다ㅋㅋㅋㅋ

─근데 패턴이 같아도 못잡는게 팩트

─너무 어려워ㅠ

“그보다 이 신발은 대체 뭐 하는 건지…….”

한 짝밖에 없는 신발에 대해서는 기억이 안 나는데. 아닌가, 있었나? 은우는 신발을 루팅했다. 그러자 설명이 떠올랐다.

『???의 신발│퀘스트 아이템

-쓰인 가죽의 자투리를 모아 만든 신발.

-한 짝밖에 없지만, 튼튼하다.

-별로 쓸모가 없어 보인다.』

설명은 별것 없었다. 그러나 퀘스트 아이템이란 점에서, 튼튼하다는 말에서 뭔가 떠오르는 게 있었다.

“펜리르…를 죽일 때 쓰인 것 맞습니까?”

박 팀장은 해당 게임에 쓰일 만한 설화만 골라 들려줬으니. 그중 신발에 관한 이야기는 하나밖에 없었다. 절대 찢어지지 않는 신발. 로키의 자식인 펜리르가 죽을 때 쓰인 장비라 기억하고 있다.

─?

─그 머냐 누가 신고 있었지?

─비다르였나

─절대 찢어지지 않는 신발 맞는듯

─디자인 너무 구린 거 아니냐

─맞아요 펜릴 죽일 때 쓰인 거

다행히 시청자가 확신을 주었다. 은우는 그것을 들고 지도를 켰다. 빠른 이동은 순식간에 그를 훌다의 마을까지 보내 주었다. 이제 족장에게 보고하기만 하면 된다.

“아, 오셨군요.”

은우는 빠른 이동으로 훌다의 마을까지 서둘러 달려갔다.

“불의 눈을 전부 제거하셨군요……. 그렇지만 그것으론 부족해요. 헬 님을 마주할 자격은 여전히 당신께 없습니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아직 조건 불충족이었다. 은우는 눈을 찌푸리며 다시 죽음 숭배자를 닦달했다. 다시 힌트가 토해졌다.

“인간이 저승에 한번 발을 들이면 아무리 산 자여도 더 이상 나갈 수 없습니다. 저승의 한기가 그의 생을 얼어붙게 만들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저승의 한기를 버텨 낼 수 있는 격이 있다면 다릅니다.”

“…정리하자면 신이 되어서 오라는 거네요.”

그리고 해당 캐릭터가 신이 되는 방도는 하나다. 엔딩을 본 적 없는 그는 몰라야 하는 부분이지만…….

기존 엔딩에서 아홉 파도를 전부 모은 주인공은 그 자신이 헤임달(신)이 된다.

“아홉 파도를 전부 해방해야만, 그러니까 메인 스토리를 전부 밀어야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ㅇㄴㅇㄴ

─아직 안 된다 이말이야

─또 입구컷

─메인스토리만 밀면 진짜 엔딩인가...?

“다행히 수집품을 다 모을 필요는 없는 것 같네요. 전 고 에다를 다 모아야 할 줄 알았는데.”

히든 엔딩을 목표하고 있음을 모두가 알게 됐다. 그는 대놓고 속내를 드러내며 지도를 켰다. 최대한 빠르게 해치울 차례다.

* * *

<진짜 참신하다>

특혜논란에 불 붙인 제작사 겜 왜 하나 했더니

히든엔딩 찾아서 엿먹이려는 거였냐고ㅋㅋㅋ

─정말 ㄴㅇㄱ 이거 아니냐고

─학살좌에 이은 복수좌

└진짜 개무섭다,,,,,

─더 무서운 건 지금 30시간째 쉬지않고 달리는 체력임,,,,

└이쯤되면 켄 건드리는 새끼 명복을 빌어줘야함

└진짜 야마돌았나봐,,,,

└스트리머 생 걸려서 무리하는 듯

<이것도 특혜라고 하는 놈들>

대가리 비었냐??

솔직히 켄 특혜충이라고 말한 제작진이 뒤에서 히든엔딩 찾게 해주는 특혜 주면 머함? 지금같은 꼴 될텐데

[제작사 조롱하는 댓글 사진]

이번 사건은 절대 특혜 준 게 될 수 없음ㅋㅋㅋ

제작진이 존나 멍청한 게 아닌 이상 이렇게 흘러갈 거 다 예상했을 텐데 왜 줌ㅋㅋㅋㅋ

이건 그냥 켄이 오지는 거임

─ㅇㅈ 논란의 대상이 옮겨짐

─화해의 의미로 건네줄 수도 있는 거 아님?

└ㄴㄴ켄이 좀 인기 많은 스트리머긴 한데 이렇게 손해볼 거 각오하면서까지 화해할 이유는 없음

└쉽게 말해서 그쪽에 켄이 벌어줄 돈보다 켄에게 알려줬을 때 볼 손해가 더 큼

─왜 특혜준 게 멍청한 거임?

└ㅉㅉ 이해력 딸리는 놈 나왔누

─이번 사건 보면 볼 수록 도저히 안 믿겨짐

└ㄹㅇ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하다,,,

<완전 일석이조 아니냐>

아가리 털던 놈들 쌉치고

제작진에게 엿도 먹이고ㅋㅋㅋ

[창 하나로 적 두 명을 꿰뚫은 켄 사진]

역시 학살좌

─언플조차도 뒤집어버리는 켄,,,,그저 빛,,,,

─이번 일은 진짜 스트리머가 여태껏 벌여온 일 중에서 역대급으로 꼽힐 듯,,,,

└역사책에도 실리는 거 아님??

└ㅅㅂ 미친놈앜ㅋㅋㅋ현실을 살라고ㅋㅋㅋ

└비수가 역사를 탐내누;;

<정보조사는 반칙이니 뭐니 말 나와서 정리한 팩트>

내가 머저리들도 알아들을 수 있게 정리해왔다

1. After Daybreak의 발매일은 일요일 낮이다

2. 특혜논란에 기름 부어진 건 일요일 밤이다

ㄴ외국에서 먼저 기사난 거라 정확힌 월요일 새벽이었음

3. 켄은 월요일 정기 휴방으로 쉬었다

ㄴ예전부터 월요일은 쉬엇음

4. 켄은 화요일부터 켠왕 시작해서 지금 이 글이 올라올 때까지 한번도 로그아웃 안 했다

자 여기서 알아야할 건 뭐다?

월요일 새벽에 기사가 터진 거니까 켄이나 다박이 대처하려 해도 최소 월요일 아침부터였을 거임

글고 켄은 화요일 7시부터 켠왕 시작했으니 시간이 하루하고도 반나절밖에 시간이 없는 거임

근데 그동안 데이브맄 히든엔딩을 조사하고 켠왕으로 찾아낼 각을 잡았다?

이게 더 미친 거 아님??

─다박에서 도와준 거 아님?

└ㄴㄴ지금 다박도 몰랐다 함 팀장님만 알았는듯

└입단속한 거 아니냐?

└입단속했다가 내부고발나면 회사 갈아엎어지는 거 모르냐?

─하루반나절동안만 조사하고 지금 이런 거라고??

└배짱이 어케 되먹은 거냐 난 사흘을 조사했어도 시도 못했을 것 같은데

─심지어 잠도 자야했을 거 아냐. 그럼 조사시간 거의 하루란 셈인데.

└...설마 안 잔 거 아님?

└?? 그럼 거의 60시간인데?

└에이 잤겠지.............

.

.

.

잣겠지....?

└나 지금 좀 소름돋음

<켄 좀 돌은 것 같음>

저 논란이 큰 타격인 건 맞는데

심지어 저런 종류는 반박해도 변명취급이고 반박 안하면 그대로 굳혀지니까

근데 저걸 저런 식으로 해결할 생각을 다하냐

켄도 어지간히 미친놈임

─미쳤는데 존나 간지나게 미친 것 같음ㅋㅋㅋ

└ㅇㅈㅋㅋㅋㅋ와 이거 딴 스트리머들이었음 걍 어버버하면서 스생 접엇을 각,,,,

└ㅇㅈㅇㅈ 진짜 이번 일 켄 아녔음 어쩔뻔 했어,,,

─켄의 광기가 제작진의 광기를 뛰어넘었던 거임,,,

└가짜광기(제작진)vs진짜광기(켄)

─근데 또 켄이 이렇게 안 했으면 논란 계속 됐을 테니까ㅠㅠㅠ

└그래서 더 대단한듯,,,,나같음 개쫄려서 못할 텐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케 이걸 할 생각을 하냐ㅋㅋㅋ

<외국에서 발리 만난 인증샷 나옴ㅠㅠ>

어케ㅠㅠㅠ 켄이 가장 먼저 히든엔딩 갓음 조켔는데ㅠㅠ

─솔직히 현실적으로 무리지;;

└알아ㅠㅠ

─그래도 이쯤되면 졋잘싸임

└ㅇㅈㅇㅈ

└근데 넘 30시간 켠왕이 너무 오져서ㅠㅠ

└그건 ㅇㅈ,,,,이쯤되면 뭐라도 줘야할 판

─특혜 의심할 놈들은 줄어서 꼭 최초 아녀도 될듯

└ㅠㅠㅠ

* * *

다른 사람이 발리를 먼저 만났다는 소식을 알려 줬을 때가 10분 전이었다.

은우는 침착하게 습격을 받은 시어족을 구하고, 마지막 파도를 개방한 후 훌다 마을로 복귀했다.

다만 그렇게 간 곳에서는 정작 퀘스트를 보고받아야 할 죽음의 숭배자가 없었다. 그의 시중을 들던 두 사제가 있었을 뿐이지.

“숭배자께서는 문을 열기 위한 기도에 들어가셨습니다.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다행히 위치만 옮긴 모양이다.

『저승으로 가는 방법

⦁사제 따라가기』

은우는 말없이 사제를 따라갔다. 사제는 엄숙할 정도로 소리가 나지 않는 걸음걸이를 구사하며 안쪽으로 들어갔다. 협곡을 파내어 만든 동굴이었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NPC들이 은우를 묘한 눈길로 보았다.

「‘켄님잘했어요’ 님이 ‘1,000원’ 투척!

그러니까 좀 자러가요 지금 얼굴이 말이 아니뮤ㅠㅠ」

─켄님 열심히 하신 거 아니까 슬슬 자러 가심이

─밥도 드시고,,,,

─풀 다이브 진짜 성능이 얼마나 좋길래 멀쩡해보이냐

─ㄴㄴ 나 해외런데 풀 다이브 졸음까진 못 막아줌; 저거 순전히 정신력

“…아, 괜찮습니다.”

시청자의 말에 은우는 느릿한 답을 내놓았다. 실제로 그의 표정은 아무것도 모르고 보면 조금 피곤한 정도에 그쳤다.

며칠째지? 월요일 아침부터 수요일. 아니, 자정이 넘었으니 목요일인가. 그동안 잠을 거의 자지 않았으니.

은우는 눈을 꾹꾹 눌렀다.

“여기서 자러 가 봤자 못 잘 것 같아서.”

─ㅇㄴ,,,,

─하긴 승부욕 못 참지;;

─켄은 사실 인간이 아니라는게 학계정설

─켄님 진짜 독하시네요,,,

패배가 확정됐다면, 그래. 그는 시원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 그 어떤 것도 확정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는가.

패배는 부끄럽지 않으나, 포기는 창피했다. 목표하던 최소한의 것을 얻었다고 더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버리는 건 자존심이 용납할 수 없다.

“그리고 좀 피곤할 뿐이지 멀쩡합니다.”

은우는 돌멩이를 주워 통로 끝부분의 장식을 적중시켰다. 졸음과 피곤은 그의 정신을 무디게 만들지언정 감각을 무너트리진 못했다.

“보셨죠.”

─아니 ㅅㅂ 나는 30시간 못잔 켄만 못하네

─ㅋㅋㅋㅋㅋ갑자기,,,,아무말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야 알겠다,,,,’ 님이 ‘5,000원’ 투척!

켄 너는 기계였구나?」

─구울, 신 취급에서 이젠 기계ㅋㅋㅋㅋ

은우는 안내자를 따라 계속 걸었다. 곧 나온 건 짐승의 털가죽이 깔린 바닥과 돌을 깎아 만든 제단이었다. 제단은 계단 3칸 위쪽에 존재했다.

“죽음이시여…….”

양쪽으로 갈라진 사제들이 제단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두 사제 사이에는 먼저 와 있던 족장이 있다. 바닥에 깔린 것과 비슷한 가죽 망토를 두르고 있어 꼭 위장한 것처럼 보인다.

은우가 온 걸 아는지 모르는지 족장은 두어 번 더 절을 했다. 그리고 계단을 올라 제단 앞에 섰다. 제단에는 미리 마련해 둔 노루가 산 채로 묶여 있다.

“부디 길을 열어 주시옵소서.”

돌검이 노루의 가죽을 찢고 그 심장마저 꿰뚫었다. 물론 은우는 소리로 알아들었을 뿐, 그것을 직접 목격하진 못했다. 노루를 찌른 족장 본인이 장애물이 되어 시야를 가렸기 때문이다.

“…드디어 만나겠네요.”

─하ㅠㅠ길었다

─진짜 필요한 것들만 한 느낌인데도 오래 걸렸다,,,

─게임 볼륨감이 너무 커서 슬퍼진 건 처음임

─(금지된 채팅입니다)

쿠구구궁, 하고 대지가 울렸다. 근원지는 제단 뒤쪽에 있는지도 몰랐던 돌무더기였다.

노루의 피가 제단의 홈을 타고 그쪽으로 흘러들어 갔다. 돌무더기를 구성하고 있는 돌이 피에 의해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그것은 가장 먼저 아치형의 문을 만들었다. 문짝도 없이 건너편을 비추는, 말 그대로 뼈대뿐이었지만, 분명 문이었다.

또한 곧 그 돌로 이뤄진 뼈대에서 묘한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구멍에는 어느새 검은색 소용돌이 같은 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포탈이었다. 조금 꺼림칙하긴 했지만.

“아아! 죽음이시여.”

두 사제가 열광적인 신앙을 보내고, 족장은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바닥에 박았다.

“나아가십시오. 여신께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저승으로 가는 방법

⦁문 통과하기』

“바로 진입해도 되겠죠.”

─저기 가서 또 뭐 잡으라 하면 레전드

─켄 님 얼른 깨고 자야하는데ㅠㅠ

─그냥 자러 가자니까요ㅠ

은우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직까진 괜찮다. 아직까지는.

“빨리 깨고 자러갑시다.”

그래도 빨리 자고 싶긴 했다.

포탈 안으로 몸을 들이밀자 물에 빠진 듯한 감촉이 그를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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