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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자도 방송할 수 있습니다-90화 (90/233)

90화

조사를 명령받은 이상 사태는 다음과 같다. 그들을 빈사까지 내몰았던 특수 기계장치 같은 녀석들의 출현빈도 증가 원인을 찾는 것이다.

인디고와 스칼렛은 그것을 위해 사막 주변을 싹 훑었다. 그 결과 특수 기계장치들의 출현 장소에서 겹치는 부분이 있음을 알아냈다.

그곳으로 가서 아주 중요한 무언가를 발견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공장…….”

기계장치와 인류의 싸움이 계속되는 건 전쟁에서 소모되는 인력과 물자를 지속적으로 채우기 때문이다.

인류의 경우 척박한 화성으로 쫓겨났지만, 그 기술력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고 싸움을 통해 지구에서 자원을 가져왔다. 애초에 지구를 아득바득 되찾으려고 하는 이유도 그놈의 자원 때문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기계장치는 어떨까.

“13년 만에 찾았어……!”

그들도 크게 다를 건 없었다. 그들은 지하 어딘가에 기계장치를 찍어 내는 공장을 만들었고, 그것으로 싸울 인력을 보충했다.

이제 공장을 건설한 지능은 없지만, 과거에 만들어 둔 것이 많아 그것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역으로 말하면 그 공장들만 파괴하면 기계장치들이 패배한다는 소리도 된다. 공장을 찾아내자마자 스칼렛이 기쁨의 비명을 지른 것도 그 까닭이었다.

“스칼렛R, 기계장치의 공장을 발견했다. 지원 부탁한다.”

인디고와 스칼렛은 공장을 발견한 자리에서 바로 보고를 올렸다. 워낙 중대한 일인지라 금방 지원 허락이 떨어졌다. 비록 그들이 여기까지 올 시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말이다.

[브라이트Y. 스칼렛R, 인디고B에게 정찰 가능 여부를 묻습니다.]

“스칼렛R, 가능할 것 같다.”

[브라이트Y,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의 정찰을 부탁드립니다.]

인디고와 스칼렛이 헬멧 너머로 비치는 서로의 눈을 마주 보았다. 그리곤 고개를 주억였다.

다른 스트리머들이 이제 위얼휴먼의 시작 버튼을 누를 때의 일이었다.

▣ 090. 추락시키는 걸로 타협

“이렇게 보니 잠입 요소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네요.”

그는 은밀하게 움직이며 기계장치들의 머리에 단검을 박았다. 그의 인벤토리에는 강화를 포기한 대가로 구매한 종류별 무기들이 가득하다.

─님이 하는 건 잠입이 아니라 학살인데요

「‘잠입요소는살아도’ 님이 ‘1,000원’ 투척!

넌 이미 죽어있다」

─기계장치가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은우는 엘리트 기종 기계장치에도 목에 칼을 박고 다른 손으로 도끼를 들었다. 그리고 칼이 박힌 쪽 반대 방향에서 맞춰 휘둘렀다. 기계장치의 머리가 날았다.

“폭발 조절 칩은 살 만한 것 같습니다.”

대미지 상승, 속도 상승 따위의 부품은 탑재하지 않았지만, 폭발 조절만큼은 구매했다. 확률이 높든 낮든 강하든 약하든 통제되지 않는 힘은 없는 게 낫기 때문이다.

─여기서 폭발일면 좆됐을 듯

─그거 왜 사냐고 했던 놈들 싹 사라졌누

─마! 켄은 이미 다 예상하고 있었다 아이가!

“잠깐, 이쪽 안으로 들어가면 해킹을 시도할 수 있을 것 같아. 제대로 된 작업은 지원 인력이 오고 나서 하는 게 좋지만… 미리 작업해 놔서 나쁠 건 없겠지.”

스칼렛이 팔을 걷어붙였다. 순간 은우의 시야가 바뀌며 스칼렛의 시점으로 변했다. 갑작스럽긴 했지만, 이질감으로 인한 부담은 적었다. 원래 몸을 조종하는 느낌이었다.

─오오, 드디어 타인시점

─데모에 나왔던 게 여기였구나

─누나아ㅏㅏㅏㅏㅏ

─헬멧 때문에 얼굴이 안 보여ㅠㅠ

─로망 킷다아아아!!

해킹을 하려면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은우는 그 전에 몸을 통통 뛰어 보았다.

“꽤 괜찮은데.”

몸의 감각에 놀라기 전, 소름 끼치는 감각이 달리 찾아왔다. 소리를 낸 건 은우 자신인데 스칼렛의 목소리로 출력되어 나온 탓이다.

말하는 건 자신인데 귀에 박히는 건 남의 목소리라니. 어지간히 어색한 수준이 아니다.

“여러분 혹시 컷신으로 여기실까 봐 말씀드리는데, 제가 조종하고 말하는 겁니다.”

─머임??

─아 데모에서도 그랬지ㅋㅋㅋ

─ㅗㅜㅑ;; 스칼렛 목소리 엄청 곱다

─언니ㅣㅣㅣㅣ

사람들이 키득거리는 사이 은우는 안으로 진입하기 위한 길을 찾았다. 그다지 어렵진 않았다. 이 시대에도 환풍구는 있었다.

탕, 탕.

철판 상자들을 밟고 아등바등 올라가 환풍구의 입구를 잡아 뜯었다.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큰 문제가 느껴지지도 않았다.

“생각보다 위화감이 심하진 않습니다.”

물론 본능을 이성의 영역으로 끌어당겨 온 그로선 이 작용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 것 같았다. 이건 순수하게 보정이었다.

그가 10 정도 되는 길이의 팔을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게임 내에서 7로 자동 조정 해 준다고 해야 하나. 적어도 조작은 본래 신체를 움직이는 느낌과 동일했다.

“민감하신 분들은 거리감 조절에 조금 어색하실 것 같긴 합니다만.”

그로 인해 벌어지는 문제도 있다. 무의식적으로 10의 에 맞춰 움직였는데 실제로 움직이는 건 7이니. 자동 조정이 위화감을 줄여 주긴 했지만, 별개로 헛발질, 헛손질이 꽤 늘 거다.

지금까지의 문제점이 위화감으로 인한 행동 불가, 치드는 멀미로 인한 구토감 등임을 생각하면 훨씬 낫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금방 익숙해질 수준이네요. 몇 번 움직이면 금방 적응하실 겁니다.”

─이분은 거짓말은 안 하는데 기만을 잘해ㅎㅎ,,,,

「‘반밀반구’ 님이 ‘50,000원’ 투척!

님 기준은 좀;;;」

─거리감 조절 어색하면 조금 에반대

─전투씬 괜찮나??

“뭐… 애초에 스칼렛 캐릭터는 근접용 캐릭터도 아니지 않습니까?”

은우는 환풍기를 엉금엉금 기어 끝에 도달했다. 주먹을 쥐고 한 대만 치면 출구는 박살이 나며 뜯어진다.

그는 그 안으로 몸을 뺐다. 스칼렛의 몸이 바닥에 자연스레 착지했다.

─켄이 아닌 캐릭터가 움직이니까 느낌이 이상함;;

─그래봤자 헬멧 쓰고 있어서 별 차이 없지 않음?

─몸은 차이 나잖아

─스칼렛 누나 몸매 좋거든요??

─근데 가슴은 켄이 더 크...읍읍

─돌은 새낔ㅋㅋㅋㅋ

“…성희롱하시면 안 됩니다.”

은우는 반사적으로 몸을 가리려다가 알림 창을 선물받았다.

『도전 과제를 달성함! -캐릭터를 희롱하는 사람은 현실에서도 성희롱범이라던데?』

“…이건 좀 억울한데.”

─ㅋㅋㅋㅋㅋㅋ성희롱 당하다가 성희롱함ㅋㅋㅋ

─아ㅋㅋㅋㅋ레전드ㅋㅋㅋㅋ

─켄 성희롱범이었누

「‘заявление об отставке’ 님이 ‘17,430원’ 투척!

성희롱은 안 된다.」

「‘켄의가운데다리’ 님이 ‘10,000원’ 투척!

형도 남자였구나?」

“안 했습니다. 그리고 성별 무관하게 하면 안 되는 일입니다.”

의도한 건 아니나 가슴에 손이 가까워진 모양이다. 몸을 가리려 할 때 손에 저항감이 들며 밀려난 느낌이 있었으니 그럴 가능성이 높다.

은우는 시청자들의 놀림을 들으며 일단 목표를 향해 다가갔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해킹해 볼까.”

내레이션처럼 스칼렛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홀로그램 창이 펼쳐졌다. 간단한 퍼즐이었다.

“변태는 바깥에 있는데 졸지에 제가 변태가 돼 버렸네요.”

─인정해 형ㅋㅋ형 변태됐어

─속보) 켄은 사실 파렴치한으로 밝혀져....

─ㅋㅋㅋㅋ비수들 물어뜯는 것 보소

“여러분들이야말로 이 도전 과제를 일찍 따실 것 같습니다만.”

─아닌데? (시선 회피)

─그럴 리가 있음? (헛기침)

─미래의 범죄자들이 다 여기있네

─잡아넣어!

은우는 불편한 숨을 토해 내며 퍼즐을 풀었다. 그의 손짓에 빨간 구슬(아마도 스칼렛)은 미로를 통과해 골인 지점으로 쏘옥 들어갔다.

“좋아, 이거면 충분해.”

스칼렛의 내레이션과 함께 시야가 본래대로 돌아왔다. 인디고B의 시점이다.

역시 타인 시점은 불편해. 은우는 복합적인 이유로 그런 생각을 하며 환풍구로 다시 나오는 스칼렛을 기다렸다.

“읏차. 이걸로 입구 쪽 감시 카메라가 무력화됐을 거야.”

방금 상황이 어떻게 흘러갔든 게임 내 캐릭터에 불과한 그녀는 그런 말이나 내뱉었다. 은우는 콧숨을 느리게 뱉으며 본래 가던 길이나 마저 가기로 했다.

“그만 좀 놀리세요.”

실수인 걸 알면서도 부득불 놀리는 시청자들에 대한 작은 짜증─보단 투덜거림─은 정말 사소한 일이었다.

* * *

지원 병력이 도착하기도 전에 사건이 터졌다. 정확힌 인디고와 스칼렛 콤비가 그네들에게 합류하기 전에 벌어졌다고 해야 할까.

사실 지원 병력은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인디고와 스칼렛은 그들에게 합류하기 위해서 왔던 길을 되짚으려 했고.

그걸 막은 건 지원 병력의 부대장이었다.

그는 차라리 지원 병력이 시선을 끄는 동안 두 사람이 안쪽으로 더 진입하는 게 어떻냐는 의견을 냈다. 전투보단 해킹이나 탐색에 특화된 레드만 있다면 모를까, 전투 특화인 블루가 함께여서 낸 소견이었다.

타당한 말이었으므로 인디고와 스칼렛은 동의했다. 대신 지원 병력도 두 사람이 알아낸 길을 통해 최대한 빨리 합류하기로 했다. 아무리 그들이 미끼가 된다고 한들 공장 내부에서 두 사람만 활동하는 건 지극히 위험한 일이여서다.

그러나 계획이란 건 언제나 실전에서 틀어지기 마련이니.

인디고와 스칼렛은 너무 빨리 공장의 중심에 도달해 버렸다. 거기까지면 차라리 무력화라도 시도해 볼 텐데, 공장 중심에서는 이상한 일까지 벌어지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태어나고 있어.”

지금까지 밝혀진 바론, 기계장치 공장은 플랜트Plant에 가까웠다. 쇳물을 틀에 부어 굳히고, 내부 부품과 에너지를 넣어 기계장치를 생산해 내는 제조장 말이다.

그러나 이 공장은 어딘가 달랐다.

“새로운 기계장치가…….”

특수 기계장치가 만들어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직감했어야 했던 걸까. 인디고와 스칼렛은 목울대를 움직였다.

일반적인 플랜트에 볼 수 있는 컨베이어 벨트나 집게들은 이제 시선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사람처럼 태어나고 있어…….”

그들이 시선을 고정하는 곳은 단 하나였다.

무성의 인간이 부른 배를 쓰다듬는 것처럼 보이는 기계장치와 그것의 배가 가르며 안에서 튀어나오는 새로운 기계장치. 딱 그것뿐이었다.

─이쯤되면 기계인데도 성스러워보인다.....

─원래 출산이 그렇지 뭐

─근데 저게 출산인가...ㅋㅋㅋ

─출산 아님?

“제거해야 해. 양수 역할을 하는 액체에 젖은 상태에선 제대로 된 화력을 낼 수 없을 거야.”

스칼렛은 그럴싸한 분석을 내보였다. 동시에 그녀의 바이올렛(V)은 보고를 진행했는데, 저 기계장치가 해산되고 나서 일대에 걸린 재밍Jamming으로 인해 송출이 불가능했다.

“할 수 있겠어?”

놀랍게도 이 부분은 컷신이 아니었다. 플레이어에게 책임감을 주기 위해서인지, 다분히 과몰입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인진 모른다. 그렇지만 상관없었다.

“승리를 가져다드리죠.”

“엄호는 내게 맡겨.”

은우는 그들이 있는 고층 복도─난간을 두고 아래엔 공장이 펼쳐져 있었다─에서 뛰어내렸다. 애초에 길이 그것밖에 없어서 ‘너무 무모한 움직임 아닌가?’ 하고 의문 가질 일은 없다.

[인, 간.]

갓 태어난 기계장치가 기름으로 보이는 점액질을 흘리며 몸을 움직였다. 아직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않은지 부들거리는 팔로 상체를 지탱했다.

은빛 표면과 팔이 네 개란 점. 그리고 날개가 달려 있지만 않았다면 썩 인간 같은 외형이었을 모습이었다. 물론 그 크기도 많이 줄여야겠지만.

[인, 간…….]

“무시해, 켄! 기계장치는 살육 병기에 불과해! 인간인 척 굴다가 자폭해 버림으로써 날아간 본부들을 떠올려!”

[인, 간, 은…….]

딱히 신경 쓸 생각도 없었다. 은우는 새로 구매한 무기인 쌍검을 들었다. 헬멧 속 눈동자가 금속의 서늘함을 띠었다.

[인간, 은…. 인간은, 우리…….]

은우와 갓난아기… 갓난 기계장치가 시선을 마주했다.

[인간은 우리… 우리도 인간…….]

“정체성이야 본인 생각하기 나름이긴 한데.”

대지가 우그러질 정도로 힘이 실린 워커가 대지를 박찼다. 쌍검이 갓난 기계장치의 팔과 부딪쳤다.

“인간이든 뭐든 죽일 대상인 건 달라지지 않는지라.”

기계장치의 팔과 힘겨루기를 하던 몸이 뒤로 튕겨 났다. 은우의 발이 공장 바닥 위로 미끄러졌다. 스칼렛은 약속대로 총을 연사해 주는 중이다.

그는 무기를 고쳐 쥐며 재차 달려갔다. 방금 전으로 녀석의 반사 신경과 힘을 대충 확인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놀아 볼 참이다.

[인간!]

녀석이 두 팔로는 대지를 짚고 남은 두 팔을 휘적여 공격했다. 은우의 발이 첫 번째 팔을 밟고 두 번째 휘둘러지는 팔도 밟아 뛰어오르며 기계장치의 얼굴을 가격했다. 노리는 곳은 당연히 녀석의 눈이었다.

[아파아!]

“얕네.”

빙그르르 떠오른 몸으로 기계장치의 눈을 가른 그의 몸이 녀석의 어깨를 밟고 등을 짓눌렀다. 서걱! 녀석의 뒷목이 베였다. 펄럭! 그 대가로 등의 날개가 휘둘러지며 은우를 노렸다.

“나오는 보스마다 크기가 커서 약점 노리기가 너무 쉽습니다.”

─응, 나도 너무 쉬워보임

─? 선넘네 저건 켄이니까 가능한 발언임

─내가 죽는게 쉬워보인다고ㅎㅎ

─아ㅋㅋㅋㅋㅋㅋ

─이거 맞따ㅋㅋㅋㅋ

다시 머리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되 그를 잡으러 오는 손을 역으로 찔렀다. 연이어 ‘인벤토리 가시화’를 외치면 무기가 주르륵 늘어진다.

은우는 그중 창을 잡고 목덜미에 한쪽을 박아 넣었다. 그러곤 봉을 단단히 붙잡으며 몸을 띄워 다가오는 기계장치의 다른 손을 찼다. 힘 차이로 녀석의 손이 밀려나진 않았으나, 밀리지 않으면 역으로 발판이 될 수 있다.

은우는 창을 높고 그 손에 달라붙은 후 검을 쥐고 휘둘러 베었다.

[아프다고!]

기계장치가 몸을 뒤흔들었다. 녀석을 받치고 있던 두 팔이 공중으로 떠오른 것도 그때였다.

아마 체력이 깎이는 것에 한해서 패턴이 점차 어지러워지는 상대일 터. 그러나 은우는 이미 녀석의 손등에서 점프해 기계장치의 머리로 뛰어내리는 중이었다.

뒤늦게 새로운 두 손이 합류해도 소용없다. 은우의 두 손에 다시금 쥐어진 쌍검이 놈의 두 눈알에 박혔다. 외피가 아무리 단단해도 기계를 구성하는 물질 중 눈알은 연약할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이 일을 만들어 냈다.

퍼엉! 쌍검이 폭발을 일으키며 눈을 완전히 구워 버렸다. 어쩌면 그 안쪽까지 피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은우는 미련 없이 뒤로 점프해 바닥으로 내려왔다. 그러곤 이어질 공격을 피해 황급히 뒤로, 뒤로 물러났다.

─일인칭으로 시청하는데 시야가 너무 빨리 변해서 멀미남

「‘모두갓삼인칭하셈’ 님이 ‘10,000원’ 투척!

삼인칭 카메라워크 너무 좋아ㅎㅎ」

「‘죽어도일인칭’ 님이 ‘1,000원’ 투척!

VR버전 고유의 멀미감이 얼마나 좋은데!」

─구웨에에에에엑

─켄 전투신 VR일인칭 보는 놈들은 최소 민초파;;

─전투신만큼은 진짜 VR일인칭 무리겠던데

[@#!!(@***!!]

시청자들이 만담을 나누는 사이 기계장치가 폭주하듯 네 팔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방금 전까지 잘 잇던 말도 잊었는지 들려오는 소리는 소음에 불과했다.

[@%@&&$%$%!!]

녀석의 어깨에서 무언가가 솟아올랐다. 기관총이었다. 두두두두 발사하는 슈팅 게임 하나 싶던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작고 빠르다.

심지어 방금 일로 대미지가 쫘악 깎이기라도 한 건지 갓난 기계장치는 날개도 펼쳤다.

─페이즈 쑤욱 지나간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ㅎㅎ;;

─그보다 저거 나는데?

─태어난지 얼마나 됐다고 나냐;;

─새도 태어나자마자 바로 못 날아!

─물고기는 헤엄쳐!

「‘호롱불은틀린말’ 님이 ‘1,000원’ 투척!

저 기관총은 또 어쩔건데ㅋㅋ」

─눈 안 부쉈으면 큰일났을 듯;;

사람들의 걱정이 무색하게 은우는 총알 세례를 달리기로 피했다. 그러곤 접근하며 검을 들었다. 검에서 발사된 포가 녀석의 머리를 향해 쏘아졌다.

갓난 기계장치가 포효를 내지르며 손을 들어 포를 막았다. 동시에 그 곁에 희미한 역장이 생겨났다.

“제길, 반사 역장이야! 저건 총알을 전부 튕겨 내!”

스칼렛이 단번에 무력해졌다. 그런 주제에 본인은 총을 쏘는 게 적이지만 조금 얄미울 정도다. 비록 눈이 망가진 탓에 총을 이상한 데 쏜다고 해도 말이다.

─머임;;

─아, 보스 에반데

─이건 진짜 에반데

─벌써부터 이러면 나중에 가선 어쩌려고;;

─최고난이도만 이런 거겠지?

하늘을 나는 데다가 원거리 무기는 역장에 의해 막혔다. 총 때문에 접근도 어렵다. 갖가지 상황에 시청자들이 먼저 불평을 터트렸다.

물론 은우는 절대 불리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될진 모르겠지만, 한번 해 보죠.”

은우의 발이 컨베이어 벨트와 그 위 기계장치 더미를 밟고 뛰어올랐다. 그러곤 마침 그쪽으로 날아오는 총알을 각도에 맞춰 얻어맞았다. 첫 피격이었으나 실수로 맞은 건 아니었다.

그의 몸이 피격 당할 때의 충격으로 부웅 떠올랐다. 덕분에 위쪽에 달려 있는 고리에 아슬아슬 망치를 거는 게 가능해졌다.

그다음은 그네 타듯 몸을 움직임으로써 휙 떠올라 고리를 손으로 잡으면 된다. 큰 그림 완성이었다.

“되네요.”

─노히트가 깨지긴 깨졌는데,,,,

─이걸 깨졌다고 말해야하는 거임?

─이쯤되면 맞아준 거 아니냐?

─실제로 맞아준 거 맞음 ㅇㅇ

─위쪽으로 올라가려고 일부러 맞는 클라스ㄷㄷ

은우는 건조하게 평가를 그친 후 고리에서 뛰어내려 공중을 나는 갓난 기계장치의 몸에 착지했다. 녀석은 두 눈을 잃은지라 그가 다가오는 것도 몰랐다.

“일단 기관포부터 제거하겠습니다.”

이렇게 되면 들키겠지만, 기관포를 제거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 은우는 기계장치의 뒷목에 서서 도끼를 잡았다.

단단히 자루를 붙잡은 손이 강맹한 힘을 실고 도끼를 휘둘렀다.

콰직!

기관포를 어깨와 연결하는 부위가 찢겨 나가듯 잘려 나갔다. 약하게 폭발을 동반한 까닭일까. 그 단면은 매끄럽지 않고 뜯긴 것처럼 울퉁불퉁하다.

[@@[email protected]%@#!]

상황을 깨달은 갓난 기계장치가 손을 마구 휘저으며 어깨의 그를 잡으려 했다. 그렇지만 그렇게 훤히 보이는 공격에 붙잡힐 허술함은 없었다.

다른 쪽 어깨의 기관총이 잘려 나갔다. 한 재수 없는 손가락이 도끼질에 걸려 덜렁거리는 일도 벌어졌다.

“단번에 자르는 게 고통이 적지만… 이번엔 여건이 안 되니.”

그는 자루를 고쳐 잡으며 손을 피해 날개 앞에 섰다.

“추락시키는 걸로 타협을 볼까요.”

─타협의 상태가?

「‘라온제나’ 님이 ‘10,000원’ 투척!

추락시키고 죽일 거잖아;;」

─어디서 추락만 시키는 척....

─일단 떨어트려 그리고 죽여

그를 너무 잘 아는 시청자들은 숨겨진 속뜻까지 읽어 냈다. 은우는 그 눈치 빠름에 혀를 가볍게 찼다. 시청자들에게서 배운 드립이 그의 입새로 흘러내렸다.

“이래서 눈치 빠른 시청자분들은 싫습니다.”

─아니 이 드립을?

─잘 배웠다, 이제 하산해라

─날개는 놓고

─그러면 다시 올라와야 하잖아ㅋㅋㅋ

퍼엉!

도끼질이 기어코 날개를 부러트렸다. 갓난 기계장치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러니까 오늘은 여기서 그만하는 걸로.”

─?

─???

─에반데

─?

─그러니까 얘를 잡아버리겠단 거죠?

─아~~기계장치 죽인다고?

은우는 추락하며 스턴 걸린 기계장치 위를 걸어 녀석의 머리에 창을 꽂았다. 잘 박히지 않았으나, 그걸 대여섯 번 반복하니 기어코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갔다.

다음번이 마지막이겠네. 은우는 지극히 육감적인 판단으로 그것을 직감했다. 창을 든 손이 그것을 고쳐 쥐었다.

“당연히 방송 얘기죠.”

푹!

갓 태어난 기계장치가 작동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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