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화
아버지에게 인정받아 비공식적으로 시어-시커가 된 캐릭터는 그의 사명에 따라 아홉 명의 어머니를 찾아 길을 떠났다.
규율에 따라 나가선 안 되는 주시자의 땅을 이미 추방당했다는 명목으로 벗어난 것이다.
컷신 속 캐릭터는 끊임없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끝내 새로운 세계를 마주했다.
로카브렌나Lokabrenna를 숭배하는 국가, 와이트. 발두르Baldur를 숭배하는 국가, 발더. 헬Hel을 숭배하는 국가 훌다. 그 외 소수 부족들까지.
그들의 공통점은 어떤 형태로든 금속 악마들을 발굴해 사용하고 있단 것이었다.
“악마들이, 깨어나고 있어.”
그 시점에서 캐릭터는 깨달았다.
그가 그 유적에서 들었던 것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시어들이 눈감고 고립을 자처하는 동안 세계는 금속악마에게 물들어 가고 있었음을.
시어Seer는 감시에 실패했다.
▣ 104. 하나도 못 찾았는데 방해자가 벌써
캐릭터는 정보 탐색을 위해 와이트의 수도인 불잉걸까지 갔다. 마침 키가 알려 준 첫 번째 어머니의 위치도 불잉걸이었기에 동선상 손해는 없었다.
“저만 야만인인 기분이네요.”
불잉걸은 사람들이 정말로 많았다. 문화도 발전 속도도 시어 부족과는 비교할 바가 못 됐다. 똑같이 동물 가죽을 기워 만든 옷을 입어도 철제가 섞여서 좀 더 후 시대의 옷 같아 보이는 것이다.
더구나 건물들은 움막이나 오두막 수준이 아니라 벽돌을 쌓아 만든 집이었다. 건축 기술이 훨씬 진일보한 거다. 시대가 달라 보일 수밖에 없다.
“뭐, 굳이 살 필요는 없겠죠. 머리 가리개만 삽시다.”
그에 은우는 어깨만 으쓱였다. 문화 차이 따위 그 알 바 아니고, 헬멧만 구하면 된다.
방어구야 입으면 방어력이 올라간 하겠지만, 어차피 한 대도 안 맞는다. 여기까지 오며 마주친 맹수 중 그를 건드리는 데 성공한 녀석은 하나도 없는 게 자존심을 뒷받침해 주었다.
─ㅋㅋㅋㅋㅋㅋㅋ
─헬멧 집착 어디 안 가죠ㅋㅋㅋ
─이분 또 이러시네
─오만함 on
평상시와 같은 모습에 사람들이 깔깔대는 사이, 은우는 스토리를 위해 아홉 명의 어머니에 대한 것을 수소문했다.
사람들이 금속 악마를 부활시키는 것과 별개로, 캐릭터는 여전히 유적 속에서 들었던 사실을 신뢰하지 않던 탓이다. 지금껏 악마라 배워 온 존재들이 한 말인데 증거도 없이 믿는 게 가능할 리 없다.
“아홉 명의 어머니? 로키? 글쎄다, 그런 건 처음 듣는데.”
“기계는 로카브렌나께서 우리 인간들을 위해 내려 준 존재지. 그것들은 신의 힘을 받아 자거나 먹지 않아도 꾸준히 움직일 수 있어.”
“불로 이뤄진 거인에 대해 알아? 분명 로카브렌나께서 세상을 감시하기 위해 내린 화신들일 거야.”
“거인은 8명이라고 해. 그렇지만 어떤 깊은 곳에 또 다른 거인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
그러나 아무리 수소문을 해도 허탕만 쳤다. 감시자인 시어족마저 잊었는데 보통의 인간들이 그것을 기억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서관을 보고 싶은 거라면 그만한 자격이 있어야 해.”
그러던 와중 캐릭터는 하나의 방법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마침 투기장에서 대회가 열리던 참인데, 참가해 보는 건 어때? 외부인도 참가가 가능한 데다가 우승자는 소원을 빌 수 있어. 뭐, 대단한 건 못 빌겠지만 서관 정도야 들어갈 수 있게 해 주지 않겠어? 귀화권도 주는 마당에.”
참 고전적인 전개였다. 그렇다고 해서 하지 않을 수도 없었지만.
“시작부터 실컷 싸우겠네요.”
─다 조빱일듯
─켄에 비하면 뭐,,,,
─다 모가지 따인다 예상합니다
─예상이 아니라 확정
─이거 근데 신체절단 없잖
─ㄲㅂ
참고로 ‘After Daybreak’은 검은기사처럼 체력 바가 존재하는 게임이다. 급소를 노린다고 단번에 죽진 않는다는 거다.
좀 더 세세히 들어간다면 잡병들은 급소를 때리면 일격사인데 준보스라든가 보스는 급소를 때려도 피가 더 깎이는 수준에 그쳤다. 높은 난이도였기에 피통은 더욱 컸다.
“맹수들은 그저 그랬는데… 인간 쪽은 어떨지.”
은우가 보기엔 인간 쪽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했다. 영상에서 나왔던 짐승들과 그가 상대한 짐승이 똑같았기에 내린 판단이다.
“바로 가 보겠습니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시키는 대로 임하는 수밖에.
학살좌가 투기장에 강림했다.
* * *
“아무리 우승자라고 해도 서관에 보내 주는 게 이상하다 싶었는데, 서관이 여러 개였군요.”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는 승리를 거머쥔 채 서관에 입장했다. 유적을 개조해 만든 듯한 서관이었다.
“여기선 못 찾을 것 같은데.”
놀랍게도 와이트의 수도 불잉걸에는 이런 서관이 여러 개였다. 귀한 정보와 대중에 공개되는 정보가 나뉘어 있던 것이다.
그중 그가 받은 권한은 후자를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대중이라고 해도 글을 아는 자가 드물어 지식인 계층만 들르는 곳이지만 말이다.
“한 번 멸망하고 문화가 부분적으로 전해져서 그런가, 문자가 있는 게 묘하네요.”
─ㅋㅋㅋㅇㅈㅋㅋㅋㅋ
─단어 뜻 안 바뀌고 그대로 살아남은 것부터가...ㅋ
─게임이니까 넘어가야지
─책 저거 다 읽어야하는 건 아니겟지?
은우는 퀘스트에 맞춰 책들을 적당히 뒤져 보았다. 뽑을 수 있는 책이 한정되어 있고, 펼칠 수 있는 장도 한정되어 있어 조사에 시간이 많이 들진 않았다.
더구나 10권 중 3권만 들여다보는 척해도 진행이 가능하므로 원한다면 1분 만에 넘길 수도 있었다.
“여긴 다시 못 올 것 같은데… 사서한테 묻기 전에 나머지도 다 보고 갈까요.”
그는 그런 사실을 외면하며 적당히 변명을 대었다. 사람들은 흔쾌히 반겼다. 아마 은우가 적힌 글들을 죄다 읽어 줘서일 것이다. 정말, 아마도.
“로카브렌나는 인간들이 사는 지상이 아닌, 무스펠하임이라는 불꽃의 세상에서 살며……. 이 세상의 불을 관장하는…….”
그는 투기장에 진입하기 전 샀던 얼굴 보호대를 올리고─소위 ‘삼뚝’이라 불리는 헬멧의 안면부만 떼어 낸 디자인이다─책을 읽어 내렸다. 그리고 그 책이 끝났을 때, 그것을 탁 소리가 나게 접었다.
“로카브렌나가 로키와 관련된 단어로 기억하는데, 뜬금없이 무스펠하임 이야기가 나오네요.”
박기철이 알려 준 상식에 따르면, 무스펠하임은 무스펠이라는 불의 거인과 수르트라는 거인의 왕이 사는 세계다. 신화에는 본디 로키와 관계가 없다.
로키가 불의 신이라는 해석을 채택하는 경우에 ‘불’이라는 공통점 정도는 생기지만.
─로카브렌나 그거 시리우스 아닌가?
─시리우스가 왜 나옴? 해X포터?
─걔도 별에서 따온 이름이니까 맞긴 한데,,,
─그 작품은 언제까지 우려먹힐지 몰겠음
─세대가 몇 번째 바뀌는건지
─사골국 ㅇㅈ 합니다
─그거 재미없다.
“…만약 무스펠하임에 로키가 산다면 이 게임은 로키가 불의 신이란 해석을 채택한 거겠죠. 무스펠하임에 산다고 하니까 수르트나 불의 거인과 관계도 있을 거고.”
참고로 로카브렌나는 로키의 불태움이란 뜻이다. 시리우스(천랑성)을 스칸디나비아에서 부르는 방식이기도 하다.
─주점에서 불의 거인도 나타났다 하지 않았냐?
─어 그러네
─히든보스인가?
─수르트는 안나오겠지?
“만약 그 거인들이 무스펠이고 로키와 관계 있는 거라면…….”
은우는 애초에 세워 둔 가설을 지금 떠올린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했다. 얼굴 가리개 아래 입술이 삐뚜름하게 올라갔다.
“죽여야겠네요, 다.”
─ㅋㅋㅋㅋ야 살생부 떴다
─벌써부터 전투신 기대된다
─많이 셌음 조켔다
─켠왕인데 잡으시는 거임?? 캬,,,,
“강했으면 좋겠는데.”
─살짝 보고 왔는데 그놈들 난이도 미쳤음;;
─그래봤자 켄은 산책하면서 잡음
─걍 식전 운동이잔어~
─이걸 켠왕으로 안 끊기고 볼 수 있다니,,,,
은우는 다음 책을 꺼냈다. 알고 있다시피 그다음부터는 쓸모없는 내용뿐이었다. 기껏해야 세계관 파악에 도움을 주는 책이랄까. 이런 건 게임 스토리 분석, 세계관 분석 유어튜버에게나 필요한 정보다.
『진실과 거짓
⦁10/3 책 조사하기
⦁사서에게 질문하기』
『“혼자 찾으려면 오늘 안에 절대 못 찾을 거야. 사서에게 물어보자.”』
“볼 수 있는 책은 이게 다인 것 같습니다. 스토리 진행하러 가죠.”
은우는 퀘스트 마크가 표기되어 있는 사서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에게 말을 걸려던 순간 컷신이 시작됐다. 서관 문이 쾅 열렸다.
“우승자는… 넌가?”
들어온 이들은 와이트의 경비대였다. 그중 가장 계급이 높아 보이는 자가 캐릭터를 힐끗 훑어보았다. 그의 시선이 가장 오래 머무른 곳은 캐릭터의 팔찌였다.
“찾았다. 연행해.”
“……?”
캐릭터가 당황해서 고개를 두리번거리려던 찰나, 경비가 그에게 다가왔다.
─머임?
─ㅁㅇㅁㅇ
─(대충 놀란 얼굴)
─뜬금연행?
“잠깐, 무슨 일이십니까?”
시청자들과 캐릭터가 동시에 의문을 표했다. 심지어 사태 파악을 위해 입을 열어도 군인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그를 포박할 뿐이었다.
캐릭터는 저항하려 했지만, 수가 너무 많았다. 착오가 있는 거라고 외쳐도 다들 듣는 눈치가 아니었다.
결국 주인공은 수도의 임시 감옥에 갇혔다. 일종의 유치장이었다.
『⦁탈출 시도하기
⦁욕설 내뱉기
⦁설득하기』
그리고 정지 선택지가 떠올랐다. 은우는 그것을 보며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제가 직접 하는 거면 1번을 고르겠는데… 주인공이 그걸 해낼 수 있을까 싶네요.”
─불신감 on
─아 그래도 1번 못참지
─본인은 탈출 확신하는 것 보소
─클라스가 다르다 이그야
─욕설 궁금하다ㅋㅋㅋ
“3번 하겠습니다.”
선택지를 고르자 주인공이 침착하게 경비에게 질문했다.
“와이트는 죄목도 알려 주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가두는 나라였습니까? 최소한 무슨 잘못을 해서 갇히는지는 알아야 납득할 텐데요.”
“죄인 주제에 알아서 뭐 하게?”
“만약 문화의 차이로 갇혔다면 그것은 제가 알 방도가 없지만, 적어도 제가 죄라고 생각하는 것을 저지른 기억은 없습니다. 저는 떳떳합니다.”
“그럼 네가 모르는 죄를 지었나 보지!”
“그렇다면 더더욱 알려 주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제가 와이트의 문화를 몰라 실수를 저질렀다면, 적어도 인지를 해야 다음부터 그러지 않을 것 아닙니까.”
─캬 말빨 진짜 오졌다
─(귀 팔랑팔랑)
─내가 경비였음 문 열어줬을 듯
─윗놈 그건 근무태만이잔아ㅋㅋㅋ
캐릭터의 말에 경비가 조금은 설득된 모양이었다. 그는 귀찮음을 얼굴 위에 띄우면서도 결국 쇠창살 앞까지 다가왔다.
“나도 당신을 왜 잡아야 하는지 몰라. 단지 위에서 내린 명령을 따른 것뿐이라고.”
“명령?”
“투기장 우승자를 잡아 오랬어. 좀 더 말하자면 투기장 우승자가 그렇게 생긴 팔찌를 차고 있을 경우에 한해서.”
“팔찌……?”
캐릭터는 황급히 팔목에 걸린 키를 보았다.
“어디 귀족네 걸 훔친 거 아냐?”
경비는 이제 됐냐는 듯한, 만약 그걸 몰랐다면 좀 가엽다는 듯한 어투다.
“…혹시 제가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글쎄…….”
경비는 조금 고민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러곤 캐릭터를 동정하는 눈동자로 슬쩍 일러 주었다.
“내가 말해 줄 수 있는 건, 잡으라는 명령이 내려왔을 때 반항하면 죽여도 된다는 말까지 있었단 거야.”
돌려 말했지만, 앞으로 썩 좋은 일이 벌어지진 않을 거라는 암시였다. 캐릭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진실과 거짓
⦁감옥 둘러보기』
『“이건 말도 안 돼. 고작 팔찌 때문에 날 잡는다고? 심지어 죽여도 된다는 허가까지 있었다고? 이 팔찌가 뭐라고? 이건 그냥… 그냥……. 설마, 키라는 걸 알아본 건가?”』
퀘스트 알림 창과 함께 컷신이 끝났다. 은우는 그것을 보며 감옥의 벽에 몸을 기댔다.
“로키가 아무래도 우릴 알아본 모양입니다.”
─그런 듯,,,,
─? 그런 거였음?
─딱 봐도 각 나오잔아
─이제 어카냐
은우는 그러면서 건성으로 감옥을 둘러봤다. 고작해야 한 평 정도 될 감옥은 3개의 탐색 마크밖에 떠올라 있지 않다.
“예? 아, 알겠습니다. 안내하겠습니다.”
3개의 탐색을 끝마치자 경비가 다시 돌아왔다. 이번엔 새로운 얼굴을 끼고 있는 채였다. 와이트를 구경할 때 수집한 정보에 다르면 로카브렌나의 고위 사제였다.
“이 녀석입니다.”
로카브렌나의 고위 사제는 철창 밖에 서서 캐릭터를 뚫어져라 보았다. 그의 시선은 키에 닿은 채였다.
“확실하군. 로카브렌나가 절대악이라 선언하신 종자의 물건이다.”
“그렇다는 건……!”
“그대들 덕에 감히 로카브렌나를 위협하고자 하는 절대악의 종자를 잡아냈다. 로카브렌나께서 그대들을 치하할 것이다.”
“맞네요, 로키.”
은우는 태연히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었다. 로카브렌나가 로키란 걸 몰라도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간다는 걸 알 수 있는 수준의 대화였다. 눈치 빠른 자는 로카브렌나가 로키가 아닐까 의심할지도 모르겠다.
“어리석은 것……. 감히 로카브렌나에게 반기를 들다니. 문을 열어라.”
『진실과 거짓
⦁탈출하기
└ 경비대 초소 나가기』
『“키가 로카브렌나를 위협한다고? 그럴 리가. 이건 로키를 위협하기 위한… 설마? 아냐, 이건 나중에 생각하자. 일단 탈출이 급선무다. 다행히 녀석들은 내 손을 묶지 않았어. 경비 수도 많지 않아. 도망가자!”』
“녀석을 끌어내라!”
경비가 문을 완전히 열었다. 사제를 호위하던 자가 복도와 유치장의 경계에 발을 걸쳤다.
“허술하긴.”
은우의 발이 호위 무사의 얼굴을 강렬하게 걷어찼다.
“크헉!”
“이 무슨……!”
호위가 뒤로 물러나며 바로 뒤쪽에 있던 경비까지 밀어냈다. 사제도 화들짝 뒷걸음친 탓에 길인 레드 카펫이 깔린 것처럼 텅텅 비어 있었다.
─길을 비켜라~!
─암행어사 출두요!!
─길막 시원하게 밀어버리네
─고속도로 개통한줄
은우는 그곳을 빠르게 제쳤다. 소란을 듣고 좀 떨어진 곳에 있던 경비가 다가왔지만, 소용없었다. 그 경비가 상황을 파악하는 것보다 은우가 그의 다리를 걸고 팔꿈치로 머리를 때리는 게 빨랐다.
“대미지 잘 들어가네요.”
─저 공격 맞고 멀쩡한 게 이상한 거임,,,
─어이어이 절대로 못 살아남는다고?
─상남자 그 자체
─두개골 뿌셔뿌셔
죽진 않았지만 기절 마크가 떴다. 은우는 날짐승처럼 통로를 빠르게 가로질렀다. 그의 손이 선반에 있던 그의 가방을 되찾고 경비대를 빠져나갔다.
다들 반응이 반 박자 늦어서 어렵지 않았다.
“이렇게 일을 못해서야 다들 탈출하겠습니다.”
─저 파트 좀 어렵다던데,,,ㅎ,,
─어림도 없죠? 단번에 탈출하죠?
─저게 일 못하는 거면 잘하는 놈들 없음
─빤스런 가즈아!
─ㄴㄴ 빤스런이 아니라 쟤네 살려주는 거임
─아ㅋㅋㅋ이거네ㅋㅋㅋㅋ
은우는 슬쩍 퀘스트 창을 확인했다. 경비대 초소 벗어나기가 경비대 따돌리기로 변경되었다. 목적지 마크가 뜨지 않는 걸 보아 특별히 경로가 정해진 건 없고, 비인지 상태가 되면 완수되는 모양이다.
참고로 비인지 시스템은 흔히 잠입 게임 할 때 쓰이는 그 시스템이다. 적에게 대놓고 보이면 인지 상태가 되고, 소리를 내거나 살짝 보였다면 경계 상태가 된다. 은폐, 엄폐를 훌륭히 완수하면 비인지 상태가 되고.
“이거 건물도 올라갈 수 있던가요?”
은우는 코너를 돌아 골목길로 입장했다. 그리곤 창틀이나 튀어나온 건물 골조를 붙잡고 지붕으로 올라갔다.
몇 층이나 되는 건물은 없을지언정 옥상에 올라가는 것만으로 도망치긴 용이해진다. 옥상에 올라가 납작 엎드리기만 해도 녀석들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꼴인데 당연하다.
하물며 이 게임 NPC들은 옥상에 못 올라왔다. 기다리면 바로 비인지 상태가 된다.
『레벨 업│ 레벨 9 도달
기술 포인트 +3
최대 체력 +20』
퀘스트를 완수하자 캐릭터가 레벨 업을 했다. 이것으로 스킬을 찍을 수 있으나, 은우는 그러지 않았다.
─켄님 레벨업 했는데요?
─스킬찍ㄱㄱ
일부 늦게 온 시청자들이 지적해 주었다. 아마 그가 못 봤다고 생각한 듯. 그러나 은우가 그것에 대답할 필요도 없었다.
─왜 뉴비처럼 구냐ㅋㅋㅋ
─켄이 스킬 찍는 거 봄??
─저놈들 구독 안 했음?
─켄을 넘모 모르는거구연
은우를, 켄을 잘 아는 사람들이 대신 답해 준 덕이다.
“찍으나 안 찍으나 똑같습니다. 대미지 상승이야 그만큼 더 때리면 되고, 피해량 하락이야 안 맞으면 되잖습니까.”
그 외의 스킬이라고 해 봐야 무음 보정, 명중 보정, 자원 채취량 상승 정도인데 역시나 쓸모없다. 보정이 없어도 소리 내지 않고 걸을 수 있고, 적을 맞출 수 있었으므로. 자원은 또 어떤가? 쓸 일이 없어 가방이 꽉 찬 상태다.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킹신감 on
─???: 한국대 가고 싶음 국영수 위주로 하면 되는거지
─캬, 오늘도 잘 배우고 갑니다
─선생님 덕에 한국대 갔읍니다 고맙읍니다
「‘궁금해졌는데’ 님이 ‘1,000원’ 투척!
이분이 1트 실패하는 피지컬겜 있긴 할까?」
─일단 지상엔 없을 듯
─지하에도 없을듯
─하늘에도 없음
─응~ 1절까지만~
시청자들이 기만에 대처하는 걸 보며 은우는 피식 웃었다. 동시에 그의 발은 옥상을 밟고 일어섰다. 퀘스트가 갱신됐다.
『진실과 거짓
⦁첫 번째 어머니에게 가기』
『“분명 저들은 이 팔찌가 키라는 걸 알고 나를 죽이려 한 거야. 더구나 사람들은 로카브렌나가 금속 악마를 내려 줬다고 했어. 그렇다면 로카브렌나가 로키거나, 최소한 로키와 관련된 존재겠지. 그래서 로키를 죽일 수 있는 키를 없애려 한 거고. 만약 아니더라도 금속 악마를 전파한 시점에서 절대 옳은 존재는 아니야. 그렇다면 이건 정말 세계를 구원하기 위한 미미르 님의 물건이 틀림없어. 가자, 그분의 말씀을 따르러.”』
“드디어 방황이 끝났습니다.”
─길었다
─9개 중 하나도 못찾았는데 방해자가 벌써 등장했네
「‘도망쳐!’ 님이 ‘1,000원’ 투척!
학살좌가 강림할 거라고!!」
─왜 켄이 아니라 쟤네들 걱정이 되냐ㅋㅋㅋ
「‘어머니’ 님이 ‘1,000원’ 투척!
죄송합니다,,,,최대한 못 본척 해보겠습니다,,,」
─그래도 죽어버릴 거라고?
은우는 키를 통해 첫 번째 어머니의 위치를 밝혔다. 불잉걸 외곽의 바위 지대가 입구였다.
“슬쩍 보니 경비대를 피해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거리에는 그를 찾는 것으로 추정되는 경비대들이 잔뜩 깔려 있으니.
“바로 가죠.”
불잉걸에서 찾을 수 있는 고 에다를 전부 찾은─일단 그렇게 생각되는─채로 그는 불잉걸을 떠날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