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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자도 방송할 수 있습니다-89화 (89/233)

89화

탕탕탕!

철판으로 만들어진 길을 달릴 때마다 특유의 진동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픈 월드를 채용하여 온갖 길이 열려 있는 게임이지만, 길 찾기는 생각보다 쉽다.

은근히 경로를 정해 두는 것도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적이 나오면 맞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길은 한정되어 있어도 공간이 제한되진 않으니 싸움이 싫으면 그냥 지나가는 것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타임어택 가능?

─근데 RPG에 가깝게 시스템 개편된 거 보니까 레벨링 안 하면 후반 ㅈㄴ 힘들듯;;

─검은기사 같은 느낌이겠지 머

─근데 켄은 레벨링 안하잖아ㅋㅋ

─레벨링 필요한 건 우리지 켄이 아님ㅋ

시스템을 이렇게까지 파격적이게 바꿀 필요가 있나 싶다가도, 이런 세계관에서 잠입이 있어 봐야 얼마나 있겠냐는 생각도 든다.

은우는 메이스로 적의 머리를 깨부수며 나아갔다. 가끔 작동을 멈춘 철문의 경우 얇은 것은 부수는 게 가능해서 갈 수 있는 길이 더 많아졌다. 그럴 경우 대체로 숨겨진 자원이 나왔지만, 나쁜 일은 아니었다.

“이걸 쓸 일이 있을까요?”

─한국인 특) 포션 아끼똥함

─켄 특) 포션 아끼똥을 넘어서 강화도 안함

─쓸일 절대 없을 거라는 게 학계의 정설

─ㅇㄱㄹㅇㅍㅌ

나쁜 일만 아니었다.

[특수 기계장치가 물러나질 않아……. 이대로라면 후퇴가 불가능한데 어떻게 할래?]

폐공장 옥상 쪽으로 올라오니 스칼렛의 비행 기체가 옆에 착지했다. 자연스럽게 시작된 이벤트 신 속 인디고B가 대답했다.

“그럼 제거해야지.”

▣ 089. 반응은 천지차이

특수 기계장치는 대형으로 분류되는 것답게 꽤 컸다. 집이 아니라 중층 빌딩을 비교 대상으로 가져와야 할 정도였다. 멀리서 확대해 봤을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크기감이다.

[엄호하겠어!]

날아오른 스칼렛이 포를 무수히 발사했다. 안타깝지만 인디고B, 즉 은우는 비행 기체가 고장났으므로 지상에서 싸워야 했다.

─난이도 실화냐

─아까 전투씬 난이도 낮췄다는 놈 어디갔음 나와

「‘이가없으면’ 님이 ‘1,000원’ 투척!

잇몸으로 씹으라는데 쟤는 씹는 게 아니잖아요」

─처음처럼 걍 도망가라는 거 아닐까...?

─튜토리얼 선 넘네;;

은우는 검을 들었다. 지금까지 잔뜩 모아 오기만 하고 쏘질 않았던 발포 게이지를 사용하니 파란 구체가 날아가며 특수 기계장치를 포격했다.

[@##%@#$%!]

특수 기계장치가 집게발 같은 팔을 휘두르며 인간 얼굴의 입을 쩍 벌렸다. 상반신은 인간형이 맞으나, 인조피부가 벗겨지고 이리저리 망가진 외형은 기계장치 그 자체다. 하물며 크기가 빌딩만 해서야 인간이라 느껴질 리 없다.

“접근하겠습니다.”

은우는 그 기괴한 모습을 산뜻하게 무시하며 앞으로 내달렸다. 어깨 견장에 연결되어 있는 천이 등 뒤에서 팔락이는 게 느껴졌다.

쾅!

그의 옆에 집게발이 내려쳐졌다. 은우의 검이 그 집게발을 긁었다. 대놓고 여길 공격하라는 듯 코어가 빨갛게 빛나고 있어, 이런 긁는 공격이 무의미할 거라곤 생각할 필요 없다.

기계장치가 그 팔을 회수했다. 몸이 너무 큰 나머지 동작은 살짝 둔하다. 덕분에 그는 널널하게 피하며 다음 공격을 대비할 수 있었다.

은우의 몸이 빙그르르 허공을 떠오르며 내리쳐지는 기계장치의 팔을 피했다. 촤악! 검이 곧바로 특수 기계장치의 왼팔 코어를 긁었다.

그러자 기계장치의 입이 벌어지며 빛을 그러모았다.

“광선 올 것 같네요.”

은우는 속으로 타이밍을 셈하다가 바로 뛰었다. 광선이 그가 있던 자리부터 직선으로 쭈욱 긁었다.

혹시 옆이나 앞뒤로 그을까 싶어 대각선으로 피했던 게 정답이었다. 은우는 집게발 표면을 이루고 있는 갑각을 타고 올랐다.

“아직 초반부긴 하지만, 전투 신은 조금 아쉽습니다. 전작도 전투 신이 엄청 재밌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땐 잠입이 제법 매력적이었는데.”

이번 작은 잠입이 빠지고 부족한 전투 신이 주가 되니 약간 아쉽다.

은우는 아쉬움을 표하며 기계장치의 왼팔 코어를 밟고 섰다. 그 상태에서 기계장치가 팔을 회수했다. 은우의 몸이 기계장치의 팔오금 쪽으로 미끄러져 내렸다.

─형,,,,그건 그냥 형 문제가 아닐까,,,?

─우리는 지상에서 버티며 코어 때리는 것도 힘들 것 같은데ㅋ

─엔크에서도 최종보스 꾸역꾸역 타고 올라 잡은 거 보면 걍 이분 특인듯

─나 그거 아직 안 봤는데; 스포 밴이요

“제가 문제라니요. 당치 않은 말씀을.”

은우는 시청자들의 지적에 눈살을 좁혔다.

전이라면 그가 문제일 수도 있지만, 카롬사에 다녀온 지금은 다르다. 엄청난 싸움! 굉장한 혈투! 이런 거에 미련을 떨쳐 낸 이상 그의 기준은 높은 게 아니란 이야기다.

“제 기준이 높은 게 아닙니다.”

이미 기준을 낮출 대로 낮췄으니 절대 그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은우는 뻔뻔하게도 그렇게 생각했다. 시청자들이 알았다면 기만자라며 돌 던질 일이었다.

사실 지금도 돌 던지기 충분하기도 하고.

─기만하는 법이 너무 고급스러우신데

─켄의 기준이 잘못됐다는 게 학계의 정설

─진정들 하셈 애초에 최고난이도는 우리가 깨라고 만든 거 아님

─최고난이도 = 켄 이하 천상계 전용

─켄은 천상계 이상 취급이냐고ㅋㅋ

“아니라니까요.”

그는 팔오금 쪽에 도달한 이후 바로 위를 향해 내달렸다. 특수 기계 장치가 그를 떨어트리기 위해 팔을 휘저었지만 소용없다. 아까도 말했지만, 몸이 거대해서 동작이 둔했다.

펑펑!

검에서 플라즈마 포가 발포되고, 기계장치의 얼굴을 정확히 요격했다. 은우는 그 순간에도 내달리며 어깨 쪽에 도착했다. 너무 높고 가파른 나머지 스태미나가 없는 게임임에도 조금 오래 걸렸다.

위이잉-

고개를 돌린 기계장치가 입을 벌려 에너지를 모았다. 은우의 검이 그것을 정확히 가리켰다. 마지막 남은 포격 게이지가 바닥으로 치달으며 탄환이 쏘아졌다.

모인 광선 에너지와 탄환이 맞닥뜨리는 순간,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얻어걸린 거 아님?

─켄 방송에서 얻어걸린 건 세상에 없음

─이게 되누;;

─안 터졌어도 자연스럽게 피했을듯

은우는 어깨 골격 틈에 검을 박아 넣고 버텼다. 매몰찬 강풍이 그를 떨어트리려 했지만, 몸을 최대한 낮추고 박힌 검을 꽉 잡으면 어떻게 버틸 수 있다.

바람이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은 것도 한몫했다.

그는 바람이 그치자마자 검을 두고 그대로 내달렸다.

“예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그의 손에 도끼가 잡히고, 특수 기계장치의 머리가 코앞까지 도달했다. 방금 광선이 캔슬되며 반파된 입에서는 누출된 전기가 눈에 직접적으로 보인다. 기계 홍채와 동공이 풀려 있는 게 스턴 상태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타고 오를 능력만 되면 큰 놈 잡는 건 오히려 쉽습니다.”

은우의 발이 녀석의 입술을 밟고 콧대를 손으로 잡아 몸을 끌어올린 후, 도끼를 짧게 고쳐 잡았다. 콰직! 도끼가 녀석의 한쪽 눈을 때렸다.

“동의하십니까?”

도끼가 뒤늦은 폭발을 일으키며 녀석의 눈을 날렸다.

─기만 불-편

「‘에이이게뭐야’ 님이 ‘1,000원’ 투척!

나도 터트릴 수 있을 듯ㅎㅎ 나」

─ㅋㅋㅋㅋㅋㅋㅋ

─이걸 튜토리얼이라고 만들었냐

은우는 숨을 길고 얕게 내뱉으며 다른 쪽 눈을 노리려 했다. 갑작스레 시작된 컷신이 그것을 막아섰다.

[켄! 위험해!]

지상에 내려와 있는 인디고B에게 쏟아지는 공격을 스칼렛이 대신 맞아 줌으로써 2차전이 진행되는 컷신이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컷신 트롤행ㅋㅋㅋㅋ

─난이도 너무 높다했더니 이렇게 진행되려 했던 거냐고ㅋㅋㅋㅋ

「‘강남건물주’ 님이 ‘30,000원’ 투척!

화이팅!」

─위치 초기화됐쥬? 망했쥬?

─이와중에 눈빠개진 건 유지되네 그나마 다행

“…뭐, 다시 올라가면 되니까요.”

그는 기계적으로 특수 기계장치의 집게발을 피하며 녀석을 다시 올라 보았다.

“등산, 시작하겠습니다.”

거의 진짜 등산이었다.

* * *

어떻게든 전투를 마무리 지은 그들은 본부에서 보내 온 구조대를 통해 맨 처음 깨어났던 연구소로 회수되었다.

“아바타의 손상 상태가 심각합니다. 아바타를 즉시 교체하겠습니다.”

휴대용 들것에서 스트레쳐 카로 이동된 몸이 어딘가로 이끌려 갔다. 3인칭으로 비춰졌기에 은우도 그 과정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

망가진 인디고B가 있는 침대 옆으로 새 아바타가 눕혀져 있는 침대가 실려 왔다. 두 아바타의 얼굴은 똑같았다.

“링크를 시작합니다.”

두 아바타 사이에 기계가 줄줄이 연결되더니 파란빛이 껌뻑껌뻑 이동됐다. 3인칭이었던 시야가 깜깜해지더니 1인칭으로 깨어났다.

『도전 과제를 달성함! -교체하면 건강!』

“각성 완료. 링크 성공했습니다.”

“인디고B, 정신이 드십니까?”

인디고B가 몸을 일으켰다. 흡사 맨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본래는 임무 완료를 통해 화성의 진짜 육체로 돌아가셨어야 합니다만, 추가 지령으로 인해 새 아바타를 보급, 각성하셨습니다. 이해하셨습니까?”

화성의 진짜 육체라고 하는 걸 보면 완전 기계는 아닌 듯하다. 인디고B가 연구원에게 긍정의 대답을 주었다.

“추가 임무는 내일 전달됩니다. 긴급하게 보급된 아바타인 만큼 조율이 덜 되어 있을 여지가 있으니, 만 하루간 적응에 임해 주십시오.”

연구원은 거기까지 말한 후 심장 부근과 이마 부근을 톡톡 쳤다. 군대의 경례나 종교에서 성호를 긋는 행위와 비슷해 보인다.

“미래를 위하여.”

“미래를 위하여.”

인디고B도 똑같이 행한 후 침대에서 벗어났다. 그제야 몸에 자유가 돌아왔다.

“방금 화성 얘기가 나왔는데, 맞습니까?”

─ㅁㅇㅁㅇ...설마 인류 화성에 있음?

─진짠가 본데?

─지구 납두고 왜 화성감?

─넌 아까 그거랑 같이 살고 싶음?

─아 ㅇㅋ 이해함

은우는 목덜미를 쓸며 방을 나가려 했다. 그러자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V2053이 보였다.

[기지 안내 실행.]

V2053은 느긋하게 나아갔다. 아직 TV가 존재하는지, 방영되는 채널 몇 개를 보여 주기도 했다. 물론 세계관을 간접적으로 알려 주기 위한 제작자의 꼼수일 것이다. 기반 정보를 몰라 다소 황당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말이다.

곧 V2053이 안내지에 도달했다.

[개인실. 휴식 및 환복 가능.]

[아바타 개조실. 개조 및 강화 가능.]

[무기 연구소. 무기 구매 및 강화 가능.]

[광장. 임무 수주 및 타 개체와 교류 가능.]

V2053은 이어서 아바타 개조실과 무기 연구소, 광장 등도 알려 주었다.

개조나 무기는 아직은 모은 자원이 없어 시도를 못 했다. 광장의 경우는 온라인 시스템이 활성화되는 장소 같았는데, 이 게임에 아직 접속한 이가 은우밖에 없었으므로 못했다. 이래저래 아쉬운 일이었다.

별달리 할 게 없었으므로 은우는 다시 방으로 되돌아왔다. 아바타를 통해 지상으로 내려갈 뿐, 거주하는 게 아니라 그런지 방은 깔끔했다. 물론 좋게 말해서 그런 거고 나쁘게 말하면 ‘을씨년하다’였다.

“전작에서는 본인 방을 제한적으로 꾸밀 수 있게 해 줬던 것 같은데, 이번에도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그거 은근 재밌었는데

─이번엔 꾸밀 수 있는 거 더 늘었음 조켔다

─방 꾸미는데 돈 쓰시겠네

─방꾸미는 건 인정이지

미니 맵을 확인하면 목적지로 표기된 빨간 표시가 방 안의 침대로 되어 있다. 은우는 그 빨간 표시를 따라 침대에 누웠다.

『수면을 취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할 게 특별히 있나 다시 고민해 보았지만, 역시 없다. 은우는 예를 눌렀다. 시야가 가장자리부터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안드로이드를 대체할 인간형 기계장치가 탄생되었다……. 기계장치의 반역으로 인해 세계는 황폐화되었으며… 기계장치들은 그 지능을 잃고… 인류는 화성으로 대피… 자원 수급을 위한 지구 탈환… 링크를 통한 인력 파견…….]

꿈이라도 꾸는 건지, 아니면 넣을 곳이 없어서 지금을 택한 건지.

아무튼 세계관을 설명하는 영상이 틀어졌다. 안 그래도 궁금하던 차였으므로 은우는 달갑게 받아들였다. 영상은 짧았지만, 알차게 중심 내용만 전달하고 끝났다.

인디고B의 육체가 깨어났다.

“인디고B나 스칼렛R이나 전부 인간은 맞았네요.”

─오졌다;; 화성에서 지구 접속

─고전영화 중에 이런 거 있지 않았음? 나방족인가 나왔는데

─고전영화는 모르겠고 최근 영화중에 호접지몽 머시기랑은 비슷하다

─아 ㅇㅈㅇㅈ 그거네

놀랍게도 인디고나 스칼렛은 화성에서 링크를 통해 아바타로 접속한 인간이었다. 은우를 비롯한 게이머들이 가상현실을 통해 다른 캐릭터에 접속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었다.

또한 링크를 통한 화신 접속은 이곳의 연구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얼마 남지 않은 인류이기에 목숨 보전을 위해서라도 이런 방식을 쓰는 모양이다. 지구 탈환에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고, 또 위험성 때문에 인력 상실의 가능성이 클 테니까.

“동료가 죽은 것에 일일이 슬퍼하지 않는 이유도 설명됐네요. 어차피 화성에서 멀쩡히 볼 텐데 슬퍼해 봐야…….”

편리한 시스템이다. 그렇지만 게임이 시작될 때의 독백을 떠올리면 참 오묘한 이야기기도 했다. 그들은 인간이지만 인간 같지 않았다.

아무렴 인간이란 것은 한 번의 삶을 살기에 맹렬히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던가. 이 또한 삶을 위해서 파생된 상황이라 하지만, 어딘가 기묘한 건 어쩔 수 없다.

“반면 반역을 일으킨 기계장치들은 이지를 잃고 살육 병기가 돼 버렸고.”

─X미네이터냐고ㅋㅋㅋㅋㅋ

─와, 언제적 작품임;;;

─찐 구시대 유물 아니냐 저거

─그걸 알아들은 당신들은...?

─이 방송 은근 틀딱 많아;;

─예끼! 틀딱 아니래도!

─노인장 틀니 2주 압수!

─읍읍!

이걸로 왜 전쟁이 다시 일어났는지, 조작하는 측은 어떤 존재들인지 확실하게 알았다. 은우는 침대에서 내려와 방을 나섰다.

“헬멧이 없어졌네요.”

약간의 안타까움은 여담이었다.

“안녕.”

스칼렛이 그를 반겨 주었다. 특수 기계장치를 잡을 때는 비행 기체에 탑승하고 있어서 몰랐는데, 이제 보니 키가 제법 크다. 은우의 턱에 닿을 정도다.

“크, 드디어 제대로 시선을 마주하네. 난 역시 이렇게 눈을 마주치면서 대화하는 게 좋더라고. 아참, 추가 임무 받았지?”

스칼렛R의 물음에 은우는 목덜미를 쓸었다. 다행히 늦지 않게 V2053이 튀어나오며 홀로그램을 비추기 시작했다.

[브라이트Y, 인디고B에게 하달합니다. 스칼렛R과 함께 사막지대에 있는 소규모 기지로 이동, 현 이상 사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십시오. 이상입니다.]

“지금 받았네.”

그녀는 한쪽으로 땋은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며 그의 뒤에 섰다.

“사막지대까진 자동차를 타고 이동해야 해. 알다시피 비행 기체는 비싸잖아? 안 그래도 B부대 아바타가 허망하게 증발해 버린 것 때문에 자원 부족이니 뭐니 하는데, 비행 기체까지 또 날려 먹으면 분명 뭐라 할 거야.”

스칼렛은 자원 부족으로 인한 지원 약화에 대해 웃는 얼굴로 어깨만 으쓱였다. 한두 번 겪어 본 일이 아닌 듯싶다.

“자동차는 격납고에 있어.”

미니 맵에 격납고 위치가 표시되었다. 딱히 그게 아니더라도 이미 한 번 가 봤던 만큼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또각또각.

걸음 소리가 겹쳐졌다.

“절 따라오네요.”

시험 삼아 복도를 달리면 스칼렛이 뒤에서 바짝 쫓아왔다. 언노운에서 톰과 동행하던 순간과 비슷하다.

─멋진 언니와 단둘이 데이트...ㅗㅜㅑ

─비수들 흥분한 거 봐ㅋㅋㅋ

─당장 게임 사러 갑니다

─아, 이건 못 참지ㅋㅋㅋ

비록 반응은 천지차이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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