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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자도 방송할 수 있습니다-91화 (91/233)

91화

자고 일어나니 커뮤니티가 후끈 달아오른 후였다. 예상한대로 이미 그가 나갔던 진도는 전부 따라잡혀, 그 이상을 개척당하고 있다.

스포일러 당하고 싶진 않았기에 다른 스트리머 이야기가 껴 있는 글은 거르고, 그에 관한 커뮤니티만 대충 확인했다.

<켄 특별대우받았다고 ㅈㄹ하는 새끼들>

<세계최초를 그냥 포기하누>

<켄 전투 분석한다>

<켄 명언 일람>

<어제자 방송 요약>

<전문가보다 경험자가 더 어려워보이는 거 실화?>

<전문가 도전해본 썰 푼다>

그중 유독 눈에 띄는 것은 게임 관련이 아닌, 순수하게 그의 일상을 궁금해하는 글이었다.

<켄은 얼굴책이나 별그램 같은 거 안 하냐>

신비주의인 건 아는데 그래도 궁금함ㅠ

그래서 세최클 내버려두고 뭐하는데ㅠㅠ

─아 이거 ㅇㅈ....

─남 일상 궁금해서 어따 쓰게

─ㅉㅉ 이런 놈들이 사생되는 거임

└좀 궁금해할 수도 있는 거 아님?

─찐 특수부대 아닌지 알고는 싶음

└일상사진올리면 이제 아닌 거임ㅋㅋㅋ

└아냐ㅋㅋ간첩일지 누가 암ㅋㅋ

└미국에서 보낸 간첩이누;;

은우는 밥을 볶으며 그 글에 대해 가만히 고찰했다. 딱히 신비주의를 요한 건 아니었는데, 그렇게 보였나? 단지 개인 정보 퍼트리는 걸 꺼릴 뿐인데.

“김희수한테 문자.”

숟가락에 눌어붙은 밥알을 우물거리며 말하니 전자 노트가 자동으로 화면을 띄웠다.

“나, 신비주의냐?”

설거지 거리를 늘리긴 싫었으므로 그는 웍째로 식탁에 두고 먹었다. 맛과 양이 중요하지 플레이트가 중요하진 않다.

반쯤 먹으니 답장이 왔다.

『희수> ?』

『희수> 몰랐냐?』

“…몰랐는데.”

『희수> 얼굴도 가리지, 이름도 안 밝혔지, 생일도 모르지, 집 공개도 안 했지, SNS도 안 하지, 소통 창구가 방송이랑 팬 카페밖에 없는데 그중 방송은 게임밖에 안 하잖아? 카페에 글 올리는 것도 가끔 방송 지연 공지나 휴방 공지, 시참 신청 때리는 게 다고.』

요즘이야 사생활 침해 방지를 위해 개인 정보 숨기는 이들이 많지만, 은우는 그중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공개한 정보가 적다. 희수는 그것을 꼬집었다.

“…문제 되나?”

『희수> 문제 될 건 없는데 네 팬들 복장은 좀 터지겠지. 원래 팬은 공식에서 던져 주는 떡밥 먹고 삼.』

『희수> 스트리머라고 방심하지 마라. 스트리머도 연예인이랑 다름없음.』

『희수> 애초에 니 팬클럽은 공지 올릴 때 빼고 간 적 있음?』

“…아니.”

『희수> 그럴 줄 알았다. 아주 채널에서 알아서 해 준다고 신경 안 쓰지?』

다이아박스에서 그가 신경 써야 할 문제나 들어온 게임 추천 목록, 피드백 쪽을 정리해 알려 준다. 피드백 쪽은 정리할 경우 원문 고유의 느낌 전달이 안 되다 보니 링크도 함께 달아 주지만… 나머진 아니었다.

『희수> 꼭 공개할 필요 없긴 한데 최소한의 소통은 해 봐.』

은우는 뒷덜미를 쓸었다. 이 문제는 좀 더 고민해 봐야겠다. 박 팀장님이랑 상의도 해야 하고.

▣ 091. 잊고 있던 불안감

그는 정확히 정오에 방송을 시작했다. 평소 오후 7시에 켜는 걸 생각하면 반나절보다 좀 더 일찍 켠 셈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왜 이리 늦게 틀었냐고 아우성이었다. 은우가 잠든 사이 다른 스트리머들이 치고 나간 탓이다.

─켄하~

─타임어택 망했음ㅠㅠ

─세최클 놓치셨네유;;

「‘형왜이르케’ 님이 ‘1,000원’ 투척!

늦었어요ㅠㅠ다들 치고나갔어ㅠ」

─좀 빨리 트시지ㅠㅠ

“형왜이르케 님, 후원 감사합니다. 다른 분들이 치고 나간 건 괜찮습니다.”

그가 새벽 2시 좀 넘어서 방송을 껐고, 타 게이머보다 3시간 일찍 위얼휴먼을 시작한 바 있다. 실질적으로 늦어진 시간은 일곱 시간 어림인 것이다.

“그렇지만 다른 방송에서 보셨다고 스포하시면 안 됩니다.”

그 정도면 정말 아슬아슬하게 할 만하다. 콘솔 게임에서라면 모를까 VR은 시간이 상대적으로 더 걸리니까.

그의 것보다 더 쉬운 난이도에서 세계 각국의 실력자들이 붙었을 걸 생각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긴 하지만.

그래도 성공하면 최소 대박에, 비슷한 시각에 깨기만 해도 중박이다. 실패해도 아무런 타격 없고.

그거면 되는 거 아닐까?

“그러면 재미없으니까.”

은우의 발밑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제 그가 서 있는 세상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다.

기계장치와 인간이 각축전을 벌이는 멸망 후의 지구. 그중에서도 기계장치 세력의 한축을 담당하던 공장 내부에서 그의 눈이 뜨였다.

“자기 전에 ‘큰일 났어.’라는 대사까지 듣고 끝냈던 것 같은데, 맞습니까?”

─ㅇㅇ 넹

─딴 방송 안 봐서 궁금해 뒤질 것 같음

─왜 안보는데?

─켄 따라가는 재미 포기 못함

─고건 킹정이지ㅋㅋ

은우는 그의 앞에 서 있는 스칼렛 머리 위 물음표를 확인했다. 가까이 다가가서 말을 걸면 바로 이벤트 신이다.

“켄, 전투 마치자마자 하긴 미안한 말이지만, 본부에서 지시가 떨어졌어.”

“내게 연락 온 건 없는데.”

“전투 도중에 와서 그래. 지금 확인해 봐.”

인디고B가 눈살을 찌푸리며 그의 V2053을 건드렸다. 바로 홀로그램이 띄워졌다.

[여긴 레몬Y. 공장 내 전투 종료와 즉시 인디고B는 기지로 복귀하십시오. 긴급 임무가 하달되었습니다.]

평소와 달리 브라이트Y가 아닌 다른 Y가 임무를 전달했다. 실시간보단 녹화 영상에 더 가깝다.

“너는?”

“아무래도 본부는 전투 인력이 필요한 것 같아. 나를 비롯한 레드들에겐 공장 탐색 및 사수 임무가 내려졌어.”

“위험할 텐데.”

“이봐, 서포트에 특화된 우리라지만 전투도 가능이거든?”

스칼렛은 주먹으로 제 가슴을 툭툭 치며 호쾌하게 웃었다. 비록 헬멧에 가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속의 얼굴이 씩 미소 짓고 있으리란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부탁한다, 스칼렛. 아니, 시즐링.”

“오올. 뭐야, 뭐야. 드디어 이름 불러 주는 거야?”

시즐링이 깔깔대곤 이곳 특유의 성호를 그었다.

“미래를 위하여.”

“미래를 위하여.”

인디고B가 다른 B들과 공장을 향해 황급히 떠났다.

“인디고B, 긴급 임무에 대해 브리핑 부탁한다.”

[레몬Y, 복귀 중인 B 전원에게 브리핑을 시작합니다. 현재 대기지가 기계장치의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발견된 특수 기계장치만 열 대. 그중 절반이 미확인 개체입니다.]

은우는 컷신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아무래도 타이밍이 너무 절묘하다. 인간을 따라 하던 기계장치도 그렇고 남겨진 레드에 대해서도 감이 영 안 좋은 게, 아직 일이 끝난 것 같지 않다.

─타이밍이 묘한디

─(금지된 채팅입니다)

─그거 아님? 양동격서?

─성동격서다 멍청아.

─러씌아 사람이 한국인보다 사자성어 더잘알;;

─(금지된 채팅입니다)

시청자들도 그와 비슷한 심정인지 불길함을 토로했다.

문제는 그중 일부가 무심코, 혹은 고의로 스포를 내뱉는단 것이다. 매니저가 칼같이 자르고 있다지만, 일부 피해자가 생겨나는 건 막지 못했다.

“스포는 밴이라고 했을 텐데요.”

컷신이 풀리자마자 은우는 음산한 목소리로 고했다. 뒷덜미를 쓸다가 옆으로 기울여 근육을 푸는 행위는 습관보단 위협에 좀 더 가깝다.

“당장 기계장치를 제거한다!”

대장 NPC가 지시를 내리며 내달렸다.

─아, 방장 화났다

─어서 ㄹㅇㅋㅋ만 쳐!

─ㄹㅇㅋㅋ만 치라구~!

─ㄹㅇㅋㅋ가 무엇입니까?

─몰라도 그냥 ㄹㅇㅋㅋ만 쳐!

채팅 창이 욕설이나 예의 없는 훈수를 밀어냄과 동시에 화를 풀어 달라는 의미의 ‘ㄹㅇㅋㅋ’를 쭉 올렸다. 그 단합력에 은우는 나지도 않던 화마저 푸시식 식었다.

바람 빠지는 듯한 웃음소리가 헬멧 새로 흘러나왔다.

“도배도 안 됩니다.”

─ㅇㅋㅇㅋ

─ㅁㅇ 켄 화 풀림?

─다들 사격중지! 방장 화풀렸다!

─휴,,,,,

─밴만은,,,,(호달달)

“애초에 화 안 났습니다. 스포 같은 거 별로 신경 쓰지 않으니까요. 단지…….”

은우는 검을 쥐고 호흡을 얕게 멈추었다. 두웅, 하는 묘한 진동과 함께 그의 발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디뎌졌다.

“무고한 시청자분들이 피해를 입잖습니까.”

그의 몸이 낮아지며 덤벼드는 기계장치의 창을 피해 옆구리부터 목까지 사악 갈랐다. 그러곤 그대로 몸을 빙그르르 돌려 다른 방향에서 짓쳐 들던 기계장치의 무기를 쳐 내고 발로 명치를 후려쳤다.

빈손이 인벤토리에 내장된 단검을 뽑아 던졌다. 기계장치의 미간에 정확히 박힌 단검은 곧 폭발을 일으켰다.

“제 미래를 예측하는 것처럼 구는 게 같잖기도 하고.”

─같,,,잖,,,다,,,,메모

─ㅗㅜㅑ.....

─스포하면 밴당하는게 아니라 켄이 찾아올 듯

─그럼 개이득 아니냐?

─ㅋㅋㅋㅋ네가 죽을 텐데?

─앗, 아니네

─메다닥 정신 차리누ㅋㅋㅋ

은우의 발이 대지를 뒤로 박차며 무기를 피했다. 그러곤 기계장치의 위치들을 시야에 담았다. 헬멧 속 옥빛 홍채가 줄어들고 동공이 확장되었다.

첫 걸음에 검을 피하며 목을 찌르고, 두 번째 걸음을 내디디며 목을 자른 후 다음 적의 무기를 쳐 냈다.

그리곤 빈손으로 녀석의 멱을 잡고 앞으로 끌어당겼다. 하면 세 번째 기계장치와 그 사이에 녀석이 껴 버린다. 세 번째 기계장치의 공격이 막힌다.

그의 손에 쥐어진 검이 빙글 돌아 역수로 쥐어진 후, 당겨질 때의 반동으로 허리를 어정쩡하게 굽히고 있는 기계장치의 목을 찔렀다. 요령 넘치는 손길은 그 목을 손쉽게 떨어트렸다.

머리와 분리된 몸뚱이가 발차기에 얻어맞고 세 번째 기계장치에게로 던져진다.

연이어 은우는 바닥을 굴렀다. 탄환들이 그가 있던 자리를 스쳐 지나면 할 일은 돌진이다. 제 동료의 시체를 치우고 막 자세를 가다듬는 기계장치에게 그가 달려들었다.

푸욱, 하는 소리와 함께 그 명치를 칼이 꿰뚫었다. 은우는 그 상태에서 칼자루에 손바닥을 대고 힘을 주었다. 칼날이 기계장치의 몸을 수평으로 베며 튀어나왔다. 절묘한 손목 스냅이 검을 교묘하게 회전시키며 목을 갈랐다.

─헬멧집착광공에 이어서 머리성애자....

─그러고보니 인간형은 유난히 머리 자르기를 잘하시네

─켄님 쌈잘알쌈잘알 머리동강이 최고져

「‘여기가그유명한’ 님이 ‘1,000원’ 투척!

참수집이라면서요?」

“머리를 자르는 게 제일 확실하잖습니까.”

그는 다시 바닥을 굴러 탄환을 피한 후 내달렸다. 검이 내버려지고 인벤토리의 창이 그 손에 잡혔다. 공중으로 떠오른 몸이 활처럼 몸을 구부렸다가 배구공을 쳐 내는 스파이커처럼 창을 던졌다.

가공할 힘이 실린 창은 기계장치의 머리를 터트리다 못해 뒤에 있던 다른 기계장치의 심장─코어─마저 터트렸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게 제일 덜 아프다고 생각합니다.”

심장은 대체할 수 있는 반면 뇌는 대체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 심장을 조각 내는 것보단 목을 뎅겅 하는 게 덜 아프다. 경험에서 비롯된 판단이었다.

은우의 몸이 바닥에 착지했다. 그러곤 되돌아올 시간이 안 된 검 대신 쌍검을 들었다. 제복에 달린 견장의 천이 일어나는 것에 맞춰 펄럭였다.

─깐지 좔좔

─크, 휴먼마렵다

─최고난이도인데 어째 최고난이도 느낌이 안나냐ㅋㅋ

─이분은 전투씬마다 영화를 찍어

─이제 배우 되면 되는 거임

─뭐래ㅡㅡ배우 선넘네

─켄은 우리 비수들의 것이라고!

그는 다시 내달려 쌍검을 종횡무진 휘둘렀다.

나란히 서 있는 기계장치를 상대할 때 한 놈은 눈이 있는 자리를 갈라 넘기고, 한 손으론 검을 역수로 잡아 공격을 막았다. 그리곤 눈을 벤 검을 정수로 잡아 다른 기계장치를 썰었다.

한편으론 스탭을 교묘하게 밟아 기계장치들끼리 공격이 얽히고 꼬이게 만든 후 사지를 자르기도 했다.

순식간에 인디고B가 맡은 장소의 기계장치들이 정리됐다.

[정리 완료한 B는 중앙으로 합류하라!]

“아직 보스전은 아니겠죠.”

대형종보단 소형종이 좋은데. 은우는 쓸데없는 바람을 더하며 복도를 내달렸다. 중앙으로 가는 길에서 기계장치가 두엇 더 나왔지만 금세 반으로 쪼개졌다.

그리고 중앙에 도착했을 때, 짤막한 컷신이 스쳐 지나갔다. ‘미확인 특수 기계장치를 제거하라’, ‘제거하겠다’는 대화였다.

“보스전…이라고 하기엔 동료들이 많은데.”

은우는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싸우는 B들을 보며 감각을 곧추세웠다. 아군의 수가 너무 많다.

그때 특수 기계장치가 전기를 사방에 퍼트렸다. 녀석은 전차 같은 형태의 기계였는데, 사방으로 탄환을 퍼트리고 대포알을 쏘아 댔다. 사방으로 전기를 쏘아 내는 건 점프를 유도하는 공격이다.

이때 잘못 점프하면 전자가 쏜 탄환이나 녀석이 토해 낸 졸병들에게 얻어맞을 수 있다.

“접근해서 때리겠습니다.”

─크, 폭탄 사놨음 좋았을 텐데

─어림도 없지! 기본무기만 간다!

─ㄴㄴ 사긴 사둠

─실험하려고ㅋ

─ㅋㅋㅋ정답

은우는 그 공격들을 피해 안쪽으로 접근했다. AI가 조종하는 B들은 멀리서 사격했지만 일부는 은우를 따라 전차에게로 접근했다.

도끼가 전차의 외갑을 찍고 우그러트렸다. 강제로 외피가 떨어져나가기 시작했다.

끼이이익.

그는 가끔 외골격을 손으로 뜯어내며 안에 폭발을 일으켰다. 너무 가까운 거리는 외려 전차의 탄환을 막았기에 공격은 거침없이 이어지기만 한다. 전기를 쏘아 내는 기관은 접근하자마자 부숴 버린지라 소용없다.

[오렌지R, 미확인 특수 기계장치로부터 이상 반응! 뒤로 물러나기를 권고합니다!]

외골격을 거의 뜯어냈을 즈음, 본부에 있던 레드가 경고를 주었다.

“2페이즈 같습니다.”

은우는 미련 없이 물러났다.

전차가 부르르 떨더니 곧 퍼엉, 하고 터졌다. 곧 나타난 건 대략 3m 정도 크기의 인간형 기계장치였다. 기계장치가 대부분 그렇지만 이번 개체는 유독 형해적이다.

뼈대 아래를 채우고 있는 게 기계 살점이 아니라 전기다.

[───!]

“동료들이 물러나 주면 좋겠는데, 그러진 않겠죠.”

마음이 맞는 동료라면 모를까, 솔직히 저런 동료들은 없는 게 더 낫다. 쓸데없이 수가 많고 동선이 꼬인다. 저들의 공격에 맞아도 대미지를 입지 않는다지만, 무의식이 문제였다. 그는 여전히 협공이 어색했다.

─너희는 방해다 이마리야~

─수십인 레이드 어림도 없죠, 바로 일인클

「‘사탄등장’ 님이 ‘1,000원’ 투척!

인간들아 눈깜빡거리기, 침삼키기, 숨쉬기 잊지 않았니?」

─아아악!! 사탄!!

─너어는 지인짜 나빴다아....

─(대충 엄청 신경 쓰인다는 채팅)

다만 사람들은 그런 그의 말을 다른 의미로 오해했다. 마냥 틀린 이해는 아니란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email protected]#!]

“설마… 지금 말하고 있는 건가?”

“정신 차려! 기계장치들은 이미 지능을 잃었어! 되찾는다고 해도 결국 살육 병기에 불과해!”

대장B가 부하 대원의 의문을 단칼에 끊어 내고 공격을 강행했다. 은우도 그것에 동참했다.

“온몸이 전기로 이뤄져 있으니 잘못 접근하면 역으로 튀겨질 것 같습니다.”

그는 차분히 적을 살폈다. 인간에게서 뼈만 꺼낸 듯한 내골격에 근육다발 조금, 살점은 전기가 대신하고 있다. 그렇다면 원거리 외 공격할 방도가 없을까?

설마 게임을 그렇게 만들어 뒀을 리 없다. 관절 부위엔 마침 전기 살점을 대신해 제대로 골격이 형성되어있지 않나.

“전기 때문에 밟고 오르진 못하겠고, 다리부터 자르죠.”

순식간에 결정을 내린 은우의 몸이 빠른 속도로 쏘아졌다. 적이 전기를 사방으로 퍼트렸지만 바닥을 슬라이딩하면 피할 수 있다.

바닥을 쓸어내리며 앞으로 전진한 그는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나름 보스라고 적은 한 번에 관절이 부서지지 않았다.

적의 가랑이 사이를 통과해 뒤로 물러났던 은우가 몸을 일으키며 재차 검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다섯 번의 검격이 쏟아지자 녀석의 몸이 휘청였다.

“왼발 무력화.”

─? 님 다른 방송 보고 왔죠?

─저걸 저렇게 잡네;;

─다른 분들 여기서 ㅈㄴ 막혔던 것 같은데...

─켄에게 일반인 왜 갖다댐ㅡㅡ

“안 봤습니다만.”

은우는 나머지 오른쪽 무릎을 노리며 쏟아지는 전기들을 피했다. 그의 발밑이 노랗게 물들고 3초가 지나면 벼락이 내려쳐진다. 7초간 밟는 자리마자 노란 장판이 깔리므로 공격에 맞기 싫으면 계속 달려야했다.

“솔직히 뻔하잖습니까?”

「‘아아-’ 님이 ‘1,000원’ 투척!

대충 알았다 너희들의 레벨....시시해서 죽고 싶어졌다」

─어디가 뻔한 거지?

─기준을 켄한데 대면 안 됨

7초를 적의 근처를 빙글빙글 돌며 소모한 그는 다시 오른발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적이 전기 검을 생성해 주변을 쓸고 추적탄을 쏘는 것쯤이야 아무런 걸림돌도 되지 않았다.

전기로 이뤄져 있지 않은 녀석의 무릎을 차고 공중으로 뛰어 검을 피하고, 추적탄은 원을 그리며 뛰면 그에게 닿기 전에 사멸한다.

“무엇보다도.”

은우의 검이 기어코 녀석의 오른쪽 무릎을 망가트렸다. 녀석이 무릎 꿇었다.

“안 봐도 죽일 자신이 있는데 왜 봅니까?”

─ㅋㅋㅋㅋㅋㅋ오-만

─너 약간....자존심킹..이랄까?

─내가 말하면 찐따인데 켄이 말하니까 멋있다

─오늘도 켄-해버렸다

등골을 타고 이어지는 외골격을 밟고 은우는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의 손에 들린 무기가 쌍검에서 도끼로 변화했다.

콰앙!

반들거리는 기계장치의 정수리를 도끼가 쪼개고 폭발을 일으켰다. 은우의 몸이 그 반동으로 튕겨 나갔지만, 그는 반 바퀴 돌아 안정적인 착지를 행했다.

[───!]

무릎 꿇은 기계가 포효했다.

“지금이 기회다! 몰아붙여!”

대장의 명령에 포격이 더욱 강해지고, 접근 공격을 시도하던 자들의 움직임이 더 치열해졌다.

반대급부로 기계장치 역시 격렬한 맹공을 토해 냈다. 전기가 사방에서 쏟아졌다. 은우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3분도 안 돼서 그의 손에 기계장치의 팔이 잘려 나가고, 그 머리가 쪼개졌다. 보스전의 끝이었다.

“이번에도 쉬웠네요.”

은우가 시청자들을 기만할 무렵, V2053이 홀로그램을 토해 냈다. 거기 있던 다른 블루들도 각자의 바이올렛에게 같은 영상을 받는 중이다.

[여긴… 치직─스칼렛R! 공장 사수에 실패했─ 치직… 공격받고 있─ 치직! 구조 요청을… 삐이이─]

기지 내 기계장치들을 제거하느라 잊고 있던 불안감이 현실로 화했다.

[…브라이트Y, 공장에 남아 있던 R 전원이 연락 두절 되었습니다.]

스칼렛을 비롯한 R들이 기계 장치에 공격을 받아 실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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